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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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엄청나네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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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4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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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폐허를 연상시킨다. 불타 버린, 인적 없는, 누구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하지 않는 폐허. 

스베틀라나 알렉스예비치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 가 잿더미를 뒤적인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던 거기엔 조용히 잊혀져 가던 형상들이 있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목소리들이 있다. 더 깊이 파헤칠수록, 꺼져가던 불티가 날린다. 아직도 뜨거운 그 잿더미가 그녀는 무섭지 않았을까. 얼마나 많이 손을 데이고 마음을 데었을까. 

독자는 이 책을 두가지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작가가 정성스레 모아둔 잿더미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그 뜨거움을 느끼는 것, 한발짝 물러서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한가지 방법을 고수하기는 힘들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너무 고통스러워 독서를 지속하기 어려웠다. 한 걸음 물러서면 책 속의 목소리들은 유령처럼 쉽게도 흩어졌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먼나라 일처럼 바라보게 되면 이 독서는 무용하다. 그걸 알기에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며 적정거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적정거리라는 게 과연 있을까 의문스럽다. 결국 마음을 데여가며 천천히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올바른 독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기한에 맞춰 바쁘게 읽은 이번 나의 독서는 실패라 해야겠다.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무엇을 위해?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지금 이렇게 그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 187쪽


나는 전쟁을 모른다. 겨우 열 몇살짜리 소녀들이 전쟁에 필요한 게 무언지도 모르면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최선전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신념도 모른다. 동상이 무엇인지, 굶주림이 무엇인지, 고문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 가족을 죽인 이에 대한 들끓는 증오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몰라도 여성으로서, 딸로서, 어머니로서 이들이 토로하는 고통에 감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전쟁 상황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는, 나 역시 경험한 내용도 있었다. 바로 여성성을 버리라는 요구와 지키라는 요구 사이의 갈등, 그 사이에서 정체성이 분열되는 고통이다. 


"우리는 애를 참 많이 썼어...... '여자들이 그렇지 뭐!'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그리고 우리가 남자들 못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남자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어. (...) 그렇다고 우리가 어떻게 남자가 되겠어? 그럴 순 없는 거지. (...) 진군할 때였는데...... 여자병사들 200명 정도가 앞서가고, 남자병사들 200여 명이 그 뒤를 따랐어. 푹푹 찌는 날씨에 3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걸었어. 자그마치 30킬로미터를! 그렇게 계속 걷는데 우리가 지나간 자리, 모래 위로 빨간 얼룩들이 남는 거야...... 붉은 자국들이..... 그러니까 그건...... 왜, 우리 여자들의 그거 있잖아...... (...) 바지가 다리 위에서 그대로 말라붙는 바람에 꼭 유리바지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어. 살이 베어서 상처가 났더라고. 가는 내내 피냄새가 진동을 했어. 그런데도 우리에게 지급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지...... - 356, 357쪽


직업을 가지게 되면, 물론 직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요구되는 덕목들이 있다. 문제는 개인의 매력이라든지 사적인 영역에서 요구되는 덕목과 그것이 남성들에게는 (대체로) 일치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치하기는 커녕 대척점에 있다. 적극적이고, 자기 주장을 잘 관철하고, 남자들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술을 잘 마시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육체적으로 강한 여성은 업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다만 그 와중에도 비슷한 남성은 있는 그대로 칭찬을 받는 반면 여성은 '저래가지고 결혼은 못하지', '여자가 저렇게 드세가지고' 등등 뒷말을 듣는다). 그러나 여성으로서의 매력평가(주로 남성들에 의한) 면에서는 그 반대되는 특질들이 요구된다. 엄마로서의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남자 옆에서 조용히 미소지으며 그를 드높여주는 여성이 '현모양처'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많은 여성들이 남성과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어쨌든 여성인 우리는, 남성과 똑같아질 수는 없다. 남성 중심으로 구축된 세계에 들어간 여성들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남성 중심 세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군대, 그것도 전시의 군대에는 여성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고 그것은 남성병사는 몰라도 되는 여러 가지 불편과 괴로움을 여성병사는 겪어야만 했다는 뜻이다. 


사실 그거 말고도 힘든 건 또 있었어. 여자라서 겪는 어려움이었다고나 할까. 나중에 분대장이 됐는데, 분대원이 전부 어린 남자병사들인 거야. 우린 하루종일 발동선에서 지낼 때가 많았거든. 그런데 아휴, 배는 작지, 화장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 병사들이야 남자니까 배 밖으로 볼일을 해결하면 그만이었지만 여자인 나는? 참다 참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바다로 뛰어든 것만 몇 번이었다니까. 그러면 병사들이 '하사관님이 물에 빠졌다!'고 소리치면서 나를 끄집어올려주는 거야. 그래, 그런 사소한 어려움들이 있었어..... 하지만 그게 정말 사소한 일이었을까? 나중에 나는 그 일로 치료까지 받았는걸......  - 195쪽 


가장 가슴 아픈 건 그네들의 노력과 고통이 전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선에서 싸워 조국을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동지의식이 있었던 전쟁터와 달리, 전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 소녀병사들은 외면당한다. 남성들은 이들을 모른 척하고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더 천진하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로 간다. 같은 여성들마저 이들을 적대시한다. 다만 전장에서 만나 결혼하여 삶을 꾸려간 이들도 있다. 이 책은 이런 다양한 개인의 경험들을 임의로 분절하여 주제별로 모으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언어 그대로 전달한다.  


- 하지만 그 여자들이 고국을 지킨 건 사실이잖아요? 조국을 구해냈다고요......

- 그건 그렇소만...... 그런 여자들이랑 정찰은 같이 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혼은 하지 않을 거요. 그게, 그래요...... 우리 남자들은 여자들 엄마나 아내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요. 결국은 아름다운 숙녀에게 익숙하다는 거요. (...)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오. 그런데도 남자들 이야기는 그렇게 쓸 게 없는 거요?  - 166쪽


처음에 우리는 과거를 숨기며 살았어. 훈장도 내놓지 못했지. 남자들은 자랑스럽게 내놓고 다녔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 남자들은 전쟁에 다녀왔기 때문에 승리자요, 영웅이요, 누군가의 약혼자였지만, 우리는 다른 시선을 받아야 했지. 완전히 다른 시선...... 당신한테 말하는데,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우리의 승리를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조금씩 맞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   - 221 쪽


조국이 우리를 어떻게 맞아줬을 것 같아? 통곡하지 않고는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4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뺨이 화끈거려. 남자들은 나 몰라라 입을 다물었고, 여자들은...... 여자들은 우리에게 소리소리 질렀어. '너희들이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아! 젊은 몸뚱이로 살살 꼬리나 치고..... 우리 남편들한테 말이지. 이 더러운 전선의...... 군대의 암캐들아......' 우리는 정말 온갖 말로 모욕을 당했어......  - 429쪽


전쟁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힘들었어. 그런데 전쟁 후에도 고통을 겪어야 했지. 또 한번의 전쟁을 치러야 했으니까. 앞선 전쟁만큼이나 끔찍한 또 한번의 전쟁. 무슨 이유인지 남자들은 우리를 저버렸어. 모른 체했지. 전쟁터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 550쪽 


초반에는 소녀병사들이 동료병사들로부터 당했을 법한 성적 위협이나 적국의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 등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후반부에는 조금씩 언급되었는데, 아마도 그런 이들은 여전히 입 밖에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 곁에라도 있어야만 했던 절박함.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어. 좋은 사람이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안 생기더라고. 하지만 몇 달 후에 그 사람 막사로 거처를 옮겼지. 달리 어떡해? 사방이 남자들인데, 그 남자들이 무서워 떨며 지내느니 한 남자랑 같이 사는 게 낫잖아. 오히려 전투에 나가는 건 무섭지 않았어. 전투가 끝나고, 특히 전선을 재정비하면서 쉴 때가 무서웠지.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불을 뿜을 땐 나를 '누이! 누이!'라고 부르다가도 전투만 끝나면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다들 기회만 엿봤으니까..... 밤이면 막사에 틀어박혀 아예 나가질 않았어......   - 411쪽


"독일군은 여자병사들은 포로로 잡지 않았어...... 바로 총살해버렸지. 아니면 자기 병사들 앞에 끌고 나와 '자, 여기 이것들은 여자가 아니다. 추악한 괴물이다'라고 하거나. (...)

