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4에서 일을 냈다. 이 영화는 전혀 무서운 영화가 아닌데 보는 내내 무섭고 전율이 느껴졌다. 아주 공포스럽다. 픽션인데 무척 현실적이다. 논픽션 같은 화면과 구성 그리고 곧 이런 세상이 올 것 같은 불안에 더 무섭다.

이 영화는 언제일지 모르나 미국 전역에 큰 내전이 일어난다. 중임제의 미국 대통령이 3선의 독재와 함께 백인우월을 내세워 인종차별을 하면서 민병대인 서부군이 반란을 하며 내전이 일어난다. 미국 내 모든 도시가 고립되고 동시에 약탈과 함께 타락되어 간다.

정부군과 서부군이 도심지에서 전쟁을 치르고 그 사이를 누비며 보도 사진을 담는 프레스 종군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다. 퓰리처상까지 탄 베테랑 기자 리(커스틴 던스턴)의 일행에 병아리 사진기자 제시가 여정에 따라붙는다. 위싱턴으로 가는 도중에 내전 상황을 카메라에 담는데 그 영상이 마치 다큐를 보는 것처럼 아주 생생하고 너무나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프레스 보도기자들은 내전 속에서 총질을 하는 중앙에서 헬멧을 쓰고 종군기자 조끼를 입고 전시 상황을 사진으로 담는다. 모든 카메라는 필름카메라다. 미국 내 모든 기지국이 파괴되면 휴대전화는 전혀 무용지물이고 디지털 역시 무쓸모가 된다.

종군기자는 어느 쪽이든 절대 총을 겨누지도 쏘지도 않지만 전쟁이라는 건 그 모든 것들을 무너뜨린다. 영화는 내전으로 망가져버린 미국을 보여준다. 길거리에 버려진 차들과 불타버린 집들, 구호품을 향해 끝없이 걷는 사람들. 살려달라는 군인에게 사정없이 총격을 가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제시는 점점 충격이 커져간다.

그러다가 지친 동료들의 얼굴을 담는 제시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런 사진은 메리 엘렌 마크의 사진을 닮았다. 흑백으로 메리 엘린 마크의 뷰에 들어온 사람들의 표정에는 체념과 포기와 희망이 동시에 스며들어 있다. 전쟁은 모든 것들을 앗아간다. 총알이 난무하는 곳이지만 리의 눈에 하늘하늘 꽃들이 들어온다.

덩케르크였나 전쟁 중에도 자연은, 계절은 바뀌고 풀은 봄이 되면 땅을 뚫고 올라오고 꽃을 피운다. 이 영화를 보면 전쟁장면은 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너무나 현실적이라 무서운데 배경 음악이 랩이거나 화면과는 다르게 너무 좋은 곡이 흘러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무섭게 다가온다.

지금 당장 전쟁이 일어나서 휴지 하나만 세상에서 없어져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휴지로 하던 걸 다른 물건으로 대처해야 한다. 카카오톡 몇 시간 먹통이 되어도 마비가 되고 사람들은 불편을 호소했고 서로 으르렁 거렸다.

영화와 상관없지만 내전이 일어나면 동물원을 폭파시켜야 한다. 허기진 맹수들이 전시에 동물원을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도 버려지면 더 이상 강아지가 아니라 독기를 품은 사나운 동물이 된다.

영화에 돈을 투자해서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잘 보여준다. 거짓말 같은데 보다 보면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현실이구나 같은 착각이 들고 그러다 보면 진짜 현실 같아서 무섭다. 공포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게 공포가 아닐까.

베테랑 리는 트라우마 때문에 전시 중 해야 할 때 움직이지 못하고, 병아리 기자 제시는 총알 사이로 다니며 사진을 담는다. 나이가 많아서 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새미는 세 사람을 군인들에게서 구해주고 총을 맞는다. 잔인한 군인으로 제시 플레먼스가 나온다. 부부가 한 작품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영화 마지막 2, 30분은 정말 긴박감이 극도에 달한다. 추천하는 영화 ‘시빌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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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텅 빈 공간이 보이면 자꾸 채운다. 공간에 식료품을 채우고, 음식을 채우고, 물건을 채운다.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허영심을 채우는 대신 마음을 잃어간다.

남자의 욕구 해방으로 태어난 공기인형 노조미는 움직이게 되면서 인간을 알아간다. 어린이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두워지자 엄마들이 데리고 간다. 하지만 혼자인 노조미는 외롭다고 느낀다.

