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엔 같이 밥먹어줄 사람 찾기가 어렵다. 아무리 야근 많은 회사라지만 금요일까지 야근하는 건 너무 우울하잖아. 갑작스런 업무 요청이 많은 광고실과는 달리 우리 실 사람들은 듀데이트가 정해진 업무를 많이 하는 편이라 금요일에 야근하지 않고 업무를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평일에 조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나도 금요일엔 거의 야근을 하지 않는다. 밖으로 떠돌지. 그런데 오늘은 일도 애매한 시간에 끝났고, 약속을 잡을 수도 없었다. 집에서 좀 할 게 있어 너무 늦게 들어올 수가 없었거든. 일이 끝난 시간은 7시 반 정도.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 너무 늦을 것 같고, 여기서 먹자니 혼자 먹기 좀 싫고, 샌드위치를 사먹으면 딱인데, 하필 점심 메뉴가 샌드위치였네.

그냥 집에 가야겠다, 라며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려는데 못보던 떡볶이가게가 생겼다. 갑자기 침이 스읍~ 고인다. 헤헤헤 떡볶이 먹고 가야지. "아저씨 떡볶이 1인분에 얼마에요" "2천원입니다" "그럼 떡볶이 반만 주시고, 오징어튀김 반 주셔서 2천원 어치 주시면 안되요?" 이걸 거절하는 주인은 거의 없다. 떡볶이도 먹고 튀김도 먹고싶은데 어쩌라고 ㅠ_ㅜ 떡볶이라는 것이 먹기 전에는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도 먹다보면 또 달달한 맛에 은근 질려서 그렇게 2천원어치를 시켜도 다 못먹는 경우가 태반이다. 역시 이 아저씨도 주신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볶이 그리고 오징어튀김. 어라 근데 이 오징어 튀김을 '그냥 준다......' 아저씨 가위는 없나요? 라는 나의 물음에 매우 곤란해 하는 아저씨 아래 쪽으로 몸을 숙이고 한참이나 가위를 찾는다. 이내 민망해진 나는 '그, 그냥 먹을 게요' 라고 이야기한다. 아 가위없이 오징어튀김 먹는거 난감한데, 나보다 아저씨가 더 난감한 것 같았다.

사실 아저씨는 날 모르지만 난 아저씨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떡볶이를 달라고 말하는 순간. 아, 여기서 신발 팔던 아저씨구나. 노점에 예쁜 구두가 가끔 날 유혹할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서서 신발들을 구경하곤 했는데 언젠가 플랫슈즈가 너무 신고 싶던 날, 그 아저씨 노점에서 한참이나 골랐던 기억이 있다. 굉장히 친절하게 잘 찾아주셨는데, 내가 맘에 들어한 신발은 사이즈가 없어서 결국 그냥 왔던 기억.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졌었다. 사실 아저씨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그러니까, 내 눈에는 감우성, 남들 눈에는 김용만?) 로 생겨서 더 그랬는지도 몰라 ㅋㅋ

왠지 결혼한 지 5년쯤 되서 3살짜리 딸이 있을 것만 같은 아저씨. 안그래도 한참동안 그 자리가 비어 있어 지나면서 그만 두셨나, 생각했는데 업종을 바꾸셔서 짜잔, 하고 나타났나보다. 오늘이 첫날인가보다. 집게질이 서툴다. 그동안 떡볶이 만드는 걸 연습하셨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 떡볶이는 고추장 맛이 강해 매운 밀가루 떡볶이였다. 사실 처음에 좀 실망을 했는데, 아 이 중독성. 먹을수록 맛있다. 질퍽한 떡볶이 국물이 묻은 오징어 튀김을 먹는다. 오징어가 잘 안끊어져 처음엔 밀가루만 먹고, 다음엔 오징어만 먹고.

이러던 중 옆에 또 손님이 왔다. 떡볶이 2천원 어치, 튀김 2천원 어치를 먹는다. 나는 순간 불안해졌다. 아, 아저씨는 가위가 없는데, 손님은 두명이다. 떡볶이를 뜨고, 튀김을 다시 튀기는 아저씨를 보는 내가 더 불안하다. 떡볶이를 맛있게 먹는 손님들은 튀김이 나오자 당황한다. 어, 라고 하는 순간 나의 긴장은 한층 고조된다. 순간 아저씨가 말한다. "죄송합니다. 가위가 없어요" 다행히 손님들은 이해한다. 다행히 한 명은 튀김보다 떡볶이를 더 좋아했고, 한명은 떡볶이보다 튀김을 더 좋아했다. 그래도 그 둘이 튀김을 불편하게 먹을 때마다, 난 나의 불편함보다 그게 더 신경이 쓰인다. 저 아저씨는 얼마나 더했을까.