우리 간호병 하나가 독일군에게 붙잡혔어...... 하루가 지나 우리가 그 마을을 공격해 들어갔는데 사방에 죽은 말이며 오토바이며 장갑수송차 등이 나뒹굴고 있더라고. 독일군에게 잡혀간 우리 간호병을 찾아냈지. 세상에, 눈알이 도려내지고 가슴이 잘려나가서는...... 놈들이 말뚝에 박아놓았더라고. (...)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어. 우리는 그 아이 배낭에서 가족이 보낸 편지들과 고무로 된 작은 파랑새를 발견했어. 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고무새를......"   - 243쪽


이 부분은 가장 울컥했던 내용이다. 장난감 고무새를 소중히 간직하고 전쟁터에서 버티던 열아홉 소녀... 다시 읽어도 눈물이 난다. 모진 전쟁, 모질다. 독일군이라고 해서 특별히 잔인한 괴물일까? 열아홉살 소녀를 말뚝에 박아놓는 것은, 그것이 독일의 문제일까? 아니다. 러시아군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가장 잔혹한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생각나...... 성폭행당한 독일 여자를 봤어. 여자는 알몸으로 바닥에 누워 있었어. 다리 사이에 수류탄이 박힌 채...... 지금은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걸 보고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했어. (...) 독일인 아가씨 다섯 명이 지휘관을 찾아왔어. 흐느껴 울더라고...... 산부인과 의사가 아가씨들을 검진했더니 여자들 그곳이 많이 상해 있었어. 심하게 찢겨 있었지. 팬티는 온통 피로 물들고...... 밤새 성폭행을 당한 거야. 병사들이 줄을 서서 그 짓을 한 거지...... 

(...)

용서하는 게 쉬웠을 거라고 생각해? 멀쩡하고...... 새하얀....... 벽돌지붕의 집들을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을 거 같냐고...... 장미가 탐스럽게 핀 집들...... 나는 그들도 고통스럽기를 바랐어...... 당연히...... 그들의 눈물을 보고 싶었지...... 한순간에 착한 사람이 될 수는 없어. 올바르고 선한 사람이. 지금 당신처럼 그런 훌륭한 사람이.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기까지 나는 수십 년이 걸렸어......   - 517, 518쪽


전쟁의 참혹함은 밤새 성폭행을 당해 피로 물든 여성들을 보면서도 이들이 적국의 여성들이라는 이유로, 내 조국을 엉망으로 만든 적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조차 상실하게 만든다. 

지옥도 한복판에서도 엿보이는 연민과 사랑은 더욱 값지다. <완벽한 아이>에서 저자가 사랑 한점 받지 못하며 감금과 학대 속에 살아가면서도 개나 말 같은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며 버텨나가는 모습이 마음에 많이 남았는데, 이 책에 나온 고양이 이야기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우리는 4년 동안 난방화차를 몰았어. 아들도 데리고 다녔지. 우리 아들은 전쟁 내내 고양이도 한번 못 보고 지냈어. 그러다가 키예프 근처에서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거야. 폭격기 다섯 대가 우리 기차를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고양이를 꼭 껴안고 그랬어. '아유, 착한 우리 고양이, 너를 만나서 내가 얼마나 좋은지 알아? 여기 우리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 자, 내 옆에 앉아. 내가 뽀뽀해줄게.' 애는 애였어...... 아이는 언제나 아이다운 법이지...... 아들은 '엄마, 우리한테 고양이가 생겼어요. 우리도 이제 진짜 집이 생긴 거예요'라며 잠들곤 했어.   - 502쪽 


그네들의 세계에서는 일상과 존재가 하나였고, 따라서 존재의 흐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전쟁도 평범한 삶의 한때일 뿐이었다. 그네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사소한 것이 위대한 것을 압도하는 순간을 여러 번 목도했다. 역사마저 간단히 제압해버리는 순간을.   - 338쪽


이 책이 전쟁에 관한 거시적 시각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평도 있던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른다. 

전쟁이 어떤 정치적 이유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떤 여파를 미쳤고 등등은 이미 많이 다뤄졌다. 그런데 아주 큰 부분이 통째로 빠져 있었으니, 전쟁을 겪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것이었고, 저자는 그 부분을 캐치하여 집중 조명함으로써 부족분을 채워 전쟁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전쟁은 남성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총들고 싸우는 것만이 전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빨래전담 병사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자는 전선에 가지 않고 집에서 가족을 지켜낸 이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 남편은 전쟁터로 가면서 서럽게 울었어. 어린 자식들을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가슴이 찢어졌지. 하지만 우리 애들은 너무 어려서 아직 자신들에게 아빠가 있는지조차 몰랐지. 중요한 건 모두 보살핌을 받아야만 했던 아이였다는 거야. 막내는 너무 어려서 내가 안고 다녀야 했어. 남편이 막내를 받아 안더니 가슴에 꼭 끌어안았어. 나는 남편을 쫓아 달려나갔어. 밖에서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지. '전원 일렬종대!' 남편은 막내를 품에서 떼놓지 못하고 그대로 안은 채 정렬했어...... 군인 한 명이 남편에게 소리소리를 지르는데도 남편은 아이를 안고 눈물만 펑펑 쏟았지. 아이의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밖까지 남편을 쫓아갔어. 아마 5킬로미터는 달렸을 거야. 다른 마을 여자들도 마찬가지였어. 우리 애들이 넘어지는데도 나는 막내를 안고 계속 달렸어. 남편은 자꾸 뒤를 돌아보고, 나는 그런 남편을 따라 달리고 또 달렸지.   - 459쪽 


나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어...... 가족들도 모두 무사했지...... 엄마가 온 가족을 살리셨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살리고 여동생과 남동생을 살렸지. 그리고 나도 살아 돌아왔고......

