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창세기 - 새천년을 과학으로 읽는다, 이인식 과학칼럼
이인식 지음 / 김영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컴퓨터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A.I.를 보면 가상 섹스가 등장하는데, 정말 감정을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특히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
인간의 지성과 감정을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인간이라는 신비한 존재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신경 전달 물질이 뉴런을 자극하면 뉴런이 전기적으로 흥분해 감정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는데, 보다 자세한 규명이 필요하다
만약 감정이나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면, 초능력이나 심령술 같은 사이비 과학, 혹은 과학을 넘어선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의 신비가 풀릴지도 모른다

나노 기술도 신기하다
나노는 분자를 측정하는 단위이므로 제품 관리를 분자 수준으로 하겠다는 얘기다
만약 분자 수준의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완전 무결한 제품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바닥에 빈 틈이 많다"는 파인만의 말이 실감난다

과학은 끊임없이 진보하는데 여기에 딴지를 걸므로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인문주의자들이 한심하다
과학의 지나친 발전이 인류를 멸망시킬 거라는 얼토당토 않는 과장법을 쓰는 사람들!!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는 이들에게 "지적 사기"라는 책으로 공격한 앨런 소칼 같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음 좋겠다
과학자들의 말은 뭘 좀 제대로 알고나 말하라는 것이다
과학이 인류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가는 재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과학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 그 자체를 뜻한다
그러므로 과학과 인문학은 표현 양식이 다를 뿐 결국은 하나로 통한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관념론에 빠져 과학을 공격하는 학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들이 사이비 과학을 부추기고 있다

저자는 반과학에 대해 좀 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다
마틴 가드너의 책을 읽어 보면 보다 비판적이고 확실한 태도를 갖는데, 저자는 뒤로 뺀다
공격이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자신도 확신을 못해서인가?
남녀의 차이를 진화론적으로 서술해 이대생들로부터 집단 항의를 받기도 했다는데, 왜 반과학에 대해서는 이렇게 유보적인지 모르겠다
유리 겔러의 초능력 따위를 대단하게 언급하는 자세가 마음에 안 든다
임사 체험은 뇌의 산소가 부족할 때 엔돌핀 등의 마약성 호르몬이 한꺼번에 분비되므로써 느끼는 극치감이라는 데 동의한다
우리가 초현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실체를 규명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모짜르트의 41개 교향곡을 분석해 42번 교향곡을 만들어 낸 엠미나, 그림을 그리는 아론 같은 컴퓨터의 등장은 창의성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
창의력이라면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 믿었는데 이제 인공 지능이 그것에도 도전을 한다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입력한 결과 대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컴퓨터가 제일 어려워 하는 것은 상식적인 문제 해결이라고 한다
상식이란 수십년에 걸쳐 쌓아 온 지식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지능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 만 하다

유전자 공학은 오늘날 과학의 대표적인 양면의 칼이다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보다 우량 형질의 동식물이 탄생되고 있다
이것이 인류에게까지 적용되면 과거 나치즘 같은 우생학이 다시 등장할까 봐 걱정을 한다
그렇지만 과연 인류의 형질을 통제할 만큼 유전학이 빠르게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체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들떠 있지만, 여전히 우주 여행은 꿈에 불과하듯, 원하는 형질의 발현을 통제한다는 것은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인문주의자들이 너무 앞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보다 완벽한 발전을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형질 전환과 유전자 삽입을 통해 우량 품종을 만들어 내는 현재의 유전 공학은 참으로 대단하다

다윈의학도 새로운 개념이었다
말 그대로 우리 몸도 진화의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이다
고열이나 기침 등은 병균을 몰아 내기 위한 방어 시스템의 작동이고,  병균들도 우리처럼 진화한다
그런데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고 돌연변이만 유전된다고 들었는데, 다윈의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불확실성의 원리도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을까?
카오스란 초기의 작은 조건이 사건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세상일이 원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은 자연이 선형 방정식 보다는 카오스 상태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뉴턴"이나 "과학 동아"  같은 과학 잡지를 자주 읽어야겠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적 사고는 필수 교양이다
과학 기술 자체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적어도 그 사고 방식은 꼭 익혀야 한다
과학적 사고란 바로 합리적인 사고를 뜻한다
항상 흥미를 유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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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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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

