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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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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사회과학대학에 들어간 것이기에 따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혹시 나와 맞는 학문일까 싶어 경제원론 수업을 들었다가 '아, 경제학을 공부해 놓으면 살면서 손해는 안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길로 경제학 복수전공을 신청했더랬다. 그 후로 대학 4년을 정치외교학에도, 경제학에도 미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졸업하는 바람에 백조 신세를 면치 못한 나. 이따금씩 경제학을 복수전공하길 잘 한 걸까 자문하곤 했는데, <돈의 본성>을 읽으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어려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니!! (그러나 '읽었다'고 해서 전부 '이해한' 것은 아니다.) 

<돈의 본성>은 케임브리지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제프리 잉햄이 지은 책이다. 잉햄은 사회학자로서는 드물게 사회학과 정치경제학을 아우르는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와 노동, 화폐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데, 경제학이 정치철학에서 출발한 학문이고, 사회학이 사회과학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과학의 꽃'과 같은 학문임을 생각하면 그리 드문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만 여겨지기 쉬운 화폐의 속성에 대해 권력, 계급, 사회적 함의 등 사회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지극히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했다.  

 

먼저 저자는 화폐를 권력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화폐를 상품이나 다름없는 '중립적 베일'로 간주하여 화폐의 본성에 대한 논의를 무시하는 정통 경제학의 화폐 이론에 딴지를 건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기 쉽지만, 돈은 종이 한 장,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 (요즘은 物化되지 않은 돈도 매우 많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화폐는 군주와 귀족, 상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가와 시민 사이의 대결의 산물로, 그것을 통제할 힘을 가진 자에게는 절대반지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대결의 결과 화폐를 통제할 힘은 정부와 자산계급에 돌아갔다. 그 후 이들은 시민, 노동자에게 화폐를 지극히 공평하고 평등한 교환의 매개인 양 주입시켰고, 시민, 노동자는 화폐의 속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고 오직 그것을 소유하는 데 골몰하는 종속자로 전락했다.  

 

   
  자본과 노동 사이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권력균형 상태가 변화하면, 이것은 화폐의 구매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권력균형을 변화시키는 중심적인 투쟁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투쟁이다. 역사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투쟁은 가장 중요한 계급투쟁이었다. (p.178)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 하기 위해 저자는 역사 속에서 증거를 찾았다. 그 중에서도 독일어와 일본어 등 여러나라의 언어에서 화폐나 지불을 뜻하는 말의 유래를 분석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언어야말로 대표적인 사회적 산물이 아닌가!) 가령 독일어로 화폐를 뜻하는 겔트라는 말은 보상금, 희생(고대 영어로 Geild)이나 조세(고트족 언어로 Gild)라는 말은 물론이고 범죄(guilt)라는 말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어로 지불을 뜻하는 하라이라는 말은 죄 씻김 이라는 뜻이 있다. (p.190) 화폐 단위인 실링(shilling)은 살인 또는 상해를 뜻하는 스킬란(skillan)에서 왔다. (p.196) 

 

화폐-자본의 권력적 속성에 대한 논의는 현대 경제학, 특히 몇 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의의가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2차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반쪽이 미국 중심의 질서로 재편되면서 경제는 '대자본', '대규모 조직 노동', '금리 수취자'라는 3대 경제적 계급이 서로 불안정하게나마 타협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가 팽창하면서 대자본은 노동 가격 인상을 감수하지 못하고, 노동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하나, 그런 중에도 금리 수취자는 높은 이자율의 덕을 보는 데다가 탈규제로 인해 고삐마저 풀려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세력균형의 축은 금리 수취자, 즉 화폐자본 및 금융에게 유리하게 재편된 것이다. 그러나 고평가된 금융 팽창의 끝은 투기 거품이 꺼지는 종말인 경우가 많다. 그런 사례는 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 수차례 목격했다. 

