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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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조선일보 오피니언란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성관련 사건 사고를 고려한 듯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이 일본은 연간 70시간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5.3시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일찍부터 학교에서 성교육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일리노이주의 경우 연간 80시간 이상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연령이 맞도록 설계된 교육프로그램을 통하여 안전한 성생활과 피임,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내용을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학교 성교육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고생이 남자대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임신과 출산을 하는 과정이 과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았는지 의심이 가는 주제를 다룬 소설 <히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히든>은 미국 아이오아의 초등학교 교사출신인 작가 헤더 구덴커프의 두 번째 소설입니다. 2009년 데뷔작 <침묵의 무게>에서도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를 다루어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히든>에서도 고교 여학생의 임신과 출산을 둘러싸고, 두 자매만이 공유하고 있던 비밀이 소설 후반에 가서 대반전을 통하여 새로운 비극을 맞는 과정에서 부모를 포함하여 어른들이 어린 소녀들을 제대로 감싸고 보호하였는지 미분화하여 따져 볼 일 같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을 하면, 열여섯 살 고3 학생인 앨리슨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루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운 순간 나타나 위로해준 대학생 크리스토퍼에 빠져들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에 빠져듭니다. 졸업을 하기도 전에 여자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를 강에 버려 죽게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10년형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5년 만에 가석방되어 출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주인공 앨리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여동생 브린, 크리스토퍼의 여동생 차메인, 그리고 앨리슨이 낳은 쌍둥이의 동생을 입양하게 되는 클레어가 화자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소설의 전체 스토리를 요약하는 것은 앞으로 읽을 생각이 있는 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만 <히든>을 통하여 미국 사법제도에서 범죄자의 사회복귀프로그램이 상당이 인상적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짚었지만, 미국 학교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과연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미국 학교의 성교육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이다라는 주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 소설의 줄거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의 무대가 실존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구굴지도에서 검색해보니 주요 무대가 되는 ‘린든폴스’나 ‘크레이븐빌 교도소’, 사건의 핵심이 되는 ‘드루이드강’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가공의 장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미네소타주의 트윈시티에서 2년 정도 살면서 몇 차례 가본 아이오아는 그저 옥수수밭 만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케빈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꿈의 구장>의 무대도 아이오아였지요? 그리고 앨리슨이 방문했다는 미네소타 동물원은 미네소타 주의 남쪽에 있기 때문에 아마도 무대는 드루이드강이 아이오아와 일리노이 주의 경계를 흐르는 미시시피강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아이오아주의 동북쪽 지역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막판의 대반전에서 밝혀진 사건의 진실을 바탕으로 소설의 전체의 맥락을 되짚어 보면, 특히 전반부에서 앨리슨과 브린의 증언(?)은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날씬했던 여고생이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출산이 임박할 때까지 주변, 특히 부모가 인식하지 못했다는 설정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자녀의 성공에 목을 매는 부모라고 하더라도 살인사건과 관련된 어린 딸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리고 가석방되어 사회로 복귀하였을 때, 부모의 인연을 단칼에 자르듯 할 수 있겠는가 작가에게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소설로 읽고 나름대로 얻을 것을 얻으면 되는 일이겠습니다만, 자녀는 사랑으로 보듬어야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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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rowing 바로잉 -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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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 me too>전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후발주자가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하여 1등 제품을 모방해서 소비자를 유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미투전략으로는 2인자는 될 수 있지만 결코 선두는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2인자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베끼기만으로는 오히려 역작용을 내기 쉽기 때문에 1등 제품과 차별화되는 장점을 갖추어야 2인자의 위치라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원조의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끈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피를 말리면서 경쟁하고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쑥~~ 솟아오르는 것일까요? 남들과는 다른 별종 천재만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바로잉>을 쓴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는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라는 부제에서 보는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부터 힌트를 얻어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창조보다는 완벽한 모방이 낫다!“라는 역설이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작동할지 보장이 없는 어설픈 창조물을 가동하려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완벽한 모방을 통해서 바탕을 쌓고 이를 변형하여 보다 실용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더 낫다는 설명입니다.

