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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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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스포일러 포함)

 

0.

요 네스뵈.

이젠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올려도 될 것 같구나. 이 사람의 책을 읽기 전에 은근 기대를 갖게 책을 펴게 된단다. 책이 두꺼워도 걱정이 없어. 책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진진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주인공 해리 홀레도 반갑더구나. 이번에 아빠가 읽은 <레스브레스트>는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출간했지만, 노르웨이에서는 2000년에 출간된 책이야. 그래서 좀 더 젊은 해리 홀레를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단다. 그 전에 읽은 해리 홀레 시리즈는 최근에 출간된 책으로 중년의 해리 홀레였거든. 그리고 예전에 해리 홀레는 좀 들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한 추리 소설만이 아니었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웨이의 많은 청년들이 독일군 편에 서서 전쟁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어. 지금을 사는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당시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조국을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한 이들도 있었대.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들은 매국노로 취급받아 재판을 받고, 감옥생활도 했대.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했을거야. 그들은 분명 국가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그들을 범죄자 취급을 했으니까 말이야. 노르웨이 또한 전쟁을 통해 암울한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단다.

제목 레드브레스트는 ‘진홍가슴새’라는 뜻이라고 하는구나. 책 속의 의문의 남자가 진홍가슴새로 불렸기 때문에 책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구나.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 이 책에는 사랑이 녹아 있어서 더 좋았단다.

 

1.

이 소설은 1999년과 1940년대 초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간단다. 거의 60년이라는 시간을 둔 두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이야기가 어떤 연관성을 갖게 되나? 하는 생각을 머리에 염두에 두게 된단다. 그리고 그 두 시간의 간격은 한 남자로 인해 좁혀지고,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단다.

, 그럼 그 이야기를 해볼께. 1999 11 1.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를 방문한 미국대통령을 경호를 맡다가 계획에 없던 사람이 총을 들고 나타나서 그를 쏘았단다. 끝까지 그의 신원을 밝혀보려 했지만, 미국대통령은 이미 그의 사정거리로 진입하고 있었어. 매뉴얼대로 해리는 방아쇠를 당겼으나, 뒤늦게 그가 비밀경호원이라는 신분이 밝혀졌어. 다행히 그가 죽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중상을 입었어. 브란헤우그라는 외무부 차관이 정부의 관련 부처를 모아서 이 일을 두고 회의를 했는데, 해리를 국가정보국으로 소속을 옮기기로 결정이 났어. 한편, 해리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죄책감에 집에만 있었어. 그는 자신이 처벌을 맡게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승진과 함께 정보부 발령을 받게 되었어. 그러나 그는 정보국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경찰청에 있고 싶었어. 그러나 위에서 내린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지. 정보국 처지에서 보면 해리의 전배는 그들에게 큰 의미가 없었어. 사고 치고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컸던 거지. 그래서 아무도 그가 어떤 일을 해도 간섭하지 않았어.

경찰청에서 하던 비슷한 일을 혼자 하던 해리는 매르클린 라이플이라는 총이 밀반입된 것을 포착했어. 그런데 그 총이 일반적인 총이 아니고, 고급 저격용 총이었기 때문에 해리가 신경이 쓰였어. 그리고 그 총을 가지고 사격 연습한 증거까지 찾아냈어. 그가 가만히 있으면 그 총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어. 그래서 해리는 그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 그 매르클린 라이플 총의 향방을 찾기 시작했단다. 그는 그 총을 판 사람이 남아공의 호흐어라는 사람이란 걸 알고 남아공까지 날아서 호흐어를 만나고 총을 산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어. 정확한 이름은 모르고, 총기 중간상이 구입을 했고, 최종구매자는 50년 만에 총을 잡는다고 들었대. 무려 50년… 그럼 나이 많은 노인일텐데? 그가 왜, 이런 총을…

