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곤란한 감정 -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
김신식 지음 / 프시케의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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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정글에 버려져 동물들의 손에 자란 모글리와 같은 처지가 아닌 한, 대부분의 인간은 크고 작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살아간다. 사회학자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감정을 사회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연구하는 감정사회학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 마음, 심리 등을 사회학의 관점에서 채집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울과 행복, 차별과 혐오, 사랑, 공감 등의 감정을 나타낼 때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들을 사회학적으로 고찰한다. 상대가 우울감을 드러낼 때 "한때 나도 말이야"라는 말로 운을 떼며 자신도 "앓아봤다"라고 '위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당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울한 사람에게 이런 말은 위로가 아니라 우울감에 대한 '평가'로 들린다. 때로는 너보다 먼저 마음을 앓은 나는 너보다 훨씬 성숙한 상태임을 공표하는, 우월감의 발로로도 여겨진다. 


'내 취향이다.' '취향 존중' 같은 말은 어떨까. 저명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취향은 무엇보다도 먼저 혐오감, 다른 사람의 취향에 대한 공포감 또는 본능적인 짜증('구역질 난다')에 의해 촉발되는 불쾌감이다." (130쪽) 즉, 취향이란 본질적으로 타인의 취향에 대한 혐오감, 불쾌감을 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취향에 대한 지나친 고집이나 집착은 '취향 아닌 것', '취향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배척 또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만하다'라는 말은 어떨까. 기만은 위선과 위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속성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연예인이 기부를 하거나 선행을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다 자신을 홍보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하면서,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이 방송에 복귀해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족들의 고통을 호소하면 불쌍하다며 넘어간다. 이렇게 위선보다 위악에 관대함을 베푸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위선의 결과가 선, 위악의 결과가 악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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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식탁 기행
리카이저우 지음, 한성구 옮김 / 생각과종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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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송나라로 가라." 중국의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인 이 책의 저자는 미식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한마디 말로 이 말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송나라는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식객들이 호사를 누렸던 시대다. 잔, 접시, 공기, 젓가락 같은 식기들이 그때 비로소 갖추어졌고, 지지고 볶고 삶고 튀기는 조리법도 완비되었다. 무역이 발달해 여러 나라의 식재료가 들어오고, 무, 배추 같은 채소가 보급되고, 매콤한 사천(쓰촨) 요리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때다. 


이 책에는 송나라의 다양한 음식 이야기는 물론이고, 송나라의 연희 문화와 궁중 음식 문화, 차 문화, 술 문화, 놀이 문화 등 음식과 식사 자리를 매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중국인들은 생선회를 즐겨 먹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이 책에 따르면 송나라 사람들은 날고기를 즐겨 먹었고 생선회(콰이)도 좋아했다. 심지어 돼지고기도 날것으로 먹었다. 생선과 마찬가지로 껍질과 뼈를 제거한 다음 얇게 썰어 가늘게 채를 친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소금에 찍어 먹었다. 어떤 맛일까. 


전국시대 이전 중국인들은 식사 때 칼과 나이프를 썼다. 전국시대를 지나면서 포크 대신 젓가락을 쓰기 시작했고, 나이프는 숟가락으로 개량되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주로 젓가락을 사용하고 숟가락은 보조 도구로 썼다. 한나라 사람들은 식사 때마다 무릎을 꿇고 밥을 먹어야 했는데, 이는 의복의 영향이 크다. 전국시대에 비로소 바지가 생겨났으나 이때의 바지는 바짓가랑이가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바지가 보급된 것은 위진남북조 시대 이후다. 송나라 사람들은 현대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의자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이 책을 읽고 중국의 음식 문화와 일본의 음식 문화가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송나라 사람들은 춘절 때 '보퉈'라는 음식을 먹었는데, 이 음식은 일본의 야마나시 현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인 '호토'와 닮았다(한국의 수제비와도 비슷하다). 청나라와 민국 시기에는 손님이 왔을 때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주인이 찻잔을 받쳐 들어 손님이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이는 교토 사람들이 손님에게 떠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로 "오차즈케 드시겠어요?"라고 물어보는 것을 연상케 한다. 


<맹자>에 "군자는 주방을 멀리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그저 군자라면 주방을 멀리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동물도 생명이므로, 측은지심을 가진 군자라면 동물을 죽여서 고기로 만들어 먹는 행위에 고통을 느껴야 마땅하다. 진정한 군자라면 자신도 고기를 먹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먹지 말라고 권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없다면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동물을 죽인다. 저자는 이를 일컬어 "군자가 주방을 바꾼다"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새겨읽을 만한 구절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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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 - 소셜 미디어는 아이들의 마음과 인간관계,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케이트 아이크혼 지음, 이종민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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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오스트리아에서 한 소녀가 본인의 어린 시절 사진을 동의 없이 수년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한 일이 있었다. 부모가 올린 500여 장의 사진 중에는 성장한 소녀가 보기에 불편한 - 벌거벗거나 변기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담은 - 사진이 몇 장 있었다. 소녀는 부모에게 지워달라고 했지만 부모는 거부했다. 그들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행위가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소녀는 법의 도움을 요청했다. 


