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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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벵하민 라바투트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를 멈출 때>라는 책을 읽었어. 그 책은 수학자와 과학자에 에피소드를 소설로 쓴 책인데, 양자역학 등 흥미로운 소재로 쓴 소설이지만, 읽는 것은 쉽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구나. 하지만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은 아빠에게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했어. 그 책을 쓴 벵하민 라바투트의 신작 <매니악>이라는 소설이 새로 나와서 읽어봤단다. 소설 제목 매니악(Maniac)은 광적으로 열중한다는 영어 단어인데, 이 책을 읽다 보면 폰 노이만이 개발한 컴퓨터의 이름이기도 한데, 그건 조금 이따 이야기해줄게. 그 외 말고 너희가 이 책의 제목을 보더니 노래 “Maniac”을 흥얼거리더구나.

소설 <매니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부마다 한 사람과 과학, 특히 컴퓨터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다루고 있단다. 1부에서는 불확정성과 양자역학을 연구했던 에렌페스트라는 사람이고, 2부는 오늘날 컴퓨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만든 폰 노이만이고, 3부는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했던, 너희들도 알고 있는 우리나라 바둑기수 이세돌이란다. 이세돌이 이런 외국 소설의 등장인물로 나오니 반갑고 신기하기도 하구나.

, 그럼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게.

 

1.

먼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파울 에렌페스트는 1927년 그 유명한 솔베이 5차 회의에 참석을 했었고, 세계 최고의 정모 사진이라고 하는 그 사진 속에도 있던 사람이고, 아인슈타인의 친구이기도 해. 그는 양자역학의 한 축인 통계역학을 연구하였단다. 그런데 이 책에서 파울 에렌페스트를 다룬 것은 불행한 그의 가정사였단다. 그는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는데, 결국 다운증후군 장애를 겪고 있는 막내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함으로써 삶을 마감했단다. 파울 에렌페스트의 스승이 루트비히 볼츠만인데, 볼츠만도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이력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2부에서는 천재 과학자 폰 노이만에 관한 이야기란다. 가장 많은 장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 소설의 제목 <매니악>도 폰 노이만이 만든 컴퓨터 이름에서 따왔으니 실질적인 주인공이 아닌가 싶구나. 폰 노이만은 헝가리 출신으로 원래 이름은 노이만 야노시 러요시라고 한단다. 2부의 진행 방식은 좀 폰 노이만의 주변 인물이 폰 노이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단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여 구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2부의 구성이 그런 식으로 되어 있단다. 폰 노이만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로 유명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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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6)

우리와 다른 외계인, 진정한 천재가 존재한다니. 전교생이 그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두 살에 글을 깨쳤다고 했다.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여섯 살에 암산으로 여덟 자리 숫자 두 개를 나눗셈할 줄 알았으며, 한번은 여름방학 때 펜싱 교사 머리에 불을 붙인 벌로 아버지 서재에 감금되었다가 심심풀이로 미적분을 혼자 깨쳤고 급기야는 마흔다섯 권이나 되는 빌헬름 옹켄의 일반 역사서를 달달 외웠다. 모든 소문을 진실로 밝혀졌다. 그러나 마침내 그 아이가 운동장에서 내 쪽으로 뒤뚱뒤뚱 걸어오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적잖이 실망했다. 아직 통통하게 살이 찌기 전이었음에도 움직일 때 어쩐지 투실투실하고 굼뜬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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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재는 27살에 프린스턴 대학교의 정교수가 되었어. 자타공인이던 폰 노이만은 자신보다 더 천재가 나타났다고 하는 순간이 있는데, 1930년 학회에서 만난 쿠르트 괴델이라는 사람이란다. 이 사람도 유태인으로 미국으로 망명 온 과학자인데, 아빠가 다른 책들에서 여러 번 이야기를 해주었던 사람이란다.

작년에는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라는 책의 독서편지에서도 이야기했던 사람이야. 폰 노이만은 학회에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단다. 이후 폰 노이만은 몇 달 동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연구해서 따름 정리를 발표하기도 했다는구나. 그리고 폰 노이만은 핵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도 참가를 했어. 작년에 이야기해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책의 독서편지에서도 잠시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단다.

핵폭탄의 시험 폭발이 성공을 거둔 후, 그 위력이 엄청난 것을 본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정부에 폭탄 사용을 만류하게 된단다. 하지만 폰 노이만은 적극 지지를 한단다. 폰 노이만이 물리와 수학 분야에 있어 초천재인 것은 맞지만 다른 분야에는 좀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윤리적인 면을 판단하는 것도 좀 부족했던 것 같아. 다른 과학자들이 핵폭탄을 만류하는 동안 폰 노이만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가 좋은지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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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54)

실험 직후 우리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서신이 돌기 시작했다. 일본을 상대로 폭탄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대통령을 설득하는 탄원서였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자 중 백오심 명 이상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유럽의 전쟁은 끝난 후였다. 히틀러도 이미 총을 쏴 자결했으니, 우리가 실제 그랬던 것처럼 일본 민간인 이십만 명을 죽일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일본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기만 했다면, 일본 장군이 단 한 명이라도 폭탄 실험 장면을 목격했다면 그걸로 충분했을 것이다. 그랬으리라 확신한다. 하지만 탄원서는 트루먼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탄원서가 결과를 바꿨으리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만든 폭탄은 이미 군의 손에 넘어가 있었으니 어쨌거나 그들은 그 무기를 사용했을 것이다. 최상의 표적을 고르기 위해 위원회도 벌써 꾸린 터였다. 그런데 폭탄을 지면이 아니라 높은 공중에서 터뜨려야 한다고 군을 설득한 다름 아닌 폰 노이만이었다. 그래야 폭풍파의 피해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심지어 그는 최적의 높이가 600미터, 대략 2천 피트쯤이라는 계산도 직접 도출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 높이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예스러운 목재 가옥 지붕 위로, 우리가 만든 폭탄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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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은 끝까지 세상을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시작으로 바라보았다고 하는구나.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스스로 계산하는 기계장치를 개발하는데 힘쓰는데, 그것이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단다. 이후 줄리언 비글로와 함께 더 좋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서, CPU에 의한 제어 장치, 기억 장치, 논리연산 장치로 구성된 컴퓨터를 개발한단다. 프린스턴 연구소에 있을 때 만나 결혼한 두 번째 아내 클라리 단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개발에 참여하여 순서도를 제작하기도 했어. 그리고 그들은 수학분석기와 숫자 적분기 및 계산기가 가증한 업그레이드된 컴퓨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MANIAC이었단다. MANIAC Mathematical Analyzer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의 약자였단다. 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최초로 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하기도 했어. 그 뿐만 아니라 군에서는 매니악을 이용하여 수소 폭탄 제조에도 이용이 되었어. 컴퓨터가 군에 의해 많이 생산되었단다. 초창기 컴퓨터는 대부분 군사용으로 쓰였던 거야.

