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좋아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성표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 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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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에는 별이 도데체 무언지...어떻게 만들어지는지...하는 과학지식도 없었고 별이름이나 별자리에 관한 것 하나 몰라도 아무도 별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별에 대해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해가 떨어지고 난 하늘에 일찌감치 서둘러 밝아오는 별들을 보며 어느새 벌써! 하는 다급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두르곤 했었고
모기장 안에서 다섯남매가 키득거리며 놀다가 한 사람이 "어, 별똥별이다!" 외치면 "어디, 어디? 나는 못 봤어!" 호들갑을 떨어대곤 했다.
별이란 건 고개만 조금 들어도 하늘 가득 박혀 있는 그런 것..
아, 이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야, 많다. 정말 몇개나 될까? 세어보고 싶기도 한 그런 것.....

요즘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유치원에서 별에 대해 정말 많이, 정말 해박하게 배운다.

하지만 서울, 더러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 밑에 살고 있는 내 아들은 정작 별에 대해 살갑게 느끼지는 못한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내가 초등학교나 들어가서야 겨우 알았을 태양계의 행성에 대해 좔좔좔 외우면서도 금성, 샛별이 아직 어스름한 동쪽하늘에 반짝이는 그 기가 막힌 아름다움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별이 좋아]를 읽으며 내내 가슴이 울컥 시려왔다.

나는 별이 좋아
노란별 초록별 파란별 빛나는별 먼별 가까운별.......
나는 별이 좋아... 라고 달콤한 말들을 속삭여주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 건 검정도화지 두어장 사다가 4등분으로 자른 뒤 스테플러 쿡쿡 찍어 만든 작은 소책자에다가 빨강노랑파랑 별스티커 붙여가며 놀아주는 것 뿐....
"나는 별이 좋아, 노란별" 노란 스티커 붙이고
"나는 별이 좋아, 파란별" 파란 스티커 붙이고
"나는 별이 좋아, 많은별" 스티커 왕창 붙이고
"나는 별이 좋아, 적은별" 스티커 쪼끔 붙이고
이렇게 밖에 해줄수가 없었다.
"와~~! 내 별책이다!" 외치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해줄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에게 별을 좋아하게 만들었다구'''' 자위할 수 밖에.


이 책을 읽어준 뒤 아이와 마당에 나가 평상이든 돗자리든 깔고서 그 위에 벌렁 누워 책 속의 그 아이처럼 별 속에서 마음껏 춤추고 노닐게 할 수만 있다면....
"엄마, 나는 별이 정말 좋아!" 라는 내 아이의 외침을 들을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그 말에 행복에 겨워 "엄마는 네 눈속에 담긴 별이 제일 좋아"라고 으스러지게 안아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서울을 떠날 수 없음을 한탄해야 하는 것일까?
가끔씩 여행을 가서나 만나는 그 별들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이 이쁜 그림책이 단지 책이 아니라 내 아이의 마음의 소리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정말 그 멀고도 가깝고 은은하기도 하고 때로는 요란하기도 한 그 별들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

책 하나로 잊혀진 소망을 일깨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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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5-03-03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이 좋아요...

아이에게 별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엄마가 가장 아름다운 별이잖아요 :)

sooninara 2005-03-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왜 이렇게 오랫만에 오신거예욧..전 스타보다 밀키웨이가 더 좋아요

마태우스 2005-03-0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반갑습니다!!! 어째 이리도 오랜만에 오셨어요!!

비연 2005-03-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랜만이신거죠? 제 글에 단 댓글을 보며 님을 생각했더랍니다.
이제 자주자주 등장해주세요~~~^^
 
