ミッドナイトスワン
內田英治 / 文藝春秋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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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는 조금 알고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른다. 오데트가 마법에 걸려 낮엔 백조가 되고 밤엔 사람이 되는 거던가. 사람이 되면 누군가를 만나겠다. 동생이 가시가 달린 덩굴로 스웨터를 짜서 오빠들 백조한테 입히고 마법을 푸는 건 <백조왕자>겠지. <백조의 호수> 줄거리 찾아보려고 했는데 잊어버렸다. 그런 걸 잊어버리다니. 오데트 이름은 아는구나. 이름만 안다. 익숙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거 많을 것 같다. 차이콥스키 하면 발레가 떠오른다. 음악은 조금 들어봤지만 발레는 본 적 없다(요즘은 동영상 찾아보면 나오려나). 어릴 때 <백조의 호수> 만화 같은 거 봤을지도. 이건 영화로도 만들었던가. 원작과 조금 다르게.


 이 책 《미드나잇 스완》은 영화로 만든 <미드나잇 스완>을 감독 우치다 에이지가 소설로도 썼단다. 일본에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소설로도 쓰는 감독도 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써서 소설도 쓴 거겠다. 시나리오가 먼저일지 소설이 먼저일지. 이 소설 《미드나잇 스완》은 한국에 책이 나왔을 때 알았다. 소설은 한국말로 나왔다. 난 그냥 일본말로 보고 싶어서. 영화 예고편 본 다음에 그런 생각했을지도. 영화 <미드나잇 스완>은 여러 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영화 상은 남자 여자 이렇게 주는구나. 그렇게 안 하고 주연, 조연 그렇게 주면 안 되나. 세상엔 남자 여자 두 가지 성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기사는 남자로 태어났다. 본래 이름은 다케다 겐지다. 나기사는 어릴 때 자신이 왜 남자 수영복을 입어야 하나 했다. 나기사가 산 시간 쉽지 않았겠다. 나기사가 여성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서른이 넘어서다. 나기사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뉴하프 클럽 <스위트피>에서 춤을 췄다. 트랜스젠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회사에서는 사람 쓸까. 지금은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차별 심하겠다. 나기사는 아직 성전환수술을 못했다. 그거 보면서 수술 안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난 나기사 같은 사람 마음을 모르는 거겠지. 수술하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기사 같은 사람은 몸도 여성이 되어야 진짜 여성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어느 날 시골 히로시마에 사는 어머니 가즈코가 나기사한테 전화를 한다. 어머니는 나기사가 어떤지 모른다. 전화를 받은 나기사는 어머니가 아는 겐지 목소리로 말한다. 전화 받기 싫은 걸 억지로 받은 느낌이다. 어머니는 나기사한테 잠시 동안 이모 딸이 낳은 아이 이치카를 돌봐달라고 한다. 이모는 아프고 딸인 사오리는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않았다. 나기사는 싫었지만 돈을 준다는 말에 이치카를 맡기로 한다. 그 돈이 성전환수술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사오리는 어릴 때 히로시마에서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고 십대에 아이를 갖고 결혼했다. 사오리가 이치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사라졌다. 사오리는 혼자서라도 이치카를 기르려 했는데 엄마가 아프고 사는 게 힘들어지자 예전에 알았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딸인 이치카는 내버려두고.


 책을 보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조금 슬펐다. 나기사는 나기사대로 힘들고 이치카는 이치카대로 힘들어서. 이치카는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안 봐서 말도 안 하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이치카가 관심을 가지는 게 있었다. 그건 발레다. 이치카는 발레 하기에 좋은 몸을 가졌다. 어떤 건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나. 발레가 그럴지도. 그저 즐기는 발레도 나쁘지는 않다. 이치카는 나기사 집에서 발레 할 때 입는 옷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 나기사는 뉴하프 클럽 ‘스위트피’에서 다른 세 사람과 <네 마리 백조>라는 춤을 추었다. 이건 <백조의 호수>에 나온단다. 나기사는 그걸 할 때가 좋았다. 진짜 발레는 아니어도, 춤을 추려고 화장하고 옷을 입으면 마법에 걸린 듯했다.


 이치카는 나기사와 살게 되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우연히 발레 교실을 알게 되고 하루 견학만 했다. 이치카는 나기사한테 발레를 말하고 싶었지만 못한다. 이치카는 발레 교실에서 만난 린을 학교에서 만난다. 린은 같은 학교 한 학년 위로 집은 잘살았다. 이치카는 린과 아키하바라에서 사진 모델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번다. 그 돈으로 발레 교실에 다니는데 사고가 나고 나기사가 이치카 일을 알게 된다. 이치카는 자기 팔을 물고 아픔을 참았다. 나기사는 그런 이치카를 보고 이치카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한테도 이해받지 못한 쓸쓸한 자신. 나기사는 이치카가 발레 교실에 다니게 하고 낮에 할 만한 일을 찾으려 했는데 잘 안 됐다. 나기사 모습으로는 구하지 못한 일을 겐지 모습으로는 구했다. 그 일은 힘을 쓰는 거였다.