  

앞에도 썼듯이 읽을 수는 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한장 한장 읽으면서 내가 이 책을 '어렵다'고 느낀 이유는 돈을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산물이 아니라 날 때부터 존재했던, 주어진 것으로 자연스럽게만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돈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지극히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산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이 시스템을 움직이는 화폐, 즉 '돈'의 본성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력적 속성이라는 개념까지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가깝게는 금융을 감독해야하는 자가 그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서민들의 돈을 약탈하는 사건부터 돈을 가진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불평등과 모순을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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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6-1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복수전공 하셨군요. 사회과학대학 또한 어떤 면에서 보면 [모 아니면 도]라서 취업이 힘든 것 같기도 해요. 님 나이를 짐작할 순 없지만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더 높은 학위를 요구하는 학문 같아요. 실제로도 그렇게 학문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많구요. 그래도 좀 멋있어요. 정치외교학과 경제학이라~^^

키치 2011-06-12 21:42   좋아요 0 | URL
모 아니면 도 맞습니다^^ 아쉽게도 전 아직 도 쪽이네요.
그냥 공부하는 게 좋아서 선택한 전공인데 직업으로 삼으려니 참 힘드네요.
쉽게 빛 보려고 선택한 길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크리티컬 매스 -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춘 그대에게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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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비전이 있는 사람은 자신 스스로 성공을 정의한다. 즉 세상에서 좋다고 말하는 대학에 가서 취직 잘하고,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고 하는 식의 성공 잣대를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주는 성공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크리티컬 매스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크리티컬 매스를 폭발시켜 도약할 수 있다. (p.77)  
   

 

<크리티컬 매스>에 대해 인터넷상에 올라온 리뷰를 보다보니 의외로 critical mass라는 말 자체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글이 많았다. 단어뜻은 알지만 정확한 의미는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니 '핵분열시 연쇄 반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질량'이라는 뜻을 가진 물리학 용어로(난 문과라서 다행이야...), 외국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최소의 수'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고도 사실 속으로는 '에이, 그래도 얼마나 일.반.적 으로 쓰이겠어?' 하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마침 오늘 오전에 본 미국 뉴스에서 인터뷰이가 딱 'critical mass'라는 말을 쓰더라....(;;;)

  

각설하고, 이 책은 tvN에서 진행하는 인터뷰 전문 프로그램 <피플 인사이드> 100회 방영을 기념하여 진행자 백지연이 그동안 인터뷰한 이 시대의 명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서 쓴 책이다. '할 수 있어, 믿는다, 괜찮다' 이런 글만 보면 여느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읽어보니 백지연이 인터뷰한 100명의 명사들의 삶이 요점만 쏙쏙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거기에 백지연이 인터뷰어로서 느낀 점이나 방송 뒷이야기도 함께 실려있어서 괜찮은 에세이를 읽은 기분이었다.

 

안철수, 박경철, 김성주, 김용(다트머스 대학 총장) 등 평소 존경해온 인물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고, 김혜자, 박중훈, 장혁 등 잘 알려진 연예인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활동하는 분야도 다르고 개성도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뭐라해도 한 가지 삶의 목표를 향해 진득하게 노력한 결과,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힘들었을지 몰라도 누구보다도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를 '크리티컬 매스'라는 용어를 빌려 표현했다.

 

이 책에서 나는 무엇보다도 저자가 <논어>, <고백록> 등 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책으로부터 글을 인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 번의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몇 백 장의 자료를 읽어야 한다는데, 그러는 중에도 틈틈이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부지런히 독서를 해왔다니... 거기에 같은 앵커우먼인 바버라 월터스는 물론이요, 키타노 타케시까지 인용한 부분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람에 대한 관심,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그녀로 하여금 독서를 하고, 오랫동안 방송을 하게끔 한 것이 아닐까. 참 멋지다. 그녀가 지금까지도 국내 최고의 앵커우먼으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무언가에 몰두하여 하나의 업적을 완성하고 역사와 시대에 이름을 새긴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의 길을 걷지 않았다.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미련하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광적으로 매달렸다. 돈의 힘과 긍정의 힘에 취한 사회에서 명예나 업적을 논한다는 것은 정말 미친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지에 도달해보지 못한 범인들은 죽었다깨도 알지못하는 무언가가 있을터ㅡ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전까지는 행여 꿈에서라도 이 괴로운 희망을 놓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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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6-1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거 읽고 싶어요!^^

키치 2011-06-12 21:42   좋아요 0 | URL
기대에 비해 좋았는데 아이리시스 님은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네요 ^^ 고맙습니다.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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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우리는 관계와 소통을 배운다. 거래를 하면서 우리는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3000년 전, 초기 거래상들은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새롭고 진기한 문화를 만났다.  

