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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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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젠가 SF 소설에 나온 것은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바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는 없다. 어딘가에는 이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기계가 아닌 시간과 공간의 비틀림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던 곳과는 아주 다른 먼 옛날로 가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지내고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사람이 상상한 것이지만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런 일을 경험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얼마전에 같은 작가가 쓴 《둠즈데이 북》을 읽고, 이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둠즈데이 북》 뒤에는 이 작가 코니 윌리스가 수다쟁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실 그때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마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정말 수다스러워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먼저 나왔는데, 이게 더 나중에 쓰인 것이다. 그러니까 《둠즈데이 북》을 먼저 보고 이 책을 보는 게 낫다.

 

언젠가 SF 소설에 나온 것은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바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는 없다. 어딘가에는 이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기계가 아닌 시간과 공간의 비틀림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던 곳과는 아주 다른 먼 옛날로 가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지내고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사람이 상상한 것이지만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런 일을 경험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얼마전에 같은 작가가 쓴 《둠즈데이 북》을 읽고, 이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둠즈데이 북》 뒤에는 이 작가 코니 윌리스가 수다쟁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실 그때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마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정말 수다스러워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먼저 나왔는데, 이게 더 나중에 쓰인 것이다. 그러니까 《둠즈데이 북》을 먼저 보고 이 책을 보는 게 낫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2057년 영국 옥스퍼드가 지금이다. 어떻게 보면 2013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때다. 책이 나온 게 1998년이니 이때는 먼 앞날이라 여겼을 것이다. 여기에서 시간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역사학자만이 할 수 있다. 역사학자와 관계있는 사람도 하기는 했다. 누구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역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이런 조건을 만들어 둔 것은 아닐까 싶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진 코번트리 성당을 다시 지으려는 슈라프넬 여사는 역사학자들한테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는 것을 찾게 했다. 역사학자 안에 네드 헨리가 있었다. 시간 여행을 많이 하면 시차 증후군이 생기는데, 이 네드가 시차 증후군에 걸려서 더는 시간 여행을 하면 안 되게 되었다. 이때 던워디 교수는 네드한테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가서 어떤 일을 한 다음에는 푹 쉬라고 했다. 네드는 슈라프넬 여사를 피해서 1888년으로 간다. 네드가 그곳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1888년에 갔던 베리티(킨들)는 그곳에서 고양이를 잠깐 2057년에 가지고 갔다. 베리티가 고양이을 2057년에 가지고 간 일 때문에 인과 모순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네드한테 고양이를 다시 돌려놓게 하려고 했는데 일은 자꾸 꼬여간다.

 

네드와 베리티는 인과 모순을 바로 잡으려고 애쓴다. 슈라프넬 여사의 증증증조 할머니인 토시가 C 아무개 씨를 만나고 결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C 아무개 씨가 누군인가 찾으려고 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C 아무개 씨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 안에 있는 말이 답과 같기도 했다. 이런 말도 있다. 시공 연속체는 모순이 생기면 그것을 스스로 고치려고 한다는. 앞날 사람이 역사에 어떤 간섭을 해서 역사가 바뀌려고 할 때 시공 연속체가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린다 해도 본래대로 돌아간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해진대로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안 좋기도 하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어떤 큰 힘이 쓴 시나리오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네드도 베리티와 한 일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과 모순이 일어난 때는 2678년이기 때문이다. 2057년보다 앞날 사람이 어떤 일을 해서 시공 연속체는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한 것이다는.

