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없는 나라 - 서열화된 대학, 경쟁력 없는 교육, 불행한 사회
이승섭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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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육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하지만 사람들은 주로 초중등, 특히 중등교육에 문제의 초점을 둔다. 이것 자체가 다소 기형적 행태인데 교육은 유아, 초등, 중등, 고등, 평생 교육이 모두 비슷한 빈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능력주의에 매몰된 입시의 국가이기에 그것과 가장 직결되는 중등교육에 가장 집중하며 문제로 바라본다. 때문에 교육에 대한 주요 비판 여론은 사실상 초중등교육에 집중한다.

 하지만 한국은 고등교육에서도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예산 자체가 매우 적다. 한국의 교육 예산은 초중등은 비교적 충분한 반면,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은 예산 자체가 부족하여 그 질이 떨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육예산의 상당부분을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금에 의지하는데 이는 양질의 교육을 수행하는데 불충분 하다. 

 또한 대학간 1인당 학생 교육 비용과 환경에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 서울대가 한국에서 최고인 이유는 수능으로 대표되는 입결점수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는 두세번째 대학으로 취급되는 고려, 연세대학교에 비해서도 상당히 많은 예산을 학생 1인당 교육비에 투여한다. 이는 서울대의 정책이 우수해서라기 보다는 서울대에 사회의 많은 지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대적 여력이 있어 교육비도 많이 쓸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의 교육비는 2-3위권 대학의 거의 두 배에 달하며 지방거점 국립대와 비교하면 5배 이상으로 벌어진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서로 비슷한 등록금을 납부함에도 이렇게 교육 수여의 차이가 큰 것은 상당한 불평등 및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중을 가속화하며, 지방인재 양성에도 불리하고 작용한다. 또한 무엇보다 불평등하다. 같은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의 간판까진 모르겠으나 교육의 수준 자체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확실히 문제다.

 책 '교육이 없는 나라'가 다소 재밌었던 것은 저자가 카이스트 교수인만큼 고등교육의 문제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우리나라 인재의 역량 배양과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학을 대학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대나 포항공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같은 우리 나라의 주요 대학들은 메이저 대학임에도 대학원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그들은 주요 대학에 진학한 영재와 수재들이 대학원에 진학해 학문에서 성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을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 학부중심의 교육대학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그는 입학처장으로 근무하며 대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는데 저자는 중2와 고3, 대학교 2학년 중 가장 중요한 학년이 언제냐고 반문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고3을 택할 것인데 저자의 선택은 대학교 2년생이다.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자기 전공의 학문적 기초 개념을 접하여 학문에 빠져들고 향후 사회와 기업에서 사용할 지식, 기능을 익힐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학생은 중고시절 거의 모든 힘을 쏟고 대학2년에 전공을 즐기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입시경쟁을 없애고 학생이 중고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과 취미활동을 즐기며 창의적 인재로 자라나서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학문을 즐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극히 옳은 말이다. 

 대학원 중심으로의 전환은 교수들에게도 중요한듯 하다. 교수들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많은 강의를 맡고 있는데 이로 인해 연구로 전환할 역량이 불충분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대학을 중심으로 교수들에게 대학원에 전념할 기회를 준다면 연구 성과가 발전할 것이란게 저자의 주장이다.책은 빠르고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인구감소기를 맞아 양적으로 과도하게 팽창한 대학을 크게 정리하고, 지방의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그 연구역량을 크게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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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인공지능 수업디자인 - 2022 개정 교육과정 기반
박재찬(달리쌤) 지음 / 테크빌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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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가 대세지만 더 어린 알파세대가 있다. 그들은 2010년 이후 출생자로 어찌보면 최초의 순수 디지털 세대라 할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골든키즈, 영상매체에 익숙, 길이가 짧은 미디어에 친숙하다는 점이다. 골든 키즈는 소위 곱게 자랐다는 것으로 출산률 저하로 부모, 조부모, 여러 친척들에 의해 사랑과 지원을 독점 받았다는 의미다. 이런 알파세대에게 SNS는 일종의 놀이터다. 인터페이스가 매우 편리하여 인기다. sns는 확산, 사진과 영상 공유의 난이도 저하, 컨텐츠 제작진압장벽의 저하,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연이 미래는 디지털 프로슈머의 시대가 된다. 디지털 프로슈머의 역량으로는 좋고 나쁜 제품을 구별하는 안목, 글과 이미지, 영상을 이용하여 제품을 소개 전달하는 콘텐츠 제작 역량, 생산자로서 윤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태도, 권리를 보호해주는 태도, 창작활동을 존중해주는 태도다. 

