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정가 5000원인 책 드물 텐데... [몽실 언니] 정가가 5000원인 걸 확인했다. 언니를 서가에 모셔만 둔지 십수 년 지났나 보다.


후회된다. [Pachinco]는 득달같이 원서로 도돌이표 감아가며 읽었으면서, 정작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를 소홀히 대접했다니. 게다가 난, 고작 1/5이나 읽었을까 한 지점에서 무례하게도 책 덮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제 열 살도 안 된 몽실이가,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을 "제 팔자"라고 말하는 게 안타까워서 였긴 했지만...


https://blog.aladin.co.kr/757693118/14198722


[몽실언니]를 다 읽고 나니, 어머니 밀양댁도, 몽실이 새아버지도 친아버지도, 몽실이가 만났고 스쳤던 많은 사람들이 내렸던 선택과 행위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Presentism

나에게 "직관력 있다perceptive"고 칭찬(?) 해주셨던 선생님께서는, 과거를 해석할 때 "presentism"를 경계하라고 알려주셨다. '현재주의(?)로 옮겨야 하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현재의 잣대로 과거가 남긴 편린들(물질이건 비물질적 관계이건)을 상상하려는 성향을 극복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런데 내가 [몽실 언니]를 읽으며 반대로 했다. 아침이면 스벅에서 뜨거운 커피 마시며 자판 두드릴 생각하며 배곯아 본 적 없는 나는, 지극히 내 중심의 현재주의적 관점에서 [몽실 언니]를 해석했으니까.

* * 

"다리 다친 건 제 팔자"라는 몽실이의 말은,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는 거예요."라는 현실 인식과 이어진다. 이제 채 열 살 정도 나이였지만, 몽실이는 구조적 폭력에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의 전략으로 생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했던 것이다.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언니"같다.

몽실이는 전쟁통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난남"으로 불리는 동생을 갓난이 때부터 엄마 대신 먹여 키웠다. 젖도, 쌀도, 기차삯도 동냥해서 동생과 아버지를 부양했다. 깡통을 구해 '거지'를 자청하더라도, 동생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몽실이에게 "팔자"는 영어 단어의 "destiny" 뉘앙스가 아니었는데, 내가 잘못 이해했던 것 같다. 미안스럽다.

* * 

몽실이가 업어 키웠던 동생 난남은 학교에서 글을 익혔고, [안네의 일기]를 좋아했다.


자신도, 몽실이도, 죽은 금년이 아줌마도, 한국의 모든 여자들은 안네 같다고 생각했다.

...

절뚝거리며 걸을 때마다 몽실은 온몸이 기우뚱기우뚱했다. 그렇게 위태로운 걸음으로 몽실은 여태까지 걸어온 것이다. 불쌍한 동생들을 등에 업고 가파르고 메마른 고갯길을 넘고 또 넘어온 몽실이었다.


[몽실 언니] 마지막 장.

"한국의 모든 여자들은 안네 같다"라고 적어준 권정생 소설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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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2-23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오래 전 드라마로도 나왔는데 그때 주인공을 맡은 그 소녀 탈랜트 지금은 뭐하며 사는지 궁금하네요. 똘똘하게 연기를 잘 해서 나름 인기있었는데. ㅎ

얄라알라 2022-12-23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말씀해주시니 갑자기 검색해보고 싶어졌어요^^ 전 드라마는 본적이 없는데 단발머리 그 소녀는 알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12-23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권장도서여서 이 책 읽긴 했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 읽으면 또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잘읽었습니다. 알랴알라님, 이번 일요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날씨가 계속 추울 것 같아요.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얄라알라 2022-12-27 09:5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서니데이님, 제가 핸드폰으로 북플 확인하다 보니 바로바로 댓글 인사를 못드렸네요.

저는 뒤늦게 읽고 보니,
다른 분들은 이미 다 읽으신 필독서였나봐요.

분량은 짧지만 저를 충격에 빠지게 한 책이었네요^^;;

서니데이님께서 해피 연말 보내시기를
 

“다리 다친 건 내 팔자예요”

"내 팔자八字"란 말을 권정생의 소설, [몽실언니]에서 만날 줄 몰랐다. 그것도 어린 소녀의 입을 통해서...

