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 100배 똑똑하게 키우기
후지이 사토시 지음, 최지용 옮김 / 보누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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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00배 씩이나 똑똑해지다니!!

화장실 훈련만 제대로 시켜도 원이 없겠다

하긴, 개가 화장실만 제대로 가도 엄청 똑똑한 거지

그러고 보면 맹인견들은 엄청난 훈련을 할 것 같다

개를 개 수준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똘이에게 복종을 강요한다는 게 솔직히 어렵다

제멋대로 키워지다가 갑자기 안면 싹 바꿔서 우리에 가두고 밥도 제 때 안 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결국 똘이를 위해서 사람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대로 참을 만 하니까 앞으로도 쭉 참아야 할 것 같다

 

화장실 훈련의 핵심은 가둬 놓으라는 것이다

일단 주인이 없으면 우리에 가둬 놓고 밥도 규칙적으로 하루에 한 두 번만 준다

그래야 일정한 시간에 용변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개를 상전처럼 항상 떠받들 수 없을 바에야 일정한 정도로 인간에게 맞추는 게 개의 평생을 볼 때 더 낫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유기견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완벽하게 복종시키는 게 낫다는 얘기다

그건 그렇다

개는 서열을 중요시 하는 동물이고 지도자의 말에 철저하게 복종하기 때문에 주인을 자신의 지도자로 생각하고 그 말에 따를 때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긴 우리 똘이도 자꾸 짖는 게 심적으로 불안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개 입장에서 생각하기, 이게 핵심 내용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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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섹스를 하는가 - 이기적 유전자의 성이론에 대한 반박
나일즈 엘드리지 지음, 김원호 옮김 / 조선일보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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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쉽고 분량도 짧아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300페이지가 좀 못 되는데 양장이라 그런지 책값이 비싸다
대신 북디자인이나 내구성 등은 훌륭해서 소장하기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 를 사면서 거기에 대한 반대 이론이라길래 함께 주문했다
"이기적 유전자" 보다 더 만만해 보이는 이 책을 먼저 읽어서 아직 정확한 결론은 내지 못하겠지만,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나도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1부는 유전적인 측면에서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반박하고 2부에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반박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워낙 대세다 보니 100%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절대적으로 신뢰하는데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가벼운 문제 제기를 하는 정도다
"이타적 유전자" 를 쓴 매트 리들리도 본성과 양육의 대립보다는 둘의 적절한 조화를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 나일즈 엘드리지는 유전학자들이 세상의 권력과 결합하여 전횡을 휘두르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그러니까 학문적인 반박이라기 보다는, 바람직한 학자의 자세를 논했다고 할까?
어떤 면에서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빈 서판" 등을 보면 감히 함부로 반론을 펴지 못할 만큼 학문적으로 철저하게 자기 주장을 논증하는데 비해, 이 책의 전개 방식은 경험에 의존하고 있고, 두리뭉실한 편이다
저자는 독자들을 위해 쉽게 썼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학문적으로 저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뭐랄까, 본격적인 학자라기 보다는 대중 저술 전문가라고 할까?
학설에 입각한 철저한 논증 과정 대신, 사례를 중심으로 이런 경우도 있지 않냐며 반대를 취하는 태도는, 아무래도 한 단계 아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쉽게 읽는 장점은 있다
특히 2부에서 서술한 문화적 측면의 이야기는 나처럼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혹시 독신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낳는 사람에 비해 이기적인 것도 아니라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준다

진화에 대해 새롭게 안 사실은, 진화가 긴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물은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큰 변화를 겪지 않는다
익히 알려진 대로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으므로 미래의 인간이 ET처럼 머리만 크게 진화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오히려 저자는 인간의 뇌가 더 커지면 산도를 빠져 나오기 힘들어지므로, 진화학상으로도 그런 변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큰 머리가 빠져 나오도록 산도가 커지면 여성은 허리를 지탱하지 못해 직립보행이 어려워질 거라는 입장이다
생물은 자연의 큰 변화에 따라 느닷없이 진화의 과정을 겪는다
기존의 생물과 새로운 생물 간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살아 남는 생물만 계속 자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지구의 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됐다
고생대의 삼엽충이나 중생대의 공룡 등이 쉽게 떠오른다
공룡의 멸망 원인은 혜성이나 운석의 충돌로 인한 기후 변화로 보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저자가 고생물학을 전공했으니 맞는 말일 것 같다

