어제오늘 24시간에 걸쳐서 집안의 책 절반 가량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임계치'에 도달할 때마다 한번씩 하게 되는 '푸닥거리'인데(계산해보니 이제 장서수가 복사한 책들을 포함하면 1만권이 넘는다), 어떤 책들을 가까이에 남겨두느냐 하는 것도 꽤나 머리를 써야 하는 문제이다. 당장의 관심사와 관련되는 책들과 몇몇 고전들을 잔류시켰는데, 플라톤의 <국가>는 그 중 하나다. 그건 두달 전쯤 리브의 영역본을 손에 넣은 때문이기도 하다. 둘러보니 숀 세이어즈의 <국가 해설>도 출간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과 함께 올 여름에 도전해봄 직하다(유감스럽게도 <정치학>은 아직 원전 번역이 없는 듯하다). 서양 정치철학사를 다룬 책들은 너무 많기에 핀레이의 <고대 세계의 정치>와 강유원의 <서양 정치사상 고전읽기>만을 꼽아둔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플라톤의 국가·정체(政體)- 개정 증보판
플라톤 지음, 박종현 옮김 / 서광사 / 2005년 4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8년 07월 06일에 저장

소크라테스의 변명/국가/향연
플라톤 지음, 왕학수 엮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8년 07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Republic (Paperback)
Plato / Hackett Pub Co Inc / 2004년 9월
26,250원 → 21,520원(18%할인) / 마일리지 1,08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1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7월 06일에 저장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 해설
숀 세이어즈 지음, 김요한 옮김 / 서광사 / 2008년 5월
22,000원 → 20,900원(5%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08년 07월 06일에 저장
품절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7-07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7-07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니다 2008-07-07 15:07   좋아요 0 | URL
이 무더위에 고생 많으셨네요.^^ 저 역시 쌓여가는 책들 때문에 집안이 엉망이라 한번 정리를 해야될텐데...어떤 책을 박스에 넣어 보관해야할지 생각하다보면 생전 안보던 책들도 왠지 곧 찾게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실천을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보다는 제 게으름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서도 ㅎㅎㅎ

로쟈 2008-07-07 16:28   좋아요 0 | URL
다행히 이번엔 '박스보관'이 아닙니다. 번듯한 서재에다 옮겨놓은 덕분에 마음은 한결 가볍습니다. 자주 가보진 못하겠지만.^^;

수유 2008-07-07 21:03   좋아요 0 | URL
다른 이의 서재에 꽂힌 책과 또 박스포장한 책들은 다 읽으신 책인가요?^^
예전에 한 후배가 교수님 연구실의 책들을 보고 교수님께 여쭈었다죠..다 읽으신 책이냐고
다소 황당해 하시면서도 그런 질문을 한 후배를 기특해하셨죠..

저도 2,3년후엔 어쩌면 서재를 빌려드릴수도..부디 큰 집을 사셔서 책들 다 거두어들이시길.^^

로쟈 2008-07-07 21:09   좋아요 0 | URL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 대한 리뷰를 읽어봐주시길.^^ 가령 플라톤의 <국가>도 '읽었다'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천차만별 아닐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07-10 00:17   좋아요 0 | URL
제도권에서 강유원 씨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인 편인가요?

로쟈 2008-07-10 00:23   좋아요 0 | URL
그 '제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노이에자이트 2008-07-10 00:28   좋아요 0 | URL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권역을 의미하지요!

로쟈 2008-07-10 00:37   좋아요 0 | URL
제가 만나는 사람은 후배 강사 두어 명이 전부라서요.^^;
 

미국 예일대학 사회학과의 제프리 알렉산더 교수가 지난주에 내한강연을 가졌다고 한다. '권력, 정치, 그리고 시민영역'이 그 주제인데 시의성이 있어 보이기에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알렉산더 교수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서 찾아보니 작년 가을 그의 책 <사회적 삶의 의미>(한울, 2007)가 출간된 바 있다. 사회학 교재로 많이 쓰인다는 <현대 사회이론의 흐름>(민영사, 1993)도 눈에 익은 책이다. 겸사겸사 사회학 분야의 신간들을 챙겨둔다.