 미래사회는 인공지능 교육이 중시된다. 인공지능 교육은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 그것을 활용하는 교육으로 나뉜다. 인공지능은 교육을 크게 바꿀 것인데 우선 학습진단과 분석이 가능해지고, 데이터에 기반한 수업 설계가 이뤄지며, 대화형 튜터링 시스템이 도입되고, 고차원의 인지적 목표를 위한 학습자 중심 교육방법의 활용과 자동 서술형 평가의 도입이다. 이중 교사가 갖추야 할 것은 학습자중심 교육으로 이것만이 교사에게 남을 마지막 전문성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분간은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교육현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디지털 수업이 전격 도입되며 1인 1기기의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것의 장점은 디지털 교과서의 활성화, 학생교사의 디지털 활용 능력 강화, 학생의 디지털 협업능력 신장, 다양한 학습자료 검색 및 활용, 자기 주도적 심화 보충학습, 시공을 넘는 학습, 디지털 소양격차의 완화 등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언어소양과 수리소양, 디지털 소양이다. 언어소양은 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호, 양식, 매체등을 활용한 텍스트를 대상, 목적,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생산, 공유,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구성원과 소통, 참여하는 능력이다. 수리 소양은 다양한 상황에서 수리적 정보와 표현 및 사고방법을 이해, 해석, 사용하여 문제해결, 추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다. 디지털 소양은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 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성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2022 개정교육과정 국어과는 디지털 미디어 역량을 제시하였다. 2015 교육과정에선 자료 정보활용 역량이었던 것이다. 매체 영역이 신설되었고 관련 성취기준도 기존 6학년에만 있던 것을 초등 1-6학년 전체에 제시하였다. 이처럼 디지털리터러시와 미디어리터러시가 강조되는데 양자 모두 그와 관련한 지식, 기술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활용하고 생산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말한다. 

 책의 뒷 부분에는 저자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가 교과별로 나온다. 표로 제시되어 상세하진 않으나 대략적인 부분을 살펴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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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 교육 트렌드 - 36명의 현장 교육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교육의 전망과 해법
미래 교육 집필팀 지음 / 뜨인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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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 여러 분야에 대한 고민을 몇몇 사람들이 짧은 글로 쓴 것을 분야별로 분류하여 모은 책이다. 장점이라면 그 만큼 좀 넓게 다룬 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글들이 대개 짧고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에겐 단점이 더 크게 다가 왔다. 

 읽은 부분 중 몇 가지만 다루면 우선 사교육문제인데 한국의 망국 병이다. 능력주의에 기반한 이 시대착오적인 병은 대부분의 사람을 패배자로 만들고 상당한 부를 잠식하여 국가의 소비를 위축시키며 청소년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최근 의대 블랙홀 현상으로 초등의대 입시반마저 생겨나고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공포까지 불어넣어 성업중이다. 아마 의대가 증원되면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지 않을까. 

 선행학습은 대개 부모의 뒤쳐질까 두렵다는 공포감에 기인한다. 선행은 당연히 교육학자들이 짜놓은 발달단계를 가볍게 무시하기에 원래 해당 나이에선 천재가 아니구서야 이해가 어렵다. 선행교육자들은 수차례의 반복으로 이를 채운다 하지만 이는 실상은 알지 못했으나 문제해결정도가 가능해져 안다고 착각하는 소위 이해착각의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책에는 공부 잘 하는 사람의 특징이 나온다. 4가지인데 수업 시간에 집중하고, 꼼꼼하게 공부하며, 규칙적으로 공부하고 풍부한 독서량을 갖는다. 반면 공부를 못하는 사람의 특징 4가지는 포기가 빠르며, 공부 외의 것에 관심이 많고, 학습 결손이 누적되어 있으며, 부모님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상당히 일반론적이지만 대개 공감이 가는 의견이었다.

