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읽을 만한 책'은 7월치와는 달리 앞당겨서 골라놓는다. 따로 부지런을 피는 이유는 8월의 총력 정진을 위해서('8월의 빛'이 아니라 '8월의 빚'이다!) 자질구레한 일을 하나라도 덜자는 생각에서이고, 한편으로 원고를 쓰다가 막힐 때는 기분전환용 거리도 되기 때문이다. 방바닥이라도 닦는 기분으로 몇 자 적는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목록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웹진을 참조(http://www.kpec.or.kr/index.asp).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고른 문학분야의 책은 고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 2008)이다. "제목은 박경리가 타계하기 바로 전에 발표했던 '옛날의 그 집'의 마지막 시행이다. 유언인 셈이다. 이 시집엔 39편의 시편이 모여 있다. 거의가 미발표 신작시로 이루어져 있으니 흔한 말로 국민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작 <토지>를 쓴 작가의 마지막 육성이 시어로 탄생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에두르지 않고 생을 뚫고 지나가는 보편적인 언어들이 그러나 섬광 같이 오롯이 모여 있다." 굳이 유고시집만 읽을 건 무엔가. 내친 김에 몇 권 더 읽어도 좋겠다. 물론 <토지>를 포함하면 몇 십권이 될 수도 있겠지만.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씨가 꼽은 역사분야의 책은 이민희의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글항아리, 2008)이다. 이미 지난달에 곁다리로 집어넣은 책이기도 한데, "13가지의 테마로 살펴보는 ‘책으로 보는 조선사’"라고 할 수 있고, "필자가 고전 문학을 전공한 학자라는 점에서 재미를 따라 읽다보면 전문적 지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추천의 변이다. 글항아리는 이 분야의 책을 부쩍 많이 내고 있는 출판사인데, 이수광의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글항아리, 2008) 같은 경우도 여름을 식히기에 좋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조선' 얘기가 나온 김에 이이화 선생의 <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김영사, 2008)나 박천홍의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현실문화연구, 2008) 등에도 눈길을 줌 직하다. 한국사 분야의 트렌드는 '18세기'에서 조선사 전반으로 확장되어 가는 듯하다.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표정훈/강영안의 대담집 <철학이란 무엇입니까>(효형출판, 2008)이다. 부제가 '표정훈, 스승 강영안에게 다시 묻다'인데, 말 그대로, 출판평론가 표정훈이 대학시절 철학강의를 들었던 강영안 교수를 찾아가 '철학이란 무엇입니까'를 다시 묻고 답을 얻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도 진작에 사들고 2/3쯤 읽은 책이다. 이번에 안 것이지만, 대략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한 걸로만 생각한 표정훈씨가 사실은 서강대 철학과를 다녔다. 그것도 아주 열심으로! 그런 그의 철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철학을 공부한 강영안 교수의 '철학 공부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상환 교수는 "이 책은 강영안의 철학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열정적인 인생 속에 반짝이는 책과 사상과 개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영안은 철학이 학문적 논증인 동시에 삶의 방식일 수 있음을 믿었던 저자이고, 요즘은 보기 드문 그 아름다운 일치의 이상 속에서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철학자이다."라고 평해놓았다.

 

 

 

 

내친 김에 강영안 교수의 책도 몇 권 읽어볼 수 있겠다. <철학이란 무엇입니까>에서 칸트와 레비나스에 한 장씩 할애된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철학자는 그 두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레비나스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강교수의 책들도 읽게 됐는데, 요즘 서가에 꽂아놓은 건 <인간의 얼굴을 가진 지식: 인문학의 철학을 위하여>(소나무, 2002)이다. 흠, 갑자기 레비나스의 책들에 마음이 쓰이는군(모두 다른 곳에 옮겨놓았건만!). 가장 최근에 나온 <엠마누엘 레비나스와의 대담 1992-1994>(동문선, 2008)라도 챙겨두어야겠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손호철 교수가 고른 건 서경석의 <공간으로 본 민주주의>(아지북스, 2008)이다. 책의 품새를 보고 초등학생용 교재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활용범위가 넓은 모양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는 정치가와 학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도 광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사이버 공간과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에 적절한 책이 바로 서경석의 <공간으로 본 민주주의>이다."라고 돼 있고, 한 걸음 더 나가서 "한마디로, 촛불시위를 바라보며 시민들이 반드시 한번 씩 읽어보아야 할 21세기용 민주주의 교과서"라고까지 평해놓고 있다. 실물을 확인해봐야겠다.

그렇게 남녀노소가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김성희의 <공자, 제자들에게 정치를 묻다>(프로네시스, 2008)도 후보가 될 만하다. '우리 시대에 다시 듣는 공자의 정치철학'이 책의 모토이다. 그리고 교인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은 짐 윌리스의 <하나님의 정치>(청림출판, 2008).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비전'이 부제인데, 지난 2004년에 출간되어 미국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한다. 기독교 복음주의가 미국보다도 강한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추천사는 이렇다.

"한국에서도 이 책이 많이 읽히길 바란다. 미국 사회보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하나님의 정치’의 울림이 더욱 요구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으스름 저녁마다 여기저기서 빛을 발하는 교회의 네온사인 십자가들이 하나님과의 사적 만남의 증거가 아니라 공적인 만남, 다시 말해 이웃 사랑의 증거가 되도록 ‘바람을 바꾸는’ 데 기여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다 간단한 추천사로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종교 리더들이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투 지침서"(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란 것도 있다. 제목만으로는 관심을 끌지 않는데, 추천사들은 눈길을 잡아끄는 책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관심도서를 한권 보태자면 김진석 교수의 <기우뚱한 균형>(개마고원, 2008). '동요하는 우파와 좌파에게 권하는 우충좌돌 정치철학'이란 부제 말고는 목차도 떠 있지 않아서 감을 잡을 수 없는 책이지만, '기본'은 하는 저자인지라 꼽아본다. '우충좌돌 정치철학'의 내용도 궁금하고(*한겨레의 서평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02026.html 참조).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추천한 경제분야의 책은 원용찬 교수 편저의 <센코노믹스>(갈라파고스, 2008). 센코노믹스? 설명이 좀 필요한데, 닉스노믹스, 레이거노믹스, DJ노믹스, MB노믹스처럼 합성어이긴 하지만 특이하게도 정치인 대신에 경제학자의 이름을 앞에 붙인 것이라 한다. 1998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Amartya Sen)이 그 경제학자다. 즉, ‘센이 이룩한 경제학’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센이 노벨상을 수상하기 직전부터 직후까지 싱가포르, 뉴욕, 뉴델리, 동경, 캘커타 등에서 행한 연설을 번역한 후, 책의 앞부분과 뒤 부분에 옮긴이 해제 ‘아마티나 센을 말하다’와 옮긴이의 말 ‘센코노믹스, 너무나 인간적인 통섭의 경제학’을 덧붙인 것이다."

