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지하철 홍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주유소 뒷길로 들어서, 오십 미터쯤 걸어 막회 집 앞에서 좌회전하여

KT신촌지사 담장을 따라 실내 포장마차와 작은 빵집을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세번째 건물 지하에

'제3의 작가'라는 간판이 걸려있고 그곳에 대필작가인 한남자가 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사막속 우물처럼 숨어있는 이곳은 시간이 비껴간듯이 오래된 건물들과 목욕탕과 어디론가

떠나갈 수 없는 오래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맹호부대로 베트남에도 다녀왔고 장기복무를 끝내고 시작한 두번의 사업이 망해버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남자의 아버지는 가난했던 유년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둠의 그림자이다.

그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했던 유일한 존재인 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해심 많고 따뜻한 여자였다.

도시에서 쫓겨 시골에 가서도 그곳에서 쫓겨 다시 도시의 지하로 숨어들때도 그녀는 그남자의 곁에서

울타리처럼 이불처럼 보듬어주던 존재였다.  무능한 남자들을 떠나가는 여자들이 많아지는 세상임에도

조바심없이 하지만 단아하게 그렇게 그를 지탱해 주던 아내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양 종신보험을

들어놓고 세상을 떠난 후에 아내가 직접 새긴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라는 문패를 발견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아내가 아무 이유없이 만든 문패가 아닐 터였다.

순종이라는 증명서를 달고 시골 그들의 집에 들어왔던 진돗개 '태인'은 순수 혈통 진돗개임을 증명하려고

고군분투하다가...집자리를 봐주러온 스님 말대로라면 안주인 살리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명견이었다.

무병을 앓았을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것을 보고 동물들과 소통하고 알지 못한 병을 앓았던 아내를 그는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쓰면 책열권으로도 모자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면서 왜 자신의 이야기는 쓰지 못했을까.

불쑥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하고 갑자기 죽어버린 장선생은 비범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는데..

혹 죽기전 그 남자에게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글로 세상에 나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 아내의 전령사가

아니었을까.

 

" 나는 우연을 안 믿거든요. 안 믿는 게 아니라 다 필연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어떤 일도 필요해서

생긴다는 거지요. 당연히,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저마다 세상에 기여하는

자기 역할이 있어요. 그럼 나는 어디에 필요한 존재였을까...."-130p

 

비록 지하에 그림자처럼 숨어 살지만 분명 그가 세상에 온 이유는 있을것이다. 나또한 내 역할이 분명 있을것이다.

좋아하는 종우형이 끓인 도루묵 찌개와  일부러 챙겨준 비타민 통과"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더 하명하실 일은?"

메모에 그가 아직은 누군가로 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한것 같아 눈물이 나왔다.

 

'산자가 보내지 않으면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못 떠나는 건 산 사람 때문이다.'-247p

여전히 보내지 못하는 그에게 그의 아내가 가만히 속삭일것 같다.

 

"우리가 있는곳을 짚어봐요. 마음으로 보면 돼요. 우리가 보일 때까지 이 점속으로 들어가 봐요. 마음으로 점을

따라가면 지도가 확장될 거에요." -135p

어쩌면 그곳이 그녀가 꿈꾸었던곳...하지만 함께 도달할 수는 없었던곳...혼자지만 기어이 점을 찍어야 하는곳..

'아홉 번째 집 두번 째 대문'이 아닐까.

 

'사랑은 하나의 시련이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 -249 p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 이었지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아내의 시(詩) '별은'

 

어둠이 깊을수록 아무리 적은 불빛이라도 등대는 될수 있다. 언젠가 다시올거라고 아내가 말했던 태인의 닮은

개를 앞세우고 그 불빛을 따라가면 '아홉 번째 두번 째 대문'에 그가 도달할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보리-매년 청명이면 만나는 연인이 있다. 어리석기 때문에,가난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너무도 무섭기

때문에.."가끔이라도 매달려 울 수 있는 태산 같은 남자가 필요해요. 가난이 죄는 아닌거죠?"라고 물어오는 여자를

뿌리치지 못한 남자가 있었다. 한여자를 사랑한다고 믿는 남자의 먼친척뻘이자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고 우연히

불려나간 술자리에서 마뜩치않게 마주친 여자는 후배가 아닌 다른 남자와 호텔객실 엘리베이터에서 한번 마주친

기억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가 불쑥 1년에 그저 몇번만 만나주면 된다니..참 당돌한 여자다.

청명에 만난 그녀에게 그남자는 '보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왜 꼭 그남자여야 했는지..굳이 아내있는 남자여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아마 수경은 구속하지 않는 사랑을

원했기 때문에...그런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그가 나타났기때문이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진물이 흐르는 젖가슴을 부여잡고 발목을 다친 학이 날아와 몸을 회복하고 돌아간 온천에 내려가 그를 기다린다.