 올해부터 교육현장엔 2022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었다. 인간상은 자주적인 인간이 자기 주도적 인간으로 의사소통 역량이 협력적 의사소통역량으로 바뀌었다. 변화무쌍한 미래사회에 대비해 협력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상을 상정하겠다는 심산이다. 

 유네스코는 교육 미래보고서를 냈는데 이들은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지식을 얻고 생성하면서 동시에 이를 비판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생태적, 다문화적, 다학제적 학습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교과 분절 교육과정 및 교과서 중심의 공교육 풍토와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 놀랍게도 현장 교육에서는 아직도 교과론자가 대부분이고 학생중심 수업 및 이를 돕는 디지털 도구의 활용이 어렵다. 

 보고서는 미래교육의 과제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협동학습, 미래 사회 역량(생태교육, 매체 이해력)등을 키우는 교육과정 개발과 미래교육을 위한 학교 공간의 변화를 꼽았다. 그리고 변혁적 역량을 강조하는데 이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긴장과 딜레마를 조정하고 책임감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변혁적 역량을 갖는 학생은 행동주체로서 자신의 학습과 삶을 설계하고 그것이 공동체에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하게 한다.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 변화의 주요 골자는 초1-2학년의 경우 국어시수가 448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증대되었고 창의성 함양을 위해 실내 외 놀이와 신체활동 교육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3-6학년은 학교자율시간의 도입으로 최대 연간 68시간까지 선택과목의 운영이 의무가 되었다. 또한 상급학교 입학 전 교육의 일부기간을 학교급별 연계 및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진로 연계학기로 설정하였다. 중학교 1학년의 자유학기는 170시간 4영역에서 102시간 2개 영역으로 감축되었다. 

 학교스포츠클럽 의무시간은 136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줄었다. 고교학점제로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된다. 1학점의 수업량은 17회에서 16회로 줄었는데 이 줄은 1회분이 학교자율시간으로 여분의 자율과정으로 운영되어 학교의 자율성을 높였다. 필수이수학점은 94단위에서 84학점, 자율이수학점은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편성되었고, 국영수의 총 이수량이 81학점을 초과할 수 없게 되었다.  

 국제 성인역량 조사는 만 15-64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활동 및 직업 생활에 필요한 핵심 역량인 언어 능력, 수리 능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능력 3개 지표를 조사하는 것이다. 한국은 3개 역량이 16-24세엔 높게 형성되다 이후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력과 취업을 위한 시기에 공부를 집중하고 그것을 획득하거나 실패한 이후에는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생애주기에 따라 노화에 따른 능력 감소는 일반적이나 이런 이유로 한국은 낙폭이 더욱 크다. 평생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의 학생 수 감소는 매우 시급한 문제다. 2011년 출생아 수는 47만이었으나 2021년은 26만이 되었다. 불과 10년만에 반토막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률인 조출생률은 세종이 8.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4.9명 미만인 지역은 전남, 전북, 경남, 경북, 부산, 대구로 나타났다. 이중 전북은 불과 4.0명으로 가장 낮았다. 

