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31.


《30점짜리 엄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박주영 옮김, artePOP, 2015.9.11.



  밥을 짓고 나서 아이들하고 먹는다. 설거지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밥찌꺼기를 땅한테 돌려주고서 마을고양이를 지켜본다. 등허리를 톡톡 두들기고는 살짝 자리에 누워 끄응끄응 소리를 내며 《30점짜리 엄마》 첫째 권을 편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참말로 30점짜리일 수 있다. 어쩌면 30점은커녕 3점짜리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녁은 어머니로서 온힘을 다하고, 아이도 아이답게 실컷 뛰놀면서 어머니 사랑을 받고 싶다. 나는 아버지이자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들하고 어떤 하루를 짓거나 누리는지 돌아본다.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한테서는 어떤 사랑을, 어버이한테서는 어떤 꿈을 물려받거나 배우고 싶을까. 어머니한테 굳이 점수를 매길 까닭이 없고, 아이한테 구태여 점수를 붙일 일이 없겠지. 서로 아끼는 사이인걸. 서로 아낄 적에는 점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걸. 겨울이 깊다. 한겨울을 지나 늦겨울 또는 끝겨울로 달린다. 큰아이가 또 묻는다. “아버지 이제 한겨울? 아니면 늦겨울? 그런데 왜 ‘한겨울’이나 ‘늦겨울’이라고 해?” 큰아이한테 ‘한’하고 ‘늦’하고 ‘첫’이라는 말을 붙이는 까닭을 들려준다. 이 겨울이 곧 사그라들고 새롭게 봄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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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30.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 여행》

메네나 코틴 글·로사나 파리아 그림/유 아가다 옮김, 고래이야기, 2008.10.15.



  해가 저물 즈음 자전거를 꺼낸다. 집에 쌓인 책을 책숲집으로 살짝 옮긴다. 두 아이는 저마다 새로 보고 싶은 책을 골라서 저희 등짐에 챙긴다. 이러고 나서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린다. 겨울바람을 쐬면서 달리니 작은아이는 “얼굴이 차가워!” 하면서 노래한다. 집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해가 거의 기운다. 멧자락 너머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자전거를 달린다. 짙파랑에서 짙잿빛이 섞이면서 차츰 까망으로 바뀌는 모습을 헤아린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차리고, 숨을 살짝 돌리면서 그림책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 여행》을 읽는다. 이 그림책을 책방에서 여러 차례 넘겼으나 막상 장만을 여태 안 한 줄 나중에 알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집에 있는 줄 알았지. 예전에 보았어도 오늘 다시 넘기면 두 번이나 세 번 되읽는다기보다 처음 읽는다고 해야지 싶다. 열 해 앞서 보았든 스무 해 앞서 보았든, 늘 새로 마주하면서 새로 배운다. 아이하고 짓는 하루도 날마다 새롭지 않은가. 저녁하늘이 날마다 다르고, 모든 사람이 날마다 새롭다. 그렇다면 나는 날마다 얼마나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가. 내가 바라보는 빛깔이란 무엇이고, 내가 사랑할 줄 아는 숨결이란 무엇일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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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29.


《엄마의 주례사》

김재용 글, 시루, 2014.3.28.



  사랑에 서툴고 혼인이 낯선 딸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책으로 모았다고 한다. 2014년에 나왔네. 가만히 보니, 딸이든 아들이든 혼인할 적에 어머니나 아버지로서 아이한테 ‘책 하나 써서 선물하면 좋겠’다. 어버이로 살아온 나날을 갈무리하고, 아이가 배우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적으며, 아이가 미처 모를 수 있는 대목을 찬찬히 짚어서 알려줄 만하다.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는 책에는 ‘우리 집안 김치 담그기’를 비롯해서 ‘우리 집안 쓰레질’ 솜씨를 적을 수 있다. ‘우리 집안에서 옷 개는 손길’을 적어 놓을 수 있고, 옛날부터 이어온 슬기로운 이야기를 붙일 수 있다. 그리고 아이한테 물려주는 책에 여러 피붙이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줄 수 있다. 이러한 책을 혼인잔치 하는 자리에서 손님들한테 나누어 줄 수 있을 테지. 도움돈을 주는 이들한테 책을 하나씩 주면서 ‘우리 집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하고 밝힐 수 있다. 《엄마의 주례사》는 겉치레 아닌 속살림을 딸아이가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다만 말이 살짝 어렵고 영어를 좀 자주 쓴다. 더욱 쉽게 쓰면 좋겠다. 더욱 부드럽게, 더욱 따스하게, 더욱 너그럽게, 더욱 즐겁게 노래하는 삶을 어버이로서 그릴 수 있기를. 온누리 어느 집에서나. 어머니도 아버지도.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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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28.


