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바이러스 H2C
이승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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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이 있다. 특별한 것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모자랄만큼 이승한회장에게는

창조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숙주이기도 하다. 삶 속에서 창의의 싸앗을 뿌리는 긍정바이러스,

매순간 자기 자신을 불태우는 열정바이러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저 너머를 바라보는 비전바이러스..

이런 바이러스라면 나는 기꺼이 감염되고 싶다. 어떤 치료약에도 정복되지 않는다는 바이러스의 특징대로라면

나는 영원히 이 바이러스에 사로잡혀 내 남은 목숨을 저당잡힐터이니..스스로 그들의 숙주가 되리라.

 

칠곡의 정미소와 솜틀집을 운영하는 선비경영인의 일곱번째 아들로 태어난 저자는 참 운도 좋은 사람이다.

높은산같은 아버지와 깊은 바다와 같았던 어머니...수재이고 원칙주의자인 큰형에게 바르게 사는법을 배우고

둘째형에게는 편안함과 감수성을, 셋째 형님에게 '정확성'과 '신뢰'를, 넷째형님에게 '희생정신'을 다섯째

형님에게는 옳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물러섬이 없는 '고집'을, 여섯째 형님에게는 '한다'하면 끝까지 해내는

집념을 배웠으니 가족은 그의 인생에 진정한'멘토'였고 삶의 지혜를 멀리 찾을 필요가 없었느니 말이다.

보고 듣고 부딪끼며 살아온 어린시절이 바로 지금의 그를 있게한 초석이 되었음은 정말 부럽기만 하다.

 

"얘야, 절대 혼자 가지 말아라. 주저 앉은 사람까지 함께 데리고 가라. 네가 가진 모든힘을 다해라."

밤새 멸치국물을 우려내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정성껏 칼국수를게 대접했던 그의 어머니의 이 말씀에

나는 눈물이 핑돌았다. 절대 혼자가지 말아라..주저 앉은 사람까지 일으켜세워 함께 데리고 가자..

부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어려운 주변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의 성공뒤에는 이렇듯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게한 그의 어머니의 힘이 있었음에..그의 성공이, 나누는 삶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무도 상상할수 없었던 일..혹은 도전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복하고 성을 쌓았던 그가 이제는 유유히 성위에서

자신의 업적을 돌아보아도 좋으련만 영국의 국회의사당인 빅벤을 모티브로한 홈플러스의 시계탑위에서서 늘 고객의

소리를 담아내겠다고 귀를 쫑긋하고 서있다. 그는 '고객의회'의 의장이다.

독단도 없이 군림도 없이 그저 우리 고객의 소리를 듣고 쉬고 싶고 들르고 싶고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은 '우리 모두의 城'

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겸손하게 우리의 소리를 기다린다. 그곳이 바로 '고객의회'이다.

그의 이런 귀기울임은때로 공원이 되고 거리미술관이 되고 풍력발전기와 태양집광판이 달린 친환경의 점포로 탄생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임에도 파격적인 그의 이런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점포가 아닌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고 지친 삶을 잠시 내려놓는 쉼터로 다가올수 있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그는 건조한 사막속의 숨어있는 깊고 시원한 우물같은 그런 가슴을 가진 사람임을 알게된다.

 

1등을 향해..최고를 향해 부딪히고 도전하고 결국 성공하는 그의 행보가 욕심많은 CEO란 느낌보다 이루고자 하는

한인간의 열정과 도무지 넘을 수 없는 산을 넘는 알피니스트의 도전정신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냉혹하게 독식하고 약자를 누르는 경영인이 아닌 최고를 지향하면서 더 많은것들을 나누려는 합리적인 사고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의 머리속에 그려진 미래의 그림은 무엇일까. 종로에 UFO를 띄우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인 리움이 탄생되었지만

아직 지하에서 빛을 못보고 있는 상상속의 도시, '지오네스 시티'는 정말 실현 불가능한 소망일까?

지하깊숙한곳까지 태양빛을 끌어들여 도시를 세우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아직도 읍습하고 어둔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싶은 그의 잠재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영화속에서만 그려진 도시가 아닌 그의 이 희망도시가 결국에

이루어져 나역시 향좋은 커피를 마시고 지하 미술관 로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행복을 누릴수 있을거라고 믿어본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암을 앓게된 아내를 일으켜 세우며 자신도 쓰러질법 하건만 겨울의 찬바람을 뚫고 솟아오른 보릿대

처럼 그는 씩씩하다. 고난을 겪어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난을 이해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고난을 세상사는 삶의 가치로 돌려놓는

그에게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둠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은 빛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그의 고난의 시간들이 미래를 비추는 햇살이 되기를 빌며

그의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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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애 - 파국의 사랑
김은희 지음, 류훈.권진연 각본.각색 / 피카디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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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비밀스런 사랑이야기를 영화로 본듯하다.