돈에 집착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익을 남기겠다는 욕망이 없었다면 거래는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바깥세상에 뭐가 있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정말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 끼어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면서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수밖에 없다. (p.14)

 
   


 


영국의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였던 코너 우드먼은 회사 구조조정을 위해 해고할 직원 명단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이런 일을 하기 위해 경제학을 공부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사무실 안의 '죽어있는 경제'가 아닌, 지구촌 곳곳에 스며있는 '살아 있는 경제'를 만나기 위해 그 길로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그의 스토리는 영국에서 <80일간의 거래일주(Around the world in 80 trades)>라는 제목의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80일간의 거래일주>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더니 전편 영상이 올라와 있다. 책에 실려있는 내용보다는 간략한 느낌이지만, 현지의 분위기나 당시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Part 3의 Asia편은 강추. 중국부터 대만, 홍콩, 그리고 일본까지 극동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래를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인 한국에는 안 왔을까. 아쉽다.......ㅠ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경제를 책에서, 사무실에서 배운 그에게 '진짜' 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품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현지 상인들과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손해를 본 경우도 많았다. 수단에서는 낙타를 구입하려다가 스파이로 몰려 감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어렵게 골라서 산 옥을 대만까지 가서 팔아보려고 했지만 헛탕만 쳤고, 일본 츠키지 시장에서는 잠도 못 자고 어선을 타고 일했지만 함께 작업한 어부와 이익을 나누고 나니 손에 쥔 것은 고작 몇 백엔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최종적으로 그가 번 돈은 우리돈으로 약 1억원(5만 파운드)! 그리고 방송과 책이 인기를 끌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여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이 세계일주를 통해 얻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처럼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경제를 강의실에서만 배운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느낀 점이 많다.  



첫째는 실물경제의 원리. 현지에서 물건을 거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였다. 정보력의 차이가 거래 금액을 결정하고, 거래 금액에 따라 자신의 이윤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물건을 구입할 때는 자신이 잘 아는 것,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구입하여 정보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나라마다 분위기와 환경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 가령 중국에서는 거래할 때 바가지를 너무 많이 씌우는 경향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관료주의 때문에 거래 하는 걸 허락받는 것조차 힘들었다. 영국에 있을 때는 대만에 대해 좋은 얘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활력이 없고 사람들이 탐욕스러웠다는 점도 그는 지적한다. 국내에서 접하는 정보와 현지의 분위기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나 주변으로부터 듣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신만의 정보 루트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걸 알았다.

 

경제학을 비롯하여 학문에 대해 꼭 교과서대로, 강의실에서 배운것처럼 딱딱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사람들은 원리원칙을 따지거나 정적인 것보다는 일탈에 가까울만큼 파격적이고 동적인, 그야말로 '날 것'의 콘텐츠를 더 선호한다. 코너 우드먼의 TV 다큐멘터리와 책은 코너 우드먼은 경제학이라는 고전적인 학문의 세계를 '세계일주'를 통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았다는 점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콘텐츠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고, 이런 콘텐츠를 만든 코너 우드먼은 참 영리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내가 배운 학문을 소화하고 세상에 소개할 수 있을까? 그것이 요즘 나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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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창조자 - 똑같이 주어진 시간, 그러나 다르게 사는 사람들
로라 밴더캠 지음, 송연석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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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열심히 일할 용의가 있고 또 주어진 업무를 괜찮게 해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그 이상이 되기 어렵다.

주어진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딱 들여야 할 시간만 투자하고,  

즉각적으로 뻔히 보상받을 수 있는 일만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집에 와서는 TV에서 뭘 하고 있는지 등 일과 무관한 것들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최근 메릴랜드 대학교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불행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보다 20퍼센트 이상 TV를 더 많이 본다고 한다.

자신의 불행을 잊게 해줄 도피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인적인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pp.100-1)

 
   


 

학교도, 회사도 안 다니는데 뭐 그리 바쁘냐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정말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그러면 하고 싶은 공부도 맘껏 하고, 책도 하루에 두 권은 읽고, 봐야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도 실컷 볼 수 있을텐데.

 

<시간창조자>의 저자 로라 밴더캠은 다르게 말한다. 일주일동안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총 168시간.

이를 꼼꼼히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창조'하면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있는 시간도 부족한데, 새롭게 시간을 만들 수 있다니!