둘이 떡볶이를 거의 다 먹자, 아저씨가 접시를 달라고 하더니 다시 한가득 떡볶이를 주신다. 서비스에요. 둘은 입이 좋아서 입이 함지박만해진다. 괜히 나도 안심이 된다. 아저씨, 저런 수완도 있구나. 그리고 아직 떡볶이를 먹는 내게 묻는다. 더 드릴까요? 나도 그 서비스를 받고 싶지만 더 먹으면 남길 것 같아서 괜찮다고 말한다. 옆 손님 둘의 친구 두 명이 또 온다. 뭐야, 니들끼리 떡볶이 먼저 먹는거야? 응, 먹어봐 맛있어. 우리는 오뎅 먹을래, 나는 떡볶이. 어, 너네 근데 왜 튀김을 다 베어먹어놨냐? 응 내가 좀 그랬어 ㅋㅋ 아가씨 마음도 착하다. 가위 탓은 하지 않는다. 왁자지껄한 사이, 떡볶이가 또 다 떨어지고, 아저씨는 접시를 가져가 다시 한가득 담아준다. 가위 탓을 하지 않았던 게 고마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우와, 무한 리필 떡볶이에요, 라며 아가씨들은 좋아하고, 덩달아 나도 같이 미소짓는다. 맛있게 떡볶이를 먹어주는 모습에 아저씨도 기쁜 듯 보인다. 아저씨가 표현하는 미안한 마음이 모두의 기쁨으로 변신뿅하는 순간. 나도 웬일로 이 떡볶이는 질리지 않는다. 당장 먹기에는 달달한 떡볶이가 맛있지만 두세개 먹다 보면 질려서 끝까지 먹어본 적은 없는데, 이 매콤한 고추장맛 떡볶이는 자꾸만 젓가락을 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한접시를 깨끗이 싹 비웠다. 옆손님들은 계속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떡볶이를 먹고, 사람많은 금요일 거리의 이 떡볶이 가게에는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나는 기분좋게 이천원을 내고 지하철 역을 향해 갔다. 아저씨, 신발보다 떡볶이가 훨씬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내일은 꼭 가위 챙기세요! 가위가 없으면 떡을 듬뿍 챙기셔야겠어요, 그리고 오뎅 국물 맛있게 배우는 법은 꼭 부인에게 전수 받아 오세요! 라고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음으로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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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2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쓰읍. 빠알간 매운 떡볶이 먹고 싶잖아요. -_- 오징어 튀김도 대따 좋아하는데. 자꾸만 상상돼.

웽스북스 2007-12-21 22:27   좋아요 0 | URL
오징어튀김은 자고로 생오징어에 밀가루 얇게 발라서 바삭 바삭하게 튀겨야죠, 흐흐흐 또 상상되죠? ^^

춤추는인생. 2007-12-2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훈훈해요^^ 전 떡볶이는 입맛에 잘 안맞아 밖에서 잘 사먹지 못하고 집에서 해먹는 편이지만. 이런 아저씨의 떡볶이라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어드릴수 있을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맵고 짜야해요 춤인생의 떡볶이란.ㅎㅎ

웽스북스 2007-12-21 22:31   좋아요 0 | URL
아 춤인생님, 떡볶이 전 제가 하면 맛없어서 못먹어요 ㅠ_ㅠ 춤인생님이 떡볶이 만드는 법 가르쳐주시면 저도 맵고 짠 떡볶이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은데요 흐흐흣 (레시피를 공개하라!)

