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추리 소설의 황금기 - 2 -

 

 영국에선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의 여왕' 칭호를 들으며 승승장구하고, 미국에선 반 다인이  퍼즐 추리소설로 베스트 셀러를 석권하며 인기를 끌자 뉴욕에 살던 두 사촌 형제는 이에 자극받아 자신들도 추리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이름은 맨프레드 리와 프레드릭 더네이...두 사람은 1928년, 추리 소설 현상 공모에 응모를 해 처녀작 <로마 모자의 비밀>을 발표한다.

 

 두 사람은 합동 필명으로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을 창조했고, 자신들의 소설 속 탐정 이름도 엘러리 퀸이라고 붙였다. 그 뒤 두 사람은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들어가는 '국명 시리즈' 9편을 발표해 일약 유명해진다. <그리스 관의 비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중국 오렌지의 비밀>등의 작품이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논리와 트릭, 퍼즐의 요소를 중시한 본격 지향주의였는데,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나 범인을 맞출 수 있는 장면에 '독자에의 도전'이라는 편지를 삽입했다. 이 부분을 꼼꼼히 읽어 보면 범인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트릭을 만들 때 있어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냉철한 이성과 논리, 집중력, 관찰력을 가지고 작가에게 도전할 것을 촉구했던 것이다.

 

한편 그들은 추리 소설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불후의 시리즈를 발표했다. <X의 비극>,<Y의 비극>,<Z의 비극>, <최후의 비극>의 4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극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들은 이 책들을 '버나비 로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는데, 추리 소설 작가다운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 어느 파티 석상에서 맨프레드 리가 엘러리 퀸으로, 프레드릭 더네이가 버나비 로스로 서로의 작품을 혹평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엘러리 퀸이 두 명의 사촌 형제의 공동 필명인 줄 사람들은 몰랐다.)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이 쓴 작품인데 말이다. ^^;;

 

추천 9. <Y의 비극>... 

 

 

 발표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본격 추리 소설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정수를 모두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이 조사한다. 단서와 복선들이 상당히 꼼꼼하고 지능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머리를 열심히 굴려 보면 범인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의 정체는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지만 단서가 충분히 있다. 씁쓸한 마무리가 주는 여운이 좋은 작품으로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 세계는 대략 3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기는 '국명 시리즈'와 '비극 시리즈'를 집필했던 때로, 퍼즐과 트릭에 몰두하던 시기이다. 2기는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자 헐리웃으로 스카우트되어 영화 각본을 집필하던 시기인데, 영화 각본가로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 일 외에 짬짬이 집필하던 추리 소설들은 아무래도 수준이 떨어진다. 

 

헐리웃 생활을 마감한 엘러리 퀸이 다시 추리 소설로 돌아온 3기의 작품이 바로 '라이츠빌 시리즈'이다. <재앙의 거리>,<폭스가의 살인사건>,<열흘간의 불가사의>,<더블, 더블>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은 가열차게 새로운 트릭과 퍼즐에만 몰두하던 퀸이 인간에게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파고 드는 심리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퀸은 그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다.   

 

추천 10.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에게 익숙해져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라이츠빌'시리즈의 제 1편이다. 라이츠빌이란 가공의 도시인데, 결혼식 다음날 사라졌던 신랑이 10년만에 신부곁에 돌아온다. 곧 신랑은 살해되고, 때마침 라이츠빌에 있던 탐정 엘러리 퀸은 사건을 조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 중 한편이다. 위에도 언급했던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줄기차게 파고드는 작품이지만 본격 추리 소설적인 퍼즐의 요소도 일급이다. 훌륭한 트릭으로 독자를 감탄하게 하고 문학적 향취로 여운도 길게 남는 좋은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 중에서는 <X의 비극>과 <Y의 비극>,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그리스 관의 비밀>,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재앙의 거리>와 <열흘간의 불가사의>를 꼭 권하고 싶다. 단편집  <신의 등불>에 수록된 중편 소설 <신의 등불>도 명작으로 많은 추앙을 받고 있다.

