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의 독서술 - 나이 들어서 책과 사귀는 방법
쓰노 가이타로 지음, 송경원 옮김 / 북바이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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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눈이 침침하다고 하실 때마다 '나이 들어서 책 읽기'가 얼마나 이루기 힘든 목표인지 생각한다. 나 역시 부모님을 닮아 시력이 좋지 않고 요즘 들어 눈이 부쩍 침침해서 이러다 나이 들면 영영 책을 읽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 섞인 걱정을 할 때도 있다(하여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듣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100세까지의 독서술>의 저자 쓰노 가이타로도 나이 들어서 책 읽기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출판사 편집자, 잡지 발행인, 대학교수, 도서관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 책과 관련된 일을 해온 저자는 60년 넘게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은 건 물론이다. 일흔을 넘긴 지금은 길을 걸으면서 책을 읽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지병 때문에 약을 먹으면 눕자마자 잠이 쏟아지므로 자기 전 독서도 관뒀다. 


그 대신 이제는 환한 낮에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공짜 책을 읽는다. 연금생활자인 까닭에 예전처럼 읽고 싶은 책을 넉넉히 살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예전처럼 책 살 돈을 벌기 위해 책 읽을 시간을 줄여가며 일할 필요도 없다. 옛날에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며 '쌤통이다. 이런 독서, 젊은이들은 절대 못 할걸.'이라고 비웃는 것도, 병원에 입원한 틈을 타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실컷 읽는 것도 나이 들어서 책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저자의 말이 맞나 틀리나 알기 위해서라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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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8-01-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식이 이제 반백이 되어가니 정말 눈도 침침하고 요즘은 가끔 오디오북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키치 2018-01-23 19:49   좋아요 0 | URL
오디오북이 아직 널리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대중화되겠지요. 덧글 감사합니다 ^^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밤, 우리는 '사랑의 도피'를 했다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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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만듦새가 직접 보면 훨씬 괜찮습니다. 이와이 슌지는 영화도 잘 만들지만 소설도 잘 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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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 -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밤, 우리는 '사랑의 도피'를 했다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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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를 직접 본 적이 있다. 2016년 가을 건국대 법학관 5층에서였다. 그곳에는 <립반윙클의 신부>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이와이 슌지가 있었고, <러브레터>이든 <하나와 앨리스>든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든 이와이 슌지의 어떤 작품을 계기로 그의 세계에 매료된 적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나였다(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와이 슌지의 작품은 <4월 이야기>이다). 


이와이 슌지를 만나러 가기 전 그가 쓴 소설 <립반윙클의 신부>를 읽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와이 슌지는 영화도 잘 찍고 소설도 잘 쓰는구나'라고 감탄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최근 출간된 이와이 슌지의 소설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를 구입해 읽었다. 이 소설은 얼마 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원작이자, 이와이 슌지의 데뷔작인 텔레비전 드라마의 각본을 소설 형식으로 고친 것이다.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케 하는 풋풋한 성장 소설이다. 바닷가 마을에 사는 소년 노리미치는 어느 날 친구들과 실컷 놀고 집에 갔더니 같은 반 소녀 나즈나가 있어 당황한다. 영문도 모른 채 나즈나와 하룻밤을 보낸 노리미치는, 얼마 후 나즈나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해 마을을 떠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즈나가 이사를 가는 날이 하필이면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 날이고, 친구들은 노리미치의 속도 모른 채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면 둥글지 납작할지를 두고 내기를 벌인다. 


<쏘아 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의 만화 판에 비하면 <소년들은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고 싶었다>가 압도적으로 좋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의 심리를 잘 그렸고,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른 채 설익은 감정 때문에 고민하고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모습도 귀엽다.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 철도의 밤>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도입부도 좋고, 불꽃을 앞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를 모두 보여주는 방식으로 결말을 맺은 것도 좋다. 


저자 후기도 잔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이와이 슌지는 현재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지만, 이 소설의 초고를 쓸 때만 해도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갈 때 혼자 대학에 남아 장래를 걱정하던 처지였다. 32년 만에 완성된 이 소설처럼 인생 또한 오랜 세월이 지나봐야 그 실체와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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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1 밀리언셀러 클럽 149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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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장편 소설을 읽으려고 몇 번인가 책을 사보기도 하고 읽기도 했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지는 못했다. 번역이 나쁜 탓일까. 영화의 아우라가 워낙 강해서일까.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스티븐 킹의 소설을 왜 나는 좋아하지 못할까. 그 이유를 찾느라 혼자서 속을 끓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스티븐 킹의 소설집 <악몽을 파는 가게>가 퍽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입해 읽었다. 과연 재밌을까. 심드렁한 기분으로 1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고, 혹시나 해서 구입하지 않은 2권을 마저 주문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이래서 다들 스티븐 킹, 스티븐 킹 하는구나. 스티븐 킹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비로소 발 하나를 들이민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악몽을 파는 가게>는 1,2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2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반적인 소설집과 달리 각 단편에 스티븐 킹이 덧붙인 짤막한 글이 실려 있는데 이게 상당히 재미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해당 단편을 구상했는지, 해당 단편을 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고 나서 어떤 후일담이 있었는지 등이 실려 있어 소설집에 스티븐 킹의 수필집 내지는 창작론이 딸려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원 플러스 원, 아니 원 플러스 투인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1권에 실린 <모래 언덕>이라는 단편이다. 무심하게 읽다가 결말을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은,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처럼 아찔하고 허망했다. 행운과 불운은 한 끗 차이이고, 때때로 그 둘은 차이를 분별할 수 없을 만큼 닮아 있음을 새삼 느꼈다. 같은 이유로 2권에 실린 <컨디션 난조>라는 단편도 좋았다. 이제 스티븐 킹의 장편을 읽을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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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23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무서우셨어요???

키치 2018-01-23 12:39   좋아요 0 | URL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무서운 이야기 싫어하는 분들에겐 읽기 힘든 책일 수도 있겠네요 ㅎㅎ
 
악몽을 파는 가게 1 밀리언셀러 클럽 149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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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장편을 잘 못 읽었는데 단편으로 만나니 한결 쉽고 친숙하게 느껴지네요. 이제 장편을 읽을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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