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체조대회 - 2022년 행복한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2년 제2회 도깨비 그림책 문학상 본심 선정도서,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이제경 지음 / 문화온도 씨도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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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8.

그림책시렁 1396


《할머니 체조대회》

 이제경

 문화온도 씨도씨

 2023.8.12.



  할아버지가 모인 놀이마당은 어떤 모습이려나 하고 떠올려 봅니다. 어질거나 즐겁거나 신나는 놀이판일는지 좀 아리송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할아버지는 집일을 썩 달가이 안 여겨 버릇했거든요. 앞으로 할아버지도 집안일에 바느질에 아기보기를 즐거이 맡는다면 “할아버지 놀이마당”이 새롭게 피어나리라 봅니다. 할머니가 모인 놀이마루는 어떠할는지 헤아려 봅니다. 요사이는 꽃짝(화투)을 노는 분이 꽤 많습니다만, 어린날부터 집살림을 도맡던 할머니는 할아버지하고 다르게 서로 살리는 놀이를 가눌 줄 압니다. 꽃씨를 묻을 줄 알고, 꽃말을 아이한테 들려줄 수 있고, 꽃길을 천천히 걸어갈 줄 알기에 할머니라고 합니다. 《할머니 체조대회》는 온누리 할머니가 저마다 어떤 삶길을 걸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나 하는 줄거리를 북적북적 수다판으로 들려줍니다. 집안과 집밖에서 온사랑을 들인 손길이기에, 스스로 즐거우면서 둘레를 환하게 가꿉니다. 보금자리에 참사랑을 품은 숨결이기에, 스스로 기쁘면서 마을을 밝게 일굽니다. 곧잘 생각해 봅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구태여 뽑지 말고, “아이를 돌보고 집살림을 맡은 수수한 할머니”한테 나라지기랑 벼슬아치를 맡길 노릇이지 싶습니다. 살림을 아는 사람은 어질고 착하거든요.


ㅅㄴㄹ


《할머니 체조대회》(이제경, 문화온도 씨도씨, 2023)


우리가 점프하고 구르기를 하면

→ 우리가 뛰고 구르기를 하면

5쪽


철봉에 매달리는 게 가능해?

→ 홰에 매달리실 수 있어?

→ 장대에 매달리실 수 있어?

6쪽


이제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선수 입장∼

→ 이제 하겠습니다. 들어오세요!

→ 이제 엽니다. 들어와요!

7쪽


할머니가 공중으로 리본을 멋지게 던지는 순간

→ 할머니가 하늘로 꽃댕기를 멋지게 던지자

→ 할머니가 도투락을 높이 멋지게 던지니

9쪽


그것은 파스타 면이 되어 줄줄이 떨어졌어요

→ 줄줄이 국수 가닥이 되어 떨어져요

10쪽


내 고향 마을 언덕에서 소중히 가꾸던 꽃들이잖아∼

→ 우리 마을 언덕에서 알뜰히 가꾸던 꽃이잖아!

17쪽


할머니가 도약하기 위해 뜀틀에 손을 대는 순간

→ 할머니가 뛰어오르려고 뜀틀에 손을 대니

→ 할머니가 날려고 뜀틀에 손을 대자

27쪽


수제비를 뜨면 이게 몇 인분이야?

→ 수제비를 뜨면 몇 그릇이야?

29쪽


그것은 통통히 차오른 염소의 젖이 되었어요

→ 통통히 차오른 염소젖이 되어요

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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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알았겠어?
푸름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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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3.

그림책시렁 1387


《누가 알았겠어》

 푸름

 키위북스

 2023.3.3.



  늑대는 나무를 타지 않거나 못 탑니다. 여우는 나무를 탈 수 있습니다. 이 땅에서 늑대도 여우도 자취를 감추었으니, 두 숲짐승 살림길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늑대도 여우도 새끼나 동무를 더없이 아끼고, 숲을 지키는 듬직한 지기입니다. 둘뿐 아니라 곰도 범도 사람을 굳이 안 건드리고, 사냥도 아무 때나 안 합니다. 더욱이 ‘사냥짐승’이라 하더라도 풀열매나 멧딸기를 무척 즐겨요. 그런데 이런 숲빛을 찬찬히 읽는 사람은 드뭅니다. 《누가 알았겠어》를 가만히 읽습니다. 털빛이 붉다면 ‘여우’일 텐데, 이 그림책에서는 ‘늑대’로 나옵니다. 짐승을 빗대기는 했으되, 곰곰이 보면 사람살이 이야기입니다. 아니, ‘서울사람’ 이야기입니다. 사람물결이어도 이웃이나 동무를 반기지 못 하는 바쁘고 메마른 곳에서 “누가 나를 ‘반기’는가?” 하고 묻는 줄거리입니다. 우리 삶을 숲짐승한테 빗댈 수 있지만, ‘숲’을 숲으로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라면, 굳이 짐승 모습에 빗대지 않아도 되리라 느낍니다. 어린이부터 읽을 그림책인데 ‘반갑다·반기다’라는 우리말이 아닌, 일본스런 한자말 ‘환대’를 써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상냥해 보이는 탈”을 쓰면서 날마다 고달픈 서울살이란 그야말로 고달프게 마련인데, “탈을 벗은 맨몸으로 마주하는 오늘”을 바라보자면, 그냥 ‘사람’을 그리면 됩니다.