 

지난번에 <진(仁)>에서는 의사여서 사람들을 살렸다는 말을 썼는데, 여기에도 그런 게 나왔다. 진과 상관없이 그때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그래서 진은 자신이 왜 그곳에 가게 된 것인가 했다. 진은 역사를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그 시대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그래서 아주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조금 바뀌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진>과 코니 윌리스가 쓴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다. 그렇다 해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어떤 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해도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기분은 좋지 않지만, 지금이 바로 자신한테도 지금이라 여기고 잘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쓰기만 하고 나는 그러지 않는구나. 그래도 삶은 자신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큰 힘이 있다 해도 거기에서 벗어나려 하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아주 조금이라 할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은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 여행을 해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를 볼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역사가 바뀌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잘못하면 자신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책 속에 나온 것처럼 시공 연속체가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밤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 바로 이 사람이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당신과 내 앞에 놓여있는 오랜 시간

그래도 반가워요

언젠가 다른 세상에서 만날 때까지

잘 자요

 

 

 

희선

 

 

 

 

☆―

 

우리는 그런 훌륭한 탐정팀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는 사건을 풀지 못했다. 사건은 우리와 상관없이 해결되었다. 더 심각한 점은, 우리는 방해물이었으며 역사가 스스로를 바로잡는 과정을 오히려 가로막는 노릇을 했다는 사실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무너져 버리는 대신 애인 둘이 도망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지었다.  (6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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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한 봄바람에

       나도 모르게 두둥실

       떠오르는 마음

       봄은 설렘이다

 

       꽃샘추위에 살며시

       움츠러드는 마음

       봄은 변덕쟁이다

 

       이랬다 저랬다 해도

       늘 잊지 않고 우리를 찾아오는

       봄은 착하다

 

       너와 내가 만난 봄이

       꼭 같지만은 않겠지

 

       봄봄봄 봄이다

 

       봄을 바라보자

       너는 그곳에서

       나는 여기에서

       봄은 바라봄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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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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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는 열한 살일 때 중학생이던데, 여기에 나온 미란다는 열두 살인데도 초등학교 6학년이다. 초등학교가 4년제인 곳도 있기는 하다. 아니 그것보다는 책 속에 나온 때가 1970년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미란다는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고,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 남자 친구인 리처드 아저씨가 있어서였을까. 엄마는 변호사가 꿈이었는데 대학 1학년 때 미란다를 낳아서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은 법률 사무소에서 일한다. 미란다 이름은 ‘미란다 경고(원칙)’에서 따온 거였다. 엄마가 처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그렇다고 했다. 미란다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남자 이름이었다. 미란다에 대한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한데 생각나지 않는다. 미란다가 늘 읽는 책은 《시간의 주름》(메들렌 렝글)이다. 이 책 나도 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제목에 ‘시간’이 들어가 있는 책을 읽은 것 같기도 한데, 다른 것인가 보다.

 

이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앞에 미란다에 대해 조금 썼는데, 미란다는 엄마가 일을 해서 열쇠를 가지고 다니고 열쇠를 학교에 두고 올 때는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집 가까운 곳에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미란다는 웃는 남자라고 했다. 이 웃는 남자 곁을 지난 때면 언제나 단짝 친구인 샐이 있었는데, 샐과 멀어지고 만다. 샐이 어떤 남자아이한테 맞고는 미란다와 말하지 않고 같이 다니지 않게 되었다. 미란다가 샐과는 멀어졌지만 학교에서 다른 친구를 사귀었다. 그래도 여전히 미란다는 샐에 대해 마음 썼다. 미란다는 샐을 때린 남자아이 마커스와도 말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미란다는 빌려 온 책 속에서 쪽지를 보게 된다. 쪽지에는 알 수 없는 말이 쓰여 있었다. ‘네 친구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갈 거다. 내 목숨까지도.’ 이 말은 마지막 줄에 있는 말이다. 첫번째 쪽지는 엄마와 함께 봤는데, 두번째 쪽지에서 미란다만 보라고 했다. 미란다는 대체 누가 자신한테 쪽지를 보내는 것인가 하고, 위험에 빠지는 친구는 누구인가 한다.

