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준비만 하는 편임에도 한 주일치 강의자료를 만들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주말과 휴일이 다 지나가고 만다. 그리고 매번 이런 식이니 나이를 먹는 게 일도 아니게 돼버린다.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도 모르게 되니 말이다. 눈도 피로하여 잠시 쉬는 차에 늘어놓는 푸념이다. 그나마 피로를 덜기 위해 어제 아주 오랜만에 데스크톱의 바탕화면을 바꾸었다. 독일 본이 벚꽃 축제로도 유명한 도시라는 걸 지난주에 알게 되어 찾은 이미지로(위 사진).

아직 진해의 벚꽃 축제도 가보지 못했지만 벚꽃하면 떠올리게 되는 도시는 일본의 교토다. 상식선에서 알고 있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읽고는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영화 <세설>도 찾아보긴 했지만 내가 원하는 절경은 나오지 않았다. 찾아본 사진 중에는 그나마 이런 게 원하는 풍경이다(아래 사진).

아파트 단지에는 이제 목련이 망울지기 시작했다. 아마 다음 주 정도에 만개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곤 벚꽃 시즌이 되겠지. 장미가 필 때쯤 우리는 대선의 문턱에 있을 것이다. 여름으로 들어서자 마자 교토에 짧게 다녀올 예정이다. 벚꽃 대신에 금각사와 은각사를 보고 철학자의 길을 걸어볼 계획이다. 흠, 본에는 언제 가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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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대한 강의준비를 하다가 작품속 배경인 니가타 현의 에치고 유자와 온천 사진을 다시 찾았다. ‘설국‘의 이미지로. 눈의 고장의 모습을 보자니까 불현듯 초등학생 때 읽은 <작은 아씨들>이 생각났다. 미국 남북전쟁기가 배경인 이 소설에서 네 자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도 에치코 유자와처럼 지방의 소도시가 아니었나 싶다. 겨울에 외출했다가 손을 비비며 돌아온 자매들의 모습이 설국의 풍경과 중첩되었다. 40년 전에 읽은 소설이 궁금해서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원서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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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러시아문학기행 사진집이 나온다고 한다. 참가자들을 위한 비매품인데 표지 이미지가 아래와 같고 제목은 ‘로쟈와 떠나는 러시아문학여행‘이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속설이 기억난다. 그게 맞다면 제대로 간 여행으로 기억되겠다. 멋들어진 사진집을 갖게 되었으니. 내년에도 가게 될지 모르는 러시아문학기행에서도, 아니 그 이전에 이번 9월로 계획하고 있는 카프카 문학기행에서도 좋은 기억이 사진과 함께 남기를 기대해본다. 좋은 사진작가와 동행 여부가 관건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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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할 만한 날이다. 지난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나왔을 때 예견할 수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탄핵에 찬성한 80퍼센트 국민의 일원으로서 기념샷을 올려놓는다. 중대한 범법자에 대한 검찰수사와 구속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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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는 아니지만 이번 겨울 강의가 대부분 일단락되었다. 강의 뒤풀이에 해당하는 페이퍼 거리도 좀 되는데 눈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좀 일찍 침대에 엎어져서 북플에다 글을 쓴다. 오규원의 첫 시집으로 이번에 재간된 <분명한 사건>(문학과지성사, 2017)이 베겟머리에 있다. 초판은 1971년에 한림출판사에서 나왔고 아마도 희귀본일 듯. 내가 제일 처음 읽은 건 민음시인총서의 선집 <사랑의 기교>다.

젠장, 검지로만 자판을 두드리니 이렇게 쓰는 게 결코 더 편한 게 아니로군. 북플에는 사진이나 올리는 게 제격이겠다. 물러나려니 머쓱해서 대표적인 기교파 시인 오규원(그는 김춘수 계보에 속한다)의 시 한 대목을 옮긴다(그의 시는 빽빽한 숲 같아서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시집은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1995) 같은 부류).

나의 음성들이 외롭게 나의 외곽에 떨어지는
따스한 겨울날.
골격뿐인 서쪽 숲의 나무들이
환각에 젖어
나무와 나무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있다.
- 서쪽 숲의 나무들


P.S. 오타를 PC에서 수정하니까 북플에서는 수정이 안된다. 북플 글쓰기에 대해서 오늘 배운 한 가지다. 수정하는 김에 오규원 시집 두 권도 더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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