그 거대한 영역을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집어 넣을지, 저자의 능력을 호기심 있게 지켜 보기로 했다

5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 때문에 일단 독서 계획을 세운 후 책을 펼쳤다

 

첫 이야기는 스케일 크게 우주의 출발부터 시작한다

우주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가장 훌륭한 장소인 것 같다

사는 데 별 도움도 안 되는 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다는 불평도 많지만, 일상과 동떨어진 저 먼 곳의 세계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놀라운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특히 물리학자야 말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왕성한, 제일 감수성 풍부한 족속이란 생각이 든다

원자를 넘어서 쿼크라는 단위까지 파고드는 그들의 집념과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과학에 흥미가 없던 내가 그나마 생물학을 택한 이유는, 그래도 생물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원자나 물질들은 상상력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나는 호기심이 썩 많지 않은 모양이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제목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주의 출발부터 시작해 마지막은 인류의 탄생을 끝이 난다

과학 에세이들은 어려운 것 같지만, 실상은 재밌는 얘기들이다

왜냐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을 밝혀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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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읽어주는 여자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5
이은희 지음 / 명진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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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어 주는" 시리즈는 한젬마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때문에 신뢰가 안 갔다

한젬마라는 유명세에 비해, 책 내용이 별 게 없어 실망한 기억이 있다

"과학 읽어 주는 여자"의 추천사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과학의 대중화를 외치다 보면 과학 자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대중의 눈높이도 중요하지만, 질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면 이미지를 위해 본질을 놓치는 꼴이 될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 도킨스가 한 말처럼 대중에게 과학을 알린답시고 과학에 물을 타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비단 과학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역사나 철학, 문학, 예술 등등 모든 분야의 학문에 해당되는 말이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는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쉽고 재밌는 시각으로 대중에게 다가선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나이 지긋한 학자가 아니라 약간 걱정은 했지만, 과학 교양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는 좋은 책이다

 

사실 생물학은 물리학이나 화학 등 보다 훨씬 재밌고 쉬운 학문이다

내가 생물학 계통을 전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일련의 과정이 마치 소설 읽듯 자연스럽게 전개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학이나 화학을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다

면역학이나 생화학 교과서를 읽다 보면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들이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할 만큼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는 착각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생물학의 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과학이야 말로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예술이라고 했는데, 과학자와 예술가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을 공유한 비슷한 집단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학은 더 이상 어렵고 복잡한 학문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북돋아 주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우주의 신호를 받아 들이는 세티 계획은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칼 세이건의 유명한 영화 "콘택트"에서 소개된 내용인데, 영화를 봤지만 세티 계획이라는 용어 자체는 처음 접했다

우주의 신호를 수집하는 이 광대한 설비 기구는 MS의 공동 설립자인 폴 앨런으로부터 1000만 달러를 기증받으면서 건설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 역시 그의 고향 도서관에 천만 달러를 기증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미국 갑부들의 놀라운 기부 문화를 접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기업 문화가 정착되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되길 기대해 본다

 

앨런의 기부금으로 설립한 이 대규모 망원경 단지는 외계의 전파를 수집하는데, 인터넷의 발달로 전세계 유저들이 잠시 컴퓨터를 쉬는 동안 신호 분석을 시도한다고 한다

컴퓨터를 켜 놓고 잠깐 다른 일을 할 때, 스크린 세이버 안에서 우주 신호 분석이 이뤄지는 셈이다

세티 계획은 드넓은 우주 안에 있을 또 다른 지적 생명체를 찾는 원대한 계획이다

우주 안에 인간 외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우리의 가슴은 설렌다

우리의 시각이 좁은 지구에 갇히지 않고 태양계 밖으로 뻗어 가는 순간, 인간의 상상력과 모험심, 호기심 등은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다

그런 까닭에 별 이득도 없는 우주 계발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고, "콘택트"의 엘리처럼 우주 신호에 매일 귀기울이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태양계 밖으로 처음 내보낸 파이오니어 10호가 30년 만에 신호를 보내왔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우주 미아가 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원소 모형과 태양계의 구성, 손 흔드는 남녀등이 그려진 (칼 세이건의 작품이다) 파이오니어 10호는, 어딘가에 있을 지적 생명체에게 우리 존재를 알리기 위해 탐험 중인 것이다!!

