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전작(해수의 아이)이 너무 철학적이고 과학적이고 해양학적에 초현실적이라 망설였다가 니쿠코짱의 캐릭터를 보고 보게 된 니쿠코짱 이야기. 애니메이션인데 눈물이 와르르 흘러서 놀랐다.

니쿠코짱은 만나는 남자에게 속아서 빚더미까지 떠안게 되어서 살던 곳을 버리고 이사를 가지만 자신의 어린 딸 키쿠코를 데리고 씩씩하고 아무 고민 없이 살아간다.

남자에게 혹 해서 넘어가고, 그럴 때마다 이사를 다니고, 돈은 없어서 허드렛일만 하지만 니쿠코짱에게는 딸 키쿠코와 누워 잘 수 있는 곳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헤헤 실실 좋기만 하다. 그런 엄마와 얼굴부터 성격까지 전혀 닮지 않은 키쿠코는 엄마가 부끄럽다.

온 마을 사람들과 다 친하게 지내고 기분 나쁜 일에도 헤헤 실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보통날이 최고라는 엄마 니쿠코짱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키쿠코. 그녀는 반에서 무표정의 얼굴에 앞머리로 눈을 가리고 다니는 니노미야와 대화를 하게 된다. 키쿠코 앞에서만 얼굴을 이상하게 변형하는 틱장애 같은 걸 보이는 니노미야. 왜 인지 모를 막연한 불안감이 들 때 니노미야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일그러트리면 기분이 나아진다. 아이같은 엄마 니쿠코짱 대신 이제 십 대 학생인 키쿠코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춘기. 반에서 친구들도 분파로 나뉘려고 하고 뒤에서 누군가를 헐뜯는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며 치를 떠는 키쿠코는 자신도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다가 배탈이 났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주인아저씨가 어렵게 마련해 준 이 바다 위의 작은 배가 우리 집인데 내가 아프면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어어? 왜 이러지. 아 너무 아프다.

급성 맹장염으로 쓰러진 키쿠코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눈을 뜨니 니쿠코짱이 벌벌 떨며 괜찮냐고 울면서 묻는다. 그러면서 전혀 닮지 않았던 니쿠코짱과 키쿠코는 엄마와 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다. 니쿠코짱의 헤헤 실실 속에는 어떻게든 키쿠코를 예쁘게 잘 키워야겠다는 오직 그 하나의 결심이 있었다.

니쿠코짱이 주인공이지만 키쿠코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행된다. 만화인데 대단히 감동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니쿠코짱의 목소리를 연기한 오타케 시노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검은 집의 원작에서 정말 이 여자는 정신이 나가버린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할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다. 오타케 시노부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했다. 니쿠코짱의 오버스러우면서 정말 만화 같은 캐릭터인데 그 속에서 묘하지만 키쿠코를 지키려는 엄마를 표현했다.

반드시 가족이 아니라도 괜찮다.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식구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니까.

낳아준 사랑은 못됐지만 길러준 사랑은 나쁘지 않았던 기분 좋은 영화 ‘항구의 니쿠코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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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일본의 교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한복을 입은 경자(사와지리 에리카)에게 김치 냄새가 난다며 시비를 거는 일본 남자고등학생이 나타난다. 경자와 친구는 그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남자들은 계속 시비를 걸며 조센징이라 경자를 괴롭히다가 경자의 옷깃에 장난을 친다. 친구가 그 자리를 빠져나가 소식을 조선 고등학교에 전한다. 조선 고등학생들이 일제히 나타나서 경자를 괴롭힌 놈을 찾는다. 일본 남자고등학생들은 이 조총련계 조선고등학생들을 무척이나 두려워한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경자를 괴롭힌 놈에게 달려가서 박치기로 때려눕힌다. 바로 조선고등학교에서 일진을 먹고 있는 안성이었다.

안성은 이 쪽발이새끼들이라며 아이들에게 일본 고등학생들이 탄 버스를 밀어서 쓰러트리자고 한다.


학생들은 울분에 못 이겨 안 그래도 일본에게 핍박받는 생활인데 잘 됐다 싶어서 전부 버스에 붙어서 버스를 밀어서 넘어트려 버린다. 그 속에 있던 또 다른 주인공 고스케는 식겁한다.

