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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 비판 - 지식 경제 시대의 부와 분배
가 알페로비츠 & 루 데일리 지음, 원용찬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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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각 생산요소(노동, 자본 등)의 보수를 이른바 '한계생산력'(각각의 생산요소가 생산물 또는 서비스에 미치는 특정한 기여분에 적용되는 용어)과 연결 지어 생각한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 조지 애컬로프는 현대 성장과 혁신 연구를 통해서 "우리의 한계생산물은 우리 자신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 낸다. 
 

바로 오늘날 누구나 (생산요소로서) 기여할 능력이 있는 것은 오래고 오랜 역사적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의미이다. 즉 지금 보유한 노동과 축적의 열매는 "거의 전적으로, 빈곤한 석기시대부터 21세기 풍요 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누려 온 학습의 누적적 과정 덕택이다." 따라서 애컬로프의 말처럼 "현재 우리의 생활수준은" 확실히 과거에 "빚진" 것이다. (pp.46-7)
 
   


 

이 책의 서문은 제법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에서 최고 부자 중의 한사람인 워런 버핏의 자산 가치는 600억 달러가 넘는다. 그가 이 돈을 모두 가질 '자격'이 있는가?"(p.13)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둘 다 세계 1,2위의 갑부이지만,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제조업체'의 창업자로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반면 워런 버핏은 그저 투자를 하여 번 재산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독식 비판>의 저자들은 워런 버핏을 비롯한 자산가들에게 분배된 부가 과연 '온전히' 그들의 것인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오늘날의 지식과 기술은 전 인류가 이룩한 발전의 산물이자 우리 자신의 노력을 하나도 거치지 않은 채 얻어진
'불로소득' 내지는 '공짜점심' 이기 때문에 이를 소수의 자산가가 독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을지라도 그 옷 마저 내놓고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과연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 교육제도, 법률, 경제 체제, 언론, 과학 기술, 의료 등 - 중에 내 몫은, 내가 만들어낸 가치는 얼마나 되는 걸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만약 당신이 개인을 사회에 떼어 내 분리시킨 뒤, 그에게 섬이나 대륙을 줘서 소유하도록 하면...... 그 스스로가 재산을 개인적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는 부자가 될 수도 없다. 모든 경우에 수단과 목적은 너무나도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목적도 얻어질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손으로 생산한 것을 초과한 개인의 재산 축적물은 바로 그가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정의, 은총, 문명이라는 모든 원리 덕분에 일부의 축적물을 채무로서 갖게 되는데, 그것은 다시 원래대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토머스 페인의 주장 p.122)  
   



 

토머스 페인의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읽다가 얼마전 서점에서 읽은 책 내용이 생각났다. 국내의 모 기업가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가 외국에서 유학을 하며 골프를 배우고 차를 수집했던 일에 대한 대목을 읽다가 잘 생각해보니 그 시기가 딱 우리 국민들이 한국전쟁을 겪고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부모로부터 상속된 부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고, 국내의 값싼 노동력과 유능한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모자라, 심지어는 국민들이 피를 흘려가며 이룩한 민주화마저 그 자신은 외국에서 구경이나 하는 동안 거저 얻어진 것이라니. 과연 그를 토머스 페인의 주장대로 사회로부터 떼어 어느 곳에 격리하여 놓았다고 해도 그가 지금의 성공과 부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이 기업가가 가진 부가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에 살고, 주류 경제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이 책의 주장이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감도 없지 않다. 축적되고 발전되어온 지식과 기술에 비해 현대인들이 기여한 부분이 작기 때문에 현재의 분배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현대인들이 기여한 부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일까? 개인의 기여분을 완벽하게 측정할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면 대안적인 분배 시스템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이 책에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점점 극심해지는 양극화 현상과 빈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배 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하고, 과세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정도의 대안은 제시되어 있다. 경제학적인 논의는 언제나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찾고, 대안의 결함을 발견하고,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고...   

 

이 책은 경제학 이론과 사상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생산과 소비는 몰라도 분배 문제에 있어서는 양극화라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책의 논의와 지적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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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 - 모르면 당하는 확률과 통계의 놀라운 실체
카이저 펑 지음, 황덕창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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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 때,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경제수학이나 통계보다는 경제사상이나 경제사를 더 좋아했던 전형적인 문과생으로서 제목의 'numbers', '숫자'라는 단어를 보고 겁부터 났다. 게다가 통계에 관한 책이라니! 과연 끝까지 읽을 수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두려움을 안고 첫 장을 폈더니 너무나도 친숙한 '디즈니랜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디즈니사는 새로운 놀이기구나 더 개발할 일이지, 왜 통계학자를 고용했을까? 줄 서지 않고 즐기는 놀이공원이 가능할까?  