 

머리카락의 생성 주기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누구나 발끝까지 머리칼을 기를 수 없다거나, 잘린 머리칼은 유전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모근째 뽑힌 머리칼만 유용하다는 얘기, 자외선이 해로운 까닭은 DNA 구조를 파괴해 잘못된 염기 배열을 만들기 때문이며, 장미는 파란색을 만드는효소가 부족해 델피니딘 성분을 합성하지 못하므로 피튜니아 꽃에서 Blue gene을 찾아 아그로박테리움에 이식한 후 장미 유전자에 침투시켜 파란 장미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 등 흥미있는 주제들이 많다

드라큘라는 포르피린증에 걸려 햇빛에 민감하므로 밤에만 활동했다거나 (니콜 키드먼 주연의 "The others"를 피부과 의사와 함께 봤는데 그도 주인공들이 포르피린증에 걸렸을 거란 얘기를 했다), 멜라토닌을 이용한 생체 시계 조절 (원할 때 잠들고 깨는 것), 2세 이후 더 이상 분열하지 않기 때문에 알쯔하이머 병이나 파킨슨 병 등에 걸리면 치명적인 뇌세포 이야기 등도 흥미로웠다

 

특히 남자들의 피임법에 얽힌 얘기가 재밌다

흔히 피임이라면 여자들이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호르몬 주기를 이용한 피임약의 탄생이 여성들을 해방시킨 건 사실이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복용해야 하므로 꽤나 힘든 일이다

남자들이 피임을 할 경우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미쳐 성기능도 함께 저하되므로 절대 남자에게 먹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정자의 머리에 붙은 애크로솜을 분해해 밖으로 배출을 막는 NB-DNJ라는 피임약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아무리 좋은 효과의 피임약이 나와도 절대 먹지 않겠다고 한다

콘돔 끼는 것조차 쾌감이 줄어든다고 거부하는 이들이니, 여전히 생명 탄생의 책임감을 함께 나누는 것은 요원한 일인 모양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매일 복용하는 번거러움을 줄이기 위해 4주 주기가 아닌, 12주 주기의 피임약이 등장했다

매달 생리를 하는 대신, 1년에 계절별로 4번만 하면 되니까 이름도 Seasonale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제들이지만, 무심코 넘어가기 쉬운 과학적 주제들이 친절하고 자상한 해설과 함께 잘 서술됐다

많은 삽화와 사진들과 함께 큼직큼직 하게 편집되서 읽기도 편하다

두 어 시간이면 금방 한 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 일상의 과학에 대해 호기심이 있다면 머리 식히는 기분으로 가볍게 집어 들어도 괜찮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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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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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과학 콘서트"를 읽은 적이 있다

쉬운 과학 교양 도서를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인데, "느낌표 선정도서"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밌고 유익했다

그래서 저자의 또다른 책을 집어 들게 됐다

21세기는 과학의 시대인데, 그 시대 정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게 한심해서 과학 에세이를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의외로 대중을 위해 쉽게 써진 책을 발견하기 힘들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쌓고, 더 나아가 과학의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평하자면, "과학 콘서트"에 비해 좀 떨어진다

1999년에 쓴 책이니까 벌써 5년 전이고, 현재는 고려대 교수지만 당시는 박사 과정에 있었으니 약간의 수준 차이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무척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영화에서 소재를 얻었기 때문에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마겟돈"의 비현실성은 다른 칼럼에서도 자주 지적되는데, 굴착기 기사를 우주로 보낸다는 설정 자체가 어이없다

굴착기 기사를 우주로 보내느니, 우주 비행사에게 굴착기 기술을 가르치는 게 낫다는 저자의 일갈이 통쾌하다

영화 속에는 수많은 오류가 보이는데, 근본적으로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본적인 과학 인식이 있으면 피할 수 있는 일인데, 과학의 원리에 대해 너무 모른 상태에서 상상력을 펴기 때문에 많은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웃 브레이크"는 과학적인 면에서 아주 훌륭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했는데 가히 에이즈에 걸맞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다행히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아 심하게 유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제인 구달과 다이언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등의 유인원 연구 이야기는 무척 감명 깊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 박사로 널리 알려졌는데, 그녀가 겨우 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는 (나중에 캠브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지만) 사실은 미처 몰랐다