폰 노이만은 53세에 안타깝게도 췌장암 진단을 받았어. 암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그는 계속 연구에 매진했단다. 그러면서 기계가 생물체들처럼 스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것이 그의 사후 계속 연구되어 오늘날 알파고와 같은 AI 컴퓨터들로 이어진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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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어떻게 기계가 스스로 생명을 얻어 살아갈 수 있는가? 튜링이 그의 기계를 구상한 것처럼 나도 이 문제를 철저하게 공식화할 수 있을 것 같네.” 연치는 죽기 몇 달 전 내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알레프제로(Aleph-zero)라고 명명한 일종의 자동기계가 존재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데, 만일 당신이 알레프제로에게 무엇에 관한 서술을 제시하면 그 정보를 흡수해 두 개의 사본을 생성한다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증명할 계획을 이미 세웠다고 했다. 튜링이 컴퓨터의 탄생으로 이어진 사고실험을 고안했을 때, 또 괴델이 불완전성정리를 증명했을 때 사용한 것과 같은 논리 방법, 자기 참조적이며 재귀적인 추론을 사용해, 단순히 1 0의 문자열이 아닌,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을 생성하는 이론적 기계를 설계해낸 것이다. 그는 일종의 임계점, 티핑 포인트가 존재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비로소 기계의 진화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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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 3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이세돌과 AI 컴퓨터인 알파고가 바둑을 둔 것이 얼마 전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2016년으로 벌써 8년의 시간이 지났구나. 정말 세월이 빠르긴 하구나. 아무리 AI라고 하지만 바둑은 체스와 달리 경우의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의 승리를 점쳤단다. 하지만 첫 번째 경기를 마치고, 두 번째 경기를 마치고 어쩌면 알파고를 한 번도 이길 수 없겠다는 예측들이 나왔던 기억이 나는구나. 결국은 이세돌이 4대국에서 한 판을 이겨 전체 스코어 4 1로 알파고가 최종 승리했는데, 그 한 번의 승리가 AI 컴퓨터를 인간이 이긴 유일한 경기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알파고는 그 이후 계속 더 진화하여 인간이 접바둑을 두고도 이기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이 책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어 반가웠단다. 이세돌의 목소리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은 좀 독특하다고 생각할 텐데, 아빠는 그것이 천성적으로 타고나고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어렸을 병을 앓고 목소리가 그렇게 변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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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이세돌, 쎈돌, 바둑 9, 동시대 누구보다 창의적인 바둑 기사.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과 대전을 치러 패배를 안긴 유일한 인간, 그는 열세 살이 되던 해에 목소리를 잃었다.

한반도 서쪽 끝자락의 작은 섬 비금도에서 서울로 상경한 지 오 년째, 프로 바둑 기사가 된 지는 육 개월째이던 1996, 폐에 알 수 없는 병증이 생겼다. 기관지가 상해 성대가 마비되었으니 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으나 희한하게도 일부 단어를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일시적이었던 실어증의 근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질병(심오한 내적 혼란의 징후가 아니라 정말 질병이었다면)의 여파로 결국 기관지 신경이 영구적으로 마비됐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장난감 인형에서 나올 법한 독특하고 새되고 밭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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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목소리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바둑 기풍에 있어서도 독특하다고 하는구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5남매가 모두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배웠는데 이세돌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구나. 최연소로 프로 9단을 땄으며, 가끔 허세부리기도 하고 돌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K pop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젊은이이고 K 드라마도 즐겨 본다고 하더구나. 바둑을 둘 때도 예상치 못한 수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 주특기였대. 하지만 이세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둑이었고, 그가 바둑을 은퇴하기 전까지는 매 순간 바둑만 생각하면서 지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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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330)

그에게 바둑이란 호흡과 같아서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나 바둑을 생각한다. 머릿속에 바둑판이 하나 있어서 새 전술이 떠오르면 그 바둑판에 돌을 둔다. 술을 마시고 드라마를 보고 당구를 칠 때도 늘 그런다.” 지금껏 눈 뜨고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바둑에 바치느라 놓친 것들이 아쉽지는 않은지, 사실상 정규교육이란 걸 받지 않았고 초등학교조차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앞두었는데 곧 닥쳐올 일에 맞설 준비는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바둑이야말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대답했다. 바둑의 무한한 복잡성은 인간 정신의 내적 작동 방식을 거울처럼 비추며, 바둑의 전술과 수수께끼와 풀 수 없어 보이는 난해함이 바둑을 우리 우주의 아름다움, 혼란, 질서를 유일하게 비견할 인간의 창조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바둑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돌의 위치와 관계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세에 숨겨진, 거의 감지할 수조차 없는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게 신의 정신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이세돌에게는 승패보다는 바둑의 가장 심오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따라서 모든 수를 전부 이해하기 전까지는 절대 게임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김지석은 말했다. “한번은 이세돌과 새벽 두 시까지 술을 마셨는데 나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더니만 자기가 막 이기고 온 대국을 만취한 채로 복기하겠다며 흑돌과 백돌의 수 하나하나 다시 두기 시작했다. 이기기는 했으나 딱 한 수가-심지어 자신이 두었던 수인데!-완벽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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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대적한 알파고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알파고는 데미스 허사비스라는 사람이 개발을 했단다. 데미스는 어린 시절 체스를 잘 두어 대회에 입상하기도 했대. 대학에서는 프로그램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는데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도 땄다는구나. 학창시절 많은 논문을 읽었는데 그 중에는 폰 노이만의 논문들도 포함되어 있었어. 2011년 그는 딥마인드라는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했고, 2014년 구글이 4억달러라는 천문학자 금액으로 인수를 했단다. 회사가 인수된 이후에도 데미스는 딥마인드를 경영했으며, 알파고를 개발하게 된단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바둑이라는 것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단다. 그것을 다 고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어. 그 경우가 수가 얼마냐 하면 아빠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숫자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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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바둑판에서 가능한 자리의 수, 즉 두 사람이 대국할 때 발생하는 고유한 돌 배열의 가짓수는 너무 커서 2016년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규명되었다.

208,168,199,381,979,984,699,478,633,344,862,770,286,522,453,884,530,548,425,639,456,820,927,419,612,738,015,378,525,648,451,698,519,643,907,259,916,015,628,128,546,089,888,314,427,129,715,319,317,557,736,620,397,247,064,8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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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전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41로 완승을 했단다. 이것은 이세돌뿐만 아니라 그 경기를 지쳐봤던 관람객, 시청자들그리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것이란다. 인간이 수십 년 동안 갈고 닦아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더 이상 인간이 가장 뛰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것앞으로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세돌도 알파고의 대전을 끝내고 소회를 이야기했고, 이 대전과 상관없이 사전에 계획한 대로 은퇴를 했다고 하는구나. 그는 바둑 은퇴를 하고,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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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102)

일종의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제대로 결정타를 날렸죠. 어떻게 해도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어요. 의미가 없습니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바둑을 뒀습니다. 그때 바둑은 예의와 매너가 전부였어요. 게임보다 예술을 배우는 것에 가까웠죠. 크고 난 후에야 바둑을 두뇌 게임으로 생각하게 됐지만 배울 때는 예술이었어요. 바둑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달라졌어요. AI가 도래하면서 바둑의 개념 자체가 바뀌어버렸습니다. 굉장한 충격이에요. 알파고는 나를 그냥 이긴 것이 아니라 무너뜨렸습니다. 이후로는 계속 바둑을 뒀지만, 은퇴는 진즉에 결심했어요. AI가 등장한 후로는 내가 최정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게 복귀해서 미친듯이 노력해 최고의 바둑기사가 되더라도, 최고일 수는 없어요. 세계 최고가 되어도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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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가 이 책에 대해 아빠가 대충 이해한 것이란다. 이 소설이 심도 깊은 과학 지식을 좀 갖추고 있어야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은데 아빠는 그 정도는 아니라서, 쉽지 않게 읽었단다. 너희들에게 이야기한 부분도 아빠가 이해한 부분과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주어, 어쩌면 책의 핵심이 빠져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이 책이 여전히 인기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93 9 25일 아침,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는 암스테르담에 얀 바테링크 교수가 세운 환아 교육 시설에 걸어들어가 열다섯 살 난 아들 바실리의 머리를 총으로 쏜 뒤 자신에게도 총을 겨눴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의 이름은 알파제로이다.