이 사건은 신문에 크게 나고 선생님에게 조총련계 조선인들은 역사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타국에서 디아스포라 문화를 강하게 지니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강한 사람들이라고 고스케는 생각한다. 고스케는 포크 록 음악을 하고 싶은 그저 그런 청소년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고스케에게 조선고등학교에 가서 패싸움보다는 친선 축구시합을 하자고 제안을 권한다. 고스케는 무서움을 안고 벌벌 떨면서 학교로 찾아간다. 무서운 안성에 일진들이 고스케와 친구를 윽박지른다.

고스케는 무서운 그 학교에서 플루트를 부는 경자를 보고 반하게 된다. 경자가 조선인 학생들과 함께 연주하는 그 곡은 ‘임진강’이라는 아주 아름다운 곡이었다. 고스케는 경자를 만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고스케는 임진강이라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기타 판매점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음악을 하는 사키자카(오다기리 조) 형에게 임진강이라는 노래에 대해서 듣게 된다. 노래는 남북이 임진강을 두고 갈려져서 같이 흘러 흘러 다시 합쳐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는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고스케는 용기를 내어 경자에게 전화를 걸어 좋아하는 밴드 ‘더 포크 크루세더스’의 공연을 같이 보러 가자고 한다. 하지만 경자는 퇴짜를 놓는다. 대신 그날 공원에서 작은 공연을 하는데 보러 오라고 한다. 고스케는 얼굴이 밝아지며 가겠다고 약속을 한다.


임진강이라는 음악으로 고스케는 경자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포크록을 하고 싶었던 고스케는 경자와 함께 조선의 아픈 역사를 알아가면서 공원에서 임진강을 함께 연주하게 된다. 그때 두 사람의 공연을 지켜보던 라디오 피디가 고스케에게 명함을 주며 라디오에 출연하기를 바란다.


주인공 안성은 일본을 벗어나 고향으로 가서 축구선수가 되려고 한다. 안성과 사귀던 모모코는 안성이 자신의 전부라 믿는다. 안성은 늘 일본에 반항적이고 일본의 야쿠자들과 패싸움을 하고 다니는 모습에 늘 불안하다. 모모코는 자신이 안성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걸 알지만 안성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강자(마키 요코)는 조선고등학교에 몇 년 늦게 들어간 누나뻘로 안성이 북한으로 가버리면 이제 교토에서 힘을 부릴 수 없다는 걸 알고 간호사가 되어서 병원에서 일을 한다. 거기서 모모코를 돌봐주면서 안성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안성이 일본의 야쿠자 학생들과 싸우게 된다. 일본 학생들은 오이김치 냄새가 난다며 달려들고 안성은 쪽발이 새끼들아 하며 달려든다. 일본 학생들은 너희 나라는 갈라졌다고 시비를 건다. 조국은 분단되었지만 일본에서만은 조선은 통일이 되었다고 느끼는 안성. 부산에서 온 김일이라는 청년도 안성과 조선고 학생들과 함께 일본 야쿠자들과 싸운다.


안성의 왼팔, 재덕이가 일본의 학생들에게 홀로 찾아갔다가 집단으로 구타를 당하고 도망치다 트럭에 숨지게 된다. 재덕이 숨을 거두면서 재일교포들은 전환기를 맞이한다. 장례식 장은 울음바다가 되고 안성은 장례식장을 찾아와서 일을 도우는 고스케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형제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있던 어른들은 그런 고스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중 한 어르신(사사노 타카시)에게 일본인(고스케)은 장례식장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는다. 어르신은 일본인에게 당한 설움을 울면서 토해낸다.


[고향에서 조용히 농사짓던 사람한테 불쑥 종이 한 장 내밀더니 트럭에 실려갔어. 할머니는 우시고 논바닥에 주저앉아서 피눈물을 흘리셨어. 부산에서 탄 배 위에서 바다에 빠져 죽을까도 생각했어. 온 나라가 텅텅 비도록 끌려왔단 말이다. 너희 일본 젊은 놈들이 뭘 알아. 지금 모르면 앞으로도 절대 모르는 거야, 이 등신들아! 우린 너희하고 달라. 너희가 먹다 남긴 돼지밥 훔쳐 먹다가 야쿠자한테 걸려서 발목이 부러졌어]

고스케는 좋아하는 경자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이념이 뭔지, 침략이 뭔지,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수 없는 것에 화가 난다. 경자는 만약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고스케 너는 조선인 될 수 있냐고 할 때 고스케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전부 이상하다. 왜 삶이 이토록 힘겨울까.