 

엘러리 퀸은 6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20권을 조금 넘게 만나볼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더불어 쌍벽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크리스티 여사처럼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한편 그들은 <엘러리 퀸스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추리 소설 전문 잡지를 만들어내 스텐리 엘린등의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두 사촌 형제가 모두 사망한 지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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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블, 더블]은 못 봤는데.. 번역되어 나왔나요?

jedai2000 2005-10-2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이런 실수를...시그마 라이츠빌 시리즈 4권 <일곱번의 살인사건>의 원제가 <더블, 더블>이랍니다. 국내에 나온 거지요. ^^;;

panda78 2005-10-2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그런 거군요! ^^ 시그마로 나왔을 때 싹 장만해 뒀으면, 하고 몇 번이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집에 한 네 권 있나.. 볼 때마다 아쉽더군요. ^^

jedai2000 2005-10-2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시그마가 14권 정도 있는데 나올 당시 산 책은 <챔피언 시저의 죽음> 밖에 없어요. 웃돈 엄청나게 주고 이만큼 구해놨지요. 책이 한창 나올 때만해도 추리마니아가 아니어서 한국 추리소설계의 난맥상에 대해 몰랐던 게지요...^^;;
 

<4> 추리 소설의 황금기 - 1 -

 

 1910년대 후반까지 추리 소설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추리 소설의 역사에서 1920년 이전의 모든 시간은 진정한 황금기의 준비 기간에 다름 아니었다. 1919년 사람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처녀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감히 비유하자면 하느님은 일주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고, 크리스티는 펜을 들어 추리 소설을 창조했다고나 할까... 1919년에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으로 추리 소설 창작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1975년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60여년을 추리 소설과 함께 보내왔다. 장편이 66편, 단편집이 20편..그렇게 많은 작품을 썼지만 과히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작품이 없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칭하면 그녀에겐 실례다. 남녀 통틀어서 최고였기 때문에...

 

추천 6.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외딴 섬...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과거를 지닌 10명의 남녀가 모여든다. 섬의 저택에는 인디언 인형이 10개 놓여져 있는데, 한 명씩 살해당할때마다 불길하게 인형이 파괴된다. 말할 수 없이 공포스럽고, 독자를 몰입시키게 하는 작품. 정말 교묘하게 안배되어 있는 상황 설정과 놀라운 진상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추리 소설중 한 편으로 꼽으며 이 책을 읽으면 크리스티의 다른 책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될 것이다.

 

 

 

 

추천 7.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한편. 비교적 초기작인데 이 작품으로 크리스티는 명성의 정점에 올랐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 씨를 살해했을까? 추리 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범인을 명탐정 포와로가 밝혀 낸다. 이 작품의 범인은 너무도 의외의 인물이라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고, 영국과 미국의 추리 소설가들로부터 페어, 언페어 논쟁을 낳았다. 크리스티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페어를 미국에서는 언페어를 주장했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추리 소설 애호가들에겐 즐거운 논쟁거리다. 반드시 읽어야 할 추리 소설의 명편이다.

 

 

 

 크리스티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나일 강의 죽음> 등에서 보여주듯 트릭의 정교함과 기발함이 뛰어났다. 퍼즐 푸는 형식의 추리 소설에서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거의 모두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 10을 뽑아 보겠다. <장례식을 마치고>- <비뚤어진 집> - <0시를 향하여> - <창백한 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 <예고 살인>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나일 강의 죽음>의 순으로 적어 보았는데 여기 10편 모두 수준작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한편 영국의 애거서 크리스티 이후로 미국에서도 뛰어난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S.S 반 다인이라는 작가가 미국 추리 소설 황금기 작가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 다인은 원래 저명한 미술 비평가였는데 병이 나서 입원을 했다고 한다. 의사는 그에게 독서를 금지시켰는데 다만 심심풀이로 읽는 추리소설만큼은 허용했다. 그동안 출간된 거의 모든 추리 소설을 다 읽은 그는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지 퇴원하고 추리 소설을 쓴다.

 

1926년의 <벤슨 살인 사건>이 바로 그 작품이다. 반 다인 작품의 주인공 탐정은 파일로 밴스라는 남자이다. 이 친구는 갑부에, 잘 생겼고, 운동도 만능이고, 무엇보다 온갖 분야에 지식이 엄청나게 많다. 작가인 반 다인이 미술 평론가로 지식인이었던 게 소설속에 투영된 듯 입만 열면 온갖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반 다인 작품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이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참고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반 다인은 6이라는 숫자를 완벽한 숫자로 생각했다. 전 작품의 제목이 전부 6자로 구성되어 있다. <벤슨 살인 사건 BENSON MURDER CASE>, <비숍 살인 사건 VISHOP MURDER CASE>, <드래곤 살인 사건 DRAGON MURDER CASE>, <카나리아 살인 사건 CANARY MURDER CASE>등처럼 말이다. 작품도 6편외에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독자들의 사랑으로 그것만큼은 지키지 못했다. 총 12편을 남겼다. 반 다인은 역시 좋은 트릭을 구사했고, 흥미로운 퍼즐을 만들었고, 논리적인 글을 쓸 줄 알았다. 그의 바로 뒤에 등장하는 엘러리 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추천 8. <그린 살인 사건>