저자는 유전자를 설계도에 비유한다
개체가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번식하고 생존한다는 것은, 설계도를 전해 주기 위해 개체가 산다는 말과 똑같기 때문에 잘못된 이론이라고 반박한다
사실 저자가 유전자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이미 유전자는 누구의 도전에도 확보부동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학계의 중요 학설로 받아들여졌고, 저자는 오히려 이 이론이 권력과 결합하면서 지나치게 모든 영역에서 유전자를 강조함으로써 잘못된 결론을 유도한다고 비판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에서 극단적 진화론자들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 달걀이 먼저라고 하고, 스티븐 제이 굴드나 저자 같은 사람들은 개체의 생존이 먼저이므로 닭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생물은 자손을 번식시키는 것 보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더 먼저 생각한다
저자는 이것을 생식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어떤 개체든지 생명 유지가 먼저이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생물은 없다는 것이다
극단적 진화론자들은 자손 번식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개체의 생명 유지와 관련된 경제적 측면을 무시했다고 비판한다

이 책의 진짜 주제는 2부에 들어 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개체가 생식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가진 반면, 인간은 여기에다 성을 더한다
즉 인간은 성과 자손 번식을 분리시켜 생각한다
만약 이기적 유전자론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가장 우수한 인간은 수많은 남자들에게서 원치 않는 사생아를 낳는 매춘부일 거라고 일갈한다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수록 아이를 적게 낳는다
선진국은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반면, 후진국은 넘쳐 나는 아이들 때문에 골치를 썩고, 심지어 중국 같은 나라는 1가족 1자녀 운동을 정책적으로 펴기까지 한다
이기적 유전자론에 따르자면, 모든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자손에게 전달시키기 위해 생존하는 것이므로, 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더 많은 자손을 낳아 자기 유전자를 후세에 남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아이를 적게 낳고 심지어 아이 낳기를 거부하기까지 한다
왜 인간 사회에서는 자연계의 법칙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저자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래, 자연 생태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갔다고 여긴다
자연 변화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수는 기하급수학적으로 늘어나 현재 세계 인류는 60억을 넘어섰다
경제적인 여유, 즉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게 되면서 인간은 생식과 무관하게 성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늘날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섹스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자식을 갖지 않으면서 섹스를 즐기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쓴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파트너와 섹스를 즐기지만, 누구도 그 파트너들에게서 자신의 아이를 갖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이 많을수록 아이를 적게 낳아 그 아이에게 온갖 투자를 다 한다
아이는 더 이상 가정 경제의 소득원이 아니다
선진국에서 아이를 키워 사회로 내보내려면 엄청난 경제적 비용이 필요하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부모는 자신의 여가 시간을 뺏기고,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게 낳아 잘 키우는 방식을 채택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 특히 후진국에서 아이는 여전히 중요한 경제적 소득원이 된다
농경 시대에 아이는 집안의 허드렛일을 맡았고, 부모가 늙으면 보살펴 주는 일종의 보험으로 작용했다
가난한 집에서 아이를 유곽에 팔아 먹는 얘기는 흔히 들어 왔다
요즘도 미국에는 제 3세계에서 수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로부터 팔려 온다고 한다
인도 등지에서 어린이 노동은 낯선 풍경이 아닌다
유럽에서도 산업 혁명 당시 어린이들은 공장 노동에 동원됐다
오늘날처럼 엄청난 돈과 보살핌을 장기간 (적어도 결혼할 때 지는)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만 자라면 곧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당연히 가난할수록, 농업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일수록 많은 아이를 갖는다
미국의 경우 흑인 미혼모들은 어려운 가운데도 아이를 더 낳으려고 애쓴다
아이가 한 명 있을 때 받는 지원금으로는 살기 힘들지만, 세 명 정도 되면 지원금 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혼모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오히려 미혼모의 삶을 더욱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일리가 있게 돼 버렸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인간은 유전자의 전달, 즉 자손 번식 보다는 자신의 생명 유지, 즉 경제적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극단적 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적어도 인간 사회의 경우는 분명히 그러하다
저자는 극단적 진화론자들이 문화를 이루고 사는 인간 사회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주장을 편다고 지적한다
학술적인 논증은 아니지만, 진화론자들이 인간의 문화에 대해 더 많은 설명을 해야함은 분명한 것 같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자가 이기적 유전자론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미 주류 학설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저자는 매스컴과 권력에 기대어 모든 영역을 유전자 문제로 풀어 내려는 기존의 풍토를 비판하고, 과학자들이 보다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학이론을 있는 그대로 편견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데, 이기적 유전자론이 힘을 얻으면서 거기에 정치적 해석이 개입된다고 우려한다
(가장 흔한 예로 우생학 논쟁이 있을 수 있겠다)
확실히 인간이란 종은 특별히 우월한 지위를 가져서가 아니라, 생태계의 다른 개체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을 연구할 때는, 문화에 대한 고려도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이기적 유전자" 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기술했는지 궁금하다