고스케는 가지고 있던 기타도 부숴버린다. 개천에 기타를 던져 버리고 몸뚱이만 라디오로 가니 고스케를 끝까지 피디가 기다려주었다. 피디는 고스케에 그때 공원에서 부른 그 아름다운 곡을 불러라고 한다. 하지만 라디오 국장이 내려와서 호통을 치며 그 곡은 일본에서 금지곡이라 부를 수 없다고 한다. 그때 피디가 국장에게 소리를 지른다. 노래 부를 자유도 없는 나라가 무슨 나라냐며 고스케에게 임진강을 부를 수 있도록 국장을 보내버린다.


고스케가 부르는 임진강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다. 경자는 라디오를 통해 고스케의 임진강을 듣고 장례식 장의 어른들에게 라디오로 그 노래를 들려준다. 이 노래 고스케가 부르는 거냐? 경자가 그렇다고 하자 모두가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모모코는 끝내 버스에서 양수가 터져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병원에서 강자(마키 요코)를 찾는다. 강자는 이런 몸인데 왜 안성에게 알리지 않느냐고 모모코의 출산을 도운다. 모모코는 북한으로 갈 안성에게 짐이 될 수 없다며 알리지 말라고 한다. 홀로 분만을 하려는 모모코.

그때 안성은 재덕을 죽은 일본 야쿠자들을 찾아가서 패싸움을 한다. 서로가 죽기로 싸운다. 그곳에 강자가 찾아와서 모모코가 곧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고 알린다. 안성은 모든 걸 제쳐두고 모모코가 있는 병원으로 온다. 그리고 힘겹게 낳은 모모코에게 수고했다고 말한다. 옆을 지켜주는 안성을 보며 모모코는 눈물을 흘린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안성은 모모코가 낳은 아기를 안고 오열을 한다.

임진강을 부른 고스케가 라디오에서 나오니 경자가 와 있다. 수없이 연습했던 말 “우리 함께 해요”를 말하는 고스케.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노래 ‘임진강’은 57년에 만들어진 북한의 노래로 일본 가수 The Folk Crusaders가 일본어로 번안해서 불렀다. 일본 배우 사사노 타카시가 한국의 어르신 중 한 명을 연기하면서 울부짖었던 대사 중에 “부산에서 탄 배 위에서”라는 말이 있다.


당시 일본의 조총련계는 북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반도에서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은 대부분 부산 사람과 경상도 사람들이었다. 재일교포는 고향이 북한도 아니며 공산주의와도 관련이 없지만 일본 패망 후 한국으로 가려고 해도 돈도 없고 이승만 정부 당시 북한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재일교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가 한국전쟁으로 인구를 줄어든 북한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일본으로 가서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말로 재일교포들과 접촉을 했다. 그리하여 북한으로 많은 재일교포가 들어갔고 일본에 남은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조총련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스케와 경자의 임진강 공원공연 https://youtu.be/k6t5l6sg-kk


영화는 이 모든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 무엇보다 너무나 예쁘게 나오는 경자의 사와지리 에리카(베츠니로 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뭐 어때ㅋ)를 비롯해서 나오는 일본 배우들이 전부 재일교포를 잘 연기했다. 사와지리 에리카의 오빠, 삼촌, 어머니라고 말하는 모습이 귀여운 이때의 모습. 마키 요코, 키리나티 켄타, 에구치 노리코, 카세 료 등 지금은 탑이 된 배우들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카세 료가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강자로 나온 마키 요코는 20여 년이 흘러  용길이네 곱창집에서 또 한 번 한국인으로 나온다.


여기 또 한 편의 일본 영화가 있다. 일본 영화이자 한국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이다. 1960년대 일본 오사카의 판자촌에서 사는 한국 가족 용길이네가 곱창집을 하며 일본에 녹아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일본 전시에 나가서 한쪽 팔을 잃어버린 아버지 김상호,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가서 다리를 저는 큰 딸 마키 요코, 가족의 일이라면 다 던지고 나서는 엄마 이정은, 지긋지긋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이 생활 속에서 돌파구를 찾는 둘째 딸 이노우에 마오, 그의 철없는 예비 남편  오오이즈미 요, 닐리아를 기가 막히게 부르며 가수를 꿈꾸는 셋째 딸 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조선인이라 학교에서 늘 맞아서 학교 가기 싫은 일본 사립학교 다니는 막내 토키오. 이 모든 등장인물이 한국인으로 나온다.