아마티아 센의 책으론 노벨상 수상 이후에 <불평등의 재검토>, <윤리학과 경제학> 등이 한꺼번에 나왔던 기억이 있다(나도 그 두 권을 구매했었다. <자유로서의 발전>이란 책도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됐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의 저자이면서 동시에 <도덕감정론>의 저자라는 걸 센은 강조한다. 짐작에 센코노믹스의 바탕이 아닐까 한다. 지난 봄에는 센의 조국인 인도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서 <아마티아 센, 살아있는 인도>(청림출판, 2008)가 출간되기도 했다.

센의 저작 목록을 보니 북한의 식량난을 다룬 책도 공저로 눈에 띈다. 바로 소개되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김종길의 <사이버트렌드 2.0>(집문당, 2008)이다. "정보화 단계의 제2기에 해당하는 '고도 정보사회(high information society)'의 동인, 성격, 전개과정 및 파장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탐지함으로써 기술사회의 미래를 진단하고, '융합학문'으로서의 사이버사회학의 가능성을 주지시키자는 의도 하에 기획된 완숙한 역작이다."이라는 게 추천의 변. 같은 저자의 <디지털 한국사회의 이해>(집문당, 2006)의 후속작으로도 보인다.

사이버사회학의 윤곽이 어떻게 그려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스티브 존스의 <사이버사회 2.0>(커뮤니케이션북스, 2002) 같은 책이 조감도를 잡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그리고 물론 닉 다이어-위데포드의 <사이버-맑스>(이후, 2003) 같은 책도 필수도서로 챙겨두어야겠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고른 책은 전용훈의 <천문대 가는 길>(이음, 2008)이다. "천문학과 인문학의 살아 있는 현장을 동시에 읽으며 즐기는 여행 산문집"인데, "천문학을 전공한 전통과학자인 저자의 천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쉬운 글로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천문대 주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독자들의 천문대 가는 여정에 가까운 친구가 될 듯하다"고. 특이한 건 얼마전에 <슬픔이 없는 십오초>(문학과지성사, 2008)란 첫시집을 낸 심보선 시인이 사진을 담당한 점. 천문대 가는 길은 슬픔이 없는 길이기도 한가 보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론 조상호의 <별을 보는 사람들>(살림, 2007), <성도>(사이언스북스, 2008)가 있다. <성도>는 "국내를 대표하는 천체 사진가가 1년여의 천체 사진 촬영과 5년여의 성도 작업 끝에 완성한 천체 사진집이자 밤하늘 사진 지도"로서 "북반구의 전 밤하늘을 66개 영역으로 나눈 다음 계절별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별과 별자리, 성운, 성단, 은하를 사진 속에 담"은 책이다. 천문대에 못 가는 사람들도 펴놓고 볼 만한 책이겠다.

 

 

 

 

8. 예술

예술분야의 책으로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책은 진 아데어의 <히치콕>(나무이야기, 2008)이다. 그간에 히치콕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 것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분량의 새로운 책이 더 필요한가 싶기도 한데, "이 책은 히치콕의 영화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온 종래의 히치콕 서적과는 달리, 마치 그의 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히치콕의 삶과 영화작업을 잘 엮어놓은 재미있는 책"이라는 게 강점이라고. 히치콕 관련서들은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어서,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 몇 권의 이미지만 덧붙여놓는다.

그리고 바라건대, '기본서'라고 할 수 있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도 재출간되었으면 한다(나는 도둑맞은 책이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서는 계절에 걸맞게 '여행서'다. '도보여행전문가' 김남희씨의 <유럽의 걷고 싶은 길>(미래인, 2008).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시리즈의 저자인데, 이번에는 그래도 제목이 요란하지 않고 얌전하다. 낯선 곳을 땡볕에서 몇 시간씩 걸어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을 독자라면 유익하게 읽어볼 수 있겠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잉글랜드. 충분히 글만 써도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의 필력과 생기발랄한 한국 여성의 거침없음이 책읽기, 아니 걷고 싶은 길 걷기의 동반자가 되어준다"고 한다.

 

 

 

 

'걸어다닌' 책들이 또 뭐가 있을까 잠시 둘러보다가 세 권을 더 고른다. 큐레이터 이채영의 <뉴욕 걷기>(북노마드, 2007), 그리고 소설가 김인숙의 '북경 이야기' <제국의 뒷길을 걷다>(문학동네, 2008), 끝으로 방송작가 김소영의 <오! 자밀라>(부즈펌, 2008). 마지막 책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여행하며 겪은 파란만장한 경험과 그곳에서 만난 잊지 못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이다. 맘대로 읽을 수 있다면, 역순으로 읽어보고 싶다. 아니 걸어보고 싶다!  

사실 '자밀라'란 이름은 지난달에 세상을 떠난 러시아작가 친기스 아이트마토프(1928-2008)의 소설  <자밀라> 덕분에 친숙하다. 아이트마토프가 키르키스스탄 출신이었다. 국내에는 대표작 <백년보다 긴 하루>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10. 러시아

전기/평전에 대해서는 '7월의 읽을 만한 책'에서 얼마전에(!) 다루었기 때문에 이번달은 아이트마토프 얘기도 나온 김에 그냥 러시아 관련서들을 골라놓는다. 시대순으로 하자면, 이사야 벌린의 <러시아 사상가>(생각의나무, 2008), 리처드 스타이츠의 <러시아의 민중문화>(한울, 2008), 이문영의 <현대 러시아 사회와 대중문화>(한울, 2008), 그리고 유철종 등의 <두 개의 권력, 러시아의 미래>(플래닛미디어, 2008) 순이다. 19세기 제정 러시아에서부터, 20세기 소비에트 러시아, 그리고 현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까지의 변화상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사상과 문화에서 경제와 현실정치까지 두루두루. 강의 준비를 위해서 나도 방학때 읽어둬야겠다...

