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위계적 세계관은 기술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에서 하위의 것은 항상 상위의 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102)이고, 이에 따르면 길들여진 동물이나 남성 노예, 그리고 여성은 2의 자연이 되어 1의 자연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107), 이것이야말로 이들의 존재 이유이다. 지배와 착취가 제도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107) 분명하게 설명되는 지점이다. 노동의 전유와 노동자의 노예화가 노예제의 실행과 여성의 예속화로 확정될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을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108)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복합체의 지배하고 지배받는 요소들을 타인에게 두는 자연의 경향이 가져온 결과라고 설명하고, 아렌트는 인간이 필요를 지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면 언제든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놀랄 만한 주장을 편다. (111

 


육체와 육체적 필요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폭력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아렌트의 주장은 이러한데, 이는 결론적으로 오이코스에서 일어나는 지배와 폭력을 자연화’(112)하고 이 지배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 속에 '가정 내 폭력'에 반대하던 제2 페미니즘 운동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아렌트의 해석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형상이 훼손된 남성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악명 높은 여성 묘사는 우발적인 여성 혐오 이상의 의미가 있다. (131)  

 


그리스인에게 자연에 대한 전투와 여성 혐오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132)

 


여성 혐오의 발명을,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그리스인들은 남성 자신을 자연에 대항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는 인간인 자신과의 대척점에 동물(야생의/길들여진)을 두었다. 자연을 정복하고, 동물을 다스리며, 질서를 회복하고, 비합리에 맞서 싸우는 합리적이고 덕스러운 존재(132)로 자신을 상정했다. 그들에게 여성은 불가해한 존재였다. 여성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피를 흘렸고, 어느 순간 배가 부풀어 올라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스스로, 혼자 만들어냈다’. 그 일들은 남성이 흉내 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에 대한 두려움, 생명에 대한 경이감, 그리고 여성에 대한 불가해함은 남성 자신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조건이 되었으며, 이는 죽음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환기 장치가 되었다. 여성에 대한 사랑보다 더 강력하게 남성을 지배했던 건 여성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더 정확하게는 여성과의 성적 접촉이었다. 생명력이라는 강력한 힘을 자연에 속한 것으로 강제 배속했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더 육체에 구속된존재가 되었다. 여성은 생리적 조건 때문에 남성보다 더 동물적인 존재가 되었고, 무능한존재가 되었다. 동물, 자연, 여성이 하나의 카테고리를 형성하게 되면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억압이 강화되었고, 여성에게는 인간의 지위가 부여되지 않았다(131). 여자니까, 여자라는 이유로, 어떻게 여자가, 감히 여자가. 이런 모든 언설, 여성에 대한 억압을 자연화하는 언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아테네의 남성됨 문화에서 불멸의 문제(143)에 대해서는 마사 누스바움의타인에 대한 연민』의 속 4,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의 논의가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육체에 대한 거부와 육체를 유지하고 만족시키는 데 개입하는 활동에 대한 거부는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이런 사안들이 강등되어 밀려간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이 문제에 고전 그리스 시대 이래 서구 남성의 정치 기획에서 주요 부분을 구성하기에 충분한 위상과 복잡성이 담겨 있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이렇다. 그리스 시민들이 자연과의 굳건한 관계에서 풀려날 방법을 모색할 때 그리고 그 방법이 인간 종의 삶에 필수적인 생산과 재생산 작업에서 벗어나거나 그 일들을 헐뜯는 것일 때,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존재 및 정체성의 새로운 기반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아야만 했다. 그들은 자신의 물질적 요구를 들어주는 이들을 제도적으로 착취할 방법을 정당화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목적이 있는 존재로서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을 불식할 사상과 활동을 고안해 내야 했다. (80-1)

 


자연스레 윤석열의 일주일 120시간발언과 아프리카 손발 노동발언이 떠오른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손발로 노동을 하는 것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다.” (출처 : 서울신문, 2021-09-16)

 