 

 

 
12편의 반 다인의 작품 중 <비숍 살인 사건>과 더불어 가장 뛰어나다고 흔히들 말해지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린 살인 사건>을 더 높이 평가하기에 이 작품을 골랐다. 음습한 분위기가 감도는 대 가족 내의 살인 사건...가족들은 한명씩 피살되고, 파일로 밴스는 역시나 잘난 체를 멈추지 못한다..ㅋㅋ

 가족안에서의 살인이라는 추리 소설의 오랜 테마를 다룬 작품으로 가정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애증이 넘치는 공간이기에 이렇게나 많은 추리 소설들이 홈 머더물(HOME MURDER)물을 배경으로 할까 생각해 보게 한다. 으스스한 맛이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공교롭게도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도 이 작품과 거의 유사한 범인이 나오는 작품들을 한 편씩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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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다인 작품 중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게 [그린 살인사건]이에요. 가장 최근에 읽은 [드래곤 살인사건]은 좀 지루하더라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읽은 듯한 케늘 살인사건... ^^;
 

추천 4. <엉클 애브너의 지혜>...

 

 

 홈즈의 라이벌들은 홈즈의 고향인 영국에서 주로 출몰(?)했지만 추리 소설의 종주국 미국 작가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 시기 미국 작가들 중 가장 특출난 작가가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인데, 그는 여기 소개하는 <엉클 애브너>시리즈로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탐정격인 엉클 애브너는 미국의 개척 초기의 이주민인데, 그 당시 신대륙을 찾아왔던 대다수 사람들처럼 엄격한 청교도인이고 개척 정신과 정의감이 투철한 인물이다. 미국인들은 초기 개척 시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이제는 지나가 버린 유산이 되버린 프런티어 정신을 가진 주인공 엉클 애브너를 좋아했다. 엄격하지만 정의감과 신앙심을 갖춘 엉클 애브너의 매력이 인기 요인이겠지만, 이 단편집 <엉클 애브너의 지혜>는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 또한 뛰어난 단편들로 가득찬 작품이다.  밀실 살인을 다룬 <둠도프 살인사건>은 어느덧 고전이 되어 있고, <나보테의 포도원>, <양녀>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다소 딱딱한 문체가 부담스럽지만 초기 추리 소설의 정수를 담았다고 평한다.

 

추리 소설의 제 1 전성기는 역시 도일의 홈즈와 그의 다수의 라이벌들로 화려하게 수놓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신사 뤼팽>같은 뤼팽을 다룬 작품들은 프랑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았으며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독자들에게 영국의 홈즈, 프랑스의 뤼팽이라는 추리 소설의 공식을 잊지 못하게 했다. 한편 신문 기자 출신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도 뛰어난 수작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었다. 마지막으로 영국 작가 오스틴 프리맨의 <손다이크 박사>시리즈도 주목해야 한다. 최초로 범인이 도입부에 나오고 탐정이 범인의 음모를 밝혀내는(독자는 범인을 이미 알고 있는...따라서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을 제 3자 입장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도서 추리> 형식을 최초로 구사했기 때문이다. 한편 <손다이크 박사>는 현미경등을 이용하는 과학 수사를 하는 최초의 탐정이기도 하다...(CSI의 선조라고나 할까..)  