ㅅㄴㄹ


《누가 알았겠어》(푸름, 키위북스, 2023)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 혼자 초원을 떠돌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 이 넓고넓은 곳에 나 혼자 들판을 떠돌 줄 누가 알았겠어?

→ 이렇게 넓고넓은데 나 혼자 들을 떠돌 줄 누가 알았겠어?

2쪽


나무 그늘 아래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 나무 그늘에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 나무 밑에서 쉴 때를 노려야겠어

10쪽


달아나지 않는 걸 보니 속은 것 같아

→ 달아나지 않으니 속은 듯해

→ 안 달아나니 속았나 봐

17쪽


나를 진심으로 환대하는 거야?

→ 나를 참으로 반기니?

→ 내가 참말로 반갑니?

21쪽


혼자가 아닌 건 더 행복해

→ 혼자가 아니면 더 기뻐

→ 혼자가 아니라 더 신나

23쪽


이런 환대를 받게 될 거라곤 정말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렇게 받아들이리라곤 아주 생각하지 못했는데

→ 이렇게 반기리라곤 아예 생각하지 못했는데

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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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막대 파란 상자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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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2.

그림책시렁 1392


《파란 막대 파란 상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4.12.20.



  뭘 해야 하거나 안 해야 한다고 가르면 괴롭습니다. 하루를 그리면서 하기에 가붓하면서 호젓합니다. 하루를 안 그리거나 못 그리는 채 심부름을 하거나 따라가야 하면 고달프면서 지칩니다. 가시내한테 이렇게 하라고 시키거나 저렇게 하지 말라고 막는 곳에서는, 사내한테도 이렇게 하라고 닦달하면서 저렇게 하지 말라고 끊습니다. 한쪽만 홀가분한 터전은 없습니다. 한쪽을 막는 터전은 다른 모든 쪽을 나란히 막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물길을 가두더라도 물은 흐릅니다. 빗물을 막더라도 비는 내립니다. 가로막는 담은 천천히 닳고 낡으면서 구멍나고 조각나지요. 냇물하고 빗물은 온누리를 부드럽게 찬찬히 다독이고 달래면서 새롭게 깨웁니다. 《파란 막대 파란 상자》는 두 사람 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둘은 하늘빛을 닮은 파란 어느 살림으로 저마다 길을 열려고 합니다. 둘은 서로 다르게 닫히거나 갇힌 곳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립니다. 새롭게 서려는 뜻을 키우고, 새롭게 담으려는 꿈을 가꿉니다. 일어서는 뜻을 가로막는 무리는, 담으려는 꿈을 가로막겠지요. 가로막는 무리는 이쪽저쪽이 얼핏 달라 보여도 똑같습니다. 새길로 일어서고 담는 사람 또한 얼핏 다른 듯해도 나란합니다. 자, 손을 맞잡고서 함께 담을 녹여서 꽃뜰을 지어요.


ㅅㄴㄹ


#IwonaChmielewska


《파란 막대 파란 상자》(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이지원 옮김, 사계절, 2004)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 자못 골아픈 얼굴로 말합니다

→ 자못 끙끙거리며 말합니다

3쪽


할머니께 막대를 물려받았지요

→ 할머니가 막대를 물려줬지요

→ 할머니한테서 막대를 받았지요

3쪽


막대는 점점 더 비밀스럽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 막대는 더 그윽하고 남다릅니다

