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 - 5년 뒤 나를 바꾸는 퓨처 셀프의 비밀
할 허시필드 지음, 정윤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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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시공을 넘나들며 미래의 결과가 뒤바뀌는 설정이 주는 짜릿함과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바꾸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놓치고 있던 진실을 깨달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미래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지금의 내가 바뀔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만 떠나는 시간 여행이라고 해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며,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자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네요. 바로 그 내용이 담긴 책이 나왔어요.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는 '미래 자아 future self' 연구의 권위자인 할 허시필드 교수의 책이에요.

이 책은 '5년 뒤 나를 바꾸는 퓨처 셀프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저자는 20여 년 전, 18세기 철학자 조지프 버틀러가 "만약 오늘의 자아가 내일의 자아와 동일하지 않다면, 오늘 당신은 내일 자신에게 닥칠 일을 타인에게 닥칠 일처럼 무관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쓴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 자아 연구를 시작했다고 해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나는 여전히 나'라고 생각하지만 10년 전에는 지금과 다른 내가 존재했고,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또 다른 나로 살게 된다는 점에서 내 안에는 많은 자아가 공존하고 있어요.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미래의 나를 타인으로 느낄수록 현재 자아의 기분이나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해요. 5년 뒤에 건강하고 날씬한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 지금보다 다섯 살 많은 미래의 나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해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연결하고, 이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비결인 거예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하기 나름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미래의 자아를 어떤 모습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미래는 바뀔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미래로 떠나는 여행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이해하고, 현재와 미래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방법을 실천하는 거예요. 시간 여행에서 저지르는 첫 번째 실수는 현재에 너무 치중해서 미래를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고, 두 번째 실수는 미루는 행동인데 이것은 허술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요. 미루는 행동은 현재의 자아가 회피하려는 일을 미래의 자아가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욕구와 관련이 있는데 미래의 자아가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미래의 자아가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며 자신을 기만하는 거예요. 미래의 자아가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란다면 지금의 내가 미래의 자신이 되어야만 해요. 다만 현재의 희생이 미래의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순간의 편안함을 포기하는 것이라 현재의 희생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해요. 스트레스가 넘치는 현재와 먼 미래를 계획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래의 자아와 유대감을 강화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저자의 말처럼 현재가 불확실하다고 해도 미래를 포기해선 안 되고, 미래 자아를 생각하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해요. 결국 운명의 열쇠는 퓨처 셀프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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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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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의 축, 'AI 사피엔스'가 온다!

Open AI 의 GPT-4o, 구글 Gemini 등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화되고 있어 놀라움을 주고 있어요. 특히 GPT-4o 는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한데, 이는 기계에 인간과 같은 특성을 부여하는 의인화 기술이라 사람과의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 충격을 주고 있어요. 의인화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자의식을 갖고 인류를 조종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인데, SF 영화 <터미네이터>(1984)의 AI 시스템 '스카이넷'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디지털 문명전환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머나먼 미래가 아닌 이미 온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야기할 시점이에요.

《AI 사피엔스》는 모든 세대를 위한 미래 준비 지침서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기계공학부 교수이자 비즈니스모델 디자이너로서 전작인 《포노 사피엔스》,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를 통해서 AI 로 인한 변화를 예측했다고 해요. 2019년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명명했는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넷플릭스, 유튜브 등등 스마트폰으로 일상에서 거의 매일 사용하는 플랫폼들이 디지털 신대륙의 일부이며, 그 디지털 신대륙에는 데이터가 가득하고 그걸 활용하는 다양한 신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면서 진화한 것이 바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드는 AI 신대륙, 즉 AI 사피엔스들의 새로운 생활공간이라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우리가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지, 어떻게 이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어요. 저자는 디지털 문명 대전환의 역사에서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은 주권국가로 가느냐, 식민지로 전락하느냐의 갈림길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디지털 신대륙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빠르게 그 변화를 대응할 수 있는 AI 사피엔스가 미래의 주인공인 거예요. 저자는 '앞으로 100년을 좌우할 지금의 1년' 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지금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미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어요. AI 중심 산업구조 재편에 대응하려면 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해요. 그래서 일본의 네이버 라인 사태는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의 플랫폼을 강탈하여 데이터 주권을 빼앗으려는 야욕이며 심각한 범죄라고 봐야 해요.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인데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AI 사피엔스, 인류 문명의 새로운 표준이 될 사피엔스로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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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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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은 타인의사유에서 출간된 '소설처럼 읽는 역사 시리즈' 중 이집트편이에요.