이매지 2007-12-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새 떡볶이에 묻힌 김말이 튀김이 너무 먹고 싶어요 -_ㅠ 아흑- 떡볶이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그 묻힌 튀김은 맛있는 ㅎㅎ

웽스북스 2007-12-21 22:59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강남역 놀러와요 (아 너무 먼가?) 이매지님한테 김말이 10개 사주고 싶은 급충동이 들었어요 ㅎㅎㅎ 그치만 난 오징어 ㅋㅋ

이매지 2007-12-21 23:14   좋아요 0 | URL
저 그러고보니 강남역에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뭐 회사가 우글거리는 동네라 갈 일이 없기도 했지만 ㅎ

웽스북스 2007-12-21 23:32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사람만 많고 별거 없는 동네랍니다 아쥬 그냥 맨날 맨날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동네 ㅋㅋㅋ 나 동생들 만나서 맛있는 거 사주고 이런거 좋아해요 흐흐흐 (시간나면 꼭 연락해요 ^^)

깐따삐야 2007-12-2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빼놓고 이렇게 맛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뉘!
웬디양님이랑 떡볶이랑 튀김 앞에다 놓고 마구마구 수다 떨면 완죤 잼나겠어욤.^^

웽스북스 2007-12-21 23:34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우리 어여쁜 깐따삐야님은 어디살아요? 막 부산, 대구, 이렇게 멀리 사는 거 아니죠? ㅋㅋㅋ

깐따삐야 2007-12-21 23:36   좋아요 0 | URL
서울이 아니라서 일단 아쉽네요. 진짜 막 속상할라 그래. 그래도 "어여쁜"이란 말에 눈이 반짝.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쩌지 못한다는.-_-

웽스북스 2007-12-21 23:46   좋아요 0 | URL
흑흑 나도 서울은 아닌데, 그냥 수도권 정도 ㅜ_ㅜ
KTX가 다니나요 지하철이 다니나요 ㅠ-ㅠ

깐따삐야 2007-12-21 23:5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머 사랑엔 국경도 없다는데 그까잇꺼 머 거리 쯤이야. 난 원거리 연애도 가능해욤.ㅋㅋㅋㅋ
난 충청도 츠자인데 언젠간 웬디양님이랑도 반갑게 상봉할 날이 있겠죠? :)

웽스북스 2007-12-21 23:59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충청도 츠자였구나, 좋아요 좋아요 ^^
멀지 않은 날, 반갑게 상봉할 그날을 기다려요 흐흐흐~
나는 대전은 많이 가봤는데 대전에서 내려본 적은 없어요 (기차타고 대전역만 지나가봤다는 거? ㅋㅋㅋ) 충청도는 가깝지만 참 멀게 느껴지는 곳 ^^ 깐따삐야님 덕에 한결 충청도가 정겨워졌어요 ㅋㅋ

2007-12-22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2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2-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볶이 이야기 신나게 읽었는데, 충청도 츠자란 댓글에 헉~~ 나도 나도 충청도!! ^^

웽스북스 2007-12-22 00:53   좋아요 0 | URL
광주와 충청도, 제겐 둘다 낯선 동네 ^^

깐따삐야 2007-12-22 01: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가워요. 고향이 충청도시군요! 역시 충청도 츠자들이 쫌 착해.ㅋ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3 01:5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어머니 저를 왜 충청도에서 낳지 않으신 건가요 ㅠ-ㅠ

Mephistopheles 2007-12-2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몇 줄을 읽으면서 으이구 연애 하세요 웬디양님..이랬다가 자연스럽게 떡볶기를 향한 식탐으로 앞의 말은 그냥 넘어가버렸습니다.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2 00:54   좋아요 0 | URL
헤헤헤헤 떡볶이 사주세요 메피님

깐따삐야 2007-12-22 01:07   좋아요 0 | URL
헤헤헤헤 저도 사주세요 메피님^^

Mephistopheles 2007-12-22 02:26   좋아요 0 | URL
애인들 만들어서 같이 오시면 떡볶기가 뭡니까 순대 오뎅이 뭡니까. 제가 떡 벌어지게 한 턱 낼께요..오호호호

푸하 2007-12-22 02:52   좋아요 0 | URL
메피님 저도 사주시면 감사히 먹을께요.^^;

웽스북스 2007-12-22 03:23   좋아요 0 | URL
흠. 푸하님과 함께 연기를 해볼까? ㅋㅋㅋㅋ
푸하님 떡볶이를 위해 잠시 영혼을 팔 수 있나요? ㅎㅎ