책을 보면서 파노라마 같은 장면들이 줄곧 쫓아온것은 이 작품이 처음인것 같다.

한여자와 두남자의 사랑..아니 두남자이면서 한남자인 사람과의 사랑.

쌍둥이는 외모뿐아니라 사랑의 감각도 같은 것일까? 왜 같은 여자여야 했는지..

비극적 결말이 예상된 이들의 사랑에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까?

 

 

결혼 2개월만에 불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과 오랜 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시동생..이 사실은 쌍동이였다는 것을 알게된 여자..우연히 함께한 산행에서

발을 다친 여자를 구해준 남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마지막에 밝혀지기까지 여자를

혼란스럽게하는 의문들..영적인 결합으로 뭉쳐졌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길 위기를 알기나 한것처럼 어느날 의식이 돌아온 남편..

가망없을거라고 믿었고 이제는 시동생이었던 남자를 허락해버린 여자에게 이건 축복일까 재앙일까.

여자가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였을까? 혼란스러움속에 건강을 회복해가던 남편은

동생과 자신의 아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되고..과연 두남자와 한여자의

선택은?  불륜이라고 매도할수 없는 세사람의 사랑을 보면서 나도 혼란에 빠졌다.

두남자 모두 여자를 가질 수 없을거라고..그여자 역시 어느 한남자의 여자로 살수는 없을거라고

초조하게 결말을 향해 치달으면서...마지막 휠체어에 탄 남자가 과연 누구일까.

어쩌면 진우이기도 하고 진호이기도 한 이남자가 누구인지 굳이 알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여자는 두남자이기도 한 한남자와 살게 되었으므로..

 



 

1인2역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평을 받은 유지태의 깔끔하고 고뇌에 찬 눈망울이 떠올랐다.

아름다웠던 영화촬영지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다음 여행 1순위로 올려놓았다.

 



 

두남자와 한여자의 폭풍같았던 비밀스런 사랑이 이제는 순한 파도처럼 잦아들기를..

먼저떠난 한남자의 사랑이 두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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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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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들이 거룩하다니...참 아이러니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시인 김수영의 산문 '이 거룩한 속물들'에서 가져온것이라는데 과연 거룩한 속물들이란 어떤 모습일지

들여다보자.  숭고와 봉사를 미덕으로 삼아야 하는 사회복지학과라는 거룩한 학과를 다니는 여대생 명과 지은과 기린은

가장 빛나는 20대에 이미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치룬 막장파 아가씨들이다.

할아버지의 유산이 어디로 갈것인가가 집안의 이슈인 명의 가족들은 사업에 교수에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는 사람들

임에도 호시탐탐 오늘 낼 하는 할아버지의 유산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제주도도 못가봤다고 징징거리는 명의 엄마는

해외골프여행에 보석을 휘두른 부잣집 마나님이고 당연히 엄마를 제대로 닮은 명은 시시한 이나라가 싫어서 졸업하면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는 새침녀이다.

공인중개사시험을 보라고 윽박지르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지은은 6개월을 넘지 못하는 연애를 밥먹듯이 하고

사귀던 남자들이 사준 명품을 더 사랑하는 불감녀이다. 그녀의 오르가즘은 순전히 서비스용이다.

아무도 그녀의 불감증을 눈치채지 못할만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감의 연기가 탁월하지만 정작 중요한건 사랑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거다. 불꺼진 집이 싫어서 방황하고 잠깐이라도 남자가 곁에 없으면 초조해지는 그녀는...외롭다.

SKY의 화려한 이력과는 다르게 백수로 전락한 아버지와 늙은 피아노 교습선생인 엄마...TV속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언니와 살고있는 기린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서 명과 지은의 공주놀음을 가까스로 합류했지만

에비앙생수병에 학교식당정수기물을 리필하는 뱁새 아가씨이다.

졸업을 앞둔 그녀들이 세상을 사는 방법은 참 속물스럽다. 돈이 최고라고 믿고 의사를 만나 결혼해서 급행열차 1등석에

합류하고싶은 골빈녀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들 나름대로는 삶의 목표가 확실하고 현실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있는것들이 더 무서워. 리필녀 기린을 데리고 다니면서 뒤에서는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명과 지은에게 기린은 자신들을

돋보이게 하는 받침대에 불과했던 것일까? 졸업하면 밥벌이를 할 걱정도 없고 물려받은 유산으로 희희낙락 살아갈수 있는

그녀들의 눈에 세상은 참 만만하게 보이기도 하겠다.