실패한 자만이 더 달콤한 성공을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머레이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성공한 사업의 과실을 거두기 직전에 상황이 급변하면서 오히려 바닥까지 추락하게 되고, 다시 재기에 나선 경험을 토대로 하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여 성공으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이 바로 <바로잉>입니다. 그동안 읽어온 상투적인 성공전략과는 분명 차별점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저자가 실패담을 토대로 하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적용하여 몸으로 체험한 내용으로 재기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실증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복사와 모방은 바로 창조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37쪽) 그 이유를 시나리오작가 윌슨 마이즈너 한 말 “만일 어떤 한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표절이 된다. 하지만 많은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그것은 연구조사 행위가 된다.(109쪽)”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막 실험실에서 연구를 시작한 젊은 과학자에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실험을 맡기는 보스는 없습니다. 연구목표를 정하고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조사한 다음 새로운 시각에서 그 연구성과를 증명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과제를 부여하게 됩니다. 이런 실험훈련을 거쳐서 스스로 연구과제를 정하고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결론을 맺는 연습을 부단하게 하다보면 어느새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저와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은 실험도 해보지 않은 운운 하면서 제가 의사라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의학의 특성을 잘 몰랐기 때문인 것입니다. 서양의학이 현대의학의 주류로 커오게 된 바탕에는 물리, 화학,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의 실험뿐 아니라 통계 등의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결합되어 가능했던 것입니다. 의학은 자연과학의 종합판이라는 것입니다. 그 정점에는 환자가 있는 것이구요. 의학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각설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을 머레이는 핵심을 잘 요약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는 접근방식부터 차별점이 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인용하는 자료들 역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진화론의 찰스 다윈, 소니 워크맨을 만들어낸 소니사의 이부카 마사루 등을 인용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제목의 들어가는 글에서 머레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을 6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1단계-정의하라, “해결하려는 문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라”, 2단계-빌려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아이디어를 빌려라”, 3단계-결합하라, “다른 사람에게서 빌린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결합하라”, 4단계-숙성시켜라, “결합한 내용이 해결책이 되어 나타날 때까지 숙성시켜라”, 5단계-판단하라, “그 해결책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6단계-끌어올려라, “강점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은 없애라. 그는 앞의 1~3단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기원’으로 묶고, 뒤의 4~6단계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진화’라는 개념으로 묶었습니다.(43~46쪽) 정말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저자는 자신이 정의한 6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장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과거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고, 각장을 마무리하면서 “길고 낯선 여행”이라는 표제로 자신이 실패를 딛고 일어서온 과정을 짧게 소개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머레이가 데이비드 마이어스와 알래스카의 매킨리산에 올랐을 때의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저도 소개해보려 합니다. “데닐리 산 정상에 오르려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폭 60센티미터의 험준한 산등성이를 타고 걷는 길이다. 이 길 양옆으로는 3.9킬로미터의 절벽이 있다.(73쪽)”는 부분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콜로라도 쪽에서 유타주로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국립공원을 연계해서 여행을 하면서 캐피털 리프(Capital Reef) 국립공원에서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국립공원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산비탈을 타고 초봄의 따듯한 햇빛을 즐기면서 운전을 하다 보니 차는 어느새 산등성이에 오르게 되었는데, 정신이 들고 보니 길어깨도 좁고 추락을 막을 방호벽도 없는 달랑 2차선 도로가 눈앞에 등장한 것입니다. 길 양쪽은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라서 눈길을 주는 것조차 겁이 날 정도라서 악셀레이터를 밟을 엄두가 차마 나지 않아 운전석에 30여분을 꼼짝도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차를 뒤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그야말로 진퇴양란이었기 때문에 결국은 바람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시속 10km로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얼마동안이나 그렇게 몰았는지 기억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만, 주변경치가 바뀌고 나서야 속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남기지 못했으니 거짓이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1992년의 일입니다.

