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아름다운 밤 그리고 죽음의 유혹

 

 

 

  어제도 술 취한 채 들어온 김 판사는 짐승처럼 소희의 몸을 가지고 놀았다. 소희는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집을 나왔다. 그리고는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깊은 밤, 소희는 잠실대교를 걷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흐르는 한강, 그리고 그 곳에 비치는 불빛들은 한없이 아늑하고 따뜻해 보였다. 이렇게 평화스러운 세상은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밤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희는 이제 이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야 될 때가 온 것을 직감적으로 느껴 그대로 몸을 던졌다. 강물은 뼛속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웠다. 하지만 소희는 오히려 그 강물이 그동안 자신이 받은 몸의 상처와 마음의 상처를 깨끗이 씻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소희의 몸은 점점 더 차가워졌으며 그와 함께 눈도 저절로 감기었다. 이제 다 끝난 것이었다. 소희의 입가에 처음으로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때, 한강변을 걸어가고 있던 남자가 소희를 보았다. 남자는 강물에 빠진 소희를 구해 낸 후 119를 부른 후 응급처치를 했다. 119가 도착하자 남자는 구급대원과 함께 소희를 구급차에 실은 후 같이 병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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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소희의 절망 2

 

 

  살고 싶지 않다. 정말 나는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죽지도 못하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차라리 태어나지나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나의 친 어머니를 보았다. 그녀는 물론 나를 못 보았다. 아니 나를 보았다고 해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보같이 그녀가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고 찾아갔던 그 때처럼. 그녀는 여전히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나은 딸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도 없는 채로.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나는 정말 세상이 싫다.

 

 

  소희는 일기장을 덮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제 김 판사한테 또 당한 일이 생각났다.

‘죽고 싶다. 이젠 정말 이 지긋지긋한 악몽을 끝내고 싶다.’ 소희의 절망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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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학교는 개강하고

 

 

  ㄱ대는 개강을 했다. 도현은 나연이 점심을 사 준다고 해서 약속시간에 맞춰 ㄱ대로 가고 있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ㄱ대 정문으로 가고 있었는데 학교 옆에 있는 테니스장에서 마리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와 테니스를 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도현은 걸음을 멈추고 테니스를 구경했다. 마리가 밀리고 있었다. 준석이 포인트를 따냈다.

“잠깐 타임.”

마리는 밖에서 도현이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응?”

준석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마리가 코트 밖으로 나오더니 구경을 하고 있는 도현이한테로 왔다.

“이봐요. 자꾸 이렇게 쫓아 다니면 경찰에 스토커로 고소할 거에요.”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군요. 전 검사에요. 경찰이 어쩌지 못해요.”

그 때 핸드폰이 울려 도현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딘데 아직도 안 와요?”

나연이었다.

“다 왔어. 금방 갈게.”

도현이 전화를 끊고는 다시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죠.”

도현은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도현이 떠나자 마리는 다시 코트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야?”

준석이 물었다.

“진짜 싫은 사람.”

“응?”

“넌 너무 신경 쓸 거 없어. 자, 다시 하자고. 니 서브였지?”

마리는 자기 코트에 떨어져 있는 공을 주워서 준석이한테 던져 주었다.

 

 

  도현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연이한테로 왔다.

“10분이나 늦었어요.”

“미안, 근데 니가 웬일이냐? 나한테 밥을 다 사 준다고 하고.”

“전 맨날 거지인줄 알아요? 저도 돈 있을 때가 있는 거라고요. 가요.”

두 사람은 함께 걸어갔다.

“난 짬뽕은 안 먹을 거야. 너랑 같이 하도 짬뽕을 먹어댔더니 짬뽕은 이제 질렸어.”

“오빠, 외계인이에요? 어떻게 짬뽕이 질릴 수가 있어요?”

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뚫어져라 나연을 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어디서 너 같은 생명체가 나왔는지 신기해서 그런다. 아무튼 난 짬뽕은 안 먹을 거야. 짬뽕밥도 안 돼.”

“돈가스 먹으러 가요. 새로 생긴데 있는데 싸고 맛있어요.”

두 사람은 사거리에 다다르자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갔다.

 

 

  도현과 나연은 일식집에서 돈가스를 먹고 있었다.

“아, 언니가 얘기해 줘서 알게 됐는데 오빠 우리 언니 친구인 마리 언니 쫓아다닌다면서요. 근데 어떡할려고 그래요? 그 언니는 남자친구 있잖아요?”

“그게 뭐 대수라고? 넌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친구 있으면 포기할 거야?”

“당연하죠. 그런 게 사랑이니까.”

나연은 재수 오빠와 민이 언니를 생각하며 말했다. 재수 오빠를 두고 민이 언니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용기가 없어서 포기하는 것뿐이지. 사랑은 빼앗는 거라고.”

“오빤 그래서 뽀삐가 싫어하는 거에요!”

나연이 목소리를 높였다. 뽀삐는 도현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요크셔테리아였다.

“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뽀삐는 내가 옳다고 할 거에요. 근데 뽀삐는 잘 있어요?”

“너 보고 싶어해.”

“암만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니까.”

“뭐가?”

“오빠가 봐도 저 이쁘지 않아요?”

“뭐. 이쁘긴 하지.”

“근데 왜 나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강아지 밖에, 아니지 강아지는 사람이 아니지. 이럴 땐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거죠?”

“난 말야. 정말 니 머리 한 번 열어보고 싶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그거야 당연히 꿈이 들었죠. 전 큰아버지처럼 훌륭한 의사가 될 거라고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도현은 마지막 남은 돈가스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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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풍물패 강화 훈련 1

 

 

  풍물패 강화 훈련이 시작되는 첫 날이었다. 회원들이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자 1학년 5명, 2학년 5명, 3학년 8명 4학년 7명 총25명의 회원들이 모두 동아리방에 모였다.

