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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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잘 있습니다》는 이병률 시인의 시집이에요.

이 책은 이병률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번째 시집이에요.

2017년 9월 출간된 시집 첫 장에는 '시인의 말'이 적혀 있어요.

"어쩌면 어떤 운명에 의해

아니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詩).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 바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은 이 나무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다행이다, 참말로 다행이다.' 했어요.

시인의 말처럼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그 시가 지금 여기 있으니 말이에요.

"있지 / 가만히 서랍에서 꺼내는 말 / 벗어 던진 옷 같은 말" (24p) 이라는 <있지>라는 시를 통해 이야기하듯이 우리에겐 마음 서랍 어딘가에 꾸깃꾸깃 넣어둔 말들을 끄집어내야 할 순간들이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45p) 라는 <사람이 온다>라는 시를 읽으면서 '아, 나에게 시가 왔구나!'라고 느꼈네요. "눈보라가 칩니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103p)라는 <이별의 원심력>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바람과 함께 묵혀 있던 먼지들을 날려보냈어요. 그리고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 우리는 그것을 살자." (104-105p)라는 <이 넉넉한 쓸쓸함>이란 시를 읽으면서 "살자!!!" 외치며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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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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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은 두 권으로 구성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이에요.

1권에서는 주인공 미카엘이 죽음 이후 초보 천사가 되어 지도 천사인 에드몽 웰스에게 천사의 <일>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자신이 맡게 된 자크, 이고르, 비너스라는 세 인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호천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해서 죽음 이후 천사가 된 미카엘 팽송을 통해 다시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는 과정 전체가 엄청난 탐험으로 느껴져요. 아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믿음이나 가치관, 철학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때로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방황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삶에 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3부작은 <죽음 - 삶 - 신> 이라는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어요. 놀라운 상상력으로 인간과 천사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안에는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담겨 있어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의 확장을 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 중간에 나오는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책이었는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현실에서 출간되었고, 몇 번의 개정증보판을 거쳐 《상상력 사전》이라는 벽돌책이 탄생했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자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소설에서는 "202. 백과사전 - 실재, <실재란 우리가 더 이상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아도 계속해서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라고 미국 작가 필립 K. 딕은 말한 바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인간의 지식과 믿음을 초월하는 객관적인 실재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이해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실재다. - 에드몽 웰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4권" (264p) 라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현재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면서 저 너머를 향해 탐험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그리하여 모험은 계속 될 거예요. 결국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모험이 아닐까요.

「쉿. 별들을 보렴. 네가 살아있다는 것이 고맙지 않니?」 (274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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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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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2024년 새롭게 단장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예요. 솔직히 책 표지와 모양, 디자인이 이전보다 훨씬 세련되게 바뀐 점이 마음에 들어요. 형식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건 맞지만 때로는 잘 갖춰진 형식이 내용을 더욱 빛내는 경우가 있어요. 한손에 쏘옥 들어오는 그립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관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주네요. 무엇보다도 2024년 현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타나토노트 3부작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없이 단번에 쭉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천사들의 제국》은 타나토노트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에요. 순서가 바뀌어도 읽는 데에 전혀 지장은 없지만 이야기 흐름상 《타나토노트》를 읽은 다음에 《천사들의 제국》을 읽고 마지막 대단원의 《신》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타나토노트'는 영계탐사단이라는 의미이고, 죽음을 나타내는 그리스어 타나토스와 항해자를 뜻하는 노트를 합성하여 만든 단어인데,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영계탐사, 즉 사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예요. 《천사들의 제국》에서는 첫 장면부터 미카엘 팽송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아 저승에 이르는데 그곳에서 아내 로즈와 아망딘을 발견하게 돼요. 수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간 곳은 심판대 앞이며 세 심판관이 있어요. 가브리엘, 미카엘, 라파엘 세 대천사가 심판을 하는데 주인공을 포함한 영계탐사단이 저승의 비밀을 함부로 누설한 점을 지적하면서 유죄 판결을 내렸어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지옥으로 가는 건가요?」 아망딘이 그렇게 묻자, 이렇게 답했어요. 「지옥? 미안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소. 천국 아니면 지상이 있을 뿐이오.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지상에 돌아가 환생하도록 되어 있소. 어찌보면, <지상이 바로 지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환생이란 고등학교 학생들이 치르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과 같은 거요. 낙방하면 재수를 하게 되어 있소. 당신들은 낙방이오. 따라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오.」 (30-31p)