경찰청에 있을 때 파트너였던 후배 경찰 앨런의 도움으로 해리는 노인의 정보를 파악하게 되었어. 노르웨이에서 50년 전에 총을 쏜 적이 있고, 다른 주어진 정보로 추측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때 젠하임에서 훈련을 받고 독일군으로 동부전선에 참여했던 노인들 중에 한명일 거라고 했어. 이런 이력을 가진 노인들은 몇 명으로 압축이 되었어. 해리는 이 분야에 전문가인 욜 박사를 만나고, 그로부터 신드레 피유케라는 사람을 소개받게 돼. 신드레는 젠하임에서 훈련을 받고 나라의 부름을 받고 독일군 편에 서서 동부전선에 싸우던 사람이야. 그는 소련과 전투에서 탈영을 하고노르웨이로 돌아와서 레지스턴스로 전향한 사람이었단다.

해리는 신드레의 집에서 신드레의 딸 라켈을 만나게 되는데, 한 눈에 반하게 된단다. , 라켈을 이렇게 만났구나. 라켈은 전에 읽은 최근 해리 홀레 시리즈에서도 출현했던 사람이거든. 아무튼 신드레를 통해 젠하임에서 훈련을 받고 동부전선에 있던 사람들은 다니엘, 에드바르, 할그림, 구드브란이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 중에서 다니엘은 전장에서 죽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생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했어. 해리가 그들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할그림이라는 사람은 몇 달 전 골목에서 피살된 채 발견된 것으로 밝혀졌어. 에드바르는 아직 생존해 있어 만날 수 있었어. 그는 소련과 전투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어. 비행기에서 떨어진 수류탄의 폭발로 정신을 잃었는데, 구드브란의 조치로 살아났다고 했어. 하지만 이후 연락이 끊겨서 구드바란과 연락이 끊겨서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모른다고 했어.

경찰청에 있을 때 해리의 파트너는 앨런이었는데, 해리가 정보국에 가면서 앨런의 파트너는 승진 욕심에 가득찬 볼레르란 사람이 되었어. 그런데 앨런은 우연히 볼레르의 전화기를 통해서 그가 매르클린 라이플의 불법 중개상이라는 알게 되었어. 겁이 난 앨런은 티 나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볼레르가 알아차렸고, 앨런은 해리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해리는 라켈과 데이트 중이라서 전화가 온 줄도 몰랐어. 앨런은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괴한에게 공격을 받아 죽고 말았단다. 그 괴한은 올센이라는 젊은이인데, 그 또한 이 불법 총기 반입에 관여한 사람이었고, 볼레르의 지시에 따라 앨런을 죽인 것이었어해리는 이 사건으로 끊었던 술을 다시 먹고 괴로워했어. 심한 죄책감에…. 그런데 앨런을 죽인 올센… 그 사람은 나치를 신봉하는 신나치주의자였어. 노르웨이에서는 당시 늘어나는 신나치주의자들에 대한 것이 사회문제이기도 했나봐. 이 사건이 있고 해리는 미친듯이 범인 추적을 했어. 그리고 그의 수사망도 올센을 강력한 용의자로 점찍게 되었고, 그의 집을 덮쳤지만, 먼저 온 볼레르가 정당방위로 올센을 이미 저세상으로 보낸 뒤였단다. 정당방위는 볼레르가 핑계로 하는 이야기이고, 사실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봐 죽인 것이란다.

 

 

2.

 ‘우리아’라는 노인이 있었어. 우리아는 얼마 전에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어. 그래서 그는 그동안 미뤄 두었던 복수를 하려고 매르클린 라이플을 구입하였단다. 그리고 그는 때를 기다렸어. 우리아. 그가 누구였는지 알기 위해서 6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꾸나.