 왜 이렇게 슬프게 흘러가는지. 나기사와 이치카 사이는 좋아졌지만, 세상은 두 사람이 함께 살게 해주지 않았다. 이치카한테는 엄마가 있으니까. 나기사는 이치카와 살면서 어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됐다. 세상에는 실제 나기사 같은 사람 있겠지. 이거 보다 보니 예전에 본 일본 드라마 <마더>가 생각났다. 그건 어쩌다 학대받는 아이를 구한 게 유괴한 게 됐지만. 거기에서도 두 사람은 헤어진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다. 그 두 사람은 아주 남이었구나. 나기사와 이치카는 친척이다. 이치카가 발레를 해선지 영화 <빌리 엘리어트>도 생각났다. 빌리는 남자아이고 아버지와 형이 빌리를 위해 일을 했구나. 그건 괜찮게 끝나는구나. 나기사는…….


 이 이야기 끝은 진작에 정해졌을지도. 앞부분 볼 때 어쩐지 슬펐던 건, 내 무의식이 그걸 알아버렸을지도. 그렇다고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 이치카는 발레를 하게 됐으니 말이다. 나기사를 만나고 발레 교실 선생님을 만나고 린을 만나서. 그전에 만난 기엠 선생님도 있구나. 공원에서 발레 교실을 열었던. 나기사가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면 좋았을걸. 한번 잘 안 됐다고 절망하다니.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아나.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도 모르는데. 잠시였다 해도 나기사는 이치카 엄마였다. 아마 이치카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아니 이치카는 나기사도 엄마로 생각할 거다. 그렇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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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물의 탑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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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다 신조가 쓰는 모토로이 하야타 두번째 이야기 《하얀 마물의 탑》을 만났다. 첫번째 이야기 《검은 얼굴의 여우》에서 모토로이 하야타는 전쟁에 진 일본을 밑에서 받치겠다는 마음으로 광산에 갔는데, 거기에서 이상한 일을 만났다. 그 이야기는 이상한 일이 아닌 사람이 저지른 일로 드러났는데. 이번 《하얀 마물의 탑》은 끝까지 봐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끝까지 보고 이걸로 끝이야 했다. 하얀 마물은 모토로이 하야타를 앞으로도 따라 다닐까. 모토로이가 두번째로 가게 된 고가사키등대에서 만난 등대장 이사카가 겪은 일처럼. 모토로이는 정말 이사카 고조를 만난 건지, 일기를 읽고 만났다고 여긴 건지.


 등대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가 보다. 읽지는 않았지만 등대에서 일하던 사람이 모두 사라진 일이 나오는 소설 있던데, 그건 실제 일어난 일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게 아일린모어섬등대 사건일까.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 등대를 본 적 있는지 없는지 이것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사진으로만 등대를 보고 본 적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등대 하면 바다로 나간 고깃배가 길을 잃지 않게 불을 밝히는 것만 떠오르는데, 등대는 전쟁에도 쓰였단다. 모토로이 하야타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도 일본이 바뀌기를 바라고 일을 하려고 했다. 등대지기라고 하는데 본래는 항로표식직원이다.


 처음 일한 다이코자키등대에서 모토로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여자아이를 구했다. 여자아이는 자신을 구해준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 두해 뒤 모토로이 하야타는 고가사키등대로 가야 했다. 등대지기는 여기저기 옮겨 다녀야 하는구나. 고가사키등대가 보이는 바다에서 배를 대지 못해 모토로이는 산길로 돌아가야 했다. 고가사키등대로 가는 모토로이는 산에서 이상한 일을 겪고 하얀 집에서 하룻밤 묵는다. 여관에서 싸준 도시락 안 쪽지에는 ‘하얀 집에서 머물지 마시오’ 하는 말이 쓰여 있었다. 모토로이가 고가사키등대에 갈 수 있으려나 하면서 소설을 봤다. 하얀 마물은 정말 있는 건지. 그걸 여기에서는 ‘시라몬코’라 했다.