내가 대사를 듣기에 한국 배우들이 하는 60년대 일본 대사는 잘하는 거 같은데 일본 배우들이 말하는 한국어는 어눌하다. 영화 속에서도 우리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못한다고 나온다. 그래도 사쿠라미 나나미는 한국어를 꽤 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일본의 내놓아라 하는 배우들과 한국의 배우들이 한 가족으로 나온다. 보면서 일본 배우들이 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일본의 잘 나가는 배우들이 한국인을 연기하는데 그들의 입으로 한국인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이지만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김치는 김치다, 다들 한국인들이 우습지? 같은 대사를 한다.


영화를 보면 각본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어서 보는 내내 재미있다.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이 일본 속 1세대 한국인들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재일’은 모순덩어리야. 차별과 편견 속에서 일본을 증오하고 한국을 그리면서도 여기를 벗어나지 못하니.

당연하지, 한국 가봤자 먹고살 길이 없잖아. 한국어도 서투른데.

결국 이거야, 돈에 묶여 있는 거지. 한 손에 돈, 한 손에 눈물. 눈물의 ‘재일’ 스토리.

벗어날 수 없으니 그곳에서 악착같이 살아야 한다. 앞길이 보이지 않아도 그놈의 고문 같은 희망을 품으며 내일은 밝으리라.


재미있게 봤다. 각본이 정말 좋다. 정의선 감독은 일본 영화판에서 각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본 영화계의 안톤 체호프라 불린다. 비록 60년 대의 이야기지만 80년대, 2000년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영화 이전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용길이네 곱창집, 야키니쿠 드래곤으로 연극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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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3-06-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에서 처음으로 <임진강>을 들었죠. 중국에 사는 동안 북한 음식점을 가면 공연 시간에 임진강을 신청해서 듣곤 했는데, 북한 종업원이 부르는 노래가 정말로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종업원 반주에 어설프게 불러도 보았죠. 물론 한국 노래방에는 없는 노래지요.

교관 2023-06-14 11:29   좋아요 0 | URL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시네요 ㅎㅎ 가사가 좀 다르지만 김연자 버전도 유튜브에는 있더라구요
 

인간을 관통하는 결락의 결정체, 배위와 모순, 사랑을 하면서 환희와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이 미친 음악, 말러의 아다지에토는 많은 영화인들이 영화에 사용하고 있다. 아다지에토가 영화 역사상 가장 잘 어울렸던 영화가 ‘베니스에서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숨결 자체가 아다지에토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이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의 선율이 몹시 아름답고 마음을 지그시 누르는 이유는 타악기나 관악기가 사라지고 현악기로 연주되기 때문이다.

헤어질 결심이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와 한 몸인 이유는 헤어질 결심이 서래의 이야기이며, 아다지에토가 서래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러는 아다지에토를 사랑하는 아내 알마 쉰들러를 위해 사랑으로 충만한 마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1910년 병으로 쓰러질 때까지 이 곡을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알마는 1902년 말러와 결혼을 하지만 알마는 독일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 이념의 창시자인 그로피우스와도 사귀고, 화가 코코슈카하고도 사귄다. 그의 엄청난 그림 ‘바람의 신부’ 속 여인이 알마 쉰들러다.


처음 말러가 알마를 위해 아다지에토를 작곡했을 당시에는 이 곡은 그야말로 사랑으로만 충만했다. 하지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수록 불안, 사라지는 것, 잊힘, 그리움, 죽음이 곡에 스며들게 된다. 사랑을 하게 됨으로 그 행복 속 결락과 죽음을 보게 된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알마를 쏙 빼닮았다. 영화 초반 서래의 남편이 산에 오르면서 이런 대사를 한다. “말러 교향곡 5번 1악장부터 듣기 시작하면 4악장이 끝나갈 무렵 산 정상에 오른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5악장을 듣고 내려온다.” 하지만 마지막 5악장은 듣지 못한 채 추락사하고 만다.


아다지에토는 산으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난다. 헤어질 결심 역시 산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바다에서 끝이 난다. 영화 속 미장센을 들여다보면 문형과 색감에서 잘 드러난다. 서래 집 벽지는 산인지 바다인지 모호하다. 박찬욱 사단으로 불리는 류성희 미술감독의 작품이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손을 거치면 영화 속 미장센이 마치 움직이는 예술품으로 보이는 마법이 펼쳐진다.