1년 후에 아빠도 돌아오셨어. 훈장을 여러 개 받아오셨더라고. 나도 훈장 하나와 메달 두개를 받아왔지. 하지만 우리 가족의 결론은 그랬어. 우리집에서 진짜 영웅은 엄마라고. (...) 결국 엄마가 가장 가혹하고 끔찍한 전쟁을 치른 셈이지. 아빠는 단 한 번도 훈장을 달지 않으셨어. 훈장약장도 달고 다니신 적이 없지. 아빠는 엄마 앞에서 훈장을 내놓고 자랑하지 않으셨어. 부끄럽다고 하셨지. 불편해하셨어. 엄마는 훈장도 메달도 없었으니까......   - 535쪽


전쟁은 남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여자들은 조국을 지키는 일에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전쟁과 영웅과 총과 탱크에 대한 아주 조금의 로망이라도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찬찬히 이 책에 다시 접근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때에도, 내내 고통을 감당하며 물러서지 않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덧)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 


게토에 우리집은 따로 없었어. 어느 낯모르는 사람의 집 다락방에 얹혀 지냈지. 아빠는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제일 값나가는 물건인 바이올린을 내다팔려고 했어. 나는 후두염이 심하게 와서 누워 있었는데...... 열이 펄펄 끓고 말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지. 아빠는 바이올린을 팔아서 먹을 걸 사올 요량이었어. 아빠는 내가 죽을까봐 두려워했지. 엄마도 없는데 내가 죽을까봐...... 걱정 어린 엄마의 말 한마디 못 듣고 따뜻한 엄마 손길 한 번 못 받고 죽을까봐. 당신의 귀한 응석받이 딸이...... 사랑스러운 딸이...... 아빠가 돌아오길 3일을 기다렸어. 아는 사람들이 와서 아빠가 살해됐다고 알려주기 전까지. 사람들 말이, 아빠가 바이올린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거야......  - 131쪽


아니 이것은...!! <나는 고백한다>가 떠오르지 않는가? 스토리가 다르긴 하지만. 유대인, 비싼 바이올린, 바이올린 때문에 살해당한 아빠... 저 바이올린이 실화속 비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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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05 1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엇보다 여성이라고 무시당하고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서도 냉대받았던 그들의 이야기였어요. 너무 속상하더군요. 전쟁터도 하나의 사회구나~ 자기들의 무리에 껴주지 않고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태도가 괘씸했어요. 결국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구조도~ 이 책은 깊게 담그어야 얻을 수 있는 바가 많은 책임에 동의합니다.

독서괭 2022-08-06 10:10   좋아요 2 | URL
맞아요~ 그렇게 아무것도 여성에게 준비된 것이 없는 환경에서 버텨가며 조국을 지켰는데, 남성들이 영웅대접을 받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오히려 숨겨야 했던 상황이 넘 속상했어요 ㅜㅜ 이런 문화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데 남자들만 군대가서 고생한다는 둥의 이야기랑도 같은 맥락 같아요. 화가님 공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8-05 1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의 글을 읽으며 전혀 실패한 독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이 정도의 글을 쓰려면 그만큼 책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는 거예요.
이 책 읽으며 제가 놀라고 경악했던 부분이 다 떠올라요.
여러 가지 쇼킹하고 슬픈 사연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소련군이 독일에 입성해서 한 행동들요.
인간들은 꼭 당한만큼 돌려준다는 그 마음들이 힘들었어요~~
바이올린, 진짜 나는 고백한다가 떠오르네요^^

독서괭 2022-08-06 10:13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실패한 독서가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전쟁터에서 시신이 나뒹구는 참혹함, 부상병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리뷰에는 많이 담지 않았어요. 소련군은 독일군과 달리 독일군 부상병들도 치료해줬다는 에피소드도 많이 나오지만 약간은 조국미화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이 들었는데, 독일 입성해서 저지른 강간 이야기에 역시나 싶었습니다 ㅠㅠ
바이올린 이야기 재밌었어요. 자우메 카브레가 혹시 여기서 모티프를 얻었나?? 싶고 ㅎㅎ

단발머리 2022-08-05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셨을 때도 힘드셨겠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쉽지 않았을텐데 수고많으셨습니다, 독서괭님!
누이! 누이! 부르며 같이 전투에 참여하던 남자들이 밤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접근한다는 이야기가, 저도 오래 기억에 남아 슬펐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여자들과 결혼하겠죠. 여성은 끝까지 군인이라 여겨지지 않았던 현실, 하지만 여성들은 실제로 군인의 일을 감당했던 거고요.
전쟁의 추악함, 그 잔인함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데 이 책이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너무 좋은 리뷰였습니다. 혹.... 이 책이 부담되어 못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독서괭님의 이 리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잘 읽고 갑니다!!

독서괭 2022-08-06 10:19   좋아요 3 | URL
누이! 라고 부르다가도 어떻게 해보려고 했다는 말이 저고 슬프게 느껴지더라고요. 말하는 여성들조차 “남자들이 여자 없이 4년을 보내는 건 쉽지 않다”는 다소 정당화하는 말을 전제로 깔더라구요. 그건 욕망의 문제가 아니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힘과 권력의 문제인데.. 그래도 비열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소녀병사들을 잘 챙겨준 남자들도 많아보여 다행스럽긴 했어요. 당장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는데 여자들 군대 가면 당장 주변 남자들에게 성폭력 당할 것 같다고 예상되어 착잡하더라고요.ㅠㅠ
단발머리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리뷰로 충분하지 않으니 꼭 직접 읽어보시라 말씀드려야겠네요 ㅎㅎㅎ

미미 2022-08-05 14: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잘 읽었습니다. ^^*
전쟁영화들이 참 많지만 전쟁속 여성의 비극을 주제로 한 영화는 최근에 와서야 더 만들어지고,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영화중 한편의 댓글에도 어떤 남성이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더라구요. 남성들의 전쟁 이야기는 넘치는데 여성의 서사는 그것과 달라서 이해되지 않는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아 마치 부재한것처럼 여겨지고 멸시받던 여성의 목소리가 그 나름의 형태와 색체를 가지고요.

독서괭 2022-08-06 10:22   좋아요 3 | URL
어떤 남성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부인하고 보는 것 같아요. 여성의 고통이 인정되면 남성의 고통은 인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건지 뭔지.. 자기가 결코 알 수 없는 종류의 고통 앞에서는 겸허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예요.
“나름의 형태와 색채를 가지고” 라는 말씀이 좋네요. 미미님 공감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08-05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리뷰를 제가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좋아요.

독서괭님 리뷰를 보고 나면 아 나는 정말 머리로만 생각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마음을 쓰며 읽고,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그걸 쓰시는게 좋아요.

독서괭 2022-08-06 10:26   좋아요 3 | URL
앗 수하님 제 리뷰를 좋아하신다니, 이런 과찬을 해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수하님 글 보면 머리로만 생각한다는 느낌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여성주의책읽기 도서 리뷰는 좀더 공들여 쓰기는 합니다 ㅎ 분량도 많고, 읽으며 느껴지는 바가 많아서 머릿속에서 며칠 굴리다가 정리해요. 리뷰쓰고 나면 확실히 머리에 많이 남아 좋네요! ^^

책읽는나무 2022-08-06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최선을 다하시는 괭님은 실패한 독서가 아닌 거죠^^
읽을 수록 또 세세하게 책 내용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만큼 괭님의 리뷰는 자세하고, 친절합니다.
수류탄 이야기는 아직도 끔찍합니다ㅜㅜ

근데 마지막 인용문 저도 그땐 그냥 읽고 지나갔었는데 <나는 고백한다>를 읽고 있으니 저도 순간 바이올린 이야기에 착각하며 읽었네요. 이 바이올린이 그 바이올린인 줄...작가는 혹시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설을 구상한 것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름 돋네요!!