08. 07. 29.

P.S. 8월의 고전은 유교의 사서 가운데 하나인 <대학>이다. 얇은 책으로 흔히 <중용>과 같이 묶여 있지만, 주자의 권고 이후에 전통적으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순으로 읽어왔다고 한다. 길잡이가 되는 책은 김기현의 <대학: 진보의 동아시아적 의미>(사계절, 2002)이다. 대학의 '컨텍스트'에 대해서 조감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번역본으로는 김미영 역의 <대학>(홍익출판사)이 권할 만하다. 김기현에 따르면, "정확한 한국어로 번역한 역작"으로 "특히 한글세대에게 권장할 만한 번역"이다. 저렴한 문고본 보급판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김학주 교수의 <대학>(서울대출판부, 2006). 이 '개정판'은 구판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의 번역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대학>의 첫 구절을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힘에 있으며"에서 "위대한 사람이 되려는 학문의 이상은 자신의 올바르고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으며"라고 옮기는 식이다. 금장태 교수의 <도와 덕>(이끌리오, 2004)은 보다 전문적인 책이다. 다산과 일본의 유학자 오규 소라이의 <대학>, <중용> 해석을 비교하고 있다.


 

 

 

물론 그밖에도 <대학>에 대한 주해나 강설은 다수 출간돼 있다. 여력이 되는 만큼 참조해볼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대학>은 말 그대로 대학 1학년 때 읽은 적이 있는데, 이제 다시 '초년생'의 기분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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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7-3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진석 선생의 글들이 오랜만에 묶여 나왔군요. 로쟈님 덕분에 또 잘 갈무리해갑니다.

로쟈 2008-07-30 11:53   좋아요 0 | URL
그냥 출간소식들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규 소라이의 해석과 비교한 책이 있었군요.대출해 봐야겠네요.그런데 김학주 선생은 연세가 많지 않은가요?

로쟈 2008-07-30 17:59   좋아요 0 | URL
김학주 선생의 개정판은 정년퇴임 이후에 내신 겁니다...

드팀전 2008-07-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김진석 교수의 책이 반갑군요. 예전에 <사회비평>필자로 계실때부터 -지금은 <황해문화>에 계신듯 한데- 하여간 그 때 그분의 글들이 좋았습니다. <당대비평>과 <사회비평>의 일상적 파시즘 논쟁 즈음이었지요. 제가 당시 조금 더 <사회비평>쪽 필자들을 더 좋아했던 듯 합니다.진보적 대중이 열광하는 박노자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도 제게는 김진석 교수의 글이었습니다.그런데 천박한 진보가 저를 웃길때는 '박노자','홍세화','진중권'(다들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같은 스타진보학자들에 대해 '성찰적 비판'을 하면 '비진보' 내지는 '반진보'라고 의구심을 품는다는 겁니다. 제가 언젠가 회사에서 '박노자'에 대해 맘먹고 씹었다가 ...케케...무슨 꼴통 근대화론자 내지 반개인주의자 취급을 당했다는...(나같은 딴따라 자유주의자가..ㅋㅋ)

로쟈 2008-07-30 18:01   좋아요 0 | URL
오늘 보니까 목차가 떠있네요. <폭력과도 싸우고 근본주의와도 싸우기>(2003) 이후에 쓴 글이 묶인 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명문당의 4서3경 시리즈가 있는데 김학주<대학,중용>이 있어서요.이게 구판인가 봐요.1970년대 거라서 오래 됐죠.

로쟈 2008-07-30 21:59   좋아요 0 | URL
김기현 교수 평으로는 김학주판(서울대출판부, 1995)이 주자의 <대학장구>가 아니라 <고본대학>을 대본으로 취한 점이 이채롭다고 돼 있네요. 이 두 종의 판본 모두에 불만을 갖고 있는 학자들도 많다고 하고요...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트마토프가 저 세상에 갔군요.<백년보다 긴 하루>는 열린책들 번역본이고 <하얀배>는 어린이용으로 된 겁니다.저는 어린이용도 사서 읽습니다.

로쟈 2008-07-30 22:00   좋아요 0 | URL
<하얀배>는 그 자체가 동화적인 작품이어서요...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 작품이 좀 이국적이랄까...묘한 분위기가 있죠.제가 중앙아시아 쪽에 관심이 많아요.성격도 이 쪽을 닮은 것 같구요.활달하고 낯을 잘 안 가리고...돌궐,여진,거란 쪽 기질이랄까요.말이나 염소 좋아하는 것도 그렇구요.

로쟈 2008-07-31 15:40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시군요. 저는 그런 면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권력과 가깝기도 했고...

털세곰 2008-08-02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트마또프가 죽었군요... 2005-06년 당시 키르기즈스탄 주프랑스대사로, "문화"의 나라에 자국을 대표해 가 있더군요. 그리고 이문영 선생님의 신작은 로쟈님께 알았습니다. 당장 다음학기 수업에 유용할 듯 싶은 아주 기쁜 예감^^

로쟈 2008-08-02 18:03   좋아요 0 | URL
논문모음집이기 때문에 이미 읽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더글라스 알렌의 <엘리아데의 신화와 종교>(이학사, 2008)란 책이 출간됐다. 엘리아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직접 교분을 쌓은 저자가 엘리아데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해놓은 듯한 인상을 주는 책이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지만 종교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손에 들어봄 직한 책이다(역자도 미덥다). 이학사의 '신화 종교 상징 총서'의 12번째 책인데, 바로 이전 11번째로 나온 책은 이반 스트렌스키의 <20세기 신화이론>(이학사, 2008)으로 카시러, 말리노프스키, 엘리아데, 레비스트로스, 신화이론의 4인방을 비판하는 좀 '까칠한' 책이다. 한편으론 비판적인 시각으로 엘리아데를 다룬 책이 드물기 때문에 같이 읽는 것이 유익할 수 있겠다(그다지 잘 읽히는 번역서는 아니다). 겸사겸사 엘리아데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오래전에 나온 저작들과 소설들은 이미지가 뜨지 않아서 빠졌다). 개괄적인 건 '엘리아데, 어떻게 볼 것인가'(http://blog.aladin.co.kr/mramor/907215)란 기사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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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7-29 22:48   좋아요 0 | URL
문학평론가 이동하 씨가 젊을 때 번역한 엘리아데의 <성과 속>이 있죠.유명하고 얇아서 구입했는데 부록에 나온 역자의 논문만 읽고 본문은 안 읽고 말았습니다.사놓은지 10년은 된 것 같은데...소설 <만툴리사 거리>가 번역되어 있다는데 절판된 것 같습니다.