류성희 미술감독과 박찬욱

류성희


아다지에토는 카타르시스인 동시에 죽음을 표현한다. 불꽃처럼 만개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삶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서 안개가 잔뜩 낀 산과 바다를 표현했다. 말러의 아다지에토는 헤어질 결심의 테이크 테이크 사이의 결, 그 숨결 사이에 녹아있다.


클래식 마니아인 박찬욱은 8년 전 탕웨이가 코오롱 스포츠 광고에 말러의 아다지에토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내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에 그 장면을 오마주 했다. 코오롱 스포츠 광고 속 흐르는 아다지에토의 탕웨이는 너무 예쁘다. 헤어질 결심에 아다지에토가 흐른다. 서래는 말한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나의 사랑은 시작되었죠.


편집을 너무 잘했다. 영화 이야기와 아다지에토가 절묘 https://youtu.be/-MF0hJNqk2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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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많은 소설 속에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 중에 결락이 많이 나온다. 결락이란 말 그대로 있어야 할 부분이 빠져서 떨어져 나간 것을 말한다. 그래서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마음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난 뒤 심각한 결락감을 느끼고 그 공백을 채우려 안간힘을 쓴다.


이 결락을 가장 잘 느끼게 하는 음악이 말러의 아다지에토이며, 결락감을 견딜 수 없어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베니스에서의 죽음’이다. 말러리안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말러의 교향곡 아다지에토가 영화 내내 흐르는데 요동치는 가슴을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어째서 아다지에토는 이토록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까. 말러는 아다지에토를 1901년에 작곡을 했는데, 그때 41살의 말러는 작곡가, 지휘자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당시 최고의 여인, 말러보다 19살이나 어린 작곡자이자 사교계의 여인 알마 쉰들러의 사랑을 얻게 된다. 말러는 알마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아다지에토를 작곡하고 그녀에게 헌정했다.


음악이, 그리고 그 울림이 당신을 향한 나의 열망을 더욱 이끌어낸다면, 당신은 매일 아침 이 곡을 듣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향한 당신을 위한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알마 – 말러로부터


그런데 이 사랑하는 곡이 어째서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쓰이면서 영화를 명작으로 만들고, 이후 수많은 모순의 사랑을 담아내는 영화에 등장했을까. 알마에 의하면 말러는 늘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베니스의 죽음은 71년의 영화로 주인공 구스타프 에센바흐는 점점 몸이 쇠약해져 가기 시작해서 베니스로 요양을 오게 된다. 지휘자로 명성을 떨치던 에센바흐는 대중에게 버림받고, 아내마저 자신을 인간 취급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에센바흐는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린 채 결락감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에센바흐는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한다. 자신의 몸보다 자신의 예술이 죽어가는 것에 대한 결락은 에센바흐의 몸과 마음에 곰팡이를 피우게 한다. 이렇게 꺼져가는 마음을 다시 뛰게 하는 건 베니스에서 만난 아름다운 소년 타지오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미소년에서 자신의 결락의 공백을 메워줄 무엇을 보았다.

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소년에게 에센바흐는 몸과 마음을 전부 사로잡혀 버린다. 소년 때문에 좌절이 오고, 소년 덕분에 희망이 번갈아 찾아오면서 말러의 아다지에토가 흐른다. 모순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율배반의 미학을 아다지에토가 보여주고 있다. 그 사이의 결이 너무나 섬세하여 새벽의 몽환화가 사람의 손끝에 놀라 꽃을 틔울 정도로 섬세한 음악이 아다지에토이다.


이 영화는 토마스 만의 소설을 비스콘티 감독이 구스타프 말러를 모델로 하여 원작의 작가를 영화 속에서 작곡자이자 지휘자로 변경했지만 이 영화는 지금까지 너무나 좋은 영화로 남아있다.


아다지에토에는 미칠 것 같은 결락과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할 용기와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멈추지 못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아다지에토가 영화 ‘베니스의 죽음’보다 더 영상과 한 몸이 된 작품이 있다. 영화의 모든 장면과 내용, 그리고 주인공들이 내쉬는 숨결에 붙어서 아다지에토가 느껴지는 영화가 바로 ‘헤어질 결심’이다.


https://youtu.be/JvQewVDzv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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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신부

영화 포스터


말러가 한평생 사랑한 여인, 검은 밝음과 하얀 어둠을 지닌 여자 알마 쉰들러, 결혼 후 알마 말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바람의 신부다. 그리고 화가 코코슈카의 그림의 제목이기도 한 바람의 신부. 그림 속 격정적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이 코코슈카와 알마다.