일단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지 말라고, 생존 한계선까지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자본의 힘에 대항해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52시간제의 사회적 합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육체노동에 대한 심각한 비하 발언 역시 문제적이다. 기사 표현을 그대로 옮겨온다면 정말 경악할 일이다. 이후에도 차곡차곡 쌓아둔 포인트는 한없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견고한 윤석열 지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 정말 모르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표창장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임용/취업을 위해 제출한 대부분의 이력서에서 학력과 경력을 위조한 대통령 후보의 아내가, (범법) 행위는 돋보이기 위한 욕심이었다고 말할 때, 사람들은 그 행위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있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바로 그 대통령 후보의 아내가 우리 남편은 바보이고, 내가 정권을 잡으면(우리가 아니고 내가라고 말했다)이라고 말하고, 내가 청와대 들어가면 특정 언론사(기자)를 다 처넣을 거라고 말하는 육성 파일이 공개됐는데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말할 때, 나는, 내가 사는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그 세상인가 하고 생각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기표소 안)에 민주당 쪽으로 돌아섰던 내 과거를 매섭게 비난하던 어떤 사람은, 며칠 전 여론 조사 결과를 보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아니, . 아니, 진짜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대로 가면 윤석열이, 진짜 안 되겠네. 왜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그래? 그래서 내가 기표소만 들어가면 정의당에 미안해!를 외쳤던 거야. (니가 심상정 찍으면 윤석열이 대통령 되는 거야. 그래, 너 때문은 아니지. 너 때문은 아니야. 그런데 대통령은 윤석열이 되는 거야) 마지막 문단은 괄호로, 속마음 토크로 처리했다. 그래야 한다는 걸 안다. 어제도 윤석열이 이재명을 9퍼센트 앞선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진보 측에 비해 보수 측은 김건희의 녹취 파일 공개 이후 더 결집했다고들 하던데, 그런 녹취 파일이 공개되었는데도 보수는 이렇게 야무지게 움직이나 하는 생각에 역시나 이명박근혜의 대한민국이구나 싶다.

 

윤석열이든 이재명이든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그런 사람에게는 윤석열이 대통령인 나라가 찾아오겠지. 이재명과 윤석열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될 테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새 아침이 밝아온다면, 나는 윤석열의 공정을 확신하는 사람들보다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똑같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원망하게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정치에 과몰입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일은 부조리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직 남성만이 정치에 적합하다고 주장했고, 아렌트는 (자신이 여성인 것을 잊어버리고) 그 말이 옳다고 믿었던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이런 생각 역시 부조리하다는 걸 안다. 나도 알고 있다.

 



잠 못 드는 밤에는 책이 최고다. 일단 이 책을 마저 읽어야겠다. 오늘이 26일이라고, 아침에 친구가 알려줬다. 2022 126일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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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26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많이 마셔 잠 못 드는 건가? 싶었더니..아!! 잠 못 드는 이유가 있었군요!!ㅜㅜ
어떻게 될런지? 걱정입니다!!!!!
저는 그냥 뉴스 안보고 삽니다. 마음이 계속 언짢아져서 말이죠!!

단발머리 2022-01-27 10:15   좋아요 1 | URL
저도 걱정입니다. 책으로 도망가고 싶은, 그런 마음이지요.
그래도 완전히 모른 척 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라서... 저는 오늘도 뉴스를 강제청취하고 있어요 ㅠㅠ

난티나무 2022-01-27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22-01-27 10:15   좋아요 0 | URL
진짜 큰일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우

수이 2022-01-27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하는 페이퍼입니다. 명쾌하다!

단발머리 2022-01-27 10:15   좋아요 0 | URL
원하는 페이퍼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수연님..... 흐미ㅠㅠㅠ

바람돌이 2022-01-27 0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 이명박과 박근혜시절을 합친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이 사태를 만든데는 그렇게 국민이 권력을 몰아줬음에도 제대로 된 개혁 하나 이뤄내지 못한, 심지어 도덕성과 공정성에서도 치명타를 날린 지금의 민주당이 제1책임이 있겠지요. 지금의 선거 분위기를 보면 진짜 답답해서 미치겠어요.

단발머리 2022-01-27 10:19   좋아요 1 | URL
이명박근혜 시대보다 더할거라는 생각에 좀 암울하고 그렇습니다. 지난주부터 더 걱정이 많아지고 있어서요. 나라 걱정 다 쓸데없다고 하던데 전 이렇게 나라를 걱정하고 있네요.

민주당 제대로 못한 거를 쓰자하면 위의 글보다 훨씬 더 길게 쓸 자신이 있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못했구요. 정말 문대통령님 개인기로 이나마 버틴 거라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국민의힘을 선택하는데로 이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제 걱정의 주요한 맥락입니다.
 


