그러고보니 몇 년 전 명절에 친척들과 집 근처 L월드에 놀러간 일이 떠올랐다. 다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놀이공원은 엄청 붐볐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고작 3분짜리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왜 놀이기구는 늘 붐비는 것일까? 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탄다면 얼마나 좋을까? 디즈니랜드는 나처럼 관람 시간의 절반은 줄을 서느라 허비하는 관람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통계학자를 고용하여 예약을 하면 대기 시간 없이 정해진 시간에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패스트패스'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 (우리나라 놀이공원에서도 현재 이런 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런데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놀랍게도 관람객의 총 대기 시간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만족스러워 했다. 그 이유는 예약을 함으로써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관람객에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통계가 엄청 대단하고 신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숫자나 통계같은 데이터는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미네소타 교통국에서는 통계학을 활용하여  '램프 미터링' 기술을 발명했다. 하지만 디즈니랜드의 '패스트패스'가 관람객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과는 달리, '램프 미터링'은 이용자들의 비난만 샀다. 이는 도로 상황에 따라 차량에 진입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신호를 보내는 제도인데, 이용자들은 신호를 기다리느니 시간이 더 걸려도, 도로가 아무리 막혀도 스스로 알아서 운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숫자와 통계 자체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거짓말도 안 하지만, 이를 두고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때로는 악용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이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계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증권 관련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떼돈을 벌지 못한다. 모든 식품 캔과 포장에는 영양 정보가 표시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정보통신 기술에 막대한 돈을 들여도 교통체증 문제는 날로 심각해진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수많은 정보와 숫자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만큼 현명해지지는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통계적인 사고다.(소개글)  
   


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거짓말 탐지기 또한 무턱대고 신뢰할 경우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는 통계적 자료 중의 하나다. 거짓말 탐지기,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마침 요즘 보는 미국드라마 <라이 투 미(Lie to me)>가 연상되어 더욱 흥미로웠다. 이 드라마는 인간이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표정, 몸짓, 목소리 등 신체적인 특징을 통해 범인을 찾는다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런 방법도 통계적으로 도출된 자료에 기반하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하고,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하지만 이따금씩 '정말 저렇게 범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학수사대가 왜 필요한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곤했다.  


저자 역시 인간의 신체적인 반응을 활용하여 도출된 데이터가 과연 신뢰할만한지 문제를 제기한다. 더군다나 데이터 자체가 믿을만한 자료라고 해도, 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미국에서는 다른 증거가 하나도 없는데도 배심원들이 거짓말 탐지기에 의해 나온 자료만 가지고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십여년간 옥살이를 시킨 케이스가 있다고 한다. 통계와 이에 대한 해석은, 잘못하면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꿀 수도 있다.

  

   
  마케터들이 회사의 제품에 대해서 어떤 소비자들이 긍정적인지를 알기 위해서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하는 경우, 거짓 양성 판정은 잘못 선택된 소비자들에게 스팸 메일을 뿌리는 결과를 낳는다. ... (중략)...하지만 이 정도 불편이야 '수다죄'로 육체적 고통을 받고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는 문제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를 박탈하는 것만이 아니다. 정보기관들이 수백만 건의 거짓 경고를 추적하는 일이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며, 역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야 한다. (p.228)  
   


SNS 서비스로 해외 각지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스마트폰 하나면 못 하는 일이 없는 이런 시대에 여전히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전화만 걸라'는 스팸문자 때문에 골치가 아픈, 이런 비효율적인 일이 발생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통계다. 정확히는 통계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나, 그리고 당신! 통계 자료를 볼 때 숫자라고 일단 겁부터 먹고 피하거나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고, 만약 이러한 통계 자료를 활용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식으로, 오류나 함정 없이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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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87가지 - 어쩌다보니 절반을 살아버린 나에게
오모이 도오루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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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는  선배라는 이유로 버젓이 후배를 폭행하는 모 대학 모 학과에 관한 보도가 나왔고, 어느 조간 신문에는 취업 면접이나 맞선을 볼 때 겪는 연령 차별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 "스물일곱이시네… 뭐 했어요? 이 나이 먹도록"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5/2011042500060.html?news_Head2) 선배, 후배 연령차별... 나이의 무게가 우리나라만큼 크게 느껴지는 나라가 또 있을까? (없어도, 있어도 불행한 일이다) 