한겨레(08. 07. 03) 제프리 알렉산더 “정치권력은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제프리 알렉산더 미국 예일대 교수는 ‘신기능주의’를 주창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사회 체제의 조화·균형에 주목한 파슨스와 머튼의 구조기능주의 등을 비판하면서 행위자의 의지가 사회변동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기능주의 또는 구조기능주의가 외면했던 사회 갈등의 요소를 주목했다. 그가 쓴 <현대사회 이론의 흐름>은 국내 사회학 강의에 단골로 등장하는 입문 교재다.


그가 지난달 30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권력, 정치, 그리고 시민 영역’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이론사회학회가 후원하고 연세대·고려대 사회학과가 공동주최하는 자리였다. 시민사회를 ‘시빌 스피어’(Civil Sphere)라는 개념으로 설명해 온 그는 이날 강연에서 “현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파워 엘리트’와 시민사회의 관계”라고 말했다.

“나라에 따라 그 사회를 지배하는 파워 엘리트가 자본가일 수도, 지식인일 수도, 군인들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한 사회의 파워 엘리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둡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들 파워 엘리트에 대항하는 시민사회가 존재하느냐, 그리고 파워 엘리트는 그런 시민사회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현대 정치권력은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교수들은 파워 엘리트죠. 대학에서는 그들도 권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넘어 공공의 권력을 행사하려면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렉산더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국가가 권력의 중요한 원천인 것은 맞지만, 권력의 모든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일단 국가권력을 장악한 뒤에도 시민사회에 대한 설득과 동의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는 권력이 시민사회를 향해 힘을 사용하는지 설득을 시도하는지에 있습니다.”

그는 한국의 촛불집회에 대해 “대단히 자발적인 한국 시민사회의 에너지에 감동 받았다”며 “종교적 상징인 촛불과 순수의 상징인 10대 소녀가 만나 이 운동을 촉발했다는 것은 매우 환상적이고도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사회는 조용한 사회가 아니라 스캔들이 많은 사회”라며 “모든 사회에는 부정과 부패가 있는데, 그것이 지속적으로 밝혀져서 시민들이 이에 반응하는 것이 좋은 사회”라고 말했다.(안수찬기자)

08. 07. 06.

P.S. 한겨레의 '7월 3일 학술 새책'으로 소개된 두 권은 ''97년 외환위기와 사회불평등'을 다룬 김문조 교수의 <한국 사회의 양극화>(집문당, 2008)와 '당비의 생각' 첫 권으로 나온 <광장의 문화에서 현실의 정치로>(산책자, 2008)이다. 각각의 간단한 소개를 덧붙여둔다.

"경제적 요인을 분석해 양극화를 설명한 기존의 방식을 넘어 각 계층의 의식적·정서적 열망-절망 구조에 주목해 한국 사회 양극화를 분석했다. 상류계급에 귀속되려는 소수의 ‘야망 계급’과 상시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다수의 ‘절망 계급’으로 분절된 한국 사회가 사고·느낌·삶의 방식을 달리하는 ‘신 신분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통 합리성을 증진해 야망·절망 계급 사이에 놓인 인식의 괴리를 좁혀 경제적 양극화 극복의 공통분모를 찾자고 제안한다."

"발행을 중지했던 계간 <당대비평> 그룹이 ‘당비의 생각’이라는 제목을 달아 연속 단행본 시리즈의 첫 권을 내놓았다. 민주화 체제와 이명박 정권 사이에 어떤 연속성이 있는지를 따져 묻는 야심찬 기획이다. 지난 20년간 진행된 ‘민주주의 기획’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고, ‘민주주의의 재민주화’를 위해 대면해야 할 과제를 짚었다. 정치학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문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필자들의 글을 묶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이에자이트 2008-07-08 00:14   좋아요 0 | URL
당대비평에 좋은 글이 많았죠.환영!

