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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2.


《미스 히코리》

캐롤린 셔윈 베일리 글·갈현옥 그림/김영욱 옮김, 한림출판사, 2013.3.12.



  꽃도 풀도 나무도 아끼는 큰아이한테 읽어 보라고 《미스 히코리》를 건넨다. 이제 혼자서 읽을 수 있으니 이야기를 즐겨 보기를 바라는데, 재미있다는지 재미없다는지 알 길이 없다. 어쩌면 동화책 번역이 퍽 어려워서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었을 수 있다. 곁에 사전을 펼치면서 동화책을 읽는 아이는 드물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아이들한테 어버이가 목소리로 나긋나긋 책을 읽어 주는 까닭을 알 만하다. 어버이가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읽어 줄 적에는 아이가 못 알아들을 만한 대목을 어버이가 그때그때 손질해서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가 곧바로 여쭐 수 있다. 가만히 보면 그림책을 읽을 적에도 아이들은 좀 어려워한다. 말이 참 어렵기 때문이다. 창작을 하든 번역을 하든 한국에서 글을 다루는 이는 왜 어린이 눈높이를 모르거나 안 살필까? 어쩌면 우리 어른 스스로도 뭔 말이 뭔 뜻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마치 기계처럼 글을 써서 책을 엮지는 않을까? 나무 열매인 히코리 아가씨가 숲에서 겪는 아기자기하면서 놀라운 일을 담은 오랜 동화책이 시골순이나 시골돌이한테도, 또 서울순이나 서울돌이한테도 사랑스러운 숨결로 퍼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둘레에는 우리를 상냥하게 지켜보는 작은 이웃하고 동무가 늘 웃음짓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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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1.


《파란 만쥬의 숲 4》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17.12.31.



  생각해 보면 아름다운 만화책은 두고두고 되읽는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숱하게 되읽기까지 한다. 어제 내린 눈이 녹고서 새로 내린 눈이 쌓인 마당하고 뒤꼍을 내다본다. 아침에 면내방송이 흐른다. 오늘은 시골버스(군내버스)가 안 다닌다고 한다. 좋네. 워낙 자동차가 안 지나다니는 마을에 버스까지 안 다니니 하루가 대단히 조용하면서 정갈하다. 1센미터조차 안 되는 얕은 눈발로도 버스가 안 다니는 아름다운 시골이다. 나는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나저나 마을 앞 한길은 눈이 안 쌓였는걸. 그래도 안 다니는구나. 어제에 이어 《파란 만쥬의 숲》 넷째 권을 읽기로 한다. 다섯째 권이 언제 한국말로 나올는지 몰라 묵혔다가 읽고 싶지만 그냥 읽는다. 다섯째 권에는 사랑 아닌 미움이 무엇을 낳는가를 다시금 일깨우는 이야기가 흐르고, 미움 아닌 사랑으로 지은 터전에서 자라는 나무랑 꽃이랑 풀이랑 돌이랑 흙이 바람을 아끼는 사람을 얼마나 살뜰히 믿고 따르는가 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번역 말씨를 살짝 가다듬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바탕 줄거리가 워낙 좋다. 파랗게 눈부신 바람이 흘러 숲이 푸르다. 파랗게 춤추는 바람을 받아들여 사람은 사랑스러운 숨결로 새롭게 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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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10.


《파란 만쥬의 숲 3》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17.11.30.