 

<3> 추리 소설의 리얼리즘 시대

 

제 1전성기 시절의 작품들이 인기를 많이 모았지만, 어느 덧 사람들은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신기한 트릭 위주의 작품들만 쏟아지다 보니 어느 덧 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일군의 작가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추리 소설을 혁신하게 된다. 트릭과 탐정의 개성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문체를 일신하고 심각한 주제를 가미하는 등 문학성을 높였던 것이다. 또한 기성 작품들이 종종 사용하곤 했던 비밀 통로나, 변장, 맹독, 등의 허황된 트릭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감있는 내용으로 사실성을 높였다. 또한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가?>에만 집중하던 종래의 방법을 버리고 <누가 누구를 어떻게 죽였는가? + 그런데 그는 왜 죽였는가?>에도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심리에도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작가는 새로운 추리 소설을 써냈다는 평가를 받는 E.C 벤틀리의 <트렌트 최후의 사건>, 알프레드 메이슨 <독화살의 집>, 이든 필포츠의 <어둠의 소리>,<빨강머리 레드메인즈>를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 5. <>...

 

 

 이런 추리 소설의 리얼리즘 흐름에 대표적인 작가가 F.W 크로프츠라는 영국 작가다. 이 사람은 중년 넘어서까지 철도 회사에 근무했는데 퇴직을 몇 년 앞두고 경력을 살려 철도에 얽힌 추리 소설을 쓰게 된다. 그 데뷔작이 바로 <>인데, 고전 추리 소설의 최대 걸작 중 한 편이다. <>은 커다란 술통 속에 들어 있는 여자 시체의 비밀을 밝혀내는 내용인데, 영국과 프랑스의 철도를 넘나 들며 일체의 감상없이, 밝혀지는 사실들만 가지고 냉정하게 조사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크로프츠는 향후에도 추리 소설을 많이 썼는데, 거의 다 철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도의 시간차를 교묘히 이용해 알리바이 조작을 하는 범인을 역시 끈질긴 탐정이 철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밝혀낸다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 <>은 언급한대로 추리 소설에 강한 리얼리티를 부여함으로써 추리 소설이 아이들이나 보는 허황된 모험담이 아닌, 어른들이나 따지기 좋아하는 머리 좋은 지식인들이 보기에도 흥미로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큰 의의가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 입문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으나(너무 딱딱해서...) 추리 소설사적 의의가 너무 큰 책이라 선정함을 밝혀둔다...(<기암성>과 경합을 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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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은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 그런가, 쬐끔 재미없었어요. ^^; 담에 다시 보려구요. [엉클 애브너의 지혜]도 나오자마자 샀는데 번역이 좀.. 잘 읽히는 문체는 아니더군요. 둠도프는 다른 선집에서 몇 번 봤던 이야기라 즐겁게 읽었지만.. 음..
나중에 생각나면 다시 봐야겠어요. ^^
제다이님 리스트 보고 나니, 다시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이 꽤 눈에 띕니다.
 

추리 소설...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배고픈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는 인간의 호기심을 가장 잘 어루만져주는 이야기. 기발한 트릭과 흥미로운 플롯, 우리의 기대를 200% 충족시켜 주는 명탐정의 존재까지 추리 소설만큼 흥미로운 게 또 있을까..이미 영.미나 일본같은 출판 선진국들 사이에선 팔리는 책의 대부분이 추리 소설이나 추리 소설에서 파생된 소장르가 휩쓸고 있다.

클린턴, 부시같은 미국 대통령들도 인터뷰를 보면 추리 소설을 즐긴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한국같으면-_-;)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추리 소설이 불모지로 남아 있다. 올해 <다빈치 코드>가 80만부를 넘기기는 했지만, 야심차게 기획된 추리 소설들이 대다수 8000부도 넘기지 못하는 것이 또한 한국 추리 소설계의 현주소이다. 이에 추리 소설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쭉 훑어 보며  읽어 보시면 반드시 추리 소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줄 걸작 20편을 소개하는 바이니,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이 때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추리 소설을 읽는 인생의 참 재미를 발견하게 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리 소설의 입문자가 부럽다...이런 걸작들을 한편 한편 새로 읽어가니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겠는가...아!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_-;;;)

 

<1> 추리 소설의 탄생.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최초의 추리 소설을 쓴 사람은 미국 문학사에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이다.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로맨티시즘, 악몽같은 그로테스크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내 세계 문학사에 이름이 남은 천재 작가, 애드거 앨런 포가 최초로 추리 소설을 썼다면 고개를 끄덕이실 분도 많이 것이다. <애너벨 리>같은 주옥같은 시에서...<어셔가의 몰락>같은 고딕 호러, 잊혀지지 않을 <검은 고양이>...포는 최초의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창조했다.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단편은 단 3편이지만 이후 추리 소설의 모든 원형이 담겨 있다 할만큼 뛰어난 작품들이다.