다이언 포시는 어린이 행동 치료사였는데 고릴라를 연구하러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러나 불행히도 밀렵꾼들과 싸우다가 살해당한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하는데, 그녀 역시 남편이 아들의 유모와 결혼하는 불행을 겪는다

이 세 학자들의 특징은 대학 교수 같은 지식인이 아니지만 직접 밀림에 들어가 수십년 동안 연구를 했고, 개인적으로는 불행했지만 그들이 연구하는 유인원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밀렵을 막기 위해 애썼다는 점이다

 

동물이 사람의 언어를 따라하지는 못해도 수화로 얘기할 수는 있다고 한다

"침팬지 폴리틱스"에서도 본 내용인데, 침팬지들도 수화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영리한 침팬지였던 "타잔"의 주인공 치타 역시 언어를 정말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흉내내는 것에 불과했다고 하니, 언어는 확실히 인간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인 모양이다

 

그 외에도 타임머신을 타고 절대 과거로 갈 수 없는 이유나, 사이버 보그가 인간의 똑같은 복제품이 될 수 없는 이유, 홍채 인식 시스템 등 다양하고 흥미있는 주제들이 쉽게 기술됐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에세이들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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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 - 21세기 뉴 클래식,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프란스 드 발 지음, 황상익.장대익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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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인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이 시사하는 것처럼, 저자는 인간의 정치적 행동들이 사실은 먼 옛날 유인원들로부터 진화해 왔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침팬지 연구는 단순히 흥미있는 동물의 관찰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본성을 밝힐 수 있는 자성의 기회가 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 행동학이 어떤 의의가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미덕은 오랜 시간에 걸친 (8년여) 끈질긴 관찰에 근거하여 이론을 정립했다는 데 있다


저자도 밝힌 바지만, 인간과 동물의 사색적 비교에 머무른 탁상 공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저자는 관찰에 근거한 이론 수립이 네덜란드 연구의 전통이며, 그런 의미에서 동물원에 다수의 종을 수용하기 보다는 적은 종을 넓게 수용해 충분한 관찰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 훨씬 바람직한 것 같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원숭이들의 방목을 통한 행동 연구가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도 협소한 우리를 벗어나 집단으로 거주할 수 있는 넓은 환경을 제공하므로써, 동물학자들이 그들의 사회성과 습성을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


 


네덜란드 아넴 동물원의 침팬지 집단에 네 마리의 성인 수컷이 산다


보통 적은 수컷과 많은 암컷,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한 무리를 이루는데 이 무리의 지도자는 나이가 가장 많은 이에론이었다


한동안 권력을 휘두르던 이에론은 새로 등장한 루이트에 의해 지위가 흔들린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에론이 암컷 무리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권력 투쟁은 단순히 두 수컷만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많은 수의 암컷들과도 연관된다


힘의 우위에서는 루이트가 앞서지만, 암컷들의 지지를 받는 건 이에론이다


그러므로 루이트는 함부로 이에론을 공격하지 못한다


 


한동안 무리의 지지를 바탕으로 불안하게 서열 1순위를 유지하던 이에론은, 새로운 수컷 니키가 나타나면서 권좌에서 ?겨나게 된다


놀랍게도 루이트와 니키가 연합 작전을 편 것이다!!