로쟈 2008-07-29 22:59   좋아요 0 | URL
이동하 번역의 <성과 속>은 재출간돼 있습니다. 알라딘에는 안 떠서 그런데요. 그리고 엘리아데의 소설은 <벵갈의 밤>을 비롯해서 몇 권 더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29 23:09   좋아요 0 | URL
엘리아데가 인도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하더니 <벵갈의 밤>도 인도 냄새가 나는군요.궁금하네요.

로쟈 2008-07-29 23:22   좋아요 0 | URL
<요가>란 책도 썼죠, 아마. 인도에서 몇 년간 수행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29 23:32   좋아요 0 | URL
오...그런 책도...

로쟈 2008-07-30 01:13   좋아요 0 | URL
정위교 역, <요가>(고려원, 1988)란 책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28   좋아요 0 | URL
s라인 만들기...그런 요가 책은 물론 아니겠죠?

로쟈 2008-07-30 18:02   좋아요 0 | URL
ㅎㅎ
 

얼핏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구호 같지만 거꾸로 MB의 구호다. 아침에 읽은 기사 중에 이명박 리더십을 염려하는 칼럼들이 눈에 띄어서 옮겨놓는다(오히려 화두는 'MB 트라우마'다).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란 구호는 실패와 그 가능성에 대해서 자각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것을 부정/부인하려는 제스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데 비교적 온건한 아래 칼럼들에서도 기본 정조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란 '자신감'에서 처칠과 오바마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파국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불운하지만 대한민국의 현시국인 듯싶다.

한국일보 [임철순 칼럼/7월 25일] 이 대통령의 첫 휴가

이명박 대통령의 휴가는 참 옹색하다.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간 쉰다는데, 행선지는 군대 내의 휴양시설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갈 수 없고 금강산도 갈 수 없고, 휴가를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취소하려다가 참모들의 건의에 따라 휴가를 하되 통상 1주일인 기간을 5일로 줄였다니 옹색하기 그지없다. 그런 이 대통령이 휴가에 앞서 청와대 직원 300여 명에게 선물한 책이 눈길을 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외손녀 실리아 샌디스가 쓴 <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이다. 이 대통령은 원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 등 리더십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진 분이다.

처칠평전 일독을 권한 대통령
책의 원제는 <We shall not fail>이며, 부제가 ‘the inspiring leadership of Winston Churchill’이라고 돼 있다. 이 제목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40년 6월에 행한 하원연설에서 따온 것으로, 그야말로 힘이 있고 국민에게 용기를 심어준 웅변이었다. 제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어는 ‘inspiring’이다. ‘고무하는, 분발케 하는, 감격시키는’이라는 단어가 리더십이라는 말과 어울림으로써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다짐에 힘을 넣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실수 실착으로 낭패를 본 이 대통령은 무엇으로 힘을 스스로 회복하고 국민을 고무ㆍ분발ㆍ감격케 할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언어적 감성이나 재치 논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만 못하고, 연설의 힘이나 카리스마에서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라잡기 어렵다. 목소리, 특히 말끝이 퍼지지 않아 알아 듣기 힘든 경우가 있고 전달력이 약하다. 말은 못하는 편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잘한다고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여러 곳에 남긴 방명록의 휘호는 어법이 안 맞거나 맞춤법 띄어쓰기가 틀려 웃음을 사고 있다.

그러니 개인의 노력과 시스템의 도움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고무ㆍ분발ㆍ감격케 하는 리더십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적으로 연출돼야 한다. 그것은 조작과 다르다. 방명록의 휘호도 혼자 알아서 하면 안 된다. 왜 각종 연설문은 미리 작성해 여러 사람이 검토하면서 방명록은 대통령 혼자 쓰게 하는지, 그래서 맞춤법과 어법이 틀리게 내버려 두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국민과 부하가 매력에 반하게 하는 것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부하는 반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처칠의 경우 불독처럼 생긴 얼굴에 굵은 시가를 입에 문 모습이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었고, 연설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총리가 된 뒤 첫 의회연설에서 처칠은 저 유명한 ‘피와 수고와 땀과 눈물’의 연설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유있게 승리의 V자 사인을 하거나 실크 해트를 지팡이에 걸고 뱅뱅 돌려 청중에 답례하던 개구쟁이 같은 표정도 귀여웠다. 처음 의원선거를 치를 때 만날 늦게 일어나는 게으름뱅이라고 상대가 비난하자 “나처럼 아내가 예뻐 봐. 일찍 일어날 수 있나”하고 응수했던 처칠은 유머감각도 뛰어났다. 이 대통령은 과연 매력적인가, 재치가 있나, 유머가 있나, 멋진가, 귀여운가. 그리고 이 대통령을 보면 즐겁고 안심을 하게 되는가 이런 것을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을 고무하는 리더십 절실
1주일 전,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90회 생일을 맞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만델라를 표지인물로 싣고 그의 리더십 8가지 교훈을 소개했다. 맨 처음이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inspiring이 나온다. 각국 지도자들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세심한 연출을 하는지, 국민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살펴야 한다. 모처럼의 휴가에 이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국일보 [이유식 칼럼/7월 29일] MB 정권의 트라우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위원의 매력과 마법에 유럽이 흠뻑 빠지고, 독일 프랑스 영국 정상들이 앞 다퉈 그를 영접하는 데 열을 올렸다는 뉴스가 지난 주 외신의 머리를 장식했다. 특히 독일 베를린 중심부 공원의 승전탑 앞에서 가진 행사에는 20만명의 인파가 운집해, 40여년 전의 존 F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그의 면모와 연설에 열광했다. 하이라이트는 ‘미국 시민이자 세계 시민’ 자격으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가 국가ㆍ인종ㆍ종교 등의 장벽을 뛰어넘는 화합과 테러ㆍ기후변화ㆍ빈곤 등의 지구적 도전에 맞서는 용기를 강조하며, 바로 지금이 지구시민 모두가 책임감을 발휘할 때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메시지 실패로 정국 반전 못해