수학이란 신의 정신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숭배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수학에는 진정한 힘이 깃들어 있으며, 그 힘은 손쉽게 악용될 수 있다. 그 힘은 오직 인간만이 소유한 능력에서 탄생했는데, 은혜로운 우리의 신은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과 발톱 대신에, 그만큼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힘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이에 관해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나에게 어떠한 심판이 내려지건 간에, 차마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그가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내가 누구보다 먼저 보았음을. 그가 가진 능력이란 참으로 진귀하고 아름다워서 지켜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 나는 그것을 보았지만, 다른 것도 보았다. 우리 모두를 묶어두는 자제력을 상실한, 사악하고 기계 같은 지성. 그런데 왜 침묵했냐고? 그가 너무 우월했으니까. 나보다도. 우리 모두보다도. - P111

정말 모든 상황마다 합리적인 행동 경로라는 게 있을까? 조니는 이를 의심할 여지 없이 수학적으로 증명해냈으나 그건 오직 양측의 목적이 정반대로 다를 경우에 한정되었다. 그러니 우리의 추론에는 관찰안이 좋은 사람이면 단박에 발견해낼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우리 이론 전체의 틀을 떠받치는 최대최소정리는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주체를 상정한다. 그런 주체는 오직 이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며, 규칙을 완벽히 이해하고 자신의 이전 움직임을 모조리 기억할 뿐 아니라, 게임이 한 단계 진행될 때마다 자신과 상대방의 행동이 일으킬 수 있는 결과를 오차 없이 파악하고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정확히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자는 조니 폰 노이만뿐이다. - P176

에니악의 특징은 계산이 일어나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거였다.
내부로 걸어들어가면 비트값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구도 숫자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실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지만 조니는 예외였다.
계산의 현장 한가운데 잠자코 서서 눈앞에서 번쩍이는 빛을 보던 그를 기억한다.
기계가 또다른 기계 안에 들어가 생각하는 모습을.
그는 다음날 나를 고용했다. 고등연구소에서 더 다은 기계를 함께 만들자는 거였다.
나는 곧장 연구소로 가는 기차를 탔다.
- P186

기계가 못하는 일이 있다고들 한다. 기계가 못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 내게 말한다면, 나는 언제든 그걸 해내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
- 존 폰 노이만
- P213

클라리는 자기 남편이 그렇게나 컴퓨터를 좋아하더니 아예 컴퓨터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연치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산했고, 그게 아니면 루프에 빠지거나 서서히 멈춰버리거나 오류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절대 미친 것이 아니었다. 대화할 때는 어느 때보다 명민했고, 사후 출간되어 읽은 그의 말년 연구는 생각할 거리가 풍부했으며, 수학적으로 아름다웠고, 기술적으로는 역시나 그의 연구답게 빈틈이 없었다. 그가 정말로 선을 넘어 이성이 굴레이자 제약이 되는 세상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성을 옆으로 치워두어야만 하는 영역으로 들어가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표면적으로 암시한 신호는 단 하나, 암이 그의 혈액뇌장벽을 넘어서기 직전 그의 조지타운 집에서 내가 목격한 참으로 혼란스러운 일화였다. - P270

미래를 감춰놓은 베일을 걷어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 과학이 다음에 어디로 진일보할지, 다가올 세기에 일어날 과학 발전의 비밀이 무언지 일별할 수 있다면,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 다비트 힐베르트
- P317

"사실은 알파고가 확률을 계산하는 기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를 본 순간에 생각이 달라졌어요. 알파고는 분명 창의적입니다. 그 수가 알파고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꾸었어요. 바둑에서 창의성이란 무엇을 뜻할까요? 단순히 좋은 수, 위대한 수, 강력한 수를 두는 능력이 아닙니다. 의미 있는 수를 두는 능력이죠." 대국이 끝난 후 인터뷰를 진행한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그는 말했다. 이세돌은 평소였으면 포기했을 시점을 훌쩍 넘겨 세 시간을 어 기계와 싸웠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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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2024-05-02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아리랑 7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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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늘은 조정래 님의 <아리랑> 7권을 이야기해줄게. 7권부터 9권까지는 제3부인데, 3부의 제목은 <어둠의 산하>란다. <아리랑>을 읽을 때마다 지은이 조정래 님이 대단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12권짜리 대하 소설을 쓴다는 것이 엄두도 나지 않을 것 같은데, 이야기의 흐름과 각 등장인물의 성격의 일관성을 놓치지 않고 전개되는 것을 보니 소설 속 세계를 만들어낸 신()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소설 속 주인공의 운명은 지은이 조정래 님에게 달려 있으니 말이야. 뿐만 아니라 소설 곳곳에 들어 있는 역사 상식도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어서 참 좋았단다. 소설을 읽다 보면 역사 상식이 저절로... 기억력이 좋다면 오래 간직할 텐데, 그것이 조금 아쉽구나. , 그런 아리랑 7권의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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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야의 첩이었던 보름이는 세키야의 아이를 낳았지만 세키야에게 버림을 받고 떡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단다. 그런데 우연히 외눈박이 백남일을 만나게 되었는데, 백남일은 보름이가 수국이의 언니인 것을 알고 홧김에 폭력을 휘둘렀단다. 이 소식을 들은 서무룡이 백남일 고소했단다. 서무룡이 깡패이긴 하지만 그래서 보름이를 대하는 마음은 진정인 것 같았고, 백남일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백남일이 보름이를 구타했으니 가만 있을 수 없었지. 서무룡은 백남일을 고소하였고, 경찰의 뒷줄이 있는 서무룡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서무룡의 뜻에 따라야 했단다. 그래서 백남일은 보름이의 치료비뿐만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정미소에 대한 월세를 서무룡에게 내야 했단다.

 

1.

송수익의 장남 송중원은 3.1운동 후 감옥에 갔다가 2년만에 출옥을 했단다. 장인이자 아버지 송수익의 친구 신세호는 중원에게 일본 유학을 제안했어. 중원은 일본에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사귄 친구 허탁과 함께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해 힘썼단다. 중원이 동경에 머무르고 있을 때 그 유명한 동경 대지진이 발생했던다. 1923 9 1일이었어. 송중원과 허탁은 공부도 했지만 한편으로 과자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어. 과자공장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그들은 피해 복구를 도와주기 위해 공장에 갔단다. 그곳에서 신문 호외를 보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그들을 당혹스럽게 했단다.

신문에 적힌 내용은 지진이 발생하여 혼란한 틈을 타서 불령선인(조선인)들이 동경 시내에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단다. 일본은 자경단을 조직하여 조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단다. 이 때 죽은 사람이 6000여 명이라고 했어. 송중원과 허탁도 일단 몸을 숨겨야 했는데, 다행히 그들을 좋게 본 일본인 과자공장 사장이 그의 집에 숨겨 주어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단다.

...

, 이번에는 만주 북간도의 상황을 이야기해줄게. 일본의 밀정인 양치성은 북간도에서 결국 자신의 뜻대로 수국과 살림을 차렸단다. 수국은 어쩔 수 없이 양치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양치성에게 마음을 두지 못하고, 어디선가 고생하고 있는 동생 대근만 생각했단다. 그래서 양치성에게 동생이 있고 지인들이 살고 있는 서간도로 이사를 가자고 했지만, 양치성은 단칼에 안 된다고 했단다.

그런데 장사꾼인줄만 알았던 양치성이 밀정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 수국은 두려워하면서 이번이 어머니와 동료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 몇 달 동안 준비를 했고 만취한 양치성을 찌르고 서간도로 도망을 갔단다. 수국이 당황하여 칼을 한번밖에 안 찌르고, 양치성의 죽음을 확인하지 않고 도망을 간 점으로 보아, 양치성이 죽지 않았을 확률이 높을 것 같구나. 서간도에 도착한 수국은 지삼출과 필녀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그들도 알고 지내던 양치성이 밀정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 수국이 서간도에 도착하기 열흘 전 동생 대근은 의열단에 가입하기 위해 북경으로 떠나서 동생은 만나지 못했단다.