주석도 꼼꼼하고 읽기도 편하다
특히 인간의 문화와 성을 분석한 글들은 사회 과학서로서도 훌륭한 편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개인적인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싶어 괴로운 사람들이나, 혹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잘못된 행동인지 의심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독신 여성에게 출산의 의무를 저버린,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비난하는 마초들도 한 번쯤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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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저녁 2005-03-2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정말 이렇게 긴 리뷰를 어떻게 쓰나요....존경스럽다는,,,,

바람구두 2005-04-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큼이나 긴 리뷰로군요. 흐흐.

히피드림~ 2005-06-1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께서 책 내용을 꼼꼼히 쓰셔서 유익했습니다. 읽지 않은 책이지만 저자 주장의 핵심을 알겠네요.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아이=노동력을 의미 하므로 많은 아이들을 낳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아이가 성인이 될때까지 많은 투자를 해야하므로 적게 낳는다는 것이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무조건 적게 낳는 건 아닌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야 인구밀도도 높고 사회의 모든 환경과 시스템이 점점 척박해져 가니 맞는 소리일수도 있지만, 미국만 해도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습니다. 여유가 있고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땅덩이에 비해 인구밀도도 낮은 편이구요. 실제로 유복한 미국인들은 3~4명은 낳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코마개 2005-08-1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재천 교수의 글을 보면 섹스를 하는 이유가 기생충 때문이라고. 만약 섹스없이 생명체가 태어난다면 단일 유전인자를 가진 생명만 있게되고 그럼 유전자 구조를 인식한 기생충에 의해 살아남기가힘들게 되므로 섹스를 통한 유전자 혼합으로 기생충의 숙주로 되는 것을 막고 번식하게 된다고...
그리고 아이를 적게 낳는 이유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생존 환경이 열악해지면 스스로 번식을 자제해서 자신을 보존하고 후에 생존환경이 좋아질때를 기약하는 현상과 같다고 하는데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자식이고 뭐고 간에 지금 한국사회가 자기 입하나 건사하기도 넘 힘든 사회가 되어버려서 내 목숨부지가 우선이라 자식은 꿈도 꾸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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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컬러 사진도 많고 편집 상태도 우수하다
독자가 보기 편하게 잘 구성한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마음을 확 빼앗는 흡인력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중립적인 집필 태도 때문인 것 같다
뇌과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단정적인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저자는 조심스런 태도를 취한다
감동적으로 읽은 "빈 서판" 을 쓴 스티븐 핑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 반가웠다
위대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의 이름을 따서 언어 연구하는 침팬지에게 님 촘스키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는 대목에서는 새삼 촘스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신경과학이란 참 흥미진진한 학문이다
배우는 건 많은데 정작 환자에게 해줄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인간의 뇌라는 가장 신비로운 부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분야다
프로작처럼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인류의 삶의 질은 월등하게 향샹될 것 같다
당장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과 그 가족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온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신경학자들이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노화와 더불어 뇌에 대한 연구가 나날이 활성화 되고 있으니, 내가 노인이 됐을 무렵에는 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의 뇌가 실은 일반인의 뇌와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은 여러 차례 들었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인류 최고의 천재라는 이 과학자의 뇌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뇌의 뉴런 연결이 많다는 정도인데, 이견이 많기 때문에 100%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한다
저자는 뇌의 신비를 특정 영역에 국한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판한다
그 대답이 옳은 것 같다
뇌는 특정 부분에 특정 기능이 할당된 단순한 평면도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유기체다
그러므로 당연히 살아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와 죽어 있는 뇌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 전기적 결합이나 활동들이 죽은 후에까지 보존될 리가 없지 않은가?
뇌는 전기로도 신호를 전달하지만 다시 화학적 물질로 바꾸어 전달하며, 호르몬을 통해 신체를 조절하기도 한다
너무나 복잡하고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 있는 뇌를 한 가지 논리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뇌란 노화와 더불어 인체가 갖는 가장 신비롭고 정교한 매커니즘일 것 같다