 

기린은 왜 황새족 명과 지은과 함께 할수 밖에 없었을까. 같이 있는 순간만큼은 20년넘은 아파트에 지리멸멸하게 살고있는

가족들과 졸업후에 뭘해야할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을수 있었던 것일까.

우연히 방송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스크립터가 되면서 기린은 자신이 뭘할 수 있는지 뭘하고 싶은지를 알게된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동운과의 만남은 단지 사모님소리가 듣고 싶었던 속물근성때문이었을까.

요즘 젊은 사람들 참 쿨하다. 사랑과 의미없는 섹스를 즐기고 책임같은건 서로에게 묻지 않는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하지만 외로움의 골은 더 깊어진다는걸...본인들은 안다.

아쉬움으로 끝낸 어설픈 만남과 헤어짐이 깊은 사랑으로 인한 상처는 만들지 않았다는것 뿐.

 

대학졸업식이 축복이기만 한 시대는 갔다. 명과 지은은 그녀들이 살았고 살아야 할 뻔한 세상속에 남겨지고

서울 밖으로, 명과 지은과 잠깐 동안 속했던 세상밖으로 기린은 나올 준비를 한다.

속물들이 없는 세상에 고고한 사람들만 산다면 세상이 아름다워질수 있을까.

고고함이 돋보이려면 속물들도 필요한 법. 이제 기린은 편협하고 좁은 세상에서 걸어나와 커다란 세상속에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그녀가 쓰고싶었던 글속에 한때는 속물스러웠던 시간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수많은 속물들이 환호할 그런 글을 쓸것이다. 속물만세! 특히 거룩한 속물 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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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라 브라바! - 기대해도 좋을 내 인생을 위해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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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rava! Princess!

이책을 읽는 내내 20여년전 내가 걸었던 그길들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 올랐다.

디즈니랜드가 빤히 보이던 애너하임에서 나도 길을 잃고 서있었으며 이책에 소개된 우리의 프린세스들이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가스에서도 나는 서있었다.

강수가 모자랐던 그 사막의 땅에 홍수가 나고 지진이 나고 결국은 흑인폭동이 휩쓸고 지나가던 그때에

나도 몇푼의 돈만을 들고 꿈을 쫓아 그곳을 찾았었다. 내가 지나갔던 그길을 그녀들이 걸었고 결국은

머리에 빛나는 왕관을 쓰고 언젠가 그녀들을 뒤쫓을 수많은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되었다.

 

 '내 꿈을 비 맞게 할 수 없다'는 글을 본순간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수없이 내꿈을 비맞게 했으므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우산은 상관없이 비오는 하늘만 원망했으므로..

 

'가장 창피한 건 실력없는 자존심이다. 실력없는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자신의 가슴속에 감춰져 있는 오기와 근성을

건드려준 이에게 해줄 보답은 오직 실력을 보여주는 일뿐이다'-40p

 

알량한 오기와 자존심만으로 똘똘뭉쳐있는 내가 과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는 한걸일까.

우리의 프린세스들은 풍요한 나라의 그림같은 프린세스들이 아니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처럼

빨래도 하고 불도 때고 물도 길어 올리는 시녀에 가까웠던 그녀들이 잘생긴 왕자를 만나 선택을 받은것이 아니라

파도뒤에 보이는 대륙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 아무도 갈수 없을거라고 믿었던 신대륙에 스스로 깃발을 꽂은

프론티어 공주였던 것이다. 이제부터 그녀들이 할일은 왕국을 번성시킬 신하들과 시종들을 구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언제든지 또다른 대륙을 향해 호시탐탐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니 그녀들의 미래에 배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적당한 사람만나서 결혼만 잘하면 되는거지. 폭풍도 없고 홍수도 일어날것 같지 않은 삶이면 족한거지.

우리는 이런 무탈한 삶에 너무 빨리 안주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인생, 내가 사절한다.'  어디서 이런 똑부러지는 말들을 끌어냈을까.

갑자기 나는 저자를 만나 꼭 안아주고 싶어졌다. 이런 재간둥이 같으니라구..

머리로만 떠올린 글이라면 이렇게 내가슴을 울리지 못했을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치열하게 겪지 않았다면

끌어낼수 없는 언어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색맹화가를 위해, 꿈을 접고 암으로 죽어가는 화가를 위해, 정작 어렵게 자신의 전시회가 열리던날 뇌수술을

받고 의식이 희미한 화가를 위해 비디오 카메라와 컴퓨터를 가지고 병원으로 달려간 큐레이터 박설빈을 보면서

단순히 명예와 성공만을 향하는 액션이 아니라 우리나라사람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인정이 개인주의에 익숙한

그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내곁에도 희망스위치가 있을까? 날아오르지 못하는 호박벌의 숙명을 떨치고 나는 꿀을 딸수가 있을까.