제프리 알렉산더의 <사회적 삶의 의미>는 올해 봄.시내 모 도서관의 신간서적 서재에 있어서 제목 요상하다...하고 봤는데 저자 서문에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중요한 사회문제의 여론형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주류로 자리잡는가를 뒤르켐의 집합표상과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분석도구로 하겠다는 말이 나와서 야...대단하구나...생각했죠.그 중 제가 관심있는 홀로코스트에 관한 기억을 읽었습니다.박노자가 소개해서 국내에도 알려진 노만 핑켈슈타인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마이클 왈쩌의 손을 들어주는 대목에서 아하...그래...했죠.마이클 왈쩌는 친 이스라엘 파로 알려져 있어서요.좀 더 자세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 대출하지 못했습니다.이번주 대출해야겠네요.

그런데 제가 로자 님의 페이퍼를 뒤쪽부터 읽고 있는데 댓글이 안 달릴 때는 한국사 또는 본격적인 이론을 다룬 책 소개할 때이더군요.

로쟈 2008-07-08 00:22   좋아요 0 | URL
<사회적 삶의 의미>는 터무니없이 비싼 책의 하나인데, 도서관에서 대출이나 해볼까 합니다. 왈쩌는 한국에도 왔다갔지요. 한국사에 대해선 저도 나름 문외한인데, 댓글들을 안 달아주시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7-08 00:54   좋아요 0 | URL
왈쩌는 친이스라엘적인 주장때문에 촘스키나 핑겔슈타인에게 비판을 많이 받죠.알렉산더의 책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다루고 베트남전 논쟁도 다루고 있는데 좌파를 의식하면서 중도보수적인 느낌이 강하더군요.본인 스스로가 좌파주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식으로 말도 하구요.

로쟈 2008-07-09 22:15   좋아요 0 | URL
중도우파쯤 되겠군요...
 

'이번주의 책'은 아닐지 몰라도 '오늘의 책'은 단연 클레이 서키의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 2008)이다.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이라는 책의 주제와 책이 나온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오늘은 국민행동의 날이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97131.html). 혹 저자가 속편을 쓸 거리를 찾는다면 지금 한국에 와 있어야 할 것이다...

한겨레(08. 07. 05) 모여라! 인터넷과 사랑의 힘으로

“촛불을 누구 돈으로 샀는지 보고하라.” 지난 5월31일, 청와대 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했다는 이 말의 속뜻은 간단하다. ‘나는 촛불집회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어.’ 온라인 글을 삭제하고 관련 누리꾼들을 수사하며 시청 앞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단체 간부들을 배후로 몰아 구속하는 따위의 대책도 같은 맥락이다. 최초 촛불집회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그들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다.

2년 전인 2006년 5월, 유럽 변방의 신생국 벨로루시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똑같은 일을 벌였다. 독재자인 그가 3선에 성공한 직후, 한 누리꾼(‘by_mob’)이 ‘플래시 몹’(잠깐 동안의 집단 행동을 보여주고 사라지는 행위)을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수도 민스크의 광장에 나와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자는 것이었다. 경찰은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민 몇 사람을 잡아갔다. 그러나 일은 더 커졌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이유로(!) 잡혀가는 시민들의 사진을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올렸다. 이때부터 무수히 많은 시민과 집단들이 다양한 형태의 플래시 몹을 광장에서 벌였다. 서로 보고 웃으며 그저 광장 주변을 걸어다니는 플래시 몹도 있었다. 이 일은 그해 가을까지 계속됐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지은이 클레이 서키는 “비밀 경찰은 무용지물이 됐다”며 루카셴코 같은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을 비꼰다. “개인의 삶을 틀어쥐고 있던 독점적 힘이나 사회를 장악하던 권력의 힘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대중은 이곳저곳에서 동시에 서로 연결되어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다.” 그는 사회학·경제학·경영학·언론학 등을 넘나들며 “완전히 새로운 대중과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탄생”한 배경을 분석한다. 그의 탐색을 이끄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거대하고 강력하며 지속적인 ‘행동’을 어떻게 평범한 시민들이 그리도 쉽게 조직할 수 있는가?