몽실이는 어이없는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동네 아이들에게 "찜발이" 낙인이 찍힌다. 무릎이 굽은 채 뼈가 붙어서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한 뼘이나 짧아졌기 때문이다. 사고의 기승전결은 다음과 같다.


  • 몽실이의 새아버지가 몽실이 어머니에게 화를 내다가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옆에서 보고 있던 딸, 몽실이가 어머니께 친아버지에게 가자고 한다.

  • 그 말에 화가 더 커진 새아버지는 몽실이와 어머니를 완력으로 밀어낸다. 먼저 떨어진 딸 위로 어머니가 떨어졌는데, 그만 딸의 왼쪽 다리를 꺾어버렸다. 몽실이의 왼쪽 무릎이 반대로 젖혀저 부러졌다.

  • 몽실이는 기절했고, 깨어난 후에도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남편이 시끄럽다고 화를 낼까 두려워했던 어머니는 몽실에게 참으라고 했다. 몽실이는 비명과 울음을 삼키며 밤을 새웠다.

    다음 날, 몽실이의 가족들은 아무 일도 없던 듯 일상을 살았다. 어머니조차 남편 눈치 보느라 몽실이의 다리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다. 밀가루 반죽을 약이라며 무릎에 붙여 준게 전부였다. 이후 몽실이는 한 달 동안 누워서 지냈다.


    동네 아이들은 몽실이를 놀린다. 절뚝거리는 조카 몽실이가 가여운 고모는 몽실이 엄마를 비난한다. "왜 애를 병신 만들었수?"라며. 몽실이는 속으로 생각한다. 엄마 잘못이 아니라, 새아버지 잘못이라고.나중에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아버지가 오지 않았어도 김씨 아버지와 엄마는 자주 싸웠어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내가 다리를 다치게 됐을 거예요....다리 다친 건 내 팔자예요.


아! 나는 어린 몽실이, 평생 불편한 다리로 살아야 할 아이의 입에서 "다리 다친 건 내 팔자"라는 말이 나오자, [몽실 언니]를 당장 덮어버리고 싶어졌다. 몽실이가 측은하고 몽실이 주변 어른들에게 화가 나서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린 몽실이가 "희생자 비난" 논리를 그대로 삼켜 "팔자" 탓한다는 점에 화가 났다.

몽실이 다리 부러뜨려 놓고도 태연한 새아버지야말로 사람도 아닌지라 입에 올리지도 않게다. 몽실이 어머니. 그녀는 무릎뼈가 부러진 아이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당부한다. 당대 조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그녀는 2-30대 였겠고, 본 남편 버리고 온 가난한 여자라는 이유로 몸 사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어떻게 자기 아이 무릎이 부러졌는데 고작 밀가루 반죽으로 응급처치 한단 말인가? 밤새 차가운 바닥에서 방치할 수 있을까?


가장 날 슬프게 하는 사람은 몽실이, 그 아이. 어떻게 몽실이는 다리 불구된게 제 팔자 탓이라 생각해버릴까?

몽실이처럼 희생자 비난의 논리를 그대로 내면화해 도리어 자기 탓하며 억압과 불합리를 견뎌온 사람들, 특히 약한 사람들은 얼마나 더 많았을까?

[몽실 언니] 읽다가 두드러기가 난 이유이다.




몽실아, 다리 다친 게 네 팔자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가여운 아가...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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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2-22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생 때 몽실언니 필독도서라서 읽었는데 몽실이가 다치는 부분 너무 끔찍했어요.... ㅜㅜ

얄라알라 2022-12-23 11:05   좋아요 0 | URL
파이버님, 중학생 때 읽으셨네요.

요샌 초등 중학년 필독도서로 많이 추천되더라고요

저는 이제 막, [몽실 언니]를 다 읽었는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벅찬 소설이네요....

가슴이 저릿하게 차 오릅니다...슬픔이니, 경이로움인지.....
 