당시 만주는 경신참변 이루 독립운동이 와해된 상태여서 대근은 의열단에 가입하기로 마음 먹은 거란다. 대근이 의열단에 가기 전에 송수익이 조언을 해주었는데, 당시 만주의 독립군들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서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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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그래, 자네의 판단이 정곡을 찌르고 있네. 여기 서간도가 북간도보다 다소 덜할지는 모르나 여기 동포들의 동향도 대동소이하네. 경신년 참변 때 이곳 서간도에서도 학살이 자행됐으니까 그런 생지옥을 겪은 동포들이 그리 서간도에서도 학살이 자행됐으니까 그런 생지옥을 겪은 동포들이 그리 생각하게 된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세. 그런데 독립군들이 이동을 단행한 것은 무고한 동포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더욱 효과적인 전쟁을 수행하려는 작전계획으로, 이는 어느 나라 어느 군대에서나 취하는 군사행동이지. 그 작전에 왜병들은 당당한 작전으로 맞서지 않고 한다는 짓이 양민들을 대량학살한 것이네. 그건 세계 어느 나라 군대에서도 볼 수 없는 비열함이고 잔혹함일세.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네. 그게 무언고 하니, 동포들이 품고 있는 그런 생각이 바로 왜놈들이 대량학살을 자행한 목적이고 노렸던 바란 사실이네. 우리 동포들을 낙담하게 만들고, 공포에 떨게 하고, 또한 독립군을 불신하게 하고, 협조를 못하게 만드는 술수, 그게 바로 왜놈들이 조작해 내는 이간책동술이네. 그러니까 지금 독립군들이 해야 할 일은 무장을 강화하기 위해 동포들에게 무작정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고 왜놈들의 그런 이간책동을 바르게 알리고 이해시켜 가며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일세. 동포들이 곧 조선이고, 동포들이 없고서는 그 어떤 독립투쟁 단체들도 존속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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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했던 독립군들은 일제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연해주로 이동했어. 하지만 연해주에서는 자유시 참변이라는 사건으로 많은 독립군들이 죽고 말았단다. 자유시 참변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조선공산당의 상해파와 이르쿠츠크파의 갈등이 있었는데, 이르쿠츠파가 적군의 힘을 이용하여 조선공산당 상해파와 다른 독립군을 공격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 사건이었단다. 같은 민족으로 한 힘으로 일본에 저항해야 시기에 상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단다. 이 일 이후 남아 있는 독립군들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어 만주로 돌아왔단다.

송중원의 친구로 함께 3.1운동에 참여했던 이중에 이광민이라는 사람이 있어. 이광민은 3.1운동 이후 만주로 와서 홍범도 부대에 참가해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단다. 홍범도 장군이 나이가 드신 이후 독립운동 일선에 물러난 이후 이광민은 연해주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했단다. 빨치산들은 일본을 상대로 기습 작전을 벌여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썼어. 이런 계속된 공격으로 일본군은 연해주와 시베리아에 철수를 하게 되었단다.(1922.10) 연해주에서 활약하던 빨치산 독립군들의 큰 성과였어. 이광민은 연해주에 머무르면서 윤철훈을 만나게 되어 함께 공산주의 사상을 공부하면서 향후를 도모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윤철훈의 여동생 윤선숙과 사랑을 하게 되지만, 이광민과 윤철훈은 독립운동을 위해 곧 떠나기로 했단다. 이광민와 윤선숙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헤어져야 했어. 사랑을 해야 할 수많은 젊은이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기에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맥이 오랫동안 끊기지 않고 이어져서 결국 해방까지 이어지는데 큰 힘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단다..

..

 

2.

공허 스님은 국내에서 활동을 하던 중 기차 안에서 순사인 장칠문과 마주치게 되었고, 장칠문은 공허 스님을 알아보고 바로 체포했으나 장칠문이 방심하는 사이 공허 스님은 장칠문을 공격하고 도망을 갔단다. 여기저기 도망 다니다가 홍씨 집에 머무르게 되었단다. 홍씨는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지만, 공허 스님이 파계하면서 알게 된 여자란다. 장칠문은 도망간 공허 스님을 찾으러 돌아다녔고, 공허 스님과 친분이 있는 송중원의 집에 찾아왔어. 고향에 돌아와 있던 송중원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다짜고짜 유치장에 집어 넣었단다.

...

농장조합의 회장이자, 오쿠라 농장의 지배인인 요시다는 간척사업을 통해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했단다. 많은 조선인들을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고용하여 노동력을 착취를 하면서 간척 사업을 진행했어. 요시다 지배인과 조선인 노동자 사이에는 악랄한 이동만이라는 자가 있었단다. 요시다의 충실한 수하이지만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악마 같은 놈이었어. 요시다는 소작료까지 인상하려고 했단다. 소작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단 행동으로 반발했단다. 소작인들이 그렇게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배후에 사회주의자들이 방법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야. 요시다의 농장 조합은 그런 소작인들을 군대처럼 편성을 하고 서로 감시하게 만들었단다. 소작인들 중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면 연대 책임을 묻겠다고 했어.

한편,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고 간척사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임금까지 체불 당하고, 자신들이 일군 땅을 일본에서 온 일본인에게 공짜로 주고 소작인들에게 주기로 한 땅도 대폭으로 줄어들어 든 것에 불만이 쌓였단다. 이에 정씨 형제의 막내인 정도규와 그의 친구 고서완이 배후에서 조종하여 소작회를 결성하게 했단다. 정도규와 고서완은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공산주의를 받아들여 공부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단다. 고서완의 제자 중에 이경욱이라는 자가 있는데, 그도 철저한 공산주의자이며 항일 정신이 투철한 자였단다. 그런데 이경욱은 악랄한 친일파 이동만의 아들이었단다. 이경욱은 자신의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아버지의 죗값까지 자신이 받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소작인들과 노동자들을 도와주려고 했단다.

차득보 생각 나지? 잃어버린 동생 옥녀를 찾아 헤매다가 공허 스님을 만나 함께 했잖아. 공허 스님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보니 함께 못 있어. 신세호의 집에 기거하면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다. 그런데 신세호의 둘째 딸 월엽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단다. 신세호가 아무리 신 지식인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딸을 차득보와 연을 맺어줄 수 없어 크게 반대했단다. 월엽은 신세호와 점지해준 집안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얼마 후 옥녀가 오빠를 찾아 신세호의 집에 찾아왔단다. 그렇게 십 수 년 만에 득보와 옥녀가 만나게 되었단다.

….

 

3.

우려했던 것처럼 양치성은 오른쪽 가슴을 칼에 찔렸지만 죽지 않고 살아났단다. 수국에 대해 복수를 다짐했어. 수국은 서간도에 와서야 자신이 양치성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애를 떼어보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를 했단다. 결국 아들을 낳았고 낳자마자 버리려 했지만, 필녀가 막으면서 자신이 키우겠다면서 아이를 데려갔단다. 하지만 모정을 그리 쉽게 끊을 수 있겠는가. 100일이 지나고 수국은 아이를 자신이 키우기로 했단다.

여기까지가 아리랑 7권에 대한 이야기란다. 우리나라에도 가끔 조선족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일제 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건너간 이들의 후예란다. 친일파의 후예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들이란다. 그리고 조선족이라는 말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면서 소수 민족들을 부를 때 부르는 말로, 너희들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들은 중국동포나 중국교포라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구나. 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미국교포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야.

,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요시다 지배인님 드시느만이라우.”

책의 끝 문장: 바다 쪽으로 눈길을 돌리며 긴 한숨을 쉬었다.


천지에 가득한 그 아름거림은 꿈결인 양 황홀하면서도 서러운 하소연양 슬픔이 깃들여 있기도 했다. 그 슬픔이 깃들여 있기도 했다. 그 슬픔은 서러움 깊은 사람들의 탄식 같기도 했고, 한 많은 사연 품은 넋들의 승천 같기도 했다. 그건 기실 굶주려 배고픈 사람들의 한숨이고 한탄이기도 했다. 아지랑이가 그리도 숨막히게 흐드러지면 보릿고개의 배고픔도 병이 되도록 사무쳤다. 이미 죽으로도 끼니를 때울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부황이 들고 어질병을 앓았다. 그 배고픈 병이 든 눈으로는 아지랑이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지랑이의 아롱거림은 어질병을 더 도지게 했다. 그 사람들은 속 메스꺼운 어지럼증에 휘둘리며 하늘을 향해 한숨짓고 한탄을 토했다. 배곯고 사는 기구한 팔자를 쓰라려 하고 아파하는 그 한숨과 한탄은 풀릴 길 없는 채 아지랑이에 실려 멀고 먼 하늘로 스러져 갈 뿐이었다. - P56

만주에 퍼져 있는 일본영사관들이 독립군을 잡아 넘겨주는 중국관리들에게 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사실 그대로였다. 독립군 토벌에 실패하고 군대까지 철수시킨 그들은 중국관리들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 계획이 바로 이화제한(以華制韓)이었다. 중국의 힘으로 한국을 제재하자는 것이었다. 그전의 이한제한(以韓制韓)의 수법에다 하나를 더 첨가한 것이었다. 조선인 친일파와 밀정들을 투입하여 독립투쟁 세력을 파괴하고 제거하는 것이 이한제한이었다. - P90