나이에 집착(!)하는 것은 서점가도 마찬가지다. 10대, 20대, 30대, 스무살, 서른살, 서른다섯살, 마흔살... 몇 살이 되기 전까지 해야 하는 일에 관한 책이 참 많다. 오죽하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한국인은 이런 책들에 매여 '숙제하듯이' 산다는 말이 나올까.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읽기도 전에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서른다섯살이나 되서 이 책에 실린 87가지 일을 못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조급해져야 하는 걸까? 서른다섯살에도 자신의 기준이나 규칙 없이 남들 눈에 맞춰 사는 삶이라면 과연 멋진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서른다섯살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모모이 도오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NHK에 입사했다. 모두가 동경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조직 내의 권위적이고 안일한 분위기에 질리고 자기발전이 없는 동료들을 보며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에 학업을 병행하여 25세에 외국계 의약품 리서치사 IMS로 이직했다. 이 때부터 승승장구하여 35세에 자회사 사장이 되었으며, 45세에 외국계 인재파견 회사의 일본 법인 경영자가 되었다. 현재는 외국계 인재파견 회사의 회장을 맡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졸 학력으로 NHK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출세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서 만족하고 발전을 멈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여 법인의 경영자, 회장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NHK에 계속 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이 책은 그의 경험과 노하우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일이라고 해서 인생이나 연인, 가족, 취미 등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도 나올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회사생활, 인간관계, 리더십, 자기계발, 판매법 등 '경영자의 입장에서 쓴' 직장생활에 관한 내용의 비중이 많다. 아무래도 서른다섯살이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 무슨 특강에서 20대는 이것저것 경험하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때이고, 30대 중반에 가서 본격적으로 승부를 던져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서른다섯은 그만큼 직업인으로서 중요한 나이인가보다.

 

현재 직장인이 아니라서 직장생활이나 업무에 관한 얘기는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은 공감이 되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가족이나 연인, 직장, 돈도 아닌 '인간관계'라는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저자 역시 인간관계가 서른다섯살의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나보다. 제법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자는 특히 자기보다 주변을 먼저 신경쓰는 '베이컨 같은 사람'을 강조한다. 조화, 즉 '와[和]'를 강조하는 일본인 다운 생각이다. 개인을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고, 남과 다르게, 차별화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세라지만, 막상 조직에 들어가고 나면 나의 개성보다 집단,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인 것 같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내 개성만 중시하는 것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아우르는 능력을 갖춘다면 더 성공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어느 곳에서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베이컨 같은 사람이 있다. 사람을 사귈 때 상대가 누구라도 장점을 잘 끌어내는 사람이다. 자신은 메인 재료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자연스럽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진정 멋진 사람이다. 메인 재료의 맛을 끌어내면서 자신의 맛도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내는 베이컨 같은 사람 말이다. (pp. 141-2)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면,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말이라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흘려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당연한 일'을 당연히 실행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그 당연한 일을 정말로 하고 있는가?"라고 다시 한 번 물어보면 대개 고개를 젓는다. (중략) 일찍 일어난다, 매일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다, 일주일에 네 권 이상 책을 읽는다... 등 이처럼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때 비로소 당연하지 않은 삶이 펼쳐진다. (pp.27-8)

 

20대, 30대 등 '몇십대 시리즈'가 대개 그러하듯이, 저자가 강조하는 87가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어디선가 읽은 적도 있고, 선배나 직장 상사에게 귀가 따갑게 들었던 얘기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또 이 얘기야'하는 생각으로 대강 넘겨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이 그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고, 이런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서른다섯이면 인생의 절반을 산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평균수명이 여든을 넘어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아직 반환점도 못 돈 것이고, 누가 먼저 죽는지는 순서가 없다는 말처럼 서른다섯살이라고 해서 아직 젊고 팔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아무리 당연하게 여겨지더라도 일단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조차도 너무나 당연한 말같고, 아직도 이 책이 '숙제'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숙제할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결국 못하는 것보다는 숙제를 먼저 해치우고 노는 게 훨씬 마음 편하고 즐겁다는, 이런 '초딩'들도 다 아는 진리를 어른들이 모르면, 나이 더 먹어서 정말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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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소통의 법칙 67
김창옥 지음 / 나무생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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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가난한 살림에 걸핏하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본 영화 <미션>에 감명을 받아 공고 출신으로는 드물게, 그것도 해병대를 전역한 후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자기 힘으로 학비를 마련하여 경희대 성악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의 고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막상 음대에 진학해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을 타고난 성악가들만큼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와 경험을 살려 '소통 전문가' 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 책에는 소통을 위한 67개의 법칙이 소개되어 있다. 소통,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말들 하고, 나 역시 공감하지만, 이 책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법칙을 나열한 것뿐이라서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처음에는 'why는 있지만 how는 없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아리송했다. 하지만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나 콤플렉스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을 극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공적으로 밝히기에는 부끄러울 수도 있는 저자의 가족사까지도 털어놓은 부분에서는 감동마저 밀려왔다. 소통의 근본은 실제보다 아름답게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기 싫은 약점을 인정하고 거리를 좁히는 것이라는 점을 저자 스스로 이 책에서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부분의 사례가 이렇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찰에 기반한 것이라서 메시지가 마음에 생생하게 와닿았다.