여기서 그는 조직 관리의 방식에 주목한다. 근대 자본주의 이후 지난 100년 어떤 일을 조직할 때 제기된 화두는 두 가지였다. ‘국가가 지휘하는 게 최선인가, 아니면 시장의 기업들이 맡는 게 최선인가.’ 그 답을 판가름 짓는 것은 조직 관리의 비용이었다. 사람을 모으고 하나의 방향으로 매진하게 하려면 여러 형태의 비용이 반드시 발생한다.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조직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 또는 기업이 관리하는) 조직 활동의 대안이라고 해 봐야 (조직) 활동을 안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디지털과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관리자의 지휘 없이, (경제적) 이익이라는 동기를 초월해 활동하는, 구조가 느슨한 그룹이 탄생하여 적은 비용으로도 대규모 조율이 가능해지면서 과거 어떤 조직도 손대지 못했던 진지하고 복잡한 작업을 해낼 수 있게 됐다.” 지은이는 조직의 구성 및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의 감소가 “혁명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한다. 휴대폰,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정보 공유, 협력, 집단행동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전통적 조직에서는 층층으로 쌓인 위계구조의 어느 층위까지만 정보를 전달한다. 그래야 조직을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과 인터넷에 기초한 새로운 조직은 오히려 ‘정보의 공유’를 통해 조직을 확장시킨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 더 거대하고 더 널리 흩어져 있는 공동 작업 그룹이 탄생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집단 행동이 가능”해졌다.

흥미롭게도 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공동체적 선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성을 끌어들인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식의 기술결정론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형성시킨 기존의 조직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에 주목한다. 그것은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사회적 자본’의 힘이다. 특별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픈 이웃을 대신해 그 집 개를 산책시키는 일 따위가 그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이다. “협력하는 습관이 더 강한 그룹의 개인은 그렇지 않은 개인에 비해 건강·행복·잠재수입 등에서 더 넉넉한 삶을 산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지은이가 명시적으로 지칭하진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또는 ‘코뮌’으로 번역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사회적 도구가 중요한 수단이 되긴 했지만, 이런 도구를 사용하는 ‘전혀 새로운 대중’이 탄생하게 된 것은, 바로 현대 자본주의가 놓치고 있는 인간의 어떤 본성과 관련이 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위키피디아’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누리꾼들의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수많은 대중의 검토를 거쳐 끊임없이 자기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위키피디아가 존재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위키피디아를 ‘배경 삼아’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클레어 서키가 말하는 사랑이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언젠가 나에 대한 배려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이기도 하다. 국가 또는 기업에서는 이런 배려와 기여가 불가능하다. 나의 이익을 포기하는 만큼 타자 또는 조직이 나를 배려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흔히 ‘공유지의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딜레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조직에서는 ‘이기주의의 딜레마’가 붕괴한다. “(인터넷과 같은 사회적 도구 덕분에) 서로를 충분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범위로 보나 지속성으로 보나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이룩해낼 수 있다. 사랑으로 큰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비판하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상호작용 방식의 변동을 디지털 혁명과 연관시켜 상세히 분석할 뿐이다. 그럼에도 어느 대목에 이르면 이 책의 메시지가 ‘디지털 코뮌’과 잇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혁명은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할 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사회가 새로운 행동을 채택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대중은 이미 새로운 행동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 2월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다. ‘여기 모든 이가 달려간다’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그들은 공안정국 따위에 밀려 ‘새로운 행동’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안수찬 기자)