내가 말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는 취향인 것을 중학교 즈음에 알아챘다. 그 때 당시 내가 좋아하던 사람은 말 잘하는 남자가 아니었는데도, 난 그걸 알았다. 사람의 매력을 발견하는 각각의 특별한 지점이 있을 테지만, 영화 또는 드라마의 캐릭터이든 실제에서든 나는 말 잘하는 남자를 한결같이 좋아했다. 내가 말하는 말 잘하는이란 청산유수 같은 언변, 위트 가득한 농담을 넘어서서 말이 통하는을 의미한다. 하지만 말이 통한다는 건 어떤 뜻일까. 그건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듣는다는 의미이고, 동시에 내가 하는 말을 그가 알아챈다는 뜻이다. 의사소통. 커뮤니케이션.

 


내가 사랑했던 동시에 나를 절망에 빠뜨렸던 필립 로스의 소설유령 퇴장』에는 이런 문단이 있다.

 


그녀     제 어떤 점에 그토록 끌리시는 거예요?

 

        자네의 젊음과 아름다움. 우리가 소통에 들어선 속도. 자네가 말로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유령 퇴장』, 178)

 


사랑에 빠진 사람이 말한다. (당신의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우리가 나누는 소통과 당신이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때문에, 나는 당신과 사랑에 빠졌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나는 이게 사랑을 말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걔랑은 말이 안 통해라는 말은 얼마나 모욕적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비극적인가. 이 책 『The Love Hypothesis』에서는 서로에게 처음인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질문과 답을 통해, 그리고 따뜻한 마음과 친절함을 통해 어떻게 사랑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만큼이나 로맨틱하고 예쁜 사랑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사람은 페미니스트 벨 훅스다.

 


여성들은 내게 반복해서 경고했다. 내 남자 파트너는 내가 자신의 섹시하고 반항적인 후배인 한, 그리고 자기가 우월한 멘토가 될 수 있는 한 내 지성에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그를 능가하고 추월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정말로 지지를 거둬들였고,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느끼는 등 비이성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랑은 사치일까』, 187)

 


벨 훅스의 상황과 이 책의 주인공 올리브의 상황은 다르다. 벨 훅스가 실제 상황을 맡고 있었다면, 올리브는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답게 해피 엔딩을 맡고 있다. 벨 훅스와 올리브의 연구 분야도 다르다. 그럼에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academia에 몸담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진 사람으로서, 정확히는 그런 열망을 가진 여성으로서 두 사람이 겪어야만 하는 경험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오랜 기간의 교습과 훈련, 지도를 받아야만 하는 환경과 그 과정 가운데서 지도 교수에 대한 강요된 충성 같은 부분들이 언뜻 보이기도 했다. 이 세상 어떤 직군이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까 마는, 학계 내의 정치와 갈등, 그리고 암투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fake relationship이라는 장치는 요즘에 흔하게 차용된다. 처음에는 가짜였다가 나중에 진짜가 된다는 설정인데,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오히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다. 맞.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에로틱한 분위기. 신경과학자의 언어로 풀어가는 절묘한 대화. 함께 한 추억을 통해 만들어가는 두 사람만의 농담들. 그걸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뒤로하고 별 다섯을 주었다. 내게 준 기쁨과 즐거움에 대한 소소한 감사 표시다. 페미니즘을 알고 로맨스를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지만 이번에는 이해와 판단을 잠깐 뒤로하고 읽었다. 외출도 잠깐 뒤로하고, 재활용도 잠깐 뒤로하고, 빨래도 잠깐 뒤로 하고, 설거지도 잠깐 뒤로하고.

 

 


하여 나는 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이 책의 리뷰를 마쳤다. 여자 주인공은 Olive이고, 남자 주인공은 Adam이다. 표지에 보이는 대로 Olivelab girl이고 Adam은 교수님, 표지가 작품의 8할을 맡고 있다. 과학적 연구법에 대한 부분은 지극히 심오하여, 나오는 족족 건너뛰었다. 좋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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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1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22-01-25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수와 학생이라니 살짝 멈추게 되었습니다만 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대화를 통한 에로틱‘ ‘두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농담‘ 이렇게 말씀하시니 막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마구마구 올라오네요.