  출판사는 거의 모두 서울에 있고 우리 집은 시골이기에 서로 글월로 계약서를 주고받는다. 출판사에서 도장을 찍어서 보내면 내가 마저 도장을 찍어서 다시 글월로 띄운다. 우체국 일꾼이 아침에 글월을 가져다주어 낮에 읍내를 다녀오려 하는데 고흥에까지 눈이 제법 내린다. 비록 안 쌓이는 눈이지만 아이들은 혀를 내밀며 눈을 받아먹느라 부산하다. 버스를 내려 우체국에 닿기까지 눈사람이 된다. 저자마실을 하다가 버스를 놓쳐 택시를 잡는데 길바닥에 눈이 쌓인다. 군청 일꾼은 안 보이고 운전기사가 오르막에서 내려 길에 모래를 뿌린다.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공무원은 이제껏 뭘 하는가. 읍내와 달리 우리 마을은 눈이 안 쌓인다. 저녁을 차려서 먹은 뒤 만화책을 편다. 여러 해 만에 셋째 권이 나온 《파란 만쥬의 숲》. ‘바람님’을 둘러싼 ‘사람님’하고 ‘숲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데, 셋째 권에 이르니 모든 님은 하나이면서 다 다르다고 하는 수수께끼를 살짝 건드린다. 어쩌면 첫째 권부터 이 대목을 건드렸다고 하겠지. 사나운 바람은 모두 부술 수 있으나 아무것도 못 낳는데, 부수면 부술수록 바람님조차 스스로 부서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사람 스스로 사랑을 낳으면 언제나 사랑이 샘솟는 님이 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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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9.


《이 세상의 한구석에 上》

코노 후미요 글·그림/강동육 옮김, 미우, 2017.10.31.



  작은아이하고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다녀오다.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려면 학교에 가서 아이가 스스로 밝혀야 한다. 면소재지 가는 버스는 맞출 수 있으나, 돌아오는 버스는 맞추기 어려워 택시를 탄다. 우리가 탈 택시에서 이주노동자가 여러 사람이 내리는데, 나중에 택시 일꾼이 들려주기를 고흥 김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00∼300만 원씩 받는다는데, 그 일을 이제 한국사람은 못 해낸단다. 머잖아 한국사람은 공장 관리자로 남더라도 일꾼을 못 얻겠지. 만화영화로도 나온 만화책 《이 세상의 한구석에》 첫째 권을 가만히 읽는다. 만화영화가 나와 주어 비로소 한국말로 나오는구나 싶다. 시키는 대로 일만 하던 여느 일본사람이 전쟁을 얼마나 모르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얼마나 어설펐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가난하거나 고단한 살림에도 아주 작은 데에서 웃음이나 꿈을 품는 사람들 이야기가 흐른다. 고작 연필 한 자루하고 종이로도 웃음이나 꿈을 품는다. 권력자는 이 종이하고 연필마저 빼앗으려 한다. 연필하고 종이를 빼앗긴 사람은 어느새 웃음도 꿈도 잊는 길로 가지만, 손가락으로 하늘에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꿈을 지을 수 있다. 온누리 한구석에 사람이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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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8.


《오늘도 핸드메이드! 1》

소영 글·그림, 비아북, 2017.11.1.



  바깥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해다짐을 새삼스레 되뇐다. 2011년부터 고흥에서 살며 “마당 있는 집”을 생각하고 말했다면, 2018년부터는 “숲이 있는 집”을 생각하며 말하려 한다. 예전에 “마당 있는 집”을 말할 적에 둘레에서는 ‘돈이 있어야 마당 있는 집을 거느린다’고들 여겼으나, 마당은 꼭 돈이 있어야만 누릴 수 있지는 않다. 그러면 숲은? 집을 지을 나무를 베고 심을 수 있는 숲이라면? “숲이 있는 집”을 하루아침에 얻는 분도 있을 테고, 열 해나 스무 해가 걸릴 분도 있으리라 본다. 얼마나 걸리든 우리 스스로 가장 고운 꿈을 품으며 살림을 사랑하는 길일 적에 즐겁기 마련이다. 만화책 《오늘도 핸드메이드!》 첫째 권을 읽는다. 만화를 그린 분은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메이드’는 ‘만들기’하고는 퍽 다르다. ‘짓기’라고 해야지 싶다. 실하고 바늘을 쓰면 ‘뜨기(뜨다)’라 해야 맞고, 때로는 ‘엮다’일 테고, ‘빚다’도 있을 테지. 지난날에는 일본 한자말로 ‘공작(工作)’이라 했고, 요새는 영어로 ‘(핸드)메이드’라 하거나 번역 말씨로 ‘만들기’라 하는구나 싶은데, 밥을 짓고 삶을 짓듯이 살림살이도 놀이도 홀가분하게 ‘짓는’ 길을 찬찬히 간다면 좋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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