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세상을 읽는 4가지 방법 Great 인문학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권기돈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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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세기 말과 16 세기 초의 이탈리아 반도는 아주 복잡한 상황이었다.

밀라노, 피렌체, 제노바 같은 여러 도시 국가, 교황령, 나폴리왕국 등으로 나누어 져서 서로 모략, 전쟁, 배신 등을 일삼고 있었다. 더구나 강대국으로 부상한 프랑스, 스페인, 신성로마제국 등이 호시탐탐 이탈리아 반도를 뜯어서 지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를 통일할 강력한 군주를 원했고, 그러한 군주를 통해 이탈리아를 개혁하고자 장문의 군주론을 집필한 것으로 알았는데, 사실 메디치가에 의해 쫓겨난 후 다시 정계에 복귀하기 위해 그 당시 피렌체를 지배하고 있던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친 책이 군주론이었다고 한다. 


의도가 이기적이었다고 해도 책 내용은 현실적이고,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많다. 무조건 선량한 군주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국가를 생존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고대, 로마 제국, 당시의 인근 국가 등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례가 나오니 더 재미있게 읽은거 같다. 


다만, 내가 싫어하는 체사레 보르자를 이탈리아를 통일할 강력한 군주 중의 하나로 평가한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당시의 교황은 기독교를 위한 종교 지도자가 아니고, 더럽게 타락한 전제 군주 중의 하나로 판단하고 있는 나로서는 마키아벨리의 판단에 수긍할 수는 없지만, 진흙탕 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의 처세술을 염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체사레 보르자에 대한 그의 판단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현 시대에 군주라는 말이 어색할 수밖에 없고, 군주론이라는 사상도 한물 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책 내용 중에 마음에 새겨 둘 부분도 결단코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을 받느냐 두렵게 여겨지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나는 어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따라 사랑하고, 군주 마음에 따라 두려워하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라면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의지해야지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겠다. 내가 말했듯이, 군주는 오직 미움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쓴 위 문장에서 군주를 리더로 바꾼다면 어떨까?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병보다 시민으로 구성된 군대가 필요하고, 기존 정부에 불만을 가졌던 자들의 도움을 받아 새 정부를 만들어도 그들의 불만이 없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내용도 무척 공감가는 내용이다. 또한, 음모자들은 군주를 죽임으로써 인민들을 만족시킬 거라는 확신이 없으면, 일을 진행하면 안된다는 내용도 카이사르를 암살한 14명의 최후를 아는 나로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다소 특이한 것은 마키아벨리는 운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으면서도 운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찰을 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운이라고 하면,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 마련인데, 그가 생각하는 운은 다소 개념이 다르다. 아래 문장을 통해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운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운을, 화가 나면 평야를 덮치고, 나무와 강물을 쓰러뜨리며 이곳의 흙을 휩쓸어 가 저곳에 쌓아 놓는 난폭한 강물에 비유한다. 모든 사람이 그 앞에서 도망친다. 모든 사람이 그 기세에 굴복한다. 저항의 가능성은 없다. 이런 것이 강물의 본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물이 조용히 흐를 때 둑과 제방을 만들어 예방 조치를 취함으로써, 강이 범람할 때 강물이 수로로 흐르게 하거나 그 기세를 꺾어 덜 사납고 덜 위험하게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신랄하고, 냉철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군주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2015.08.28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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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2 펭귄클래식 47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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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읽은 세계 문학 중에 가히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에밀 졸라의 '인간 짐승'도 재미있었지만, '드라큘라'만큼 몰입감을 주지는 못했던 거 같습니다. 


2권에서는 런던에서 드라큘라를 제거하는 계획과 실행을 하면서, 몰랐던 사실과 피해를 입고, 런던에서 탈출한 드라큘라를 따라 트란실바니아까지 쫓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1권에서 드라큘라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면, 2권은 본격적인 드라큘라하고의 싸움입니다. 액션보다는 주로 두뇌 싸움으로 묘사됩니다. 드라큘라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한 실수가 결국 파멸로 이끌고 맙니다.


몽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 치밀한 감정 묘사, 시간순으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여정이 책장을 덮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번 연휴 기간에 다른 2권과 함께 이 책도 읽게 만든 힘이었습니다. 


드라큘라에 대항하는 영웅(개인적으로 영웅이라 칭하고 싶네요. ^^)들의 중심점은 반 헬싱 박사입니다. 