단발머리 2022-01-25 01:21   좋아요 4 | URL
같은 과이기는 한데 담당 교수는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수/학생간의 권력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은, 로맨스 소설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저는 며칠동안 파묻혀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혹 읽으실 분들 계실까 내용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쓰고 싶군요. 푸하하하하.

바람돌이 2022-01-25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보고 만화인줄 알았어요. 재밋어 보이지만 원서니 무조건 패스... ㅎㅎ
그보다는 사랑은 사치일까가 관심이 가네요. 이론서 공부는 못하겠고, 저런 에세이가 더 맘에 훅 들어온다는.... ^^

단발머리 2022-01-25 09:08   좋아요 2 | URL
만화는 아니고 로맨스 소설입니다.
저는 벨 훅스 책이 다 좋더라구요. 어렵지 않게 쓰셔서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되고요. 벨 훅스가 맘에 훅 들어오실것입니다^^

다락방 2022-01-25 0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수와 학생이라니 저도 잠깐 멈칫 하게 되네요. 과학적연구법 이야 그렇다쳐도 그들 사이의 소통.. 을 제가 번역서 없이 읽을 수 있을까요? 오고가는 핑퐁같은 대화를 저는 보고싶은데 말예요. 그게 원서 읽는 재미일 것 같은데.. 그런데 집에 사두고 안읽은 원서가..
그런데, 이 책이 그렇게 야하다면서요? 🙄

단발머리 2022-01-25 09:12   좋아요 2 | URL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가 좀 그렇기는 해요. 대학원생도 학생은 학생이죠.
많이 어렵지는 않아서 괜찮을 듯 해요. 특히 핑퐁같은 대화는 아주 짧아서 이해가 더 잘되기도 하구요.
이 책이 야하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부분에 좀 야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걸 다 이해하기에는 제 영어실력이 좀 부족해서 저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습니다. 하하하하.

책읽는나무 2022-01-25 0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야해요??
그럼 읽어야 되겠네요?
아...언제쯤 읽게 될까요??ㅋㅋㅋ
교수와 학생..갑자기 빛과 물질에 관한 상대성 이론이란 단편소설 생각나네요? 거긴 교수가 나이가 좀 있어 보이던데 책 표지는 교수가 좀 젊군요!!!
군옥수수 꼬깔콘에 담백한 베지밀 같은 사랑이려나??

단발머리 2022-01-25 09:15   좋아요 4 | URL
읽으신다고 하신다면 제가 뭐, 말릴 수는 없겠습니다만은 주요한 장면들은 ‘핑퐁 같은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점 밝혀드립니다.
젊은 교수입니다. 하하하하.
꼬깔콘 군옥수수맛에 베지밀 에이 같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스*** 스콘과 호박 라떼 같은 사랑입니다. 참고 부탁드려요^^

독서괭 2022-01-25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위에 분들처럼 저도 교수라는 말에 멈칫 하였으나. 에로틱이라는 말에 또또.. 관심이??ㅋㅋ 핑퐁같은 대화라니 그것도 궁금하네요. 티키타카라고도 하는데 저는 로맨스에서 그런 대화장면 잘 쓰는 작가가 좋더라구요^^

단발머리 2022-01-25 13:16   좋아요 4 | URL
저는 주인공들이 싸우는 장면에 크게 감정몰입하는 1인이며,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뭐라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핑퐁 같은 대화와 티키타카에 더해 여주인공 속마음 토크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교수와 대학원생(박사과정)의 일이라 사실 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미혼의 34세 남주와 역시 미혼의 26세 여주라는 것을 소심하게 밝혀드립니다.

라로 2022-01-25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령퇴장 안 읽어봤는데 저런 구절이 있군요. 읽어볼까? 싶어지는 궁금한 대화에요.^^;; 저같은 늙은이도 이 책 넘 재밌게 읽었어요,, 그런데 정말 페미니즘을 알고 로맨스를 읽는 것은 정말 너무 힘든 일이라는 말씀 너무 공감합니다. 저는 정말 아담이 올리브 부를때마다 좀 짜증났거든요. 하지만 또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쭈욱 읽게 만드는 작가의 힘.