 때문에 학교의 유지가 큰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전국 초등학교의 수는 6163개다. 이중 올해 신입생이 5명 미만인 학교가 무려 856개나 된다. 10명 미만을 범위를 넓히면 전국 1587개가 대상이 되며 이는 전체의 무려 25%에 달한다. 즉, 4개 중 1개의 학교가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셈이다. 학교는 적어도 한 학년에 한 반은 되어야 하는데 시도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10명 가까이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의 위기는 시간 순에 따라 중고의 위기가 되고 더 나아가 대학의 위기,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노동시장과 부동산 시장, 소비시장을 넘어선 나라 전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출산률 제고를 위한 정책, 그리고 낮은 출산에 대비한 교육의 재편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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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교육 2030” & “2022 개정 교육과정” 미래 교육 나침반 - “3년 같은 1년, 학생의 성장으로 증명한다.”
지미정 지음 / 앤써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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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가 변하면서 교육의 흐름도 이를 추종한다. 하지만 양자의 변화 속도는 현저하다. 사회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변하며, 이는 주로 과학, 기술, 산업의 발전에서 촉발되며, 자본이 이를 가장 빨리 쫓는다. 반면 공공의 영역이며 경직된 교육은 그 추세가 사회에서 가장 느린 편이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시점에 학교교육은 아직도 산업화시대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급변하는 사회 변화에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개인 역량을 바탕으로 타인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그 과정과 결과에서 사회와 개인 그 자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다. 이런 인재를 키우려면 학교교육은 그 과정에서 학생이 실제생활의 문제 혹은 그것과 몹시 가까운 문제를 제공하고 이를 해결하는 기회를 교육과정 안에서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실생활과 동떨어진 교과의 틀에서 단편적 지식, 기능을 학습하는 틀만을 제공한다. 둘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걸로 보이며, 이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단편적 지식과 암기력 측정 위주의 객관식 대학입시시험이다. 

 물론 교육도 나름 변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90년대 열린 교육의 흐름이 일어나 전제적이고 권위주의적 학교교육에 학생 중심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비로소 관에서도 동기유발이나, 수업에서의 교사 주체성을 다소 인정하여, 단위 수업 재구성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 때 초등같은 경우는 인디스쿨이라를 사이트가 유명해졌는데 단위 수업 재구성을 위한 다양한 학습자료 공유 커뮤니티다. 이후 혁신교육이 들어서며 단위 수업을 넘어선 교육과정 재구성이 주목받았고, 이어 교수평 일체화 그리고 더 나아가 마을 교육 개념까지 등장했다. 때문에 한국에서도 현재의 흐름은 지역과, 학생, 학교, 학부모, 교사 자신의 필요를 바탕으로 학급만의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추세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만한 역량을 가진 교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잘하고 못하는 것을 떠나서 시도자체가 무척 빈도가 낮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면에서 책 미래교육 나침반은 무척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학년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이를 공유하고 있다. 저자가 학생 중심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디지털 두구이며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많이 사용한다. 독특한 점은 스프레드 시트를 무척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구글 도구는 문서와 슬라이드 설문도구, 스프레드시트등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교사는 구글 클래스룸을 개설하여 이를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교사는 엑셀에 약한 집단이기에 스프레드 시트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업무용으로는 쓰는 편이지만 학생교육용으로는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저자는 이를 무척 잘 사용한다. 주 용도는 학생의 자기 평가와 꾸준한 발전을 위한 기록 관리, 또는 상호간의 평가 도구로의 이용이다. 당연히 함수를 잘 사용해야 하는데 저자 자신도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함수가 약했고 하나하나 학생을 위해 배워가며 실력이 늘게 되었다.

