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 보다 훨씬 재미있는 다큐 영화가 한 편 있다. 제목은 ’펩시 내 제트기 내놔‘이다. 펩시는 코카콜라를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트릴 순 없었다. 그러던 중 펩시는 잘나가는 슈퍼스타들을 광고에 기용한다.

마이클 잭슨, 신디 크로포드 등 광고 속에서 잘 볼 수 없던 슈퍼스타들이 펩시를 들고 마시니 너도나도 펩시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코카콜라를 따라잡을 수 없던 펩시는 하나의 광고를 낸다.

펩시를 마시고 700만 포인트를 모아 오면 해리어 전투기를 준다는 이벤트를 한다. 펩시 회사의 광고 수뇌부들은 이런 이벤트에 응모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 같은 이벤트 광고를 낸다. 사람들은 거참 재미있는 광고야,라고 하며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본 수억 아니 수십억 명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이 응모 이벤트에 참여를 하게 된다. 이유는 ’이벤트 유의사항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존 레너드. 당시 학생이었던 존은 무모한 도전을 즐기며 알바를 몇 개나 하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700만 포인트를 모으려면 몇 년 동안 매일 몇 백 개의 펩시를 마셔야 하는 것에서 사람들은 포기를 했지만 존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존은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토드라는 한 자신가를 찾아간다. 토드 라는 사람은 학생 때 배우는 프랑스어가 어려워 오토바이를 아고 그대로 프랑스로 가버릴 정도로 엉뚱했다. 네팔 등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모험을 좋아하던 토드는 뇌에서 종양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20살이나 어린 존이 찾아와서 펩시 이벤트 응모에 도와달라는 엉뚱한 소리를 듣는다.

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았지만 경제적 지원은 또 다른 문제이기에 토드는 존에게 사업 계획서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토드는 일반인이 전투기를 가지는 게 법적으로 허용이 가능한지, 또 이벤트 준비하는 동안 이벤트 응모가 끝이 났을 때 대책에 대한 계획서를 가져오라 한다. 존은 바로 사업 계획서 작성을 한다.

전투기는 일반인이 레이더와 미사일을 장착하지 않으면 가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벤트 응모에 유의사항이 없음을 인지한다. 토드는 존의 사업계획서를 본 후 개인 변호사를 불러 전투기 응모에 착수한다. 그리고 펩시 회사에 모든 서류를 보내면서 일은 점점 커져간다. 두둥.

이 다큐는 정말 재미있다. 펩시 회사는 큰일이 난 것이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을 전부 부르고 시간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간다. 존과 토드는 또 한 명의 미사일 같은 변호사 마이클을 부르면서 어마어마한 싸움으로 번지며 미국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글로벌 대기업과 대학생의 싸움은 언론과 각종 뉴스의 톱을 차지하며 관심을 받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이기기는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던 중 펩시는 필리핀에서도 이벤트 응모를 잘 못하여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일어났고 필리핀 사람들은 펩시에 치를 떨었던 일이 있었다.

이쯤 되면 왜 그런 거지 같은 광고를 대행사에서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다. 이 안에 굉장한 반전이 있다. 광고 만드는 이들이 이 광고에,,, 영화를 직접 보기 바람.

그래서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다큐는 30년간의 일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촬영했다. 이 소송 전의 판례는 후에 법학 교과서에 실리면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사람들이 존의 편을 들어준다.

지금은 나이가 많은 존과 토드. 이 두 사람은 여전히 산을 오른다. 모험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한다.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꿈을 찾기 위해 불리한 것과 싸워야 한다는 것, 거기에서 오는 실패가 실력이 된다는 것, 쓰러져도 주저앉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을 보여준다.