단발머리 2022-01-25 15:47   좋아요 2 | URL
필립 로스에 대해서라면, 특히 저 <유령 퇴장>에 대해서라면 읽은 분들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점 알려드려요. (저는 호감 쪽입니다.) 이 책 속의 여러가지 반박하고 싶은 지점들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걸로도 두쪽은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근데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요. 푹 빠지게 하는 작가의 힘,에 공감합니다.

mini74 2022-01-25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아무도 꼬깔콘과 베지밀 이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건가하다가 나무님이 언급하셨군요 ㅎㅎ 야한 사랑보다 먹는 거에 진심인 ㅠㅠ

단발머리 2022-01-27 15:22   좋아요 1 | URL
꼬깔콘이 군옥수수맛이라는 것, 그리고 베지밀 에이가 아니라 ‘B‘라는 점도 중요하거든요. 그나마 책나무님이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네요. 야한 사랑보다 먹는 거에 진심이시라는 거, 꼭 기억해두겠습니다^^
 
The Love Hypothesis (Paperback) - 『사랑의 가설』원서
Ali Hazelwood / Penguin Putnam Inc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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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많지만 할 수 없는….



(궁금한 독자를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

#Adam #Olive #별다섯 #romance
#Welcome to the acade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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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1-24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왜요 왜ㅋㅋ궁금해요 단발머리님! 저는 아주 얇은 친구로 읽고있어요^^

단발머리 2022-01-24 20:59   좋아요 2 | URL
궁금한 미미님을 위해 키워드 나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1-24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 뭔데요 뭔데요 해줘요 해줘요 😭😭😭😭😭

단발머리 2022-01-24 21:05   좋아요 2 | URL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2탄 곧 준비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1-24 21:08   좋아요 1 | URL
언제요? 🙄🙄🙄🙄🙄

단발머리 2022-01-24 21:10   좋아요 1 | URL
내일 아침 출근길에 읽으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이상 무!!!

다락방 2022-01-24 21:4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만 잘 준비를 할터이니 내일 출근길 읽을 때 무리없이 부탁드려요. 흠흠. (포스 작렬하며 마침)

수이 2022-01-24 21:51   좋아요 1 | URL
로맨스로 단결하는 겁니까? 🙄

다락방 2022-01-24 22:17   좋아요 1 | URL
저 술마셨어요 호호(어쩌라고?)

단발머리 2022-01-24 22:2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 월요일인데… 피곤할 텐데요.

단발머리 2022-01-24 22:20   좋아요 1 | URL
단결! 이상무!! 🤭🤭🤭

다락방 2022-01-24 22:21   좋아요 1 | URL
저 이제 잘겁니다. 내일 아침에 눈뜨면 똭 단발머리님 페이퍼가 있는거죠?!

단발머리 2022-01-24 22:23   좋아요 1 | URL
그럼요, 그럼요.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막 마트 갔다 들어왔어요. 정리하고 바로 준비해서 착오없이!
출근 시간 내가 아니까요! (찡긋)

라로 2022-01-24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주인공도 이름이 올리브! 너드들의 사랑,, ^^;;; 저도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아담이 올리브 부르는 거 말고;;;)이거 시리즈 2번째는 아직 못인데요, 더 재밌다고 하네요. 단발머리님 글 기대됩니닷!^^

단발머리 2022-01-24 22:57   좋아요 1 | URL
라로님,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아주 재밌게 읽어서요. 시리즈 두번째도 읽고 싶은데 아마도 좀 기다려야되지 싶어요.
기대만발은 감사합니다만 쪼금 걱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1-24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몰까?? 뭐지???
아....궁금해요!!!!
여기도 올리브???? 궁금해요.저 요즘 올리브 사랑에 빠졌어요.

단발머리 2022-01-24 22:58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올리브책 읽고 계시지요. 여기도 올리브 나옵니다. 올리브가 사랑에 빠졌지요. 푸하하하하하!
내일 다시 찾아올께요!!

수이 2022-01-24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언제 올라옵니까?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10독 가시는 겁니까?

단발머리 2022-01-25 01:22   좋아요 1 | URL
10독은 좀 부담스럽네요. 하지만 한두번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빅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psyche 2022-01-24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이라니... 로맨스 별로인 저도 끌리네요. 단발머리님 글 기다립니다.

수이 2022-01-25 01:13   좋아요 1 | URL
언니 글 올라왔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오디오북 막 구매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2-01-25 01:18   좋아요 1 | URL
지금 막 읽고 왔습니다. 단발머리님 낚는 솜씨가 끝내주네요!