1944. 다니엘과 구드브란은 아주 친한 사이였어. 그들은 모두 노르웨이 사람으로 자원을 해서 독일군으로 전쟁에 참전하고 있었어. 그런데, 다니엘이 죽고 다른 군인들은 수류탄 공격을 받고 부상을 입고 야전 병원으로 이송되었어. 그런데, 야전 병원으로 온, 본명을 감춘 우리아라는 군인. 그곳에서 헬레나라는 간호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그런데 헬레나를 이미 사랑하고 있었던 이가 있었으니, 돈 받은 그 야전병원의 의사였던 하록브르트오랫동안 헬레나를 사랑했지만, 헬레나는 그렇지 않았어. 헬레나와 우리아는 사랑을 찾아 이 전쟁터를 도망치려 했지만, 하록브르트가 훼방을 놓아 그렇게 하질 못했어. 우리아가 누구일까? 이야기의 흐름상 구드브란이 맞을 것 같은데, 정확치는 않았지. 그게 그렇게 쉽게 추측할 뿐이었어.

 

3.

우리아는 드디어 매크를린 라이플을 이용했어. 브란헤우그. 외교부 차관. 그런데 독자들은 브란헤우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안했을거야. 왜냐하면, 그의 치안범만큼 못된 짓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야. 그리고 두번째 희생자는 율 박사의 부인인 싱네 율 부인이었어. 율 부인도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군 참선 간호사였어. 당시 죽었던 다니엘의 약혼녀였어. 보이지 않는 살인자 우리아는 마치 죽었던 다니엘이 다시 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었어. 다니엘이 원한을 살만한 사람들이 매르클린 라이플에 의해 희생되었어. 과연 우리아의 정체는 누굴일까? 해리는 라켈의 집에서 우리아의 정체를 알게 된단다. 그리고 라켈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신드레 피우케. 그는 사실 신드레가 아니었어. 그 옛날 야전병원에 있던 우리아는 역시 구드브란이었어.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 헬레나. 해리는 조사를 하면서 헬레나를 추적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사진을 봤었거든. 그런데, 그 사진을 라켈의 집에서도 본거야. 라켈의 어머니로 말이야. 그리고 그는 라켈의 아버지 신드레가 사실은 신드레가 아니고 구드브란이었던거야. 야전병원에서 우리아로 부르던 사람. 우리아와 헬레나의 사랑을 방해다던 브록하르트 의사를 살해하고 우리아는 도망을 갔어. 그는 여러 나라를 전전긍긍하다가 조국 노르웨이에 왔고, 자신의 신분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독일군에서 탈령한 군인으로 연기를 했고, 브록하르트를 죽인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몸이기 때문에 신드레로 위장한 거야.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레지스탕스에 가입을 하게 된 것이고, 나중에 헬레나와 다시 만나 결혼을 하고 딸 라케을 낳은 거지.

헬레나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주었대. 그리고 신드레, 아니 구드브란은 혼자 삶을 살았던 거야. 그리고 죽기 전에 복수를 하려고 했던 것이고… 누구를 상대로? 나라를 상대로…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이들을 죽였어. 할그림을 골목에서 죽인 것도 그의 짓이었어. 자신의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에… 마지막 또 그는 살인을 계획했지만, 해리가 극적으로 막아냈단다. 그리고 그는 이미 암세포가 온 몸에 퍼져 있어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하지만, 해리의 동료였던 엘런의 죽음. 엘런을 죽음을 지시한 또 다른 동료 볼레르… 그는 아직 잡지 못했어. 그 이야기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다음편에 이어진다고 하는구나. 오늘은 이렇게 스포일러를 포함한 줄거리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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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영국의 정치가이며 저술가이기도 한 처칠은 독서예찬이 아닌 책의 예찬을 쓴 적이 있다. 그는 그 글에서 설령 당신이 갖고 있는 책의 전부를 읽지 못한다 하더라도 서가의 책을 한 권 빼어들고 쓰다듬거나 아무데나 닥치는 대로 펴서 눈에 띈 최초의 문장부터 읽어보라. 그리고 설사 그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책이 서가 어디에 꽂혀 있는가를 기억해두라. 그러면 책은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영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는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는 키케로의 지적처럼 책에 대한 효능을 정의해 주는 말도 드물 것이다.