우연히 들린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는 준이치에게 반해버린 노조미는 사랑을 알아간다. 준이치와 같이 일하게 된 노조미는 조금씩 마음이라는 게 생겨버린다.

저 마음이 생겼어요.

다시 마음이 없는 인형으로 돌아와 줘!

노조미는 인간처럼 마음이 생겨 기쁨과 동시에 불안과 두려움도 동시에 생긴다. 마음이란 그렇다.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그래서 텅 빈 공간을 보면 식료품으로, 음식으로, 물건으로 악착같이 채우면서 마음을 잃어간다.

도시의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마음이 있으면 불편하고 차별만 당한다는 걸 안다.

나는 마음을 가져버렸습니다. 가져서는 안 될 마음을 가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마음이 생겨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마음이 생긴 노조미는 불안하지만 사랑을 알아간다. 준이치와 함께 있다는 게, 텅 비어버린 히데오와 함께 있을 때와 다르다는 걸 느낀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점점 더 불안한 마음도 자리를 잡아간다.

준이치, 하늘엔 뭐가 있어?

노조미, 하늘엔 공기도 있고 구름도 떠다니고 밤엔 달도 뜨고 별도 뜨지. 투명해서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있어

준이치, 보이진 않지만 있다? 아, 어렵다

노조미는 공원에서 할아버지를 만나 텅 빈 하루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나도 텅 비었는데. 할아버지에게 우리 모두는 텅 빈 인간이라는 말을 듣는다. 자네만 그런 게 아니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살아가며 서로를 혐오하는 것마저 허용되는 관계가 텅 빈 인간들이 모인 도시다.

노조미는 자신을 만들어 준 소노다에게 공기인형은 쓸모가 없어지면 타지 않는 쓰레기가 되고, 인간은 죽으면 타는 쓰레기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노조미의 공기가 빠져나갔을 때 준이치의 입김으로 살아났듯 준이치도 같을 거라 생각했지만 준이치는 살아나지 못한다. 만약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토록 공허함이 들지 않았을 텐데.

노조미는 텅 빈 유리병이 가득한 쓰레기장에서 서서히 인형으로 돌아가 쓰레기가 된다.

이 당시 배두나는 고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 배역 때문에 망설이다가 박찬욱을 찾아갔다. 박찬욱은 고레에다 감독이잖아, 괜찮아, 망설이지 말고 뛰어들어라고 했다. 노조미의 몸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마치 나의 마음이 빠져나가는 소리처럼 들리는 영화 ‘공기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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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울증에 걸렸어요.

요즘처럼 이렇게 바쁜데 우울증에 안 걸리는 게 다행이야. 모두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

츠레는 참지 못하고 힘들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니 들었던 말이다.

걱정했는데 와서 보니 멀쩡하네. 남자는 힌 집 안의 대들보야. 약해빠져서는 안 돼. 벌떡 일어나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괜찮아져. 힘을 내.

형이 우울증이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와서 한 말이다. 우울증은 겉으로는 알 수 없지. 내면의 감기 같은 거지. 감기라는 녀석의 힘이 워낙 강하고 무서워서 어느 날은 길을 걷는데 땅 밑에서 손을 내밀어 나의 다리를 꽉 움켜잡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

제가 우울증인가요? 저는 그냥 두통에 등이 아플 뿐인데요.

츠레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우울증을 받아들이고 노력을 한다. 채소를 먹고, 좋은 생각을 하려 하고, 회사를 관두고.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노력을 한다. 어느 날 몹시 괜찮아졌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하루코가 더 예뻐 보이고, 공기도 좋고, 무엇보다 우울한 마음이 비누로 씻겨 버린 것 같다. 노력을 하니 된다. 의사는 그러면 참 좋지만 간단하게 없어지지 않으니 계속 병원을 다니며 추이에 대한 노력을 합시다.

정말 그랬다. 꾸준하게 우울하다면 몰랐을 텐데, 기분이 좋았다가 우울이 다시 찾아오니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한 밤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가슴이 갑갑하다.