단발머리 2022-01-25 01:22   좋아요 1 | URL
어떻게요. 이달의 낚시왕 될수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1-25 01:31   좋아요 1 | URL
언니도 읽으시는 거죠?! ㅋㅋㅋㅋㅋ 낚시왕 낚시 실력이 끝내주는걸요!

psyche 2022-01-25 08:19   좋아요 0 | URL
몰랐는데 엄청 인기인 책인가봐요. 도서관 줄이 장난 아니네요. 9주 기다리래요.

다락방 2022-01-25 09:14   좋아요 0 | URL
9주라니. 그냥 사버려요, 프시케 님!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1-25 09: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9주라니... 9주는 좀 너무 머네요. 저는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ㅎㅎㅎ
아롱이 음반 사는데 무료배송 하려고 장바구니에 있던 책들 중에 표지가 눈에 띄어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요즘에 핫한 책이더라구요. 저자가 신경뇌과학자여서 그런지 이과대학 대학원생들의 고달픈 풍경이 아주 세세히 잘 그려진 듯 해요.
물론 가장 주요한 흐름은 사랑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간의 ‘아름다운‘ 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간은 타자를 생각함으로써만 자기 자신을 생각한다고 앞에서 이미 말한바 있다. 인간은 이원성의 기호 아래에서 세계를 파악한다. 이원성은 원래 성적 특성을 지니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을 동일자로 내세우는 남자와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자의 범주에 분류되었다. 타자는 여자를 포함한다. 여자는 애초에 홀로 타자를 구현할 만큼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2의 성』, 117)

 


이런 주장은 자연스럽다. 세상을 나와 너로 구분하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궁금했던 건 주체와 타자로의 인식에서 남성이 자신을 주체로 인지한 데 반해, 왜 여성은 객체, 타자가 될 수밖에없었냐는 점이다. 여성은 왜 자신을 주체로 볼 수 없었는가. 여성은 왜 타자로서'만' 존재했는가.

 


인간을 정의하는 데 있어, 여전히 여성들은 불완전하고 주변적이어서 일종의 아종으로 규정되었다. 정치적으로 여성들은 가상 투표권이라는 빵조각이라도 대접받을 정도로도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일단 어떤 문제가 사회 문제라고 규정되면, 그 문제를 정치 논쟁이나 투쟁에서 다룰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규정되지 못한 문제는 계속 침묵 당하고, 정치에 끼어들지 못한다. 남성의 규정 능력, 즉 무엇이 정치적인 문제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가를 규정하는 힘은 결국 여성들의 해방 투쟁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 24)

 


기나긴 여성 혐오의 역사 속에서 여성의 지위는 지속적으로 추락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소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역사가 지워진 채 하나의 집단으로써 존재한다. 인간의 기본값이 남성인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여성은 그렇게 타자로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여성의 ‘2등 시민화의 근거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찾을 수도 있겠다. 해제 속 정희진 선생님이 표현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위계적 세계관(28). 아리스토텔레스의 위계적 우주 속에서 여성은 동물보다 우월하지만, 남성보다는 열등하며, 노예근성을 타고난 남자는 여자보다는 우월하지만, 자유롭고 자율적인 인격체를 가진 최상의 남자보다는 열등하다는 식이다. 위계적 우주 속에서 모든 개별 사물에게 각각의 자리가 지정되어 있을 때,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문화의 방식으로 사회를 지배할 때, 일개 개인이 그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별적으로 존재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렌트가 접촉과 오염을 피하며 지성과 의지도, 욕구와 욕망도, 목적과 결과도 접촉하지 않은, 즉 절대적으로 무를 접촉하는 자유 공간 속에 행동을 두려고 한 데는 위험할 정도로 병적인 측면이 있다. (『남성됨과 정치』, 85)

 


그리스 정치 속에서 이상향을 반드시 발견하고야 말겠다는 아렌트의 열정을 이해하지만, 웬디 브라운의 지적대로 그것은 이미 역사적 패배를 가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관련된 책을 몇 권 찾아 놓았고, 자랑스러운 한나 아렌트 정치사상 세트는 구입했다. 도서관에 상호대차한 책도 받으려 가야 하는데 오늘도 못 나갈 듯싶다.