08. 07. 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최초의 흑인 후보가 등장함으로써 올 미국 대선은 다른 때보다 '흥행'할 여지가 많지만 과연 오바마의 리더십이 '미국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노골적인 미국식 '로비 정치'와 '국가적 경매'로 비유되는 미 대선판 자체가 '희망'의 걸림돌이다(차라리 '경매 민주주의'란 말을 붙이고 싶어진다). 이를 짚어주고 있는 칼럼을 옮겨놓는다(http://h21.hani.co.kr/section-021165000/2008/07/021165000200807020717068.html).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어서다.

한겨레21(08. 07. 02) 미 대통령 선거는 경매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철인 요즘, 필자는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 쪽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꼴로 편지를 받고 있다. 나이만 동갑일 뿐 일면식도 없는 그가 미국식으로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하는 전자우편을 보내온 지 벌써 석 달째다. 하지만 필자는 한 번도 그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선거 진행 상황에 관한 간략한 소식 뒤에 이어지는 편지의 요점인즉, ‘오늘 중으로 25달러를 기부해달라’는 것이다. 필자 역시 다른 후보들에 비해 그에게 상대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시민도 아닐 뿐더러 적은 액수일망정 그의 선거운동 비용에 보태려고 기꺼이 주머니를 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우리 같은 외국인들까지 가세하지 않더라도 민주당과 오바마 진영에는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고 25달러 타령
오늘 오바마 선거운동 관리자인 데이비드 플러프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상대방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쪽이 지난 5월에만 무려 4500만달러(약 450억원)를 주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특수 이익집단들로부터 모금했다는 폭로성 비난이 실려 있다. 매케인보다 당 차원의 후보 지명이 몇 달이나 늦어진 오바마로서는 빨리 따라잡아야 하니, ‘이번달 중 새로운 개인 기부자 2만 명 확보’라는 목표 달성에 협조해달라는 부탁이 이어진다. “오늘의 25달러 기부가 당신의 영향력을 2배로 만들 것”이라면서, 자기들의 ‘운동’에 동참할 것을 믿고 “미리 감사를 전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오는 11월 본선까지는 150만 명의 개인 기부자들이 동참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바마는 미국의 정치 지형에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벌여온 선거운동이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각 지역의 자발적인 풀뿌리 운동을 광범위하게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선거비용도 대부분 전국의 소액기부자들로부터 모금한 것이다.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오바마의 선거자금 모금 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과연 오바마는 워싱턴의 악명 높은 ‘로비 정치’를 ‘풀뿌리 정치’로 바꾸는 데 성공할 것인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 그 대답은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오바마는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미국의 양당제 틀 속에서 나온 정치인이지, 기존 정치구조로부터 독립적인 ‘제3의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미국 정치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자본과 특수 이익단체, 기득권 집단들의 끈질기고도 효율적인 회유와 저항의 견고한 벽을 넘어야 한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그런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1968년과 같은 폭발적인 대중운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960년대 초반의 존 F. 케네디, 그리고 1990년대 빌 클린턴의 경험을 보라.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이라는 축복을 받으며 대통령직을 시작한 그들이었지만, 워싱턴 정치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부여해준 온건한 이미지 탓에 민주당의 타락이 은폐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했다.

