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쓰던 글이 날아가버렸다. 확실히 SV주변의 공항이나 공공장소와 비교하면 LA일대는 공항 wi-fi도 그렇고 5G도 막히는 곳이 많은 것 같다. 공항 wi-fi문제와 아직도 덜 익숙한 패드자판이 뭔가 이상하게 글을 날려버린 것이다. 마침 근 두 시간 정도 연착이 된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어 더 신경쓰지 못했다. 


나성의 물가도 많이 올라서 음식값이 우리 동네랑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K-문화의 유행으로 외국손님들이 많이 유입되어 가격이 비싸도 그러려니, 맛이 업어도 그러려니 하는 탓도 있고 해서 최저임금이 우리보다 15-25% (지역에 따라) 낮지만 외식물가는 여기와 같거나 높은 것 같다. 냉면도 먹고 어복쟁반도 처음 먹어보고 후덜덜한 가격이었지만 상당히 좋은 이자카야에서 오카카세도 하고, 미스터 선샤인에서 착안한 복고스타일의 특이한 술집도 가봤다. 사우나도 여전히 많이 성업중이라서 가격이 착해서 이틀 동안 매일 열탕과 냉탕을 오갈 수 있었다. 


짧은 여정이라서 예상했던 대로 책은 거의 읽지 못했다. 오가며 술도 많이 마시고 가서도 매일 밤 술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일도 노는 것도 즐겁게 마무리짓고 왔지만 fruition은 아마 일년 이상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 생활로 돌아와서 매일의 삶을 열심히 살 시간이다. 인맥도 기회도 결국 지금 하는 일을 잘해야 빛을 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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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도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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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일이 있어 2박3일의 일정으로 나성에 다녀오게 됐다.
지난 번 등록한 글로벌 엔트리로 게이트를 쉽게 통과하니 어차피 셀프로 짐도 부치고 표도 뽑았기 때문에 상당히 빨리 내부로 들어와 한 시간 정도 탑승시간이 남게 되었다. 이걸 노리고 일찍 나온 건데, 시간이 이렇게 남았으니 마침 오늘은 성패트릭의 날이기도 해서 공항 바에 앉아 맥주를 한 잔 마실 여유를 갖게 되었다.

원래 비싼 것이 공항에서 파는 모든 것이지만 4년 만에 와서 보니 정말 많이 비싸지긴 했다.
시에라 네바다 파인트 한 잔이 세전 무려 10불 99전. 여기에 근 10퍼센트의 세금과 15퍼센트의 팁을 추가하면 맥주 한 잔이 물경 만 오천 원이 넘을 것이다. 아침을 먹고 나온지 얼마되지 않았고 해서 덕분에 안주로 먹으려던 매우 guilty 한pleasure 베이컨 세 조각을 포기할 생각이다. 작년에 건강검진수치가 좀 별로였기에 이후 지금까지 모든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을 완전히 끊어버린 바, 이럴 때가 아니면 사실 먹기 어려운 음식인데…

늘 노트북을 챙겨야 했고 아무리 가벼워도 기본적인 무게와 충전기 등으로 가방이 무거웠었는데 이번에는 가볍게 테블릿을 하나 가져왔고 짧은 여행이라서 책도 얇은 것으로 한 권 가져왔기에 짐이 가볍다. 

지인과 마시려고 와인을 두 병 챙긴 덕분에 가벼운 핸케리로 기내에 들고갈 짐도 부쳤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 여행은 일단 가밥다. 

오늘밤 내일밤 이틀간의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으니 간에는 좀 미안하지만 이것도 간만의 일이라서 기대하고 있다. 지인과 만나는 것이 그의 결혼식 이후 코로나가 터지는 등 여러 가지로 시간이 걸린 탓에 무려 4년 만이니 할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우리 동네와는 달리 나성엔 한국사람이 많아서 사우나도 여러 곳에서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갈 수 있어서 이틀 동안 그간 못한 공중목욕도 실컷 할 것이다. 

항상 나보다 앞서 먼저 미래에 가있었던 지인이지만 지금은 내가 도달하기엔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많은 것을 일군 형이라서 그리고 항상 이런 저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25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니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을까.

내가 먼저 공항에 도착하니 나성공항에서 조금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고 또 한 잔을 할 여유가 있고 이후 목욕하면서 술을 깨고 밤에 또 마실 수 있으니 이런 도락의 시간은 즐길 수 있을 때 만끽하는 것이 좋다. 

이건 나만의 느낌이지만 미국에서 보면 공항의 바가 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어터지고 라운지 같은 경우 아예 긴 대기시간을 잡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걸 보면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시작부터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처럼 늘상 바깥에서 술을 마시는 건 보통의 중상층의 문화가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인데 암튼 공항의 바와 라운지에서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건 사실이다. 기껏해야 맥주 한 잔 라운지에서 마시는 것이 고작인 것이 한국공항에서 본 건데 (더구나 음식점이나 바에서 술 마시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여긴 공항에서부터 즐기자는 것 같다. 한껏 풀어지자는 거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알딸딸하게 취해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지인이 비행기가 연착된다고 해서 먼저 사우나에 들어가서 기다릴 생각인데 나성엔 한국상권이 강해서 그런지 24시간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곳이 많다. 정식 라이센스가 있는 바도 새벽 2시가 최대치인데 자본과 문화의 위력은 역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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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행
출장이지만 지인과 만나는 자리
공항은 언제나 날 설레이게 한다
아무리 비싼 공항 물가라도 맥주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잠시 후
두 잔을 마셨더니 얼굴이 빨개진듯
술냄새가 나니 마스크 쓰고 비행기 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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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8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8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픈 날은 쉬어야 한다. 주 69시간의 합법노동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에서조차 아픈 날은 병가를 사용하든, 월차를 내든, 뭔가 수단을 써서 쉬게 되어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지겠지만 어쨌든 그렇다. 이건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다수 국가들이 비슷하다. 아프면 어차피 일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고 너무 아프면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사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고 산업혁명 이래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지난한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법칙에서 자영업자가 제외된다는 건 어쩜 그리 다들 같은 것인지. 대타가 없으니 문을 닫으면 그만큼의 일과 손해가 고스란히 다음 날로 옮겨지는 자영업자는 답이 없는 것이다. 


불규칙한 날씨와 격무와 스트레스가 겹친 지난 주 드디어 금요일 밤을 시작으로 요즘 코로나와 함께 맹위를 떨친다는 감기가 와버렸다. 어쩐지 지난 주 내내 마른 기침이 나오긴 했다. 주말엔 그래도 운동도 하고 쉬면서 이겨보려고 했지만 날씨도 계속 구렸고 이런 저런 일처리 끝에 결국 제대로 감기로 한 course를 넘어가야 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하루 이틀 푹 쉬면 많이 좋아질 것 같다만 어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내 두 손으로 하는 일만큼 버는 재미와 보람이 있지만 그만큼 어렵고 힘든 때가 종종 있다. 대타가 없는 커리어라는 건. 어쩌면 이것 때문에 이렇게 지쳐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휴가를 떠나도 일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는 것. 어찌 보면 그렇게 틈틈히 일하면서도 회사를 굴리고 일을 해나가고 벌어들인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휴가를 떠나면 멀리 떠나서 일을 하고 조금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정도까지만 쉴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1차, 그리고 2차에 맞춰 조금씩 떠날 수 있는 준비가 제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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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3-07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영업자는 아파도 못 쉬고 힘들죠ㅠ

아플 때는 푹 쉬는 게 답입니다. 푹 쉬시고 건강, 컨디션 회복하시길!

transient-guest 2023-03-08 02: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답이 없는 날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