날고 싶어!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2
사라 파넬리 글 그림, 박수현 옮김 / 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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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나비면 당연히 날 수 있는데 그것도 몰라?"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자마자 대뜸 아이는 이렇게 말을 뱉어냅니다.
알에서 애벌레가 나오고 그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그 번데기에서 예쁜 날개를 가진 나비가 나오는 그 자연적인 순서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아이는 나비라면 그 누구라도 다 날 수 있다! 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이 못생기고 엉뚱한 나비는 바보스럽고 멍청하기만 하다고 여겨지나 봅니다.
하긴....저도 그렇고 이제껏 아이가 읽어온 그림책들 모두가 애벌레가 멋진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고 싶어하는 그것에만 촛점을 맞추었지 나비도 날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전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비가 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걸까?
이 나비는 나중에는 어떻게 해서 날았을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잠시 곰곰 생각을 해보던 아이는 시간이랑 사랑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렇게 확실한 명사를 쓴 것은 아니지만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사랑이라는 말도 참 거침없이 사용하고 무엇에든지 사랑이라고 답하면 만사 오케이라는 것을 너무 빨리 터득하나 봅니다...^^;;;)
"나비가 날려면 날개가 마르고 튼튼해질 때까지 좀 기다려야 되고
또 엄마가 부르니까 엄마 보고 싶어서 가려니까 저절로 날게 되는 거지..."라구요.
''''''''으...과학그림책을 너무 일찌감치 많이 보여주고 거기에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등등의 닭살스러운 사랑에 관한 그림책도 많이 보여준 티가 나는구나....ㅠㅠ''''''''
한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그럼 나비가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다닌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을까?"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뭐라고 답을 못하겠는지 그냥 씨익 웃고 마는 아이에게 뭔가 그럴듯한 멋진 대답을 해주려고 끙끙매다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아마도 나비는 자신이 나비라는 것이 굉장히 자랑스럽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무언가 도구가 없으면 전혀 날 수 없고 높은 곳에서 떨어짐으로 해서 잠시 공중에 머무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짜로 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비는 그냥 나비이기에 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잖아.
또....나비가 그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기에 진짜로 ''''''''난다''''''''는 것과 ''''''''잠시 공중에 붕 떠있는 것''''''''과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되었잖아.
그러니까 나비는 그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자신이 나비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했을거야"

이렇게 말을 해주고 나서......아차! 후회했습니다.
이런 건....나중에 아이가 자기 혼자서 느끼게 놔두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내가 느낀 것과는 또 다른 것을 느끼고 생각했을텐데 섣불리 이렇게 엄마가 느낀 것을 말해줌으로써 아이의 생각을 막아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자신의 경솔함이 그리 안타까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왜 이 꼬마나비가 처음에 날 수 없었는지...
다빈치를 만나고 빠삐용을 만나고 중국에 가서 연을 타고 날기도 했으면 이제는 스스로 날 수 있을만도 한데....왜 끝까지 자신이 날수 없다고 생각하고 슬퍼했는지...
눈물을 흘릴 그 즈음에 이미 나비는 혼자서 충분히 날 수 있었는데 말이지...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에서부터 시작된 나비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완전 박살내버린 이 못생기고 엉뚱한 나비..
그 나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찾아내게 되는 갖가지 희한한 그림들....
그걸 보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나중에...
좀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때 다시 한번 아이에게 묻고 싶습니다.

"꼬마나비가 왜 날지 못했을까?
꼬마나비가 사람들을 안 만났으면 어땠을까?
그 사람들을 괜히 만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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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3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1-21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구로 소풍가는 날! 로렌의 지식 그림책 2
로렌 리디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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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학그림책은 모름지기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이것은 제가 과학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하지만 과학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목표이기도 할 겁니다.
따분할 수도 있는 과학적 사실이나 지식들을 그림책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어떤 하나의 사실을 두고 이제까지 나왔던 기존의 과학그림책과 차별화를
둔다는 것 또한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로렌의 지식그림책의 하나인 [지구로 소풍가는 날]은 이미 아이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외계인이 지구로 소풍을 온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만약 어떤 장소에 그곳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끌고 소풍이나 여행을 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음...일단 그곳의 이름과 위치, 그리고 그곳의 날씨, 거기 사는 사람들의 생활모습 (먹는 것, 입는 것, 결혼하고 애기 낳는 등등의 가정생활), 문화적 특징...등등 그곳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이야기하겠지요?

