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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행가 - 불굴의 개척자 6人의 열정과 도전정신
우한 엮음, 김숙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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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소위 ‘자기 계발서’라는 책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개중에는 뛰어난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 내용이 비슷하고 구성이 획일적이어서 이제는 ‘과잉 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조심스럽게 추측하건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몇몇 출판사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가 대표적인데, 이 책은 선박왕 오나시스의 일생을 토대로 캅베드의 교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실제 인물의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평전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고, 교훈 역시 생생하게 다가왔다. 만약 기존의 자기 계발서처럼 스토리가 허구이고 교훈을 일방적으로 주입했다면 이 책의 매력은 덜했을 것이다.  



이번에 같은 살림출판사에서 나온 [대여행가] 역시 중국 역사에 실재했던 여섯 명의 '대여행가‘의 삶에서 교훈을 도출하는 방식의 책이다. 인문서로 분류된 책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일반적인 역사서에 비해 구성이 독특하고 교훈이 강조되어 있다. 이 책에는 장건, 법현, 현장, 감진, 정화, 서하객 총 여섯 인물의 ‘역사를 바꾼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나라의 장건은 최초로 서역을 개척한 인물이고, 법현은 65세의 나이에 히말라야를 넘은 스님이다. 감진은 당시만해도 중국인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일본으로 가기 위해 여섯 번이나 시도한 스님이며, 서하객은 중국 최초의 지리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유기] 에 나오는 ‘삼장법사’의 모델이기도 한 현장, 사회시간에 ‘정화의 원정’이라는 제목으로 배운 적이 있는 정화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여섯 명의 여행가들은 저마다 살았던 시대와 사회적인 위치가 다르다. 국가의 명령을 받고 여행을 떠난 장건 같은 이가 있는가 하면, 국가가 막는 데도 길을 떠난 현장이나 감진 같은 이도 있다. 처음에 여행가들은 무조건 걸어야 했지만, 중국이 사회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후기의 감진이나 정화 같은 인물들은 배를 타고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시대를 불문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먹고 잘 일을 걱정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먼저 뭘 타고 갈지, 뭘 먹으며 어디서 머물지를 걱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들은 일단 길을 떠났고, 길 위에서 필요한 것을 구했다. 여행가 한 사람의 힘은 미미하지만, 이런 한 사람의 꿈과 도전이 작게는 불교 종단과 중국, 크게는 세계 역사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영달에만 힘을 쏟는 현대인들이 이 책을 읽으며 반성했으면 좋겠다. 



중국인 저자가 쓴 책을 번역한 것이므로 중국의 사례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와 지리,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나 [초한지], [서유기], [홍루몽] 등 중국 고전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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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 부유한 이들과 가난한 이들 사이에 다리 놓기
재클린 노보그라츠 지음, 김훈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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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스웨터] 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스물 다섯의 나이에 월가의 금융 전문가로서의 직함을 버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위험하다, 미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의 결정이 참으로 정석적이다.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물론 외국어도 중요하지만 법률이나 회계 등 실용적인 기술을 가지는 것이 우선적이다. '국제 구호'라는 이상과 금융 전문가로서의 기술을 적절히 조화시킨 그의 삶은 내게 많은 귀감이 되었다.

 

재클린은 (공교롭게도 최근에 읽은 두 책의 주인공 이름이 모두 재클린이다. '워너비 재키'의 재클린 케네디.) 아프리카 구호 단체에 자원하여 빈민은행 '두테림베레'를 창설했다. 두테림베레는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과 비슷하다. 또한 자활 기업인 '블루 베이커리'를 세워서 르완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왔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에 르완다 내전이 일어나고, 그는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갔다. 폐허가 된 르완다를 보며 국제 사회의 빈민 구호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확고히 한 그는 비영리 벤처 캐피탈 기구인 어큐먼펀드를 세웠다.  

 

그는 원조 위주의 국제 구호 활동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말처럼 빈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스스로 구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남편의 허락 없이는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없었던 여성 사업자들에게 소액대출을 해주고, 경영 기법과 판매 전략을 가르쳐준다. 또한 사회적 기업에 자본을 지원하는 기구를 세워 기부가와 사업체를 연결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금융 전문가 답게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국제 구호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하는 재클린은 막연한 이상만을 품고 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블루 스웨터] 는 이러한 그의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의 행적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는 책이다. 어느 정도로 빼곡하냐면, 책에는 그가 만난 사람의 옷차림과 표정, 함께 먹은 음식, 그가 본 건물의 외관과 분위기까지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어쩌면 이런 책을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일기 쓰기' 일지도 모른다. 다섯 줄 짜리 내 일기장이 부끄럽다.) 이 책은 양장본도 아니고, 멋진 이미지나 사진도 많지 않다. 컬러 사진도 별로 없다. 하지만 600여 쪽이 되레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치밀한 기록과 알찬 내용이야말로 꾸밈이 없고 내실을 추구하는 그의 성품과 열정을 대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The best head to the best heart. 사람은 가슴만으로 살 수 없고, 머리만으로도 살 수 없다. 사회를 바꾸고 싶고, 더 넓은 세상에서 일하고 싶고,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성과 감성을 연결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클린 노보그라츠의 [블루 스웨터] 는 그런 아름다운 삶의 증거와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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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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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해서 서울대학교에 갔을 때에도 그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목격한 것은 이른바 엘리트 학생들이 "필요 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여가가 있으면 스킬을 몸에 익히고, 전문지식을 몸에 익히고, 유용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획득해야 한다.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 그들 가운데에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의 청춘기와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그런 학창시절을 보내면 일류 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높은 월급을 받는 엘리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청춘기이기 때문에 마음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열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 결과로 정기가 모두 빠져나간 바싹 마른 늙은 몸만 품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p.88)

 

 

재일(在日, 자이니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쿠보즈카 요스케 주연의 영화 <GO>다. 이 영화를 보면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최초의 도쿄대 교수다. 강상중 역시 재일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터. 그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나츠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등을 비롯한 많은 책을 읽었다.<고민하는 힘>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자아, 돈, 지식, 청춘, 종교, 직업, 사랑, 죽음, 늙음 등의 문제에 대해 총 아홉 개의 장에 걸쳐 논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에 있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한국의 청춘들이 과거 자신이 보낸 청춘과 달리 오로지 어른들의 눈에 들고, 그 자신이 사회의 기준에 합당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만 보였다고 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했다. 나도 한때는 스펙 쌓기와 취업 성공에만 골몰하며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하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러다 몸과 마음이 크게 상하고 나서부터는 성공과 스펙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비록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언젠가 내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즐거운 청춘을 보냈다'고 말할 자신은 있는 삶을 살리라, 고 말이다. 진정한 성공은 스스로 치열하게 생각한 끝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법. 그래서 저자는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고 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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