토드는 존과 함께 일어서는 법을 배웠고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다큐영화 ’펩시 내 제트기 내놔‘였다. 존의 어머니가 제일 웃김. 그저 이 일을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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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넓은 세상에서 주인공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손을 뻗고 손이 닿는 곳에서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좌절을 맛보았고, 어떤 노력을 했을까.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는 건 일찌감치 일아버렸다. 그러나 내가 속한 학교, 회사에서조차 나는 티 안 나는 변두리 인생일 뿐 단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어, 주인공을 늘 할 수는 없잖아? 그러나 내가 쓰는 글 속에서는 내가 주인공일 수 있는데도 나의 글 안에서조차 나는 주인공 주위를 맴도는 주변인일 뿐이다.

분명 어린 시절 모든 것이 나의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뱅뱅 맴도는 것 같았다. 내가 중심,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지옥의 화원, 이 영화를 한 줄로 말하자면 ‘만화 같은 등장에 만화 같은 강인함에 만화 같은 전개가 있는 병맛 영화‘다. 이 과함의 분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랜만에 실컷 웃을 수 있다.

대괴수 에츠코의 과한 립스틱마저도 계산된 터치로 그려낸 캐릭터들의 병맛 과한 일본식 대사와 엔도 케이지가 오피스 레이디로 나타나는 이 기기괴괴하고 과한, 폭발하는 병맛 꽉 찬 영화를 보며 드는 생각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가정에서, 친구들 무리에서, 내가 다니는 학원에서 심지어 단짝인 친구와 나 사이에서도 주인공은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설령 주인공이더라도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온다.

만화 주인공 특유의, 뭘 잘 못하지만, 천진난만해서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주인공처럼 누구보다도 강해 보이자라고 항상 마음에 새겼다. 하지만 나는, 지고 말았다.

나는 결국, 주인공이 될 그릇이 아니었다. 나 같은 건 어차피 만화에서 흔한 아슬아슬하게 져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주인공인 척했던 내가, 말도 안 되게 부끄러웠다.

이 영화는 두 가지의 관객으로 나뉜다. 뭐야 씨발라먹을 수박 새끼 같은 영화라며 뛰쳐나가는 관객과 하하하 역시 B급이 좋아, 과한 병맛이 좋아, 하며 보다가 나처럼 그 안을 잘 벌려 각성하게 되는 관객.

비록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시선을 달리보면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나는 또 다른 주인공인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싸우면서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 뜻밖의 전개로 흘러간다. 영화 죠시스(여자들)처럼 온통 병맛이 영화를 꽉꽉 메우는데 잘 보면 꽤나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는 ‘지옥의 화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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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발치에서 보던 크리스마스가 어느덧 발치까지 왔다. 크리스마스 영화는 역시 캐빈의 좌충우돌 생존기 지. 캐빈은 그날 이후 나의 마음에 공구리를 쳐버렸다.

캐빈은 성인이 되어서 2018년인가 ‘나 홀로 집에’를 패러디 해서 구글 광고를 찍었다. 패러디를 너무 잘 해서 사람들의 호평을 얻었다.

나 홀로 집에를 보면 재미있게 촬영한 장면들이 아주 많다. 캐빈이 홀로 남겨져 지낼 때 바보 도둑들이 봉고를 몰고 붕 가서 캐빈의 코앞에서 멈추는 장면이 있다. 다 기억하겠지? 그 장면은 실제로 촬영하면 너무 위험하니까 캐빈의 코앞에서 차가 후진을 하고 카메라를 거꾸로 돌렸다. 그래서 후진을 할 때 캐빈의 목도리가 차에 딸려 가는데 그게 본 영상을 보면 드러난다. 그러니까 봉고가 캐빈의 코앞까지 올때 캐빈의 목도리도 약간 앞에서 캐빈의 몸으로 붙는다.

원래 나 홀로 집에 가 불발 될 뻔 했는데 아실까. 원래는 워너 브라더스사가 제작을 맡았는데 제작비가 초과하니까 이런 애들 보는 영화에 더 이상 투자를 할 수 없으니 엎어라,라고 했는데 이런 사태를 예감했던지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존 휴즈가 몇 주 전에 아무도 몰래 폭스사 간부에게 각본을 전했는데 폭스사에서 이건 대박이 날 것 같아!라며 제작을 끝까지 하게 되었다.