하루코에게 미안한 츠레. 그렇게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나는 다니던 회사에서 결국 나오고 말았다. 우울증 같은 것에 걸려서 하루코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픈 건 죄가 아닌데 마음이 아픈 건 죄가 되는 사회다. 늘 삐죽 솟은 머리. 인간관계라는 건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인간이라면 이해보다는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츠레, 노력하지 않아 돼. 괜찮아. 애쓰지 마. 그냥 받아들여. 하루코는 츠레의 우울증에 도움이 되려고 자신이 노력을 한다.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하루코의 엄마는 편하게 마음을 가지라 딸에게 말하면서도 이것저것 우울증에 좋은 것들을 귀찮을 정도로 알려준다.

하루코는 자주 가는 골동품점에서 아주 평범한 유리병 하나를 발견한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유리병은 단지 오랜 세월 깨지지 않아서 여기 이 자리에 있지, 단순하게 깨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 때도 있어.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츠레는 하루코를 위해서 좋아하는 음식도 하루코가 냄새 나서 싫어한다고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런 츠레는 하루코가 차려 준 낫토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츠레는 하루코를 위해 우울증을 받아들였지만 이제 자신을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가장 마음이 찡했던 장면은 츠레가 우울증을 1년 6개월 만에 극복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휴대전화를 꺼내서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하루코의 엄마, 장모님이었다. 자신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노력을 했던 장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건 혼자서는 참 힘들다.

그 외에도 츠레가 우울증에 관한 강연에서 아픔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직 치료 중이지만 언제나 노력을 할 것이라는 것, 츠레를 괴롭히던 진상 고객이 나타나서 고맙다고 하는 장면도 좋다.

악착같이 살아내느라 제대로 상처를 받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영화, 아픈 건 창피한 게 아니니까 말해도 괜찮다고 알려주는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였다.


https://youtu.be/zqsBwrR5hZk?si=IHjtEahrrAyulL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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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유치한 이야기다. 너무 유치하고 아주 유치한데, 그래서 유치해서 계속 보게 된다. 판타지 액션으로 중무장했던 유유백서보다 재미있고, 근래에 본(다 보지는 못 했지만) 너무나 심각한 지배종보다 훨씬 낫다.

재덕이와 골룸을 닮은 지질할 대로 지질한 대학생과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가 우당탕탕 하는 뭐 그런 이야기다. 500년 동안 지옥에 갇혀 있던 요괴 공주 이지를 느닷없이 현재 세계로 불러내는 바람에 일어 나는 소동극?이다.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 친구를 보는 재미가 있어서 매 회 보게 된다. 현재 시대에 소환되어 와 버린 500살 예쁜 요괴가 콜라에 빠지고 아이스크림에 환장하고 현재 유행하는 춤을 현대인보다 더 잘 추는 모습이 재미있다. 초 카와이 요괴가 콜라를 코에 대고 아니 흙탕물이 왜 성을 내는 거냐? 같은 카와이한 대사가 이어진다고! 거기에 자신을 불러낸 재덕이 닮은 지질한 대학생과 정을 나누려고 적극적으로 덤비는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든다.

설정도 황당하고 유치한데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 그 안에는 심각하지 않지만 진지한 구석이 있다.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는 자신들의 동료를 풀어 주려고 빌런들의 목을 베려고 하고, 재덕이 닮은 주인공은 그런 이지에게 살인은 안 된다며 막고, 형사들이 시체들을 찾아서 점점 사건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아들이 연관되어 있고 하는 등등. 진지하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다.

빌런이 불러낸 시체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녹차 마시며 인간의 말을 듣고,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 앞에서 지질한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니까 요괴 여자 친구가 “얘 죽이까?”라고 하는데 진자 죽이려고 덤벼들고. 현재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생뚱맞은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의 모습이 아무튼 재미있다. 진지하게 죽은 엄마 요괴에게 나에게 힘을 달라고 하는데 새똥을 맞는다던가 하하하.

그러나 이 유치한 이야기에서도 답답하고 갑갑한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재덕이 닮은 주인공이다. 욕 나올 정도로 답답하고 꽉 막혔다. 고구마가 마치 하수구를 잔뜩 막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영화나, 어느 나라든 이런 캐릭터를 꼭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그래야 보는 이들이 짜증 내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고! 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는 초 카와이한 요괴 여자친구의 웃기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요괴 여친이 제일 외롭다. 나중에는 주인공인 남친과 그의 친구들, 빌런들이 전부 한 팀이 되어 초 카와이한 요괴 여친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려 작당을 한다.

회당 35분 정도에 8회까지인가? 시즌 1은 그렇게 끝난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는데 뭐 잘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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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바이스 시즌 1

1990년대, 일본 최대 신문사 메이지 신문에 합격한 1호 외국인 기자 제이크의 이야기다.


