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한국사 - 나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역사 공부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절한한국사

국가대표 역사 선생님의 친절한 한국사 수업.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무조건 외우는 게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상상하고 이해하고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교과서에 적혀 있던 납작한 역사가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변신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백성들을 위해서 또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신분제를 더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인상적이다. 그 증거로 제시한 예시들도 흥미진진하다.

세종이 신분제를 해체하려고 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신분제를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단적인 예가 왕이 된 지 두 해 만에 실시한 ‘부민 고소 금지법’입니다. 세종은 하급 관리와 일반 백성이 상급 관리를 고소하던 관행을 금지했습니다. 계급 질서를 굳게 다지려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잘못을 따지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백성이 관리를 고발하면 고발한 백성을 곤장으로 다스리라고 명령했습니다. 많은 관료가 이 법의 시행을 반대했지만, 세종은 끝내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p.16

입시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건 비단 지금의 일만이 아니다. 조선 후기 영조 때 여든이 넘은 나이에 과거에 합격한 이들이 있었다는 난감한(?) 기록을 보면 과거 급제만이 출세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탓에 평생을 과거 공부에 매달렸을 고단한 인생이 안쓰럽기도 했다. 입시 부정이 종식되지 않는 이유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를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 경험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또한 입시 결과가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자부심이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상처로 남는 일이 계속된다면 조선 후기보다 더한 디스토피아가 올지 모른다고 경각심을 느끼면 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겐 역사 공부가 필요합니다. p. 130

공간의 역사를 다룬 ‘너희가 서울을 알아?“도 재미있게 읽었다. ‘현재의 철도 교통이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적 연원과 깊이 관련 있다는 점, 근본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뼈아픈 사실을 읽으며 ’공간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만큼 좋은 역사 공부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선생님이나 책을 무조건 신봉하기보다 자기만의 타당한 해석이 중요하다고 한 점이다.

역사적 사실을 찾는 학문적 노력은 역사학자의 몫이지만 수많은 역사 이야기 속에서 상상을 하고 현재의 문제를 비추어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대충 생각하지 말고, 꼼꼼히 의심하고 되물어 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p.47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계절출판사 #교사서평단 #역사 #한국사 #역사공부 #심용환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의마지막기차역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으로 추락한다. 68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절망감에 빠진다. 그런데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 당일의 열차에 탑승하도록 도와준다는 소문이 퍼진다. 다만 유령은 네 가지 규칙을 제시하는데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또한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하면 현실로 돌아온다.
가족이나 연인이 병에 걸리면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망이 없다고 여겨지면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무런 전조나 예감도 없이 사고로 가까운 사람을 잃는다면 남겨진 사람도 원래의 생활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건네지 못한 말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 그 기회를 포기할 사람이 있을까?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치미는 울음을 눌러 삼키느라 애써야 했다. 죽음으로 헤어진 사람들의 담담한 대화가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감정을 헤집는다.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렸던 사고가 떠올랐고 정채봉 작가의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도 계속 맴돌았다.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된다고 한다. 이 소설 속 망자들은 애통한 죽음에 분노하거나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남겨진 소중한 사람에게 꿋꿋이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유령 열차에 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무라세다케시 #일본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서평단 #책서평 #서평 #도서서평 #책리뷰 #책후기 #소설책 #감동소설 #감동 #소설책추천 #판타지소설 #소설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컬러풀 사계절 1318 문고 1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사계절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큰 죄를 짓고 죽은 영혼이 인간계에서 다시 누군가의 몸을 빌려 일정 기간 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래대로라면 죄를 짓고 죽은 영혼은 윤회사이클에서 제외되지만 보스의 추첨에 운좋게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계에서 남의 몸으로 한 번 더 수행을 쌓는 동안 전생의 잘못을 깨달으면 무사히 윤회 사이클에 복귀하게 된다.

그런 사정으로 고바야시 마코토의 몸에 들어간 영혼. 고바야시 마코토는 중3으로 자살을 선택했고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온화해 보이는 가족과 살고 있다. 그러나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고 천사 프라프라가 귀띔한다.

볼품 없는 외모에 내향적인 성격의 마코토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스스로도 자신은 아웃사이더라고 경계선을 긋고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마코토에게도 뛰어난 점이 있었으니 바로 수준급인 그림실력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하는 영혼. 그런 와중에 마코토가 삶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의문이 피어난다. 게다가 반 년 후엔 고교입시를 치러야 한다.