 

(25)

김시습만큼 책 사랑이 남달랐던 선비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도서명(도서銘)>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내 도서만이

 오직 나의 벗이라네

 옛것을 읽혀 새것을 알고

 정밀하게 연구해서 굳게 지키리

 도리에 어긋나는 그런 글이야

 (꾀일) 물리쳐 유혹당하지 말아야 하리

 성리에 관한 책을

 극진하게 미루고 분석하기

 이것이 군자가 도서를 사랑하는

 참 뜻이라 이르는 것이네

 

(49)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인간 존재의 가치와 평가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

 

(61)

45세의 나이로 고독하게 운명하기 전에 남긴 <지성개조론>의 서두에 스피노자는 이렇게 썼다.

세상 사람들은 부와 명예와 쾌락을 인생의 최고선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추구한다. 나도 그런한 것에 끌렸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최고선이 아님을 깨달았다. 부와 명예와 쾌락은 인간의 정신을 질식시키거나 교란시키거나 우둔케 하거나 적지 않은 후회를 남긴다. 쾌락의 추구에는 회오(悔悟)가 따른다. 그러면 무엇이 인간에게 최고의 생활인가. 그것은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생활이다.”

 

 

(74)

인간이 상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랄 만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책이다. 다른 것들은 신체의 확장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을 확장한 것이고,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이고, 칼과 쟁기는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다른 것이다. ,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력의 확자이다.” – (보르헤스 <허구들>)

 

(86)

당나라 시인 백낙천은 시(문장)는 마땅히 세 가지가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알기 쉬워야 하고 둘째, 글자는 어렵지 않게 써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기 쉬워야 한다.

 

(103-104)

몽테뉴의 <수상록>에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책은 언제나 나를 환영해 준다. 내가 책을 원하는데 책이 나를 거절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다. 어디까지나 내가 가는 길에 동행을 한다. 내가 노년과 고독 속에 있을 때도 변함없이 나를 위로해 준다. 대개의 경우 나는 구체적이고 자극이 강한 즐거움이 없을 때만 책을 찾는데, 책은 그런 줄 알면서도 조금도 성을 내지 않으며 언제나 똑 같은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

나의 독서실은 3층에 있다. 나는 이 독서실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지내고,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겨울철에는 난방을 할 수가 있고, 채광과 통풍을 위해서 적당하게 창이 나 있으며, 세 방향을 내다볼 수가 있다. 벽이 원형으로 되어 있으므로 다섯 층으로 늘어선 책꽂이를 한 눈으로 쭉 살필 수 있다. 방의 지름은 16보쯤 된다. 여기가 인생에 있어, 또 우주에 있어서의 나의 위치다.

나는 젊은 시절에 남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다. 그 이후에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은 기분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독서를 한다. 그러나 책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정신은 활동을 하는데 신체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이 활동하지 않으면 졸음이 오는 것처럼 신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생명이 위축을 한다.

 

 

(115-116)

책에 대한 예찬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파울 에픔스트의 말은 걸작이다.

좋은 책은 어디에서든지 우리에게 무엇이든 제공한다. 그러나 자신은 어떠한 것도 우리로부터 요구하지 않으며, 우리가 듣고 싶어할 때 말해주고, 우리가 피로를 느낄 때 침묵을 지켜주며, 몇 달이든 몇 해든 간에 참을성 있게 우리가 오기를 기다린다. 설사 우리가 다시 그것을 손데 든 때라도 책은 결코 우리의 감정을 상하는 일을 하지 않고, 마치 최초의 그날과 같이 친절하게 말해준다.”

 

(132)

다시 오가이의 말이다.

 “사람의 얼굴은 변한다. 사람들의 얼굴은 그 사람의 마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스무 살 정도까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얼굴로 통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행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 조금씩 그 사람의 마음과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나타난다.

