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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 냄새의 언어로 나무를 알아가기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4년 4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5.5.
다듬읽기 209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4.24.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데이비드 조지 해스컬/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을 읽다가 숨이 막혔습니다. 꽃내·풀내처럼 ‘나무내’를 다룬다고 하는 책인데, 막상 나무내하고는 한참 동떨어진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가 출렁이더군요. 무슨 소리인지 알 길이 없는 옮김말에다가, 나무가 베푸는 냄새를 왜 이렇게 적었는지 알쏭한 대목이 자꾸 걸립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영어로 읽는 길이 낫습니다. 나무는 영어도 일본말도 일본말씨도 옮김말씨를 하나도 안 쓸 테니, 나무한테 다가가서 마음으로 나무내를 맡으면 될 테고요. 숲을 알려면 숲빛을 품을 노릇인데, 우리말로 글을 쓰거나 이웃말을 옮기려면 우리말을 품어야 합니다. 나무내음을 온마음으로 품지 않을 적에는 나무내음 이야기를 못 쓰거나 잘못 옮길 텐데, 우리말씨를 살피지 않은 채 옮김말씨·일본말씨에 갇힌다면 무슨 책이 될까요?
ㅅㄴㄹ
슬프다. 믿고 거르는 엉성한 옮김말씨.
#ThirteenWaysToSmellaTree #DavidGeorgeHaskell
나무 내음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이 스며 있다
→ 나무 내음은 우리 삶에 스민다
→ 우리 삶은 나무 내음이 깊다
8
과수원과 숲의 냄새를 우리 집에 가져다준다
→ 과일밭과 숲냄새를 우리 집에 퍼뜨린다
8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의 사촌인 나무와의 감각적 관계 속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라
→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와 이웃인 나무와 만나자
→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 이웃인 나무를 만나자
9
향기 분자 수십 가지, 어쩌면 수백 가지의 찰나적 인상을 묘사하기 위해 형용사와 비유가 동원되지만
→ 향기알 가지가지, 어쩌면 온갖 가지로 이 한때를 그림씨로 담아내고 빗대지만
→ 향기씨앗 갖가지, 어쩌면 숱하게 이 댓바람을 그려내고 견주지만
15
친구들과 유쾌하게 어울리던 기억을 소환한다
→ 동무와 즐겁게 어울리던 일이 떠오른다
16
이 연결은 또한 생태적이고 역사적이다
→ 이 또한 숲빛으로 오래 이어왔다
→ 이 또한 푸르게 여태 이어왔다
18
여름의 온기가 찾아오면
→ 여름이면
→ 여름에 더우면
→ 여름이 오면
23
미국피나무의 향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벌을 비롯한 곤충을 위한 것이다
→ 미국피나무는 사람이 아니라 벌과 풀벌레한테 향긋하다
→ 미국피나무는 사람보다는 벌과 풀벌레한테 향긋하다
27
인도와 교외 주택 사이의 좁고 긴 풀밭에서 신선한 목재 칩 더미 앞에 무릎을 꿇는다
→ 거님길과 모퉁이집 사이 좁고 긴 풀밭에 있는 나무조각더미 곁에서 무릎을 꿇는다
31
세 그루가 더 벌목되었다
→ 세 그루가 더 잘렸다
→ 세 그루를 더 베었다
32
이제 생태적으로 더 협소한 토대 위에 지어져야 한다
→ 이제 더 줄어든 풀숲에서 지어야 한다
→ 이제 더 졸아든 풀빛으로 지어야 한다
35
전 세계의 나무들이 우리 삶에서 어우러진다는 사실을 우리의 코와 혀에 일깨운다
→ 온누리 나무가 우리 삶에서 어우러지는 줄 코와 혀로 느낀다
47
동물을 유인하는 역할은 지금의 새로운 세상에서는 대체로 무의미해졌다
→ 오늘날에는 짐승을 꾈 일이 거의 없다
55
나무들이 하늘로 뿜어내는 거대한 날숨은 비의 단초가 된다
→ 나무가 하늘로 날숨을 잔뜩 뿜어내기에 비구름이 모인다
67
백미러에 매달린
→ 뒷거울에 매달린
71
현대는 숲의 건강한 숨결을 심란하고 모호한 것으로 바꿔버렸다
→ 서울에서는 푸른숲이 뒤숭숭하고 붕뜬다
→ 요즘은 푸른숲이 뒤북박죽에 아리송하다
75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 스스로 지켜야 한다
→ 스스로 돌봐야 한다
109쪽
우리 현대인은 자신의 땅이 비옥함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망각할지도 모르지만
→ 우리는 이 땅이 기름져야 하는 줄 잊을지도 모르지만
135
이에 반해 도심 책방에 진열된 신간 페이퍼백들은 예전보다 나무 냄새가 덜 나는데
→ 이와 달리 서울책집에 놓인 작은 새책은 예전보다 나무 냄새가 덜 나는데
142
우리의 읽기 습관은 미래 세대에게 어떤 향을 물려줄까
→ 우리가 읽는 길은 아이들한테 어떤 냄새를 물려줄까
→ 우리가 읽는 매무새는 앞으로 어떤 내음을 물려줄까
14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