한낮 도쿄의 거리에서 칼에 찔려 눈을 뜬 채 죽은 남자의 시신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죽음으로 간 사람들이 야쿠자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 취재를 하려고 하지만 신문사의 선배 및 간부들과 경찰들은 사건을 은폐 축소 하려고 한다.


단서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일본의 첫 외국인 신문기자 제이크.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일본 사람들과 일본 경찰의 비협조적인 행태에 지쳐갈 무렵


만나게 되는 강력계 카타기리 형사. 제이크는 카타기리의 도움으로 도쿄라는 거미줄 같은 도심지의 어두운 얼굴을 드러내는데.


미국과 일본의 공동제작 도쿄 바이스는 HBO가 맡았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다. 실제 일본 요미우리 신문사 최초의 외국인 기자 제이크 아델 스타인이 12년 동안 근무했던 이야기를 지필 한 회고록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정말 재미있다. 묵직한 분위기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제이크 역의 방탄의 엄청난 팬 안셀 엘고트는 이 역할을 위해 미친것처럼 노력을 하지 않았나 싶다. 1990년 대의 일본 문화를 비롯해서 일어를 유창하게 해야 한다.


이 시리즈에 나오는 외국 배우들은 일본어를 잘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다. 그 외 키쿠치 린코, 이토 히데야키, 카사마츠 쇼를 비롯해서 와타나베 캔 역시 영어로도 탁월한 대사 전달을 한다. 이들 대부분이 할리우드 영화에 다수 출연을 했다. 마이클 만이 감독을 맡음으로 제작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22년에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까지 나왔다.


몰입감이 쩐다고 할 수밖에 없는 도쿄 바이스는 1990년대 일본 최대 라이벌 야쿠자 조직의 갈등이 촉발하는 긴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본인이 아닌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어를 일본인만큼 하면서 일본기자로 활동하는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본이라는 사회를 여실히 보여준다.


화려한 불빛을 도쿄거리 그 뒤에 감춰진 어두운 단면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도쿄 바이스 시즌1은 기대이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잔인한 고어적인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어둡고 묵직하고 끈적한 분위기를 이끌고 가는 도쿄 바이스 시즌1이었다.      


https://youtu.be/HbbHMz6cQ8w

https://youtu.be/HbbHMz6cQ8w?si=jA2GKdK2OWb2G0-t




도쿄 바이스 시즌 2

매 회마다 긴장하고 보기는 근래에 들어 처음이다. 도쿄 바이스 2가 제발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 봤다. 미국에서 만든 일본의 90년대 이야기, 정확하게는 일본을 움직이는 거대 야쿠자의 세계를 파헤치는 메이지 신문사의 최초 외국인 기자의 이야기다.


일단 여기 나오는 모든 배우들이 여러 나라 말을 한다. 시즌 2에서는 우리나라 배우 현리가 아주 매력적으로 나온다. 현리는 일본어,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니까 보는데 몰입이 된다.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도 픽업되었고, 얼마 전 열도를 뒤집어 놓은 채종엽이 나오는 아이 러브 유에서도 비중 있는 역으로 나왔다.


신문기자 제이크의 선임 기자로 나오는 키쿠치 린코는 드라마 속에서 한국인이다. 한국인 2세?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조현병 같은 남동생과 사는데 한국말로 대화를 한다. 키쿠치 린코는 이 드라마 속에서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한다. 키쿠치는 기생수 영화 버전의 신이치 역의 소메타니 쇼타의 아내인데 12살인가 10살인가 많다 TMI.


도쿄 바이스 시즌 2는 시즌 1보다 확실히 더 긴장감이 넘친다. 매회마다 그런데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연출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 야쿠자들 역시 다른 야쿠자 영화나 드라마보다 현실적이다. 붕 떠 있지 않다.


야쿠자의 최고 보스 토자와 역의 타니다 아유미는 정말 야쿠자의 피가 흐르는 것만 같다. 시즌 2에서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누굴 믿어야 할지, 그리고 누가 당할지 안 돼! 하면서 보게 된다.


90년대 야쿠자의 마수는 일본 정부 총리까지 뻗치게 된다. 그러니 경찰 수뇌부, 신문사의 높은 직책들도 믿을 수가 없다. 야쿠자 식의 칼빵과 칼부림으로 피가 난자하는 영상이 거의 없음에도 야쿠자가 지니는 무게와 공포를 표현하니까 더 빠져든다.


