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는 실내온도가 26도만 돼도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26도까지 내려가니 2도쯤 더 내려가야 쾌적할 것 같다. 분명 그 이하로 내려가서 추위에 난방을 궁리할 때도 올 것이다. 그럼 겨울을 맞이하고 한해가 끝날 터이다. 그 전에 두어 권의 책이 더 나왔으면 하는데, 결과는 두고봐야겠다(그런 식으로 계산하니 앞으로 20권 정도의 책을 더 내면 노년으로 접어들겠다 싶다. 그중에는 역작이라고 할 만한 책도 포함돼 있는데 어제는 ‘인생의 책‘을 쓰고 난 뒤에 어떤 심정이 될까 궁금했다. 보통 40년 가량의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하는 기분 같을까? 보람과 만감이 교차하는?).

<마의 산> 강의를 앞두고 안진태 교수의 <토마스 만 문학론>(열린책들, 2009)을 펼쳐놓고 있다. 내일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종강이다. 괴테부터 시작한 상반기 독일문학 강의가 그렇게 일단락된다. 가을에는 러시아문학 강의를 하며 다시 힘을 비축할 참이다. 지난해 프랑스문학에 이어서 올해 독일문학 ‘일주‘를 하며 세계문학의 지형을 숙지하게 된 것이 나로선 성과이다. 그래서 어떤 문학이론서이든 막힘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다(궁극적으로는 나대로의 문학론을 한권 쓰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읽지 않은 작품이 많은데다가 새로운 책은 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 그래서 든 생각은 미래의 서평가에게는 읽을 책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안 읽어도 되는 책을 일러주는 게 더 중요한 노릇일지도 모른다는 것. 알아서들 안 읽고 있으니 상관없다? 중요한 건 읽을 책은 읽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은 내버려두는 것이다. 말은 그렇지만 그걸 가려내는 건 만만치 않다.

할일이 많은 틈에 엉뚱한 고민인 것도 같다. 서평가의 사소한 고민이라고 해두자. 앞서 두권의 서평집을 냈고 올해 안으로 (마지막이기 쉬운) 세번째 서평집을 내려고 한다(내년에는 강의형식의 서평을 모은 강의서평집을 내려고 한다). 누구를 위한 서평(집)인가 궁리하다 보니 요즘은 점점 회의적이게 된다. 하기야 현역에서 물러났으면 근심은 접어두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이 알아서들 잘할 테니까. 진퇴를 잘 하는 것도 처세술의 필수다. 그저 날이 조금만 더 선선하면 책읽기가 수월하겠다는 말을 나는 적으려던 것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플로 글을 쓰니 짤막한 아이템만 주로 다루게 된다. 나대로의 북플 적응법이다. 더 놀라운 사용법을 따로 배우지 못한다면 당분간은 이런 형식의 글을 자주 쓸 듯하다. 일단 간편하게 쓸 수 있으므로(독수리 타법으로 쓰면서 간편하다고 하니 좀 우습지만).

나도 10권의 책을 내봐서 100쇄를 찍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가늠은 한다(물론 실감은 하지 못한다). 해당 도서가 출판사의 간판도서로서 얼마나 환대받을지도. 그런 환대의 하나가 ‘100쇄 기념판‘으로 이번에 안도현의 <연어>(문학동네)와 공지영의 <도가니>(창비)가 특별판으로 나란히 나왔다. 아니, 다시 보니 <연어> 100쇄 기념판은 이미 2007년에 나왔고, 이번에 나온 건 데버러 스미스(<채식주의자>의 역자)의 영역을 같이 수록한 특별판이다. 이번에 표지갈이를 한 <도가니>가 ‘100쇄 기념 특별개정판‘이다.