 이 책의 대상은 6학년인데 초등 6학년 교육과정엔 정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나 역시 이 부분을 가르치면서 실제와 가까운 정부구성을 해보면 어떨가 고민한 적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해냈다. 민주 정부는 삼권이 분립되어 있다. 보통의 교사라면 처음부터 3부를 모두 구성할 것이고 원칙적으로 한다면 법이 있어야 사회가 굴러가므로 입법기관인 국회부터 구성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저자의 접근은 다르다. 교육적으로 접근했는데 우선 정부부터 구성했다. 그러다보니 학습부, 체육부 등 다양한 부서가 학생의 실제 교실생활을 위해 생겨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청들이 부 산하에 세부적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부서가 운영되다보니 자연히 법의 필요성이 느껴지며 여러 정책과 법을 제안하는 정당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법원도 구성되었다. 학생들은 법을 어기는 사람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했는데 결국 처벌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무임승차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집단을 이루면 봉효과와 무임승차 효과가 발생한다 집단은 작업에 공동으로 부여되니 각자 그것에 대한 동기와 수행능력에 차이를 보이고 이것이 이런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무임승차의 원인을 능력으로 본 것 같다. 때문에 모두가 기본 능력을 갖게 되면 부작용도 적다고 생각해 1학기엔 무조건 디지털 도구를 통한 프로젝트 수행능력 향상을 위해 모든 과제가 개인형으로 주어진다. 이후 기초기본을 모두 갖췄다 생각하면 2학기 부터 집단 프로젝트가 부여되는 형이다.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책에는 저자가 구글도구와 여러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진행한 십수개의 프로젝트와 그 과정과 결과물, 학생 반응이 많이 실려있다. 책의 주목적은 이런 프로젝트의 소개와 공유이기에 구글도구나 디지털 도구의 활용법인 전혀 없다. 조금 아쉽기도 한 부분이다. 많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책의 편집도 꽉찬 편인데 처음엔 좀 난잡해보이다 적응이 되었고 감탄하게 되었다. 

 저자의 책에 나온 많은 프로젝트가 한국 교육계 및 개별 교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교사에겐 전문성이 있다. 때문에 현재 학교에서는 교사가 구성한 각 교과나 학급의 교육과정은 교감이나 교장, 혹은 교육청의 관리 대상일 뿐 결재 대상이 아니다. 이런 흐름은 하위 집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좋은 장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몇몇 교사는 자신만의 관성에 갇혀 현재의 변화를 무시하고 머물러 있는 것을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소위 정당화한다. 내가 전문성을 갖고 내 맘대로 나만의 경험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왜 너희가 자꾸 변화를 강요하냐는 식이다. 하지만 교사의 전문성의 보장은 당연히 발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많은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이 살아가야할 시대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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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3 - 한국교육을 움직이는 20가지 키워드
교육트렌드2023 집필팀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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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교육에 큰 관심이 없다. 능력주의에 빠져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어떻게 하면 내 자식이 남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얻을 수 있는지와 그 과정이 자식에게 얼마나 유리하고 공정한가가 주요 관심사안이다. 이것 외엔 사실상 무관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윤석렬과 이재명은 둘 다 교육정책에 상당히 무관심하고 아는바가 거의 없었다. 모처럼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적대적 공존 관계인 두 양당이 비교적 높은 순위로 현직 교사를 영입했는데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처럼 증폭된 까닭이라 본다. 

 대한 민국 교육 트렌드는 2022년부터 나온 것 같다. 트렌드 코리아처럼 이 책은 현재의 주요 쟁점이나 유행을 다루는데 제목이 이런 것처럼 교육 정책과 사안에 대해 여러 저자가 한 꼭지씩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아쉬운 점부터 말한다면 여러 저자가 쓴 만큼 통일성이 좀 없어보이는 면과 각종 통계자료가 책이 두꺼움에도 작게 들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역시 여러 부분을 다루다보니 깊이가 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서문에서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현재의 교육은 21세기 임에도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근대 산업국가의 대전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 이 전제들은 우선 생산에서 인간의 노동력 비중이 크고, 자본은 이윤을 노동은 임금을 얻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며, 핵가족이 형성되어 남자는 주로 일을 하고 여자는 가사육아를 하며,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고, 후진국은 선진국에 대한 압축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교육에도 근대 산업사회의 논리가 적용된다. 학교교육에서의 성공은 그에 걸맞는 직업 보상체계로의 진입을 확실시 하며 학교의 교과지식이 고정된 직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일치하고, 아동이 핵가족의 보살핌 속에 대체로 자기 성장에 문제가 없으며, 지식 암기로 서구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심화하고 4차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며 이 전제는 모조리 부서진다. 더 이상 노동력은 생산성의 큰 비중을 차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인공지능과 로봇에 상당부분 대체될 것이다. 환경 위기로 지구의 한계가 드러났고, 신자유주의 심화로 부의 불평등이 극심화하여 대개의 가정이 맞벌이가 되었고, 경쟁의 심화로 핵가족 자체가 거의 탄생하지 않고 붕괴되었다. 따라서 가정에선 더 이상 아동이 정서적 돌봄하에 자라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위탁되고 돌봄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지식과 사회의 요구 지식의 크게 유리되었고, 이로 인해 학교교과의 성공이 꼭 사회,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보장하지 못한다. 

