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여자들 - 최고의 쌍년을 찾아라
멜라니 블레이크 지음, 이규범 외 옮김 / 프로방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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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주목받고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 중 한곳이 되었다는 게 가끔은 믿기 힘들다.

드라마가 개봉되면 즉각 세계의 순위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는 만큼 세계의 자본도 우리나라에 몰려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환경이 예전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고 환경이 좋아지면서 많은 양질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높아진 인기만큼 드라마를 만드는 곳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데 이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마 제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음모와 술수, 배신을 다루고 있다.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것답게 내용 역시 화끈하고 자극적이면서도 섹시하다.

몇십 년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팔콘만

하지만 언젠가부터 시청률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순위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는 중에 드라마를 방송하는 방송국의 소유주가 바뀐다.

새 소유주는 당연히 팔콘만의 인기를 회복하기를 원했고 이에 따라 전면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서 방송국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새로운 소유주가 된 매들린은 드라마를 다시 1위로 돌려놓는다는 핑계로 이제까지 이 드라마를 써온 작가며 연출자, 프로듀서를 바뀌기로 한 걸로 부족해 이 드라마의 주인공마저 바꿔버릴 계획을 짠다.

그리고 그녀의 결정에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건 대부분이 여자였다.

방송국은 생각보다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남자들이 많았고 그런 보수적인 남자들이 모든 드라마의 방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넘보거나 흔들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을 가진 여자들을 이번을 기회로 사정없이 밀어버린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뺏는 건 예사고 심지어는 지위를 이용해 성적 착취마저 일삼는 일이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진 이곳에서 새로운 소유주의 등장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할 기회나 다름없다고 여긴 제이크는 출산 휴가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자신의 아내마저 공동 프로듀서의 지위에서 밀어버린 후 부하직원처럼 대하는 등 만행을 일삼는다.

하지만 그녀들 역시 가만히 있으면서 해고될 순간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니었고 여기에서 서로의 약점을 찾아 물어뜯고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하는 등 온갖 음모와 술수가 판을 치는 데 나오는 인물 대부분이 마치 실제 하는 인물처럼 캐릭터가 생생하고 입체적이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초반부에는 등장인물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설명이 많아 다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중간중간에 그녀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업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문들에 관한 이야기를 에피소드처럼 섞어놓아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 있다.

업계에 오랜 시간 발을 담은 여자들이 왜 그렇게 센 여자들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그런 여자들을 쌍년이라고 부르는 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받은 만큼 돌려주고 절대로 자신의 것을 온전히 뺏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원하는 남자와 마음껏 섹스하고 군림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 연합해 별 볼일 없는 남성우월주의자 남자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먹이는 부분에서는 속 시원함도 느끼게 했다.

마치 진짜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

#무자비한여자들#멜라니블레이크#이규범#손덕화#별과침묵#N잡러수의사#팔콘만#여배우들#연예인소설#방송국소설#야한소설#매력적인여자#매력적인남자#여전히젊은#최고의배우#섹시한#트랜스젠더#레즈비언연애#캐서린#헬렌#루시딘#쉬나#매퀸에이전시#파라#보톡스#필러#젊음은영원하다#70대여배우#중독성강한소설#에로틱스릴러#복수#야망#충격적인반전#그레이의50가지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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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속의 나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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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범죄이긴 하지만 범죄 행위의 묘사보다 범인의 악마성과 악의에 더 초점을 맞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을 건드려 근원적인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걸로 유명한 도나토 카리시

그의 대표작인 속삭이는 자를 비롯해 전작들 대부분의 그렇듯이 이번 작품 역시 실제 일어났던 여러 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해서 매력적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작품 심연 속의 나 역시 잔혹하게 피해를 본 범죄의 흔적은 있지만 잔인한 범행 장면의 묘사보다 범인의 행동과 그 이면에 깔린 심리묘사에 더 치중해 책을 읽는 사람 역시 범인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게 했다.

일단 심연 속의 나에는 두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사람은 범인인 청소하는 자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남자들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일명 사냥하는 여자

청소하는 자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그 사람의 쓰레기통을 뒤져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만 아무도 그런 그를 눈여겨보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스스로를 투명 인간이라 생각하는 그가 평소의 자신과 달리 호수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소녀를 구한다.

평소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는 일을 한 건 어쩌면 소녀에게서 어린 시절 폭력에 시달리던 자신의 모습을 본 탓이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그의 이런 행위는 스스로를 노출시킬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한다.

게다가 소녀는 유명하고 부유한 부모를 가졌고 이 사건을 언론에서 다루게 되면서 소녀를 위험에서 구한 뒤 말없이 사라진 그를 사람들은 이름 없는 영웅으로 칭송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호수에서 여자의 오른팔 하나가 발견되면서 사냥하는 여자의 관심을 끌게 된다.