저런 인종들은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종자들인가. 저런 것들이 바라는 것은 도대체 뭔가.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저런 종자들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가. 영원히 일본세상이 되어버렸다고 믿는 것인가. 저런 놈들한테 꼼짝없이 끌려가야 하는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은 왜 튀어나온 것인가. 조선인은 허위와 공상과 공론만 즐기고 게으르며 서로 신의와 충성이 없으니 이를 반대방향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 이광수의 주장이었다. 이광수는 왜 저런 못된 인종들을 질타하고 정신차리게 하지 않고 민족 전체를 비하시키고 흉보고 흠집 내고 있는가. 이광수는 3.1운동을 보지도 않았는가. 아니, 지금도 독립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안중에 없는 것일까. 이광수는 왜 그 따위 글을 쓴 것일까. 그건 바로 일본놈들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광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의도나 저의는 무엇일까.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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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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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가끔 평론가 이동진 님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본단다. 수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장서가이자 다독가인 이동진 님은 가끔씩 책들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책에 관심이 좀 있는 아빠도 그 동영상들을 가끔 참고하기도 한단다. 이번에 읽은 마거릿 렌클의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도 그렇게 알게 된 책이란다.

이 책은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의 짤막짤막한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란다. 그 에세이들 중에 하나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뽑긴 했지만, 이 책의 중심 주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우리는 늘 작별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사람들과 하는 작별뿐만 아니라, 동물들, 식물들, 사물들과 작별하고 지금 이 순간과도 끊임없이 작별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 책의 원제를 보니 “Late Migrations”로 되어 있는데, 아빠의 생각에는 원제보다 번역본의 제목을 더 잘 뽑은 것 같았단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새 두 마리와 과일, 꽃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에 실린 많은 에세이들이 자연과 새들을 많이 이야기해서 그렇게 디자인한 것 같더구나.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이 책은 여러 에세이들이 실려 있지만, 모두 지은이 마거릿 렌클 주변의 이야기이고, 시대순으로 정렬이 되어 있어 지은이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어. 그 시작은 지은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1931년 전부터 시작한단다. 이 때는 당연히 지은이가 태어나지 않았으니, 지은이의 외할머니가 지은이의 어머니가 태어난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시작을 한단다. 그리고 현재의 지은이의 주변 이야기와 옛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들려준단다.

지은이는 1961년생인데,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도 할머니의 전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단다. 아기의 태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그렇듯 온 가족의 사랑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순간이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빠는 너희들이 태어나는 그 순간들이 떠올랐단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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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친족들-어머니와 아버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하얀 후광 속에 온전히 차분하게 잠겨 있는 외외증조할머니-이 모두 내 주위에 모여 있다. 너무 일찍, 작고 허약하게 태어난 나는 모든 사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그들은 모든 사진 속에서 내 주위에 모여 머리를 기울인 채 내 입술이 또 다시 파래지지 않기를 바라며 각자 너무도 얇게 숨을 쉬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너무 작고 항상 추위를 탄다. 하지만 친족들은 마차 태양인 양 나를 보고 있다. 내 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외외증조할머니, 그분들 모두가 나를 지켜보기 위해 모였다. 그분들은 내가 태양인 양, 그분들이 그때껏 평생 추위를 탔던 양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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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고 지은이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들도 이야기해주는데 이 또한 너희들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구나. 지은이가 어린 시절의 일들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고 할머니를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아빠는 너희들이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많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것 같구나. 이제라도 어렸을 때 너희들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겠구나. 육아일기라도 써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 책을 읽다 보면 너희들의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아빠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는데 아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단다. 안타깝게도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 주신 분들이 별로 없었어. 사진 속에 남아 있는 모습으로 그 시절을 추측하는 하는 수준이지. 그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이 인생에 있어서 참 아름다운 시절이고 사랑을 많이 받던 시절인데,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참 안타깝구나.

다시 책 이야기를 해보면, 지은이는 어려서 시골에 살면서 많은 동물들과 많은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어. 그런데 늘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지은이의 엄마가 우울증 증세로 고생을 하신 것 같았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할머니 등 친척들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것 같구나. 그리고 지은이에게 위안을 주는 것들은 정원에서 만나는 동물들과 식물들이었단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 동물들과 식물들에 관한 글들이 많이 담겨 있단다. 아빠도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살아서 지은이만큼은 아닐지라도 동물들과 식물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많았는데, 남아 있는 기억이 거의 없구나. 작가들은 역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지은이가 나이를 들면서, 사랑하는 가족들도 하나 둘 떠나게 되는데 그 슬픔이 읽는 이에게도 느껴지더구나. 아빠는 아직 부모님과 이별을 하지 않았지만, 부모님과 이별은 정말 큰 상심일 거야. 지은이도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이 큰 상심이 되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에 대한 글들을 무척 많이 쓰셨단다. 어머니가 기르던 개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시리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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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어머니의 장례식 2쥐 뒤, 그 개가 가출했다. 얼룩배기 털을 가진 그 개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부르면 절대 한 번에 오지 않았고, 가장 낮은 덤불 밑, 꺾어진 가장 작은 나뭇가지 뒤로 몸을 감추었다. 겁에 질린 나는 정원을 뒤집어 엎으며 그 개를 찾았다. 마침내 길 건너편 어머니 집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뒷문 앞에서 들여보내 달라고 뛰어오르고 할퀴고 있는 그 개를 발견했다. 얼마나 절박하게 할퀴었는지 문설주의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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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은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셨다는 마지막 말들도 코끝을 찡하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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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37)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한 단어.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우라질.

 

어린 시절 어머니가 말해도 된다고 내게 허락하지 않은 단어.

콧물.

 

아버지가 좋아한 농담의 마지막 문장.

  , 제기랄. 내가 개똥을 밟았어.

 

아버지가 좋아한 시의 첫 문단.

   토요일의 저녁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

   오말리가 바의 문을 닫고 있다,

   그가 몸을 돌리고

   붉은 옷을 입은 여자에게 말했다.

   “나가요, 당신은 여기 머물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한 마지막 말.

   고맙다.

 

아버지가 한 마지막 말.

   그만해.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한 말.

   사랑해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사랑해요.

 

부모님이 죽어 가던 방에서 내가 하지 못한 말.

   빌어먹을. 제기랄. 젠장. . , 우라질.

=========================

….

지은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보다 또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어머니를 생각하는데,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구나. 아니, 아버지들도 그럴 거야. 아빠도 너희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가끔씩 아빠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과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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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어머니는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고, 나도 서른 살에서 서른여섯 살 사이에 아이 셋을 가졌다. 지금 내 몸은 정확히 어머니 몸의 복제품이다. 내 굵어진 허리에서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의 발이 나를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안 나는 지켜본다. 내 목의 접힌 부분과 눈썹에서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준 반지를 낀 내 손가락의 곡선에서 어머니를 느낀다. 어머니가 절대 빼지 않던 그러나 남겨 줘야 했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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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라는 것 같았어. 심지어 작별하는 순간도 말이야. 그리고 아빠의 글 솜씨가 좋진 않지만 너희들과 보낸 시간들을 좀더 많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단다. 오늘은 대충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련다.

 

PS,

책의 첫 문장: 그 애가 그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단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초록색의 이 근사한 세계에도.


