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깨달음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추미란 옮김 / 판미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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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오랜 수행을 거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특별하고도 영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해왔다. 덕분에 '깨달음'이라는 단어는 부처, 붓다, 싯다르타라는 한 성자를 함께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보통의 깨달음'이다. 영성이니 수행이니 하는 것과 관계없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깨어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나는 '깨침'이라고 해도 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쉬운 문장으로 읽기 쉽게 적혀있지만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가지를 치는 생각에 붙들려 책장을 넘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머릿속 수다'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미니멀리스트를 꿈꾼다. 집정리 뿐 아니라 머릿속에서도 필요없는 것들을 모두 꺼내 버리고 싶다.

생각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는 접어둘 수 있는 하나의 도구여야 한다.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이런저런 이미지가 마음속을 끊임없이 떠돌아다니게 둘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p. 340

깨어남이란 결국 집 정리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 수다 즉 내면의 소음을 쫓아내고 꼭 필요하고 좋은 것만을 남겨두어 쾌적하고 편안한 상태로 두고 모든 것을 '울트라 리얼'하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곁에 두고 여러 번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깨우침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

#보통의 깨달음 #스티브테일러 #판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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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에게 - 아프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쓴 우울한 날들의 기록
김현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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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우울에게

오랜 친구에게 하듯이 우울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다. 아프고 힘들지만 이리저리 살펴보고 어루만지고 약을 발라주기도 한다.
한 달쯤 전에 <어쩌다 정신과의사> 북토크에 다녀왔다.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않는 사람들이 정신과의사인 김지용 저자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파서 힘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우울증 약에 의존해야 할까요?'하는 질문에 저자는 정상적으로 처방을 받은 약은 평생 복용해도 문제 없다고 얘기했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에는 '의존'한다고 하지 않는데 유독 우울증 약에 그런 표현을 쓴다고 했다.
김현지 저자는 우울증을 인식하고도 빨리 병원에 갈 수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을 꺼내놓는다. 이해 받지 못해서 제때 치료 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아프다고 호소해야 했던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고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글쓰기를 통해 우울과 마주하고 말을 거는 저자는 어떤 면에서 누구보다 건깅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도와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마다 우울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아픔을 꺼내놓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맙고 감동적이다. '저도요. 저도 힘들었어요. 고마워요.'하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상처받고 슬프고 힘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위로 받았으면 한다.

지금 내가 그때의 나를 본다면 삶은 생각보다 기니까 쉬어가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화창한 날과 흐린 날은 반복되니까 불행이 너의 종착역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p.378~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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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무게
크리스티앙 게-폴리캥 지음, 홍은주 옮김 / 엘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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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무게
정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설상가상으로 큰 눈이 내려 고립되다시피 한 마을. 십여년 전에 떠났던 마을에 돌아오던 청년은 사고로 크게 다치고 마을 사람들은 언덕 위 빈집에 머물고 있는 노인에게 그를 맡긴다. 노인은 자동차 고장으로 여름부터 발이 묶인 상태로 식량도 나눠주고 봄이 되면 마을을 떠날 원정대에 한자리 내주겠다는 제안에 청년을 돌보게 된다.
젊지만 쇠약한 청년, 건강하지만 나이든 외지인 노인. 마을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서 서로 알지 못하는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창밖에는 하얗게 덮인 눈밖에는 보이지 않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집의 하루하루는 길고도 지루하다.
긴 겨울, 부족한 식량. 초반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본 것처럼 소수의 압제자가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극적인 장치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햇빛이 반사되는 하얀 눈밭이 펼쳐진 듯 눈이 부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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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생각학교 클클문고
김이환 외 지음 / 생각학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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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을 찐하게 체감한 사건이 있었다. 내가 실수한 줄도 모르고 상대방의 태도에 기분 나빠했고 무례하다고도 생각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분이 메신저로 말을 걸었는데 가만 보니 내가 한 말이 충분히 오해할 만한 얘기였던 거다. 가슴 속에 커다란 바위가 쿵,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변명은 나 자신에게조차 통하지 않았다. 서로 마음 푸시라고 주고 받고 마무리가 됐지만 좀더 제대로 사과해야 했다는 생각에 창피함이 밀려온다.

이 책에는 말의 해악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그저 장난이었다거나 조금 놀리고 싶다는 의도로 뱉은 말이 얼마나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조영주작가님 의 #하늘과바람과벌과복수 는 입만 열면 '충고'를 하는 희선이 재미삼아 던진 막말 때문에 도망치듯 유학을 떠나야 했던 해환의 참신한 복수를 볼 수 있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들어있는 액자식 구성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조영주 작가님의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매력이 있다.

#정해연작가님 의 #리플 은 강렬하다. 맘 내키는 대로 뱉은 배려없는 말이 다른 사람 뿐 아니라 본인 자신까지 추락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의도가 없더라도 말은 사람을 해칠 수 있다.

#정명섭작가님 의 #말을먹는귀신 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서술한 소설이라 참신했다. 작가님 특유의 유머에 '말을 먹는 귀신'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균형있게 녹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김이환작가님 의 글은 처음 읽어봤다. #별로말하고싶지않은기분 은 #SF소설 이다. 모든 것을 나누는 도시 에스피 시티에 사는 중학생 편리는 고등학교 오리엔테이션애 가던 중 우주철 티켓에 문제가 생겨 콘트랙트 시티에 내리게 된다. '솔직한 도시'라는 별칭답게 모든 걸 필터링 없이 말하는 사람들 틈에서 보낸 시간을 통해 말할 때와 말을 멈출 때를 생각해보게 된다.

#햄릿이사라진세상 의 #차무진작가님 은 태연한 얼굴로 기발한 농담을 쏟아내는 장난기 많은 동네친구 같다.
럭키는 말을 하면 잡혀가고 처벌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언스피커블 마스크를 착용한 채 마스크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로 소통한다. 그래서 럭키의 이름이 '삐리뽀구 샤를르리랑'이라니 에이, 여보슈.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에 비해 끝이 다소 허무한 #SF소설

학생들에게 읽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내가 생각이 많아졌다.

#김이환 #정명섭 #정해연 #조영주 #차무진 #생각학교 #생각정원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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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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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로 잘 알려진 #김려령작가님 의 #장편동화
전체 내용의 3분의 2가 수록된 사전서평단용 가제본으로 읽었다.

현성이네 집은 철거를 앞둔 비닐하우스다. 예전엔 꽃가게였던 곳인데 주인이 떠나고 오래 방치된 이 가건물로 이사 온 이유는 삼촌에게 사기를 당해서다. 이사하면서 전학 온 학교에서 장우라는 친구를 만나는데, 장우네 집은 재혼가정이다. 가끔 오던 새엄마가 임신을 하자 아예 이사를 온다.
5학년인 현성이와 장우에게는 인생 최대의 시련(?)이 찾아온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 평화롭다. 불편해진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는다. 현성이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디저트 전문 요리사였는데 가사 도우미를 하다가 지금은 식당에서 일하면서도 한결같이 꿋꿋하다.
최악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람들. 덕분에 불편하지가 않고 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흐뭇하다. 현성이와 장우가 주고 받는 대화는 재치 있고 입에 착 붙는다. 삽화도 정감 있다.
책 제목이 왜 '아무것도 안하는 녀석들'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웃음이 빵 터진다.
현성이와 장우는 어떻게 될까? 남은 이야기 3분의 1이 몹시 궁금하다.

#김려령 #아무것도안하는녀석들_서평단
#동화추천 #책추천 #문학과지성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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