마찬가지로 지구를 알지 못하는 외계인들이 지구에 오면 아마도 우주에서 지구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일단 다른 별들과 분명히 차이가 나는 것이 그 색깔이겠지요?
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물이 있는 별이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바로 지구이고 그 물 때문에 공기가 있고 지구가 파랗게 보인다고 하네요.
우리 어렸을 적부터 보던 공상과학만화나 영화에서도 외계인들이 지구를 정복하러 오는 이유가 바로 이 물과 공기 때문이라는 것이 갑자기 퍼뜩 떠오르더라구요 ^^

그렇게 파란 별 지구에 온 외계인들 - 이 외계인들은 지구를 정복하러 온 것이 아니라 소풍을 온 것인데 소풍을 온 것 치고는 상당히 학구적이네요 ^^- 은 지구에 대해 아주 간단하면서도 재미나게 공부하고 돌아갑니다.
무엇보다 7개의 대륙을 방문하여 각 대륙마다의 지리적 문화적 특징을 쿼크 선생님의 설명과 개구쟁이 외계인들의 질문, 그리고 천방지축 멍멍이의 활약을 통해 잘 알게 해주어요.
각 장면마다 이 멍멍이 찾는 일도 재미있어요. 외계인들 중 우리 아이는 분홍색 몸통에 노란 팔다리를 가진 녹색눈 외계인이 제일 웃긴대요. 정말 하는 짓이며 말이 모두 엉뚱하거든요 ^^

요즘 이렇게 우리가 사는 지구의 다양한 사는 모습을 살펴보는 책들이 많은데 사진으로 되어 있는 책보다 이렇게 다소 엉뚱한 그림으로 그려진 책들이 아이들에게 더 쉽게 받아들여지나봐요 ^^

이 책이랑 더불어 계림북스쿨에서 나온 [나의 첫 세계여행](소피 아망 글 / 올리비에 라틱 그림)이라는 책을 같이 보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지구의 각 대륙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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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친구 집에서 자는 날 보림어린이문고
버나드 와버 글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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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에서 잠은 잔다는 것!
그건 참 가슴 두근두근하게 흥분되는 일입니다.
왜 좋은지
왜 재미있는지
왜 친구집에서 자고 싶은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할 대답을 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자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모험의 시작인가 봐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친구네집인데도 말입니다.

7살인 제 큰아이 바무는 지난 가을에 처음으로 친구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바무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나도 친구네 집에서 자고 싶다"라는 것이 아주 큰 요구사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로 얻게 되는 그런 기회로요.
잠을 자도 된다고 허락받은 날에는 자러 오는 녀석이나 초대한 녀석이나 얼마나 야단법석인지 모릅니다.
맨날 입는 잠옷인데도 "오늘 뭐입고 자요?" 물어오고
맨날 자던 방에서 잘 것임에도 "어디서 자요?" 물어오고
맨날 자던 시간에 재울 건데도 "몇시에 자요?" 물어옵니다.

아이라에게도 그런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술쟁이 누나가 친구인 레지가 놀릴거라고 자꾸만 자꾸만 불안하게 만드는 잠자리친구인 곰인형 빠빠.

남의 집에 가서 잔다는 설레임과 함께
곰인형이 없이 혼자서 잘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불안함,
아직도 인형 따위를 끼고 잔다고 친구가 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등등
평범한 아이, 아이라가 느끼는 감정이 특별한 수식어를 전혀 쓰지 않은 아주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담아졌기에 정말 자신이 아이라가 된 듯한 그런 기분에 빠져들게 되요.
그림 또한 얼마나 소박한지, 곰인형이 없이도 잘 수 있을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아이라의 표정이 정말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인형을 가지고 잠을 자는 일들이 그리 흔하지 않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조금은 낯설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요.
첨에는 "근데 왜 꼭 곰인형이 있어야 잠을 잘수 있는데?" 묻더라구요.