매끄러운 달걀 두상에 곱상한 얼굴의 아이와 [아몬드]? 어려운 퍼즐이다. 제목과 표지의 조합만으로는 장르를 추정하기 까다롭다. 하지만, 100만권 판매 기념 특별판까지 나온 걸로 보아, 국민(청소년)소설인가 보다. 왜 유명하지? 호기심은 검색질을 부른다. 폭풍검색 결과 "100만"은 사설논술학원과 창비출판사의 합작 쾌거일까 싶을 정도로, [아몬드]는 초등 대상 논술학원마다 필독서로 올려 놓았다. 호기심은 더 커졌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면?


고작 3장 쯤 넘겼으려나, 벌써 7명이 죽어 나갔다. 6명은 '묻지마 칼부림'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로서 죽었고, 한 초등학생은 집단폭행 당해 '맞아' 죽었다. 모두 공개된 열린 공간, 길 위에서 일어난 살인이다.

어라? 초등필독도서가 뭐 이래? 도입부에서 7명이 죽어? 그것도 칼부림과 폭행으로? [아몬드]를 읽기 시작한지 몇 분 안 되어 당혹감을 넘어, 거부감까지 느낀다.



하지만 이내, 작가가 극한 상황들을 연달아 설정한 이유를 이해한다. 주인공 선윤재의 감정표현불능증Alexithymia을 극적으로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윤재는 자신은 물론 타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지도, 감정표현을 하지도 못한다. 상황에 맞는 감정대응법을 수학공식처럼 익혀서 사회생활을 시도하지만, 쉽지는 않다. 남들과 좀 다르면 "괴물" 소리 듣기 쉽상인 세상이니까.



윤재 어머니는 그런 아이를 안타까워하며, 아몬드를 먹인다. 주술적 효과라도 기대하듯, 아몬드를 먹으면 아몬드와 외형이 비슷하게 생긴 감정 관여하는 뇌 부위가 좋아질 거라고 믿으면서.....그렇게 윤재는 아몬드를 밥처럼 꼬박꼬박  먹는다.



손원평 작가는 제목을 왜 하필 아몬드로 지었을까? [아몬드]를 읽는 내내, 이 질문을 놓지 않았다. 작가는 이렇게 힌트를 주었다.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아몬드 프롤로그



막연하게, 사랑의 온기 혹은 양분일 거라고 '아몬드'의 상징성을 추측한다. 도입부의 폭력성 때문에 [아몬드]에 편견이 생길 뻔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도 '칼'과 '칼부림'은 등장한다. 피와 피해자도 등장한다. 그런 이유로, 초등학생 대상 논술학원에서 이 책을 필독도서 추천하고 교재 삼는 데 대해 껄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괴물"이라고 분류된 이(들)의 성장가능성과 변신의지, 교감과 소통을 통한 성장 등 작품 기저의 메시지가 마음에 든다.


사실 [아몬드] 간략 리뷰 남긴 이유는 2022년 12월 9일자로 검색되는 [아몬드] 저작권 침해 이슈 때문이다. 백희나 작가 마음 고생에 비하면 손원평 작가가 경험한 불쾌당혹감은 낮은 수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남의 작품 허락없이 가져다 쓰는 행위에 느슨하게 낮은 수위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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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12-12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몬드> 이런 책이었군요. 자주 본 책이라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12-12 15:49   좋아요 1 | URL
고양이 라디오님,
반가우세요

조금 기다리면 라디오님의 ˝아바타2˝리뷰가 올라오겠지요? 저도 개봉만 기다립니다

아몬드는 하도 그동안 추천을 많이 받아서 기대치가 과도히 높았나봐요

손원평 작가 후속작 [튜브] 좋았어요^^

고양이라디오 2022-12-12 21:44   좋아요 0 | URL
아이맥스로 보고 싶은데 매진이네요ㅜ

저도 기대됩니다 아바타ㅎ

얄라알라 2022-12-12 23:38   좋아요 1 | URL
와....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댓글 보고 바로 예매사이트 들어가봤는데

후아!!! 놀랍네요!
 


다 먹지 못할 걸 알면서도 채우는 뷔페 접시처럼, 잠 잘 시간이 다가오는 데 눈에 들어오는 책은 죄다 읽고 싶은, 생체시계 거역의 마음은 뭘까? 게다가 포크질 순서도 무작위, 포크 타겟도 즉흥 변경. [1984]가 최초 타켓이었는데, 디스토피아 소설 양대산맥이라는 [멋진 신세계]로 맘이 바뀌었다. 다시 읽을 책을 바꿨다. 왠지 밤이 무한 연장 허용될 것 같은 탐욕스러운 착각 속에서 [튜브]로 다시 타겟을 바꿨다. 고전 읽기 전에 현대소설을 애피타이저 삼으려는 계산이었다.