 

추천 1. <애드거 앨런 포> 단편집...

 

   

 

국내에 출간된 단편집이 워낙 많기에 번역이 잘된걸로 아무 거나 골라 들기 바란다. 위에 언급한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3작품 중 가장 유명한 <모르그 가의 살인>은 밀실 살인과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 범죄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신문 기사의 스크랩만 보고 토막 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마지막 작품인 <도둑맞은 편지>는 아직까지도 단편 추리 소설의 최고 걸작중 한편으로 손꼽히는 작품인데, 끝까지 읽으면 뒤통수를 단단히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그 외에 <황금충>같은 작품은 암호를 풀어내는 암호 미스터리의 효시격인 작품이다

 

 

<2> 추리 소설의 제 1 전성기

 

에드거 앨런 포는 1846년에 사망했다. 그는 추리 소설가라기 보다는 다종다양한 문학의 장르에서 실력을 발휘한 문학인이었기에 향후 추리 소설은 약간의 공백기를 맞게 된다. 포 뒤에 에밀 가보리오라는 작가의 <르콕 탐정>시리즈가 인기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추리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 건 바로 이 작가 때문일 것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말이다...원래 코넌 도일은 의사 출신인데 지지리도 장사가 안되서 남아 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 쓴게 바로 셜록 홈즈 의 제 1 장편 <주홍색 연구>이다. 이 때가 1887년이다.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기도 의사면서 왜 못 고치고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_-;; 여튼 다음 작품 <4개의 서명>이 대박을 치면서 돈 안되는 의사는 완전히 접고 소설가로 거듭났다. 당시 영국에서 남성 젠틀맨을 위한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이 창간되면서 편집자는 코넌 도일에게 단편 소설을 의뢰한다.(지금으로 치면 GQ쯤 되나 보다...) 도일은 매호마다 단편 1편씩을 연재하며 그야말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다...

 

추천 2. <셜록 홈즈>

 

 


청승맞게 부슬부슬 비내리는 런던 거리, 가스등 불빛은 흐릿한데, 4륜 마차는 정신없이 달려간다. 마부석에 앉은 사람은 승마 모자에 쇠장식을 단 지팡이를 들고, 체크 무늬 상의를 입고 있쥐...^^; 셜록 홈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거일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사건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홈즈의 매력이야말로 이 소설이 100년동안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말이 필요없다. 아직도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홈즈 이야기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으로 이뤄어져 있다. 장편중에선 <공포의 계곡>을 추천하는 바이고, 단편은 뛰어난 작품들이 워낙 많으니 한편, 한편 읽어보시라(개인적으로는 <얼룩끈>). 비오는 밤, 이보다 더한 오락거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셜록 홈즈가 이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자 다른 잡지에서는 경쟁적으로 추리 소설을 쏟아낸다. 홈즈의 라이벌들이 각지에서 튀어나오고, 바야흐로 셜록 홈즈로 촉발된 추리 소설계는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엄청난 양의 추리 소설들이 쏟아졌는데, 셜록 홈즈의 영향을 받아 단편이 많았고, 홈즈가 인기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탐정의 개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았다...

이 시기 탐정들은 홈즈를 능가하는 개성을 갖추기 위해  한 가지씩 이상한 결점들을 가진 온갖 잡놈들이 줄지어 튀어 나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장님 탐정 <맥스 캐러도스>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결점있는 탐정들을 추리 소설 사조에선 라고 한다고 하더라...여튼 이런 홈즈의 라이벌 (<사고 기계 반 두젠 교>, <구석의 노인>, <마틴 휴이트> 등등) 들 중에서 가장 특출난 두 작품을 꼽아 보겠다...

 

추천 3. <브라운 신부의 결백>

 

