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작은학교 2023.12.10.해.



배우는 곳은 커야 할까? 아니면 작아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겠니? ‘작은배움터’여야 할는지 ‘큰배움터’여야 할는지 네 마음을 가누어 보렴. 네가 사는 푸른별은 더 커야 하니? 더 작아도 되겠니? 너희 집은 커야겠니? 좀 작아야 좋겠니? 돈은 많이 벌어야겠니? 적게 벌거나 안 벌어도 되겠니? “배우는 터전”이라는 ‘배움터’라면, 크든 작든 배우는 터전으로 알차고 알뜰하고 아름다울 노릇이야. 살림터도 일터도 놀이터도 같아. 살림을 하고, 일을 하고, 놀이를 하는 즐겁고 아늑하고 넉넉한 터여야겠지. 배울 터전으로는 제구실을 않고서, 크기만 따진다면, 얼마나 어리석고 엉성할까? 배우고 나누는 길을 헤아리기보다, 크기를 더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엇나가겠지. 어린이는 빨리 자라야 하지 않아. 어린이가 껑충 커야 하지 않아. 더 많이 알아야 하지 않아. 살림짓기하고는 멀면서, 사랑짓기하고는 등지면, 이런 매무새로 아무리 많이 배운들 머릿속은 어지럽고 ‘안 아름다운’ 수렁으로 치닫지. 빨리 해내거나 바로 해낼 적에 안 나빠.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왜’ 하는가를 잊거나 모른다면, 쳇바퀴나 뒷걸음으로 갇힌단다. 작은배움터이기에 아름답지 않아. 숲을 품고 들을 마주하고 바다를 끼고 하늘을 마시고 풀꽃나무랑 이웃하고 풀벌레랑 동무하기에 아름답단다. 배울 일을 그리렴. 배울 길을 보렴. 배울 하루를 찾고, 배울 뜻을 생각하렴. 모든 곳이 배움터일 테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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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책이라는 2023.12.9.흙.



종이로 묶는다고 다 ‘책’이 아닐 테지? 글이나 그림을 묶기에 모두 ‘책’이지 않겠지? 줄거리가 있는 글·그림·사진을 엮으면 ‘책’일까? 생각해 보렴. 모든 곳에는 ‘오늘 하루’가 있어. 이 ‘오늘’하고 ‘하루’를 맞아들이고 치르기에 ‘삶’이 피어나지. 이 ‘삶’이란 ‘줄거리’야. 살아가는 길을 되새기며 자라는 줄거리란다. 그러나 줄거리(내용·콘텐츠·지식·정보)에서 그치면 쳇바퀴야. 너희가 날마다 내놓는 신문·방송에 영상·영화는 아직 ‘줄거리’일 뿐이란다. 이 줄거리를 많이 알거나 뭉쳐 놓는다면, 그저 무겁게 대롱거리는 ‘혹’이겠지. ‘책’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삶을 잇는 길을 열 노릇이야. 어제를 오늘로 잇고 모레로 새로 이어 스스로 일어서는 마음이 있을 적에 ‘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어. 그러니까 ‘이야기’로 가야지. 고이는 말이 아닌, 가두는 말이 아닌,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깨어나는 ‘이야기’로 갈 적에 ‘책’일 수 있어. ‘책’은, 이야기를 담지. 이야기는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 풀어낼 수 있고, 따로 종이가 아닌 마음에 심는 말씨앗으로 여밀 수 있어. ‘밥을 짓는 살림’과 ‘집을 짓는 일손’과 ‘옷을 짓는 하루’와 ‘새와 만나는 노래’와 ‘흙을 돌보는 손’과 ‘바람을 읽는 눈’도 언제나 책이지. 종이꾸러미만 책이지 않아. 오히려 숱한 종이꾸러미는 사람들 눈길·마음·손길·몸짓을 가두거나 길들이는 굴레나 담벼락이기도 해. 참답게 책이라면, ‘책’은 한결같이 이어가. 종이꾸러미를 불사르건 꽁꽁 숨기건, ‘참답게 책’이라면 누구나 언제나 읽고 배우고 느끼지. 너희가 ‘살덩이’ 아닌 ‘빛’이라는 넋이듯, 너희가 품고 이어가는 책은 ‘빛발’을 이룬단다. 햇빛이나 별빛을 없앨 수 없겠지? 참빛일 적에 비로소 말이요, 이야기요, 책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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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죽어간다 2023.12.1.쇠.