영혼은 무사히 미션을 수행하고 윤회사이클에 복귀할 수 있을까? 마코토는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남보기에는 명랑 그 자체였지만 사실 좋은 일이라고는 없고 우울하기만 했던 10대 중반이 떠오른다. 당시엔 우울해지기도 여간 어렵지가 않았다. 어른들은 10대의 우울감과 두려움을 '배부른 소리'로 간주했으니까. 그때의 내가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건 어떻게든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어찌 보면 막연하고 철없는 희망 덕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색을 알지 못해서, 지금보다 나은 내일은 없을 것 같아서 두려운 10대에게,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금이 끝이 아니라고, 지금까지도 잘해왔다고 응원을 보내주는 게 어른이 할 일이 아닐까?

내 말은, 그렇게 단정 짓지 말라는 거야. 남들이 말하는 내성적이고 얌전한 마코토라는 인물이 진짜 마코토라고 할 순 없어. 혹시 주위 사람들이 멋대로 생각하고, 그런 이미지로 마코토를 꽁꽁 묶어 놨는지도 모르잖아. P.70

이 세상이 너무나도 컬러풀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헤맨다.
어느 것이 진짜 색깔인지 몰라서.
어느 것이 자신의 색깔인지 몰라서.
P.167

#모리에토 #사계절출판사 #청소년소설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맞는 삶을 가꿉니다
소형 지음 / 뜨인돌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맞는삶을가꿉니다

그림 작가이자 정리 수납 전문가인 작가가 블로그에 연재한 그림일기를 엮은 책.
평범한 생활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가의 생활 철학이 귀여운 그림들과 소박한 문체에 스며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을 따라하기보다 나만의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정성껏 가꾸는 마음이 참으로 귀하고 예뻐서 읽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다 읽고 나니 우리집이 깔끔해졌어,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버리고 덜 사들이고(잠깐, 이건 아닌 것 같기도....) 여하튼 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에 비해 내 생활이 궁색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집안일은 쌓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하는 것보다 작게 쪼개서 매일 하는 게 좋다. 일어나서 이불 정리, 이 닦고 밀대 걸레질, 샤워 후 욕실 청소. 매일 하는 습관 뒤에 작게 붙여 주는 것이다. 고정 지출은 월급통장에서 야금야금 빠져나가게 두고 목돈이나 불규칙한 경조사비는 비상금 통장에 두어 안정적인 금전 흐름을 만드는 것처럼 집안일도 쌓이기 전에 매일 소소하게 유지되는 정도로 한다. 시간이 드는 일은 서너 시간, 비상금 통장 같은 주말 시간을 쓰는 것이다. P. 84~85

일상을 만드는 것은 특별함을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러니 일탈하고 싶어지는 심심하고 건강한 루틴을 만들자.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자. 그것을 대단한 책임과 의무로 여길수록 소풍은 즐거워진다. P.130

#소형작가 #뜨인돌 #에세이 #그림에세이 #정리정돈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갓 지은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기는 여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입니다‘, ’마음을 꺼내어 놓고, 그저 쉬어가세요‘라는 띠지의 문구를 보고 ’아, 이건 전형적인 힐링 소설이겠구나‘하는 뾰족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어느 인심 좋은 시골집에서 푸짐하게 차린 음식으로 거하게 대접 받은 기분이 되어 마음이 눅진하게 녹아내린다.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공허하고 답답해질 때, 고향처럼 한결같이 다정하게 어루만져 줄 것만 같은 ‘소양리 북스 치킨’. 책과 커피가 있는 북 카페, 휴식을 취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있는 북 스테이로 이루어진 곳.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어진다. 마음을 툭 내려놓고 자연의 냄새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진다.
공들여 만든 요리처럼 문장마다 담긴 빛깔과 냄새가 오감을 행복하게 매료해서 처음 가보는 오솔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읽었다.
다정하고 믿음직한 친구가 눈을 맞추고 오래오래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처럼 위로와 휴식이 된다.

소설 속 책 추천과 음악 소개도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알라딘 장바구니와 멜론 플레이리스트가 묵직해졌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p.225

#책들의부엌 #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팩토리나인 #쌤앤파커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