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21 | 222 | 22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차 사고로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얼마전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살게 된 혼마 미치루, 역 플랫폼으로 전철이 달려올 때 사람을 밀어서 죽인 것처럼 보여서 경찰한테 쫓기게 된 오이시 아키히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다. 아키히로가 있었던 역 플랫폼은 미치루 집에서 보였다. 아키히로는 전부터 미치루가 시각장애인이고 혼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키히로는 미치루 집에 몰래 숨어들어서 역 플랫폼에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미치루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집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를까. 그렇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모른 척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키히로가 자신을 해치지 않으리라고 여겼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아주 조심한다. 미치루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찰한테 신고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해한다.

 

두 사람이 서로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게 된 것은 미치루가 찬장 앞에 놓고 올라간 낡은 의자에서 떨어졌을 때다. 미치루는 아키히로가 자신이 다치지 않게 한 것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고맙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키히로는 미치루가 고타츠 안에 들어가 누워 있을 때 발소리를 내고 걸어가 부엌으로 이어지는 미닫이를 열었다 닫았다. 저녁에 미치루는 식탁에 아키히로의 스튜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아키히로는 식탁에 앉아서 스튜를 먹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미치루와 아키히로는 함께 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도 있구나 했다. 사실 두 사람이 이때 할 수 있는 말이 없기는 했다. 아키히로는 경찰한테 쫓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키히로와 미치루는 조금 비슷하다. 무엇이 비슷한가 하면,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일에 서툰 것이다. 아키히로는 누군가한테 상처받기 전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다. 미치루는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는 밖에 나가기보다 집에만 있으려고 했다. 앞으로도 혼자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었다. 그래도 둘 다 마음속으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 아키히로는 미치루한테, 미치루는 아키히로한테 문 밖으로 나갈 용기를 갖게 해주었다. 사실은 미치루가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을 무척 무서워했을 때 아키히로가 미치루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갔다. 미치루는 지팡이로 길을 더듬으며 친구 카즈에 집에 갔다. 미치루한테는 어렸을 적 친구인 카즈에가 있었다. 카즈에가 미치루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미치루가 집에만 있지 않기를 바랐다. 언제까지나 자신이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서. 맞는 말이기는 한데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 편하게 살면 안 될까. 꼭 무서운 바깥에 나가야 하는 걸까. 이 말을 쓰고 말았다.

 

이 이야기 따듯하다. 두 사람의 관계만 생각하면 아주 좋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서 끝나지 않고 더 넓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그러면서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라고 쓰다니. 이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느끼지 못하면 또 어떠리. 이번이 두번째로 읽은 건데 여전히 잘 못 쓰는구나. 시작부터 좀 별로였다. 사건에 대한 것보다는 두 사람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보기 바란다. 그렇게 읽을 수밖에 없기는 하다.

 

 

 

바깥은 무서워

너를 지켜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야

네 마음을 위로해주는

하늘 바람 나무 새도 있어

어때?

이제 나가보고 싶지

그래,

바깥은 생각보다 따스해

 

 

 

희선

 

 

 

 

☆―

 

옛날에 아키히로는 교복을 입고 공부하던 학교에서도, 작업복을 입고 일하던 회사에서도, 언제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에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배는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있어도 되는 곳은 어디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했던 것은 있을 곳이 아니었다. 필요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를 허용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29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3-05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8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가 잠깐 잤는데 꿈을 꾸었다. 내 팔에 쌀알보다 조금 작은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나는 예전에도 그런 게 생겼다가 나았다고 말했다. 엄마가 약을 바른다며 그것을 다시 보여달라고 해서 소매를 걷어서 팔을 보니 물집 같은 게 터져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엄마가 그런 거 알아보러 온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고 말했다.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그 말 듣고 혹시 나도 죽는 것인가 했다. 병에 걸려서 죽고 싶지는 않나 보다. 책속에 바이러스 감염이나 페스트가 나와서 그런 꿈을 꾼 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게을러서 죽지도 못한다. 죽으려면 자기 둘레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하나도 안 하고 사니, 앞으로는 조금씩이라도 해야 할 텐데.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나한테 별일 있을까 하는. 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 눈이 떠졌다. 꿈이어서 다행이다고 생각한 적은 많이 있기도 하다.