그것은 책을 읽으면 말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보다 많은 책을 읽으면 많은 말을 알게 되고 보다 깊은 인생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깊이 있는 생활에서 깊이 있는 얼굴이 나타난다.

또 책을 읽는 생활을 하면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 생활이 제대로 된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자답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이부로 무사시, <삶을 향상시키는 독서철학>)

 

(270)

이옥의 소품중에서 놓치기 아까운 내용을 빌려온다.

이상하다! 먹은 누룩이 아니고, 책에는 술그릇이 담겨 있지 않는데, 글이 어찌 나를 취하게 할 수 있겠는가? 장차 단지를 덮게 되고 말 것이 아닌가! 그런데 글을 읽고 또다시 읽어, 읽기를 삼일 동안 오래 했더니, 꽃이 눈에서 생겨나고 향기가 입에서 풍겨나와, 위장 속에 있는 비릿한 피를 맑게 하고 마음속의 쌓인 때를 씻어내어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을 즐겁게 하고 몸을 편안하게 하여, 자신도 모르게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 들어가게 한다.” (<묵취향>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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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내가 쓰는 이 책에도 꽃들의 사진이 무수히 들어가지만, 내게 있어 모든 꽃 사진은 인내와 땀, 그리고 시간의 결과이다.

 

(74)

원래 군사분계선 가까이 접근하면 어느 쪽에서든 발포하게 되어 있는 것을 충분이 알고 있었지만 꽃이 있다는 말에 정신이 홀린 것이었다. 다른 조사단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있던 터였기에 내가 그곳까지 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열심히 기어가는데 노란색의 표지 말뚝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쳐다보니 군사분계선 표지였다. 아차, 번쩍 정신이 들어 더욱 몸을 낮추고 우선 바로 앞 건너편 진지에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다.

 

(81)

당시는 눈에 이상이 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다시 백령도까지 강행군을 하여 8월 말이 되어서야 조사 활동을 끝맺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눈 한쪽이 하얗게 덮여 백내장이 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확연했지만 감히 병원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서울에 들어오자마자 빚쟁이에 시달렸고 더구나 외상으로 가져간 필름 값을 구할 길도 없었다. 끝내는 필름 값 때문에 사무실에 집달리가 와서 딱지까지 붙이는 소동도 벌어져 앞이 더 안 보였다. 야생화를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주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무실 차압은 면할 수 있었다.

 

(141)

나는 여기서 커다란 경험을 했다. 우리 토종식물 같으면 그렇게 무성하게 번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구에서 들어온 이 외래식물들은 그 높은 강원도 함백산 고원지에서도 잘 견디니 서울의 우리 집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그 모습을 보고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이 말뱅이나물 외에도 그와 비슷한 돼지풀, 달맞이꽃, 서양등골나물을 비롯한 여러 귀화종들은 우리 땅을 무섭게 뒤덮고, 더구나 우리 토종들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다. 비록 그 한 종의 외래식물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긴 했지만, 직접 길러보고 나서 커다란 경험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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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새발 예술 인생 - 나는 이하입니다
이하 지음 / 썰물과밀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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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헌책방을 가끔 가곤 한단다. 알라딘 헌책방이 생긴 이후로는, 그곳을 많이 애용해. 알라딘 헌책방이 기존의 영세 헌책방을 죽인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고, 어느 정도 공감도 하긴 하지만, 사실 알라딘 헌책방은 기존의 헌책방의 상식을 깨고 양질의 책 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도 너무 깨끗하다고 보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곳을 더 찾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더구나. 이 책은 그 알라딘 헌책방에서 만난 책이야. 그래서 잠시 알라딘 헌책방 이야기를 한 거란다.

헌책방의 매력은 예상치 못했던 책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 특별히 꼭 필요한 책이 필요하다고 하면 새책을 사야겠지만, 헌책방에서는 생각치 못했던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단다. 마치 보물을 찾은 느낌이라서, 그런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아빠는 헌책방을 즐겨 찾아. 아빠가 생각하기에 헌책방은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책이 사람을 고른다고 생각해..