“자, 그럼 다들 모인거지? 출발하자고.”

“예.”

회원들은 모두 각자의 악기를 챙겨 가지고는 동아리방을 나갔다.

 

 

  25명의 회원들은 모두 기차에 앉아 있었다. 차창 밖으로는 시원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유진, 희연, 재수, 민이, 준석, 다섯 명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심심한데 우리 포커나 하는 게 어때?”

민이가 트럼프를 꺼냈다.

“너 이젠 아주 도박꾼으로 나설 작정이냐?”

재수가 또 트집을 잡았다.

“넌 하기 싫으면 관 둬라. 너 말고도 할 사람은 많으니까.”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내가 빠져? 그럴 수는 없지.”

“자, 그럼 다들 하는 거지?”

민이가 트럼프를 썩으면서 말했다.

“난 빠질게. 포커 칠 줄 몰라.”

희연이가 말했다.

“그래? 그럼 하는 수 없지. 또 안 칠 사람 없지?”

민이는 카드를 다 썩고 나서 카드를 한 장 씩 돌렸다.

첫 판은 민이가 돈을 따 갔다.

“오늘은 잘 풀리는데.”

민이가 카드를 다시 썩으며 말했다. 판이 두 번 더 이어졌는데 두 번 다 민이가 돈을 땄다.

“난 그만 해야겠다.”

유진이가 말했다.

“벌써? 이제 시작인데.”

민이가 말했다.

“내 전 재산 다 털렸어.”

“사내 녀석이 왜 그렇게 담이 작냐? 고작 2,000원 털린 거 가지고 빠지려고 하고.”

“그런 게 아냐. 정말 있는 돈 다 날린 거라고.”

“너도 참 불쌍하다. 금하건설 회장 아들이 주머니에 2,000원밖에 없다니 말야.”

준석이 말했다.

“더 하고 싶어? 더 하고 싶으면 내가 돈 꿔 줄까?”

희연이가 물었다.

“아냐, 됐어.”

“자, 그럼 한 사람 떨어져 나갔고 계속하자구.”

민이가 카드를 썩었다.

“준석아, 근데 이러다가 우리 돈도 몽땅 저 깡패한테 뜯기는 거 아냐?”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준석은 뜻 모를 웃음을 가볍게 흘리면서 말했다.

세 명의 아이는 다시 포커를 시작했다.

 

 

  “스트레이트야.”

민이가 카드를 보여주며 말했다.

“난 풀 하우스라고.”

준석이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처음에 민이에게 모여들었던 돈은 시간이 흐르면서 묘하게 준석이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길래 첫 끝발은 개 끝발이라고 하잖아.”

준석이가 웃으며 말했다.

“야, 깡패 얼마나 잃었냐?”

재수가 물었다.

“본전은 이미 잃은 지 오래고 만원이나 더 잃었어. 아무래도 이번 판만 하고 말아야 할 거 같애.”

“왜 더 하지 그래?”

준석이가 물었다.

“야, 나도 쓸 돈은 남겨 둬야 할 꺼 아냐? 너한테 이미 만원이나 잃었다고.”

“나도 만 오천원이나 뜯겼어.”

“그래, 완전 도박꾼이 따로 없다니까.”

마지막 판도 준석이가 판돈을 걷어갔다.

“오늘은 제법 수입이 짭짤한데.”

준석이가 밝은 얼굴로 말했다.

“니 돈 안 꾸기를 잘했다. 꿔서 계속 했다면 저 플레이보이한테 니 돈 다 뜯길 뻔 했어.”

유진이가 희연이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기차는 광주에 도착했다. 풍물패 회원들은 기차에서 내렸다. 그들은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서 ㅈ대로 향했다. ㅈ대에 도착한 회원들은 강의실에 들어가서 짐을 풀어놓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자 이제 그만 연습하러 가야지. 우린 놀러 여기 온 게 아니잖아.”

회원들이 휴식을 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회장이 말했다. 회원들은 회장의 말을 듣자 모두 악기를 챙겼다.

“드디어 1년 전의 악몽이 또 시작되는군.”

민이가 투덜거렸다.

“넌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

재수가 민이한테 쏘아댔다.

“넌 1년 전에 나보다 더 가관이었으면서 왜 사사건건 시비야?”

풍물패 회원들은 모두 잔디밭에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앉았다. 회장인 경철이 연주하는 꽹꽈리 소리에 맞춰 그들은 장단을 연주했다.

새로운 장단을 배우는 회원들의 연습은 계속되었다. 조금만 서 있어도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릴 것 같은 무더위에서 그들은 최선의 연습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비오듯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참이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잠시 동안의 휴식이 주어졌다.

“아, 정말 더는 못 하겠다.”

민이가 말하며 잔디밭에 누웠다. 대부분의 회원들도 악기를 놓고 잔디밭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들을 빨아들일 것 같은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10분 정도의 꿀 같은 달콤한 시간이 흘러가자 경철이 말했다.

“자, 다시 연습해야지.”

“벌써 시작해요? 얼마 쉬지도 못했는데요?”

민이가 말했다.

“그래요. 좀 더 쉬었다가 하자고요.”

회원들은 민이의 의견에 동의했다.

“벌써부터 그렇게 퍼지면 어떡해? 이제 겨우 첫 날인데. 자 다들 힘내고 다시 시작하자고.”

회원들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일어섰다. 그들은 다시 각자 악기를 부여잡고 장단을 연주하였다. 신명이 담긴 풍물 소리가 다시 온 세상을 향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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