 

《둠즈데이 북》은 정복왕 윌리엄이 1086년 잉글랜드 지방의 인구 통계를 담은 책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중세학을 공부하는 키브린이 중세 시대에 가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과 사람에 대해 녹음해두는 것을 뜻한다. 여기 나오는 시대는 2054년 영국 옥스퍼드로 역사학자는 기계를 써서 지난 날로 떠날 수 있었다. 자유롭게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저 역사를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 시대에 간섭할 수는 없다. 키브린은 본래 1320년에 가야 했는데 문제가 일어나서 페스트가 퍼진 1348년으로 갔다. 이 일을 알게 된 것은 2부 끝에서다. 키브린이 떠나고 2054년 영국 옥스퍼드에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졌다. 인플루엔자가 변형되었다고 했는데, 신종 인플루엔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2054년에 바이러스에 감연된 사람이 아프거나 죽기도 했는데, 중세에서 페스트에 걸린 사람은 모두 죽었다. 키브린은 페스트 예방 접종을 받고 갔다. 그래서 괜찮았는데 키브린이 신세를 진 한 집안 식구들과 신부가 모두 죽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상하게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답답했다. 키브린이 사람들을 살리려고 애써도 소용이 없어서였을까. 그래도 신부는 키브린을 성녀 캐서린이라 여겼고 키브린이 그곳에 와서 자신은 구원받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신이 왜 태어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슨 뜻이 있길래. 나는 그런 생각을 해도 답은 아직 모르겠다. 정답은 없겠지만 앞으로도 찾아야 할 것 같다.(어쩌면 별거 없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키브린이 왜 모두가 죽고 마는 1348년으로 가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키브린은 중세 시대 사람들과 살았다. 영주 집안 식구들로 아이들도 있었다. 로즈먼드는 열세 살이었는데 얼마 뒤에 결혼한다고 했다. 로즈먼드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나이도 아주 많았다. 그리고 로즈먼드 동생 아그네스. 아그네스는 키브린이 하는 말을 처음으로 알아들었다. 키브린이 1320년이 아닌 1348년에 간 것은 키브린이 만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죽어가는 가운데도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을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죽어갈 때는 담담한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쓰다보니 마음이 조금 안 좋기도 하다. 2054년 영국 옥스퍼드에도 슬픈 죽음이 있었다. 그래도 2054년보다는 1348년에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책을 보다가 떠오른 게 있다. 거기에서는 여기와는 다르게 의사가 우연히 지난 날(에도 시대)로 가지만. 머리에 있는 종양 때문이었으려나. 그것은 일본 드라마 진(仁)이다. 원작은 만화라고 한다. 에도에 콜레라가 퍼졌을 때 진은 자신 때문에 역사가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환자들을 내버려두려고 했다. 하지만 의사이기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기만 할 수는 없어서 환자들을 돌본다. 그리고 한참 뒤에 나오는 페니실린까지 만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키브린이 역사학이 아닌 의학을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그랬다면 몇 사람은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에서는 역사에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웠으려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죽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얼마나 좋은 시대냐 하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이 나온 것은 1992년이지만. 1992년에서 1348년도 아주 먼 옛날이다. 책을 읽기 전에 조금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비 맞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나왔는데 추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선

 

 

 

 

☆―

 

“하지만 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키브린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왜 울고 계시나요?” 신부가 물었다.

 

“신부님은 절 구해 주셨어요.” 흐느낌에 목소리가 희석되었다. “그런데 전 여러분들을 구해 내지 못했어요.”

 

“죽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그리고 아무도, 우리 주 그리스도조차 죽음에서 사람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알아요.” 키브린이 말했다. 키브린은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얼굴에 손을 댔다. 손바닥에 눈물이 고이더니 로슈 신부의 목으로 방울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성녀님은 저를 구원해 주셨지요.” 로슈 신부가 말했고 신부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두려움에서.” 로슈 신부는 콜록거렸다. “믿지 않는 마음에서 저를 구하셨습니다.”

 

키브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신부의 두 손을 잡았다. 손은 차가웠으며 벌써 굳기 시작하고 있었다.