아직은 대통령 후보일 뿐인 오바마의 순방에 대해 유럽이 록 콘서트 같은 축제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염증과 새로운 세계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함께 빚어낸 결과일 게다. 오바마는 이 점을 정확히 짚었고, 유럽인들이 그리는 지도자상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창출해냈다. 비판론자들은 그의 분명하지 않은 정책과 저급한 포퓰리즘으로 한 판의 정치쇼를 벌였다고 공격하나, 세계를 향해 던진 화합ㆍ희생ㆍ용기ㆍ책임의 메시지는 이미 ‘케네디 향수’를 뛰어넘고 있다.

오바마가 세기적 도전에 대한 지구적 차원의 공동 대응을 강조하며 영국에서 유럽방문 일정을 끝냈을 즈음에,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윈스턴 처칠 전 영국총리의 리더십을 다시 떠올렸을 듯 싶다. 휴가 직전 청와대 직원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의 연설로 유명한 처칠의 일대기를 그린 책을 선물하며, “다들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실수는 해도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고 해서다. 이런 각오를 다지는 듯, 최근 대통령의 말수가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해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각종 개혁과제를 차질 없이 이뤄내겠다는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하지만 메시지의 힘과 효과에서 이 대통령은 실수가 아니라 실패하고 있다. 머리의 메시지와 입의 메시지가 다르고, 혼란스런 메시지를 실천할 손과 발마저 따로 놀기 때문이다. 결과는 ‘쇠고기 트라우마(trauma)’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공직사회의 무기력과 눈치보기이고, 당정 사이에 일상화한 정책의 혼선과 갈등이다. 관료들은 국민보다 괴담이 무서워 몸을 사리고, 기업은 널뛰듯 하는 정책방향을 가늠하지 못해 움츠리며, 가계는 내일의 삶을 기약할 수 없어 바닥을 긴다.

무엇보다 딱한 것은 이 대통령이 정책의 일관성과 계속성을 내세워 경제팀을 유임시키는 무리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점이다.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고 던져야 할 때 던지지 못한 바둑의 짜증스런 행마처럼, 경제사령탑이 권위와 신뢰를 잃고 모멸에 가까운 추궁을 받는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 없다. 4대 원칙 운운하며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결국 야수의 무리에게 던져진 먹이처럼 된 공공기관 개혁방안은 단적인 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메시지는 여전히 모호하고 이중적이다. 엊그제 그는 공무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 몇 달간 우리의 신뢰자산이 얼마나 취약한지 충분히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타개할 비전과 전략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다. 경제든 외교든 안보든 일만 터지면 헛발질이고 안팎의 망신을 산다. 이 대통령과 주변의 인적 진용의 한계와 부실을 자인한 셈이다.

국민 두려움 해소할 전략 화급
<…저는 이 소중한 땅에 기회가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가난해도 희망이 있는 나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대한민국의 지도를 세계로 넓히겠습니다.…선대의 기원이고 당대의 희망이며 후대와의 약속입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 한 대목이다. 그를 선택한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낸 말일 것이다. “두려워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자체”라고 했다. 대통령의 언약을 못 믿는 지금, 국민은 정말 두렵다.

08. 0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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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7-29 22:26   좋아요 0 | URL
혹시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바다하리를 검색해 보세요.누구와 얼굴이 상당히 닮았어요.

로쟈 2008-07-30 01:14   좋아요 0 | URL
권투선수 말인가요? 오바마랑 닮은 건가요??

김상호 2008-07-30 01:50   좋아요 0 | URL
오바마랑 닮았다는 말씀이시죠? 제가 좋아하는 바다하리가 MB랑 닮았다고 하시는거면 슬프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33   좋아요 0 | URL
킥복서인데요.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합니다.단 WTO소속이 아니고 ITF소속입니다.격투기 선수들이 익힌 태권도는 모두 이 단체의 것입니다.일명 북한 식인데 주먹으로 안면 공격이 허용되니까 격투기에 적응이 쉽죠.ITF간부 한 명이 바다하리가 자기 단체 유단자라고 자랑이 대단하더군요.이번 8월호 신동아를 보면 자세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로쟈 2008-07-30 18:02   좋아요 0 | URL
신동아도 읽으시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41   좋아요 0 | URL
인문학자로서 요즘 많이 나오는 리더십 관련 서적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지요? 저는 왠지 미덥지가 않아요.엘리트의 심리에 모든 걸 돌리는 일종의 심리학적 환원주의가 아닌가 해서요.

로쟈 2008-07-30 18:04   좋아요 0 | URL
<부시의 정신분석> 같은 책도 마찬가진데, 한편으론 주체로서의 '개인'의 역할을 무시할 수만도 없지요. '히딩크 리더십'을 봐도 그렇고.^^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2:0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정기구독했는데 동아일보 끊으면서 안 보구요,지금은 도서관에 가서 읽죠.월간조선,시대정신,한국논단 등 강경매파 매체 들도 자세히 봅니다.

로쟈 2008-07-30 22:06   좋아요 0 | URL
북한 관련으로는 읽을 거리들이 오히려 더 많을 것도 같군요. 색만 좀 빼면...