이미 다 차지해버린 기득권자들의 틈속에 아직 예외가 남아있기는 한것일까.

이미 그길을 걸었지만 '기회야 네가 올줄 알았다'하고 잡지 못했던..아니 준비조차 못했던 내게

그녀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늦으면 어때요. 패자부활전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힘내요.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인데 어때요?

다시 한번 힘을 내보는 게...Queen! La Brava!.

 

결국 고개를 넘지 못해 물이나 긷고 있는 무수리지만 한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고 꿈꾸다

이제는 누군가의 꿈이 되어 버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껍질을 벗어던지고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다시한번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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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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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홍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와 주유소 뒷길로 들어서, 오십 미터쯤 걸어 막회 집 앞에서 좌회전하여

KT신촌지사 담장을 따라 실내 포장마차와 작은 빵집을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세번째 건물 지하에

'제3의 작가'라는 간판이 걸려있고 그곳에 대필작가인 한남자가 살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사막속 우물처럼 숨어있는 이곳은 시간이 비껴간듯이 오래된 건물들과 목욕탕과 어디론가

떠나갈 수 없는 오래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맹호부대로 베트남에도 다녀왔고 장기복무를 끝내고 시작한 두번의 사업이 망해버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남자의 아버지는 가난했던 유년의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둠의 그림자이다.

그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했던 유일한 존재인 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해심 많고 따뜻한 여자였다.

도시에서 쫓겨 시골에 가서도 그곳에서 쫓겨 다시 도시의 지하로 숨어들때도 그녀는 그남자의 곁에서

울타리처럼 이불처럼 보듬어주던 존재였다.  무능한 남자들을 떠나가는 여자들이 많아지는 세상임에도

조바심없이 하지만 단아하게 그렇게 그를 지탱해 주던 아내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양 종신보험을

들어놓고 세상을 떠난 후에 아내가 직접 새긴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라는 문패를 발견하게 된다.

과거와 미래를 보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아내가 아무 이유없이 만든 문패가 아닐 터였다.

순종이라는 증명서를 달고 시골 그들의 집에 들어왔던 진돗개 '태인'은 순수 혈통 진돗개임을 증명하려고

고군분투하다가...집자리를 봐주러온 스님 말대로라면 안주인 살리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명견이었다.

무병을 앓았을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것을 보고 동물들과 소통하고 알지 못한 병을 앓았던 아내를 그는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쓰면 책열권으로도 모자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면서 왜 자신의 이야기는 쓰지 못했을까.

불쑥 나타나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라고 하고 갑자기 죽어버린 장선생은 비범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는데..

혹 죽기전 그 남자에게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글로 세상에 나오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 아내의 전령사가

아니었을까.

 

" 나는 우연을 안 믿거든요. 안 믿는 게 아니라 다 필연이라고 생각하지요. 이 세상에 일어나는 어떤 일도 필요해서

생긴다는 거지요. 당연히,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저마다 세상에 기여하는

자기 역할이 있어요. 그럼 나는 어디에 필요한 존재였을까...."-130p

 

비록 지하에 그림자처럼 숨어 살지만 분명 그가 세상에 온 이유는 있을것이다. 나또한 내 역할이 분명 있을것이다.

좋아하는 종우형이 끓인 도루묵 찌개와  일부러 챙겨준 비타민 통과"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더 하명하실 일은?"

메모에 그가 아직은 누군가로 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한것 같아 눈물이 나왔다.

 

'산자가 보내지 않으면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죽은 사람이 못 떠나는 건 산 사람 때문이다.'-247p

여전히 보내지 못하는 그에게 그의 아내가 가만히 속삭일것 같다.

 

"우리가 있는곳을 짚어봐요. 마음으로 보면 돼요. 우리가 보일 때까지 이 점속으로 들어가 봐요. 마음으로 점을

따라가면 지도가 확장될 거에요." -135p

어쩌면 그곳이 그녀가 꿈꾸었던곳...하지만 함께 도달할 수는 없었던곳...혼자지만 기어이 점을 찍어야 하는곳..

'아홉 번째 집 두번 째 대문'이 아닐까.

 

'사랑은 하나의 시련이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 -249 p

 

    

                                                                              

          빛은

          조금이었어

 

          아주

          조금 이었지

 

         그래도 그게

         빛이었거든            -아내의 시(詩) '별은'

 

어둠이 깊을수록 아무리 적은 불빛이라도 등대는 될수 있다. 언젠가 다시올거라고 아내가 말했던 태인의 닮은

개를 앞세우고 그 불빛을 따라가면 '아홉 번째 두번 째 대문'에 그가 도달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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