과거에는 인간의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긴장을 하거나 기쁨을 느끼면 심장이 두근거리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심장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신 활동이 뇌에서 일어나며, 단순히 지적 활동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뇌의 작용이라고 생각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참으로 놀랍다
지금도 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지만, 마음은 가슴에 있다고 믿는데 말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지적 활동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마음의 작용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인공 지능을 만든다면 감정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가?
인공 지능은 자신이 누구이고 정체성을 인지하는 의식 수준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뇌에 관한 의문점은 아직도 끝이 없다

정신병이 약물로 조절된다는 생각도 획기적인 발상 같다
특히 우울증을 치료하는 프로작의 발명은 현대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프로작이라는 단어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등장한다
우울증은 간단히 말해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생기는 감정인데, 프로작은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이, 재활용을 위해 분비된 세로포 다시 uptake 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뉴런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 주변에 계속 머물게 하는 약이다
이것은 세로토닌의 수치를 늘려 주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을 없앨 수만 있다고 한다
감정 상태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감정을 발생시키는 뇌과학이 좀 더 발전한다면 불쾌한 기분을 없애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

파킨슨 병은 알려진대로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다
도파민은 운동 신경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물질이므로 이게 부족하면 운동실조와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권투 선수 알리가 대표적이다
도파민이 많아서 생긴 병은 정신분열증이다
뇌를 각성시키는 이 물질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뇌는 환청이나 환각 같은 혼란 상태를 겪게 된다
파킨슨 병의 치료제로 L-dopa를 복용하게 되면, 부작용으로 환청 등이 들린다고 한다
치매의 대표적 종류인 알츠하이머 병은 아세틸콜린이 부족해서 생긴다
현재로서는 아세틸콜린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일단 치매에 걸리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가족들 역시 심한 고통을 겪기 때문에 빠른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파킨슨 병과 알츠하이머 병, 헌팅턴 병 등은 모두 단일 질환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전달 물질을 보충하는 식으로는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뇌란 참으로 복잡다단한 유기체인 셈이다

뇌에 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편집 상태가 아주 좋기 때문에 읽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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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03-0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 독자의 마음을 확 빼앗는 흡인력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중립적인 집필 태도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에서 뭔가 모자라다고 느꼈는데, 바로 그거였어요!

marine 2005-03-0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기님, 님도 그렇게 느꼈군요 그런데 고양이가 사자로 보이는 그 사진, 너무 귀여워요 우리의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 드네요 ^^
 