아빠가 얼마 전에 알라딘 헌책방에 갔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어. 이 책에 호기심을 가진 것은 바로 지은이 때문이야.

이하.

예전에 김어준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초대손님으로 나왔는데, 정치인 풍자 포스터를 많이 그린 사람이고, 그 일로 인해 검찰과 법원을 들락거리는 일도 많다고 했어. 그 사람이 그린 그림들은 속 시원하게 해주는 그림이 많았단다. 그렇게 알게 된 이하라는 작가의 책이라고 하니 손이 갈 수 밖에 없었어. 이 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이었어. 그가 직접 그린 그림들. 팟캐스트에서 봤던 그림들도 많았어. 약간은 엉뚱한 그의 행보들... 저자 소개에 나온 그가 한 퍼포먼스를 보면 대략적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갈거야.

2014 10 20일 미친 정부 수배전단 광화문 살포

5 19일 개판 박근혜 스티커 부착

5 5일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추모 포스터 부착

3 9일 뉴욕 스코프 아트 쇼, 눈물 시리즈 포스터 부착

2013 11 17일 서울 지하철, <댓글 박근혜, 종북 김정은> 포스터 4천 부 배포

11 1일 서울 지하철, <조선구보(朝鮮口報)> 1만 부 배포

2012 12 4일 투표 독려 포스터 부착

11 6~9일 문재인 & 안철수 포스터 부착

8 27일 일본대사관, 독도 및 정신대 항의 포스터 부착

6 28일 부산 시내, 박근혜 포스터 부착

5 17일 연희동 일대, 전두환 포스터 부착

1 3일 종로 2, 노무현 포스터 부착

2011 12 15일 종로 2, 박정희 & 김일성 포스터 부착

12 8일 종로 일대, 이명박 포스터 부착

...

, 이 정도면 검찰에서 그를 쫓지 않은 게 이상하겠지? 그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졸업하고는 회사를 다니다가 영화를 배우러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다시 미술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구나. 그는 주로 팝아트 분야의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유명한 상도 받은 실력자라고 하는구나. 그가 우리나라에 다시 전시하러 왔다가 눌러앉았대. ?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서... 자신도 작은 힘을 보태보겠다고.. 정치인 풍자 포스터로 권력에 저항하는 예술가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의 그림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볼 수 있고, 이 책에 잔뜩 있으니까 언제든지 볼 수 있단다.

 

 

1.

이 책의 대부분은 그의 그림 일기로 채워져 있단다. 그리고 그 일기는 2014년에 쓴 일기들이란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일상에 대한 글도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 시스템과 정치,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비판적인 그의 생각을 그림과 함께 적은 글들이 대부분이었어. 그때나 지금이나 '헬조선'이라는 곳에서 다들 힘겹게 살고 있지만, 2014년은 너무나 큰 사건이 있어서 감히 다른 해와 비교할 수가 없구나. 아직도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아직도 아무도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는 사건. 사고가 아닌 사건.. 바로 세월호. 누군가는 이젠 그만 이야기하자고 한단다. 하지만, 뭘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그만 하지. 가장 책임을 져야  정부가 외면을 하고 있는데, 외면을 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니? 아빠도 사실 그만 이야기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과 달라. 그 세월호 사건만 생각하면 아빠도 가슴이 답답해오니, 그 배 속에서 죽어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너무 불쌍하거든. 아빠도 늘 불편해져. 더욱이 회사일을 핑계로 아빠도 행동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미안함이 자꾸 들어. 그래서 그만 생각하고도 싶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을 잊는다는 것은 우리가 지는 것이란다. 언젠가는 그 진실이 모두 밝혀지고, 잘못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중죄를 받아야만 다시는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단다. 세월호가 그렇게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니 그와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 세월호 사건으로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 그래도 우리나라.