 
















공허한 정치적 논의만을 이어가기에는 정치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고결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정치가 우리 삶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혁명과 전쟁이 저문 이 세대에 변화란 결국 정치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대선,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한나 아렌트만큼 중요한 우리의 대통령 선거. 마키아벨리 보다 중요한 대선 공약. 베버 보다 중요한 우리의 미래. 정치 그리고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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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22-01-22 17:4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1-22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이론보다 현실이 더 복잡하고, 더 어렵고 하지만 더 중요하죠. 이번 대선은 참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지형이 많은듯해요. 무언가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는, 그 변화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사회로 바꾸어줄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전의 이념대립이나, 이분벅적 구도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2022-01-22 17:47   좋아요 2 | URL
이번 판세를 분석하시던 어떤 분이 ‘빚진 게 없는 상태‘로 대선후보를 본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김대중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도 심지어 박근혜 마저도 국민들이 ‘부채감‘ 비슷한 걸 가지고 있었던 듯 하고요. 이번에는 진짜 얼굴(김건희 강세)과 실력(이재명 강세)만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될 것 같은데.... 텔레비전 토론 한 번 없으니, 앞으로도 쭉 복잡할 예정입니다.
 


















이 책이 ‘2022년 상반기의 책되시겠다. 이 책을 대출해서 집에 가져온 게 3번 정도 되는 것 같고, 이번에도 대출한 책으로 읽고 있지만, 내 책으로 읽는 거 아니어서 많이 죄송하기는 하지만. 정말 대단한 책이다.

 

천재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천재가 사는 세상을 모르니 명시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책 속에서 그려지는 천재는 그렇다. 일반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한다. 그래서 천재는 외롭다. 이해받기 어렵다. 여성이 천재일 때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가부장제를 내면화해 살아가는 사람들 틈바귀에서, 즉 그런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에서 생활할 때, 천재인 여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해야만 한다. 도덕적으로 순결하고 육체적으로 나약하고 지적으로 무력하고 결정적으로 순종적이어야 한다. 천재 여성이 그 금기를 넘어서려고 할 때, 그녀의 도전은 천재 남성이 겪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훨씬 거대하고 단단한 장애물이 그녀 앞에 높여 있다.

 



필리스 체슬러의 책은 그렇게 읽힌다. 성적으로 적극적이고, 지적으로 열정적인 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시간과 경험들. 그리고 그녀가 돕는 여성에게서 느끼는 분노와 실망의 순간들. 135쪽을 읽으면서 이 페이지의 모든 문장이 느낌표로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째로 옮겨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 순간이 계속 반복된다.

 


아래 문단은 137쪽이다. 우리는 모두 이런 실수를 한다. 여성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찮게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대하면서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매일 매 순간 멈추지 않고 뛰는 심장이 자꾸, 쿵쿵거린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 중 하나가 내 남성 동료 교수 중 한 명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 학생은 임신이 됐고 자궁 외 임신으로 거의 죽다 살아났다. 의지할 사람이 전무했던 그 학생에게 연민을 느낀 나는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서 퇴원하면 내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제안했다. 나는 그 학생을 돌보아 주었다.


어느 날 그 학생이 회복되어 활기찬 모습으로 부엌에서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권력을 남용해 임신시킨 그 작자를 위해 저녁 식사 요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놨다. "그 사람은 병원이 무섭대요. 어머니가 병원에서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때 한 번도 저를 찾아보지 못했던 거래요. 오늘밤 그가 저를 찾아온다니 너무 설레요."


나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고, 가슴이 아팠다. 그런 인간이 이 어린 여성의 어리석은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했다. 학생은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고는 떠났던 그 남자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느라 행복해하면서도, 자신을 들여보내줬던 여성 스승에게 감사를 어떻게 표해야 할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꽃 한 다발로 내게 감사를 표하거나 하는 데까지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할 눈치였다. 이런 행동은 마치 어머니가 우리에게 날마다 뭘 해 주든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 역시 대역죄인이다.)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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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4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4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2-01-14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인용문도 단발머리 님 마음도요.
좀 다르기도 비슷하기도 한 예인데, 나이들고 병든 몸으로 역시 나이들고 병든 남자 수발하는 늙은 여자가 안타까운데 그런 말을 하니 어떤 중년여성은 거꾸로 남자가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더군요. 아 그말이 그말이 아닌데 말이죠. 여자의 적은 여자.