푸하 2007-12-22 03:39   좋아요 0 | URL
아니 연기를 하려면 시나리오를 감추셔야죠... 인제 얻어먹을 길이 막연해짐. 책임지셔요^^

무스탕 2007-12-22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애인 만들어서 델꼬가면 머 사주세요? +_+

웽스북스 2007-12-23 02:00   좋아요 0 | URL
제 사진은 보셨을테니, 이 분은 푸하님이 아닙니다,라고 하고 가면 되지요 (라고 하는 순간, 떡볶이 먹는 길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인가 ㅋㅋㅋ) 그리고 무스탕님, 흠, 그건, 쫌 ㅋㅋ +_+

다락방 2007-12-23 14:32   좋아요 0 | URL
저도 떡볶이 사주세요 메피스토님. ㅎㅎ

라주미힌 2007-12-22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떡볶이 먹고 왔는뎅... 순대볶음이랑... 둘 다 맛이 ㅡ..ㅡ;
냉동실에서 막 꺼내서 데운 듯 했음..
으흐. 그래도 다 먹었지요... 맛보다는 겨울의 흥취라고나 할까..

웽스북스 2007-12-22 03:23   좋아요 0 | URL
흐흐흐 또 이런날 길에서 떡볶이 한번 먹어주는, 그러면서
오뎅국물 호호 불며 먹어주는 맛이 있어야지요 ^^

푸하 2007-12-22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밌게 쓰다니...
속에 이야기가 많은 츠자군요.^^;
저도 떡볶이 일인분을 딱 갈라 튀김과 섞어 먹어요.

웽스북스 2007-12-22 03:24   좋아요 0 | URL
이런걸 재밌게 보다니...
속에 떡볶이가 많은 총각이군요
떡볶이 취향도 비슷하고 ㅋㅋ

Mephistopheles 2007-12-22 09:40   좋아요 0 | URL
와 불붙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3=3=3=3

웽스북스 2007-12-23 02:01   좋아요 0 | URL
매운떡볶이를 먹으면 입에 불이붙지요 ㅋㅋ

무스탕 2007-12-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아파트 단지는 금요일에 장이 서요. 어제 애들에게 순대를 먹이자! 결심을 하고 순대를 주문하는데 옆에서 지글지글 끓고 있는 가래떡 뚝뚝 끊은 떡볶이가 저를 유혹하더군요. 지금 입병이 나서 매운것에 쥐약인데 어찌까.. 하다 그냥 왔지요 -_-;;
웬디양님 페이퍼 보니 어제 놓친 떡볶이가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다음주엔 꼭 사먹어야지!!

웽스북스 2007-12-23 02:02   좋아요 0 | URL
가래떡 떡볶이, 표면적이 넓어 떡볶이 국물이 맛있게 스읍 스며들죠. 입병이 원망스러웠게겠네요 ㅠㅠ 다음주엔 꼭 사드세요 입병 꼭 나으시고요 ^^

마노아 2007-12-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집 아래 층 방앗간에서 떡볶이를 파는데 2천원 어치는 너무 많고 게다가 지나치게 매워서 다 못 먹거든요. 그래서 어린이들 애용하는 '컵떡볶이' 500냥짜리를 애용하기로 했어요. 근데 민망해서 아무도 없을 때만 두 번 시켜봤어요. 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3 02:02   좋아요 0 | URL
아 우리동네도 그런거 있음 좋겠네요 ㅋㅋ

2007-12-23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4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2-2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훈훈한 모습...보기 좋아요. ^ㅡ^