바람의 신부


이 영화에 나오는 알마와 말러 그리고 코코슈카는 실물과 싱크로가 대단하다. 알마는 루살로메를 닮았다. 릴케의 사랑을 받았지만 니체의 사랑도, 프로이트의 사랑도 받았던 루. 그런 루와 닮았다. 루와 알마는 어린 나이에도 당대 최고의 시인이며 문학가, 작곡에도 능력을 보였다.


알마는 화가, 작곡가, 지휘자, 건축가와 사랑을 했다. 클림트, 쉰베르크, 쳄린스키 등. 알마는 그림 ‘바람의 신부’처럼 바람과 같은 삶을 살았다. 40세까지 독신으로 저녁 자리에서도 작곡만 하는 말러를 알마는 만난다.  말러 교향곡 1번을 듣고 [금관이 과도하여 주된 멜로디가 없다. 문명화되지 않고 주제가 복잡하고 반복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이국적이다] 같은 막힘없이 말러의 음악을 비평했다. 말러는 이 당돌한 어린 아가씨에 반하게 되어 둘은 사랑에 빠진다.


알마는 쳄린스키와 만나고 있었지만 말러에게 반해 23살 꽃 같은 나이에 19살 차이가 나는 말러와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며 알마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포기한다. 그녀가 얼마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냐면 말러의 교향곡 리허설을 듣고 그 선율을 바로 피아노로 연주해 버릴 정도였다. 알마는 모든 재능을 포기하고 말러의 아내로 두 딸의 엄마로 지낸다.


하지만 큰 딸을 잃고 난 후 알마는 조금씩 심경의 변화가 찾아온다. 알마의 아버지는 당시 비엔나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에밀 야곱 쉰들러였다. 그 예술적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말러는 자신을 묶어 두려고만 했다. 완벽주의자 말러는 알마를 마치 선생님이 학생을 훈육하듯 대했다. 알마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비서처럼 부려먹는 것이라 여기고 건축가 그로피우스와 바람을 피운다. 하지만 말러를 배반할 수 없어 곁을 지킨다.


그러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말러는 지병이 악화되어 51세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사랑과 배반, 불안, 아름다운 죽음을 느낀 말러는 알마에게 헌정한 아다지에토를 죽기 직전까지 수정하고 수정했다. 알마는 말러가 죽고 그로피우스와 결혼하려 하지만 건축가의 어머니 반대로 무산된다. 그리고 코코슈카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면서 불같은 사랑을 나눈다.


알마는 코코슈카의 온 마음을 뒤 흔들었다. 그림 바람의 신부는 코코슈카의 그림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바람의 신부는 두 사람의 불 같은 사랑을 가슴에서 그대로 뿜어져 나오는 거친 화풍으로 그렸다. 코코슈카는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운동의 대표라 불리는 화가였으며 미술계의 프로이트라 불렸다. 알마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어가며 코코슈카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불같은 사랑을 나누던 두 사람은 이어지지 못한다. 코코슈카가 군대를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알마는 코코슈카가 군대에서 총상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을 듣고 건축가와 다시 만나 결혼을 하여 아이를 갖게 된다. 후에 살아서 군에서 돌아온 코코슈카는 알마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녀를 잊지 못하고 병적으로 그녀를 갈망하여 알마를 닮은 사람만 한 인형을 제작해서 데리고 다니며 같이 생활했다. 이 인형은 검색을 하면 볼 수 있다.


알마는 건축가와의 결혼생활이 오래가지 못했다. 잦은 해외 출장과 함께 아들이 친부인가 하는 문제에 시달린다. 그러다가 시인이자 소설가인 프란츠 베르벨에게 빠져들어 10년 동안 동거를 하다 결혼을 하게 된다. 알마 쉰들러는 그렇게 해서 얻은 이름이 ‘알마 마리아 말러 그로피우스 베르펠’이 된다.


알마는 자신의 남자들이 걸작을 남기지 않으면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다. 알마는 코코슈카와 함께 지낼 때에도 말러의 두상 조각품과 사진을 집에 걸어 두었고, 건축가 그로피우스와 지낼 때에는 코코슈카가 그린 자신의 나체 소묘를 벽에 걸어 두었다. 같이 사는 남자들이 그것에 불만을 드러내면 알마는 “그들은 내 삶의 일부였다고”라고 일축했다.