《백만장자의 눈》

로알드 달 글/김세미 옮김, 담푸스, 2014.12.18.



  《백만장자의 눈》을 지난해인가 지지난해에 장만해서 읽었다가 느낌글을 쓰려고 보니 책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알고 보니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놀다가 끝방 귀퉁이에 놓았네. 이 책을 펼쳐서 찬찬히 되읽는데 촛불보기에 온힘을 쏟아서 카드 뒤쪽을 읽을 줄 알던 사람 이야기를 뺀 다른 이야기는 하나도 안 떠오른다. 마치 모두 새로 읽는 이야기로구나 싶다. 읽고 나서 이렇게 머리에서 하얗게 사라질 수 있네. 늘 되새기지 않으면 잊기 마련이요, 꾸준히 가다듬지 않으면 마음에 깃들지 못하는구나. 이는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했던 촛불보기하고 매한가지이다. 무엇을 꿰뚫어보는 눈을 기르려면 날마다 온마음을 기울여서 갈고닦을 줄 알아야 한다. 멀리 있기에 못 보지 않는다. 곁에 있어도 마음을 안 쓰니 모른다. 멀리 있어도 마음을 쓰기에 알 수 있고 볼 수 있다. 넉넉한 사람이란 돈만 넉넉하지 않으리라. 먼저 마음이 넉넉하고, 생각이 넉넉하며, 사랑이 넉넉하겠지. 눈길이 넉넉하며, 손길이 넉넉하고, 삶길이 넉넉하리라. 마음에 고니 같은 맑은 꿈을 싣고 하늘을 날아서 집으로 돌아온 아이처럼, 거북이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아이처럼, 오롯이 고이 고요히 정갈히 품을 꿈을 그려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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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27.


《이 세상의 한구석에 下》

코노 후미요 글·그림/강동육 옮김, 미우, 2017.10.31.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학교가 시키는 대로 따르던 어린 가시내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웃마을로 시집을 가서 지낸다. 좋아하던 그림조차 못 그리며 히로시마를 떠나 쿠레라는 곳에서 갓 스물 언저리를 보내다가 어느 날 시한폭탄이 옆에 떨어진 줄 뒤늦게 알아채고는 어린 조카 손을 얼른 잡아끌지만, 어린 조카는 폭탄과 함께 조각나고, 이녁은 오른손이 잘린다. 머잖아 히로시마에 엄청난 폭탄이 떨어진 모습을 고개 너머에서 지켜보고, 어머니 아버지 모두 폭탄에 죽고 동생도 방사능에 여위어 가는데, 정작 이 얼거리가 무엇인지 느끼지는 못한다. 이러다가 일본이 전쟁에 졌다고 우두머리가 라디오로 말하자 이제껏 살아온 날이 무엇이었는가 싶어 울부짖는데, 문득 태극기라는 낯선 깃발을 보고 ‘침략·식민지·노예’를 어렴풋이 헤아린다. 이듬해 히로시마에서 어버이 잃은 가녀린 가시내를 만나서 집안으로 데려온다. 지난 수렁에서도 어떻게든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수렁에서도 어떻게든 살림을 지으려고 마음을 모은다. 어리석다면 어리석고 착하다면 착한 사람이랄까. “시키는 대로 하기”가 얼마나 스스로 바보스러우며 무서운가를 이제부터 깨닫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짠한 만화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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