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꼭지
꼭지 틀면 촤아 쏟아지는물줄기는길고 길고 긴 물관 따라저 멀고 멀고 먼물밭에서 와요.
물밭은예전에 내 할머니 나물 캐던 숲옛날에 내 할아버지 두레하던 마을모두 풍덩 가두어바다처럼 보이는끝없는 곳.
아파트 높아질수록물밭 깊어지고도시 커질수록물밭 넓어져요.
우물 냇물 샘물 도랑물 골짝물하나하나 사라지며이제 시골에도물꼭지 들어와요.
4345.12.24.달.ㅎㄲㅅㄱ
달이랑 별이랑
달은꽃내음 먹으며 살아요.꽃빛 닮고꽃무늬 아로새기며까맣고 까만깊은 밤하늘에서맑게 빛나지요.
별은풀내음 마시며 자라요.풀빛 물려받고풀무늬 콕콕 새기며캄캄하고 캄캄한너른 밤하늘에서밝게 웃지요.
이 겨울에
이 겨울에동무들과 동생들과 언니들과
볼 손 발꽁꽁 빨갛게 얼며
눈놀이 흙놀이 돌놀이실컷누려요.
4345.12.23.해.ㅎㄲㅅㄱ
풀씨
작은 손으로작은 풀 쓰다듬어작은 꽃 피어나고작은 씨 맺혀작은 사랑 살포시 드리우니,
봄바람 여름바람가을햇살 겨울햇살싱그러이 담겨
까맣고 프르고 누르고 붉은이 씨앗몇 알 훑어작은 손에 올린다.
동백마을
자다가 쉬 마려아버지 불러 깨우고는대청마루 오줌그릇쪼르르 누는데사그락사그락하얀 눈마당에 쌓이는 소리.
아침에 일어나방문 벌컥 열어마당을 내다보니사부작사부작그나마 쌓인 눈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함께스르르 녹는 소리.
4345.12.28.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