영화는 알마가 작곡한 가곡을 발표하면서 끝이 난다. 알마의 첫 입술을 훔친 사람이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다. 클림트의 ‘키스’ 속 여인이 알마 쉰들러다.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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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노 요코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우리에게는 카우보이 비밥 ost로 잘 알려진 음악가 칸노 요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음악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칸노 요코도 말러의 교향곡 아다지에토를 무척이나 좋아하지 않았을까.

마지막 네 자매가 바닷가를 거니는 엔딩 장면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음악이 흐른다. 그 엔딩 곡을 듣고 있으면 네 자매가 살아오면서 지치고 부딪히고 힘들어하면서 불안을 딛고 가족이 되어 가는 모든 순간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막내 스즈와 세 언니들은 전혀 닮지 않았는데 같이 지내면서 점점 하나둘씩 닮은 점을 알아간다. 매사에 꾹꾹 참고 견디는 건 큰 언니 사치와 닮았고, 술을 마시고 용감해지는 건 둘째 언니 요시노와 닮았다.


낚시를 즐기는 셋째 언니 치카는 스즈가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자주 했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처음 본 동생과 기억이 없는 아버지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치카가 만든 어묵 카레를 먹으며 스즈는 아버지와의 추억이 1도 없는 치카 언니와 아버지와의 추억으로만 가득한 스즈는 그것을 공유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칸노 요코의 마지막 엔딩곡에 스며들어 흐른다. 음악의 분위기도 말러를 닮았다. 이 영화는 영화 시작 18분부터 가슴이 따뜻해지더니 마지막까지 그 따뜻함을 유지한다.


온 마을 사람들이 스즈를 있는 그대로 가족으로 받아준다. 고래 뱃속 같은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스즈를 가족처럼 대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모두가 하나같이 슬퍼한다. 떠난 사람은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남겨진 이들은 서로를 위로한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그들은 가족이 된다. 그런 가족에게 스즈는 사랑받는다. 보는 이들도 스즈를 통해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칸노 요코의 엔딩 곡은 마지막 네 자매의 이야기가 The end가 아니라 The and로 끝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https://youtu.be/O6R9av6Zj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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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지에토와 탕웨이를 가장 어울리게 담아 놓은 영상이 바로 거의 십 년 전 코오롱 스포츠 광고 영상이다. 바다와 탕웨이가 펼치는 아다지에토를 보며 박찬욱 감독은 이미 탕웨이의 사랑을 표현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말도 못하게 예쁘게 나오는 분당댁 https://youtu.be/tNKxAoi-M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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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만 부를 돌파한 엄청난 원작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당신이 해주지 않더라도’는 부부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남편과 아내가 아닌 사람과 친밀해지는 그런 이야기다. 아이가 없는 5년 결혼 생활에서 점점 섹스가 사라진다. 결혼 생활에서 섹스가 전부는 아니지만 이 일부가 결여되고 나서 점점 망가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고민의 회사 상사를 만나면서 집 안의 생활에서 못 채운 결핍을 회사에서 조금씩 채워간다. 현실적인 이야기다. 만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네 주인공이 나오는데 한 명이 나오다.


배우 '나오'는 설국의 드라마 버전의 주연도 꿰차면서 승승장구해서 쉬지 않고 열심히 드라마를 찍고 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3544

우리에게는, 한국인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나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녀는 2017년도 무명 시절 ‘링 사이드 스토리’라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을 했다. 영화에서 비중이 너무 없어서 영화 소개란에 얼굴로 올리지 못하고 이름만 올라가 있다.


그 영화가 부국제에 초청이 되었다. 그녀는 부국제에 초대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이 나온 영화제가 너무 보고 싶어서, 레드 카펫을 너무 밟고 싶어서 무작정 한국으로 왔다. 아무 준비도 없이 와버렸기에 백화점에 들어가서 원피스를 한 벌 구입하고, 화장품 코너에서 화장을 좀 해 주시면 화장을 한 화장품을 다 산다고 하고 메이크업을 받은 다음 호텔에 와서 자신이 나온 영화의 전단지를 50장 정도 직접 만들어서 영화제 입구에서 일본에서 온 배우인데 들어가게 해 주실래요?라고 했다.