금융자본이 오바마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회의적인 시각을 뒷받침해주는 기사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한 직후, <로이터통신>은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에서 민주당과 오바마 진영으로 선거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지금까지 발표한 경제·통상 정책이 매케인 쪽보다 자신들에게 불리함에도, 미국과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금융자본이 오바마를 ‘주요 투자처’로 간주해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유무역, 각종 규제, 법인세, 배당세 등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정책을 ‘수정’하고자 하는 그들의 목적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5월 말까지 오바마 쪽이 월가로부터 받은 선거자금은 모두 790만달러(약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 쪽보다 거의 2배가 많은 액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대기업들은 후보 개인에게 기부하는 것 말고도 양당의 전당대회 행사비용을 충당해주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AT&T, 엑셀에너지 등 대기업들이 오는 8월과 9월에 치러질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 비용 1억1200만달러(약 1120억원)의 80%를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록히드마틴 같은 방위산업체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업체들로부터도 지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정치자금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임정치센터(www.opensecrets.org)에 따르면, 지난해에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기로 선언한 이후 오바마는 지난 5월 말까지 총 2억6500만달러(약 2700억원)를 거둬들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2억1400만달러(약 2150억원), 그리고 매케인은 9600만달러(약 970억원)를 선거자금으로 모금했다. 이미 중도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제쳐두고라도 3명이 모금한 액수만 벌써 5억7500만달러(약 5800억원)가 넘었다. 이게 미다스의 손이 아니고 무엇인가? 누가 최종 승자인가를 가리는 대통령 선거 날짜가 11월에 있으니,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양당 후보가 각각 5천억원씩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명이 합쳐 1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액수다.

이처럼 엄청난 돈을 들이며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일러 혹자는 ‘국가적 경매’(national auction)라고 조롱한다. 지금 공화당 후보로 나서고 있는 매케인 상원의원도 공화당의 ‘이단아’ 노릇을 하며 개혁 성향을 보일 때는 미국의 선거자금 모금 체계를 가리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응찰자에게 국가를 팔아넘김으로써 공직을 유지하려는 양당 공모하의 정교한 직권남용 체제”라고 비난한 바 있다.



업자들에 사로잡힌 정치인들
19세기 후반 미국의 경제력이 한창 번성하고 제국주의 정책을 감행할 때 작가 마크 트웨인은, 겉은 번쩍거리나 속은 부패한 당대 미국 사회를 ‘도금시대’(The Gilded Age)라고 풍자했다. 1970년대 중반 이래 미국 정치는 돈잔치로 전락해 ‘제2의 도금시대’가 도래했다. 대통령과 의회는 거대기업과 이익단체의 매수 대상 일순위에 올랐다. 정부와 의회는 물론, 심지어 사법부까지 그들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정치는, 그리고 아메리카제국은 거대기업과 군수산업체, 에너지업계에서부터 광우병 발생의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고 쇠고기 수출을 감행하는 축산업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방면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매개로 정치인들을 포섭하는 ‘업자들’에 사로잡혀 있다. 그 사이에 미국의 ‘국익’도, 전 국민을 위한 의료보험도, 공립학교의 재정도 질식돼가고 있는 것이다.(김창진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

08. 07. 05.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김상호 2008-07-14 21:36   좋아요 0 | URL
퍼오신 글은 흥미롭긴 하지만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이 있어요. 원래 민주당 자체가 월가의 이해를 대변해오지 않았나..하는거죠. 그니깐 노골적인 석유와 무기 깡패냐 아니면 금융깡패냐..이런 차이인거 같아요. 캘리니코스가 제3의 길을 까는 걸 보면(얼마전에 인간사랑에서 캘리니코스의 책을 보내줬는데..역시 초 보수주의자인 저에게는 좀 당황스러운 내용이 많더군요, 흠...) 복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의 노예로 만드는 클린턴과 블레어의 입장을 비판하더군요. 그런 면에서는 월 스트리트가 오바마를 지지하는게 하등 놀라울게 없다는 거죠.