사후세계가 존재하는데 지옥은 없고 천국뿐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상이 지옥이라는 설정은 매우 충격적이에요. 대천사들이 영계탐사단을 질타했듯이 반대로 따져 묻고 싶어요. 악마들이 제멋대로 활개치게 놔두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요. 암튼 미카엘 팽송은 심판 결과에 따라 환생할 뻔 했는데 에밀 졸라의 깜짝 등장으로 다시 재판을 받아 천사가 되어, 에드몽 웰스로부터 천사의 일을 배우게 돼요. 천사의 임무란 세 명의 인간을 돌보는 것인데 이를 완수하면 문을 통과해 다음 단계로 떠나게 돼요. 에드몽 웰즈가 첫 수업에서 알려주는 숫자의 비밀이 중요한 힌트라고 할 수 있어요. 1은 광물, 2는 식물, 3은 동물, 4는 인간, 5는 현자, 6은 천사 그리고 7은... 하나씩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초보 천사인 미카엘의 시점에서 인간들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이 신기해요. 그래서 《천사들의 제국》은 한마디로 인간탐사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프랑스인 자크 넴로드, 러시아인 이고르 체홉, 미국인 비너스 셰리던이라는 세 인간의 수호천사가 된 미카엘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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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동유럽 - 핵심 6개국, 2024~2025년 최신판 follow 팔로우 시리즈
이주은.박주미 지음 / 트래블라이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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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장의 사진에 반해 여행을 떠났다는 어느 여행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 역시 그런 특별한 장소가 있는데 아직 고백 못한 짝사랑처럼 마음에 품고 있어요.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예요.

여행 관련 책들은, 그 마음을 키우고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알면 알수록 자꾸 마음을 흔드는 곳들이 늘어난다는 거예요. 특히 동유럽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행지인 것 같아요.

《팔로우 동유럽 2024-2025》은 동유럽 6개국,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여행을 위한 최신 정보들이 나와 있어요. 2024년 3월까지 수집한 따끈따끈한 정보들이라서 올해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면 필수템으로 챙겨야 할 책이에요. 팔로우 시리즈의 특징은 색다른 즐거움을 제안해준다는 점이에요. "날 따라와!"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전문 여행 가이드를 만난 느낌이에요. 실제 여행가방에 넣어갈 수 있도록 가볍고 부들부들 유연한 재질인 데다가 세 권으로 분권할 수 있어서 편리해요. 1권은 동유럽 여행을 준비할 때 필요한 정보와 꼭 경험해봐야 할 여행법이 나와 있는 최강의 플랜북이고, 2권은 동유럽의 핵심 여행지인 오스트리아, 체코 실전 가이드북, 3권은 헝가리,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실전 가이드북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우선 MBTI 유형별 동유럽 추천 여행지가 나와 있는데 자신에게 맞는 테마여행을 계획하기에 좋을 것 같아요. 꼭 가봐야 할 동유럽 대표 도시들을 소개하면서 베스트 명소, 여행 키워드, 역사와 문화 등 알찬 정보들이 나와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여행 전에 알아두면 좋을 여행 꿀팁도 콕콕 찍어 알려주고, 초보 여행자를 위한 일자별, 테마별로 완벽한 추천 코스와 현지 정보들이 자세히 나와 있을 뿐 아니라, 책 속에 QR코드를 스캔하면 구글맵 앱 메뉴에 자동 저장되어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팔로우해야 하는 건 여행 전문가가 엄선한 최고의 명소, 현지인이 추천하는 로컬 맛집, 돈과 시간을 아끼는 최적의 스케불, 여행 중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 대처법이에요. 꼼꼼하게 준비할수록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어요. 팔로우 시리즈가 제안하는 동유럽 여행 버킷리스트 중에서 낭만적인 도시에서 보석처럼 멋진 전망 즐기기, 유럽 3대 야경 명소에서 로맨틱한 시간 보내기,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의 소도시 산책하기, 클래식 카페에서 비엔나 커피 제대로 맛보기, 지상 최고의 파라다이스에서 완벽한 휴양 즐기기는 꼭 해보고 싶어요. 아름다운 건축물, 그 중에서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는 정말 거닐어 보고 싶어요. 사진만 봐도 멋진 뷰 맛집인데 직접 가보면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라고 하니 동유럽 도시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네요. 동유럽 여행을 위한 모든 것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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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여행자의 모래시계 - JM 북스
호죠 기에 지음, 김지윤 옮김 / 제우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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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젠 가의 저주를 한 번 풀어 보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아내의 병은 ······."