웽스북스 2007-12-25 01:32   좋아요 0 | URL
엘신님도, 주말에 훈훈한 일 하고 오셨잖아요 ^-^
 



1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그 때는 꼭 크리스마스 캐롤 테이프같은 게 하나씩 구비가 돼 있어야 했었나보다. 오히려 지금은 캐롤을 살 일이 없는데 그 때는 집집마다 캐롤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우리 집에는 만화 주제곡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기를 얻던 똑순이 캐롤집이 있었다. 똑순이 김민희가 부른 캐롤이 있는 음반이었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앙칼지고 또랑또랑하던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언젠가 아빠가 우리집에 새바람을 불고 온 캐롤 음반을 사왔으니, 그건 영구 캐롤이었다. 심형래가 영구 없다 버전으로 부르는, 그 유명한 '달릴까, 말까'가 담겨 있던 음반. 나는 동생과 그 테이프를 돌려놓고 깔깔깔깔대며 테이프가 끝날 때까지 웃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웃긴 버전의 노래는 두곡 정도였다는 거다. 달릴까, 말까, 이 곡이랑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 '정말 오시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아 그게 어찌나 웃겼는지 한번 터진 웃음보는 심형래가 느끼진지버전으로 심각하게 고요한밤 거룩한밤 같은 캐롤들을 부를 때까지 이어졌다. 생각해보면 웃음이 웃음을 부른 거였지.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나와 동생. 내 웃음이 동생이 웃음을 부르고, 동생의 웃음이 내 웃음을 부르던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웃고 싶을 때 그 음반을 틀었지만, 그날만큼 웃긴 적도, 웃은 적도 없었다.

2

가끔 옛날에 이 노래를 좋아했어,라고 말하는 건 옛날에 좋아했던 부끄러운 책 제목을 말하게 되는 일만큼 화끈거리기도 한다. G언니가 이문열을 가리켜, 부인하고만 싶은 첫사랑,이라 표현했던 마음과 비슷할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저걸 좋아했던 걸 가능하면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 마음. 실은 예전에 좋아했던 것 중에 또 그런 것들이 많다. 세월이 지나고 흐르니,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래서 꽁꽁 혼자만 알고 있는 것들. 물론 목록은 잘 기억도 안나거니와, 기억난다 해도 노코멘트

3

이것도 언젠가 부끄러워지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마냥 좋은 음반이 있으니 그건 자화상 1집. 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에 함께 살던 우리는 토이와, 이승환과 자화상에 열광했었다. 컴퓨터로 음악 듣는 게 흔치 않던 시절, 음악 듣는 걸 좋아하던 C언니는 매 학기 힘들게 미니 컴포넌트를 택배로 날랐고, 우리는 덕분에 촉촉한 음악들을 매일 들을 수 있었다. 옆방 살던 W는 우리가 토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 방으로 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리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노래를 틀어놓고는 두 소절 듣고 아~ 너무 좋아! 하고는 나갔다. 그럼 우리는 벙- 한 표정으로 그 노래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면 끝나고 얼마 있다가 다시 와서는 어, 바뀌었네, 하면서 다시 틀어놓고 다시 두 소절 듣고 나갔다. 정말 특이한 녀석.

토이도 좋고 이승환도 좋고 자화상도 좋고, 그 때 비슷하게 다 좋아했지만 지금 자화상의 음반이 기억에 남는 건 일단 구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때는 막 갑자기 이 음반이 듣고 싶어져 한곡씩 검색해서 듣기도 했다. 귀할 수록 더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인 것 같다. 

내인생의OST라는 태그를 보자마자 난 이 세가지가 떠올랐다. 음악만 듣고도 미친듯이 웃던 철없는 시절, 그리고 다같이 음악에 돌돌 말리던 시절에 듣던 다시 구할 수 없는 음악이 주는 아련함. 그리고 가끔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사실을 부인하고 싶게 만드는 음악들. 모두 나름 내 인생의 OST가 되어주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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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1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우리집 애들한테 심형래버전 징글벨을 불러줬더니 자지러지던데요. ㅎㅎ

웽스북스 2007-12-21 09:09   좋아요 0 | URL
그게 애들 시절일 땐 기절하게 좋은가봐요
저도 진짜 자지러지게 웃었었거든요
기억력이 나쁜 제가 그날의 기억은 정말 생생하다니까요 ^^
그 이후로는 어떤 코믹 캐롤이 나와도 안웃었었답니다

Mephistopheles 2007-12-2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참...페이퍼의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완벽한 세대차이를 느끼는 중....