사람들은 팔의 상처를 보고 모두 자살한 사람의 팔이라 생각하지만 사냥하는 여자는 여자의 손에서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의 일부분이 부러진 걸 발견하고 소녀가 구출된 사건과 연관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작은 단서 하나를 바탕으로 서서히 아무도 그 이름조차 몰랐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청소하는 자의 근처까지 좁혀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졌다.

게다가 화자인 두 사람의 이력 역시 평범하지 않다.

범인과 추적자라는 위치를 떠나서 청소하는 자는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연쇄살인마이면서 물에 빠진 소녀를 자신이 신분이 노출된 위험을 감수하고서 구출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사냥하는 여자 역시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를 구출하지만 그녀 역시 잔인한 범죄로 인해 가정이 붕괴된 과거가 있다.

작가는 단순히 범인과 그를 쫓는 사람과의 이분법적인 관계가 아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비롯해 악의는 태어나는 것인지 폭력적인 과거로부터 배운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에 군더더기 없는 필체는 이야기의 몰입성을 높여줬고 단순에 읽어내려갈 만큼 이야기 자체가 가진 흡인력도 대단하다.

속삭이는 자를 비롯해 이름 없는 자 미로 속의 나보다 좀 더 대중적인 요소가 더 많이 가미된 작품인 것도 그렇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의 반전까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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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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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법정에서 오로지 증거만으로 검사와 변호사가 치열하게 공방을 하는 법정물은 생각지도 못한 증거물이나 증인의 등장으로 이제까지의 진술이 뒤집히거나 수세에 몰렸던 억울한 용의자가 단숨에 무죄를 증명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주인공이 검사나 경찰인 경우 심증이 있고 모든 상황이 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그걸 입증할 증거 부족으로 미꾸라지처럼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용의자를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 증거가 나타나 죗값을 치르게 하면서 통쾌함을 느끼게도 한다.

법정에서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결정적 순간에 멋진 한방을 날려 법정 스릴러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존 그리샴이었다.

작가 스스로 변호사였기에 그때의 경험을 제대로 살려 특히 현장감 있는 법정물을 잘 썼었는데 언젠가부터 다른 소재를 다루면서 내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번에 이 작품 수호자들로 정통 법정 스릴러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칼런 포스트는 이전처럼 변호사인 건 마찬가진데 평범한 변호사가 아닌 성공회 신부이자 변호사라는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포스트는 여느 의뢰인들과 달리 불합리한 권력과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신이 한 짓도 아닌 죗값을 치르고 있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단체 수호자 재단의 변호사이다.

당연히 무기수나 사형수를 상대로 그들의 무죄를 증명하는 일은 돈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돈이 드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포스트와 재단의 사람들은 이 일을 소명으로 생각해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들이 상대하는 건 사건 당시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아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몬 주정부와 거기에 속한 검사와 경찰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에 협조를 받기도 쉽지 않고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는 것 역시 쉽지 않지만 벌써 8명째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현재 수호자 재단이 맡은 사건은 잘나가는 변호사를 산탄총으로 잔인하게 살해한 죄로 22년째 수감 중인 키스 루소의 무죄를 증명하는 일이다.

한번 판결이 내려진 사건을 뒤집는 건 쉽지 않지만 특히 이번처럼 피해자가 백인이고 어느 정도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것에 반해 가해자가 흑인이라면 사람들이 쉽게 판결을 내릴 뿐 아니라 그가 죄가 없을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뿌리 깊은 편견은 이렇게 누군가의 일생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퀸스 밀러라는 무고한 죄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키스 루소의 사건은 조금만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너무나 허술한 증거를 바탕으로 기소가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음에도 어떤 반대도 없이 형이 결정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믿었던 공권력의 배신이었다.

하지만 은근과 끈기로 하나둘씩 당시의 증거와 증인의 진술을 무력화하고 있는 가운데 교도소안에서 키스 루소를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도록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필 운 나쁘게도 경찰의 레이더망에 올라 인생이 시궁창에 빠졌을 거라 생각했던 키스의 사건은 조사가 거듭되면서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조작되고 계획된 사건임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수많은 사람이 여기에 가담해 이익을 본 사건임이 드러난다. 더불어 시골 마을의 경찰 조직과 마약 카르텔과의 비리와 커넥션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드러났음에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주정부와 그곳에 속해있는 관료들의 행태는 구태의연하다 못해 악의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포스트의 말마따나 판결은 쉽게 내려도 재심으로 무죄를 입증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건 너무나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작가의 전성기 때의 소설처럼 문장마다 힘이 있고 긴박감 넘치는 점은 좀 부족했지만 관록의 작가답게 어떻게 전개를 하면 독자들이 좋아할지를 잘 알고 쓰는 소설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진정성 면에서도 그렇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가 느꼈을 심리상태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해 가슴에 와닿았다.

감동과 재미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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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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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게 학교 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그 대상을 찾아 복수한다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에서 가해지는 학교 폭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수준을 넘어 성인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잔인했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은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보다 그 강도가 심하면 심했지 더 낮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새 지능화되고 전문 범죄자와 맞먹을 정도로 잔인해진 학교 폭력을 이 책에선 리얼하게 그리고 있어 사실 읽기가 편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그래도 공부하는 학생인데... 친구에게 이 정도까지 한다고?

