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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SF 소설에 나온 것은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바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는 없다. 어딘가에는 이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기계가 아닌 시간과 공간의 비틀림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던 곳과는 아주 다른 먼 옛날로 가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지내고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사람이 상상한 것이지만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런 일을 경험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얼마전에 같은 작가가 쓴 《둠즈데이 북》을 읽고, 이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둠즈데이 북》 뒤에는 이 작가 코니 윌리스가 수다쟁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실 그때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마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정말 수다스러워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먼저 나왔는데, 이게 더 나중에 쓰인 것이다. 그러니까 《둠즈데이 북》을 먼저 보고 이 책을 보는 게 낫다.
언젠가 SF 소설에 나온 것은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바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는 없다. 어딘가에는 이것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 기계가 아닌 시간과 공간의 비틀림으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살던 곳과는 아주 다른 먼 옛날로 가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다. 그곳에서 어느 정도 지내고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사람이 상상한 것이지만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그런 일을 경험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얼마전에 같은 작가가 쓴 《둠즈데이 북》을 읽고, 이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둠즈데이 북》 뒤에는 이 작가 코니 윌리스가 수다쟁이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실 그때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했다. 아마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정말 수다스러워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먼저 나왔는데, 이게 더 나중에 쓰인 것이다. 그러니까 《둠즈데이 북》을 먼저 보고 이 책을 보는 게 낫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2057년 영국 옥스퍼드가 지금이다. 어떻게 보면 2013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때다. 책이 나온 게 1998년이니 이때는 먼 앞날이라 여겼을 것이다. 여기에서 시간 여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역사학자만이 할 수 있다. 역사학자와 관계있는 사람도 하기는 했다. 누구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역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이런 조건을 만들어 둔 것은 아닐까 싶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진 코번트리 성당을 다시 지으려는 슈라프넬 여사는 역사학자들한테 주교의 새 그루터기라는 것을 찾게 했다. 역사학자 안에 네드 헨리가 있었다. 시간 여행을 많이 하면 시차 증후군이 생기는데, 이 네드가 시차 증후군에 걸려서 더는 시간 여행을 하면 안 되게 되었다. 이때 던워디 교수는 네드한테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가서 어떤 일을 한 다음에는 푹 쉬라고 했다. 네드는 슈라프넬 여사를 피해서 1888년으로 간다. 네드가 그곳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1888년에 갔던 베리티(킨들)는 그곳에서 고양이를 잠깐 2057년에 가지고 갔다. 베리티가 고양이을 2057년에 가지고 간 일 때문에 인과 모순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네드한테 고양이를 다시 돌려놓게 하려고 했는데 일은 자꾸 꼬여간다.
네드와 베리티는 인과 모순을 바로 잡으려고 애쓴다. 슈라프넬 여사의 증증증조 할머니인 토시가 C 아무개 씨를 만나고 결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C 아무개 씨가 누군인가 찾으려고 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C 아무개 씨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그 안에 있는 말이 답과 같기도 했다. 이런 말도 있다. 시공 연속체는 모순이 생기면 그것을 스스로 고치려고 한다는. 앞날 사람이 역사에 어떤 간섭을 해서 역사가 바뀌려고 할 때 시공 연속체가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간이 걸린다 해도 본래대로 돌아간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해진대로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안 좋기도 하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어떤 큰 힘이 쓴 시나리오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네드도 베리티와 한 일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과 모순이 일어난 때는 2678년이기 때문이다. 2057년보다 앞날 사람이 어떤 일을 해서 시공 연속체는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한 것이다는.
지난번에 <진(仁)>에서는 의사여서 사람들을 살렸다는 말을 썼는데, 여기에도 그런 게 나왔다. 진과 상관없이 그때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그래서 진은 자신이 왜 그곳에 가게 된 것인가 했다. 진은 역사를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그 시대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있지 않느냐는. 그래서 아주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조금 바뀌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진>과 코니 윌리스가 쓴 시간 여행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다. 그렇다 해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어떤 힘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해도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기분은 좋지 않지만, 지금이 바로 자신한테도 지금이라 여기고 잘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쓰기만 하고 나는 그러지 않는구나. 그래도 삶은 자신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큰 힘이 있다 해도 거기에서 벗어나려 하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아주 조금이라 할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은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간 여행을 해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를 볼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역사가 바뀌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잘못하면 자신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책 속에 나온 것처럼 시공 연속체가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밤 꿈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 바로 이 사람이구나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당신과 내 앞에 놓여있는 오랜 시간
그래도 반가워요
언젠가 다른 세상에서 만날 때까지
잘 자요
희선
☆―
우리는 그런 훌륭한 탐정팀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우리는 사건을 풀지 못했다. 사건은 우리와 상관없이 해결되었다. 더 심각한 점은, 우리는 방해물이었으며 역사가 스스로를 바로잡는 과정을 오히려 가로막는 노릇을 했다는 사실이다. 우주는 이런 식으로. 무너져 버리는 대신 애인 둘이 도망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지었다. (6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