 

“전 모든 이 가운데서 가장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로슈 신부는 말하며 두 눈을 감았다.  (764쪽)

 

 

키브린은 손바닥을 뒤집어 어스름한 속에서 손목을 살펴보았다. “로슈 신부님과 아그네스와 로즈먼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모두 기록해 놓았어요.”  (81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チ-ズスイ-トホ-ム 5 (KCデラックス) (コミック)
こなみ かなた / 講談社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만화를 쌓아놓고 본다고 하는 말을 많이 봤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다른 책도 마찬가지다. 다른 책을 보는 사이사이에 만화를 한권씩 본다. 만화를 보고 나서 쓰는 것은 다른 책을 보고 나서 쓰는 것보다 더 자세한 줄거리다. 무엇인가 다른 말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은 자주 하지만, 생각만 하고 그냥 쉬운 쪽을 고르고 만다. 다른 말 쓸 게 거의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쓰면 괜찮을 텐데, 줄거리라도 써야 마음이 편하다. 아무것도 안 쓰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내 마음 때문에 괴로운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괴롭게 하다니,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이것은 누구나 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결국 모든 괴로움은 바로 자기 자신에서 오는 것이니까.

 

이 책 4권을 본 때는 2011년 8월이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그동안 왜 안 본 걸까. 사실 왜 그랬는지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때 이 책을 5권까지밖에 사지 않아서다. 지금은 9권 빼고 다 있다. 그리고 올해 10권이 나온다. 이 책은 한 해에 한권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고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것이다. 그림은 모두 컬러다. 그래서 책이 비싸다. 이 말은 예전에도 썼는데 또 썼다. 이 만화에는 그렇게 어려운 말이 쓰여 있지 않아서 쉽게 볼 수 있다.(다른 만화에도 어려운 말은 많이 적혀 있지 않다) 그런데 왜 아직도 다 못 봤느냐 하면, 보고 나서 쓸 일이 걱정스러워서다. 내가 좀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한다. 이것은 어느 책이나 똑같다. 책 읽고 보는 것을 즐겨야 하는데 다음 일을 걱정하다니, 마치 오늘보다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는 것과 같구나. 이런 강박증 같은 것은 어떻게 고칠 수 있으려나. 그런데 강박증 맞는 말인가. 이런 말장난 같은 말은 이만 줄이고 이 책에 대해 써야겠다. 지금까지 이야기 조금, 5권에 나온 이야기 조금.

 

엄마 고양이와 떨어져 길을 헤매다 지친 새끼고양이는 공원에서 넘어진 요헤이와 만난다. 요헤이는 어린아이다. 요헤이는 집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가자고 엄마한테 말한다. 하지만 요헤이네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었다. 엄마는 새끼고양이 주인이나, 맡아줄 사람을 찾을 때까지 고양이를 잠시 집에 두기로 한다. 얼마 뒤 새끼고양이 이름을 치라 한다. 시간이 흘러도 치를 맡아줄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요헤이뿐 아니라 엄마 아빠 모두 치를 좋아하게 되었다. 한번은 농장을 하는 사람한테 치를 맡길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치가 없는 집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검정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퍼지고 관리인한테 들켜서 그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검정고양이는 치와 친해지기도 했는데.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한다. 때마침 애완동물을 키워도 괜찮다는 말이 쓰여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치와 함께 살기 위해서 이사하기로 한다.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들도 많다. 치가 요헤이네 식구와 살면서 일어난 일과 치만의 모험도 나온다. 우리는 치가 말하는 것을 알지만, 요헤이와 엄마 아빠는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서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려나. 그렇지 않겠지.

 

이사한 집에서 치는 아직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이번에는 집 밖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치가 뜰에 있을 때 옆집 개 짖는 소리에 바깥으로 나가서 가까운 곳을 잠시 둘러보기만 했다. 어린이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듯 새끼고양이도 바깥에 관심을 가졌다. 멀리까지 이어진 길에. 그렇다고 해서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에서 나간 치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먼저 살았던 집에까지 간다. 그 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우연히 만난 얼룩고양이가 자기가 사는 집에 치를 데리고 가서 먹이를 주고 ‘이 집 고양이가 되는 게 어때’ 했다. 치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아무리 방석에 자기 냄새를 묻힌다고 해도 그곳에는 요헤이도 엄마도 아빠도 없었다. 치는 집으로 돌아갔을까. 치가 집에 갈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바로 옆집 개다. 치가 돌아간 뒤 얼룩고양이는 치를 어디에서 봤는지 떠올렸다. 치를 낳은 엄마 고양이와 형제들을.