얼마 전에 쓴 리뷰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머레이 역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적고 있습니다.(333쪽) 현대적인 인쇄술의 원형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만, 금속활자는 분명 직지심결요체를 찍은 고려시대 이미 적용했다는 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기업계뿐만 아니라 창의성이 필요한 모든 분야, 삶의 전 영역으로 확산된다. 이런 점 덕분에 이 책은 그렇고 그런 얄팍한 상술의 짜깁기가 아닌, 그야말로 역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404쪽)”고 적은 역자의 생각에 동감합니다. 조직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의지가 있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개념이 잘 정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의 제목에 대하여 가끔은 언급을 하곤 합니다만, <바로잉>이란 제목으로 <Borrowing Brilliance(훌륭함을 빌리다)>라는 원제의 의미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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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놓치고 있는 7가지 외모의 비밀 - 하버드대 박사가 전하는 아름다움의 과학
마리 파신스키.조디 굴드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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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릴 스트립, 골디 혼, 브루스 윌리스 등이 주연한 로버트 저메키스감독의 <죽어야 사는 여자(1992년 작품)>가 있습니다. 인기가 사라져가는 뮤지컬 스타 매들린(메릴 스트립)의 친구 헬렌(골디 혼)은 약혼자 멘빌 박사(브루스 윌리스)와 함께 매들린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멘빌박사가 매들린의 연기를 보고 반하면서 멜빌박사는 결국 매들린과 결혼하게 됩니다.  

 

복수를 꿈꾸는 헬렌과 그녀가 젊어진 것에 충격을 받은 매들린은 각각 미용실에서 소개한 75살의 나이에도 젊고 아름다운 신비의 여인(이사벨라 로셀리니)에게 큰 돈을 주고 젊음의 묘약을 마시고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얻게 된다는 조금은 황당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20년 전에 나온 동안의 묘약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요즘에는 동안을 만들기 위하여 얼굴에 생긴 주름을 없애기 위하여 일종의 신경독소인 보톡스를 주름부위에 주사하는 시술이 개발되었습니다. 보톡스를 맞게 되면 주름이 펴지기 때문에 시술받는 분들은 시술결과에 만족한다고 합니다만, 파신스키와 굴드는 <외모의 비밀>에서 보톡스 시술의 비밀을 밝히고 있습니다.

“보톡스는 일종의 신경독소로서 우리의 얼굴 근육과 연결되어 있는 신경말단에서 신경자극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근육에 신경자극이 전달되는 것을 막으면 마비가 일어나는데 문제는 이런 미용치료법잏 행복이나 놀라움 등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을 제한한다는데 있다. 이에 폴 에크먼 박사 역시 보톡스를 주입한 사람의 얼굴이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64쪽)”

그렇다면 다른 뾰족한 수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절박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미모와 지성과 젊음을 유지하는 기적의 뇌관리법”이라는 부제를 단 ‘당신이 놓치고 있는 7가지’ <외모의 비밀>에서는 신경생리학을 전공한 마리 파신스키 박사는 눈부신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비밀은 당신의 뇌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우리의 외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뇌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리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8쪽)”고 밝히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저자가 7개 영역으로 나누어놓은 ‘아름다워지는 연습’법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그 7가지 연습방법에는 각각 세 가지의 세부실행사항을 정리하고 있고 그 이유를 정리해두었습니다. 이 모든 내용은 결과적으로 뇌기능에 영향을 주는 라이프스타일과 건강에 관련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최적화하는 방법들입니다.

첫 번째 영역의 두 번째 실행사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일에 몰두하라’는 제목의 글의 핵심은 뇌가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뇌라고 하는 것은 생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는 “아하!”라고 감탄하는 순간을 만든다. 두 번째는 읽고 읽으며, 자꾸 읽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탈하는 것, 네 번째는 유행에 따라 멋지게 변신해보는 것, 마지막 다섯 번째는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것을 즐기기입니다.