생명의 순환을 차라리 죽음의 순환이라고 부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을 것이고, 죽는 모든 것은 먹힐 것이다. 벌레는 파랑새에게 먹히고, 파랑새는 뱀에게 먹히고, 뱀은 매에게 먹히고, 매는 올빼미에게 먹힌다. 이것이 야생의 작동 방식이고, 나는 그걸 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 P13

사랑의 그늘진 면은 늘 상실이고, 비통함은 사랑 자체의 쌍둥이일 뿐이다. 마마 앨리스가 돌아가셨을 때 내 어머니는 열두 살이었다. 파파 독은 포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채 길가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자라고 있는 장미 덤불을 응시했다. "내 생각에 파파 독은 그때 죽기로 결심하셨던 것 같아."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겨우 한달 남짓 사셨으니까." - P20

그렇기는 하지만, 잔혹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종이다. 2007년에 베트남에서 심한 장애를 가진 선사시대 인간의 화석이 발굴되었다. 그 화석 인간의 골격은 클리펠파일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선천성 질병의 특징인 융합된 척추뼈와 약한 뼈들을 보여 주었다. 그 남자는 사지 마비 환자였고, 자기 힘으로 음식을 먹거나 몸을 깨끗이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동체 안의 다름 사람들이 돌봐 준 덕분에 성년기-알겠는가, 석기시대에 말이다-까지 생존했다. - P101

하지만 겨울이면 플라타너스의 헐벗은 가지들이 자기들이 여름 내내 보호한, 내 머리 30센티미터 위에 있는데도 거의 보이지 않던 흉내지빠귀 둥지를 보여 준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너무도 많이 흩어져 있어서 가로등만이 유일한 방해물이다. 붉은꼬리말똥가리가 차가운 노란 발 위로 깃털을 부풀리고,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내가 맹세할 수 있는 너무도 고요한 태도로 땅을 조사한다. - P168

내 꿈속에 나올 때 엄마는 저승의 유령 혹은 나 자신이 느끼는 비통함을 반영하는 표정이 아니라, 항상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다. 꿈에 엄마가 나올 때마다 나의 첫 반응은 항상 안도감이다. 오,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가 착각했어요. 당신은 살아 계십니다. 꿈속에서 내가 엄마를 붙잡고 꼭 껴안으며 몇 번이고 "엄마가 왔네요. 엄마가 돌아왔어요. 하느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머니는 항상 놀라고 어리둥절해한다. - P252

그 모든 해를 지나온 후 모성은 여전히 내 안에서 맥박처럼 똑똑 소리를 냈고, 긴 줄에 서 있을 때마다 나는 유령 아기를 팔에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며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내 아들들을 본다. 이제는 전부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다. 때때로 그 아이들의 머리가 내 엉덩이 근처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그 아이들의 축축한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에 얽혀 있거나 블라우스 뒷자락을 움켜지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때로는 저녁 식사 중 아이 한 명이 유리컵을 입술에 가져갈 때, 그 아이의 손이 빨대 컵을 붙잡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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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지음, 김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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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잠시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Jiny가 읽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해서 어떤 책인가 읽어보려고 폈다가 앞 부분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와서 읽게 되었단다. 심장이라고 하면 영어도 “heart”라고 하는데, 피를 온 몸으로 펌프질을 보내는 역할적인 측면이 있어서 pump라는 말을 쓰기도 하나 보구나. 이 책의 영어 원제는 <PUMP>란다. 심장이라고 하면 학장 시절에 배웠던 동물별로 심장의 구조가 다른 것이 기억나는구나. 1심방 1심실부터 2심방 2심실까지 다양한 심장의 구조. 사람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2심방 2심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배웠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아빠가 생물과는 거리를 둔 학과와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심장에 대한 심도 깊은 글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구나. 이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구나. 잠시라도 심장이 멈춘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심장은 우리 신체기관 중에 가장 중요한 기관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그렇게 소중한 심장에 대한 책이다 보니, 지식 축적의 목적으로 읽고 싶어서 책을 구입했었어. 하지만 방구석 한쪽에 쌓인 책탑에 무심하게 자리를 차지고 있었는데, Jiny가 읽어 보고 싶다고 해서 아빠도 그제서야 이 책을 들쳐보게 된 거야. 지은이라는 빌 슈트라고 하는 동물학자라더구나.

동물학자이다 보니, 심장의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의 심장보다 동물들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구나.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을 끌게 한 책의 앞부분에 나온 이야기도 다름 아닌 고래의 심장에 관한 이야기란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흰수염고래의 심장 이야기인데,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세상에서 가장 큰 심장이라고 하는구나. 심장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자신의 몸집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라고 하는구나. 흰수염고래의 심장은 전체 몸의 0.3% 크기밖에 안 된데. 다른 동물들이 보통 자신의 몸의 0.6%의 크기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작다고 하네.

조류들은 자신의 몸에 비해 심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빠른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동물들마다 평균 심박수도 다르다고 하는데, 벌새의 경우는 분당 1260회를, 뒤지는 분당 1320회의 심박수를 가지고 있다는구나. 저렇게 빨리 뛰는데 심장이 제대로 동작을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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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8)

이렇게 작은 동물들이 조증환자 같은 행동을 유지하려면 세포에 극단적으로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그만큼의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하려면 심박수를 늘려서 혈액을 더 자주 펌프질해 산소와 영양분을 신체의 각 부위로 보내주어야 한다. 그 결과 이런 동물들의 심박수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높다. 벌새의 심박수는 분당 1260회에 달하고 뒤쥐는 척추동물 중에서 최고에 속하는 분당 1320회에 이른다. 대략 35세 인간의 최고 심박수의 일곱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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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심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진화되어 왔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심장이라는 것은 순환기관이라고 한단다. 피와 영양분들을 온 몸에 전달해 주니까 말이야. 그런데 모든 동물이 심장이 있을 필요는 없어. 단세포 생물이나 미생물들은 심장이 없으니 말이야. 그 동물들은 다른 방법으로 영양분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 팔이야. 투구게라는 동물이 있는데 4 4500만 년 전에 살던 동물인데 신기하게도 요즘도 아직 멸종되지 않고 살아가고들 있단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면서 푸른 피를 가지고 있는 쿠구게의 심장은 심장 진화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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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하지만 투구게는 회복력이 뛰어나다. 가장 오래된 쿠구게의 화석기록은 4 4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최초의 공룡 출현보다 대략 2억 년이나 빠른 시기다. 투구게는 삼엽충을 포함해 한 때 번성했던 절지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고대 무척추동물일 것이다. 투구게만큼 지구상에서 오래 존재해온 동물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그래서 이들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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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심장 구조를 가진 동물들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심장이 세 개인 오징어가 있다는구나.

심장이 멈추면 이내 죽고 마는데, 잠시 심장을 멈추었다가 나중에 다시 뛰는 동물들도 있다는구나. 그래서 이름을 송장개구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송장개구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이 멈추었다가 따뜻해지면 다시 심장이 뛰어 살아난다고 하는구나. 이런 동물들이 있어서 SF소설들에게 인간이 냉동으로 보관했다가 다시 몸이 녹으면 살아나는 설정이 많이 나오는 것 같구나. 송장개구리처럼 완전히 멈추지는 않지만,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중에는 심장 박동수를 급격히 줄여서 딱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만 온몸으로 보내면서 겨울을 난다고 하는구나. , 사람도 이렇게 심장 박동수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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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박쥐를 비롯해 동면하는 동물들은 겨울철에 산소와 영양분을 덜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온도 외에도 위와 같은 대사율 하락은 동면의 중요한 특징이다. 동면하는 곰의 심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듯이, 평소에 분당 500~700회까지 올라가는 박쥐의 심박수도 동면 기간에는 분당 20회까지 떨어진다. 이 기간에는, 추위에 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박쥐도 혈액을 사지로 보내지 않고 몸의 핵심부로 보내 가장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고 온도를 유지한다. 추위에 떠는 사람과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동면하는 동물의 심장은 저온저산소 조건에서도 세동을 일으키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진화했다는 점이다. 세동은 심장근육 섬유가 불규칙으로, 동기화되지 않고 수축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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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러 동물들의 다양한 심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고, 이제 심장에 대한 연구와 의학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심장에 병에 생기면 불치병인 경우가 많단다. 물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하게 되면 좋겠지만 한 개뿐인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단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의사들은 동물의 심장으로 대체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했어. 1984년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심장병 걸린 아기에게 이식을 했었는데, 혈액형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서 아이는 금방 죽었다고 하는구나.