이제 그를 놓아주기 위해,칼로 젖가슴을 도려내는 것 보다 더 큰 아픔을 될 마지막 여행을 하기 위해..

그리고 '보리'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

 

 #2. 풀밭위의 점심-대학시절 만나 서로 우정과 애정 사이를 오가다 끝내 모든 인연이 흐트러져 버리고 중년의 나이가 된

세사람의 이야기이다. 한여자를 사랑했던 두남자와 두남자를 사랑했던 한여자는 결국 그중 한남자를 선택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이별한다. 남겨진 한남자는 결혼기념일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여자의 전남편이기도 한 연우의 전시회를 찾아간다.

오래전 그녀의 고향인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를 구경하고 풀밭에 앉아 그녀가 싸온 점심을 먹고 알몸이 된 그녀와 사진을

찍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결혼생활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녀가 그리워했던 것은 남겨진 남자였을까.

아이를 찾기위해 한국에 온 그녀가 "헤어지기 전에 나 좀 안아줄래?"...남자가 그녀를 안아주었을때 이제 그녀가 더이상

그리움의 고통속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을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3. 대설주의보-실연이 고통에 빠진 여자와 일본에서의 기괴한 체험때문에 '삶의 연속성'을 잃고 허둥거리던 남자가

만났다. 연인이 된 그들이 평안했던건 1년뿐. 그녀의 친구이기 한 한여자의 이해할수 없는 장난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러 문득 그녀가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언뜻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것 같은 느낌속에서 그들은 드문드문 만나기도 하고..연인인지..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흐른다. 어느날 그녀의 자살소식을 듣고 남자는 그녀에게로 향한다. 이제 자신이 뭘해야하는지 확신을

가진 남자는 대설주의보의 길을 뚫고 백담사로 달려간다. 20분이면 될거리를 12년이나 걸려 휘둘러간 사랑의 길을..

폭설을 뚫고 백담사에 오르던 그에게 부연 불빛이 보인다. 12년의 시간을 뚫고 그녀가 그를 마중나오고 있다.

 

 #4.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유난히 최무룡이 부른 '꿈은 사라지고'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결국은 피를 보고야 마는

폭력성이 있는 삼촌은 자신의 첫사랑 여자와 결혼한다. 이제는 숙모가 되어버린 여자의 남편이기도 한 삼촌은 결국

자신이 조카의 여자와 사는것에 평생 죄책감을 느낀다. 애증의 세월이 흘러 죽음을 맞이한 삼촌의 병실에서 다시만난

여자에게 말한다. "삼촌이 우리를 사랑했던 걸까요?"



 #오대산 하늘구경-아무도 사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여자와 그여자를 먼저 아는체한 남자가 말한다. "함께 있으면

뭔가 위안이 돼." 그남자는 비합리적이고 비물질적인 관계가 필요했다. 부부관계를 포함해 늘 거래에 지쳐있던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그럼 이런 관계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이런관계가 그녀를 적멸보궁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얘는 돌아보지 않을 것이니, 그대는 가던 길로 마저 가게."

노비구니의 말처럼 그녀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아마 그남자는 그곳으로 그녀를 데리간것을 뼈아프게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도비도에서 생긴 일-잘나가는 영화 시나리오도 소설도 쓰지 못하는 여자작가가 있다. 우리는 그녀를 '미쓰 강'이라고

부른다. 한남자는 그녀를 모욕하는 영화사에서 그녀를 건져내 선세를 주고 소설을 쓰게한다. 소설을 쓰기위해 도비도에

내려간 그녀를 보기위해 두남자는 섬으로 간다. 결국 그렇게 쓰여진 소설도 빛을 보지 못하지만..

왜 그녀는 도비도에서 죽음을 맞이했을까. 밀물이 자신을 휩쓸고 가리라는걸 알았을까.

한 번 배신당하면 두 번 다시 울어주지 않는 여자와 같은 시(詩)를...물질적으로 눈물과 성분이 같은 시를 끝내 쓰지

못한 한남자의 그녀의 죽음에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고 다시 도비도로 향한다. 분노에 찬 또다른 남자와 최후의 만찬을

즐기기 위해..미쓰 강을 지우기 위해..

 

 #여행, 여름-글을 쓰는 두 남자가 여행을 떠난다. 굳이 같이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 여행길에서 한남자는

떠나간 여자가 대학로에서 화장품가게를 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그런이유로 대학로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처음만난 이들이 자갈치시장으로 해운대로 달맞이 고개로...어느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떼로 와서 죽은 고래가 있는 강구항으로...안동에서 간고등어 정식을 먹고 한남자는 끝내 안동에 있다는 지인을 만나지

않은 채 서울로 돌아왔다. 강구에서 만난 화장품 가게 주인인 서울여자의 추억은 덤이라고 할까.

