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치료기법>이란 엔솔로지가 출간돼 또 구입했다. ‘또‘라고 한 건 ‘끝이 있는 분석과 끝이 없는 분석‘이라는 논문 때문인데, 나는 이 제목의 책을 이미 두권 갖고 있다. 프로이트 전집판으로 나온 <끝이 있는 분석과 끝이 없는 분석>(열린책들)과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도서출판b)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해서 구입해놓고는 정작 독서는 계속 미뤄두고 있던 참이다.

얼마 전에 이 논문을 다시 떠올린 건 비슷한 제목의 소설론을 써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인데, 가제가 ‘끝이 있는 소설과 끝이 없는 소설‘이다. 혹은 ‘끝낼 수 있는 소설과 끝낼 수 없는 소설‘도 가능하다. 강의에서 간간이 이 주제의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한다. 좀더 체계적인 생각으로 발전시켜 보려는데 프로이트의 논문이 힌트를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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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와시다 기요카즈의 <사람의 현상학>(문학동네, 2017) 특강이 있었다. 말은 특강이지만 북토크를 진행하는 기분이었다. 많은 분이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진지하게들 들어주시고 질문도 해주셨다. 저자가 레비나스의 철학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걸로 보인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두 권의 레비나스 입문서도 언급하게 되었다.

처음 꺼내는 얘기는 아니지만 기억도 환기할 겸 적어둔다. 알랭 핑켈크로트의 <사랑의 지혜>와 우치다 타츠루의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이다. <사람의 현상학>의 독자라면 참고하시길. 거꾸로 앞의 두 권을 읽은 분이라면 <사람의 현상학>도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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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더 떨어지면 좋겠다고 적은 게 불과 하루 전인데 어제 비가 온 덕분인지 실내온도가 감쪽같이 24도로 내려갔다. 말 그대로 선선한 날씨, 밤에 선풍기를 틀고 자기엔 심지어 추운 날씨가 되었다. 독서하기에는 아주 좋은 쾌적한 날씨라고 해야겠다(독서의 계절을 예고하는 날씨다!).

해서 이젠 독서 삼매경에 빠지면 되겠구나 싶은데, 피로가 복병처럼 숨어 있었다. 눈도 피로하고 머리도 무겁고, 당장 잠자리에 드는 게 낫겠다 싶으니 책은 언제 보는가. 당장 내일 강의준비도 해야 하건만. 준비란 건 다른 게 아니라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1790)의 저자 알렉산드르 라디셰프와 그의 시대에 대한 자료를 읽는 것이다. 라디셰프는 18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계몽주의 지식인이자 작가. 그리고 그의 <여행>은 ‘감상적 계몽주의‘의 대표작이다.

18세기 러시아 문화와 사회에 대해서도 읽어 둘 책들이 있는데 유리 로트만의 <러시아 문화에 관한 담론>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귀족사회의 일상과 전통‘이 부제. 다루는 시기가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다. 라디셰프의 <여행>에서 시작해서 푸슈킨과 고골의 역사소설을 읽어나갈 예정이라 이 참에 근대 러시아 문화사로 올랜도 파이지스의 <나타샤 댄스>와 함께 다시 훑어보려고 한다.

문제는 피곤하다는 것. 흠, 이광수의 <무정>에 대해서도 내일 저녁에 강의가 있어서 자료를 더 보려고 하지만(올해만 하더라도 수차례 강의한 작품이긴 하다), 그보다 다급한 일들에 덧붙여 피로감이 전의를 상실케 한다. 비유컨대 러시아 원정길에서 패퇴하는 나폴레옹 군대의 신세랄까(스탕달은 그런 와중에도 매일 면도를 했다지). 그들에겐 발걸음이 무거웠다면 나는 눈꺼풀이 무겁다.

여건상 독서 대신에 계몽적 지식인으로서 18세기 러시아의 전제정 시대를 살아야 했던 라디셰프는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을까를 상상하는 걸로 오늘의 일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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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길, 207) 새번역본이 나왔다. 한데 나남판과 역자가 같은 것으로 보아 개정판이고(개역판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차이라면 두권으로 분권됐던 것이 단권으로 출간됐다는 점. 다른 번역본으로는 김진성 역의 이제이북스판이 있다.

‘형이상학‘이란 말의 원천이 되는 저작이지만 정작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제목의 책을 쓴 적이 없다. 알려진 대로 사후의 유고들이 편찬되는 과정에서 ‘자연학‘ 뒤에 오는 글모음을 일컬어 ‘피지카(자연학) 다음‘이라는 뜻으로 ‘메타 타 피지카‘라고 불렀던 것일 뿐(영어로 ‘메타피직스‘가 된다).

듣기에 이걸 ‘형이상학‘이라고 옮긴 건 일본인들이다. 요즘식으로 하면 그냥 에세이 모음집인 것. 그러니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는 책이다. 물론 분량이나 책값이 고압적이긴 하다. 그래도 한권 꽂아두면 어쩐지 형이상학적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 이걸 네권이나 꽂아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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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그럴 테지만 코난 도일의 셜록 시리즈는 초등학생 때 읽었다. 중학생 때도 더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는 다시 읽을 일이 없었는데 문학강의를 하면서, 아마 보르헤스를 읽을 때였던 듯한데 셜록을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문제는 번역본이 너무 많다는 것. 전집도 몇종 되는터라 재보기만 하다가 포기한 것 같다. 엄두가 나질 않아서.

이번에 셜록 시리즈가 다시 나오고 있는데 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에 맞춘 것이라 한다. 두 가지가 마음에 든다. 일단 새번역이라는 점, 그리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권씩 나오고 있다는 점(‘전집‘의 압박을 피하게 해준다). 해서 아주 오랜만에 셜록의 독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강의 거리가 될 만한 걸 찾을 수 있다면 더 좋겠고(‘합법적‘으로 읽을 수 있기에). 이 참에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도 당당하게 손에 쥘 수 있겠다. 여행준비로 당장은 카프카를 읽는 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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