환경 위기의 진실
잭 M. 홀랜더 지음, 박석순 옮김 / 에코리브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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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 때는 얼른 책을 집어 들어야 하는데 12시 넘어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4시까지 읽는 게 당연하구나
책은 350 페이지 정도 되고, 대기 오염 같은 부분은 어려웠다
하여간 나는 과학에 관련된 부분은 약하다
꼼꼼하게 읽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동의하는 바다
역자 역시 이 책의 관점에 100%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역자 후기에서 현실을 무시한 환경 제일주의자들에게 무인도 가서 살아 보라고 말한다는 농담이 실렸는데 좀 과격하기는 하지만 문명의 혜택을 인정하지 않고 한쪽면만을 강조하는 극단주의자들은 고생 좀 시킬 필요가 있다
나 역시 막연하게나마 저자의 주장처럼 생각해 왔다
저자처럼 딱 내놓을 증거는 없었지만 심리적으로는 결국 과학이 환경을 구할 거라고 믿어 왔다
인류가 이뤄낸 풍요와 진보는 아무리 비판적으로 본다 해도 분명히 놀라울 정도로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다
일단 평균 수명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인간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발전해 왔고, 결국 환경 문제 역시 과거보다 훨씬 현명하게 해결하리라 믿는 것이다
환경 낙관론주의라고 할까?
그렇다고 저자가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약 환경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잘 되고 있다는 식의 낙관론만 펼친다면, 이 책은 저자가 비판하는 환경 비관론자들의 오류를 똑같이 반복하는 꼴이 될 것이다
왜냐면 저자는 이들이 정치적인 이해 관계와 얽혀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쪽만을 강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진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주 재밌는 비유가 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나면 "불이야" 를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대피소로 안내하는 것이 나은가?
문제의 심각성을 과장하는 것 보다는 문제의 실태를 정확히 알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흔히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중시킨다고 알고 있다
남극의 빙하를 녹여 해수면이 상승하면 일본이나 방글라데시 등이 잠길 것이라는 끔찍한 얘기도 흔히 들어왔다
그런데 저자는 지구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해 왔다는 것을 지적한다
즉 기후는 산업화와 상관없이 변해 왔다는 것이다
기후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기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는 자연 변화에 대해 적응해 왔고,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산업화의 결과이기 보다는 자연 변화의 일종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산업화를 환경 오염과 관련지어 무조건 비난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오히려 과학이 환경 오염을 청정 상태로 돌려 놓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의 핵심이 있다
저자는 가난과 자유의 박탈이 환경 오염을 가속화 시킨다고 지적한다
제 3세계 국가에서 환경 오염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 삼림 훼손이 아무리 지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해도 먹고 살아야 하는 브라질 농민들은 계속 벌채를 하고 거기에 화전을 일굴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개도국들 역시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정화시킬 여력이 없다
일단 먹고 살기도 바쁜데 환경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깨끗한 물을 먹고 청정한 공기를 마시는 등의 행위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선진국 주민들에게서나 가능한 욕구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깨끗한 환경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수요가 생기므로 돈이 더 들더라도 정화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 말한다
얼마 전에 읽은 로하스 개념과 같은 얘기다
우리나라의 웰빙과 비교되는 이 개념은 친환경주의를 표방하는데, 좀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매한다
자기 건강을 먼저 생각하고 어찌 보면 사치스럽기까지 한 웰빙과는 달리, 로하스는 사회 전체, 즉 환경을 우선으로 하는 이타적인 개념이라고 한다
가난하면, 즉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환경은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환경을 걱정한다면 산업화로 지구가 곧 망할 거라는 과장된 비관론 대신, 제 3세계의 가난을 어떻게 퇴치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세계화의 진정한 의의가 대두된다