고래가 떠밀려 왔다고 전화를 걸어온 여자를 두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한남자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한남자는 혼자 다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토속음식을 맛있게 먹은 기분이다. 깊이 사색하고 흠뻑 취할 수 있는

문학의 정수를 그대로 마신 느낌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기억속에 묻혀있던 고향을 맛을 떠올리게한  이 단편의 글들은

길었던 지난 겨울만큼이나 춥고 시리다. 어긋난 사랑들과 이기적인 사랑때문에 외로웠다.

늘 엇갈리고 피해가는 사랑때문에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는내내 대설주의보속에 갇혀 옴짝달짝 못하고 있는 조난자처럼

고독했다. 그런데 묘하게 가슴은 조용한 평정이 찾아왔다. 눈이 오는밤은 유난히 조용한것처럼..

모든 소음과 번잡을 잡아먹고 눈이 내려앉은 것 같은 마음으로 조용히 책을 덮었다.

아무 누군가 다시 이책을 집어든다면 '대설주의보'속 폭설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두눈 멀쩡한 나를 부끄럽게 한 책입니다. 사랑의 기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생명의 탄생은 기쁨이고 축복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이를 낳아 키워보지 못한 사람은 

어른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것처럼 우리는 자식을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기쁨과 슬픔과 분노와 인내...결국 나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같은 존재가 바로 

자식인것이다. 하지만 나의 분신인 자식을 키운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제대로 한사람의 몫을 하고 살아 갈수 있도록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남을 도울 수 있을정도로 살아갈수 있도록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인간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겸손을 배우며 비로서 어른이 되는 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면? 나의 열성유전인자가 몇만분의 일의 확률로 아이게게 

전해져 평생 장애인이란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한다면 그 잘못은 과연 누구 때문인것인가. 

나? 아니면 신(神)? 물론 태어난 아기에게 잘못은 없다. 하지만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고통과 편견의 불이익을 아무 잘못도 없는 아기가 고스란히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전생에 무슨 죄를 많이 지어서'라는 표현을 한다. 

전생과 내세를 믿는 동양적인 사고로 보면 내몸을 빌어 태어난 자식이 비정상적인 몸과 정신을 

가지고 태어난것도 다 전생의 업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죄의식을 갖고 온가족이 죄인인양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평생 짐이 될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버리기도 한다.  

 


1988년 3월 한아이가 이런 많은 의문부호를 가지고 미국의 한가정에서 태어났다. 

존휴스와 퍼트리샤의 첫아이인 헨리는 '양안 무안구증'과 '다발성 이형'이라는 중복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여러번의 수술을 거쳐 척추에 쇠심을 박고 의안을 이식하는 과정을 보면 

어린아이지만 의젓하고 인내심 강한 헨리와 오로지 자식이 이세상에 제대로 살아갈수 있도록 

정성을 쏟는 부모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나님은 한쪽문을 닫으시면 다른 창문을 열어놓으신다는 말이있다. 

비록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헨리는 뛰어난 음악감각과 섬세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였다. 120cm이상만 탈수 있는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트를 타기위해 척추에 쇠심을  

박아 10cm의 키를 키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수술까지 견뎌내는 용기있는 아이였으니 말이다.  

하루 네시간의 수면과 야간작업의 고달픔에도 불구하고 헨리를 돌보는 존휴스의 희생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의 헨리는 없었을것이다. 더구나 헨리는 정상인들보다 욕심도 많은 재능꾼이 아니던가. 

도대체 마칭밴드가 가당키나 한일인가 말이다.  

휠체어를 타고 가만히 앉아서 트럼팻을 부는것이 아니라 쉴새없이 대열을 만들어가며 

움직여야 하는 마칭밴드라니...도대체 존휴스와 헨리는 어디까지 도전할 작정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날더러 마음의 눈으로 보면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 깜깜하다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밝음을 경험해봐야  

한다.' -123p 

우리는 두눈으로 많은 것을 본다. 너무 많은 것들을 보면서도 정작 보지 못하는것들 너무 많다. 

헨리는 우리보다 많은것들을 본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기 위해 마음을 열고 귀기울인다.  

기적은 하나님이 미리 예정해놓으신 길일수도 있지만 헨리와 그 가족들의 노력...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던 모든사람들의 작품이다. 

