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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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코카콜라를 마시고, 페트병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가

분리수거일에 내다 버리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트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이 벗어던진 것들은 쓰레기차가 싣고 떠나는 순간부터 폐기물 처리 산업의 자산이 된다." (17p)


순순히 고백하자면 맞아요, 정말 분리수거하고 난 뒤에 그것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관심을 두지 못했어요. 한참 전부터 일회용품 줄이기, 포장 없는 물건 사기,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 구입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지금까지 쓰레기 배출량 제로는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러기엔 여전히 페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용품을 사용하고 있고, 버려왔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심각한 현실을 재확인하게 됐어요. 몇십 년 동안 재활용될 거라고 생각했던 쓰레기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않았고 현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가 버리는 쓰레기는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미치는 환경적인 영향력은 엄청나게 치명적이네요.

《웨이스트 랜드》는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내가 버린 페트병은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해 글로벌화된 폐기물 초라 산업의 실체를 직접 파헤쳤어요. 이 책은 단순히 쓰레기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갖다 버리는 대상에 대한 의미와 우리의 낭비로 인해 잃고 마는 기회들에 관한 내용이에요. 저자는 처음 폐기물 처리 산업을 취재하면서 느낀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죄책감이라고 이야기하네요.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일단 쓰레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니 어딜 봐도 쓰레기가 보이면서 쓰레기가 가져온 진정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요. 세계 최대급 쓰레기 매립장인 인도 가지푸르, 가나 아크라, 미국 트라이 스테이트, 영국 셀라필드에서 폐기물 처리의 끝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저자는 폐기물을 뭔가 은밀하게 감춰야 하는 존재로 그만 취급하고, 눈에서 멀어져서 마음에서도 멀어졌다는 것이 진실이라면 쓰레기를 온전히 우리 눈앞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더 근본적으로는 투명하고 정직한 폐기물 체계가 필요한데, 기업들이 자신이 파는 물건의 실제 폐기물 발자국을 처분하고 추출하는 부분을 밝히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린워싱을 불법화해서 고소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대기에서 끝나든 땅에서 끝나든 우리가 모든 폐기물을 꾸준히 만들어 내고 있고, 그 폐기물은 쓰레기가 될 수도, 음식이나 옷이 될 수도, 아니면 이 물건들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쓰레기 위기를 비극이 아닌 하나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냥 쓰고 버리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가능한 일들을 실천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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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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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 에세이예요.

윤여준 작가님이 쓰고 그림도 그려낸 그림책이에요. '다 그림책'은 도서출판 키다리의 새로운 브랜드인데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즐기는 다양한 그림책을 만들어간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요즘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터라 무척 반가웠어요. 글보다는 그림, 때로는 그림 한 장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경우가 있어요.

이 책에서는 아빠의 일상을 바라보는 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퇴직한 아빠의 하루는 간만에 여유를 되찾은 것 같아서, 편안하고 괜찮아 보였어요. 일 년의 시간은 특별할 것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어요. 그러다가 덜컥, 뭔가 걸려 넘어지듯 전혀 괜찮지 않은 아빠를 발견하게 됐어요. 비오는 날, 딸이 아빠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그냥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설명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이고 무슨 감정인지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어요. 그동안 아빠는 늘 자식들에게 "아빠는 괜찮아."라고 말해왔고 실제로도 든든하고 믿음직한 아빠였을 거예요. 하지만 일을 그만 두게 된 아빠는 겉으론 괜찮은 척해도 전혀 괜찮지 않았던 거예요.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없어요.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우산이 없으면 흠뻑 젖듯이, 아빠의 퇴직은 예기치 못한 소나기였던 것 같아요. 그걸 모르는 딸은, "아빠, 왜 자꾸 비를 맞고 다녀요."라고 말했고, 아빠는 "괜찮아, 많이 오지도 않는데 뭘!"하고 답했던 거예요.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우산이 없는 사람은 그 비를 맞을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딸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아빠에게 다가가, "여기, 우산.", "괜찮다니까!", "같이 써요. 이젠 제 우산도 제법 커요."라고 말할 때는 뭉클해졌어요. 어느새 훌쩍 자란 딸이 커다란 우산으로 비를 막아주고 있으니, 이젠 아빠도 진짜 괜찮아질 거예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제목 그대로,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아빠의 안부뿐 아니라 가족 간에 서로 안부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종종 소홀해질 때가 있어요. 가족끼리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거나 아끼지 말고 열심히 표현해줘야 해요. 밖에서 아무리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우리 집과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다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고요. 가족을 생각하게 되는, 좋은 그림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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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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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는 네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아홉 가지 인생 이야기예요.