저자는 3세계 국가들이 세계 무역에 동참할수록 가난에서 보다 빨리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토지당 수확량의 증가로 멜서스의 인구론과는 달리 현대는 아무리 인구가 늘어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곡식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수확량이 편중되어 1세계에서는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되는 반면, 여전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나라들이 세계 경제에 편입되어 원활한 곡식 이동이 일어날 때 기아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유엔에서는 농업 기술이나 유전자 변형을 통한 우수한 품종들을 3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내전과 같은 정치적 문제에 있다
저자는 3세계가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원조를 아끼지 않는 것이 환경 위기 극복의 진정한 해결책이라 믿는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화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환경에 눈돌릴 여유가 없었다
엘리자베스 비숍이 쓴 "한국과 이웃나라들" 을 읽어 보면 구한말 서울의 끔찍한 환경오염 실태에 대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고 박정희의 근대화를 과소 평가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가난과 함께 독재 역시 환경오염의 근본적인 적이라고 규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독재로 산업화에 성공했다
어떤 면에서든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는 가난 극복이라는 업적을 이룩했고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독재과 파시즘의 흔적은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정권의 부도덕성과 경제 개발의 업적을 분리해서 평가할 수는 없을까?
나는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요즘 부는 박정희 향수에 동조할 수는 없다
개발 독재를 통해 경제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던 것이 그 시대의 한계였던 만큼 결국 독재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그런데도 여전히 박정희 향수에 젖어 독재 정권을 미화시키는 일부 언론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필수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하면 경제가 우선이고 민주주의는 먹고 살만 해야 가능한 문제 같은데, 실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발전해야 진정한 의미의 가난 극복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어 교육을 받고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가족의 생산력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출산율도 줄어 들게 되므로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출산율 저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3세계의 높은 출산율은 해당 국가의 기아를 악화시키고 있다
1인당 국민 생산량이 증가하면 출산율은 자연스럽게 감소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인구 역시 안정 곡선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정치가 민주주의로 바뀌어야 내전과 같은 인재를 막을 수 있고 끔찍한 기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저자가 누누히 강조하지만 곡식 생산력 자체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정치 불안정에 따른 내전 등으로 먹을 곡식이 사라지지만 않으면 지금 같은 끔찍한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민주주의를 통한 국민의 정치 의식 함양은 깨끗한 환경을 정부와 기업에 요구할 수 있게 만든다
환경 문제 역시 수요자인 국민들이 공급자에게 친환경적 제품 구입이나 불매 운동 등을 통해 요구하는 시장 경제 원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도덕적 당위 여부를 떠나 현실은 가난과 환경 오염의 상관관계를 명백하게 보여 준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환경 오염은 절대로 해결될 수 없고, 돈 많은 선진국만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산업화를 통한 가난의 해결이 환경 보다 우선이다
적어도 기아에 허덕이는 3세계 국가에서는 그렇다
환경 문제는 전지구적 문제이므로 1세계는 3세계의 가난 퇴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원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비관론은 본질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자연 현상을 해석할 때는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신중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한 국가의 재난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므로 해당 국가의 역량을 초과할 경우는 전세계가 함께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이러한 세계주의적 관점이 단순히 인도적인 측면에 국한되는 줄 알았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걸 보면, 세계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임이 분명하다