웽스북스 2007-12-21 09:09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어떤 캐롤을 듣고 자라셨나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1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달릴까아~ 마알~까아~ 기억난다. 리듬에 맞춰 엄지손가락을 살풋살풋 뒤집어주시는 쎈쓰! ㅋㅋ
2 난 뭐 소풍 가서 '담다디' 부른 적도 있는데. 어릴 때 18번은 '비 내리는 영동교'였구.
3 자화상 '나의 고백' 이 노래 무지 좋아했었음! 나원주는 '별이 빛나는 밤에' 고정 게스트로도 나왔었는데. 정말 모락모락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뻬빠에욤. 나 오늘 또 못 자게 생겼군.-_-

웽스북스 2007-12-21 09:12   좋아요 0 | URL
1. 흐흐흐 역시 깐따삐야님도 그세대였지. 아, 우리 동갑이지 ㅋㅋ
2. 우리반 애들은 막 룰라춤 투투춤 이런 거 추고 그랬어요 (나는 몸치)
3. 내가 바로 여기 연결하고 싶던 그 노래가 나의 고백,이에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했어요. 엄한 남의 블로그 연결해놓을 수도 없고. ㅠ_ㅠ 나도 그 때 별밤 들으면서 자랐었지요- ㅎㅎ 나 그 때 막 별밤에 퀴즈풀러 나가고 그랬었는데, 혹시 인식하지 못하는 새 깐따삐야님 내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몰라요 흐흐흐

깐따삐야 2007-12-21 19:14   좋아요 0 | URL
룰라, 투투. 키득키득. 기억난다. 김건모 춤도 한때 유행이었잖아요.
별밤 퀴즈 코너에 나왔었구나. 나 거의 꼬박꼬박 들었는데. 에펠탑이 미국에 있다고 말했던 여학생이 혹시 웬디양님은 아니겠져? ㅋㅋㅋ

마늘빵 2007-12-21 21:55   좋아요 0 | URL
또또또 둘이 신났어 신났어 (왜 둘이 신난게 못마땅한게냐!! -_- 글쎄다.)

웽스북스 2007-12-21 22:21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 홍홍 왜이래요 이래뵈도 나 우승 했었는데 (우옹~~~) 근데 에펠탑은 그럼, 영국에 있나요? ㅋ 런던에 있는 라인강 옆에? ㅋㅋㅋㅋㅋㅋ 김건모 유행해서 막 애들 김건모 바지, 이상한 할랑할랑한 바지 이런 거 입지 않았나요? 아 또 바지하니까 생각나는 건 소방차바지 ㅋㅋㅋ

아프님 // 글쎄, 왜 못마땅할까요 ㅋㅋㅋㅋㅋ 이런 투기쟁이. 투기는 내 전공인데 말이죠 ^^ (깐따삐야님 내 이름에 별표 두개 달았어요?)

깐따삐야 2007-12-21 23:25   좋아요 0 | URL
허걱! 우승? 대단허요. 그럼 목소리 들으면 기억 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메멘토이므로. 어디 전화번호 불러바 불러바.
소방차 하니깐 또 우리 원관이 오빠 생각나네 그냥. 점프할 때 으찌나 귀여워 주시던지!
별표 달았지요. 원하면 색깔도 바꿔줄 수 있어.ㅋ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1 23:36   좋아요 0 | URL
그때 목소리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라디오가 찢어질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우승은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잡은 격이랄까. 나한테 진사람이 매우 쪽팔려했어요. 내가 중2였으니까 ㅋㅋ 홍록기가 진행하던 시절- 실력은 1%정도였던 것 같아요 ㅋㅋㅋ
그리고 별표로 충분해요 별두개 보고 어찌나 헤벌쭉 됐는지, 스스로 미쳤어 미쳤어 막 이랬다니까요 ㅋㅋ

깐따삐야 2007-12-21 23:40   좋아요 0 | URL
중2 때 우승했음 정말로 대단허요! 별밤 퀴즈 코너는 수준도 상당했는데. 똘똘한 건 알았지만 오훙~ 정말 멋지당~^^
담엔 달도 달아주구 해도 달아줄게욤. 흐흐.(고마해라 고마해-_-)

웽스북스 2007-12-21 23:47   좋아요 0 | URL
나 나가던 날은 문제 수준이 이상했는지 객관식은 오답에 오답을 거듭하다 맞히고, 내가 진짜 알았던 건 두세문제 막 이랬어요 다 찍어서 맞히고 ㅋㅋ 그 때 녹음해놓은 테이프를 잃어버린 게 진짜 다행이라니까요 아님 쪽팔려서 죽어버렸을거야 ㅋㅋ

깐따삐야 2007-12-22 01:10   좋아요 0 | URL
이론이론. 이쁘다 못해 겸손하기까지 해. 어쩜!
잃어버렸다는 건 우째 그짓말 같기도...( ..)