노이에자이트 2008-07-30 22:28   좋아요 0 | URL
시대정신이 가장 수준이 높고 한국논단은 좀 민망한 글도 많이 올라와요.발행인인 이도형 씨가 좀 민망한 말을 마구 내뱉는 사람이라서.하하하...근데 북한 관련 글은 이런 우익지보단 역사비평에 더 많아요.아...이번 신동아에 탈북자들이 북한의 교육제도에 대해 털어 놓은 기사가 있는데 북한 찬양 죄에 걸리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칭찬 일변도예요.한 번 읽어보세요.
송두율 씨가 썼다면 당장 조선일보에서 난리를 쳤을 정도입니다.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의 '탈정치에 반대하여' 장에서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에 관한 대목을 읽다가 그의 행적이 너무나도 유사한 또 다른 사례를 떠올리게 하기에, 지난달에 읽은 기사를 다시 찾아 읽었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5#). 대략 지난번 총리 재임시절 베를루스코니의 '방송장악' 시도가 현 이명박 정부의 유사 행태를 앞질러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베를루스코니의 과거가 이명박의 미래라는 것. 그러니 좀 주의해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네그리나 아감벤보다도 먼저 베를루스코니를!.. 

시사인(08. 06.21) 이탈리아 과거는 한국의 미래?

우리 세대 한국인에게 가장 인상 깊은 이탈리아 영화를 묻는다면 아마도 <인생은 아름다워>가 꼽힐 것이다. 유태인 학살이라는 비극 상황에서도 해학과 낙관의 가르침을 전해준 로베르토 베니니의 열연이 감동적이었다. 그 로베르토 베니니가 정치 운동에 열심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2005년 10월15일 인터뷰차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TV를 방문한 베니니는 저녁 8시 뉴스가 시작되자 카메라가 비추는 앵커 뒤로 돌진해 깡총깡총 뛰면서 “총리가 방금 사임했대요”라고 외쳤다. 물론 총리는 사임하지 않았지만 국민은 그의 ‘깜짝 풍자’에 웃었다. 로베르토 베니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문화 예산을 35% 삭감하는 식의 정책을 펴자 이에 반대하며 시위를 주도해온 터였다. 그가 라이TV 뉴스를 ‘퍼포먼스’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정권의 입’이 된 공영방송을 비판하려는 뜻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대위 상임고문을 지낸 인사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데 이어 YTN 사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아리랑TV 사장, KBS 사장까지 대통령 측근이 임명되거나 하마평에 오르면서 정권의 방송 장악 우려를 낳고 있다. 이명박 시대의 방송 미디어를 미리 보려면 ‘이탈리아의 이명박’이라는 베를루스코니의 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13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했다. 베를루스코니가 부활한 것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7개월 동안 총리를 지냈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총리를 역임한 거물이다. 그의 재임 시절 공과를 두고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가 이탈리아 미디어를 장악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베를루스코니의 귀환에 이탈리아 언론인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다.

베를루스코니는 CEO 출신이라는 점이 이명박 대통령과 닮았다. 선거 슬로건이 ‘경제 살리기’라는 것도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점이다. 베를루스코니는 피닌베스트, 미디어셋 등의 미디어 기업과 일간지 ‘일 지오르날레’, 방송 채널 ‘이탈리아 우노’ ‘레테 콰트로’ 등을 거느린 ‘이탈리아의 루퍼트 머독’이다. 이탈리아 방송 시장은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셋 채널과 공영방송 라이 채널이 양분한다. 라이1 채널은 한국의 KBS와 같은 영향력이 있는데 그것도 이제 베를루스코니 것이 됐다. 파이낸셜 뉴스는 6월19일자 기사에서 이탈리아 미디어 노출의 90%가 베를루스코니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됐다고 썼다.

공영방송 수호 시위도 닮은꼴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공영방송 관리는 의회가 의석 수만큼 나눠 맡는 방식이었다. 대체로 라이1 채널은 기독교민주당, 라이2는 사회당, 라이3은 공산당이 관리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정치 집단이 보도 내용에 관여하거나 압력을 넣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 언론사 운영 경험으로 방송을 잘 아는 베를루스코니는 2001년 집권하자마자 라이 길들이기에 나섰다. 그는 이사 5명 중 3명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운 것도 모자라, 2003년 2월 이사회 운영에 자기가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삐딱한’ 시각을 가진 기자는 쫓겨났다. 엔조 비아지·미첼 산토르·다니엘레 루타치 등이 그랬다. 라이 뉴스는 이상해졌다. 2003년 7월2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독일 출신 유럽의회 의원에게 “나치 강제수용소를 다룬 영화의 간수 역할에 완벽하게 어울린다”라고 농담을 했다가 외교적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라이TV는 “총리가 던진 농담에 유럽의회 의원들이 반발했다”라는 식으로 짤막하게 보도했다. 2003년 11월, 라이TV에 15년이나 출연해온 국민 여배우 사비나 구잔티는 정치 풍자 코미디 <RAIOT>를 시도했다. 1회 방송에서 구잔티는 베를루스코니로 분장해 총리를 풍자했으나 바로 출연 정지를 당했다. 미국의 보수 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베를루스코니 집권 시기 이탈리아의 언론 자유는 세계 77위라고 발표했다.

물론 베를루스코니의 방송 장악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베를루스코니는 라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라이 회장에 자기 심복을 심는 데는 몇 번이나 실패했다. 5년 동안 라이 회장이 여섯 번이나 바뀌었고 그 중에는 임명은 됐지만, 회장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일주일 만에 물러난 사람도 있었다(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서동구씨가 8일 만에 KBS 사장에서 물러난 일과 비슷하다). 2005년에도 (베를루스코니가 임명한) 방송통신부 장관이 추천한 회장 후보가 번번이 여론과 야당의 퇴짜를 맞자 결국 좌파 성향의 언론인인 페트루치올리가 회장이 됐다.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던 베를루스코니도 실제 공영방송 회장에 자기 사람을 앉힌 기간은 2년뿐이었다. 



국민의 저항도 심했다. 개악 방송법이 통과되고 라이 경영진이 전격 교체된 뒤인 2002년 3월 초, 전국에서 수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로마 시민은 라이 방송국 건물을 둘러싸고 인간띠를 만들며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외쳤다. 마치 요즘 한국의 촛불시위대가 KBS 수호에 나선 풍경과 비슷했다. 2006년 5월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는 중도좌파연합에 패배했다. 약속과 달리 베를루스코니 재임 기간에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은 0.2%로 유럽에서 꼴찌 수준이었다. 새 총리가 된 로마노 프로디는 라이 회장 클라우디오 페르루치올리를 교체하지 않았다.