전기와 휘발유를 섞어서 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석유 매존량이 생각보다 풍부하다는 사실 등은 흥미로웠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현재 자동차의 1/8 수준으로 대기오염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좀 더 기술이 발전하면 완전한 전기 자동차가 개발되어 배기가스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환경 오염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꿈의 자동차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유한 자원인 석유 대신 전기로 움직이니 자원 고갈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상용화 되면 인류는 환경 문제 해결에 한발짝 다가서게 될 것이다
산업화에 필수적인 석유가 곧 고갈될 거라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지만, 시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체 매장량은 줄더라도 이용 가능한 석유는 증가하므로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유한 자원이긴 하지만 70년대의 오일 쇼크 등은 중동 국가의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
풍력 에너지나 태양열 에너지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워낙 낮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책은 원자력 에너지라고 본다
체르노빌 사고나 핵폭탄 때문에 사람들은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으나 저자는 이것이 과장된 불안이라고 단언한다
위험이 따르지 않은 일은 단 하나도 없고, 원자력 발전 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폐기시켜야 한다면 자동차 사고 위험 때문에 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성립한다고 역설한다

환경 문제를 단순한 비관론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
어차피 인류는 현재의 풍요를 포기할 수는 없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에어컨이나 자동차를 포기할 수 있을까?
환경을 위해 전보다 불편한 생활로 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다
심지어 환경 극단주의자들까지 근본적인 불편은 참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풍요를 억제하는 대신 부를 더욱 확대하여 환경 문제에 재투자 한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환경은 전지구적 문제이므로 3세계가 가난과 독재로부터 벗어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결국 인류가 풍요로워질수록 더욱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자연 변화의 많은 부분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할 수는 있으나 현재와 같은 지나친 비관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과 풍요, 민주주의를 연결시킨 저자의 분석이 놀랍다
혹시 이 책을 읽고 선진국의 오만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에게는 역자 후기의 날카로운 일침이 어울릴 것 같다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는 무인도로 보내 문명 혜택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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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7-02-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별이 3개죠?

marine 2007-02-1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난한 정도는 별 세 개를 줍니다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이은희 지음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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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는 글을 참 쉽고 맛깔스럽게 잘 쓴다
본인 지식이 아주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이 이해한 범위 내에서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번 책은 그리스 신화를 도입부로 삼아 호기심을 먼저 끈다
사실 책 수준이 아주 높은 건 아니다
그래서 혹시 내가 동굴 속의 황제 컴플렉스에 빠진 건 아닌가 끊임없이 자책했다
즉 의사라든가, 대학 교수가 썼으면 금방 공감했을 얘기를, 평범한 연구원이 썼다는 이유로 책의 내용을 깍아 내리고 있지 않나 스스로를 검열했다
솔직히 어떤 내용들은 (특히 의학적인 부분) 상식 수준이라 전체적인 수준은 좀 낮다
그렇지만 이런 수준의 쉽고 재밌는 과학 에세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21세기는 과학의 세기니까 말이다

유전 공학은 참 대단하다
돼지 인슐린 대신 대장균에 인슐린 복제 유전자를 집어 넣은 후 누구나 쉽게 인슐린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돼지 인슐린 1kg을 얻으려면 돼지 수백마리를 잡아야 한다고 하니, 유전 공학이 인류에게 끼친 혜택은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도 종교 윤리 측면에서 유전 공학의 응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하긴 지나친 상업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악의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노화의 방지는 가능할까?
냉동 상태가 되면 대사가 느려져 수명이 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냉동 인간은 아예 생체 활동이 정지된 상태다
체온을 높히면 다시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냉동 인간을 깨운 예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깨어난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 이론대로 완벽하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엄청난 돈을 주고 냉동 인간이 됐는데, 불치병을 고친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함부로 깨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자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 십년 후에 깨워 보는 게 어떨까?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현실에서 벌어지다니, 과학은 참 놀랍다

솔직히 저자가 너무 부럽다
나보다 한 살 위인데, 어떻게 이런 대중적인 글을 쓰게 됐을까?
인터넷에 칼럼을 개설하고 그것이 인기를 얻어 본격적인 저술로 나오기까지의 과정들을 해냈다는 게 참 대단해 보인다
그녀는 그저 연구원에 불과한데 이 정도 평가를 얻어냈다는 게 참 부럽다
생물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그녀의 열정도 부럽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학교에서 재밌게 공부할 수도 있었는데 대체 뭣 때문에 늘 괴로웠는지 모르겠다
생화학을 공부할 때는 가끔 재밌다는 생각도 했다
유전학 가르치는 교수님이 대학원에 진학한 후 생화학 교과서를 일곱 번 읽었다면서, 그 동안 왜 이런 원리를 모르고 살았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때로 공부가 놀랍도록 재밌고 신나는 경우도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고 싶다
진화란 개체가 종의 보존을 위해 택한 방식이고, 이것은 가장 이기적인 조건으로 유전자 내에 코딩되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자연 법칙으로만 본다면 이기적인 유전자는 당연한 얘기다
도덕적, 사회적 관점의 반박은 주제를 빗나간 것 같다
매트 매들리의 "이타적 유전자"도 읽어 봐야겠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데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유럽 여행 당시 3주간 머물렀는데, 시차 적응의 어려움 같은 건 없었다
워낙 피곤해서 그랬을까?
바로바로 잠들고 아침이면 금방 깼다
하긴 요즘 가면 또 다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신경이 예민해졌는지, 새벽 2-3시면 깬다
오늘도 새벽 3시에 깨서 겨우 30분 누워 있고 결국 일어났다
밥 먹고 책 좀 보면 5시 넘어서 잠이 온다
정말 나이가 들면 예민해지는 걸까?