루이트는 니키와 손잡고 이에론을 공격하는 한편, 니키와 이에론이 함께 있으면 반드시 방해를 한다


또 암컷끼리 싸움이 벌어지면 열세한 쪽을 도우므로써 암컷 사이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한편, 자신의 지지 기반도 넓힌다


(이것은 루이트의 독특한 전략으로써, 보통은 우세한 쪽을 돕는다고 한다)


 


그런데 니키가 성장하면서, 루이트의 권좌도 흔들리게 된다


그러자 루이트는 과거의 정적, 이에론과 연합해서 니키를 핍박한다


원래 암컷 무리는 이에론 편이었기 때문에, 니키는 무리로부터 공격당한다


한동안 루이트 지배 체제 유지되다가, 이에론이 니키 쪽으로 돌아서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이에론과 니키가 연합해서 루이트를 공격하고, 니키가 1순위 이에론이 2순위로 서열을 정한다


니키는 성격이 거칠고 젊어서 암컷 무리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데, 이 간극을 메우는 게 이에론이다


오랫동안 암컷 무리의 지지를 받았던 이에론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데리고 니키 밑으로 들어감으로써, 겉으로는 주종 관계이나 실상은 연합 정권을 수립한다


 


아넴 동물원 침팬지 집단의 권력 갈등을 보면서, 그저 놀랍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서열 다툼은 단순히 육체적인 힘의 우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었는데, 연합, 배신, 편가르기 등등 수많은 사회적 변수들이 존재한다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활동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나이가 많아 경륜이 있는 이에론은, 암컷 내 일정 세력이 있는 루이트 보다, 지지 기반이 전혀 없는 니키와 연합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줄 안다


그래서 처음에는 루이트와 연합하는 듯 하다가, 다시 니키에게 붙어 2인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


설마 동물들이 이런 정치적 행위를 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서열이 높아서 얻게 되는 이득으로는 먹이와 섹스가 있다


먹이가 불충분한 야생 상태와 달리, 동물원은 충분한 먹이가 모두에게 제공되므로, 섹스 기회로써 권력을 드러낸다


즉 1인자는 가장 많은 섹스를 할 수 있고, 아랫 서열들은 1인자의 눈치를 보면서 몰래 섹스를 한다


(루이트가 1인자일 때는 이에론의 섹스 기회를 제한한 반면, 니키가 1인자가 된 후에는 이에론이 마음껏 섹스를 할 수 있었다 연합 정권의 파트너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섹스가 본능이란 것은 동물들의 세계에서 보다 확실하게 드러난다


인간 역시 단순화 시키면 먹이와 섹스를 위해 투쟁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두 가지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권력이고, 권력을 얻기 위한 과정이 정치이므로, 정치란 단순히 사회적인 현상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본능적인 특성일 것이다


 


저자는 권력에 대한 욕구가 침팬지나 인간에게 모두 존재하는, 본능이라고 본다


다만 인간은 그 의지를 숨기고 (이상, 도덕, 희생, 봉사 등의 단어로 포장하여) 침팬지는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모든 인간 관계를 권력 관계로 정의한 푸코의 견해가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시 권력)


또한 도덕과 무관하게 (부도덕이 아니라 비도덕을 의미한다) 생존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도 얼핏 타당해 보인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득의 획득이지만, 사회 구조나 인간 관계는 변화무쌍 하고 복잡다단 하므로 침팬지 사회처럼 (심지어 그들의 사회에서도)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고 해서, 도덕이나 봉사, 희생 등 이타적인 부분이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정치적 인간"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은 아니며, 사실은 훨씬 오래 전부터 진화해 온 본능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8년 동안 성실하게 침팬지를 관찰한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장기적인 연구가 나와, 우리나라 필자가 쓴 책을 읽게 되길 바란다


 


뒷얘기를 하자면, 당시 연구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이 연구는 1970년대에 행해졌다) 루이트는 새로운 권력 다툼에서 성기가 잘린 후 과다 출혈로 사망했고 (이 사건은 수컷 숙소에서 일어났다 즉 중재해 줄 암컷이 없는 상태였다), 새로운 강자 댄디가 등장하자 이에론은 니키를 버리고 댄디와 연합한다


그들의 공격에 ?기던 니키는 불행히도 도랑을 건너다 익사하고 만다


그 후 댄디가 1인자가 되고 몇 년 후, 예전에 찍은 필름을 상영했는데 니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댄디가 이에론 무릎에 앉아 으르렁 거리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고 한다


침팬지들이 서로를 독립적인 개체로 인지하는다는 간접적인 증거다


이에론은 자연사 하고, 댄디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구 당시 40세였던 암컷의 우두머리 마마는 20여년 후에도 여전히 장수하며 (보통 50세가 평균 수명) 무리의 존경심을 유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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