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 아침이 밝아오는 걸 보면서 떠올린 책은 임종대 교수의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유로서적)이다. 몇년 전에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입해놓고 정작 읽지 못했다. 여행을 위해서 책을 읽지만 책을 읽기 위해서 여행을 하기도 한다. 만남이 모든 일의 계기가 되므로.

이틀의 경험이라 하더라도 빈의 주요 건축물에 얽힌 역사와 현재의 일상을 엿보고 나니 혼자서라도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 다시 빈을 찾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지식을 업그레이드 해놓아야겠다.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마저 다 읽고. 사진은 어제 둘러본 슈테판 대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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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아침은 오지 않았다. 이곳 시간이 새벽 5시 15분이어서 그렇다. 일어날 시간은 아니지만 잠이 깨는 바람에 불도 켜지 않고 ‘북플질‘(예전에 ‘서재질‘이란 말이 유행한 걸 좇아서). 클림트와 짝이 되는 에곤 실레를 제목에 적은 건 오늘의 여정에 체스키크룸로프가 포함돼서다.

빈에서 프라하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는데 중간 경유지로 오전에는 멜크수도원, 오후에는 체스키크롬로프를 들른다. 동선에 위치하고 있어서 넣은 일정이다. 멜크수도원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다. 소설에서처럼 거대한 장서원이 유명한데,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러보고 싶어할 만한 곳이다. 나라고 빠지겠는가.

체스키크룸로프는 유명한 체코관광 코스의 하나로 경관이 무척 예쁜 곳이다(아름답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이 어울린다). 나로선 3년전 여름에 들렀던 곳이라 재방문이다. 그곳에 에곤 실레 미술관이 있다. 그의 외가쪽 고향이어서 세워진 기념미술관일 뿐 에곤 실레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실레의 대표작들은 이곳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에 있다. 하루쯤 더 묵는다면 미술사박물관과 함께 둘러보려고 했다.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뜻. 벨베데레궁전 기념숍에서 클림트 엽서와 함께 실레의 엽서를 여러 장 구입한 것으로 입막음성 마무리.

엊저녁 카페 프라하를 찾아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에곤 실레 전시 광고판이 있어서 기념삼아 한장 찍었다. 지난해인가 나온 영화 때문에 더 상기되는 듯한데 짧은 여정의 여행자에게 빈은 클림트와 실레의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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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서의 이틀째 밤이다(한국은 이미 다음날 새벽이지만). 오전에 프로이트박물관에 들렀다가 벨베데레궁전에 클림트와 에곤 실레, 뭉크 등의 그림을 보고(예기치않은 작품도 몇 있었다. 다비드의 대작 ‘나폴레옹‘ 같은), 도심에서 점심을 먹었고 빈의 상징이라는 슈테판 대성당(고딕양식)과 성베드로 성당(바로크양식) 등을 구경했다. 그러고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인 호프부르크를 둘러보았다. 카페 카프카를 방문한 것이 저녁을 먹기 전 마지막 일정이었다.

예상대로 손님이 많아서 일행은 카페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데 만족했다. 이 카페와 카프카의 직접적인 관련은 확실치가 않은데 그냥 이름이 ‘카페 카프카‘라는 사실에도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본래는 카프카가 밀레나와 만났던 카페가 아닐까 싶어서 일정에 포함시킨 것인데 확증하기는 어렵다. 프라하에서 처음 밀레나를 만났던 카프카는 이후에 작품 ‘화부‘를 번역하게 된 밀레나와 자주 편지를 교환하면서 친해지게 되고 급기야는 빈으로 밀레나를 찾아간다. 그래봐야 고작 두 번의 만남이었다. 어디서 만났을까? ‘어느 카페에서‘라고만 나온다. 카페의 도시라고 불리는 빈에서 ‘어느 카페‘라니?

추가적으로 뭔가 더 알게 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카페 카프카‘가 카프카 투어의 한 일정을 차지하는 수밖에 없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칸에서 나는 카프카가 키얼링 요양원에서 숨진 지 사흘 뒤에 지면에 발표된 밀레나의 ‘애도사‘를 발췌해 읽었다. 밀레나가 카프카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놀라운 선견지명도 보여준다.

˝그제 빈 근교의 클로스터노이부르크 근처에 위치한 키얼링 요양원에서 프라하의 독일어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 박사가 사망했다. 여기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 그는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현자였으며, 또한 세상을 두려워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벌써 몇년 전부터 폐결핵을 앓고 있었다. 그는 병을 고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 병을 키우고 내심 장려하기도 했다. 영혼과 마음이 짐을 더 이상 짊어지지 못하게 되자, 짐이 적어도 좀 고루 나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폐가 그 짐의 반이라도 짊어지기로 했다고 그는 언젠가 한번 편지에 쓴 적이 있다. 그의 병은 그 결과였다.

(...)

그는 신경이 무한히 예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는 외로우면서도 상대방이 눈만 한번 반짝거려도 그를 거의 예언자처럼 꿰뚫어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을 비범하게, 그리고 깊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 또한 비범하고 깊은 세계였다. 그는 현대 독일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썼다. 전 세계에 걸쳐 오늘의 세대가 치러내야 하는 투쟁들이 그 작품들 속에 담겨 있다.

(...)

그의 작품들은 모두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몰이해, 그리고 죄없이 저지른 잘못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끔찍한 전율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그곳에서조차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그토록 섬세한 양심을 가지고 있었던 예술가요, 인간이었다.˝(1924.6.3.)

이 정도의 애도사를 쓸 정도면 카프카에게 각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지만 빈은 카프카에게 밀레나의 도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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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으로 쓰인다는 벨베데레 궁전을 방문하기 전에 프로이트 박물관에 들렀다. 굉장히 작은 규모라는 가이드의 소개가 있었지만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보다 커 보였다. 전시품은 사진과 편지, 출간물들, 그리고 몇가지 가구와 일상용품 들이다. 기념품점에는 독어와 영어로 된 프로이트 관련서들이 의당 갖춰져 있었는데, 한병철(<에로스의 종말>)과 지젝, 츠바이크와 라캉 관련서가 눈에 띄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지 마카리의 <마음의 혁명>. 검색해보니 번역본이 나와 있었다! 바로 장바구니에. 원서는 알라딘 구매가와 별 차이가 없어서 나중에 구입하기로. 그리고 프로이트박물관에서 확인한 건 피터 게이의 <프로이트>가 여전히 ‘이 한권‘이라는 점. 그런 걸 확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나섰다. 빈은 화창한 가을날씨다. 이제 클림트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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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적고 보니 그럴 듯하다. 사실 진술일 뿐이지만. 6시에 일어나서 아직 조식 제공 전이라 침대에 엎드려 간단히 적는다. 옆에 놓인 책은 카프카의 <밀레나에게 쓴 편지>(솔)와 박종호의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김영사), 라이너 슈타흐의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저녁의책).얇은 책들 외에 오늘은 주로 이 책들은 들고 다닐 예정이다(혹은 버스에 두고 다닐 예정이다).

빈의 날씨는 12도에서 출발. 낮에는 18도에서 20도까지 올라갈 예정. 어제는 비가 내렸는데 오늘 아침은 일단 맑다. 호텔밖 경관을 찍었다. 별로 보이는 게 없어서 빈이라는 실감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서울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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