 

집 바깥에 나온 치한테 얼룩고양이가 마마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치는 마마가 뭐야 했다. 처음에 치가 엄마를 ‘마마’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새 그 말을 잊어버렸나 보다.(정말 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헤이가 엄마라고 해서 치도 엄마라도 했는데. 어쨌든 치는 마마가 우유를 준다고 한 말에 끌려서 얼룩고양이를 따라갔다. 그런데 치가 생각하는 마마가 조금 웃겼다. 얼룩고양이가 제대로 설명을 해줬다면 그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얼룩고양이와 치가 가는 길 벽에 치를 찾는다고 쓴 듯한 종이가 있었다. 치는 본래 집고양이였나 보다. 얼룩고양이는 치를 집 앞까지만 데려다 주었다. 결국 치는 엄마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검정고양이를 만났다. 치가 사람을 피해서 숨었던 쓰레기를 덮은 그물 속에서 나오지 못했을 때 검정고양이가 나타나서 그물을 들어주었다. 치는 검정고양이한테 보고 싶었다고 했다. 검정고양이가 사는 집에서 치는 우유를 얻어먹고, 잠시 검정고양이 위에서 잤다. 그러고는 꿈을 꾸었다. 언젠가 있었던 일에 대한. 집에는 검정고양이가 바래다 주었다. 검정고양이네 집에서 치네 집은 똑바로 가면 나왔는데, 치가 집에서 나왔을 때 길을 되짚어 갔기 때문에 조금 복잡했다. 치도 언젠가는 그것을 알게 되겠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연 2013-03-0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로 읽으시는거에요? 저는 애니때문에 듣는 건 어느정도 되는데 아직 읽지는 못하겠던데..ㅎㅎ 고양이 정말 귀엽네요. 예전에 고양이 카페에 간 적 있는데 거기 고양이들은 저렇게 귀엽지는 않더군요, 풋. 항상 만화가 현실보다 더 귀엽..

희선 2013-03-07 02:39   좋아요 0 | URL
이 만화에는 아주 쉬운 말이 나옵니다
일본말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다면, 글을 읽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본 글자만 공부하면... 만화는 한자에 요미가나(읽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게 많아요 만화는 볼 수 있는데, 아직 소설은... 소설도 보고 싶은데...
저도 만화에는 이렇게 귀엽게 나오지만 실제는 좀 다르겠지 하는 생각했습니다


희선
 
페르코의 마법 물감 사계절 중학년문고 21
벨라 발라즈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김지안 그림 / 사계절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열두 시 종이 울리면 피어나는 꽃

참하늘빛

1분 뒤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이상한 수위 아저씨 도움으로 꽃을 얻은 페르코

꽃즙을 짜서 그림속 하늘을 칠했어

파란 물감보다 더 예쁜 하늘

 

엄마 심부름을 끝낸 페르코

어두운 다락방에서 빛을 보았어

그림속 하늘에 뜬 달과 별이 반짝반짝

 

흐린 날에는 그림속 하늘도 찌푸렸어

주지와 칼리와 비밀 친구가 된 페르코

칼리한테는 잃어버린 파란 물감 대신 참하늘빛을 나누어 주었어

페르코는 남은 참하늘빛으로 연장 궤짝 뚜껑을 칠했어

밤에는 다락방에 올라 궤짝 속에서 작은 하늘을 바라보았어

 

칼리가 선생님 모자속에 참하늘빛을 발라서

화가 난 선생님

모자속에서 천둥소리가 들리고 비가 내렸거든

참하늘빛을 모두 버려버린 칼리

주지가 가진 그림속 하늘에서는

벼락이 떨어져 그림이 타 버렸지

세 친구는 다시 참하늘빛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어

 

다락방 궤짝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페르코는

사람들 발소리를 듣지 못했어

사람들은 다락방에 있던 궤짝들을 들고 나가 마차에 싣고 어딘가로 갔어

그리고 불에 태웠어

페르코가 들어가 있던 궤짝은 뚜껑이 뒤집혀서 사람들이 물웅덩이라 여겼어

 

개를 피해 도망치던 페르코는

강물에 뛰어들어 궤짝 뚜껑을 타고 흘러갔어

사람들은 물 위에 떠 있는 페르코를 어린 성자라 하며 대접해주었지

물속에 그대로 두었던 궤짝 속 하늘은 사라져버렸어

그런데

페르코 반바지에서 작게 빛나는 참하늘빛

 

반바지를 소중히 여긴 페르코

몇 해가 지나도 여전히 반바지를 입었어

그런 어느 날 주지가 더는 반바지를 입지 말라고 하자

페르코는 주지 눈속에서 더 예쁜 참하늘빛을 보았어.