"저주를 풀 사람은 제가 아니라 가모 씨 자신입니다.

당신에게 그럴 각오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저는 마이스터 호라라고 합니다."

"그건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잖아. 시간 여행자였나?"

"네, 그게 접니다."

(30p)


《시공여행자의 모래시계》는 호죠 기에 작가의 본격 추리 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굉장히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진 큐빅 같아요. 처음엔 '저주'라는 미스터리 요소로 시작해 '시공간여행'이라는 SF적인 장치(기적의 모래시계)를 통해 2018년 시점에 살고 있는 주인공 '가모'는 1960년 8월 22일 류젠 가문의 별장으로 순간이동을 하게 돼요. 앞서 '저주'의 근원은 '가모'의 아내인 류젠 레나의 집안 이야기인데, 한 사건을 계기로 저주를 받은 듯 가문 사람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고, 레나 역시 두려움에 떨며 살다가 가모를 만나 결혼한 뒤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갑자기 희귀질환에 걸려 의사로부터 3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길 들으니 류젠 가의 저주를 떠올리게 된 거예요. 저주는 무슨, 말도 안 된다고 여기는 가모에게 '마이스터 호라'가 나타나 아내 레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거예요.

과거로 돌아가 류젠 가의 저주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가모는 류젠 다이가의 증손녀인 아야카(13세)의 도움을 받아 살인범을 쫓게 되는데, 추리 소설의 고전적인 트릭이자 강력한 치트키라고 할 수 있는 밀실 살인, 즉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으로 정신을 쏘옥 빼놓네요.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마이스터 호라'의 존재예요. 사실 소설의 첫 장은 '마이스터 호라가 여는 서문'으로 시작되거든요. "지금부터 여러분께 들려 드릴 이야기는 '저주'와 '기적'에 관한 것입니다. (···) 저는 주인공의 여행을 이끄는 안내자이자 방관자이며 액운을 가져오는 역신이자 축복의 신입니다.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전부 사실입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선언하건대 제가 작중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독자 여러분을 속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하는 말이 터무니없이 들린다고 도전을 망설이진 마십시오. 어쩌면 이런 의문을 품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 작중에서 '마이스터 호라'라고 자칭하는 자는 가짜이고 거기에 서술 트릭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마이스터 호라는 제가 틀림없으니까요." (11-12p) 분명하게 마이스터 호라가 밝혔는데도 막상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추리게임에 빠져들어 본질을 살짝 잊게 되는 면이 있어요. 그만큼 흥미롭고 놀라운 수수께끼로 가득찬 미스터리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마이스터 호라에 이어 D 카시오페이아의 등장까지 미하엘 엔데 작가님의 <모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한 듯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쩐지 기적의 모래시계는 다음 이야기로 우리를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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