독서괭 2022-09-04 13:47   좋아요 1 | URL
수류탄 끔찍하죠 ㅜㅜㅜ 늘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책나무님!^^
그쵸, 나는 고백한다 비알 얘기랑 이 얘기랑 비슷하죠!ㅎㅎ 근데 전에 작가인터뷰 하나 봤는데 왜 바이올린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던 것 같아요. 우연의 일치?? 아무튼 재미납니다. 2권 읽고 계신가요? 저 2권 첫부분이 젤 헷갈렸는데 다시 읽으니 좀 이해가 되네요 ㅎㅎ
라고 아래 대댓글이 아닌 그냥 댓글로 달아버린 걸 단발님이 알려주셔서 다시 답니다😅

독서괭 2022-08-07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류탄 끔찍하죠 ㅜㅜㅜ 늘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책나무님!^^
그쵸, 나는 고백한다 비알 얘기랑 이 얘기랑 비슷하죠!ㅎㅎ 근데 전에 작가인터뷰 하나 봤는데 왜 바이올린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했던 것 같아요. 우연의 일치?? 아무튼 재미납니다. 2권 읽고 계신가요? 저 2권 첫부분이 젤 헷갈렸는데 다시 읽으니 좀 이해가 되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2-09-03 08:43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안녕^^ 이 댓글 따로 달려서 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은 이 댓글의 존재를 영원히 모를 수 있다는 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려드립니다. 아침에 독서괭님 방에서 놀다가 발견했어요^^

독서괭 2022-09-04 13:47   좋아요 1 | URL
앗 제가 왜 그랬을까요 ㅋㅋ 복사해서 다시 달아야겠네요 ㅋ
감사합니다 ㅎㅎ 글이 안 올라오는 방이라 민망하네요..🫣

책읽는나무 2022-09-04 15:53   좋아요 0 | URL
모르고 넘어갈 뻔했는데 단발님 덕분에~ㅋㅋㅋ
역시 지적인 단발님!!!^^
괭님은 이제 코로나 괜찮아지셨나요?
울 아들 딱 괭님 리뷰 올리신 이즘 코로나 걸려서 방에다 격리시키고 관찰했는데 좀 심하게 하고 넘어가던데...괭님은 어떠셨나? 걱정됐어요^^
암튼 모두 자나깨나 건강 챙기기!!!

독서괭 2022-09-04 16:19   좋아요 1 | URL
크흑 나무님 저는 첫째가 먼저 걸렸는데 어려서 격리가 안 되니 저랑 둘째도 며칠 뒤 걸려서요. 곧 8월 마무리 페이퍼와 함께 안부 전할게요~!

scott 2022-08-09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리뷰를 찬찬히 읽으니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던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작가님이 인터뷰 하실 때 눈가에 눈물이 가득 ㅠ.ㅠ

현재 루마니아에서 피난 온 우크라이나 여성과 아이들 돕고 계신다고 하네요..


이분의 아연의~
책 읽으시면
괭님 가슴이 타들어 갑니다 ㅠ.ㅠ

독서괭 2022-08-12 14:56   좋아요 1 | URL
오 스콧님, 작가님 인터뷰를 봐야겠네요. 현재도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돕고 계시다니 대단한 분이세요!
<아연 소년들>이었나요? 스콧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가슴이 타들어간다니 섣불리 손대면 안 되겠네요ㅜㅜ 전쟁 이야기는 좀 시간을 두고 읽어야겠습니다ㅠㅠ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지음, 강세영 옮김 / 당대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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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당근마켓에 올려놓은 중고물품을 구매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 오겠다는 말에 주소를 알려주고, 계좌이체 해도 되냐고 하여 계좌번호와 예금주명까지 알려주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오겠다고 한다. 남자인가..?(돌전에 사용하는 아기용품인데, 애엄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올 가능성은 0에 수렴..) 기다리는 약 30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남자인 것도 그렇고 당근마켓을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판매한 물건 내역도 없고 거래후기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집주소랑 이름까지 알았는데, 개인정보만 홀랑 털고 안 오는 거 아닌가? 내가 나가면 집에 남자가 없구나 싶어 밀고 들어오면 어쩌지? 판매할 물품을 미리 밖에 내놓고 괜히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하기를 30여분, 드디어 1층에서 호출이 왔다. 애들 티비 틀어주고 얼른 나가서 엘베 앞에서 대기. 나타난 사람은 덩치 큰 남자였지만, 다행히 부인의 지령을 받고 온 선량한(?) 아기 아빠였다. 


일찍 잠이 들었다가 꿈을 꾸었다. 나는 지인들 여럿과 함께 봉고차 같은 걸 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상가에 들어가 화장실을 찾았다. 원래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꼭 꿈 속에서 화장실에 가는데, 어릴 떄는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쉬를 하는 순간 현실의 나도 시원하게 쉬를 했지.. 물론 지금은 양쪽이 잘 분리된다. 그런데 또 꼭 꿈 속에서 간 공중화장실은 더럽게 더럽다(이건 왤까? 내 무의식이 쉬 하지 말고 깨라고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는 건데 내가 굳이굳이 안 꺠고 쉬를 하고 마는 걸까??). 어쨌든 어찌어찌 찾아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문득 윗쪽을 보자 창문이 있고, 건너편 건물에서 한 남자(20 전후 정도의 젊은이?)가 나를 보고 있다. 악 소리를 지르고 고개를 숙였는데, 그 남자는 누군가를 부르며 어딘가로 갔다. 서둘러 나왔는데 봉고차가 그 자리에 없다. 그 남자를 찾아 혼쭐을 내야 마땅하지만, 어쩐지 쫓기는 쪽은 내쪽이다. 그 순간 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포스코 사건을 보면 착잡하다. 남직원들 사이에서 피해자는 홀로 얼마나 괴롭고 외로웠을지. 개선과 재발방지는 커녕 2차 가해를 당하면서 얼마나 좌절했을지.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를 낙인찍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가벼운 징계로 슬쩍 넘어가려 하면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론을 앞세운다(이 사건의 가해자가 젊은이인지는 모른다). 

이것이 비교적 안전한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는 한국의 현주소다. 몇년 전, 내 지인은 정말로, 리얼리, 육성으로, 모 남성상사로부터 "이슬람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에 만족하고 닥치고 있으라는 맥락으로 사용되는 것이 부당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좀더 과거로 가보자. 

일전에 <아주 오래된 유죄>에 관한 페이퍼에 쓴 적이 있지만, 1964년에 일어난 이른바 '혀 절단 사건'의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와 혼인하라는 지속적인 설득을 받았다. 이 사건에 관해 재심개시를 청구하였지만 2심까지 기각되었고, 현재 상고심에서 검토중이라고 한다. 


좀더 과거로 가보자.

소설 <나는 고백한다>에서는 한 남자가 상인인 척 하면서 처녀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간다. 남자는 여자를 강간하고 목걸이까지 빼앗는다. 재판관 앞에서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강간하고 물건을 빼앗아 갔다고 호소하지만, 남자는 단지 여자에게 물건을 팔려고 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자신을 꼬챙이(?)로 찔렀다고 주장한다. 여자는 땅에 목만 내놓고 파묻힌 채 가해자를 비롯한 10여명의 남자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여자와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이웃 남자들이 빗나가면 실망하면서 열심히 돌을 던진다. * 2011년, 우크라이나의 19세 소녀가 미인대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마을 청년들에 의해 돌에 맞아 사망했다(기사: https://www.asiae.co.kr/news/view.htm)


좀더 과거(아마도)로 가보자.

소설 <토지> 속 1905년의 평사리에서는 우물에 물을 길러 온 처녀를 숨어서 기다리던 남자가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처녀의 부모는 집에 돌아온 딸의 행색을 보고 사건을 짐작하지만,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꾹꾹 삼키며 숨을 죽인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아버지가 현장에 가서 증거물을 처리한다. 대놓고 조롱하는 가해자 앞에서 피해자의 어머니는 무력하기만 하다. 서둘러 혼삿날을 잡은 딸의 신세를 망칠까봐, 그네들은 가해자가 입을 다물어 주길 바랄 뿐이다. 


좀더 많이 과거로 가보자.