늘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허둥지둥대며 사는 사람으로서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쏘냐.

 

 

 

 시간 창조 과정 8단계

 

1. 시간을 기록한다.

2. 나만의 100가지 꿈 목록을 만든다.

3. 나의 핵심 역량을 확인한다.

4.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

5. 핵심 역량 시간을 블록 단위로 뭉쳐 168시간을 채운다.

6. 나머지는 무시하고 최소화하고 아웃소싱한다.

7. 자투리 시간의 기쁨을 누려본다.

8. 필요할 때마다 적응력을 키운다.
 

 

 

저자가 시간을 창조하기 위해 제시한 방법들은 사실 그렇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시간을 기록하는 건 대학교 때 경력계발센터에서 주최한 프로그램에서 시켜서 해본 적이 있고,

나만의 100가지 꿈 목록을 만드는 건 김수영 님의 책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봐>에서 본 적이 있고,

핵심 역량을 파악하는 것은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에서 진작에 해봤다.

(※ 참고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을 구입하면 강점을 찾을 수 있는 온라인 테스트 응시권이 따라온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과정을 겪고 저런 책들을 읽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 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된다.

꿈 목록은 - 아직 오십 개도 못 채웠지만 - 틈틈이 작성하고 있고,

핵심 역량도 - 탐구심, 사고, 책임, 학습자, 질서 등이 나왔다 - 이미 파악했다.

남은 건 저자의 설명을 따라 핵심 역량 시간을 뭉치고 나머지는 비우며 시간을 관리하는 것뿐! 오예!!

 

그 결과를 소개해보자면...

 

먼저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취미 생활을 직업과 관련되는 쪽으로 더욱 연계해나갈 생각이다.

나의 취미는 독서, 그리고 외국 영상 보기.

그러므로 전문분야와 관련이 있는 역사나 국제정치, 외국어, 경제경영 관련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고,

관련된 주제의 영화나 다큐멘터리, 드라마가 있으면 다른 것보다도 먼저 볼 생각이다.

앞으로는 관련 분야의 책만 엄선하여 구입하고, 관련 없는 분야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다.

 

저자의 경우 작가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자기 글을 분석해달라고 의뢰하거나 직접 분석하고,

의뢰받은 글이 없을 때에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일기를 쓰거나 소설에 활용할 장면들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p.141)

시도 때도 없이 페이스북을 확인하거나 관심 없는 분야의 글을 쓰는 것보다는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이 편이 훨씬 낫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물어보기로 했다.

 

 

* 지금 하는 일이 내적 동기 요인들을 활용하는가(어렸을 때 좋아했다거나 공짜로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 지금 하는 일이 합리적인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가?

* 주기적으로 내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볼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일이 생기는가?

* 작업 환경이나 조직, 동료 직원들이 내가 최고의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가?

 

* 누군가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마지막 질문이 중요하다.

만약 누군가가 이 일을 못 하게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을 할 것인가?

나는 자신있다. 먼 길을 돌아서 선택한 길이고, 하루하루가 충만하다고 느낄만큼 지금의 일(공부)을 하는 순간이 즐겁다.

비록 사회적으로 인정을 못 받고, 남들보다 돈을 덜 번다고 해도,

다른 일을 할 때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기에 지금 하는 공부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은 뜻이 확고하지만, 언젠가 초심을 잃고 방황할 때 꼭 위의 질문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야지.

그리고 시간관리도 효율적으로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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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틀렸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GDP는 틀렸다 -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동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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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젠가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분이 주식 투자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건강을 돌보지 못해서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생뚱맞을지 몰라도 <GDP는 틀렸다>를 읽으면서 그 분 이야기가 생각났다. 경제 발전에 지나치게 경도된 나머지 국가 내부의 문제, 즉 국민들의 삶의 질, 행복, 복지에 대해서는 무심해진 우리네 현실이 딱 암에 걸려 돌아가시기 직전의 그 분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우리나라 대통령은 어떤지 몰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런 모순에 대해 절감한 모양이다. (브루니 얘기만 늘 화제가 되어서 몰랐는데 사르코지가 이런 대통령이었다니, 부럽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 것 같다. 이제까지 GDP나 물가지수 등의 측정 도구가 세상을 정확히 측정하고 진단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위정자와 학자들의 착각일뿐, 실제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이나 평등도는 하락하고 있다. 왜 그럴까? 혹시 이제까지 사용해온 측정 도구 ㅡ 즉, GDP나 물가 지수 등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사르코지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08년 2월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하여 아마르티아 센, 장 폴 피투시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을 초빙하여 위원회를 설립했다. <GDP는 틀렸다>는 바로 이 위원회의 연구 보고서이자 프랑스와 세계의 경제 석학들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가 지은이로 소개되어 있기에 딱딱한 경제 이론서일 줄 알았는데, 대통령과 관료들이 핵심을 파악하기 쉽도록 쉽고 명료하게 쓰여 있어서 독자로서 득 본 기분! (살다보니 프랑스 대통령이 받아보는 보고서를 내가 다 읽네...!!! 허허허) 