캐빈이 홀로 집에서 난장판을 만들며 신나게 노는 장면에서 썰매를 타고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번에 볼 때 잘 보면 스턴트맨의 얼굴이 잘 보일 것이다. 캐빈의 스턴트를 맡은 배우 레리 니콜라스는 30살인데 키가 캐빈만큼 작아서 캐빈이 밧줄을 타고 썰매를 타는 모든 대역을 했다. 캐빈 2는 물론 여러 영화에서 활약했다.

사실 캐빈에서 가장 재미있고 중요한 인물은 바보 도둑들이다. 그중에서 조 패시의 연기가 압권이었는데 조 패시는 캐빈 이전에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입만 벌리면 두세 마디마다 “씨발라먹을”을 집어넣어서 대사를 쳤는데, 그래서 캐빈에서 코믹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였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조 패시는 알아들을 수 없고 이상하게 말하는 신조어를 마구 내뱉으며 연기를 했다.

또 키 큰 바보 마브는 맨발로 찔리고 또 찔리고 유리를 밟고 눈밭에서 혹사를 당했는데 눈밭에서는 너무 추워서 고무로 된 발을 끼우고 연기를 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보면 눈밭에서 맨발이 좀 어색한 게 보일 것이다.

대가족 중에 가장 막내 풀러, 안경 쓴 귀여운 꼬마 애는 실제로 맥컬리 컬킨의 동생이다. 키에란 컬킨으로 아직도 배우로 연기를 착실히 하고 있다. 영화에서 풀러가 큰 아빠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의자에 얼굴이 딱 끼이는데 이 장면도 위험하니까 의자를 고무로 만들어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재미있는 영상과 이스트 에그가 숨어 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유튜브에 여러 영상들이 있지만 그 중에 영사관 채널이 제일 좋음. 나 홀로 집에 1, 2.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많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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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범죄 영화를 봤다. 범죄 영화라고 하지만 그간 너무 극악무도한 범죄 영화를 봐서인지 이 영화는 엉뚱하고 또 엉뚱한 주인공들 덕분에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이는 영화다.


카조니어라는 말은 합성어인데 ‘셀 수 없는 많은’과 ‘사람’을 합친 단어라고 한다. 아주 돈이 많은 사람들. 억만장자 같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 영화는 영화 시작 1분부터 풉 하고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웃음이라는 게 실실, 이 사이로 조금씩 흘러나올 정도다. 주인공 올드 돌리오는 26살의 여성이다. 그러나 26살이 되도록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시간이 되면 팬터마임 같은 행동으로 우편물 취급소에 잠입을 해서 다른 사람의 우편물을 몰래 빼오는 것뿐이다.


올드 돌리오는 사회성이라고는 1도 없고 그저 그 시간이 되면 그런 기묘한 행동으로 우편물 취급소에서 물품을 훔쳐 온다. 그리고 훔쳐 나온 물품을 가지고 아빠와 엄마와 함께 뜯어보고 돈이 되는지 눈대중으로 본 다음에 그걸 돈으로 바꾼다.


이 가족은 사기꾼 가족으로 도둑질을 하여 먹고사는데 그 규모가 알콩달콩 할 정도로 소규모다. 고작 우편물 취급소의 우편물을 훔치고, 홀로 사는 사람의 집에 친밀하게 들어가서 엄마와 돌리오가 대화를 하는 동안 아빠가 잡다한 것들을 훔치거나 지갑을 털어 나오고, 비행기에서 제일 마지막에 내리면서 사람들이 먹다 둔 기내식을 챙겨 나오거나 티슈 같은 것을 들고 나오는 정도의 수준이다. 어딘가에서 얻은 마사지 티켓을 돈으로 바꾸러 들어갔다가 마사지사가 돈으로는 못 바꿔 준다고 하니 돌리오는 한참 생각 끝에 자기가 마사지를 받는 등 사기꾼 가족인데 사기를 안 당하는 게 다행인 가족이다.