이 책에서는 고대 이집트가 번영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경이로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일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그래서 '소설처럼 읽는 고대 이집트 생활사'라고 하는 거예요. 일종의 역사 소설이라서 누구나 이 책을 읽는 동안 고대 이집트에서 일년 살기를 경험할 수 있어요. 저자 도널드 P. 라이언은 고고학자로서 '왕가의 계곡' 발굴을 지휘했던 고대 이집트 연구 전문가답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고대 이집트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나일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대부분 나일강의 수위는 몇 개월에 걸쳐 높아졌다 낮아지기를 반복했고, 그러는 사이 검고 비옥한 부식토나 부엽토가 밀려 내려와 밭의 지력을 충분히 높여주었다. 밀이나 보리, 아마와 같은 이집트의 주요 농작물을 재배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런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과 그로 인한 풍요로운 결실 때문인지 바키를 비롯한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 주변의 땅을 '케메트', 즉 '검은 땅'이라고 불렀다. 수많은 사람이 넉넉하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걸고 기름진 땅이라는 뜻이었다." (24p)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날짜 계산을 해서, 1개월이 30일, 1년이 12개월로 이루어진 달력을 사용했대요. 7월 중순에서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의 범람 시기, 11월 중순에서 3월 중순까지인 파종과 재배의 시기, 3월 중순에서 이듬해 7월 중순으로 연결되는 수확의 시기까지 세 시기로 나누는데, 이 책에서는 나일강이 흘러넘치는 첫 번째 달 / 두 번째 달 / 세 번째 달 / 네 번째 달, 뿌리고 가꾸어가는 첫 번째 달 / 두 번째 달 / 세 번째 달 / 네 번째 달, 풍성함이 가득한 첫 번째 달 / 두 번째 달 / 세 번째 달 / 네 번째 달로 표시하여 농부 바키, 어부 네페르, 옹기장이 로이 등 가상 인물의 일상뿐만이 아니라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 투트모세 4세, 총리대신 아메네모네트 등 실존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예전에 투탕카멘 파라오의 비밀 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미라를 만드는 과정과 파라오 묘지에 대한 내용을 소설처럼 풀어내서 흥미롭고 신기했어요. 고대 이집트에서도 가장 잘 보족되고 아름답게 장식된 묘지 중 일부는 인부들이 세웠던 마을 안에서 발견되었고, 신왕국 시대 말기 왕가의 계곡에 마지막 파라오의 묘지가 세워진 뒤 사람들은 떠나고 마을은 그대로 버려졌대요. 소설 형식이라서 그런지 어릴 때 읽었던 '나일강의 소녀'의 내용인 과거로 회귀하는 시간 여행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 이야기 덕분에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역시 이야기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파라오, 왕자, 귀족들, 평민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역사 공부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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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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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족의 지능 덕분에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지능은 지금껏 존재했던 것 중에서 가장 어리석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겸손해질 것을 촉구하는 책이 나왔어요. 이 책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과 착각을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로 낱낱이 깨뜨리고 있어요. 인간의 지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온갖 만행들을 고발하고 있어요.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은 동물행동학자 저스틴 그레그의 책이에요.

저자는 돌고래류의 사회 인지를 중신으로 한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 언어의 진화와 그 배경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과학적 연구를 통한 돌고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단체 돌고래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에 합류해 지속적으로 활동 중이라고 하네요. 또한 '돌고래 팟'이라는 돌고래 과학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라고 해요.