그의 지적 능력, 상황 판단 능력, 의지력, 남을 배려하는 모습 등이 바로 리더의 자격을 보여줍니다.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라는 것이 있습니다. 뭔가 일을 시도하자고 할 때 항상 why -> How -> What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 헬싱 박사가 리더로서 팀을 이끌 때 유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할 때 왜 우리가 드라큘라에 대항해야 하는지, 우리의 목적이 뭔지, 드라큘라를 파괴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가치가 뭔지 등에 대해서 먼저 자세히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팀원들이 모두 동의하고, 신념을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열정으로 불타 오를 때 비로소 어떻게 드라큘라를 제거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뭘 할 건지를 차분히 설명합니다. 그후 우리의 영웅들은 어려움과 실망이 닥쳐도 극복을 합니다.  

어찌 보면, 그 옛날부터 골든 서클 법칙이 존재했었고, 우리가 아는 모든 유명한 리더들은 그 법칙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름은 골든 서클이 아니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출간 당시에는 그렇게 큰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20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된 작품입니다. 팽귄 클래식 판본에서는 책 마지막에 스토커와 '드라큘라' 소설에 대한 작품 해설이 있는데, 이 소설에 대한 당시의 사회 반응, 소설에서 나온 내용에 대한 분석이 있어서 나름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분석이나 이해할 필요 없이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앞으로 2015년에 읽을 세계 문학중에 어느 작품이 '드라큘라'를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2014년에 제가 읽은 세계 문학 중에서 최고였던 '돈키호테'와 버금가는 재미를 준 작품인데, 이제까지 읽은 책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것처럼 재미난 세계 문학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니 행복하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2015.05.2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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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1 펭귄클래식 46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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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수백편의 영화, 뮤지컬, 연극으로 재탄생했던 바로 그 작품을 만나 보았습니다.


'드라큘라'는 영국인 브램 스토커(본명은 에이브러햄 스토커)가 1897년에 출간한 불후의 명작입니다. 약 110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이 지금의 저에게 이리 재미를 줄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혹시 아시나요? 이 책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가 1년동안 365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는 결심하고, 읽을 때 첫 권으로 선택한 책이 바로 드라큘라 였습니다. 바람 부는 언덕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드라큘라를 읽었다는 저자의 글을 읽었을 때 언젠가는 읽어 보아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팽귄 클래식 시리즈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일전에 영화로 본 기억이 아직 생생해서 크게 기대는 안했습니다.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역시 원작은 다릅니다. 주변 인물들의 자세한 심리 묘사나 연관된 사건들의 자세한 전개 등은 영화에서 따라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책장을 넘길 수록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2~3시간 영화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이 책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처럼 일기와 편지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이 스토리 파악을 하기에 더 힘들 수도 있지만, 등장 인물들의 마음과 정신 상태 등을 묘사할 때는 탁월한 구성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기, 신문, 공고, 편지 등을 통해 스토리를 연계시켜 나가면 마치 탐정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플롯을 맞춰 가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1권에서는 엄청난 악의 화신에 맞서 다수의 등장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조너선 하커가 트란실바니아에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서 보내면서 쓴 일기는 폐쇄적인 공포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드라큘라 백작의 정체를 알게 되어도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는 조너선 하커의 절망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드라큘라가 런던으로 오기 위해 운반되던 배에서의 선박 일지는 미스테리한 공포와 도망칠 수 없는 선박에서 공포와 마주쳤을 때 인간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끔 해줍니다.

드라큘라로부터 아름다운 여인 루시를 지키기 위한 반 헬싱 박사, 존 수어드의 고군 분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반 헬싱 박사를 마치 액션 히어로처럼 묘사하는 영화도 있지만, 원작에서는 명철한 두뇌를 지니고, 절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논리적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학자입니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반 헬싱 박사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드라큘라가 있다, 처치해야 한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드라큘라가 있다는 말에 혼란을 느끼며 부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후 충격을 최소화 시키는 과정입니다. 어찌 보면 답답한 전개이지만, 실제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누가 바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를 생각해 보면 현명한 접근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남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반 헬싱 박사와 그의 충실한 지지자 존 수어드, 그리고, 이제 공포와 혼란을 극복한 조너선 하커, 그의 충실한 동반자이면서 매력적인 미나 하커, 루시의 약혼자로 복수를 꿈꿀 거 같은 아서 홈우드, 그의 절친 퀸시 모리스.. 이들이 여러가지 사건을 통해 드라큘라의 존재를 깨닫고, 그로부터 이 세상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어서 2권을 책장에서 꺼내야 하겠습니다.


2015.05.2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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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5-05-2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옛날 책에 이렇게 매혹적으로 빠져들 수 있나 했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무섭고 멋진 세계를 만들어내다니-!