 

쪽지 때문이었는지 미란다는 아이들을 잘 살펴본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알게 된다. 한 친구는 병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았고, 그 친구를 좋아하는 친구를 보면서는 샐을 생각하는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화장실에 가고 싶지만 창피해서 선생님한테 말하지 못한 아이를 보고는 미란다가 선생님한테 말하고 화장실에 그 아이와 함께 갔다. 그리고 사고를 당할 뻔했다가 웃는 남자 때문에 조금 다치기만 한 샐 마음도 알게 되었다. 샐이 미란다와 멀어지게 된 까닭 말이다. 샐은 자기한테 친구가 미란다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친구도 사귀어야 한다고 느꼈던 거였다. 친구가 하나밖에 없어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닌데, 샐은 외로웠나 보다. 샐은 미란다한테 신호를 보냈다고 했는데, 알기 어려운 신호보다 말을 했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미란다 마음이 덜 아팠을 텐데 말이다. 쪽지에 쓰여 있던 위험해지는 친구는 바로 샐이었다. 그러니까 일어나지 않은 일이 쪽지에 쓰여 있었던 거다. 누군가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란다는 바로 그 사람한테 편지를 써야 했다. 아직 시간 여행을 떠나지 않았고, 죽기까지 하는 사람한테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와 비슷한 것을 본 것 같은데, 위험을 알려줘서 사고를 당하지 않았던 영화 <시월애>가 있기도 했다. 그리고 자기 동생을 구하려고 나중에 타임머신을 만들어서 앞날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의 퍼즐 조각》(낸시 에치멘디) 앞에서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던. 예전에는 시간 여행을 할 때 자기 자신과 마주치지 않아야 하는 원칙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어진 듯하다. 아니, 서로가 모르면 상관없을지도.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은 앞날에서 온 자신을 모르는 거다. 겉모습이 다르니 모를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면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슬픈 일이 한번 일어나서 그 일을 막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 여행도 중요하지만, 여기에서는 미란다가 자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이런 모습은 동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구나, 그리고 꼭 아이들만 자라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다른 사람을 좀 더 잘 보려고 하는.

 

 

 

희선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쉬워. 하지만 그 사랑을 소리 내어 이야기해야 할 때를 알기는 어려운 법이지.”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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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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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세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음 졸이며 봤어. 두번째 그 시간이 다가오면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는데, 그리고 시계도. 그래, 나는 세이야 시계가 정확할 줄 알았어. 마지막까지 보고 났더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 대체 왜였을까. 슬퍼서였을까, 조금 덧없어서였을까. 아마 둘 다겠지. 결국에는 죽은 사람과 무서운 세계에서 몇 사람이 지낸 한달 남짓이라는 시간은 대체 뭐지, 하는 생각 때문이겠지. 겨우 몇 사람만 남은 세계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세이야는 존경스러웠어.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할 테니 말이야.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아주 안 한 것도 아니야. 그곳에 남은 사람들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이런 생각은 내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리고 P-13 현상이 한번 더 일어난다는 것을 몰랐을 때 한 생각이야. 누구나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면 무엇인가 달라질 것이다고 생각할거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본래 내가 차근차근 설명하는 거 잘 못해.

 

일본 총리를 만나러 JAXA(우주 항공 연구 개발 기구)에서 사람이 왔어. 블랙홀의 영향을 지구가 받게 되는데 그것을 P-13 현상이라 했어. 그 일은 3월 13일 13시 13분 13초에 일어난다는 거야. 총리와 각료들은 그때 큰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고 국민들한테는 아무 말하지 않기로 했어. P-13 현상이 일어나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지. 국민들한테 말했다가 큰 혼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여긴거야. 사람이 느끼지 못한다 할지라도 조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 P-13 현상이 일어났을 때 가만히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어. 그리고 그 사람들은 많은 사람이 사라져버린 세계에 남게 되었어. 모두가 사라진 것인지, 몇 사람이 그곳에 가게 된 것인지. 어쨌든 그 세계는 아주 무서웠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어. 지진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잠기게 할 듯이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거든.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 같았어. 실제로도 그랬고.