**

얼마 전 읽은 [아몬드]는, 귀에서 남의 침 떨어질 만큼 숱하게 추천 받아왔으나 내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100만부 명성에 물음표 품었던 차였다. [아몬드]가 워낙 히트였던지라, 차기작은 전작만큼 뜨기 힘들겠다고도 추측했다. 하지만 [튜브]는 손원평 작가에게 죄송할만큼, 재미있었다. 작가가가 "누군가의 의뢰 혹은 주문에 기대"(270) 썼다는 [튜브]는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긴 응원편지였다. 제목이 [튜브]인 까닭과도 맞아 떨어진다.

 [튜브]는 주인공의 자살 시도 실패로 시작된다. 34쪽에서야 작가는 "이쯤에서 우리는 김성곤 안드레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실패에 이골 난 중년 남자를 묘사한다. 가족에게는 메마르고 성미 더러운 남자, 거듭 실패해도 성찰보다는 "남 탓" 강도를 높이며 스스로 "점점 더 가망 없는 인간"(51)으로 끌어내리는 남자. 그 김성곤은, 자신의 12년 전 사진 속에서 해맑았던 옛 표정을 보고는 "변화"를 시도한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불수의근화된 "썩"소, 구부정한 등과 거북목을 몰아내고 "그 찬란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시도 말이다. [튜브]는 [아몬드]에서처럼, 손원평 작가의 웃음 지뢰가 군데군데 터진다. 예를 들어, 구부정 자세부터 고쳐보려는 김성곤의 속내도 모르고, MZ세대 진석은 옛 사장님의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운 태도에서 조폭을 연상한다. 



작가는, "튜브"의 구원 메타포 만큼이나 독자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는 문장도 김성곤의 독백으로 배치해놨다. 


이 자식은 불씨 하나가 없어. 아니 아예 없진 않은 것 같은데  그게 아직 켜지질 않았지... 진석은 켜지지 않은 성냥 같았다. 작은 불씨만 한번 탁 켜주면 밝게 빛을 뿜어낼 텐데 그 한방이 없는 아이였다. 그렇지. 성곤은 포기하듯 뇌까렸다. 우리 모두 그 한방이 없기에 다들 이렇게 평범하게,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102)



누군가 불씨를 켜주길 바라는 수동태 삶보다는 내 불씨, 너의 불씨, 서로 불어서 일으켜주는 "함께' 프로젝트가 이왕이면 좋겠다. 아마, 그런 의미에서 손원평 작가도 김성곤이 대성공을 거두게 된 사업을 '지푸라기 프로젝트"라 이름지었을지 모르겠다. 지푸라기 하나로는 개미도 못 살리지만, 숱한 지푸라기를 엮으면 사람 살리는 안전망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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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24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께 프로젝트가 절실합니다^^ 튜브 한번 읽어보고싶네요.

얄라알라 2022-10-24 12:03   좋아요 1 | URL
[튜브] 다 읽고 나니, 리뷰가 쓰고 싶어져서 결국 [멋진 신세계] 손 못댔는데
제가 감정 이입을 많이 해서 그런가, [아몬드]보다 훨씬 몰입 잘 되었어요^^ 재밌다고 추천드리겠습니다. 화가님 ~

초원 2022-10-24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공주여, 알라딘 서재에서 참여할 수 있는 <함께 프로젝트>는 뭐가 있는지 알려주셔요?.