안셀 엘고트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보다 보면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이크를 도와주는 카타기리 역의 와타나베가 주인공처럼 보이면서, 야쿠자 조직이었다가 우두머리로 올라오는 사토 역의 카사마츠 쇼가 정말 매력적으로 나온다. 야쿠자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 보여주는데 인간미를 배척하는 쪽과 인간미를 받아들이는 쪽의 대립 속에서 연기를 하는데 정말 잘한다. 사토가 주인공처럼 보이가도 한다.


또 다른 외국인 주인공 사만다 역의 레이철 켈러가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 토자와의 연인으로 나오는 이토 아유미는 시즌 1에서는 비중에 약했지만 시즌 2로 넘어오면서 주인공 같은 비중이 된다. 시즌 3에서 활약이 기대되는데 아마 죽을 것 같은 예감.


이토 아유미는 아게하로 나왔을 때 대단했다. 이와이 슌지의 SF 판타지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 플라이]에서 애벌레로 나오는데 이 영화가 정말 나의 마음을 후려갈겼었다.


아무튼 시즌 1에서 자신의 병을 속이고 다 죽어가던 최고의 빌런 토자와가 시즌 2에서 아주 건강하게 나타난다. 그가 건강을 되찾는데 일본의 장관, 대사관, 미국의 의사, 출국 관리국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었다. 그가 건강하게 살아 돌아옴으로 완전히 판이 바뀌며 미궁이 되어 버린 일본의 90년대.


https://youtu.be/Ua5JiHDgk9o?si=jL-RR-tzNoVlPmzV




댓글부대

댓글부대와 도쿄 바이스를 보면서 기자와 기래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영화 속 기자는 발로 뛰어다니며 취재를 한다. 그래서 위협을 받기도 하고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불이익에 처맞기도 한다.


하지만 올바른 기사 한 줄을 낼 수 있다면 위험도 감수하고 뛰어든다. 마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의사들처럼 신념을 가지고 불나방이 되어 불 속으로 달려든다.


그러나,


현실 속 기래기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복붙 하여 기사를 낸다. 고작 하는 거라곤 거기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붙여서 올려 클릭질 장사를 한다.


일전에 일본의 겨드랑이 초밥이 열 배는 비싸다는 기사를 온 언론이 너도나도 낸 적이 있었다. 한 언론의 기래기가 이런 기사를 올리면 다른 언론사 기래기들이 너도나도 우르르 따라서 기사를 낸다. 근데 이 기사는 일본에서 낸 것이 아니라 홍콩 발이었다.


무엇보다 홍콩에서 낸 기사는 2016년도에 실린 기사다. 2016년 홍콩 기사를 복붙 하여 마치 요즘 그렇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어 클릭질 장사를 했다. 지금 겨드랑이 초밥이라고 치면 죽 나올 것이다.


댓글부대는 영화도 좋지만 원작 소설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거라 생각된다. 영화보다는, 속이 부글부글 거리며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에 확 빠져들 수 있는 건 소설 쪽이라 생각된다. 또 소설은 10년 전의 이야기라, 그 당시에는 정부 쪽에서 댓글부대를 돈을 줘가며 운영을 하지 않았나. 댓글부대 알바 집 앞에서 대치를 하고, 대치하는 동안 그 안에서 증거를 없애기도 한 사실을 우리는 다 봤다.


댓글부대뿐 아니라 무슨무슨 부대, 아줌마부대, 태극기부대 같은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맨 밑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그저 단순하게 움직일 뿐이지만 체계화되어 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운영을 하는데 돈이 든다.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러 경로를 거쳐 이런 부대들이 움직인다.


댓글부대가 무서운 이유는 작금의 시대에는 댓글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도 한 사람을 매몰시켜 죽음으로 모는 건 댓글이 최고다. 자극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자극에 자극을 더하면 그 어떤 총알보다 강력한 무기가 된다.


주진우 라이브쇼에서 정유라 기사 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거 취재해 보니 기사와 다르던데?라고 하니 기자는 정유라 소셜에서 하는 말을 복붙 해서 올렸다고, 그래서 자신은 잘 모른다고. 그게 무슨 기자냐.


자극에 미쳐있고 클릭질에 미쳐있고 누군가 공격하는데 미쳐있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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