→ 막대는 더 깊고 새롭습니다

3쪽


마치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 마치 내가 큰 듯합니다

→ 마치 내가 높아 보입니다

3쪽


액자 속에 있는 가문의 여인들이 모두 자기를 향해 살짝 몸을 굽혀 웃어 주는 것 같았지요

→ 그림틀에 담긴 집안순이는 모두 저한테 살짝 몸을 굽혀 웃는 듯하지요

→ 틀에 담긴 우리 집 순이는 모두 나한테 살짝 몸을 굽겨 웃는 듯합니다

4쪽


눈밭 위에 여러 가지 크기의 완벽한 원을 그리는 것이었다

→ 눈밭에 여러 가지 동그라미를 곱게 그린다

→ 눈밭에 동그라미를 여럿 깔끔하게 그린다

10쪽


할머니의 어릴 적 취미는 하늘과 태양과 구름을 관찰하는 일이었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즐겨보았지요

→ 할머니는 어릴 적에 하늘과 해를 구름을 늘 보았지요

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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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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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21.

그림책시렁 1391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다시마 세이조

 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2007.5.10.



  지난해인 2023년만 해도 비바람이 지나가면 이틀쯤 하늘빛이 맑았습니다. 올해인 2024년은 비바람이 씽씽 휘몰고 지나가도 이튿날조차 하늘빛이 안 맑습니다.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하늘을 보다가 깜짝 놀라는 나날입니다. “왜 이럴까? 무슨 일일까?” 하고 갸웃하면서 하늘바라기를 하던 어느 날, 문득 하늘소리가 마음으로 스밉니다. “얘야, 보렴. 서울(도시)은 서울대로 길바닥을 까맣게 덮고 잿더미(아파트)가 끝없이 솟느라 흙이 사라졌어. 서울을 비바람으로 씻어도 먼지가 돌아갈 흙이 없으니, 먼지는 다시 하늘로 퍼진단다. 시골은 예전에 흙과 풀밭으로 논둑이고 빈터가 흔했다면, 요새 시골은 논둑에 고샅에 도랑마저 잿빛으로 덮고서 다들 부릉부릉 모는구나. 이제는 시골에서도 먼지가 돌아갈 흙이 확 줄어드니, 너희가 사는 곳은 먼지투성이일밖에 없단다.”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을 물끄러미 넘기다가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을 펴는 어린이는 풀밭이나 풀숲에서 맨발로 뛰어 본 하루가 있으려나요? 풀이름을 다 알아야 하지 않고, 꽃이름을 모두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풀놀이를 하고 풀노래를 부르면 즐겁습니다. 놀고 노래하는 사이에 스스럼없이 마음으로 스며서 이름을 붙입니다. 통통 튀는 공이 돌아다닐 풀밭이 왜 사라지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는 뭘 해야 할까요?


ㅅㄴㄹ


#田島征三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다시마 세이조/고향옥 옮김, 우리교육, 2007)


풀숲에 커다란 꽃이 활짝 피어 있어

→ 풀숲에 꽃이 크게 활짝 피었어

24


덩굴들이 나를 붙잡으려고 해

→ 덩굴이 나를 붙잡으려고 해

29


어느새 내 마음은 친구들로 가득 찼어

→ 어느새 마음은 동무로 가득 찼어

3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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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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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4.18.

그림책시렁 1390


《멸치 다듬기》

 이상교 글

 밤코 그림

 문학동네

 2024.2.28.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멸치를 다듬는 일은 안 싫었습니다. 비록 ‘국물멸치’는 못 먹을 뿐 아니라, 멸치로 우린 국물은 몸에 안 받기도 했지만, 하루 내내 숱한 집안일로 바쁘면서 고단한 어머니 손을 거들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릴 적이나 나이가 들어서나, 우리 아버지는 집안일을 하나도 안 합니다. 한밤에 집에 술손님을 데려오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어머니하고 둘이서 곁밥으로 땅콩하고 멸치를 손질해서 올려야 했고, 내내 술심부름을 했습니다. 이제 잔멸치는 살짝 먹기는 하지만 그리 쳐다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멸치 다듬기》는 아이랑 아버지가 집일을 조금 거드는 듯한 줄거리를 들려주는 듯싶습니다. 이런 얼거리는 안 나쁩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살림길을 헤아려 본다면, ‘멸치 다듬기’는 ‘딸과 어머니’가 하고, ‘밥짓기·빨래하기·쓸고닦기’는 ‘아들과 아버지’가 하는 얼거리로 글그림을 여미면 훨씬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 혼자 ‘멸치 다듬기’에 집일을 도맡아야 했다면, 요새는 집일을 안 하는 이가 그나마 멸치라도 다듬거든요. 시늉이 아닌 온몸으로 바꾸는 길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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