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 지은이의 절규

 

 

  성수대교가 무너져 버린 사고 후 사흘이 지났다. 병실에 입원해 있는 지은은 불안했다. 왠지 모르게 두 다리가 다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의료진들과 가족들한테 물어 봤으나 다들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준석이 부모님과 준석이 병실에 들렀다. 사고 후 가족들은 매일 지은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찾아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은이는 아직도 자신이 이제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가족들 모두 지은이한테 그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의료진들한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몸은 좀 어떠니?”

애자가 물었다.

“엄마, 나 어떻게 된 거야? 왠지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만 같아.”

“괜찮아.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을 테니까 걱정하지마.”

하지만 지은은 어머니의 말을 믿을 수 없어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을 본 창선은 더 이상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그만 하자. 언제까지고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빠, 내 왜 이러는 거야?”

지은은 아빠한테로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잘 들어. 지은아, 그 사고로 니가 많이 다쳤어. 의사 선생님이 넌 척추가 부러져서 다시는 걸을 수 없다고 했어.”

시간이 멈춘 듯한 잠깐 동안의 공백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버지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챈 지은은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창선은 그런 지은을 진정시키려고 꽉 껴 안았고 애자와 준석은 그런 모습을 보며 눈물만 한 바구니를 흘렸다.

 

 

  밤이 되었다. 가족들도 집으로 다 돌아가고 지은은 혼자 병실에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이 잘못한 일도 아닌 일로 자신이 이렇게 되어 버려야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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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퇴원하는 소희

 

 

  소희가 퇴원을 하는 날이었다. 승훈은 소희의 퇴원을 도와주러 병실을 찾아왔다. 두 사람은 병실을 정리한 후 병원을 나왔다. 소희의 치료비와 입원비는 승훈이 이미 지불을 했다. 병원 주차장에 승훈이 주차해 놓은 차가 있어 두 사람은 승훈의 차를 타고 승훈의 집으로 향했다.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승훈이 자취를 하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큰 방 하나에 작은 방 하나 그리고 좁은 거실과 거실에 붙어 있는 작은 주방, 욕실이 있는 집이었다.

“배 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금방 상 차릴 테니까.”

승훈은 거실에 붙어있는 조그만 주방으로 가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조금 후 김치찌개가 다 되자 승훈이 상을 차려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근데 누가 너한테 그런 거야?”

승훈이 물었다.

“.......”

“얘기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밥 먹자.”

“아버지가 그랬어요.”

소희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 동안 자기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얘기했다. 소희의 얘기를 들은 승훈은 그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와 있다니? 의붓아버지도 의붓아버지지만 의붓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하는 친딸을 팽개치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 버린 친어머니는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아닌데도 자신한테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그 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자신이 정신병을 앓던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젠 괜찮을 거야. 내가 널 지켜 줄 테니까.”

승훈은 앞에 있는 소희가 너무 불쌍해 보여 더욱 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밥 먹고 우리 옷 사러 나가자.”

“예?”

“여긴 나 혼자 살아서 여자 옷은 하나도 없으니까. 니 옷 사러 가야지.”

소희는 물끄러미 승훈을 보았다. 소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 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물은 이전에 소희가 그렇게나 많이 흘렸던 눈물과는 너무나도 다른 성질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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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소희에게 비추는 빛

 

  승훈은 또 소희를 찾아왔다. 소희를 구해 낸 후 승훈은 소희가 걱정이 되어 거의 매일같이 소희를 찾아왔다. 처음에 자신을 구해낸 승훈을 원망하던 소희는 승훈의 정성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다음 주에 퇴원이지?”

“예.”

“퇴원하면 어떡할 거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에요.”

“갈 데 없으면 우리 집에 와서 살래?”

승훈은 자신이 한 말에 자신도 놀랐다.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건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진심이었다. 앞에 있는 연약한 소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예?”

소희는 너무나 놀랐다. 지옥 같았던 자신의 삶에도 드디어 한 줄기 빛이 비추는 것 같았다.