이런 일을 해보라고 권하면 대부분 나이드신 분들은 “내가 어떻게?”라고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사에 투자없이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처럼, 생각이 변해야 젊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류사회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자기만의 공간으로 숨어든다면 젊음의 유지는 커녕 노화행(行) 급행열차는 타는 것입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21가시 세부실행사항에는 사고의 전환을 필두로 해서, 건강유지를 위한 일상생활 패턴의 변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효과적인 다이어트방법을 비롯한 식사요법, 심지어는 잠을 자는 방법까지도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은 저자가 찾아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 영역의 두 번째 실행사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신데렐라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아름답다’는 제목의 글에서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에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잘 때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순환계가 혈류를 피부까지 돌게 하고 잠잘 때 흘리는 땀이 피부의 보습효과를 더해서 피부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젊음에 관한 속설들의 과학적 근거들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세부실행사항을 마무리하면서 환자의 사례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쉽게 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젊음을 되찾고 싶은 혹은 나는 나이듦을 거부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에게 자신만의 비법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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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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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사의 고백, 나는 킬러였다.’는 부제를 단 <비트 더 리퍼>를 읽으면서 아니 모두 읽고나서도 혼란스럽습니다. ‘킬러와 의사’라는 이미지가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범죄와 관련하여 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많습니다만, 킬러가 그 힘들다는 의과대학 수업을 마치고 의사가 되었는데 여전히 누군가를 죽인다는 설정이 낯설기 때문일 것입니다.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수정 제정한 제네바판 히포크라테스선서에는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하겠노라’라고 인간생명은 그 선과 악을 떠나 소중한 것임을 인식하고 지키겠다고 선서를 마치고 의사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인데 킬러로서 생활을 접으면서 하고많은 직업 가운데 의업을 택할 생각을 한 것은 단순히 조부의 직업이 좋아보였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분교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저자의 직업적 특성을 녹여 창작해낸 호러 스릴러물은 일반 독자에게는 생소하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약하면 소설은 뉴욕시 가톨릭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피터 브라운이 어느 겨울 아침 출근길에 어설픈 킬러를 만나는데서 시작되는 현재형 스토리와 그 사이에 세로줄로 짜여 들어오는 킬러로서의 행적이 교차되는 구조입니다. 아무래도 과거 스토리를 먼저 이해해야 될 것 같습니다. 피터 브라운의 본명은 피에트로 브라우나, 고교시절 함께 지내던 조부모가 폭력배에 살해된 다음에 복수를 위하여 무술학교로 전학하고 마피아 가문의 장남 스킨플릭과 절친이 되는데 친구의 아버지는 그를 조부모를 살해한 자들에 대한 정보를 미끼로 전문 킬러로 조직에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킬러 피에트로는 마땅히 죽어야 할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일만 한다는 조건을 고수합니다. 조직의 보스는 아들의 상대를 제거하라 요청을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그리고 피에트로는 운명적으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루마니아 태생의 막달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떠나려는 피에트로를 붙잡으려는 조직에서 마지막으로 맡긴 임무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살인혐으로 체포되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과 플리바게이닝을 하고 증인보호프로그램의 적용을 받아 의사로 변신하게 되는데, 어설픈 킬러를 제압하고 출근한 병원에서 조직원 로브루토를 만난 것이 사단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병원일을 처리하는 한편 로브루토를 제거할 궁리를 하는 동안 로브루토는 조직에 피에트로의 존재를 알리고 킬러들이 급파되어 사생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적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이점을 바탕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죽음을 피하는 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목을 ‘사신을 물리치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비트 더 리퍼(Beat the Reaper)로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중으로 된 스토리가 반복해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읽는 호흡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의외로 빠르게 읽혀집니다. 다만 작가나 책을 번역하신 분이 꽤나 친절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목을 원본을 그냥 한글로 옮긴 것부터 시작해서 환자진료과정에서 등장하는 의학용어, 특히 줄임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엉덩이 사내의 바이탈 사인 챠트(25쪽)’은 활력징후표 정도로 옮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는 PCA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엉덩이와 쇄골하단 통증 OUO를 보이고 있습니다.(108쪽)” 같은 경우는 의학을 전공한 저도 모르는 줄임말이어서 번역하신 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줄임말로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단어전체를 읊지 않아도 뜻을 통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주를 통해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상황도 적지 않은 것을 보아 이런 불친절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비로운 마음도 듭니다. 이런 요소들은 전체 스토리를 읽어내는 흐름을 깨트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짚고 갈 부분은 오늘날 미국병원의 심각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근무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 의료사고(조직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브라우나가 위험한 샘플이 담긴 주사기에 찔리는 장면 혹은 수술과정에서 집도의의 부주의로 비장을 잘라내게 되는 과정 등등입니다. 이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하여 누적된 피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이해는 합니다만, 막상 그런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환자입장에서 보면 소름끼칠 일입니다.