돌리오 가족이 사는 집은 공장에 딸린 큰 사무실인데 월세가 기가 막히게 싸다. 이유는 매일 특정한 시간에 공장에서 나오는 거품이 사무실 벽면에 새는데 그걸 닦는 대신 값싸게 지낼 수 있지만 이 가족은 그 월세도 내지 못해 쫓겨나게 생겼다. 그래서 집세 구하기 사기 행각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가족에게는 생활의 냄새랄 것이 거의 없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배제되어 있다. 훔친 돈은 똑같이 3등분을 한다. 하지만 돌리오는 돈이 없고 사기를 치고 아크로바틱 한 행동으로 우편물 취급소에 침투하는 건 늘 돌리오의 역할이다. 돌리오는 엄마나 아빠 대신 자기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엄빠는 자신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고, 안아 주지도 않고, 살갑게 대하지도 않지만 원래 그런 거라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돌리오는 어떤 여성이 출석해야 하는 곳에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대신 가서 아기가 엄마 배 위에서 본능적으로 엄마의 가슴을 찾아가는 영상을 보고 자신의 수많은 감정을 억눌러 온 것에 대해서 괴리를 느낀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 가족에게 끼어든 푸에르토리코 여성 멜라니에게는 엄마가 살갑게 대하고 ‘아가’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돌리오는 자신에게 들어온 큰돈을 전부 엄마에게 주며 이 돈을 그냥 다 줄 테니 나에게도 ‘아가’라고 한 번 불러 달라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끝끝내 그러지 않는다.


이 영화는 에반 레이첼 우드의 영화 속 하나뿐인 표정의 연기와 영국 저 어디 시골구석의 악센트가 강한 억양으로 말하는 대사와 뻣뻣한 동작이 26살이 될 동안 어떤 식으로 엄빠에게 사기꾼으로 길러졌는지 알게 해 준다. 그런 돌리오가 자신에게도 감정이 많다는 것을 멜라니가 알게 해 준다. 세상에서 태어나 딱 한 번, 딱 한 장의 팬케이크를 먹어 본다. 그것도 엄마가 아닌 멜라니가 해주는 팬케이크를. 그 장면은 너무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찡하다. 표정이 없이 자기감정을 눌러온 돌리오가 어둠 속에서 나오면서 웃게 되는데 보는 사람도 너무 좋다.


이 영화는 OST가 정말 좋다. 웃음 가득 멜라니와 세상 시름 다 가진 듯한 무표정의 돌리오가 같은 방에 있게 되었을 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은 것이다. U2의 Numb의 리듬이 떠오르는데 찾아보니 Rile Me Up이라는 제목이다. 예고편 초반부에 흐르는 음악이다. 모든 사운드트랙이 좋아서 찾아보니 이미 이 영화의 마니아들이 많았고 그들은 카조니아의 사운드트랙을 엄청(까지는 아니지만) 구매해서 듣고 있었다.영화를 보고 나면 올드 돌리오에게 이렇게 살아온 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앞으로는 꼭 행복해야 해. 네가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하다고.라고 말해주고 싶은 영화다. 아마 이 영화에 스펀지처럼 흡수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돌리오의 감정에 몰입이 되었고, 그 사람들 역시 돌리오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시간, 장소,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감정이라는 건 기계가 아무리 발전을 해도 알 수가 없다.


익숙함이라는 것에 길들여지면 우리는 그것이 마치 나의 당위성이 되어 버린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에서 조금만 비켜가거나 벗어나면 불안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그루밍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리 출석을 하는 자리에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강사에게 어린이처럼 머리 쓰다듬음을 받으며 눈물을 흘린다. 그 한 장면에서 돌리오는 26년 동안 엄마에게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런 애틋한 손길을 받아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영화라는 세계는 마음을 다 던져도 좋구나, 하고 느꼈다.