"유대법은 강간한 남성이 그가 강간한 여성과 강제로 결혼하도록 하였고, 그녀와 이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이 규정은 한 여성이 그녀를 강간한 자와 해소할 수 없는 결혼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신명기 22:28~29)."(<가부장제의 창조>, 298쪽)


좀더 과거로 가보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본성상 우월하며, 여성은 열등하다. 그리고 전자는 지배하고 후자는 지배당한다."(<가부장제의 창조>, 364쪽)


좀더 과거로 가보자.

* MAL은 중기 아시리아법


MAL§55는 처녀에 대한 강간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만일 결혼한 남성이 친아버지 집에 사는 처녀를 강간하면


  강간이 도시 내에서 범해졌건, 트인 벌판에서 일어났건, (공공의) 거리에서 밤에 일어났건, 혹은 도시의 축제에    서 일어났건, 처녀의 아버지는 처녀를 범한 남자의 부인을 취해서 그녀를 불명예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는 그 부인을 남편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자기가 취할 것이다. 아버지는 능욕당한 딸을 그녀를 능욕한 남자에    게 배우자로 줄 것이다.


만일 강간한 남자에게 부인이 없다면, 그는 그 아버지에게 숫처녀의 값을 지불해야 하고 그 소녀와 결혼해야 하며 결코 그녀와 이혼할 수 없게 된다. 만일 소녀의 아버지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아버지는 돈은 벌금으로 받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딸을 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강간이 희생자의 아버지와 남편에게 해를 입힌다는 개념이, 고통받은 여성들에게는 절망적인 결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강간피해자는 강간한 자와 해소할 수 없는 결혼을 할 작정이고, 전적으로 무죄인 강간자의 부인은 매춘부로 전락할 것이다. 법의 언어는 우리에게 그의 딸들에 대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절대적 '처분권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 권력은 만일 강간당한 소녀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강간한 남자가 맹세하면 그의 부인은 벌을 받지 않을 것이며, 그는 소녀의 아버지에게 벌금을 지불하고(...) 그리고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딸을 취급할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MAL§56에 의해 강화된다.   - 203, 204쪽


거다 러너는 가부장제가 창조된 연원을 찾아 수천 년의 역사를 헤맨다. 그 노력의 결실을 이렇게 한 권의 잘 정리된 책으로 읽어볼 수 있으니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특히 11장에서 앞의 내용을 요약정리하고 여성의 종속의 원인과 의미를 지적하며 왜 가부장제를 타파해야 하는지 마음을 흔드는 웅변으로 마무리하는 그의 솜씨는 몹시 훌륭하다.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380쪽)


어째서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협조했고, 어째서 여성들이 하나의 집단으로서 지배에 대항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계급특전과 인종특전은 여성들이 스스로를 하나의 응집된 집단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모든 억압받는 집단의 여성들은 특이하게도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은 같은 성격을 가진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여성들의 집단의식 형성은 다른 노선을을 따라 추진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다른 억압받는 집단에 적합했던 이론적 공식이 왜 여성들의 종속을 설명하고 개념화하는 데 그토록 부적합한가를 말해 준다.  (381,382쪽)

여성들이 집단의식을 형성해 나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 장애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독립과 자율성을 재확인해 줄 수 있는 전통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 여성들에게는 역사가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믿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여성들을 가장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만든 것은 상징체계에 대한 남성의 헤게모니였다. (383쪽)


우리는 제각기 우리 머릿속에 최소한 한 명의 훌륭한 남자를 간직하고 있다. (394쪽)


 페미니즘이 태동되고 여성들이 권리운동을 시작했는데도, 가부장제를 물리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가?


(...)더 즉각적으로, 여성은 자신의 삶 속의 남성(혹은 남성들)과의 의사소통, 인정, 그리고 사랑이 단절될 위협에 두려움을 느낀다. 사랑의 철회와, 생각하는 여성들을 '일탈적인 사람'으로 지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여성들의 지적 작업을 저해하는 수단들이었다. (...) 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사고체계를 창조하는 과정에 여성이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 힘인 성별 통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394쪽)

우리 자신의 것, 여성의 경험을 신뢰함으로써 누군가의 진술을 검증하기. (...) 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지식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자신 속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저항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위대한 남성들을 없애고, 그 남성들을 우리 자신으로, 우리의 자매들로, 익명의 선대여성들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397쪽)


◆ 당신이 힘든 것은 여성들 때문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인간종의 반이 다른 반에 종속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한다면, 차이가 지배나 종속 그 어느 것도 함축하지 않는 그러한 사회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 페미니스트 세계관은 여성들과 남성들의 정신을 가부장적 사고와 관습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며, 마침내 지배와 위계가 없는 세상, 진정으로 인간적인 세상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397, 398쪽)


최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용어 하나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냐 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언어는 하나의 표시, 변화된 의식과 새로운 사고의 지표가 된다."(404쪽)

조금씩 바꿔 나가자. 우리 머릿속의 '위대한 남성'을 없애고, '여성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해보자. 여성들을 분열시키려는 가부장제의 노림수에 넘어가지 말자.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은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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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05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엄지척!!!! 현재 시점에서부터 과거로 한 발자국씩 되짚어봐주셔서 더 소름이 돋네요. 왜 거다 러너가 가부장제의 탄생의 시점을 아주 먼 옛 고대의 시점으로 정해서 인용했는지 참 잘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참 좋은 책이었고 또 괭님의 리뷰를 읽으니 감동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독서괭 2022-07-05 16:48   좋아요 3 | URL
화가님, 엄지까지 척 세워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과거로 가는 되짚기가 되었네요. 인용하고 싶은 부분 너무 많은데 걸러내느라 힘들었습니다 ㅎㅎ 마지막 11장이 압권인 것 같아요!

공쟝쟝 2022-07-07 10:29   좋아요 2 | URL
아니 이 사람 이 독서괭님 이 분 시나리오 작가세요? 영화처럼 막 글이 편집이 막 앞으로 철컥 철컥 ㅋㅋㅋ 올라가면서 막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사람 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09   좋아요 0 | URL
쟝쟝/ ㅋㅋㅋ 고맙습니다~ 당근마켓과 화장실 꿈이 한건 했네요(?) 이런 식으로 사례 찾으면 한도 끝도 없을 듯요? ㅎㅎㅎ

단발머리 2022-07-05 1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따라 읽어가는데 우아! 몰입감이 장난 아니에요. 앞으로 모든 사회과학 도서는 독서괭님 따라 읽는 걸로 할까 봐요.
저도 <나는 고백한다> 읽었는데 저 에피소드 기억이 안 나요. 가물가물해서 시무룩합니다. 🙄

독서괭 2022-07-05 16:50   좋아요 3 | URL
단발님, 과찬 감사합니다^^; 제가 사회과학 도서를 많이 읽지 않고 소설 편향이었는데 여성주의 책읽기 덕에 이런 책도 읽었네요(그동안 사기는 많이 사뒀지만 완독을 못함ㅜㅜ).
<나는 고백한다>에서 아주 짧게 지나가는 에피소드라서 기억 안 나실 만 합니다^^; 전 얼마전 읽었고 너무 끔찍한데다가 그 가해자의 정체 때문에 너무 놀라서요..!!(뚜둥)

다락방 2022-07-05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휴 독서괭 님, 주제 넘게 말씀드리자면, 독서괭 님의 글솜씨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 리뷰는 뭔가 독서괭 님 그간 리뷰의 어떤 절정을 찍는 것 같아요. 역순으로 되짚어주셔서 그런데 그게 딱히 변한게 없어서 더 끔찍하네요. 저는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야‘ 라거나, ‘페미니즘은 못생긴 여자들이나 하는거지‘ 라고 생각하는 많은 여성들이 한걸음만 페미니즘 안으로 들어오면, 그러고 나면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간 살아왔던 삶이,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을 거쳐 직장생활까지 그리고 연애까지, 그리고 우리가 숱하게 봐왔던 뉴스와 영화와 드라마까지, 감각이 깨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은 무엇보다도 여성에겐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건드려주기만 하면 다 깨어나버리는 그런 감각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독서괭 님. 그리고 리뷰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독서괭 님, 계속 함께해 주세요. 이런 양질의 리뷰를 계속 읽고 싶습니다!!