종합해보면 마피아조직의 킬러의 세계와 병원에서 늦깎이 인턴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의 호러물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피에트로 브라우나 역을 맡아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데 뉴욕에 있는 병원과 뉴저지의 농장을 무대로 한 섬찟한 살인현장이 거슬릴 것 같습니다만, 긴박감은 맥박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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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
강유정 지음 / 민음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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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언젠가 생각없이 펜을 들면 글이 줄줄 써진다는 싸가지 없는(?) 고백을 한 베스트셀러 작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기는 타고난 글쟁이라고 자랑질하는 것 같아 밥맛이 싹 달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분이 엄청 부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 경우는 많이는 아니지만 읽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글쓰는 연습을 나름대로 해온 덕분에 이런 저런 글을 써내고 있는 처지입니다.

마음에 새긴 상처를 글로 달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사랑이 만들어낸 상처인 경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평론가 강유정씨가 그랬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사랑에 베인 상처’라는 제목을 단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의 프롤로그를 강유정씨는 “사랑이 고통인 시절이 있었다.”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고통을 달래셨을까요?’라는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그때 영화가 위안이 되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사랑 때문에 고통을 받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에서 나를 만났고, 그들이 자신을 닮은 듯해서 안타까웠고, 그런 그들을 위로하고 달래주려고 “그래서 글을 썼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강유정씨가 글을 쓰는 힘은 사랑에 베인 상처인 셈입니다. 씨는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에는 사랑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서른여덟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다양한 사랑방정식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나쁜 영화를 좋아하고, 나빠지고 싶은 여자. 모든 극한에는 어떤 삶의 경지가 있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 때문인지 그녀가 해부해서 갈라놓은 서른여덟 편의 사랑이야기를 읽는 동안 ‘불편하다’는 찜찜한 앙금이 마음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아마도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 중에서 로맨틱코미디물을 즐기는 저의 영화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백하건데 서른여덟편의 영화 가운데 제가 본 것은 세편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영화관에서 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에 대한 그녀의 영화해부는 거침이 없습니다. 마치 변사체를 마주한 부검의사가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날카로운 메스를 거침없이 휘두르듯이 말입니다. “여자는 몸에 남은 기억을 증오한다. 하지만 또 영원히 그 기억을 사랑한다. 여자는 몸으로 배운 기억을 수치스러워한다. 하지만 수치스러운 만큼 강렬히 그 기억을 원한다. 몸은 원하고 또 원하지 않는다.” 요즈음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여주인공처럼 나쁜 남자와 좋은 남자로부터 대시를 받으면서 고민하지만 결국은 나쁜남자 쪽으로 기우는 것도 여성의 마음은 참 독특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여자의 마음은 참 복잡해서 사랑은 남들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가는대로 따라가는 모양입니다.

‘고장난 사랑기계’라는 소제목에서 소개하는 영화 <어톤먼트>에서 강유정씨는 “사랑하는 남자를 쓰다듬던 아름다운 손길이 더 이상 그를 소유할 수 없는 순간엔 죽음의 손길로 바뀌기도 한다.”고 설명하면서 그 죽음의 손길이 자신을 향하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향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텐토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에서 남편을 살해한 나기 유키오에게 스즈토가 전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정말 사랑했다면 아무리 싫어하고 아무리 미워해도 죽여서는 안됐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주길 바라야 했어요.” 그것은 자신에게도 마찬가지가 되겠지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메인 테마로 했던 영화 <사랑의 은하수>에서 다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좌절한 남자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도 자기파괴적인 사랑을 단죄(?)하고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은 영화평론가가 썼지만, 평론이 아닌 주인공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모아 전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마치 본 것처럼 주인공의 아픈 사랑을 오롯이 전해 받는 느낌입니다.

책읽기를 마치면서도 저자는 여전히 아픈 사랑이 마음에 새긴 상채기의 아픔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아픈 상처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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