기타음이 꼭 말을 걸오는 듯한 Rile Me Up https://youtu.be/ojVW4NULi4k Emile Mosseri


여기부터는 읽지 않아도 되는 주절거림의 이야기.


에반 레이첼 우드는 '웨스트 월드'로 잘 알려져 있다. 돌로레스로 웨스트 월드 세계관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예쁘다. 호스트라고 불리는 돌로레스가 인간이 만든 휴머노이드지만 기억을 재생하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추악함에 반기를 들고 웨스트 월드 세계에 속한 인간들을 점령해 나간다. 에반 레이첼 우드는 18세에 이미 마를린 맨슨과 약혼을 했었는데 작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를 학대한 사람의 이름은 브라이언 워너이며 마릴린 맨슨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10대였을 때 나를 그루밍(Grooming·성적 길들이기)하기 시작했고 수년간 끔찍하게 학대했다"라고 폭로하는 글을 게재했다.

마를린 맨슨은 어떤 면으로 매력보다 마력이 있는가? 우리나라에도 왔던 살아있는 마네킨이라 불리는 디타 본 티즈와도, 왕좌의 게임에서 조프리에게 가장 처참하게 살해당한 - 벽면에 화살로 맞아서 걸려 죽어있던 아름다운 시녀 역의 비앙코도, 그리고 에반 레이첼 우드도 마를린 맨슨에게 빠졌었다. 여성들이 폭로한 맨슨의 학대 수준은 가히 가학적 고어 공포 영화 수준이다. 마를린 맨슨은 조니 뎁의 절친으로 기타 연주를 잘하는 조니 뎁을 자신의 공연에도 같이 서게 했는데 이번 이혼 재판 과정에서 마를린 맨슨이 조니 뎁에게 18세 어린 여자를 소개하는 문자가 공개되기도 했다. 마를린 맨슨 노래는 예전부터 너무 좋아하는데 늘 사건 사고에 서 있다. 요즘의 마를린 맨슨의 외모는 뭐랄까 드럼통 같은 몸이 되었다.  


에반 레이첼 우드는 빌리 엘리엇의 제이미 벨과 결혼을 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아들도 있다. 제이미 벨을 너무 사랑해서 발목인가 제이라는 타투를 한 것으로 아는데 2년 후에 결별한다. 아무튼 재미있고 알 수 없고 이해하기 힘든 할리우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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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카포티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가 된다고 했을 때 주인공으로 메릴린 먼로를 추천했고 그녀가 아니면 허락할 수 없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그녀의 퇴폐미를 걷어내면 순수하고 맑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머리까지 똑똑하다. 자존심 강한 카포티는 영화사의 설득에 결국 허락을 하고 말았지만 메릴린 먼로의 진가를 아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블론드 이 영화는 ‘좀비’로 우리에게는 좀 더 유명한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서 그런지 온통 먼로의 불행하고, 불행에, 불행의 연속인 영화다. 오물 같은 어머니에게 마저 사람의 취급을 받지 못하다가 결국 연예계의 삶이란 불행의 끝을 보여주는 똥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불행이 좀 잠들면 불운이 그 자리에 파고들고 불운이 불러가면 그 자리에 불행이 들어온다. 영화 속에는 진짜 같은 가짜가 마치 진짜인 듯하게 사람들로 하여금 먼로를 여기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독은 먼로의 불행으로 돈을 만지려는 그런 불순한 생각이 보이는 것 같다. 한 마디로 기분이 아주 더러워지는 영화다. 이런 영화가 세기를 놀라게 했던 먼로를 향한 경외를 보여주기나 할까.

세기에 나올지 말지 한 스타의 삶을 고작 미국의 연예인 고장에서 한낱 망가진 삶으로 나타낸 영화가 무슨 전기 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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