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서의 긴 하루가 저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더블린행 비행기로 환승하여 더블린 공항에 도착한것이 이곳 시간으로 아침 8시 25분쯤. 7시 50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너무 일찍 도착한 거 아닌가 싶지만 암스테르담과 더블린은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실제적으로는 1시간 30-4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 더블린은 현재 저녁 8시 40분쯤이지만 한국은 새벽 4시 40분인 식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라면 밤을 새운 셈이기에 꽤나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그렇게 시작한 더블린의 첫 일정은 세인트 패트릭 성당을 방문하는 것이었고(<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무덤이 있기도 한데 스위프트는 이 성당의 주교였다) 이어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가이드의 제안에 따라 도심에 있는 피닉스공원을 둘러보았다. 도심 공원으로는 세계최대 공원으로 더블린의 자랑거리인데 피닉스란 말은 성수(성스러운 물)를 뜻한다고. 점심은 현지식으로 감자구이와 돼지갈비(립)를 먹었는데 예상 밖으로 맛이 좋았다(비슷한 메뉴를 독일에서 먹은 것과 비교해서도 훨씬 나은 맛이었다. 물론 독일만큼은 아니어도 양이 좀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오후 일정은 본격적인 문학기행으로 더블린 작가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어서 조이스 기념센터를 방문했다. 작가박물관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관련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예상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조이스 센터는(입장료가 성인 기준 5유로) 뤼벡의 토마스 만 하우스(정확히는 토마스 만과 하인리히 만 형제의 기념관)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래도 이름값은 하는 기념관이었다. 공이 더 들인다면 한정이 없을 테지만.

조이스 기념센터에서 조이스 문학의 의의에 관해 짧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는 소임을 마쳤고 이후엔 아일랜드 독립 추모공원을 들과 거리의 조이스 동상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이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체크인한 시각이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내일은 더블린의 구석구석을 워킹투어를 통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이제 9시가 넘었다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하면 잠자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그에 맞추려고 급하게 적었다. 다른 얘깃거리는 내일 적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출국심사대를 통과해서 대기중이다. 탑승까지는 한시간 남겨놓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하여 더블린으로 입성하게 될 텐데, 탑승할 비행기가 네덜란드 항공이라는 사실은 한 시간 전에 알았다(일정표를 눈여겨 보지 않았다). 환승 대기시간이 세 시간쯤이라고 하니까 예정에는 없었지만 네덜란드도 들르는 걸로 쳐야겠다(오래전에 암스테르담에 대한 시도 쓴 게 있었군).

뻔질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새 공항이 친숙한 처지가 되었는데, 그래도 공항에서 자정을 맞는 건 처음이다. 공항에서 1박2일? 낮에 여행에 가져갈 책들을 챙기다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청미래)을 잠시 펼쳐보았는데(가방에 넣지는 않았다), 부제가 ‘히드로 일기‘였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일주일 기식한 경험을 쓴 책인 모양. 소위 공항용 책이다. 이런 대기시간에 읽어보기 좋은.

다른 책으로는 크리스토퍼 샤버그의 <인문학, 공항을 읽다>(책읽는귀족)도 있는데, 기억에는 정색하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공항이라는 공간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그 도구는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문학이라는 통로이다. 저자는 현대문학 비평을 가르치는 교수답게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여 여러 문학 작품에서 나타난 공항의 모습을 스케치하며 우리에게 공항이란 공간의 새로운 모습과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안내해준다. 또한 공항의 의미를 알랭 드 보통 같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관통하여 자크 데리다와 프로이트, 미셸 푸코, 니체 등을 연결 지어 인문학적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는 여흥을 제공한다.˝

소개를 다시 보니, 원서를 구입해서 읽어보려던 책이다(구매내역이 없는 걸로 보아 흐지부지된 모양이다. 비싸서였을까?). 공항에서 이런 책을 읽으려면 한나절은 죽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데리다와 푸코까지 끼고 읽어야 한다니.

여하튼 다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문학기행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곧바로 영국문학기행을 떠나는 것처럼 여겨진다. 언젠가는 공항에서 태어난 것처럼 여겨질 날도 오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피츠제럴드 편이 출간되었다. 최민석 작가가 쓴 <피츠제럴드>(아르테). 오늘밤 영국문학기행을 떠나지만 내년에는 스위스(3월)에 이어서 프랑스(10월)에 갈 예정이고, 피츠제럴드는 미국 작가이지만 헤밍웨이와 함께 프랑스에도 행적을 남기고 있다. 리비에라 해안까지는 가보지 못하더라도(<밤은 부드러워라>) 파리에서는 그들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앞서 나온 백민석의 <헤밍웨이>(아르테)는 이미 통독했는데, 세계 각지를 누빈 헤밍웨이의 흔적을 뒤쫓는 일은 견적이 많이 나온다. 미국문학기행은 나중에 별도로 기획해봐야겠지만 프랑스문학기행 때 미국작가들의 파리 경험에 대해서 한 꼭지 다뤄볼 생각이다(대표작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가 되려나. 스페인으로의 투우 여행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피츠제럴드와 관련해서 아내 젤다의 책이 얼마 전에 나왔다. 그녀의 소설과 산문을 묶은 <젤다>(에이치비프레스). 1920년대 가장 떠들썩한 작가 커플의 뒷이야기와 함께 일부에서는 스콧에게 부당하게 가려졌다고 평가하는 젤다의 문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건 내년의 일이고 지금은 당장 영국행(이자 아일랜드행) 가방을 챙겨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글 2019-09-2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로쟈 2019-09-25 19:39   좋아요 0 | URL
네.~
 