 책에서는 많은 부분을 다루지만 인상적인 것중 하나는 무엇보다 학생의 정서안정문제였다. 초중고 학교급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장 원하는 교육을 물어보면 십수년째 능력주의에 빠진 나라치곤 놀랍게도 인성교육이 항상 1위를 차지 한다. 이는 인성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도 있지만 그만큼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소홀해진 것을 공교육에 요구하는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은 과거와 다르게 학생수가 반토막이 났음에도 오히려 학생수가 많을 때보다 학생 인성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학생의 인성교육에는 가정에서의 협조가 중요함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의 정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실제 교사의 50%는 가정이 학생의 정서지도에 비협조적이라 응답했다. 교사들은 학생의 정서문제를 위해 지원 전문시스템을 학교에 마련하고, 학부모 소환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위기 학생 훈육 가이드라인의 법적 정비, 학교 관리자의 강한 책무성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때 나이스 시스템을 이용한 학생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초등같은 경우 학부모가 응답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적어 그런 부분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위기로 드러나게 되도 학부모가 조치에 거부할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학생의 정서문제는 학교운영의 큰 문제점중 하나임이 작년의 사태로 드러났고,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자라난 학생이 사회의 위협이 될 수 있는지라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당국에선 과감히 교육적 처치를 벗어난 치료 대상 학생에 대해 강하게 개입하고. 이에 대한 법적 강제성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문제는 교원의 과원 문제가. 며칠 전 급격한 학생 수의 감소로 교육부는 새로운 교사 정원기준을 발표했다. 일부 교장, 교감 자리를 제외하곤 초중등 전체에서 대규모의 교원 감원이 발표되었다. 문제는 교원이 신분이 보장되는 국가 공무원인 만큼 그냥 과원이라고 해고하여 감축할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10년 정도 안에 초중고교에서 대규모의 교원 과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의 과원은 학급당 학생수 등의 기준을 지금으로 유지할 때의 이야기다. 세월의 변화에 발맞워 학급당 12명으로 인원을 맞추면 교원의 과원을 이뤄지지 않고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질관리도 기대된다. 한국은 그간 정부가 법적 교원 수를 항상 어겨가면서 학생 수 대비 부족한 교원의 수를 유지해왔는데 저출산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과도하게 선진적인 상황에 진입하게 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학급당 수가 무조건 적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학급당 적어도 16명 정도의 학생이 있어야 교사와 학생 관계, 교사 효능간, 교사 만족도, 팀 혁신, 교사 협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교사 과원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 행정적인 방법은 명예 퇴직의 유도와 임금피크제, 신규채용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안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교육적 해결 방안은 3시 학교제를 통해 수업시간을 늘려 필요 교원을 늘리는 방법, 학급당 학생수의 축소로 과원을 막는 방법, 전문교사제의 신설로 과원을 돌리는 방법, 증치교사배치로 역시 과원을 돌리는 방법등이 있다. 이중 전문교사제는 학습지원, 생활교육, 놀이교육, 정서행동지원, 마을학교등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도움 인력을 교원으로 채우를 방법이다. 이는 교사의 행정적, 수업 부담을 줄이고 학교에 넘치는 다양한 직종을 하나로 일원화해 교육효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2032년 학생 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감축될 것이 확실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법정교원이 많은 초등은 과원, 그리고 현재 교원의 30-40%를 기간제로 충당하고 있는 중고교의 경우 기간제 교원의 대량해직 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빠른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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