죽어가는 사람은 죽음이 무섭고 두렵고 싫어서 자꾸 떨치려 하다가 벌벌 떨어. 죽어가는 사람은 죽어가는 줄 문득문득 느끼지만 죽음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은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부터 잊고, 이웃을 사랑하는 눈을 버렸어. 죽어가는 사람은 죽지 않기를 바라지만, 안 죽고서 어떻게 사랑으로 살아가겠다는 꿈이 없어. 무서움·두려움·싫음·시샘이 가득하기에, 이런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거나 싹트거나 자랄 틈이 없단다. 죽어가는 사람은 곧 죽는데, 무섭고 두렵고 싫은 모든 수렁을 치르고 맛보아야 죽지. 그냥 안 죽는단다. 마음에 ‘죽음’이랑 ‘죽기 싫다’는 수렁을 파놓았으니, 이 수렁을 실컷 누릴밖에 없어. 죽어가는 사람은 삶도 모르지만, 죽음이 무엇인지 아주 몰라. ‘삶죽음’이나 ‘죽살이’를 안다면 죽어갈 까닭이 없어. 삶은 삶대로 모르거나 등진 채, 죽음은 죽음대로 등돌렸으니, 그저 죽어갈 뿐이야. 넌 죽어가고 싶니? 넌 죽고 싶니? ‘살아가지’ 않고 ‘죽어가야’ 할 까닭이 있니? 나무나 풀은 죽어가지 않아. 풀벌레나 나비나 매미도 죽어가지 않아. 모두 살아간단다. 살아가는 숨결이라서 저마다 이 삶을 빛내는 씨앗을 남기면서 열매를 맺어. 풀과 나무도 씨앗과 열매를 내놓아. 모든 숨붙이·벌레·짐승도 씨앗과 열매를 내놓지. 너는 사람으로서 무슨 씨앗과 열매를 맺는 삶이니? 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림을 하고 사랑을 하니? 네 하루가 씨앗과 열매를 바라보는 꿈길이라면, 넌 늘 살아간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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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무덤 2023.12.2.흙.



가지나 줄기가 매단 잎은 푸르지. 잎이니 푸르고, 나무하고 풀이 파란바람을 머금어서 푸르단다. 나무나 풀은 해마다 잎갈이를 해. 철이 돌고돌잖니. 새롭게 맞이하는 철을 넉넉하고 즐겁고 아늑하게 맞이하려고 잎갈이를 한단다. 이때에 푸른잎은 새롭게 물들어. 노랗게도 발갛게도 붉게도 물들면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새록새록 받아들여. 새철이 스미기에 ‘잎물’이 든단다. 봄에 망울을 새로 틔울 적에는 아직 줄기하고 같은 빛깔인데, 새바람에 새볕을 머금는 새철인 봄이며 여름에는 풀빛을 이뤄. 이 풀빛인 잎빛은 온누리를 푸근하게 덮지. 무엇이든 품으면서 풀어내는 풀잎하고 나뭇잎은 가을이 깊어 겨울로 가는 길에 꿈을 그린단다. 겨우내 잠들어서 흙한테 스미면서 나아갈 새길이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 자, 그러면 너희 사람은 어떠한지 보렴. 철갈이를 하는 사람일까? 철맞이를 하는 사람일까? 철들면서 하늘숨을 머금어 스스로 푸르게 깨어나다가 노을빛에 햇빛에 열매빛으로 무르익은 사람일까? 철빛으로 물들지 않으면서 철없이 뒹굴거나 쳇바퀴이지는 않을까? 먼먼 옛날부터 푸나무도 짐승도 벌레도 헤엄이도 무덤을 쌓지 않았어. 사람도 무덤 없이 보금자리를 지었단다. 너희는 들숲메를 깎고 밀어서 무슨 짓을 하는지 생각해야 해. 풀과 나무가 자라서 이 별을 아름다이 품고 풀어낼 숨결을 깡그리 잊은 하루가 아닌지 부디 돌아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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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주장 2023.12.3.해.



너희는 두 가지 ‘주장’을 말하는구나. 무리를 앞장서서 이끄는 사람인 ‘주장’ 하나에, 무엇보다 앞세우고 싶다는 뜻으로 ‘주장’을 쓰네. 그런데 왜 무리에서 ‘주장’이 되거나, 너희 목소리를 ‘주장’해야 할까? 어느 무리·모임·자리·두레·마을·나라일 적에는 누구나 이끌 수 있을 노릇이야. 저마다 다르게 ‘이끎이’요 ‘앞님’이지. 누구나 살림빛을 읽어내어 ‘길잡이’ 노릇을 할 적에 어느 무리·모임·자리·두레·마을·나라는 아름답고 즐겁겠지. 한두 사람이나 몇몇 사람이 이끄는 대로 우르르 몰리거나 쏠린다면 참으로 가난하고 허술해. 너희가 내는 목소리는 늘 빛날 노릇이야. 어느 한 가지 목소리만 키운다면, 너희 스스로 텅텅 빈수레로 떠드느라 시끄럽겠지. 들판에 심은 나락이 모두 나란한 키여야 할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옷을 맞추고 똑같이 말해야 할까? 가만히 보면, 너희는 ‘다 다른 몸으로 사는 사람’인 주제에, ‘모두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와 자동차와 손전화와 학교’에 길든 채 지내더구나. 길들었기에 길든 줄 모를까? 길들었기에 길든 줄 알면서 그냥 지나갈까? 집에서는 한집을 이루는 누구나 길눈을 밝히고 말소리를 나누어야 살림을 이루고 이야기를 잇는단다. 배움터(학교)에서는 아이어른이 나란히 이끌고 이야기해야 함께 배우고 익힐 테지. 잘 생각하렴. 너도 네 곁이나 둘레에 있는 모두가 다 다르게 스승이면서 살림빛이란다. 지는 해도 뜨는 해도 그저 해야. 모든 구름은 아주 먼 옛날부터 늘 달랐어. 오늘은 무슨 말을 하겠니? 오늘은 어디를 걸어가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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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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