혈액형을 맞추었다고 해도 오래 살지는 못했을 거야. 이종 간의 신체 기관 이식 수술은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 하지만 이종간의 연구는 지속적으로 해왔고, 최근에는 사람의 심장과 크기가 비슷하고 유전자적으로 비슷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것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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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돼지의 심장은 크기나 해부학적 구조, 기능에 있어서 인간의 심장과 매우 비슷하다. 암퇘지는 한배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는 점도 중요했다. 조직부적합성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문제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실험용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면역계에 의해 거부당하는 사태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시퀀스를 제거할 수도 있다. PERV는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 진보다. 최근 들어 연구자들이 이렇게 유전자를 재조합한 돼지의 장기를 인간이 아닌 영장류에게 이식하기 시작했고, 2021년 이후에는 임상 전 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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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대한 연구는 고대 시대부터 꾸준하게 이어졌어.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레노스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렇게 이어지던 연구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해부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심장 연구에도 암흑기가 이어졌다는구나. 그랬다가 1600년대에 와서야 해부금지령이 해제되었다고 하는구나. 심장의 역할이 피를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온몸으로 옮기는 것이다 보니, 수혈의 역사도 이야기를 해주었어. 오래 전에 피가 부족하게 되면 피 대신 포도주나 우유 또는 다른 동물의 피를 정맥에 넣는 시도도 했었대. 물론 실패를 했겠지.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시도도 했지만 ABO식 혈액형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구나.

….

시간이 흐르면서 심장 연구도 계속 발전을 했는데 청진기가 발명되어 심장 소리를 듣고 병을 진단하는 하게 된 이야기부터 인공 심장 이식을 받은 최신 의료 기술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빠가 너희들에게 그걸 제대로 전달할 능력이 안되어 패스해야겠구나. 이야기 하나를 해 줄 것이 있다면 건강한 심장을 위해 먹어야 할 것들을 책에 나온 것을 그대로 발췌해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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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15)

육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 전체의 육류 소비량은 지난 50년 사이에 네 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하의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순환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비교한 주목할 만한 연구가 있다. 전쟁으로 인해 스트레스는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942년부터 1945년 사이에 노르웨이에서는 심장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0퍼센트가 감소했다. 왜 그랬을까? 가축을 모조리 독일군에게 징발당하여 육류나 계란, 유제품을 먹을 수 없었던 노르웨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채소, 곡류, 과일 같이 저지방 식품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그 결과 심장질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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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으로 대략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몇몇 적어 보았단다. 책의 앞부분은 재미있는 소재로 흥미롭게 시작하여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전문 용어가 나오고 하니 읽기 그리 쉽지는 않았단다. 지금의 너희들에게도 추천하기 조금 조심스럽더구나. 좀더 큰 다음에 읽어볼 것을 추천하마.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2014 4월 중순,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의 작은 어촌 트라우트 리버에서 눈썰미 좋은 한 주민이 세인트로렌스만 쪽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책의 끝 문장: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아무리 괴짜로 보이더라도 말이다.


방실판막은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가는 혈액을 조절하지만, 동시에 심실이 수축해서 온몸으로 혈액이 심방으로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질긴 섬유인 힘줄끈(건삭)을 흰김수염고래의 심장에서 열 줄 이상 볼 수 있다. 진짜 끈처럼 생겨서 심금이라고도 부르는 이 끈의 주요 성분은 콜라겐이라고 하는 구조단백질이다. 힘줄끈의 한쪽 끝은 심실 바닥에 튼튼하게 박혀 있고 반대편 끝은 판막첨판에 붙어 있어서, 심실이 수축할 때 판막첨판이 심방까지 밀려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심방과 심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 P39

헤모글로빈은 철을 함유하고 있어, 산소가 철과 결합한다. 또 헤모시아닌과는 달리, 헤모글로빈은 혈액 안을 자유로이 떠다니지 않는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라는 세포에 의해 운반되는데, 적혈구의 수명은 대략 4개월이다. 또한 헤모글로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은 구리가 아니라 철이기 때문에, 혈액은 산화되어도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산소와 결합하는 분자의 색깔 변화는 우리 환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경계나 출입제한을 표시하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면 붉게 녹이 스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 P85

다윈이 사망한 이후 14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연구자들이 이 위대한 과학자의 죽음의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진단 내린 병명에는 불안장애의 일종인 광장공포증, 브루셀라증이라 불리는 박테리아 감염증, 만성 비소중독, 만성 불안증후군, 심각한 수준의 만성 신경쇠약, 만성 장 질환인 크론병, 주기성 구토 증후군, 우울증, 극도의 심기증, 위궤양, 통풍, 유당 불내증, 내이의 장애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 공황장애, 미토콘드리아성 뇌근육병증, 젖산산증, 뇌봉중양증상, 모계유전의 신경근계 이상, 정신신체증 피부질환 그리고 동성애 억제 등이 있다. - P252

이러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의 패션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길고 치렁치렁하게 끌리던 치마는 집 안까지 박테리아를 몰고 들어온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입지 않았으며, 코르셋은 혈행을 막는다는 이유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복잡한 속옷 역시 결핵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스타일도 영향을 받았다. 구레나룻이든 턱수염이든 병균이 꼬인다고 생각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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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2024년 봄호 - 통권 185호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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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를 읽었단다. 얼마 전에 또 한 번의 선거가 끝이 났단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지만, 보기 싫은 얼굴들이 대거 당선이 되어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더구나. 얼마 전에 Jiny가 학교 숙제라면서 현대 민주정치의 개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잖아. 쉽지 않은 숙제로구나. Jiny는 먼저 다수결로 결정되다 보니 소수의견이 무시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잖아. 참 좋은 지적인 것 같았어. 우리나라는 대의 민주주의로 선거에 뽑힌 사람들이 국민을 대신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 사람들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단다.

그리고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중요한 국가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어 다음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그런 정책들만 내놓고 있지. 현대 민주 정치의 문제점들이 많지만, 선출직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그래서 녹색평론에서도 늘 이야기하지만, 국민 숙의제도라든가, 정책의 최종 결정을 시민이 할 수 있는 시민 의회제도, 아니면 아예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도 소개해주었었단다.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끼어들기 쉽지 않은 제도들인 것 같아.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우리의 노력에 의해서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선거에 동참하자는 글을 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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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다가오는 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차악(次惡)을 선택할 것인가, 소신껏 투표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냉소적 무관심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투표 용지 바깥으로도 눈을 돌려보자. 제약이 많이 여건 아래에서도 창조적으로 자율적 상호부조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자립적 자치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도 민중(demos) 가운데에 나오는 힘(kratos)이 있다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우리 각자의 용기 있는 선택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자. 그리고 자치(自治), 즉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만 이것은 4년에 하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매일 같이 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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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는 이제 진짜로 AI 시대로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단다. ChatGTP를 필두로 여러 AI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AI가 그림 그림, 사진, 영상, 소설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들을 침범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간단다. AI가 인간 세계에 마냥 도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유로 오히려 인간 세계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단다. 그리고 AI의 발전은 기후 위기에 닥친 지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단다. AI를 발전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 센터가 세워질 텐데, 데이터 센터는 많은 양의 전기를 먹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열을 내뿜게 된단다. 데이터 센터의 세울 때 가장 고심하는 것이 어떻게 열을 내리느냐이거든. AI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전기에너지가 필요할 테고, 그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 발전소를 만들 텐데, 쉽게 생각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라는구나. 그래서 원자력 발전소 관련 주식이 오르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었어. 이번 녹색평론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많은 꼭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전기에너지 급증에 대항 우려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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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

언론은 2024 1월 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길 에너지 부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이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개발과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건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2027년 인공지능이 연간 사용할 전력량이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간 소비할 전력량과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한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의 1,000배가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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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가장 큰 우려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점이란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다 보니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겠구나.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직업을 선택할 때는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직업군이 많이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인공지능이 사람의 직업군을 너무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판사라는 직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했으면 좋겠구나. 너무 주관적으로 치우친 판결을 너무 많이 하셔서 국민들을 열 받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야.

, 그런데 지구를 죽이면서까지 A/I가 필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구나.


2.