얄라알라 2022-10-24 12:06   좋아요 0 | URL
이크, 초원님께서 이렇게 한 문장 짧지만 그냥 지나가기 어려운 의문문을 올려주시니, 머릿 속이 빠르게 움직이는데요...그러게요. <튜브>의 주인공도 온라인 기반 ˝지푸라기˝ 프로젝트를 상상하고 현실화했는데,
알라딘 온라인상에서도 뭔가 ˝함께 프로젝트˝를 도모할 수 있을까요? 아! 고민됩니다^^ 좋은 생각 있으시면 말씀해주시어요^ ^
 

나는 [동물 농장]을 수 차례 읽었다면서 조지 오웰 본명도 기억 못했다. 하지만, 한사코 '에릭 아서 블레어'라고 호명하시는 이웃님 덕분에 본명을 각인했다. 에릭 블레어는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생애사)로도 많이 언급되던데, 그래픽 노블 전기라면 쉽게 접근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책 구하기 어려웠다. 무려 "조지 오웰 70주기 기념"으로 실력파 만화 작가들이 협업한 작품이었으나 공공 도서관의 벽이 높았다. 도서관 측에서는 "단지" 그래픽 노블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지 오웰] 구입 신청을 반려했다. 그나마 검색해낸 책은 서가에서 실종되어 '분실(=도난)처리' 되었음을 통보받았다. 어제서야 우여곡절 끝에 [조지오웰]을 만났다. 오래 탐해왔던 만큼 읽는 즐거움이 컸다.



조지 오웰 70주기 기념 그래픽 노블은 일단 판형이 크다. 양장 표지와 내지 모두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그림체와 적절히 배치하여 하이라이팅 효과를 극대화한 채색 기법, 그리고 조지 오웰이 직접 쓴 문장은 타이프 활자체 처리해서 작가의 목소리와 변별시킨 점 등, 세세한 전략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를 들어, 대표작 [동물 농장] 초판본 표지는 본문에서도 아래와 같은 이미지로 실렸다.




삶과 밀착된 현장형 저널리스트로서 조지 오웰의 인생에서 각성의 계기가 된 순간들 역시, 강렬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독자에게 각인된다. 



대영제국 (식민지 파견)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인도에서 태어난 에릭 블레어는, SF 좋아하고 공부 잘하는 소년이었다. 덕분에 상류층 자제들을 위한 이튼 스쿨에서 수학했다. 그래픽 노블에서는 그의 이튼 스쿨 시절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하급 중산층에 속했던 에릭 블레어가 계급 문제를 피부로 느낀 계기는 피에르 브루디에와 마찬가지였을지 모르겠다. 졸업 후, 그는 다른 이튼 졸업생들처럼 옥스퍼드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았다. 영국 식민지 버마의 경찰이 되었다. 조지 오웰이 그 경험을 이렇게 적었다. "그 시절, 나는 제국주의 자체가 악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제국주의 경찰이라는 더러운 직업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빨리 그만둘수록 더 좋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35) 실제 에릭 블레어는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를 간직한 채 경찰 일을 그만두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버마 시절]을 집필했다. 또, 런던 하층민과 어울리는 밑바닥 생활을 소재로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을 썼다. 이튼 학교 시절 습득한 상류층 악센트를 가진 그는 호텔에서 접시도 닦고 노숙인에게나 배급하는 식사도 한다. 그 생활이 계속 가진 않았고, 다섯 살 때 이미 본인이 작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는 에릭 블레어는 작가로 살게 된다.


내가 에릭 블레어, 즉 조지 오웰스러움에 매혹당한 장면이 바로 아래 장면이다. 파시스트들의 참호가 지척 거리에 있는데, 목숨을 걸고 강물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이(lice)를 떨궈내기 위한 무모한 행동이었는데 다행히 무사했다. 하지만, 워낙 장신(190cm 이상)이었던 에릭 블레어는 참호 엄폐물 밖으로 드러낸 목을 노리는 총알은 피하지 못 했다. 총알이 그의 목을 관통했으나 살아남았다. 이후로도 그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차 세계대전 당시 잠시 펜을 놓고 입대를 자원하기도 했다. 