멜라토닌이 부족하면, 즉 겨울처럼 일조량이 적을 때는 우울증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겨울에 우울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현상 같다
우울증에 빠지면 자살률이 15%에 이른다고 하니, 보통 정신병은 아닌 모양이다
푸로작(SSRI) 개발 이후 우울증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하는데,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미국에서는 상당히 대중적인 듯 하다
세로토닌이 과도하면 공격 성향이 강하고, 반대로 부족하면 우울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도파민이 많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부족하면 우울증에 빠진다
엔돌핀은 고통 상태를 완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체내 마약인데 몰핀의 100배에 이르는 효과를 보인다
러너스 하이는 바로 이 엔돌핀 분비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몸은 힘든데 계속 달리고 싶은 최고의 기분, 혹시 오르가즘과 비슷한 건 아닐까?
호르몬은 많이 연구해 볼 분야 같다
인체의 호르몬 조절은 정말 신비롭다

성장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 키가 크고 대사율이 활발해 지방 분해가 촉진된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많이 먹어도 대체적으로 살이 안 찌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다
이 호르몬을 어른에게 주입하면 역시 살이 빠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싼 값에 판매된다고 하니, 앞서 가는 나라답다
GH은 인슐린과 길항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게 많아지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 들어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 줄어들 것이다
혈당은 올라가겠지만 일단 축적되는 건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살이 빠지는 모양이다
현재도 폐경이 되면 hormon therpy를 하는데 호르몬의 적용 범위는 계속 넓어질 것 같다

사후 피임약 노보레도 흥미롭다
교과서에도 실린 RU-486이 자궁내막을 탈락시킴으로써 착상된 수정란을 죽이는 것인데 비해, 노보레는 착상 자체를 방해하는 말 그대로의 사후 피임약이다
RU-486은 임신이라고 확인된 후, 즉 성관계 3-6주 후에 복용하는데 노보레는 성관계 후 3일 이내에 먹는다고 한다
혹시 정자와 난자가 나팔관에서 수정됐을 경우 자궁으로 못 가도록 막는 것이다
그러므로 임신이 걱정된다면, 어쩌다 한 번 섹스를 하는 여자들이 이용하면 편할 것 같다
예기치 못한 성관계로 임신이 되서 낙태하는 것 보다는 한 백만배 쯤 낫지 않을까?
산부인과 학회에서는 이 피임약을 반대했다고 하는데, 최근 읽은 기사에 의하면 산부인과 의사들도 적극 찬성한다고 들었다
낙태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남아 선호 사상도 문제지만, 제대로 된 피임 교육이 우선 아닐까?
사실 미혼 여성의 경우 매일 섹스를 하는 것도 아닌데 피임약을 계속 복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관계 때마다 남자들이 콘돔을 끼면 좋으련만, 성감도가 떨어지네 어쩌네 하면서 싫어하니까 사후 피임약을 먹으면 안전할 것 같다

이 피임약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는데, 산부인과 의사가 쓴 글에 의하면 당연히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 진료 기록이 남는 걸 원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측면의 안정성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일반 의약품으로 풀리는 게 좋지 않을까?
성관계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고, 또 우리나라처럼 혼전 성관계를 도외시 하는 곳에서 나 어제 섹스했소, 라고 고백하는 건 아무리 의사라 해도 꺼림칙 할 것이다

어쨌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아 단숨에 읽었다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내용이 쉬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과학 에세이들이 많이 나와 대중의 과학 지식이 높아졌음 좋겠다
자기 계발류 보다 얼마나 가치있는 책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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