함정이라면, 둘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이라는 점. <연어>는 ‘동화‘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도가니>는 책을 구입하기까지 해놓고도 읽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영화도 보지 않았군. 하도 기사가 많이 나왔었기에 안 읽어도 읽은 작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도가니>도 그런 케이스. 이번에 나온 기념판은 기념이니 읽어볼 만하지만, 밀린 책들이 많아서 장담은 못하겠다. 나는 아직 <쇼코의 미소>에 붙들려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며칠전에 저명한 기독교 역사학자 야로슬라프 펠리칸의 절판된 책 <예수의 역사 2000년>에 대해 적었는데, 그의 또다른 책이 출간되었다. <성서, 역사와 만나다>(비아, 2017)로 성서의 역사와 인류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 대중교양서다(원저는 펭귄에서도 나왔다).

‘만나다 시리즈‘의 셋째 권인데, 앞에 나온 두권도 관심도서로 구해놓은 터라 펠리칸의 책도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기독교 총서에 해당하지만 교양서 시리즈로서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랫동안 버벅거리던 PC의 상태가 더 나빠져 오늘은 부팅도 안 된다. 당장 강의자료를 만들고 프린트하는 게 불편해졌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상황이라 놀랍지는 않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사소한 일에는 낙관하는 습성대로 개의치 않고 PC로 적으려던 것을 폰으로 적는다. 영화책들 얘기.

문학비평가이자 영화비평가인 강유정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다. <죽음은 예술이 된다>(북바이북, 2017). ‘문학과 영화에서 죽음을 사유하는 방식‘이 부제다. 죽음도 꽤 큰 주제라 관련된 문학작품과 영화만 하더라도 부지기수이니 이 주제의 에세이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짤막한 영화평을 읽는 기분으로 뒤적였는데 이번주 강의에서 다룰 <컨택트> 얘기를 가장 먼저 읽었다. 이미 지난달에 한번 테드 창의 원작과 함께 강의한 영화여서 내겐 친숙하다. 저자의 견해도 나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강유정의 에세이와 함께 읽으려고 하는 다른 책들은 조금 무겁다. 김소연의 <사랑의 내막>(자음과모음, 2017)은 김기덕 영화론이다. ‘라캉의 눈으로 김기덕을 보다‘가 부제. 영화와 정신분석에 관한 얼마간의 예비지식을 요구하는 책이다. 나로선 몇편의 김기덕론을 쓴 적이 있어서(<로쟈의 인문학 서재>에 수록)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김소연과 마찬가지로 영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창우의 <그로테스크 예찬>(그린비, 2017)은 저자의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한국영화를 통해 본 사회변동의 문화사‘가 부제. ‘그로테스크‘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들을 검토대상으로 삼아 1960년 이후 한국현대사를 훑는다. 김기영의 ‘하녀‘부터 김기덕의 ‘시간‘까지 주요 작품 목록이 낯설지 않아서 저자의 논지를 흥미롭게 따라가볼 수 있다.

나란히 적었지만 한권은 가볍고, 다른 두권은 좀 무겁다. 취향에 따라 나눠서 읽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늦은 아침을 먹으며 읽은 책은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 <인생에 화를 내봤자>(위즈덤하우스, 2015)다. 나온 지 2년이 됐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한 책으로 이번에 <내가 버린 여자>와 함께 구입했다. 초판 1쇄.

제목이 예상하게 하듯이 소설가 주변의 일상을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엔도 슈사쿠적이지 않은 엔도 슈사쿠 입문서라고 해도 될까. 저자의 표현으론 ‘조금 모자란 소설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만년 노벨상 후보였던 엔도는 1996년에 세상을 떠나는데 같은 세대의(따져보니 35년생인 오에보다는 한 세대 앞선다) 오에 겐자부로가 1994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다. 결과적으로는 오에에 비해 ‘조금 모자란‘ 작가가 되어 버렸다.

엔도가 스스로도 꼽은 대표작이 <침묵>과 <깊은 강>이다. 유언에 따라 그의 관속에 같이 넣어진 책들이다. <깊은 강>은 세계문학 전집판으로 나와있는데 <침묵>도 온전한 형태로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이제까지 나온 번역본에는 소설 말미의 ‘기리시단 주거지 관리인의 일기‘가 빠져 있다. 이 대목은 <침묵의 소리>의 역자가 부록으로 번역해 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