여러 면에서 매혹적인 인물이다. 조지 오웰이 왜 그렇게 계속 인용되고 추앙받는지 짐작하게 해준 고마운 그래픽 노블 [조지 오웰] 덕분에 서가에 모셔두었던 [1984]을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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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9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알라님 흥미롭습니다.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조지오웰이 어떨까 올려주신 그림들을 보니 더 구미가 당깁니다^^ 도서관에 없을듯한데ㅠㅠ 암튼 구해봐야겠어요!ㅎㅎㅎ

얄라알라 2022-10-19 13:13   좋아요 4 | URL
돼지 두 마리로 페이지 두 쪽을 꽉 채운 일러스트레이션도 있고요
여러 의미에서 잘 만든 그래픽노블이라고 생각해요. 거리의 화가님께서는 수월하게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서괭 2022-10-19 1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작년에 사서 읽었어요. 재밌었어요! 얄라님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얄라알라 2022-10-19 13:12   좋아요 4 | URL
서가비우기만 아니었어도, 이 책은 소장 가치 높음 분류인데 말이죠.
독서괭님은 소장하셨군요^^ 부러워요

파이버 2022-10-19 1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큰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왕크고 왕무거움‘이란 리뷰가 있네요ㅎㅎㅎ 저는 조지 오웰 본명도 얄라알라님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림과 내용 모두 좋은 멋진 책이군요~

얄라알라 2022-10-19 23:38   좋아요 2 | URL
ㅋㅋㅋ‘왕 무거움‘ ㅋㅋ
모든 [동물 농장] 출판서들이 얇고 가볍다 보니, 저도 실은 책이 이렇게 무거울 줄 몰랐어요

그렇다고 DK 세상의~~시리즈만큼 무겁지는 않아요^^ ㅋㅋ댓글 다시한번 ㅋㅋ웃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파이버님

미미 2022-10-19 15: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아직 그래픽 노블에 편견을 가진 분들이 있나 봅니다.
저희 집 근처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

얄라알라 2022-10-19 23:37   좋아요 2 | URL
예, 미미님, 저도 그 점이 많이, 아쉬워요.
공공도서관에 책 신청할 땐, 때론 제가 소장하는 책이라도 너무 좋아서 다른 불특정 다수 독자분들 보시도록 신청하기도 하는데
그래픽노블은 거의 항상 반려를 각오합니다^^;;

혹시 책 구하신다면 반나절 안에 읽으실 거예요^^ 그래픽노블을 사랑하는 이유

고양이라디오 2022-10-19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픽 노블 좋죠^^b <조지 오웰> 읽어보고 싶네요.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어요ㅎ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얄라알라 2022-10-19 23:35   좋아요 2 | URL
DUNE 그래픽 노블 2권 나왔더라고요^^ DUNE하면 고양이라디오님 바로 생각나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2-10-21 12:12   좋아요 0 | URL
듄도 그래픽 노블이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듄도 보고싶네요^^

<조지 오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ㅎ

얄라알라 2022-10-21 12:54   좋아요 1 | URL
벌써 읽으셨어요? 요새 정말 많이 읽고 많이 쓰신다더니, 고양이라디오님 실천력 놀랍습니다!

그래픽 노블 <DUNE>은 활자 크기가, 심 하 게, 작습니다. 눈 아플 각오를 하고 읽었습니다.

2편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드뎌 나온 거예요^^

프레이야 2022-10-20 0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조지 오웰 깊이 파기 시작하시는건가요. ^^
그래픽노블이 나와 있었군요.
얄라 님이 자세히 장점을 열거해 주시니 구미가 당깁니다. 도서관에서는 반려했군요. 선입견이 있나 봅니다.

얄라알라 2022-10-20 23:46   좋아요 1 | URL
나름의 이유가 있어 정책적으로 그래픽노블은 안 들이나보다 이해하면서도
너무 좋은 책들이 단지 장르상의 이유로, 도서관에 못 들어오니 아쉬워요^^:; 실은 여러번 지역 도서관에 전화해서 문제제기를 했던 차입니다^^;;;;;

mini74 2022-10-20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님덕에 알고갑니다. 에릭 아서 불레어 ㅎㅎ 저희 동네 도서관도 그래픽노블에 인색해요 ㅠㅠ 삽화도 내용도 이렇게 훌륭한데 말이지요

얄라알라 2022-10-20 23:45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그래픽노블 장르는 알라딘 서재 들락이며 발견하게 된지라~저야말로 많은 다른 플친님들 덕분입니다.
mini74님 오늘은 ‘다락방 ~‘ 몇 장까지 진도 나가셨어요?^^

전 [포르노 랜드] 옆에 두고 다른 책 읽고 있어요...다락방은 꿈도 못꿈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