티모시라는 너구리(?)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영어비디오가 있는데 거기서도 친구들이 티모시네 집으로 자러오는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그때 티모시도 아이라처럼 아직도 잠자리인형이 있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면 놀려댈까 싶어 침대 밑에 감추어둔답니다.
서양의 꼬마들에게 침대 밑이라는 곳은 굉장히 은밀하면서도 뭔가 비밀이 숨겨진 그런 장소인가 봐요.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요 ^^
아..자꾸 딴소리로 가고 있습니다...
하여간 그 만화에서도 결국 그 친구가 자기 직전에 잠자리인형을 가방에서 꺼내고 이에 안심한 티모시도 자기 인형을 꺼내서 편안히 잠이 든다는 그런 내용인데 그게 떠올랐는지
"아, 맞다! 엄마, 티모시에서도 인형이 있어야 잤었잖아? 원래 영어 쓰는 애들은 그런가봐. 나는 엄마 찌찌가 있어야 자는데...." 그러더라구요 ^^
(울 큰놈이 7살임에도 불구하고 자다가 자다가 한두번씩 제 몸을 더듬습니다.
그리곤 제 웃도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쥐곤 잠이 들지요 ^^;;;;;)

우리 꼬마에게 낯설었던 부분이 또 있는데 그건 아이라의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었답니다.
첼리스트인 것 같은 아이라의 아빠 - 아빠는 첼로를 연주하고 음반을 들고 나오는데 그러고 보면 이 집은 예술가 집안인가 봐요, 아이라를 불안하게 만들며 놀려대는 누나는 피아노 의자 위에 익숙한 모습으로 앉아있거든요 ^^ -
그리고 파자마 차림으로 쇼파에 앉아 신문을 보시는 엄마.
거기에 다정하게 둘이 함께 저녁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킥킥킥" 알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더만요...^^;;;

"서양애들은 아주 애기때부터 엄마랑 따로 자기 때문에 곰인형이 필요한 거야, 너도 잘 때 꼭 엄마가 있어야 자지? "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니 공감하는 눈치를 보이면서
"엄마, 나도 **네서 잘 때 한시까지 잠이 안 와서 **아줌마랑 얘기하다가 잤어" 그렇게 말하면서 이불을 턱밑으로 끌어당기더군요.

친구네 집에 가서 잔다는 것은 이제 자신이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그게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면서도
아직은 어린 아이의 티를 벗어나지 않은 그런 미숙한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그런 나이...
그 나이의 제 아이에게 아이라는 자신의 모습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나름대로 위안이 되었을까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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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3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말이유. 안그래도 서점에서 보고
야...이거 분명 어디 전집에 있던거다 했는데 그 전집이 뭔지 생각이 안나요.
우리 애들도 참 좋아했던 스토리예요.
근데 울 애들은 친척집 말고 친구네 가서 자본 적이 아직 없구만이.


밀키웨이 2004-12-3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친구네 집에서 자는 거 디빵 좋아하는데 ^^

어서 재워주세요

보낼 곳이 없으시면 저희집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근데 어느 전집일까나요? 주머니속?

치유 2005-05-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기분 좋아서...
설레이던 그날이 언제였던가..초등시절..아 그립다..
우리 아이들도 친구집에서 자본 적이 없는데..언제 자고 싶다하면 자고 오라고 해야 할듯..차라리 데리고 와서 자라고 했던 내가 부끄럽네요..
 
시인과 요술 조약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3
한성옥 그림, 팀 마이어스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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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가 뭔지 모르던 제게 하이쿠의 아름다움을 접하게 해준 책은 팀 마이어스와 한성옥 콤비의 첫번째 작품인 [시인과 여우]였습니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단 한줄로 표현하는 하이쿠의 멋이라니...
그림책 하나를 잘 만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멋스러워지는 것 같아서 참 행복했었답니다.


이들 콤비의 두번째 작품인 [시인과 요술조약돌]은 전편에서 버찌를 나누어먹기로 한 바쇼와 여우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참 재미있는데 그 구조는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옛이야기의 전형과 같습니다.

''''''''버찌를 탐낸 욕심많은 여우가 잔꾀를 부려 바쇼를 속이는데 바쇼는 오히려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이에 자신의 잔꾀를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여우.
속죄를 하고자 하지만 고지식한 바쇼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결국은 다시 여우의 재치(? 좋은 의도로 좋은 결과를 맺었으니 잔꾀가 아니라 재치라고 할만하죠? ^^)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다...''''''''