단발머리 2022-01-14 15:58   좋아요 2 | URL
남자가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근데 비교가 안 될 정도인데 그 분은 그렇게 생각하시네요.
저는 그런 경우도 들었어요. 늙으신 어머니의 병수발을 중년의 딸이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힘들게 병 수발하는 딸에게 매일 짜증과 화를 내시고 와서 보지도 않는 아들을 무한걱정하십니다. 하아...
제 생각에 여자의 적은 여자라기보다는 여자의 적은 온 세상 같아요. 남자, 여자, 온 세상이 여자의 적입니다 ㅠㅠㅠ

수이 2022-01-14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은 걸로 나오는데 왜 구구절절 떠오르지 않을까요. 2022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리 말씀하시니 다시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이번에는 정독!

단발머리 2022-01-14 15:55   좋아요 1 | URL
저는 비타님이 이 책 이미 예전에 읽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비타님 페이퍼 보고 바로 대출해왔는데 밀리다가 이제야 읽네요. 다시 읽어도 좋을거 같아요, 이 책은.... 쉽게 생생하고... 아, 그렇습니다^^

수이 2022-01-14 16:52   좋아요 0 | URL
급히 읽지 않고 천천히 정독해서 단발님처럼 근사한 페이퍼를 써보겠습니다! 알라딘 꿈나무 비타 올림! 🏋️‍♀️

책읽는나무 2022-01-14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 페이지가 아...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어?? 읽다가 다 읽고 나니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아~~ 카페인이 다 떨어져서 인가요?ㅋㅋㅋ
근데 단발머리님은 책을 다 옮겨 적어 놓으시는 건가요??? 아무리 옮겨 놓는데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인용문을 적재적소에 넣을 만큼 기억을 다 하시는지??
신통방통 아...단발머리님의 머리를 닮고 싶습니다^^
이번 달 책은 진짜 정독해야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22-01-14 15:53   좋아요 2 | URL
저는 읽으면서는 북플의 밑줄긋기를 많이 이용하구요 ㅎㅎㅎ 사진 찍으면 문자로 전환해주는 시스템이라니 ㅋㅋㅋㅋㅋㅋ 너무 황홀합니다. 다 읽고 나서 리뷰 쓰려면 @@ 되는 경우가 많아서 생각이 떠오르면 읽다가 바로 짧게라도 쓰려고 해요. 지금은 140쪽 읽고 있어요. 그니까 지금 읽으면서 쓰고 있는 페이퍼입니다.

저는 책나무님 국수 사진 보고 반해서요. 책나무님 손을 닮고 싶습니다. 어떤 국수도 가능케 하는 마력의 황금손!

2022-01-14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4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1-14 16:51   좋아요 2 | URL
단발님 국수 드시러 갈 때 여기 동행 1인 손 🤚

단발머리 2022-01-14 17:07   좋아요 2 | URL
진짜 예매해야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책나무님 어디 사시는지도 모르는데 일단 ktx 예매 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1-14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2-01-19 13:51   좋아요 0 | URL
서울 아닐까요? 책나무님 비밀 댓글에 주소 써넣으신 거죠? 저만 안 보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1-19 14:38   좋아요 0 | URL
이런....이런....ㅋㅋㅋ
아....또 제가 바보짓을 했군요??
아...참!!!!

책읽는나무 2022-01-19 14:41   좋아요 0 | URL
아....아니군요???
아...또 헷갈렸네요ㅜㅜ
단발머리님 서재였네요..
전 비타님 댓글만 보고..비타님 서재인 줄 알고...내가 내글에 비댓을 단 줄 알고...지금 제가 오락가락 하고 있네요.
아....정신줄 잡아야 하는데...ㅜㅜ

수이 2022-01-19 15:0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요 오늘도 굿 데이 보내세요 나무님!

독서괭 2022-01-14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읽어보고싶어요!! <여성과 광기> 2/3쯤 읽었는데 나머지 열심히 읽어 끝내고 이책도 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1-14 17:08   좋아요 2 | URL
이 책은 회고록 느낌이라 아주 쭉쭉 읽히는데 내용이 후덜덜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거에요^^

공쟝쟝 2022-01-15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상반기 책 선택해버린 승질급한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22-01-15 09:25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에도 강렬한 밑줄 문단을 2개나 발견했다죠. 이 책 놀랍고 또 놀라워요!! 모르고 살았던 우리의 역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1-19 13:52   좋아요 0 | URL
상반기 책에 감히 별 네개밖에 안 준 독자는 얼른 재독하고 별 다섯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