손주화, 윤현식, 황종규, 하승수 이렇게 네 분이 정치 개혁은 주민자치로부터라는 대담이 실려 있는데, 하시는 말씀들이 좋았단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소멸과 지방자치에 대해 좋은 의견들을 내놓으셨단다. 지방 소멸을 해결하겠다고, 지방을 서울처럼 만들려는 정책은 잘못되었다고 했어. 참석자의 말씀대로 지방이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서울로 이사하는 것이 빠르니까 말이야. 물론 집값 걱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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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윤현식) 현 정치구조 아래에선 지방소멸을 막겠다는 정책 자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게 돼 있습니다. ‘잘산다는 모델이 서울이고, 정책의 방향이 서울을 따라잡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전국정당이 대중에게 내놓는 정책의 모델은 서울입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자기 동네가 서울처럼 되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 그냥 서울로 이주하는 게 나을까요? 지방은 서울을 모델로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의 집권을 위한 장단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러니까 서울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중앙에서는 나올 수 없어요. 군소정당도 전국적 지지에 갈급하니까 거시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죠. 미시적인 의제는 들어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다른 얘기가 안 나오는 한 이 구조를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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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양대 정당 체제하에서는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척 어렵다고 했어. 지방의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도 했단다. 주민자치를 입법화하여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어. 이번 독서 편지의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우리나라 현대 민주정치의 문제점과 맥을 같이 하는데, 주민자치가 살아나야 좀더 직접민주정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단다.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좀 들긴 했단다. 너무 이상적인 의견인 것 같기도 했단다. 우선 실천을 해 나가면서 이상과 현실을 좁혀야 하지 않나,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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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황종규) 그건 관이 파트너를 선택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정당, 자치 그리고 시민적 실천, 이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인 건 틀림없어요. 그러나 양대 정당의 정치적 독점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죠. 세계 어디에서든 대의제는 주민들의 생활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삼을 방법도 없고, 원래 그런 제도가 아니에요. 우리가 대의제에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위기, 질곡을 해결하려면 작은 생활권 단위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생활권 단위 당사자로서의 주민들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주민자치를 입법화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고 주민자치를 진짜 지방자치라고 말은 하지만, 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명시되어 있지 않거든요. 자치권을 갑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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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외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실었단다. 그런 이야기 중에 바닷가 모래밭의 오사용에 대한 예를 들면서, 국민들이 좀더 정치에 참여하면 그런 오사용을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단다. 아빠는 바닷가의 모래밭이 그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단다. 무슨 말이냐면 바닷가 모래밭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인데, 특정 개인에게 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 주고 있다는 거야. 그 개인의 땅도 아닌데 말이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빠처럼 바닷가 모래밭에 세워진 상업시설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해야 할 땅을 특정인이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야. 그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지차체에서도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단다. 아는 것이 힘. 지금이라도 관련 지차체에서는 아름다움 모래밭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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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82)

바닷가 모래밭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의 것이다. 환경주의의 과격한 주장이 아니라 법에서 바닷가 모래밭은 공유수면이고, 모두의 것이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의 것인 바닷가 모래밭을 특정인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독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온당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바닷가 모래밭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그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서 소송을 하고 시위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모래밭이 모두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바닷가 모래밭을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면, 모래밭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방식의 상업행위는 확산되기 어려워진다. 지차체들도 허가를 내주는 것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에 양양에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바닷가 모래밭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바닷가 모래밭을 빼앗기도 나서야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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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녹색평론에서 서너 권의 책 서평을 실어주는데, 이번 호에서는 여섯 권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중에 아빠는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와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더구나. 라리사 짐버로프의 <음식의 미래>는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먹거리에 관한 책이란다. 먹는 것이 곧 우리의 몸이 되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니.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를 이야기하고, 음식 쓰레기에 대해 대처하면서 지구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고 했어.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먹거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읽어볼 만 책인 것 같았어.

김해자 님의 <니들의 시간>은 시집이란다. 아빠가 지난 녹색평론 184호에 실린 김해자 님의 <삼십년 후, 소년 소녀에게>라는 시를 너희들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잖니. 그 시도 시집 <니들의 시간>에 실려 있다고 하는구나. 그 밖에 시의 언어로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았어. 아빠가 시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시집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구나. 그래서 리스트에 올려 놓았단다.

이상 녹색평론 2024년 봄 호, 185호의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았다. 약간 아쉬운 이번 총선의 결과였지만, 국민의 뜻은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단다. 그렇게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과연 그 분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볼까? 아니면 지금처럼 해온 것처럼 철저히 외면할까? 총선 이후 몇몇 언론에 비친 모습과 인선을 보니 변하지 않을 것 같구나. 아직도 3년도 더 남았구나. 너무 길다.


PS,

책의 첫 문장: 인공지능(AI)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다.

책의 끝 문장: 그래야 정치적 승리도 사회경제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에너지가 끝없이 요구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를 전송하고 보관하고 처리하는 기반시설은 지금껏 인류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기계인데 지금도 시시각각 빠른 속도로 비대해지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비가 잡아먹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 소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거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 배출량의 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환경사회학자 리처드 요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원들이 늘어나서 예전보다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화석연로 소비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다. 생산되고 있는 에너지 총량이 확대되고 있을 뿐이다. 2023년에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역사상 최대치에 이르렀고, 인구 1인당 전력 소비량도 정점을 찍었다.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에너지 소비는 꾸준하게 해마다 1~2% 증가하고 있다. - P6

기술과 법에 의존하는 태도는 오히려 다양한 우회로와 부작용을 만들어낼 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 인지능력은 기술과 달리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싱크 어게인>에서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 업데이트하지만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개발한 도구는 인간지능을 넘어설 정도로 똑똑하고 강력해졌지만 인간은 그 똑똑한 도구에 압도당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양복 입은 구석기인’으로 불린다. 하버드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의 진짜 문제는 인간 정서는 구석기 시대에, 제도는 중세에 머물러 있는데 기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 P20

디스토피아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가 아니라, 권력을 흡수한 거대기업이 인공지능을 내세워 시민(노동자)을 일터에서 내쫓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가장 먼저 뿌리쳐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현대판 애니미즘’ 신앙이다. 김진석에게서도 얼핏 볼 수 있었던 이런 신앙의 문제점은 인간의 문제를 인간의 가치(인문적)로 푸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항상 해결책이라는 기술우월주의의 품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간은 점점 인공지능의 볼모가 된다. - P40

경기 수도권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시한폭탄 같다.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가는 지역의 생태환경을 우회적으로 증거하는 척도이다. 개발수익이 나면 그 개발수익 전체를 다시 자연을 정화하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에 쏟아부어도 제로포인트에 근접하지 못할 지경인데, 그 수입을 또다른 개발을 위한 개발에 투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지역의 정치인들이나 단체장들은 인사말을 이렇게 열어야 할 것이다-플라스틱 사용을 줄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법 예산을 늘립시다, 일정량의 탄소배출 업체는 앞으로 우리 지역에 발 디딜 수 없도록 합시다, 지금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 P108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과연 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정된 현행 농식품체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농기계를 사용하는 정밀농업은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이면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 더 많은 실증적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례들을 통해 도출되는 답은 ‘아니요’에 가깝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투입재에 대한 농민의 의존성을 높이고, 농민의 권리와 자율성을 침해할 공산이 크고, 에너지와 투입재 사용을 줄인다는 증거도 불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농업분야의 금융화화 농민의 부채,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탈숙련화를 가져오고, 이들에 대한 착취, 감시가 확대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P154

첫째는 음식물 ‘업사이클링’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은 인구에 비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문제다. 맛과 영양에 문제가 없지만 크기와 모양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농장에서 그냥 썩어가는 작물의 양이 상당하다. 슈퍼마켓의 냉장고에 있다가 버려지는 음식들은 가공과 유통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폐기할 때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옛날 분들은 "음식 남기면 천벌 받는다"고 하셨다. 이제 이 말은 은유가 아니라 사실이다. 인류가 버리는 음식들로 기후변화와 생태재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것을 천벌이라고 한다면 받아 마땅한 천벌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과 유통 기술을 더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장 먼저 연구해야 한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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