하지만 초대도 받지 않은 자신이 무모했고 영화에 단역 정도로 나온 자신이 레드 카펫을 걸으며 영화제에 들어간다는 것이 자칫 영화에 실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려는데, 나오의 손을 잡아준 사람이 나타났다.


한 스태프가 당신은 일부러 일본에서 오셨죠? 작품에 나온 배우분이죠? 그러면서 그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가니 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의 옆에서 같이 나란히 레드 카펫을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었다.


정지영 감독도 홀로 레드 카펫을 걷게 되었는데 나오에게 같이 걸어가자고 했고 대략 사정을 들은 정지영 감독은 나오에게 미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하며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그때 웃으며 걷는데 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너무나 밝게 웃어 주어서 앞으로 지지 말자,라며 열심히 파이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가 이 사연을 이야기를 했고, 거기서 부국제 스태프와 정지영 감독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연은 한국의 블로그를 장식했었다. 그때부터 정말 지명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악바리처럼 열심히 해서 지금은 주연을 꿰차고 있다.


무엇보다 한 번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을 무모하게 해 버리는 실천력이 그 바닥에서 저 위로 올라가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레드 카펫 영상을 보면 나오와 정지영 감독이 나란히 레드 카펫을 걸어가는데 왜 정지영 감독의 얼굴을 모자이크 했을까.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일본은 잘 모르겠지만 나오의 사연은 한국의 인터넷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무명인 나오에게 모두가 으쌰으쌰 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실천력, 실행력으로 오늘 하루도 잘 보내기로 하면 잘 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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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을 일이가, 이게 이렇게나 재미있어도 된단 말이가. 근래의 마블 영화들, 디씨 영화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고 재미있다.

초반에는 만달로리안만큼은 아니지만 뭐 어때, 하는 마음이었는데 5화부터 흑화 하더니 점점 달아오르는 불덩이처럼 마지막 회차까지 재미가 떨어질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보바 펫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한 솔로에게 한 방 먹고 사막 밑으로 떨어져 주둥이 이빨이빨 괴물에게 먹혔다. 자바 더 헛이라고, 배가 축 늘어진 찰흙 물에 불려 창문에 집어던져 흘러내리는 듯한 얼굴을 한 쌍둥이를 지키다가 사막 밑으로 떨어져 생사를 알 수 없다가, 현생으로 40년이 흐른 지금 디즈니의 자본과 존 파브로의 극본과 로드리게즈의 연출력이 만나 다시 태어났다.

보바 펫이 초반에는 샌드족에 잡혀서 노예로 있다가 그들을 도와주며 그들에게 인정받기까지의 과거 여정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가 무척 좋다. 마치 회사에 취업하여 보잘것없던 내가 하나하나 일을 배워 경쟁업체를 물리치는 뭐 그런 짜릿함이 있다. 보바 펫은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수장이 되었는데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고 싶은데 시민은 시민대로 대들고, 반대 세력은 반대 세력대로 대든다. 만만치가 않어.

5화에서는 만달로리안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진짜 재미다. 보바 펫과 만달로리안이 합세하여 거대세력과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만달로리안이 등장해서 헤어진 그로구를 찾아간다. 그로구는 열심히 마스터 루크에게 포스를 배우고 있다.

귀염 터지는 아가아가 지천명 그로구의 행동 하나하나가 보는 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만달로리안은 그 멀리까지 가서 그로구를 만나지 못하고 보바 펫에게 온다.

이제 본격적인 전투를 하는데 지를 키워준 양 아빠 만달로리안을 만나러 비행선을 끌고 그로구가 온다. 그때 그 둘이 만나는 장면 뭐지? 왜 눈물 나려 하지? 가면 때문에 얼굴 표정이고 뭐고 안 보인다고. 그로구의 표정 역시 눈만 뜨고 있을 뿐인데 이 감격은 도대체 뭐지?

포스를 배운 지천명 귀염 뽀짝 요다인 그로구의 포스 활약 덕분에 만달로리안은 생명을 잃지 않는다. 만달라로리안도 그렇고 보바 펫도 그렇고 스타워즈 영화 속에서 하찮게 지나쳤던 캐릭터들이 여기서는 전부 입체적이 되어 진짜 살아서 자신의 몫을 하는 게 너무 좋다.

그로구는 그래픽이 아니라 인형으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이제 만달로라인 시즌 3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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