이런 이야기구조가 갖는 힘은 어린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빠져들게 하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야, 잘됐다! 정말 재미있어"하면서 책장을 덮게 만들지요.
책을 읽어주는 엄마 입장에서도 이런 책은 참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내용이 탄탄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이 팍팍 들어갔으니까요 ^^
잔꾀를 부리던 여우마저도 귀엽게 느껴지게 만들구요.

거기에다가 참 아름다운 것이 그림책 가득 가을이 담겨져 있습니다.
들판에 가득한 흰 억새풀, 빨간 단풍잎, 기러기떼 날아가는 달빛 비치는 아름다운 가을밤..등 그림만 보아도 고즈넉하면서도 따뜻한 그런 가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양쪽 가득 펼쳐지게 그려진 그림 뿐만 아니라 액자기법으로 표현된 작은 그림들, 글씨들이며....이런 것들이 그림이 주는 즐거움에 한껏 누리게 해줍니다.
억새풀 가득한 들판 너머로 쓸쓸히 돌아가는 여우의 뒷모습이며 초록주머니에 담긴 예쁜 조약돌 등이 선명하고 강하게 시선을 끌어당기거든요.

[시인과 여우]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두권의 그림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보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바쇼가 버찌를 먹는 그림을 보면 책 두권의 그림이 서로 비슷한 앵글로 잡아져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쇼는 한결같이 한쪽 다리만 세워 앉은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서 버찌를 먹네요 ^^또 나무들이 제법 많이 자랐다는 것도 알수 있구요.
바쇼가 기르는 닭들도 몇마리 늘었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보림에서 붙인 우리말 제목인데...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이라는 책으로 요술 조약돌이 워낙 익숙해졌기에 [시인과 요술 조약돌] 이라는 제목이 아주 매력적으로 와닿지는 못했답니다.


조약돌이라는 아주 작은 존재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바쇼.
그가 지어낸 - 물론 바쇼가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작가인 팀 마이어스의 작품입니다만 - 하이쿠에 감동받은 여우.
이 조약돌이라는 것이 참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것이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그런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 "요술"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 말미암아 그런 잔잔한 깨달음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이쿠란 한줄의 운문으로 계절과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인간의 실존에 가장 근접한 문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 줄도 너무 길다] 중 p.148)
바쇼는 비록 여우에게 속았지만 그 작은 조약돌을 보면서 자신 또한 여우와 마찬가지로 욕심을 부렸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한줄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지요.
그 시를 들은 여우 또한 금보다 더 귀하고  가치있는 것이 많으며 그러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이렇게 나누어 먹는 즐거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보고 늘 듣고 늘 느끼는 아주 작은 것들도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고 가치있는 것이다라고..그것을 함께 이 그림책을 통해 나누려고 한다면 제가 지나치게 확장하여 생각하는 것일까요?



 



꼬랑쥐....
이 그림책과 함께 [한 줄도 너무 길다] 라는 하이쿠 모음집을 같이 보시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그 간결함 속에 담긴 인생의 철학이 참 가슴에 와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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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2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는 잔꾀보다는 재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흑...그리고 밀키님 오랜만이라도 만나니 너무 반가워요^^ 여전히 리뷰는 내공이 깊음이 변함 없군요...^^

밀키웨이 2004-11-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우님 반가와요. 저도 오랜만에 리뷰 올리니 참 기분이 좋네요.

요즘 딴짓 했거든요 ^^


. 2004-11-28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난 처음에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이 새로운 그림으로 또 나왔나했소. 정말 제목 좀 신선하게 지어보지 그랬을까? 하여간 맛난 글 잘 읽고 갑니다..^^;;

2004-11-28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시인과 요술조약돌은 제목이 밋밋하군요..시인과 여우 재밌게 봤어요. 이 책도 읽어 봐야 겠군요..오랫만에 리뷰 올리심을 축하드립니다^^

뚱글녀 2004-12-0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런 리뷰를 사람이 쓰는 것 맞구나.^^:;;..그것도 얼굴 아는 사람이.^^:;;;... 저런글은 출판사에서 책뒷면에만찍어내는 건줄 알았습니다.^^;;..

밀키웨이 2004-12-04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글이님 왜 그러신대요? 정말...^^;;;;;

로드무비 2004-12-04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 오랜만이어요.

땡스 투 눌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