이 책에는 아홉 가지 주제에 관한 작가들만의 내밀한 진심이 담겨 있어요. 처음은 '나이'라는 단어의 주제로 시작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 척', '첫 경험', '고백', '좋아하는 것', '인생 명언'에 대해 자신들의 경험담과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홍성미 작가는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데 필요한 건 돈이나 상황이 아닌 의지였다면서 당당하게 본인의 인생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류수진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소중하다면서 앞으로의 삶도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멋지게 살겠다고, 이경아 작가는 지나온 시간이 소중하며 나이들수록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김혜원 작가는 '내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라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네 명의 작가들은 아홉 가지 단어를 통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위로받았고, 글을 쓰면서 각자가 살아온 삶의 기억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네요. 각 주제마다 마지막 부분에는 "[나이, 무식, 터닝포인트, 인연, 센 척, 첫 경험, 고백, 좋아는 것]에 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며 그 아래 빈 여백이 있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적을 수 있어요. 인생의 한 페이지, 우리는 매일 매순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처럼 글을 쓰고 한 권의 책을 내지 않더라도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자신을 위해 글을 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혹은 평범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들이 우리 주변의 친구, 지인, 이웃 같다고 느꼈어요. 소소한 일상이지만 열심과 노력으로 채워가는 모습이 멋지고 아름다워 보였어요. 어쩌면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게 된 것도 저자들이 용기를 내어 도전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망설이고 주저하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가 잠시 멈추어 뒤돌아보는 것은 후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 살아왔구나'라며 힘을 모으기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부족하고 모자란 면이 있더라도 괜찮다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응원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누가 뭐래도 '나'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한 번쯤 칭찬해주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당당하고 자신있게 나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워킹맘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였네요. 그동안 잘 살아왔고, 여전히 앞으로도 잘 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강력한 응원의 메시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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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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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잘 있습니다》는 이병률 시인의 시집이에요.

이 책은 이병률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번째 시집이에요.

2017년 9월 출간된 시집 첫 장에는 '시인의 말'이 적혀 있어요.

"어쩌면 어떤 운명에 의해

아니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詩).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 바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은 이 나무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다행이다, 참말로 다행이다.' 했어요.

시인의 말처럼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그 시가 지금 여기 있으니 말이에요.

"있지 / 가만히 서랍에서 꺼내는 말 / 벗어 던진 옷 같은 말" (24p) 이라는 <있지>라는 시를 통해 이야기하듯이 우리에겐 마음 서랍 어딘가에 꾸깃꾸깃 넣어둔 말들을 끄집어내야 할 순간들이 있어요. "우리는 저마다 /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45p) 라는 <사람이 온다>라는 시를 읽으면서 '아, 나에게 시가 왔구나!'라고 느꼈네요. "눈보라가 칩니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103p)라는 <이별의 원심력>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바람과 함께 묵혀 있던 먼지들을 날려보냈어요. 그리고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 우리는 그것을 살자." (104-105p)라는 <이 넉넉한 쓸쓸함>이란 시를 읽으면서 "살자!!!" 외치며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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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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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은 두 권으로 구성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이에요.

1권에서는 주인공 미카엘이 죽음 이후 초보 천사가 되어 지도 천사인 에드몽 웰스에게 천사의 <일>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자신이 맡게 된 자크, 이고르, 비너스라는 세 인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수호천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만약 사후세계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으로 시작해서 죽음 이후 천사가 된 미카엘 팽송을 통해 다시 인간 세계를 들여다보는 과정 전체가 엄청난 탐험으로 느껴져요. 아마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믿음이나 가치관, 철학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때로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라 방황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삶에 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3부작은 <죽음 - 삶 - 신> 이라는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어요. 놀라운 상상력으로 인간과 천사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 안에는 우리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담겨 있어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섣부른 판단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의 확장을 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요. 소설 중간에 나오는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소설 속에만 등장하는 책이었는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현실에서 출간되었고, 몇 번의 개정증보판을 거쳐 《상상력 사전》이라는 벽돌책이 탄생했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자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소설에서는 "202. 백과사전 - 실재, <실재란 우리가 더 이상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아도 계속해서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라고 미국 작가 필립 K. 딕은 말한 바 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인간의 지식과 믿음을 초월하는 객관적인 실재가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이해하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실재다. - 에드몽 웰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4권" (264p) 라는 부분이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현재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면서 저 너머를 향해 탐험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그리하여 모험은 계속 될 거예요. 결국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모험이 아닐까요.

「쉿. 별들을 보렴. 네가 살아있다는 것이 고맙지 않니?」 (274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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