  

2. 

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종래의 계량 방식이 경제와 삶의 질을 동시에 이룰 수 없는 상쇄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그들에 따르면 '환경을 개선하면 성장 지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식의(p.25)' 관점은 국민들로 하여금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나 행복, 환경 같은 이슈들은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령 '경제 대통령'이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최악은 피하는 선택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듯이.  

 

   
  통계와 회계 방식은 우리의 열망, 즉 우리가 사물에 부여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그것은 우리의 세계관, 경제관, 사회관, 인간에 대한 개념 그리고 사람들의 상호관계에 대한 생각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여러 지표들을 마치 우리와 외적인 관계에 있는 ㅡ 즉, 의심할 여지가 없는 ㅡ 객관적 데이터로 취급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 (중략)...  

또한 이런 방식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자만에 빠진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크나큰 간극을 만든다. 시민들은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의견들을 전혀 체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민들은 자신들이 속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때문에 둘 사이에 놓인 심연은 매우 위험한 것이 된다. 민주주의에서 이것보다 해로운 요소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통계 수치들이 허구이고, 조작되었으며, 거짓 정보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삶이 점점 팍팍해지고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통계 수치는 그들의 생계수준이 향상되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속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pp.6-7)
 
   

 

  그 결과 가계보다는 기업,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고, 생산, 자본, 금융 등의 이슈만 부각되어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환경, 인권, 교육 등의 이슈는 자연히 소외되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학자들은 새로운 계량 시스템을 제안한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생산보다는 소득과 소비에 주목하고, 기업보다는 가계의 입장을 강조하며, 소득과 소비가 재산과 함께 고려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계와 사회의 작동 방식에 큰 변화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가계 내의 가족 성원들 사이에 주고받던 서비스의 대부분이 지금은 시장에서 구매되고 있다. 이런 전환은 국민계정의 소득 상승으로 여겨져, 마치 생활수준 자체가 향상된 것 같은 착각을 만드는데, 사실 이런 변화는 비시장적 서비스가 시장으로 이동했음을 반영할 뿐이다. (p.63)  
   

  

  프랑스 대통령이 소집한 위원회가 만든 보고서인만큼 프랑스의 현실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고, 그래프나 통계 자료도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만약 한국이라면 어떨까' 라는 가정을 하면서 읽다보니 잠시 멈추어 곰곰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가령, 학자들은 또한 GDP 등의 지표가 자본재의 감가상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 자산이 자본재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은 프랑스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입할 때 더욱 적절한 지적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고 있는 전자,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이들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나 1인당 GD가 정보기술 자산의 감가상각이 반영되지 않은, 즉 과대평가된 수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들 기업이 정말로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깊이 생각해 볼 부분이다.

   

3.     

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측정 도구가 어떤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권고했을뿐, 새로운 도구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하기야 반세기 넘게 사용한 GDP(전에는 GNP가 더 자주 쓰였지만) 등의 측정 도구를 대체할만한 도구를 단시간 내에 발명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더군다나 정부가 앞서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을 떼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은 참 부럽다. 이런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전세계로 퍼지다 보면 위원회가 제시한 새로운 지수 '국민총행복'이 국내총생산을 대체할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니...  

 

   
 

우리의 측정체계는 평균값을 기본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평균값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의 믿음이 형성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평균적인 개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증대되는 불평등은 평균값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점점 더 넓혀놓고 있다.  

평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회피하는 방법의 하나다. - 니콜라 사르코지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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