왜 니체를 소환했을까요. 그 이유는 실존주의 철학자인 니체가 인간은 고통의 의미를 찾는 존재인 반면에 동물들은 멍청해서 자신의 존재를 사고하지 못하고 불안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부러워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니체가 그토록 불쌍히 여기고 부러워했던 동물이 된다면, 즉 일각돌고래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본 거예요. 일각돌고래 narwhal 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해양 포유류 중 하나인데, 일각돌고래가 된 니체는 실존적인 위기를 경험하는 부조리적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과 다른 모든 동물들의 방식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그걸 우리는 지능이라고 여긴 거예요. 이 책에서는 지능을 둘러싼 문제와 그것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를 다루고 있어요. 여기에서는 그동안 그토록 똑똑한 척 굴었던 인간의 지적 우월함이 환상이고 착각이라는 걸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어요. 인간의 치명적인 단점은 진화적으로 거짓말쟁이로 설계되었고, 기묘하게도 잘 속이고 또 잘 속는, 거짓말에 취약한 거짓말쟁이라는 거예요. 자연선택은 이미 동물에게서 헛소리를 최소화하는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어 냈는데 우리 종족만 예외라서 자기 파괴적인 문제들을 일으켜 왔어요. 우리 종의 역사를 보면 타인의 범주에 속하는 수십억 명의 동료 인류에게 고통과 괴로움, 죽음을 초래하는 폭력 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해 왔어요. 반면에 동물들은 우리보다 덜 세련된 규범 체계를 가졌지만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지능적'이라고 부르는 그 능력이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요. 저자는 동물들도 우리가 탐구할 만한 감각질로 가득 찬 마음과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진화가 관심을 갖는 건 행복하고 건강한 동물이 최고의 새끼를 낳는 것이고, 진화가 사랑에 가치를 두는 건 우리가 사랑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과학자의 결론이 사랑이라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간의 그 잘난 지능이 해왔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역시 사랑이 해답인 것 같아요. 공존을 위한 협력도 사랑에 포함시킨다면 말이죠. 니체는 "사랑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항상 선과 악을 넘어서 일어난다." (324p)고 말했어요. 저스트 그레그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생존이라는 문제에 대한 우아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우리에게 자신이 발견한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마음들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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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김여름 외 지음, 김다솔 해설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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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옥구슬 민나》는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세 번째 책이에요.

이번 책에는 모두 여섯 명의 작가님이 들려주는 여섯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단편 소설집을 읽다 보면 불쑥 투명인간이 되어 세상 곳곳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근데 김유경 작가님의 <공중산책>을 읽으면서 '투명한 걸음'으로 산책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는 그의 속눈썹에 매달린 빗방울을 본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존재의 증명." (28p)이라는 문장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빗방울과 주인공 '나',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상황을 표현한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왠지 귀신이 있을 것 같지만 한 번도 귀신을 본 적 없어서, 귀신 이야기를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이 소설 속 귀신의 설정이 나름 괜찮아 보였어요. 살아있는 사람들 틈에서 유유히 오가는 귀신들, 삶과 죽음의 공존이 나른하고도 평화로워 보여서 안심이 됐어요. 문득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귀신들은 뭘까, 어쩌다가 그런 귀신이 존재하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줬으니 그럼 된 거라고 마무리했네요. 라유경 작가님의 <블러링>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녹는 현상이 한국에만 발생하여 주인공과 가장 친했던 언니가 눈앞에서 녹아버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주인공은 마침 비어있던 텀블러에 언니를 담아서 보관하고 있어요. 액체로 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혼자 산다는 점, 친족과는 사별하거나 연락이 끊긴 무연고라는 점 때문에 녹는 현상이 외로움의 농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소설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주지 않아요. 하지만 사진을 블러링하는 작업을 하는 주인공과 액체로 변한 언니의 상황이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매년 고독사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면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고독부 장관을 두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서고운 작가님의 <정글의 이름은 토베이>에서 정글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 것 같아요. 풍요로운 낙원과 치열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지옥, 주인공 순지에게는 어떤 정글이 펼쳐질까요. 삶은 늘 낙원과 지옥을 오가는 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성혜령 작가님의 <대체 근무>를 읽으면서 주인공 단강처럼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고, 어쩔 수 없이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한다고." (109p)라고 생각했어요. 예소연 작가님의 <통신광장>은 장윤현 감독의 영화 <접속>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접근,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현호정 작가님의 <옥구슬 민니>는 자이나불교 선사 지나세나의 저서 『마하푸라나』 에서 "우주를 만드는 것이 그에게 무슨 득이 되는가?"라는 문장이 화두가 되어 민나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작가 노트에서 "거꾸로 흐르는 원천강본풀이. 슬프니까 배웅은 하지 않았지만 잘 가라는 인사는 하면서 보냈다." (165p)라고 언급했는데 신의 존재 의미와 우주의 순리를 역행한 작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어요. 작은 옥구슬 민니를 통해, "우리는 날개나 바람 없이도 순식간에 민나에게 가게 될 것이다." (161p)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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