5월8일 베를루스코니가 취임한 이후 라이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아직 라이 회장은 페르루치올리 그대로다. 이탈리아 밀란에서 활동하는 독일 저널리스트 커스틴 하우센은 <DW-World>에 쓴 칼럼에서 “요즘 이탈리아 언론인 중에는 정치적 압력을 의식해 자기 검열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라며 “새로 정권을 잡은 베를루스코니는 어떤 식으로든 라이TV의 경영권을 교체하려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신호철 기자)

08. 07. 28.

 

 

 

 

P.S.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지젝의 분석을 잠시 따라가본다. <지젝이 만난 레닌>의 545-549쪽, 그리고 <혁명이 다가온다>(길, 2006)의 206-207쪽을 참조한 것이다(영어판을 옮긴 <지젝이 만난 레닌>과 독어판을 옮긴 <혁명이 다가온다>는 예전에 지적한 대로 부분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며. 여기서도 <지젝이 만난 레닌>의 542쪽 두번째 문단부터 547쪽 첫문단까지는 <혁명이 다가온다>에 들어 있지 않다). 인용은 <지젝이 만난 레닌>을 따르며 읽기의 편의를 위해서 약간 수정하기도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2001년 5월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서 배울 교훈이 있다면, 진짜 유토피아주의자들은 '제3의 길 좌파'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승리에 관하여 피해할 될 주된 유혹은 그것을 보수-좌파 문화비평가의 전통(아도르노에서 비릴리오까지)에 따라 또 한번의 연습의 구실로 이용하는 것이다. 즉, 조작된 대중의 어리석음과 비판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자율적 개인의 소멸을 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승리의 의미를 과소평가하자는 뜻은 아니다. 헤겔은 모든 역사적 사건들은 두 번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폴레옹이 패배한 것도 그 한 예다. 따라서 베를루스코니도 두 번 선거에서 이겨야만 우리가 이 사건의 완전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단순한 우연적 호기심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지만, 두번째는 우리가 더 깊은 필연성과 만나고 있음을 보여준다.(545-6쪽)

인용에서 "베를루스코니도 두번 선거에서 이겨야만 우리가 이 사건의 완전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부정확하다. 이미, 1994년 총선에서 승리하여 7개월간 총리를 역임한 바 있기에, 2001년의 승리는 그의 두번째 승리다. 원문도 "And it seems that Berlusconi also had to win the election twice for us to become aware of the full consequences of this event."이므로 "베를루스코니도 선거에서 두 번 이긴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이 사건의 완전한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정도로 이해해야겠다. 여기서 '사건'이란 대중 영합적 우파의 승리를 말한다(한데, 그는 이번 봄에 세번째 승리를 거두고 또 다시 총리가 됐다! 이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 정도면 '이탈리아 좌파'에 대해서도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베를루스코니는 무엇을 성취했는가? 그의 승리는 정치에서 도덕성의 역할에 관한 우울한 교훈을 준다. 커다란 도덕적-정치적 카타르시스(전후 이탈리아 정치를 지배했던 집권 기민당과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적 양극 체제를 파멸로 몰아넣은 10년 전의 반부패 운동, '깨끗한 손'의 궁극적 결과가 권자에 앉은 베를루스코니다. 이것은 루퍼트 머독이 영국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것과 비슷하다. 머독은 기업 홍보 사업을 하듯이 정치 운동을 했다.(546쪽)

'10년 전의 반부패운동'이란 "1992년 부패 고위 공직자와 의원들을 추방한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 이후에 기독민주당과 공산당이라는 양대 정당이 수많은 군소 정당으로 분열됐고, 계파와 지역 중심 의회 구성 방식 때문에 여ㆍ야당 어느쪽도 압도적 과반확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그런 정치적 상황의 최대 수혜자가 베를루스코니인 것이니 거의 '죽 쒀서 개 준 꼴'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승리를 루퍼트 머독의 경우와 비교했는데, 머독이 토니 블레어를 지지한 것은 알지만 자신이 소유한 언론을 베를루스코니처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동원했는지는 모르겠다. "머독은 기업 홍보 사업을 하듯이 정치 운동을 했다"의 원문도 "a political movement run as a business-publicity enterprise."인데, 일반적인 경향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려나 베를루스코니 이후 이탈리아 정치는 아주 노골적인 '비즈니스의 장'이 되었다. 그가 이끄는 당이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당인데, '포르차 이탈리아!'란 말 자체가 축구의 응원 구호라고 한다(우리로 치면 '필승 코리아'당쯤 되겠다). 그러고 보니 베를루스코니 자신이 축구클럽 AC밀란의 구단주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는 이제 정당이 아니라, 그 이름이 암시하듯이 스포츠 팬클럽에 가깝다. 과거의 사회주의 나라들에서 스포츠가 직접 정치화 되었다면(동독이 최고의 운동 선수들에게 엄청난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이제는 정치 자체가 스포츠 시합이 되어버렸다. 이런 비유를 더 밀고 나갈 수도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산업을 국유화했다면, 베를루스코니는 어떤 면에서는 국가 자체를 사유화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승리 밑에 잠복한 네오 파시즘의 위험에 대한 좌파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자들의 우려는 대상을 잘못 고른 것이며,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파시즘은 여전히 결연한 정치적 기획이지만, 베를루스코니의 경우는 밑에 잠복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감춰놓은 이데올로기 기획은 없다는 말이다. 그냥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며,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는 뻔뻔스러운 확언만 있을 뿐이다. 간단히 말해서 베를루스코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탈정치다. 모든 서방 국가에서 '탈정치'의 궁극적 증거는 정부를 경영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태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올바른 정치적 수준을 박탈당한 채 경영적 기능으로 재고안되고 있다.(546-7쪽)

"그냥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며,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는 뻔뻔스러운 확언만 있을 뿐이다."란 대목에서는 자신이 당선되면 주가지수가 두달 안에 3천까지 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한 'CEO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명박은 베를루스코니와 마찬가지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탈정치다(이 '탈정치'의 한국식 표현이 '탈여의도 정치'이다). 이 '탈정치'는 '탈이념'이기도 해서, 베를루스코니와 마찬가지로 "감춰놓은 이데올로기 기획은 없다". 그걸 '실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주먹구구'에 가깝다. 거기에 적반하장격으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들리는 말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이다.  