독서괭 2022-07-05 16:5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저의 리뷰의 절정입니까! 칭찬 감사합니다^^(춤추는 중 두둠칫)
겉으로 드러나는 끔찍함은 줄어들었지만 속에 있는 기본 관념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요..˝라면서 방패 하나 들고 페미니즘 발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드는 사회니까요 ㅜㅜ 감각이 꺠어나는 것! 책을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서, 그리고 여성들끼리의 교류를 통해서 감각을 꺠우고 연대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다 읽고 리뷰까지 쓰니 엄청 뿌듯하네요. 일하는 틈틈이 추가하고 수정하고.. 재밌지 않으면 못할 일인듯요^^ 이번달 책도 빌려다 놨습니다! 다락방님 우리 힘내요~!

새파랑 2022-07-05 16:54   좋아요 4 | URL
이젠 다락방님의 명성에 버금가는 독서괭님의 필력이네요~!

독서괭 2022-07-05 17:28   좋아요 3 | URL
아니ㅋㅋㅋ 왜 갑자기 다락방님의 명성에 버금가는 걸로 비약하시나요, 새파랑님 워워~!

햇살과함께 2022-07-05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글에 버금가는 몰입감입니다!!! 기승전결 딱 정리되는!

잠자냥 2022-07-05 21:19   좋아요 4 | URL
아니 이건 제가 좋아요 누르려다가 멈칫. ㅎㅎㅎ

독서괭 2022-07-05 22:46   좋아요 3 | URL
아니 햇살님 이런 과찬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쓴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7-07 10:31   좋아요 3 | URL
왜 멈칫해 자냥 ㅋㅋㅋㅋ 잠자냥 ㅋㅋㅋㅋ 멈칫하지말고 더 잘 쓰랑 말야!!!!! 독서괭님이랑 자칫하면 캐릭터 겹쳐요 ㅋㅋㅋㅋㅋ 둘다 소설파에 아이디도 냥이거든 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10   좋아요 1 | URL
아유 잠자냥님과의 비교는 제발 접어주세요. 비교 불가능한 분입니다 ㅎㅎ 캐릭터 겹칠 걱정은 안 해도 될 듯요 ㅋ

잠자냥 2022-07-07 17:24   좋아요 1 | URL
괭님 왜 그러세요. 오줌싸개끼리 ㅋㅋㅋㅋ

독서괭 2022-07-07 17:56   좋아요 1 | URL
오줌싸개로 공통점을 찾을 바에야 그냥 포기하겠어요..! (울며 달려간다) - 이거 다락방님이 자주 하시던 것 같은데..?

잠자냥 2022-07-05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귀신이 앞으로 확확확! 나오는 느낌! (그나저나 이 페이퍼에서 제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어릴 때 쉬 마려워서 꿈에서 쉬하면 걍 쉬….. 했다는 부분 ㅋㅋㅋㅋ 물론 저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05 22:48   좋아요 4 | URL
여고괴담 ㅋㅋㅋㅋ 가부장제가 귀신보다 무섭죠, 암요!ㅋㅋ
그쵸? 잘 때 마려우면 꿈에서 쉬하고 그럼 실제로도 쉬하고,, 많이들 그러시죠? ㅋㅋㅋ 저는 늘 꿈을 꾸고 한번 잠들면 잘 일어나지도 못하다보니 꿈에서 화장실 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실제로 안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7-06 08: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화장실 가고 싶은 거 참고 자면 꼭 꿈에서 화장실 찾아요.ㅋㅋㅋ
리뷰 읽는데 제2의?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과거로 과거로...여성들의 피해 역사는 끝없는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네요.
우크라이나 19세 소녀 이야기는 모바일에선 열리지 않아 기사를 읽을 순 없었는데, 미인대회에 나갔다고 돌을 던져 사망시켰다는 건, 추측컨대 소녀를 동네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저변이 깔려 있었다는 거겠죠?
2011년이면...10 년 전인데...어떻게 이런 야만적인 일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팠지만, 열거하신 사건들도 마음 아프네요.ㅜㅜ
당근마켓...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좌불안석이었을 것 같아요.
요즘엔 내가 느끼는 불안감과 불쾌함들 덕분에 아들과 남편을 교육? 시키는 중입니다.
엘베에서 여자와 단 둘이 탔을 때는 무조건 앞에 서고, 먼저 내려라!! 아니면 급한 일 아니면, 여자 먼저 태워 엘베 올려 보내라, 단 둘이 걸을 때는 여자 뒤에서 걷지 말고, 무조건 앞에서 걸으라고...괭님 리뷰 읽다 보니 더욱 철저하게 교육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ㅋㅋㅋ

암튼 리뷰 잘 읽었습니다.
늘 양질의 리뷰, 양질의 디저트 먹는 기분입니다^^

독서괭 2022-07-07 17:17   좋아요 1 | URL
오오 꿈에서 화장실 가는 분 또 나오셨네요 ㅎㅎㅎ 괜히 반갑고 막 ㅋㅋ
제2의 가부장제의 창조라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아 기사가 모바일에서는 안 열리는군요? 기사 내용이 자세하진 않은데, 이슬람 율법에 따라 형을 집행한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끔찍하죠 ㅜㅜ 돌팔매 사건이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오는 듯 하더라구요.
책나무님 남편과 아들을 엄히 교육하고 계시군요 ㅎㅎㅎ 말씀하신 교육 내용을 제 아들에게도 가르쳐야겠어요^^ 특히 중요한 건 남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해야한다고 억울해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의 불편함보다 상대의 공포를 걱정하라고..
앞으로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공쟝쟝 2022-07-07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좋네요. 진짜. 독서괭님 이 텐션 유지하면서 우리 쭉 갑시다 ㅋㅋㅋㅋ 좀 덜읽고 더 많이 쓸 시간 확보하세요!!!
제 깜냥에 괭님은 이미 충분히 읽으신 분인 듯 ㅋㅋ

독서괭 2022-07-07 17:19   좋아요 1 | URL
으아 요 며칠 체력이 바닥을 쳐서 너무 힘드네요 ㅜㅜ
읽는 건 목표치(월5권)만 달성하고 기록 남기는 데 좀더 신경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쟝쟝님은 소설을 안 읽어서 그렇지- 아니 근데 제가 쟝쟝님 읽은책 중에 소설 뭐 있나 쭉 한번 봤는데 생각보다 많던데요?!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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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가 얼마나 우리 가까이에 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읽은 책들 중 이 책과 <페이드 포>처럼 성매매를 직접 다룬 책들 말고도, 소설 속에 성매매는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파친코>에는 성매매 여성이 두 명 등장한다. 한명은 고한수와 룸살롱에서 만난 여성인데, 고한수는 장례식장에 따라와 귀찮게 굴었다는 이유로 그 여성을 마구 때린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여자는 더는 룸살롱에서 일하지 못하고 터키탕에 가게 될 것이고, 거기서는 5년 정도나 버티는 게 고작일 거라고. 이 부분에서 노아가 고한수를 잘라낸 것이 잘한 일이라고 진심 생각했는데... 노아야.. ㅠㅠ 다른 한명은 솔로몬(선자의 아들인 모자수의 아들)이 10대에 사귀었던 '하나'다. 하나는 아주 예쁘게 생긴 소녀인데, 어디에도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결국 성매매에 발을 들이게 된다.