“정말 그래도 되요?”

소희가 믿어지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나 혼자서 살아서 적적하던 참이었으니까.”

“고마워요.”

소희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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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승훈의 가족

 

 

  서울시 지방 경찰청 형사과에서 일하는 민승훈은 업무를 마친 후 경찰청을 나왔다. 아버지의 생신이라 승훈은 부모님이 살고 있는 안양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안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동민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오래 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피아노 콩쿨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한희연의 기사가 실려 있는 신문이었다. 그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조동민은 초등학교 5학년생인 한희연의 연주를 듣고는 전율이 일 정도로 감동을 느꼈다. 그건 어린 아이가 하는 연주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희연이한테 대상을 주는 데에 조금의 이견(異見)도 없었으며 그렇게 해서 희연은 대상을 받게 되었다. 그 후로 동민은 희연을 주목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음대 교수로 있는 ㅇ대학에 들어왔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그 때 아들인 승훈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병에 걸렸다. 아들의 치료에 온 정신을 쏟을 수 밖에 없었던 동민은 결국 희연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제대로 살필 수 없게 되었다. 병이 점점 더 심해져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해야 했던 승훈은 다행히 재혼한 부인인 신유선이 포기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보살펴 준 덕택에 입원한지 2년 후 완치가 되어 정신병원에서 퇴원했다. 동민은 가정이 정상을 되찾자 그 동안 살펴보지 못했던 희연이 다시 생각났다. 그는 희연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희연은 착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 중학교 콩쿨대회에서도 고등학교 콩쿨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했다. 동민은 희연이 다녔던 고등학교를 찾아가 희연이 어느 대학에 진학했는지 물어 보았으나 희연의 담임을 맡았던 선생은 교직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 버려서 희연이의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동민은 희연이 틀림없이 음대에 진학했을 거라는 판단 하에 전국에 있는 음대를 돌아다니며 희연이를 찾았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음대를 돌아다녔는데도 한희연이란 학생은 찾을 수가 없었다.

유선이 사과와 배를 이쁘게 깎아 담은 접시를 소파에 앉아 있는 동민한테로 가지고 왔다.

“이것 좀 드세요.”

유선이 접시를 탁자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응.”

동민은 접시 위에 놓인 포크를 들어 사과를 찍었다.

“근데 또 그 신문 보는 거에요?”

“응, 그렇게나 찾아 다녔는데 도대체 어디 음대를 간 걸까? 외국으로 나간 걸까?”

“음대를 안 간 거 아니에요?”

“응?”

동민이 놀란 목소리로 말하며 유선을 보았다. 그렇게나 전국 대학의 음대를 다 돌며 찾았는데 없다면 유선의 말이 맞는 거 같았다. 그러나 동민은 다음 순간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피아노 콩쿨대회 대상을 받았고 수상 소감에서도 피아니스트 되는 게 꿈이라고 했던 학생인데...... 음대를 포기하다니...... 근데 승훈인 언제 온 대?”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우리 아들도 양반은 못 되나 봐요.”

유선은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어주었다.

승훈은 오른 손에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생신 축하 드려요. 아버지.”

승훈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케이크는 뭐 하러 사 오니? 나 케이크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래도 생신이신데 케이크가 있어야죠.”

승훈이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내 탁자위에 내려 놓은 후 초를 꽂아 불을 붙였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승훈과 유선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동민이 입으로 바람을 불어 초를 껐다.

“아버지, 무슨 소원 비셨어요?”

“한희연이란 그 아이를 찾게 해 달라고 빌었어. 그 애를 키워보고 싶거든.”

“니 아버진 아까도 그 애 기사만 보고 있었단다.”

유선이 핀잔을 줬다.

“그렇게나 찾아 다녔는데 못 찾는 거 보면 음대에 안 간 거 아니에요?”

“니 어머니랑 똑같은 소리 하는구나.”

“당연하죠. 내 아들인데요.”

유선의 말에 가족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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