하는 물렁한 마음이 있다는 걸 요즘의 영악한 아이들은 간파하고 그 마음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고 동생과 떨어져 작은 고모 네에서 살게 된 장페이야는 지금 새로운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는 상태다.

모범생이었고 전학 온 학교에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는데 반을 장악하는 친구에게 표적이 되어 몸에 멍이 사라질 날이 없다.

문제는 학교뿐 만 아니라 집에서도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성질 나쁜 고모에게 온갖 욕을 먹는 것도 그렇지만 언제나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틈날 때마다 신체적 접촉을 해오는 고모부... 보호해 줄 어른의 존재가 없다는 건 이런 일상조차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의미다.

어디에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페이야는 우연히 알게 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촨환에게 마음으로 의지를 하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오래전 그 역시 학교 폭력을 행사하며 또래 친구에게 폭력을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때의 그와 함께 했던 남자의 등장으로 페이야와 촨환은 생각지 못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 책의 전편을 읽었을 때 열린 결말을 보고서 뒤편이 있을 거라 짐작했던 대로 3편의 시리즈로 되어있는 이 쿤룬 삼부작은 각 편마다 살인 집단 J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전편이 다소 가벼운 분위기에 유머 코드를 넣었다면 이번 편에선 웃음기를 완전히 제거했을 뿐 아니라 폭력에 대한 극도의 사실적인 묘사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아마도 전편을 읽은 독자가 비슷한 느낌일 거라 생각하고 읽는다면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일 듯...

어쩌면 작가는 그런 점을 노렸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변 일상을 파고드는 온갖 폭력은 어떻게도 미화될 수 없으며 특히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노린 온갖 범죄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건 사람을 재미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그걸 영상으로 올려 공유하기도 하는 미치광이 살인 집단 J와 이 집단의 집단원만 죽이는 또 다른 집단과의 전쟁 아닌 전쟁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들의 전쟁 속에서 페이야 같은 평범한 소녀가 범죄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 비록 자신이 살기 위해서였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이지 않는 살인기계가 되고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촨환 역시 다시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오래전 그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과정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편에 이어 마지막 편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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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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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지구를 지키는 건 남자고 위험에 처한 여주인공을 무사히 구출해 내는 남자 영웅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서 히어로가 남자인 걸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때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악독하게 느껴질 만큼 잔인하거나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미친 것처럼 자기 마음대로 사는 이른바 나쁜 년 캐릭터가 나오면 욕하면서도 보게 되고 나중에는 악역임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 데에는 어쩌면 이런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거부감 혹은 반발심이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이 책 바바야가의 밤은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부제로 되어 있는 각성하는 시스터후드라는 것에 끌려 읽기 시작했고 시작하자마자 화끈하게 펼쳐지는 액션신들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그렇게 내지르는 사람이 여자라는 것도 좋았지만 보통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나름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주먹 자랑 좀 하고 다닌다는 야쿠자를 상대로 일대 일이 아닌 일대 다수로 싸움을 하면서도 좀처럼 밀리지 않는 그 박력에 매력을 느끼게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싸움에 휘말린 것도 잠시 생각지도 못한 야쿠자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된 요리코

패싸움을 하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이 원하던 상대임을 직감한 야쿠자 조직의 행동대장은 그녀를 스카우트해서 두목의 외동딸인 쇼코의 보디가드를 맡긴다.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과 함께하게 된 요리코는 사실 어릴 적부터 남다른 싸움 실력으로 원하는 대로 생활하면서 자유로운 삶을 살았지만 쇼코는 그녀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야쿠자 조직 회장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라는 위치도 그렇지만 매일매일 정해진 대로 각종 교양수업을 받고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받는 생활을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쇼코는 그 일상을 묵묵히 수행하는 건 물론이고 아버지의 말에 거역하는 일 따윈 있을 수 없다.

외모도 그렇지만 살아있는 인형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쇼코

당연히 두 사람은 서로 맞지 않는 파트너처럼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어느샌가 서로에게서 조금씩 동질감과 함께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는 관계까지 가까워질 무렵 결정적인 사건이 모두의 인생을 바꿔버리는 계기가 된다.

단순하게 주먹질과 싸움질에 능한 여자가 우연히 야쿠자 세계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함에 분연히 일어서서 일망타진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여지없이 깨부순 작품이었다.

물론 주먹 하나로 남자들의 세계를 깨부수는 장면에서 시원한 마음도 들었고 나름 정의의 심판자 같은 요리코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자들이 연대해서 남자들에게 맞서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해방감이라고 할지 아니면 어딘지 속 시원함은 플루트가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아 더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제가 단순 명쾌하고 복잡하지 않아 더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강력한 반전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것까지...

남자와 여자의 위치를 살짝 바꾼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며 시리즈 다음 편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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