그곳에서 작가 이하는 그림을 그렸단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잘못된 정부를 비판하고 저항을 했어. 그는 왜 그랬을까? 그는 그것이 예술가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한거야. 예술가는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인생과 싸우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고 했어. 그것이 그가 권력의 두려움을 알면서도 권력에 저항하는 이유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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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예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역할은 따로 있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풍부함은 그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누구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예술가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산이 되어야 하고 하늘이 되어야 한다. 수도승 같은 철학자가 되어 세상 발전에 꼭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의 냉대도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잔소리도 견뎌야 하며,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고, 끝없는 실패도 맛보아야 한다. 그렇게 거장 예술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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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은이 이하는 대놓고 자신을 노빠라고 이야기한단다. 그것은 아빠와 상통하는구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 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아빠랑 생각이 같은 부분들이 많았거든. 물론 아빠와 같은 범인이 그런 명작가를 쉽게 만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의 전시회를 한번 가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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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조선 건국 이래 6백 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떠한 부정과 불의가 저질러져도,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6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출마 연설 중

반역의 현대사… 동학군은 반란군으로 불렸고 독립군은 테러 분자로 불렸고 반독재 투쟁은 빨갱이로 불렸고, 현재는 노빠로 불립니다. 내가 ‘노빠’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름, 그 이름 노무현. 당신과 함께했던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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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린 노무현의 사진과 함께 위 글을 읽는데, 아빠도 울컥했단다. 노무현과 같이 아빠가 다시 열의를 다해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과 함께…

 

 

3.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란다. 그럼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인가? 라는 질문에는 의문부호를 붙이는 세상이 되었단다. 지은이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이고, 권력자를 뒷담화 깔 권리가 있다고 한단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누구나 권력자를 흉보고 욕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단다. 하지만 요즘 그렇지 못한단다. 이하는 이야기한단다.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리하고. 예술가는 누구보다 자유의 영혼을 소유한 사람들이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가 그들의 자유를 막겠는가? 그의 주장에 적극 동의한단다. 얼른 그가 검찰에 쫓기지 않고, 법원 출두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정치 풍자를 그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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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이다. 우린 자유로운 사람이므로 예술가는 자유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사상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예술 작품이 사랑받으며, 어떤 탄압도 없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사회라면 예술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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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조선 건국 이래 6백 년 동안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 어떠한 부정과 불의가 저질러져도, 강자가 약자를 짓밟아도 모른 척하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 막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있었던 6백 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 비로소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 출마 연설 중
반역의 현대사… 동학군은 반란군으로 불렸고 독립군은 테러 분자로 불렸고 반독재 투쟁은 빨갱이로 불렸고, 현재는 노빠로 불립니다. 내가 ‘노빠’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름, 그 이름 노무현. 당신과 함께했던 시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396)
정치를 가지고 예술을 하는 것은 예술가의 특권이다. 우린 자유로운 사람이므로 예술가는 자유를 꿈꾸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은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성공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와 사상이 서로 공존하며, 서로 존중해 주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예술 작품이 사랑받으며, 어떤 탄압도 없다. 민주주의가 덜 성숙한 사회라면 예술가가 나서야 한다. 어떤 불편함에도 굴하지 말고 과감하게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고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다.

(312)
예술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다. 세상의 중심은 세상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의 역할은 따로 있다. 예술은 세상을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는 메시지만 주면 된다. 풍부함은 그 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킨다. 그리고 건강한 사회일수록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가는 누구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도를 닦아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과 싸워야 하고 세상과 싸워야 한다.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그림과 싸우는 예술가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작품을 할 수는 없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거대한 산이 되어야 하고 하늘이 되어야 한다. 수도승 같은 철학자가 되어 세상 발전에 꼭 필요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이 과정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세상의 냉대도 있고, 대중의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고, 가족이나 친지의 잔소리도 견뎌야 하며, 경제적 고통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고, 끝없는 실패도 맛보아야 한다. 그렇게 거장 예술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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