그들 가족이 원했던 집이 완성되던날...나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천명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고 헨리가 이세상에 온 이유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님은 헨리를 통해 우리에게 '기적'을 보여주셨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무게를 지고 산다. 그런데 그 무게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277p 

처음에 그들은 커다란 짐덩어리를 진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지고 있는 짐들을 덜어주려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두고 살아간다. '가능성'이라는 빈 바구니에 무한의 '가능'을 담으면서 살아가는 헨리와 

그가족들을 보면서 나도 불필요한 짐들을 덜어내고 무한한 '가능'을 차곡차곡 쌓아둘 

바구니를 간절하게 갖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의 아이, 몽텐
니콜라 바니어 지음, 유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문명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때때로 야생을 꿈꾼다. 어쩔수 없이 무인도에서 살게된 로빈슨 크루소의

삶도 멀리서 보면 꽤 낭만스러워 보인다. 전기도 수도도 전화도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남는 야생의 세상!

하지만 혹독한 추위와 거대한 흑곰이 살고 있는 로키산맥을 여행한다면? 하루 이틀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18개월된 아가를 데리고 툭하면 도망치는 말을 끌고 나선 여행이라면...사절이다.

프랑스의 탐험가 니콜라 바니어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길을 나선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커져가고, 그럴수록 생명 자체에 대한 경외심, 많은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는 감옥 저편에 숨겨진 것들에 대한 경외심은 더 커져간다. -410p

 

불과 5%의 사람만이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는 문명이라는 감옥에서 니콜라는 저편에 숨겨져 있는 세상에 대하여

남다른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누구든 가보지 못한 세상, 인간의 탐욕과 더러움이 물들지 않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이지만 날씨도 고집센 말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떠난날부터 시작된 비는 창밖을 통해 보았을때와

같은 낭만은 커녕 춥고 눅눅하고 더딘 발걸음의 원흉이되고 걸핏하면 도망치는 말들은 느리게 살고 싶은 니콜라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다행스러운것은 출발할때 차고 있던 기저귀를 떼낸 몽텐과 니콜라가 존경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할수 밖에 없는 무던한 아내 디안이 있다는 것뿐이다. 물론 기가막힌 절경도 위안이 되긴 한다.

 

얼마전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에서 처럼 야생은 결코 인간에게 녹록치 않다. 길들여 지지 않은 흑곰이나 늑대와

끊임없이 피를 요구하는 모기들...아 나는 이 부분에서 벌써 꽁무니를 뺐다. 한달내내 빗속을 걸어야 했음에도 정작

목욕은 못하는 찝찝한 여정에 때묻지 않는 자연과 넋을 빼앗길 만큼 장관이라는 경치가 보답이 되긴 할까?

 





아마 니콜라 혼자 로키산맥을 넘어 알래스카로 향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가와 아내는

길이 막히고 위기가 올때마다 가장인 니콜라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알지못한 무한의 능력을

발휘하게 했던 사랑스런 가족들....파리에 있었더라면 저녁늦게나 주말에만 마주했을 딸 몽텐은 아빠로서의 책임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스런 천사이다. 야생에서 이렇게 잘 적응하는 아기가 있다니...엄마,아빠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것이

틀림없다. 세살짜리 꼬마가 열한마리가 모는 썰매를 몰고 싶어하다니...훌륭한 꼬마 이누이트인의 자질이 엿보인다.

 

아 나는 니콜라가 커다란 소나무를 잘라 통나무집을 짓는 장면에서는 부러움을 숨길수 없었다.

번잡한 삶에서 벗어나 내가 짓고 싶었던 집...더구나 멋진 호숫가라니...나도 그곳으로 날아가 도끼를 잡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멋진 싱크대도 욕조도 없는 야생의 통나무집이라니...덕지덕지 묻은 탐욕과 문명의 때를 벗어놓고 한가롭게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이런 통나무집이었다.  비행기로 공수해온 유리까지 덧댄 창문도 있는 진짜 집이다.

 




가끔 흑곰이 내려와 식량을 거덜내고 사랑스런 충견 오춤을 위협하지만...그래도 나는 이 통나무집에 열광했다.

무사히 알래스카의 도슨에 도착한 용감한 세사람의 여정에 유일하게 아쉬운것은 이통나무집을 호숫가에 놓아두고

올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그곳을 가볼수 있을까. 다른 누군가도 그집에 방문할수는 있을까.

길이 없는 곳을 걸어 그곳에 도착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못을 친 현관문을 열고 잘마른 장작을 넣고 나무냄새

솔솔나는 통나무집에서 잠드는 꿈으로...아쉬움을 달래야 할것 같다.

 

집으로 돌아온 몽텐이 동네 놀이방에서 나온 점심으로 생선이 나오자, "이거 누가 잡았어요?'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발그래한 얼굴과 맑은 두눈에서 야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랑스런 몽텐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미소가 떠올랐다. 몽텐의 아빠, 니콜라의 바램처럼 대자연 속에서 야생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기억이 거친 세상속에서 오아시스처럼 솟아나 몽텐의 삶이 메마르지 않고 풍요롭기를 빌면서 마치 나도

이들과 같은 일행이었던것 같은 이 여행을 끝마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