 

 

2

 

어쩌면 우리는 또 다른 참하늘빛을 찾으며

자라나는 것인지도.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훔치고 싶은 것 미래의 고전 20
이종선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없는 집

 

 

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하고,

동무와 재미있게 놀아도

마음은 쓸쓸합니다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보고,

맛있는 밥을 먹어도

마음은 쓸쓸합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꿈속에서 하늘을 날아도

마음은 쓸쓸합니다

 

엄마 없는 집은 쓸쓸합니다

 

 

 

(예전에 그냥 썼던 것인데 조금 어울릴 듯하여)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들 여진, 여경, 민서, 선주. 책을 보면서 나는 또 생각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를. 떠오르는 일은 없는데 내가 그때는 지금보다 감정이 무디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짜증나는 성격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지금 내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기 어렵겠다고 느꼈다. 그것보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어른은 되지 못해도 마음은 자라기를 바란다. 아이들만 아프면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어느 때나 아프면서 자란다. 아이들이 더 크게 아픔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반대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조금 바보였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 생각나지는 않는데 아마 나도 학교가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온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내 마음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요새는 정말 나 자신이 지난 날로 돌아가서 나 자신을 보고 싶기도 하다. 여기 나오는 여진이는 학교가 끝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 왔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마가 일을 했다. 쓸쓸함을 채우기 위해서였을까. 여진이는 학교에서 주인 없는 물건을 주워오고는 했다. 그런데 6학년이 되어서는 친해졌으면 하는 민서 물감을 가지고 와 버렸다.

 

여경이는 5학년 때 민서와 같은 반이었는데 민서 엄마 때문에 안 좋은 일을 겪었다. 여경이는 자기가 받은 상처에 대한 보상이라며 민서 돈을 훔쳤다. 여경이는 그게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민서는 집도 부자고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엄마가 나서서 친구한테 선물을 주었다. 민서는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더 사서 친구한테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경이는 친구 마음을 돈으로 사려 한다고 생각했다. 여진이는 민서와 여경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다. 여진이는 민서와 함께 여경이가 민서 돈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여경이는 여진이가 민서 물감을 가져간 일을 말했다. 그런 세 아이를 보며 선주가 말했다. “서로 자기가 더 상처받은 척, 피해자인 척하는데, 친구들끼리 이게 뭐야? 서로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이렇게 탓만 하고 있으면 되니!” (128쪽) 하고. 여경이는 민서 엄마만을 보았지 민서 마음은 몰랐다. 책속에서는 이렇게 싸우기라도 하는데 현실에서도 그렇게 서로 말할 수 있을까. 말을 해서 풀어야 한다고 쓴 적 많은데 그것을 진짜 할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진이는 여진이대로 집에서 엄마와 언니가 알게 되었다. 여진이가 다른 사람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더니 정말 그랬다. 여진이는 엄마와 언니가 자기 마음을 알아준 것만으로도 그동안 얼어있던 마음이 녹았다. 민서와 여경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선주가 양궁 경기에서 동메달을 받아서 여진이, 여경이, 민서 세 사람을 집에 불렀는데 갔을까. 여진이는 갔다. 지금 바로는 껄끄럽더라도 앞으로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는 마음을 터놓고 말을 한 다음에도 친구로 지낸 사람은 없다. 아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도 뭣도 아닌 사이가 된 것인지도. 어쩌다가 이렇게 썼을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날도 있는 것이지.

 

 

 

희선

 

 

 

 

☆―

 

여진이는 둘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작 이렇게 싸워야 했다고 생각했다. 감추지만 말고 처음부터 털어놓았으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12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21 | 222 | 22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