 조금 무서운 일을 겪기는 했지만 모토로이는 고가사키등대에 간다. 등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어야 하는 세사람은 모두 어디로 간 건지. 다행하게도 등대장 이사카 고조가 나타난다. 이사카는 자신이 스무해 전에 고가사키등대에 오고 있었던 일을 모토로이한테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모토로이가 겪은 일과 아주 비슷했다. 이사카가 다이코자키등대에서 일할 때 여자아이를 구한 일까지. 이사카도 하얀 집에서 잠을 자고 하얀 가면을 쓴 모녀를 만났다. 모토로이는 할머니와 손녀를 만났지만, 스무해 사이를 두고 비슷한 일이 일어나다니 어쩐지 오싹한 느낌도 든다. 이사카는 이곳 여성과 함께 떠나고 자신을 시라몬코가 따라왔다 느끼고 딸을 잃기도 했다. 이사카 딸은 시라몬코가 데리고 갔을까.


 무서운 일이어도 잘 보면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 나온 일은 설명이 되는 것도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도 일어났다. 민간신앙 때문에 그렇게 썼을까. 마을 사람은 신내림을 받고 백녀가 된 사람한테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산파기도 했는데. 마을 사람과 다르게 외딴집에 살아야 하다니. 그건 차별일지도 모르겠다. 그걸 대를 이어서 해야 한다면 하기 싫을 것 같다. 모토로이가 말한 것처럼 모토로이가 고가사키등대로 가는 길에 겪은 일은 누군가 꾸민 것과 그렇지 않은 일이 섞였을지도. 그런 일이 왜 일어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자아이를 구한 일 때문이었을까. 하얀 집에서 만난 하쿠호는 모토로이가 구해준 여자아이였을지도. 하쿠호는 할머니처럼 백녀가 되기 싫었나 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못했지만, 모토로이를 다시 만나고 집을 떠나고 싶었던 거 아닐지. 그런 마음이 생령을 만들어 내고 모토로이가 보게 했나 보다.


 여기 나온 수수께끼는 분명하게 풀리지 않았다. 모토로이는 고가사키등대에서 이사카와 미치코와 나눈 이야기를 잊어버렸다. 모토로이는 혼자 도쿄로 간다. 하얀 마물인 사라몬코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걸까. 그건 벗어나야 하는 건지,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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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26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쓰다신조의 책이네요. 이 책 출간되었을 때 소개를 읽은 것 같은데, 그게 벌써 작년의 일이 되었어요.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작년의 일들은 올해의 일들 같습니다.
올해 4월도 이번주가 마지막 주말이예요.
좋은 일들 가득한 4월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희선 2024-04-29 23:27   좋아요 1 | URL
책 나오고 한해가 지났군요 2023년 4월이니... 2024년 사월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날 때는 빨리 안 가도 지나고 나면 순식간에 간 듯합니다 늘 그러네요 2024년 사월이 가면 한해 삼분의 일이 가는 거네요

일기보다 책을 보고 쓰는 게 거의 일기에 가깝기도 합니다 날마다 쓰지는 못해도... 책 읽은 걸 보면 그때가 아주 조금 생각나기도 하네요 서니데이 님 사월 마지막 날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ミッドナイトスワン
內田英治 / 文藝春秋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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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아이가 가진 꿈을 응원하는 게 부모겠지. 나기사는 이치카 엄마였다. 나기사가 그걸 진작에 알았다면 좋았을걸. 마음 아프고 슬프지만 나기사와 이치카가 만나서 다행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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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문주희 지음 / 유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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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나온 2022년 10월에 이 책 《편지 쓰는 법》을 샀다. 그때 책을 받고 얇아서 금방 보겠지 했는데, 책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내가 바로 못 본 책이 이것만은 아니구나. 빨리 볼 만한 건 바로 보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볼 거야 하고 미룰 때가 많다. 책을 많이 사지도 않는데. 난 ‘편지 쓰는 법’ 안다(이렇게 말하다니). 아니 편지도 따로 쓰는 법이 있나. 편지 받을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 쓰면 되는데. 편지 쓰기가 익숙한 난 편지 쓰기 어렵게 여기지 않아도 편지를 한번도 안 써 본 사람은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 할지도. 편지 한번도 안 써 본 사람 있겠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소를 거꾸로 쓰는 사람도 있으니. 편지 한번도 안 써 본 사람이 있다는 말 보고 조금 놀랐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많겠다. 난 초등학생도 있다는 휴대전화기 없다. 이 말 몇번째 하는 건지.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한테도 바로 말할 수 있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편지를 쓴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한테 그러는 건 아니고 주소를 아는 사람한테만 가끔 쓴다. 답장 받는 거 좋기는 하지만, 답장 바라지 않고 쓴다. 이 책에서는 답장 받고 싶으면 그런 말을 쓰라고 하던데. 나야 편지 쓰기 쉽지만 다른 사람은 쉽지 않은 듯하다. 난 편지지뿐 아니라 우표가 있어서 편지 쓰고 싶으면 바로 쓰고 보낸다. 편지 쓰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지금보다 예전, 컴퓨터를 쓰기 전에는 밤이나 새벽에 쓰기는 했는데,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쓴다. 난 날짜는 써도 시간은 안 썼다. 다음부터는 시간도 쓸까 보다.