아타락시아 2015-05-23 23:57   좋아요 0 | URL
갱지님도 읽으셨군요. 고전의 재미가 이런거 같아요. 100년이 지나도 재미있는 책.. 맞는 말씀입니다. ^^
 
인간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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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책을 처음으로 접해 보았습니다. 

1840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목로주점'이라는 책으로 유명합니다. 정치 체제와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진 행동하는 작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은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분노하며 살 것, 한줄이라도 쓰지 않으면 하루라도 살지 말것" 


분노를 많이 해서인지 평생 반대파에 의한 비난, 탄압 등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견해가 어떤 것이든 그의 소설 자체는 참 재미있고, 다 읽고 나서 가슴 한 구석에 무언가를 고민하도록 심어 놓았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작가의 모든 면을 판단하기에는 어리석을 수 있겠죠. 그래서, 다음에는 '목로주점', '제르미날' 등을 구해서 읽어 볼 생각입니다. 

포르투갈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와 유사하게 계속 이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 짐승'은 1890년 루공마카르 총서 17권으로 출간됩니다. 에밀 졸라가 대단한 것이 1871년부터 1893년까지 거의 매년 한권씩 책을 썼다는 점입니다. 좌우명으로 삼은 분노가 어찌 보면, 이러한 힘의 원천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짐승'은 분노, 증오, 아픔, 어리석음, 질투 등으로 표현되는 인간 군상들의 심리 묘사와 그에 따른 사건 전개가 주된 흐름입니다. 이들의 운명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이 후반부에 머리를 때립니다. 여지없이 속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인간 사회, 문명에 대한 비판과 끝도 없이 달려가야 하는 기차에 빗대어 프랑스 운명, 전쟁에 대한 염려와 비판을 잘 표현했습니다. 정말 마지막 페이지에서 작가의 생각을 이리 잘 표현하다니.. 놀라웠습니다. 


엄청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노인, 그 노인에 의해 상처받은 여자, 그 여자와 결혼한 후 비로소 사실을 알고 복수에 사로잡힌 남자, 여자를 살해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힌 또 다른 남자, 자신은 항상 바람피면서 자신의 여자들은 안 된다고 고집하는 남자, 좋아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겨서 엄청난 질투에 빠진 여자, 순수한 마음을 지녔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면서 항상 피해를 보는 남자..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흥미롭게 읽다 보면, 왜 작가가 '인간 짐승'이라고 책 제목을 적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인간 심리에 대해서는 에밀 졸라에게 따끔하게 지적 당한거 같습니다. 인간이란 훨씬 복잡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는 것을 알려준 셈이죠. 그리고,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사회가 진화해도 인간 그 속에는 언제나 짐승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5.05.10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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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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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동안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보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직접 간 것은 아니고,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크레타 섬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며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조르바, 카잔차키스와 함께 보낸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들이 헤어질 때 저 또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았습니다. 저로서는 왜 꼭 헤어졌어야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모르죠. 

해변에 있는 오두막 집, 크레타 섬의 마을, 광산, 수도원 등.. 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을 같이 돌아다니면서 함께 생각하고, 고민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꼭 크레타 섬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조르바.. 소설 전반부에서는 그냥 망나니로 생각했습니다. 버릇이 없고, 여자를 무시하고, 무식하며, 말을 막하는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점차 빠져든 카잔차키스처럼 저도 그에 대한 반감이 어느덧 날아가 버렸습니다.

신앙이 있는척, 양심이 있는척, 착한 척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이 죽기를 기다리면서 죽은 사람의 집을 털어가려는 마을 사람들보다 위선이 없고, 양심적이고, 솔직한 조르바가 어찌 보면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이었습니다. 그토록 경시하던 여자를 위해 마지막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나이였습니다. 


조르바는 이 책의 저자인 카잔차키스가 실제로 만났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조르바와 헤어진 이후 그를 회상하면서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카잔차키스는 엄청난 여행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온갖 경험을 하며 여러 곳을 다녔던 사람인 조르바가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르바 어록이라고 할 만한 어찌 보면 경박해서 입에 담기 조차 힘든 그의 말들이 가슴에 와닿을 때가 많습니다. 

세상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밖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젊었을 때 무작정 떠나서 여행을 많이 다녀볼 것을.. 지금에 와서 후회 해봐야 소용이 없겠죠. 이 세상에는 정말 경험해 볼만한 가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득.. 해변에 누워서 콧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쳐다 보며 잠이 들고 싶은 밤입니다.    


2015.02.1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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