 

열세 사람이 가게 된 패러독스 13 세계는 사람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은 살 수 없는 곳인가 봐. 그 세계가 사람이나 동물을 다른 물질이라 여긴 게 아닐까. 그런데 이게 다른 세계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우리는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자연환경이 많이 바뀌기도 했잖아. 이 세계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게 나왔을 때는 정말 무서웠어. 패러독스 13 세계에 내린 것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비를 경험했으니까. 여름에 우리나라 한 지역에 갑자기 비가 아주 많이 쏟아지게 된 것은 분명히 환경이 파괴되었기 때문일거야.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아무리 사람한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다 할지라도 같은 일을 여러번 겪으면 마음이 꺾일거야. 그건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게 썼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 있는 사람이 열셋이었어. 열셋이었던 사람이 줄어갔지만.

 

사람 때문에 지구가 아프다는 것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아. 이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기는 해. 그렇다고 어떠한 형편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마라도 아닌 것 같아. 사실 희망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뜬구름 같은 거잖아.(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하지만) 그러면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것은 뭘까.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어. 사람마다 다 다르지 않을까.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손일 수도 있고, 이런 경우가 가장 많겠지. 꼭 무엇인가를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어쨌든 살아가라 가 아닌가 싶어. 살아있어야 무슨 일이든 일어나잖아. 지금은 패러독스 13 세계에서 사람들이 보낸 한달 남짓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시간이 그 사람들한테는 필요했던 거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아주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어쨌든 살아가

 

 

 

희선

 

 

 

 

☆―

 

“사람들을 잘 부탁해. 절대 타협하지 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어. 살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한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  (5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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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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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살게 된 혼마 미치루, 역 플랫폼으로 전철이 달려올 때 사람을 밀어서 죽인 것처럼 보여서 경찰한테 쫓기게 된 오이시 아키히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다. 아키히로가 있었던 역 플랫폼은 미치루 집에서 보였다. 아키히로는 전부터 미치루가 시각장애인이고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키히로는 미치루 집에 몰래 숨어들어서 역 플랫폼에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미치루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를까. 그렇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모른 척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키히로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주 조심한다. 미치루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한테 신고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한다.

 

두 사람이 서로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게 된 것은 미치루가 찬장 앞에 놓고 올라간 낡은 의자에서 떨어졌을 때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자신이 다치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키히로는 미치루가 고타츠 안에 들어가 누워 있을 때 발소리를 내고 걸어가 부엌으로 이어지는 미닫이를 열었다 닫았다. 저녁에 미치루는 식탁에 아키히로의 스튜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아키히로는 식탁에 앉아서 스튜를 먹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미치루와 아키히로는 함께 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도 있구나 했다. 사실 두 사람이 이때 할 수 있는 말이 없기는 했다. 아키히로는 경찰한테 쫓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키히로와 미치루는 조금 비슷하다. 무엇이 비슷한가 하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에 서툰 것이다. 아키히로는 누군가한테 상처받기 전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미치루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는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만 있으려고 했다. 앞으로도 혼자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둘 다 마음속으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미치루는 아키히로한테 문 밖으로 나갈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사실은 미치루가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을 무척 무서워했을 때 아키히로가 미치루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갔다. 미치루는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친구 카즈에 집에 갔다. 미치루한테는 어렸을 적 친구인 카즈에가 있었다. 카즈에가 미치루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미치루가 집에만 있지 않기를 바랐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서.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 편하게 살면 안 될까. 꼭 무서운 바깥에 나가야 하는 걸까. 이 말을 쓰고 말았다.

 

이 이야기 따듯하다. 두 사람의 관계만 생각하면 아주 좋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서 끝나지 않고 더 넓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라고 쓰다니. 이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느끼지 못하면 또 어떠리. 이번이 두번째로 읽은 건데 여전히 잘 못 쓰는구나. 시작부터 좀 별로였다. 사건에 대한 것보다는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기는 하다.

 

 

 

바깥은 무서워

너를 지켜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야

네 마음을 위로해주는

하늘 바람 나무 새도 있어

어때?

이제 나가보고 싶지

그래,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

 

 

 

희선

 

 

 

 

☆―

 

옛날에 아키히로는 교복을 입고 공부하던 학교에서도, 작업복을 입고 일하던 회사에서도, 언제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에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배는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했던 것은 있을 곳이 아니었다.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를 허용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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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5 16: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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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8 0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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