 이 작품을 쓴 G.K 체스터튼은 원래 추리 소설가가 아니고, 버나드 쇼와 친한 문인이었고, 버트린드 러셀같은 철학자와 논쟁을 벌인 철학자였다. 당대의 석학, 시인으로 손꼽히던 사람으로 추리 소설은 그저 재미로 쓴 건데 후대에는 추리 소설가로만 기억되게 되었다..-_-;; 여튼 철학자요, 문인답게 그의 작품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름답고, 문장이 또한 기막히다. 그는 단편집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5권 썼는데, 제 1권인 <결백>이 최고 걸작으로 보인다. 철학자답게 그의 작품은 인식론이나 인생에 대한 우화를 날카로운 필치로 담은 듯 하다. <결백>에 수록된 <보이지 않는 살인자>는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건만 본다는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추리 단편 중 최고의 걸작이다. 그 외에도 <부러진 검의 의미>, <이즈라엘 가우의 명예>등과 같은 뛰어난 작품  들이 즐비한 걸작 단편집이다. 굽은 허리에 촌로같은 어벙한 탐정 브라운 신부지만 그는 날카롭다. 그에게서는 용서하는 신의 모습이 아닌 단죄하는 신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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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0-2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기서부터 퍼갈께요~~ ^^

jedai2000 2005-10-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얼마든지 퍼가세요.^^;;
과일이 좋아님: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부 다 친구랍니다..^^;;

panda78 2005-10-2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마틴 휴이트는 처음 들어봐요.. 궁금해라..

jedai2000 2005-10-2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마틴 휴이트의 단편집이 국내에 소개된 건 없는걸로 알고 있구요. 유명한
단편 <렌튼관 도난사건>이 동서추리문고 중 어떤 작품의 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jedai2000 2005-11-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습니다. 하네님..^^;; 제 의도를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추리소설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제가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너무 감사드리고 영광입니다. 겨울 방학 때 추리소설 많이 읽으시길...^^;;
 




일본의 만화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불후의 명작이다.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만화로써, 상큼한 청춘물로써, 이 작품과 겨룰만한 작품은 타케이시 이노우에의 <슬램 덩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목이 왜

인고 하니 위의 그림에서 글러브를 끼고 있는 투수의 이름이 바로 히로(웬지 영어의 HERO를 연상케 함)이고, 배트를 들고 있는 타자의 이름이 히데오(일본어로 영웅이란 뜻이란다...)라서이다. 두 명의 영웅의 앞글자를 따서

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재미있는건 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 이름이 히까리, 일편단심 히로만을 사랑해주는 또 하나의 여주인공 이름이 하루까로 등장인물 모두 H로 시작된다. 그 두 여주인공 이름 또한

인 것이다.

히로와 히까리는 소꿉친구 사이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다. 중학교에 들어간 히로는 야구부에서 만난 베스트 프렌드 히데오를 히까리에게 소개시켜 주고 둘은 사귀게 된다. 그 때만 해도 히로는 코흘리개 아이와 다름없었고, 히데오는 상당히 어른스러웠거든...

 

그러나 오호! 통재라...고등학교에 들어간 히로에게 사춘기가 찾아오고 자신의 곁에 항상 있었던 히까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젠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이 되어 있는 여자를 말이다...

히까리를 되찾아오기 위한 히로의 분투...그런 히로를 곁에서 지켜보며 보듬어주는 하루까...연애담의 와중에 최고 투수 히로와 최고 타자 히데오의 자존심 대결까지 번져 작품은 최고의 재미로 독자를 황홀케 한다. 결국 두 사람의 대결은 전일본을 흥분케 하는 갑자원 대회 결승전에서 마무리된다. 과연 두 영웅의 승패의 향방은? 히까리는 누구에게로? 직접 보시고 확인해 보기 바란다. ^^; 우정과 사랑, 남자들의 승부가 어우러진 최고의 걸작 만화임에 틀림없다...

작품에서 가장 나를 가슴 아프게 하는 부분은 히로의 고백...히로는 말한다. 나는 단지 사춘기가 일년 늦었을 뿐이라고...누구를 덜 좋아하고 더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히로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로 인해 단지 일년 늦게 출발했고, 그게 결국 지울 수 없는 현재의 차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타이밍의 어긋남이라고 할까...그래, 단지 일년 늦었을 뿐이야...널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게...그게 전부인거야...

역시 연애는 운명이 아닌 타이밍이 문제인 법...차가운 겨울이 다가오는 이 때, 히로의 가슴아픈 사랑에 다시 한번 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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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0-2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2 저두 무척 좋아하는 만화에요 ^^

날개 2005-10-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치 미츠루 만화 자체를 무지 좋아합니다..^^ 물론 H2도...
이리 반가울수가~

jedai2000 2005-10-2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좋은 만화는 다들 알아봐주시는군요. 이거 흐뭇한데요. 한 번에 전권을 다 빌려서 왕창 쌓아두고 누워서 읽고 싶은 욕망이 팍팍 생기는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