 

 

여자 교도관과 대화를 나누던 중 사식으로 들어온 인스턴트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즐거워하는 재소자들을 보았다.
순간 누가 재소자이고 누가 교도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디가 교도소인가.
정기적으로 마음의 양식을 먹지 않고 마음의 운동도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소명감 없는 직장과
목적 없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이가 감옥에 있는 것이 아닐까? (p.56)

 

사연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사연으로 인해 뜨거운 뙤약볕에서 물을 구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당당하게 자신의 사연을 전하며 소명을 행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의 사연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움츠러들게 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놓아주자. 그리고 그것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해 보자.
사연이 눈물로 끝나는 사람이 있고, 사연이 소명으로 승화되는 사람도 있다. (p.100)

 

 

 

최근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자기계발'이란 모두 똑같이 성공하고 부와 명예를 얻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의 장점은 개발하고, 상처나 콤플렉스는 치유하고 극복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소통이란 무엇일까. 67개의 법칙을 하나씩 읽으면서 소통이란 단순히 남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과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과 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저자 역시 남들과 소통하는 '방법'보다는, 그에 앞서 먼저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남도 상처입히기 쉽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남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도, 자기계발도, 모두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답을 얻어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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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돼지 (청소년 진로설정 워크북)
박철균 지음 / 옥스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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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났었다. 막내 이모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사촌동생을 내 앞에 앉히시면서 자극 좀 받게 대학 얘기 좀 들려주라고 사정을 하셨다. 마침 사촌동생도 '언니네 학교 가고 싶다'며 졸라대는 통에 얘기를 시작하기는 했는데, '전공은 뭐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그런건 됐고, 미팅 얘기부터 들려달라'고 조르고, '어떤 과목을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수리은 포기했고 언어는 그럭저럭한다'는 붕 뜬 대답만 돌아와서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입시 경쟁을 뚫고나니 이번에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부딪혀 고전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구직자로서, 진로설정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놓고 미리미리 준비할수록 좋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내 앞으로 배달된 청소년 진로설정 워크북 <오! 돼지>를 받았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도 사촌동생이었다. 아이돌 그룹 영상 보고, 친구들과 문자 보내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는 대신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나도 중,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릴 때부터 장래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여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놓고 대학, 학과도 맞춰서 진학했지만, 중, 고등학교 시절, 심지어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진로도 정하지 못해 '꿈이 없다'며 방황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슬프게도 요즘 중, 고등학생들만 꿈이 없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에 미리 진로를 정해서 그에 맞춰 대학, 학과를 진학하면, 나중에 대학에서 전과나 편입, 반수나 재수를 할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취업할 때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행여 취업난에 부딪혀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확고한 꿈이 있기 때문에 덜 절망할 것이다.
 

저자 박철균은 현재 아주대학교에서 진로설정에 관한 강의와 상담, 취업 강의, 컨설팅을 하고 있는 진로설정 전문가로, 중, 고등학교 때 진로설정을 하면 요즘 새로운 대입 제도로 각광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뿐 아니라 대입, 그리고 취업에도 많이 도움이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오! 돼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내 사촌동생 중 하나도 고등학교 학생회장 경력을 살려 수시입학을 했는데, 내 사촌동생처럼 미리 적성과 재능을 살려 입시라는 관문도 뚫고 남들보다 먼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저자는 청소년 진로설정에 있어 Story - Style - Schedule - Show로 이어지는 4S 프로그램 네 단계를 강조한다. 이 네 단계에 맞추어 저자의 설명과 또래 친구들이 작성한 샘플을 참고하여 책에 제시되어 있는 미션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단기적으로는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입시 대비, 장기적으로는 인생의 경로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학 시절에 학교 경력개발센터나 커리어 특강 등을 통해 수강료를 내며 이런 프로그램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수고를 덜 수 있다니 참 좋은 것 같다.
  

진로설정, 커리어 관리라는 것을 비단 소위 '남들 보기에 좋은' 직업이나 직장을 가지기 위한 준비가 아닌, 자신의 적성에 맞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미리부터 탐색하여 전문성을 키운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바람직하고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진로설정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졌던 상담이나 심리검사, 교육 등이 대개 교사의 바람이나 명문대 진학, 취업 잘 되는 학과만을 강조하는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혜자인 학생의 적성과 장래희망을 고려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아픈 청춘들', 그리고 끔찍한 취업난을 나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내 힘으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바뀌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과거는 지나갔다. 지금 당신 앞에는 현재가 있다. 그리고 찬란한 미래가 올 것이다. 나보다 훨씬 젊고, 통통 튀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더 찬란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먼저 이끌어주는 것은 어떨까. 아직 꿈을 못 찾은 내 사촌동생에게도 꼭 이 책을 선물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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