<Z세대 부모를 위한 SNS 심리학>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요즘 아이들의 SNS 중독을 부모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일 것 같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부모들의 SNS 중독(또는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는 책이다. 영국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엄마들의 63퍼센트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97퍼센트가 자녀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타임>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의 92퍼센트가 두 돌이 되기 전에 온라인에 노출되고, 5세가 될 때까지 온라인에 공개되는 사진이 1000장에 달한다. 


20세기에는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찍은 사진 중에 불쾌하거나 창피한 것이 있으면 액자나 사진첩에서 꺼내서 없애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열린 21세기에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군가가 문제의 '굴욕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순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람의 컴퓨터 또는 모바일 기기로 전송되어 평생 저장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어린 시절이 끝없이 계속된다'고 표현한다. 


저자는 '잊힐 권리'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망각은 보통 부정적인 단어로 묘사되지만,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미숙한 시절의 흑역사를 망각하는 것은 축복일 수 있다. 니체를 포함한 사상가들은 망각이 치유의 힘을 가지며, 오히려 기억이 망각을 방해해 인간을 더욱 괴롭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망각의 축복을 받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염려한다. 사진을 찍어서 올릴 자식은 없지만, 매일 디지털 미디어에 접속해 기록을 남기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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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매일 심리학 - 무자비한 세상에서 단단한 방패막이 되는 34가지 심리 법칙
오수향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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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에 부딪혔을 때 그대로 고꾸라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보다 더욱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나가는 사람이 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심리 커뮤니케이션 교육 전문가 오수향의 책 <나를 지키는 매일 심리학>에 따르면,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역경이 닥쳤을 때 감정을 잘 조절해내며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저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역경지수를 높이는 방법을 배웠다. 매일 아침 어머니는 삼남매를 앉혀 놓고 "오늘도 즐겁게 파이팅!"이라고 외치게 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즐겁게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현대인들이 고민하는 자존감 상승, 자아 정체성 확립, 인간관계, 성과 달성, 난관 극복, 매력 상승, 건강한 삶 등의 문제를 심리 법칙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절대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잘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은 희생하고 우울해지고 불행에 빠지고 있다고 느낀다면 잘못이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학벌이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괴롭다면 '완벽주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한때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였지만 조금도 기쁘거나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학벌이 좋고 인지도가 높은 강사들을 부러워하며 괴로워했다. 그러다 우연히 "완벽주의는 최고의 자학이다."라는 문장을 접하고 깨달음을 얻었다. 완벽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을 헤아리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저자는 학벌과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떨쳐내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고 원하는 외모를 가지지 못했어도 인정받는 강사인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좋지 않은 출신이나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소개한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까지 도달했을 때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올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다. 회복탄력성은 자신의 감정과 충동을 통제하는 '자기 조절력',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인관계력',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긍정성'으로 이루어진다.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가난한 집 출신의 말더듬이였지만 매일 발음 연습을 하고, 폐활량을 높이는 운동을 하고, 연설문을 잘 쓰기 위해 독서를 하여 결국 위대한 웅변가가 되었다. 이러한 자세를 배운다면 삶의 경지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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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민주주의 뭔데 이렇게 중요해? 리듬문고 청소년 인문교양 3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 지음,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손희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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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할까.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가 쓴 책 <인권과 민주주의 뭔데 이렇게 중요해?>이다. 인권이란 사람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드는 권리다. 인권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이며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다. 인권은 남자든 여자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키가 크든 작든, 아무 상관없이 존재하고 보장되어야 한다. 인권은 국가가 생기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인권은 국가보다 앞에 있으며 위에 선다. 국가의 우선적인 임무는 인권을 실행하고,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문제는 인류가 인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역사가 인류의 역사에 비해 훨씬 짧다는 것이다. 인류는 인류가 생겨난 지 수천 년이 지난 후에야 인권의 존재를 깨닫고 인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집단이나 계층이 어떤 집단이나 계층에 비해 더 많은 권리를 보장받는 일이 왕왕 발생했다. 가령 남자가 여자보다, 백인이 흑인보다,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리는 일이 그렇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이다. 


민주주의는 인권의 요람이며, 인권은 민주주의의 부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만으로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시민들이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인권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따라 인권의 보장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민주주의의 역사와 발전 정도가 한국과 비슷한 대만에선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반면, 한국에선 아직 차별 금지법조차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덜 성숙해서가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국민 일반의 인식 수준이 낮거나 편향적인 까닭이다. 


인권은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 기후 위기로 인한 산불과 가뭄, 해수면 상승, 원시림 붕괴 등을 호소하는 지역이 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살 곳을 잃거나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의 인권은 누가 어떻게 보장해야 할까. 자원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이익은 북반구의 선진국들이 주로 보는 반면, 이로 인한 피해는 남반구의 후진국들이 주로 본다. 그런데 선진국에도 발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후진국에도 개발 이익을 독차지하는 부유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과연 민주주의와 세계인권선언, 비정부기구 같은 방법으로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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