영국문학기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날짜로는 목요일이지만 수요일밤에 출발한다).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입국해서 리버풀을 경유해 최종적으로는 런던에서 출국하게 된다. 문학기행 준비강의는 지난주에 마쳤고 최종 강의자료집도 오늘 아침에 여행사에 넘겼다. 내게 남은 일은 가방을 챙기는 것 정도다(옷가지 외에 책가방을 꾸리는 게 물론 머리 아픈 일이긴 하다).

여행준비용으로 새로 구입한 책들도 있는데 정혜윤의 <런던을 속삭여줄게>(푸른숲)도 그중 하나다. 10년전에 나왔고 그때는 그다지 재미가 없었는데 막상 런던에 가려고 하니 흥미를 끄는 책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떠날 너에게‘가 부제. 영국여행서로 오랫동안 읽히는 건 그런 유익함 덕분인 것 같다. 영국과 런던에 관한 이런저런 정보와 인상을 제공한다.

<문학의 도시, 런던>은 일찌감치 구입한 책이지만 아직 손에 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는 가방에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해봐야겠다. 서경식 선생의 <나의 영국 인문기행>(반비)도 마찬가지. 런던 여행에 참고할 만한 책인데 분량도 가벼운 편이어서 휴대가 용이하다. 과연 몇 권이나 가방에 넣을지 고민스럽다. 그렇지만 여하튼 다음주에 런던에 입성하게 되면 나도 런던에 대해 몇 마디 속삭이게 될 것이다. 혹은 속닥거리게 될 것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맘 2019-09-2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하지 못하는 맘 넘 아쉽지만
쌤의 속삭임과 속담거림에 기대어 기대를 해봅니다~

로쟈 2019-09-25 08:38   좋아요 0 | URL
^^

Joeasdd 2019-09-2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시길~~

로쟈 2019-09-25 08:38   좋아요 0 | URL
네.~

2019-09-23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25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뭉개림 2019-09-24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보람있는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로쟈 2019-09-25 08:38   좋아요 0 | URL
감사.~

직선과 곡선 2019-09-2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로쟈 2019-09-25 08:39   좋아요 0 | URL
네.~

wingles 2019-09-2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런던을 속삭여, 혹은 속닥거려 주세요~^^ 건강히 무사히 잘 다녀오세요.

로쟈 2019-09-25 08:40   좋아요 0 | URL
네, 답변이 충분하지 않았던 부분은 나중에 다시 질문해주세요.~
 

괌에서의 마지막날 일정은 아침을 먹고 버스투어를 하는 것이었다. 어제 하려던 일이 인원이 차서 마뤼졌는데 오늘도 아침에는 비가 흩뿌려서 수륙양용 버스는 바다로의 입수가 불허되었다(일본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코스라 한국인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중년의 중국인 커플이 껴 있는 정도였다). 괌의 해변도로를 따라가면서 몇몇 명소를 소개받는 것 정도에서 의미를 찾았는데, 간략한 괌의 역사를 헤드폰을 통해 듣다가 생각난 책이 에릭 울프의 <유럽과 역사 없는 사람들>(뿌리와이파리)이다.

바로 생각난 건 아니고 ‘역사 없는 민족‘을 검색하다가 뜨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부제가 ‘인류학과 정치경제학으로 본 세계사 1400-1980‘. 제목에서의 대비가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 책이다. ‘유럽‘ 대 ‘역사 없는 사람들‘. 세계문학, 특히 근대세계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대)문학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이 미치게 되었고 겸사겸사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다시 보니 품절 상태. 거실 책장에 꽂혀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만약 없다면 낭패스런 일이다.

근대세계 형성사에 관한 지배적인 서사들이 있다. 얼른 떠오르는 건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글항아리)와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같은 책들이다(물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근대란 무엇이고 근대화란 필연적 과정인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근대문학에 대한 해명도 가능하다. 이 주제에 대해 강의에서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좀더 체계적인 설명을 책으로 써봐야겠다. 감정과 피로감에 시달리지만 않는다면 가능할 텐데, 장담할 수 없는 일이군...

이제 곧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을 먹으면 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다. 비는 그친 상태고 바다는 내내 같은 풍경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