로쟈 2008-07-19 11:01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공화당은 월가와 반목해왔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당선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한국 사회의 인문사회학적 대안을 찾아서'란 부제를 가진 <현대사회학과 한국 사회학의 위기>(길, 2008)에 대한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6457). '중도우파'를 자임하는 저자 민문홍 교수는 뒤르켐(뒤르케임) 전공자로 예전에 <사회학과 도덕과학>(민영사, 1994) 같은 책을 낸 적이 있다. 뒤르켐 전공자가 많지 않았던 때라 눈길이 갔던 책이다(내가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은 <연대와 열광>(창비, 1998)의 저자 김종엽 교수 정도다. 중도좌파쯤 될까. 두 사람의 뒤르켐 표기가 각각이다. 게다가 보통의 사회학 책에서는 '뒤르켕' 혹은 '뒤르껭'이라고까지 표기하는 탓에 어지럽다). 돌이켜보니 꽤 오래전 일이다. 서평은 저자가 진단하는 한국 사회학의 '위기'와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교수신문(08. 06. 30) 서구이론에 기댄 과장된 기술 … 저자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를

이 책은 프랑스의 현대 사회학자 부동, 고전 사회학자 토크빌과 뒤르케임의 학문적 세계를 소개하고 한국의 사회학 연구 동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저자는 프랑스의 중도 우파 사회학을 소개함으로써 지나치게 진보 일색으로 좌편향된 국내 학계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즉, 아직도 한국 사회과학자의 발목을 잡는 최대의 걸림돌인 이데올로기 문제를 보수파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진보 논객들에게 고차원의 이념 논쟁을 제기하고 있다.

저자는 부동의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입각해 역사적 관성이나 구조가 개인의 행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의지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행위가 구조를 창출한다는 시각에서 고전 사회학을 재음미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 민주화 운동권이 표방하는 사상적 입장도 비판하고 있다. 반면에 유교자본주의론이나 아시아적 가치론, 기독교적 가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구 사상사에 등장하는 각종 이데올로기 개념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국내 학계에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한국의 지적 풍토를 비판하며 제기한 폭발성 쟁점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민주화 운동권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이 반독재 투쟁이라는 정당성을 주장하며 무비판적으로 서구의 각종 신좌파 이론을 받아들여 사회 혼란을 조장하고 있으며 특히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하버마스가 지배적 권위를 행사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지적 현실에 대한 이러한 진단은 물론 과장된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하버마스의 이론을 가장 부지런하게 국내에 소개한 연구자 집단이 계급투쟁을 선도하거나 주체사상을 전파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중간계급을 주체로 한 건전한 시민운동의 육성과 제도적 민주주의 확립을 중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간과하고 있다.

저자가 우려하는 사상적 혼란은 1980년대 후반의 한국 대학가를 휩쓸었던 사회구성체 논쟁, 국가론 논쟁, 엔엘(NL)과 피디(PD)로 알려진 변혁운동 노선 논쟁 등을 말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식인 사이에 운동 노선을 둘러 싼 논쟁이 있었다는 것과 실제로 민중이 지식인들의 담론을 신봉했느냐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저자가 우려하는 프랑스 좌파 국가론의 영향은 거칠게 말해 남한이 식민지인가, 아니면 제한된 자율성을 가진 국가인가를 둘러 싼 논쟁이었으며 여기에는 풀란차스, 알튀세르의 국가론 연구자들이 실제로 한 몫 했다.

신좌파이론 수용, 역사적 맥락에서 봐야
물론 저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사회적, 역사적, 사상사적 맥락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최신 사상을 무작정 도입하는 통폐가 신좌파 이론의 수용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지적 자유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항거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점이 오히려 사회과학적으로는 중요한 사실이다. 기존의 주류 사회학 이론이 격동하는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보수파 학자들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유린하는 군사정권의 횡포를 방관하고 있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대안적 사회이론 체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간과하고 있다. 즉, 여기에는 한국 진보운동권의 사상투쟁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계급운동과 민족운동이 동시에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한계상황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다.