<토지> 3권에서는 칠성이가 사형당한 후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임이네가 거지꼴이 되어 세 아이를 데리고 돌아온다. 임이네는 밥 한 그릇을 얻기 위해 백정에게도 치마를 걷어 올리며, 악착같이 버텨왔다. 숱하게 칭얼대던 아이들은 절대로 울지 않고 불평하지 않게 되었다. 이 부분을 들으며 눈물이 울컥 나왔다. 한 순간이구나. 이 구덩이로 떨어지는 건. 

이 와중에 <나는 고백한다> 1권에서도 갑자기 아드리아의 아버지가 인신매매 성매매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등장한다. 아직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놈의 성매매, 최근 읽은 소설들에 다 나오네?? ​

살면서 어려움, 특히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이들은 범죄에 손을 대게 된다. 폭력집단에 들어가기도 하고, 보이스피싱 조직같은 사기집단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여성들은 성매매를 시작한다. 그건 우리 주변에 어떤 선택지처럼 열려 있는 구덩이 같은 게 아닐까? 평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나만 안 빠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피해다니지만, 곤경에 처한 순간 그것은 마지막 선택지처럼 손짓한다. 
하지만 성매매는 타인을 상처입히는 대신 자기 자신을 상처입힌다. 그래서 폭력집단이나 사기집단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 동기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건 똑같을지라도. 특히 어린/젊은 여성에게, 취업을 할 아무런 기반도 없고 집에서는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내 몸 하나로 살아가기 충분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은 얼마나 유혹적일까.  


누군가 나 같은 여성들을 전력으로 비난할때, 조용히 혼자 생각한다. 당신도 나였을 수 있고, 나도 당신이었을 수 있어, 세상은 아직 약쟁이로 변하지 않은 중독자들로 가득하지 않아? 라고. - <페이드 포>, 67쪽

<페이드 포>의 저자 레이첼 모랜은 10대에 집을 나와 쉼터-노숙생활을 거쳐 성매매로 유입된 케이스다. 집에 있을 수 없으면 쉼터에 계속 있으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곳은 장기간 거주를 위한 숙소가 아니고 어디에나 권력을 휘둘러 근거없는 규율을 강요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자유를 갈망하던 저자는 노숙을 택한다. 그러나 노숙이 어디 쉬울까? 저자는 "마음속에서 빈궁을 자유로 탈바꿈했지만 그 꾀가 오래가지 않았다. (...) 나의 자율성은 취약했고, 내 자신은 더욱 취약했기에 그땐 자유가 빈궁으로 탈바꿈했다고 느껴졌다."(91쪽)고 표현한다. 이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저자의 눈에 거리의 성매매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걸할 정도로 충분히 강할지도 몰라. 잠자리가 소파일지 벤치일지도 모르는 이 방황에 끝을 낼 수 있어. 빌어먹을 음식이나 담배를 끊임없이 열망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도둑질을 하지 않아도 될 거야. 이걸 할 수 있을 만큼 강하기만 하다면 다 끝낼 수 있어.‘ 그런 방식으로 성매매를 용기의 문제로 변형시켰고 그 후로 돌이킬 가망이 없어졌다. - <페이드 포>, 93쪽

이렇게 성매매 유입이 '용기의 문제', 즉 단 한번의 용기로 빈곤과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으로 여겨지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일단 그 세계에 유입되고 나면 그 속에서 일종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고 느낀다. 

 16세 이래 10년 이상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 경험을 그는 ‘자유‘라는 단어로 요약한다. 이때 ‘자유‘는 ‘남부럽지 않게‘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기쁘게‘ 돈을 쓴 것으로 증명된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이때의 ‘자유‘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할 수단을 갖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유‘를 경험할 수 있었던 업소 생활은 곧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친구에게 사주고 싶은 것을 모두 살 수 있었던 시기다. 비록 10년 넘는 업소 생활 동안 돈은 한 푼도 모으지 못했지만, 최소한 지출은 마음껏 해보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레이디 크레딧>, 359쪽

이들이 이처럼 ‘자유‘를 추구하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는 성매매 산업 안에서 구속적 인물과 장치들이 보이지 않게 변화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간 포주와의 대면적 관계에서 발생해 포주에 의해 조절되던 부채 관계는 새로운 금융 기법과 다양한 대출상품의 등장으로 비대면적 비인격적인 형태의 부채 관계로 전환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은 인격적 예속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재무 상태를 관리하는 주체로 거듭났다고 스스로 정체화하게 된다. - 361쪽

해마다 터무니없는 비율로 인상되어 지금에 이른 대학 등록금은 2013년 한 해 56만 명의 대학생 채무자를 만들어냈으며, 그 결과 여자 대학생의 경우 거대한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는 현재의 성매매 산업에 주요한 인입 집단이 되었다. 이전 시대와 같은 방식의 ‘마이킹‘이나 ‘선불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빚이 있는 젊은 여성‘인 이들이 업소의 타깃 집단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동시에 이 여성들, 자신의 대학 공부를 위한 비용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의 ‘몸 가치가 가장 높은 시기에 강남 유흥 업소에 진입해 스스로 ‘기회‘를 만든 이들을 누구보다 ‘합리적인 계산을 하는 이 시대 ‘젊은 여성 채무자‘의 도덕적 형상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280, 281쪽


성매매에 대해 생각할 때 고민이 되는 지점들이 있었다.

1. 포주에 의해 업소에 얽매여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전형적인(?) 모습의 성매매가 아닌, 언뜻 자발적 또는 자의적으로 보이는 ​개개인의 성매매(조건만남 등)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자는 당연히 피해자로 구성되어야 할 것 같은데, 후자는? 자발성/자의성을 근거로 "그게 왜 나쁘냐"며 옹호하는 입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 성매매 여성들의 씀씀이가 크다면서 '여성들이 사치를 위해 성매매를 한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 씀씀이가 크다는 것이 사실임을 전제할 때 - 어떻게 반론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폭력으로 잡아두는 포주가 없어도- 왜 성매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이 책이 내게 어느 정도 답을 준 것 같다.

1.  애초에 내가 성매매에 관해 도덕적 입장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고민임을 깨달았다. 이 책에 따르면 성매매를 바라보는 여성주의적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성매매를 '노동'으로 정의하면서 자발적 노동 의지를 강조하는 입장과 성매매를 '폭력'으로 정의하면서 '성매매피해 여성'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강제요인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26쪽).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반복하여 강조한다. 기존의 단순한 전제로 성매매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도덕적이거나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돈이 굴러가는 경제의 흐름 속에서 성매매가 변화해 가는 모습을 포착해야 한다고 말이다.

도덕의 회복을 통해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기존의 여성주의 전략을 문제 삼는 이유는 이들을 고루한 도덕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여성주의가 개인의 도덕적 조정에 몰두하는 것은 오히려 여성들의 몸과 노동을 자본축적의 주요한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공모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 <레이디 크레딧>, 49쪽

그러나 반성매매 운동이 사회복지 실천으로 한정되는 상황은 비판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성매매피해의 증거로 박제되어 잔여적 사회복지의 대상자로 단정되는 순간, 우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가 만들어지는 그 경험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매매 문제는 여성 문제가 아니라 다시금 개인의 문제가 된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졌던 전제들을 다시금 질문해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실은 이미 알려진 지식 체계에 의해 구성되기 때문이다(조순경, 2000 182). 또한 경험은 이미 해석인 동시에 해석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경합적이며, 그러므로 언제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Scott, 1991). - 75쪽

검찰은 불순 세력의 축출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재)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성매매 업주는 금융권에여성들의 선불금 서류를 안전 보장의 장치로 제출하고 대출을 받아 업소를 운영하고, 이 사회는 그것을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경제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까? - 153, 154쪽


2. 이건 내가 성매매를 둘러싼 경제의 흐름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독립하기 위해 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등등의 이유로 돈이 필요한 여성들은 은행의 '아가씨대출'을 통해 급전을 얻는다. 여성의 몸을 담보로 한 이 대출은 성매매라는 수익 창출의 수단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신용을 여성에게 부여한다. 