베를루스코니식의 탈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인내해야 할까? 지젝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가까운 미래는 장-마리 르펜이나 팻 뷰캐넌 같은 노골적인 우익 선동가들의 것이 아니라, 베를루스코니나 하이더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대중 영합적 민족주의라는 양가죽을 쓴 이런 세계 자본의 옹호자들의 것이다. 그들의 '제3의 길 좌파' 사이의 투쟁은 세계 자본주의의 과잉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저지할 것이냐를 둘러싼 투쟁이다. '제3의 길'의 다문화주의적 관용이냐 아니면 대중 영합적 동성애 혐오냐? 이런 따분한 양자 택일이 전 지구화에 대한 유럽의 대답일까?"(549쪽) 여기서 '제3의 길 좌파'의 한국식 표현은 '좌파 신자유주의'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양자 택일도 한심한 건 마찬가지다. 우리의 대답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어지는 대목은 다시 <지젝이 만난 레닌>에만 포함돼 있다.

따라서 베를루스코니는 최악의 형태의 탈정치다. 반좌파 자유주의의 완고한 목소리를 내는 <이코노미스트>조차 어떻게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총리가 될 수 있느냐고 신랄한 질문을 던지자, 베를루스코니는 이 잡지가 '공산주의 음모'에 가담했다고 비난했다! 이 말은 베를루스코니에게는 그의 탈정치에 반대하는 모든 것이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가 옳다. 그외에는 그에게 진정으로 반대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들이건 '제3의 길' 좌파건 나머지는 모두 기본적으로 베를루스코니와 똑같은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때깔이 다를 뿐이다. '제3의 길' 좌파가 과연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에 전 지구적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따라서 베를루스코니의 편집적인 인식론 지도의 두 번째 측면 역시 옳은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즉 그의 승리가 더 급진적인 좌파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인식 말이다.(549쪽, 강조는 나의 것)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의 한국식 표현은 알다시피 '빨갱이들의 음모' 혹은 '주사파들의 음모'이고 '배후'이다. 이제까지 쇠고기 재협상에서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촛불의 목소리에 배후는 없었다. 하지만, 자유주의나 제3의 길 좌파가 우리의 배후가 될 수 없다면, 중요한 건 이제라도 보다 급진적이고 강력한 '배후'를 조직하는 일이다(촛불의 지구전과 조직화에 대해서는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8/07/021003000200807140719005.html 참조). 즉, 그들의 편집증적 망상에 사후적으로 실체를 부여해주는 것, 그것이 지젝이 말하는 레닌주의적 제스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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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용 대통령, 꿈만은 아니다!
    from 일체유심조 2008-08-18 16:52 
    정주영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유럽에서 완벽하게 성취한 사람이 있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당신들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는 선거 구호로 세번 째 총리에 등극한 사람. 그는 1600 만 명 내외의 철벽 ...
 
 
노이에자이트 2008-07-29 22:25   좋아요 0 | URL
이태리는 공산당 및 좌파가 상당히 강한데 이런 인물을...하기야 공산당 및 좌파가 강한 프랑스도 사르코지 같은 인물이 당선되니까요.지젝이 이런 글도 썼군요.

로쟈 2008-07-30 01:14   좋아요 0 | URL
지젝이 주로 이런 글을 씁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34   좋아요 0 | URL
오호...그렇군요.

김상호 2008-08-04 21:41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네요. 진짜 섬뜩한건 이명박에게도 '그에게 진정으로 반대하는 자가 없진 않지만 거의 드물것'일 지도 모른다는 거에요. 사실 참여정부가 '정말로' 명박과 반대되는지 전 모르겠읍니다. 오히려 참여정부의 옹호자들은 '진정한' 시장경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하는 현실이거든요. 말로는 신자유주의를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실제로는 더욱 신자유주의에 천착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명박의 불평은 이해가 갑니다. '당신은 신자유주의를 하라고 해놓고 왜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인가요?' 이런 식이겠죠.
 

<한국 사회주의의 기원>(역사비평사, 2003)의 저자 임경석 교수가 <잊을 수 없는 혁명가들에 대한 기록>(역사비평사, 2008)을 펴냈다. "박헌영과 김단야, 임원근 등 소위 1920년대 조선의 ‘트로이카’를 비롯 윤자영, 강달영, 김철수, 고광수, 남도부, 안병렬 등 오랫동안 입에 올릴 수 없었던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자들 8인의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추적하고 있"는 책이다. 계간 '역사비평' 등에 2000년부터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인데, "일제 고등경찰과 사법당국이 남긴 피의자 신문조서, 판결문, 주인공들이 남긴 서신과 학습노트, 신문기사, 구 코민테른의 문서철을 뒤져 이들의 ‘잊혀져가는’ 일생을 되살려내고 있"는 노작이다. 겸사겸사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기 리스트로 뽑아놓는다. 아래 사진은 1920년대 '트로이카' 박헌영, 김단야, 임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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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7-29 22:20   좋아요 0 | URL
소설가 겸 넌픽션 작가 노가원의 <남도부>가 자세한데 요즘 절판되었을 거예요.도서관엔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이병주 씨도 지리산 자락이 고향이라 남도부를 소재로 한 <지리산>을 썼다고 밝혔죠.빨치산에 관한 기록은 웬만하면 모으는 편입니다.60년대 말에 일본 방위청 전사연구실의 사사키 하루다카 상이 우리나라에 와서 빨치산 토벌과 한국전의 생존자들을 찾아 치밀히 인터뷰한 기록도 굉장히 자세합니다.사사키 하루타카<한국전 비사>상중하.병학사.상편의 건군과 시련 편이 전쟁전 빨치산 운동 및 진압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로쟈 2008-07-30 01:15   좋아요 0 | URL
모으신 자료들은 정리해놓으실 거지요? 결과가 기대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7-30 12:27   좋아요 0 | URL
한홍구 씨가 자주 말하는 건벽청야 작전의 실제 추진자였던 군인들과 사사키 상이 직접 인터뷰를 한 내용은 사료로서 가치가 큽니다.우리나라 연구가들도 태평양전쟁 때의 일본 지휘관들을 인터뷰해서 연구서를 냈어야 했는데 이젠 늦었어요.거의 다 저 세상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