저자는 계몽적 차원에서 현대 프랑스 좌파 이론의 배경과 내용을 앙리 르페브르, 피에르 부르디외, 알렝 투렌의 학문 세계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이 내용은 한국의 지적 균형을 바로잡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면에 논리적 단절을 무릅쓰고 프랑스의 지적 논쟁과 한국 학계의 생경한 논의 구조에 대한 비판을 병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1968년에 선진 자본주의 사회를 휩쓴 청년의 반란과 지성사적 맥락을 연결시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현재 한국에서 기존 보수와 진보를 동시에 무력화시키고 있는 평범한 청소년과 시민의 촛불 집회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외래 이론의 현실 적합성을 지식사회학적으로 고찰해야 된다는 기준은 저자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유교적 가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관심의 고조를 한국의 지적 정상화의 지표로 파악하는 저자의 시각은 치열한 논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치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는 일본과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제적 성공과 무관치 않으며 특히 일본 보수파의 캠페인과 결합돼 있다는 정치적 현실을 놓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평가에서도 동일한 사고 구조가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저자의 시각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자의 관심을 촉구하는 긍정적 효과도 가지고 있다. 또한 여기에서는 연구자와 연구 대상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이 역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중도 우파의 사회과학적 문제제기 신선
총체적으로 보아 이 책의 가치는 생소한 프랑스의 사회학 이론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저자가 프랑스의 68년 5월 혁명에 비추어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려 시도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지식인 사회에서 사회학과 사회운동의 관계라는 고전적 논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저자가 중도 우파의 사회과학자라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명백하게 천명하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도 독자에게 신선한 지적 충격을 주고 있다. 보수 논객의 내실화는 진보파에게도 경각심을 줄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지적 풍토를 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이종구/ 성공회대·사회학)

08. 07. 05.

P.S.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저자가 제시하는 중도우파 사회학의 계보는 에밀 뒤르켐에서 레이몽 부동으로 이어지는 계보다. 부동은 '방법론적 개인주의'로 잘 알려진 사회학자이며, 국내에 제일 처음 소개된 책은 <무질서의 사회학적 위치>(교보문고, 1990)이다. 그리고 이후에 소개된 책이 <지식인은 왜 자유주의를 싫어하는가>(기파랑, 2007)이다. 피에르 부르디외, 알랭 투렌 등의 좌파 사회학자들과 분할하고 있는 사회학의 이론적 지형은 피에르 앙사르의 <현대 프랑스 사회학>(문학과지성사, 1992)에 소개돼 있다. 서지사항만을 확인해둔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이에자이트 2008-07-07 23:55   좋아요 0 | URL
뒤르켐의 출생지가 알사스의 독어 불어 공용지역이었어요.랍비인 아버지는 독어로 아들을 불러서 뒤르카임이나 뒤르켐이 맞답니다.하지만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에콜 노르말 출신이네요.저는 고교 사회교과서에서 기계적 연대 유기적 연대 외우면서 처음 접한 인물.


그런데 뒤르켐은 마르크스나 베버와는 달리 사회사상사에도 잘 안 나오고 사회학사나 사회학이론서에만 나오는 게 특이해요.아마 그 자신이 대학에서 분과학문으로서 사회학을 정착시키려 했기때문에 넓은 의미의 지성사적인 의미에서 사회사상가로 취급되진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토크빌은 제가 좋아하는 인물이예요.<구체제와 프랑스 혁명>을 읽었습니다.프랑스 혁명사의 고전이지요.을유문고의 토크빌 평전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로쟈 2008-07-08 00:21   좋아요 0 | URL
학부 2학년때 사회학강의를 들으면서 친숙해진 이름이고요, 저는 기든스의 <뒤르켐>을 읽었던 거 같습니다. 제 분야에서는 소쉬르하고 뒤르켐이 주로 같이 언급이 됩니다. 코저의 <사회사상사>도 뒤르켐을 포함하고는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김종엽 교수의 <자살론> 해설을 읽으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토크빌은 아직 손을 못대고 있는 인물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08 00:41   좋아요 0 | URL
그 무렵 인물들은 다들 1848년에 대한 반응들이 볼만한데 토크빌,마르크스,엥겔스,게르첸을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로쟈 2008-07-08 01:00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