 옛날뿐 아니라 19세기나 20세기초까지는 많은 사람이 편지로 마음을 나누었다. 지금도 편지 쓰는 사람 없지는 않겠지만, 많이 줄었다. 옛날에는 편지 많이 썼는데 하는 사람도 있구나. 우편 제도가 없었을 때도 사람들은 편지를 썼다. 그때는 멀리 가는 사람한테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겠지. 따로 편지만 전해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건 모르겠다. 우체국, 우체통, 우표가 생긴 것이 아주 오래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벌써 사라질 것 같다니. 우체통이나 편지가 말이다. 편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보통 편지는 잘 가는지 알지 못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더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편지가 사라지지 않고 잘 오고 간 것 같다. 일반 편지도 주소만 잘 쓰면 잘 간다. 가끔 사라지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 《편지 쓰는 법》을 쓴 문주희는 편지 가게 ‘글월’을 한단다. 처음에 생각한 건 편지 가게가 아니었는데, 편지 가게가 됐단다. 편지를 나타내는 다른 말이 바로 ‘글월’이다. 편지 가게에서는 무엇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서 편지지를 사고 편지를 쓰고 펜팔도 할 수 있는가 보다. 펜팔이지만 그 편지는 받을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그런 편지도 재미있기는 하겠다. 모르는 사람한테 편지를 쓰니 그때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쓸지도. 편지를 보는 게 한사람이어도 하고 싶은 말 다 쓰기는 어렵다. 내가 그렇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말을 쓰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 횡설수설이 되기도. 편지가 말보다는 좀 정리가 되지 않나 싶다. 내가 지금도 편지를 쓰는 건 말을 잘 못해서다. 편지를 잘 쓰는 것도 아니지만, 편지는 천천히 써도 되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쓴다. 받을 사람을 좀 더 생각하고 써야 할 텐데.


 여기에는 편지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각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만한 글이 담겼다. 편지 보내는 방법도 여러 가지를 말하다니. 난 편지 쓰면 우체통에 넣는다. 우표를 붙여서 바로 우체통에 넣어도 된다. 요즘은 우체통 보기 어려운가 보다. 우체국 앞에는 꼭 있을 것 같은데 없는 곳도 있는가 보다. 그때는 우체국 안에 들어가서 보내야겠지. 우체통 찾는 지도도 있다니. 난 그런 것과는 멀구나. 집에서 가까운 우체국이 두 곳이고 두 곳 다 우체통이 있다. 편지를 거둬가는 시간이 되기 전에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우체통에는 편지를 거둬가는 시간이 적혀 있다. 예전에는 우체통 속 편지를 거둬가는 사람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우체국에서 거둬간다. 지금 우체통이 많이 사라진 건 그런 점 때문이기도 하겠다. 우체국에서 먼 우체통은 집배원이 거둬가겠다. 편지가 오래 없으면 우체통을 없앤단다. 이제 자기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우체통은 슬프겠다.


 편지는 가는 데 오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도 편지를 쓰는 시간에 들어갈지도. 편지를 나누는 건 마음을 나누는 것과 같다. 그게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겠구나. 지금은 그런 사람 많은 듯하다. 편지를 쓰면 즐거운데. 그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다. 앞으로 가끔이라도 편지 쓰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 편지 쓰는 사람이 있어야 편지가 사라지지 않겠지.





*더하는 말


 이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흘렀다. 책을 보면서 편지 가게 글월은 아직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보고 소설 《편지 가게 글월》(백승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기한 일이다. 실제 있는 곳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구나. 지금 바로 못 보겠지만, 언젠가 볼지 안 볼지. 이렇게 애매하게 쓰다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안 봐도 괜찮은 마음도 있어서다.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이 편지를 쓰는 이야기도 나오는가 보다.




희선





☆―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어떤 말로 편지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곤란한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날씨, 기억, 일화, 위트를 떠올려 첫 문장 써 보기를 제안합니다. 편지 쓰기가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쓰고 싶은 말이 확 늘어날지도 모르고요.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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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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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1 0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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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2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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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0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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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문주희 지음 / 유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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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지를 한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이 책을 보고 편지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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