내가 ‘돈을 중심으로 업소 경험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하면 여성들은 돈을 빌리고, 상환이 밀리고, 재대출을 하고, 고소당하고, 돈을 탕진하고, 이사 다니고, 각종 사기를 당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러한 과정 동안 여성들은 성매매 산업 구성원과 다양한 종류의 ‘부채 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처지에 놓인다. 부채의 종류를 막론하고 유일하게 수익을 만들어낼수 있는 물적 담보는 이들 여성의 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매매내부채 문제의 중심에 있는 고리대금은 채무자 여성들을 매춘여성으로 고정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 <레이디 크레딧>, 116쪽


처음에는 누구나 빨리 빚을 청산하고 이 생활도 청산할 계획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나름대로 계산한 부채와 지출과 비용은 언제나 현실에서 더 크다. 고객에게 '초이스'를 받기 위해 성형수술비, 꾸밈비, 옷대여비 등이 경쟁적으로 지출된다. 한번 커진 지출 규모를 줄이기는 어렵다. 열심히 하다가 몸이 축나서 결근하면 결근비 명목의 빚이 얹어진다. 업소나 사채업자나 대출은행이 여성이라는 담보물을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건으로 여겨 계산에 넣듯이,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그렇게 단순 계산한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고, 이 게임에서 여성은 지게 되어 있다.

여성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가장 많은 손님을 만나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강박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몸의 물리적 한계로 이러한 계획은 언제나 좌절된다. 자신을 중심으로 빠르게 순환하는 돈의 회로에서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여성들은 부채상환의 도덕률이나 채권자에 의한 채무 상환의 압박 때문에 또다시 부채를 끌어오게 된다. 때로는 업소나 사채업자가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결근비‘를 메우도록 하거나 이자를 채근하므로, 여성들은 ‘몸 노동‘의 유한성에 직면하는 동시에 오히려 더욱 일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 P347


<페이드포>에서는 여성이 성매매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를 정서적,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여준다.


이런 삶의 방식에 빠져있는 여성들이 느끼는 ‘타자성‘은 너무도 강해서 사회구성원들과 자신을 전혀 다르게 여기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나 실행 가능성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 <페이드 포>, 33쪽

점점 더 분리되고 홀로 고립돼 더욱 우울해진다. 일반 대중들로부터 갈수록멀어지고 급락은 계속된다. 계속, 계속, 그리고 계속.
위와 같은 모든 요소들이 결합돼 성매매라는 하위문화를 만들어내고, 성매매 여성들은 이 문화에 전적으로 속하며, 성매매라는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이 ‘거래‘라는 말보다 훨씬 더, ‘직업‘이라는 말보다는 확실히 더 적합한 단어다. - 35쪽


구덩이는 분명히 거기 있다.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게 점점 커지고, 깊어지고, 많아지도록 방치하거나 외면하거나 공조한 책임이, 나에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특별히 도덕적이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잘나서도 아니고, 그냥 운이 좋아서 아직까지 그 구덩이 근처에도 가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합법을 끼고 돌아가고 있는 이 성매매 금융시장, 그 더러운 속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성매매여성 중 행복한 여성은 한 명도 보지 못했고 그 후로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내 경험상 ‘행복한 창녀‘란 없다. - <페이드 포>, 108,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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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6-13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려있는 구덩이란 말 정말 적절한 비유네요 독서괭님 ㅠㅠ

독서괭 2022-06-13 17:4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계속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이킬 수 있는>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다락방 2022-06-13 17: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님의 리뷰를 읽노라니 독서괭 님이 이 독서를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진행하셨을 거라는 느낌이 오네요. 레이첼 모랜의 책은 같이 읽기에 더할나위 없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 책 독자적으로도 좋지만요.

결코 읽기 쉬운 책이 아닌데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독서괭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2-06-13 17:41   좋아요 2 | URL
정말 무거운 책이었습니다. 비교적 쉬울 거라 예상하며 시작했지만 ㅎㅎ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더라구요. 레이챌 모랜 책 너무 좋은데 이 쪽은 읽기가 더 힘드네요ㅠㅠ 그래도 조금씩이지만 끝까지 가보렵니다.
저야말로 이렇게 좋은 책을 함께 읽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려요 다락방님!!^^

거리의화가 2022-06-13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4년제 대학을 갔더라면 얼마나 더 오래 이를 갚기 위해 뼈를 갈며 생활했을까 생각해봤어요. 이 책 읽는 내내 과거가 떠올라 어떤 감정으로도 표현이 안되더군요. 자본주의, 돈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금융, 시스템의 연계. 결코 단순하게 말할 수 없고, 선택할 수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서괭 2022-06-13 17:44   좋아요 2 | URL
학자금 대출채권도 팔린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어요 ㅠㅠ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참..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벌 만한 수단이 대학생에게 딱히 있을 리 없고, 단기간에 벌어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성매매라는 결론이 나버린다니,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ㅠㅠ 이 세계가 복잡계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참 어렵네요,, 화가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6-14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다가 말고 그랬던 것 같아요. 나의 많은 경험들 그 끝에, 아니 어쩌면 정 중앙에 성매매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성매매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으면 페미니즘을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레이디 크레딧은 처음 읽기 좋은 책인 듯 합니다.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착취를 담보로 굴러가는 이 더러운 시장을 더 똑똑히 들여다 보는 용기 내는 독서, 함께 이어가도록 하자구요!

독서괭 2022-06-14 17: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성매매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지 몰랐어요. 이 책을 더 많은 분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성매매를 윤리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금융의 측면으로 바라보려고 많이 애쓰셨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거리유지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용기 내는 독서~ 좋네요! 함께 힘내 보아요 ^^
 
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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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가 돌아가는 방식에 관해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이 책을 읽으니 이해되었다. 금융, 자본, 이것들이 정말 괴물같은 것이구나. 수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미래를 저당잡히고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이, 남일로 여겨지지 않아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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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6-11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부채는 자산이라고 배웠사온데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13 11: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부채가 자산이라고 결코 생각할 수가 없는 인간 여기 있사옵니다 ㅋㅋ

공쟝쟝 2022-06-14 17:09   좋아요 1 | URL
회계원리 배울 때 1번이 부채는 자산이라고 했단 말이죠? ㅋㅋ
근데 이 담보의 담보의 담보가 여성의 몸일 줄이야ㅋㅋㅋㅋㅋ 에휴.. 거기서 다 나오는 것일 줄이야... 어휴...

독서괭 2022-06-14 17:3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아니 근데 쟝쟝님 회계원리는 언제 배웠어요?

공쟝쟝 2022-06-14 17:39   좋아요 1 | URL
저 경영학 전공이고 현재 사장입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6-14 17:44   좋아요 1 | URL
경영학 전공이셨군요?! 어쩐지 주식 책 같은 것도 잘 읽으시더라.. 전 경영/경제 1도 몰라서 ㅠㅠ
공사장님(??), 새우깡 챙겨가며 운영하셔야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