웽스북스 2007-12-22 03:2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거짓말은 또 못하거든요-
정말 잃어버렸어요 ㅠㅠ

순오기 2007-12-2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깐따님 둘이 댓글놀이 하는거 보면 너무 즐거워용! ㅎㅎ
세대를 같이 간다는 건 이래서 좋구나!
나는 캐롤하면 초등6년때 담임선생님이 한글로 적어가며 가르쳐줬던 징글벨~~~
우린 30년만에 선생님 모시고 동창회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답니다.
아~~~~감동!!

웽스북스 2007-12-25 01:3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멋진 장면이네요
겪은 일도 아니면서,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스쳐요
 



1

성격 유형 검사 중 디스크 검사,라는 게 있다. 사내에서 워크샵 때 진행했었는데 난 특이하게도 네가지 유형 중 세가지가 모두 높은 유형이다. 사교형, 안정형, 분석형. 세가지가 모두 높기 때문에 자연히 나머지 한가지는 바닥을 친다. 그게 바로 주도형이다. 나는 주도하거나 리드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서포트하는 것을 좋아하고, 결정된 사항을 잘 따르는 편이다. 이 주도형이 낮은 사람의 안좋은 특징 중 하나가 선택과 결정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분석형이 높아, 뭔가 하나를 선택하거나 결정하기 전까지 엄청 고민하기도 하며, 안정형이 높아 나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 불편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지나치게 배려하는 편이다. 이러니 선택과 결정은 내게 참 어려운 문제. 점심 시간에 밥 먹을 장소 선택하는 것 같은 게 특히나 내게는 어렵다.

2

오랫만에 대학 시절 방순이들을 만났다. 1학년 때 1년간 기숙사에서 같은 방, 앞방, 옆방에서 살던 사람들. 자주 못만나도 오래도록 만날 사람들이다. 우리 중 가장 가방끈이 길고 취업이 늦은 H가 얼마 전 환경분야의 공무원에 합격해 가장 늦게 사회인의 대열에 합류한 것을 축하하고, H에게 밥도 얻어먹고 하는 자리. 장소는 대학로였다

내가 올해 좀 대학로에 자주 갔다. 다양하고 많은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다들 대학로 음식점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으므로 본의아니게 내가 음식점 선택을 하게 됐다.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가게 중 나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가게로 데려가 파스타, 피자, 리조또, 샐러드, 스테이크 등을 시켜 먹는데 음식이 하나 하나 나올 때마다 누구 하나 맛없게 먹을까 불안불안하다. 모두의 표정을 살핀다. 다행히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어, 이거 맛있다- 라고 누군가 얘기했을 때 나는 안심이 된다. 휴 다행이야. 

꽤 나왔을 밥값을 H가 냈으므로, 후식은 내가 사기로 했다. (왜 하필 내가? 그러게) 그 자리에서 계속 먹으려고 메뉴를 받았는데, D언니가 핫초코를 고른다. 어, 핫초코는 저 앞에 맛있는 데가 있는데... 그래서 사람들을 끌고 그 앞에 있는 커피숍으로 간다. 사람이 많아, 오늘따라 서비스가 엉망이다. 메뉴를 받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심지어 음식은 종이컵에 준단다. 사람이 많아 컵이 부족하단다. 씻으려면 한참 걸린다며 ;; 우리 시간 많아 괜찮으니까 머그잔에 달라고 이야기한다. 급 불안해지는 마음. 아, 내가 고른 집인데, 다들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아니나다를까 차가 너무 늦게 나온다. 괜히 내가 미안해. 비굴한 마음에 사과를 연발한다. 차가 나오고 다들 만족스러워한다. 맛있네. 함께 나온 생초콜릿도 반응이 좋다. 휴, 다행이다. 역시 이번에도 이제서야 겨우 안심이 된다. 아, 음식점을 선택하는 일은  역시나 어려워. 작은 선택이었지만 그 대가로 오늘 곳곳에서 나는 책임감 만땅.

3

음식점을 고르는 건 매우 작은 선택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 나라의 국민들은 매우 큰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을 해준, 30% 가량의 국민들 덕에 나는 오늘 비싼 밥과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서도 참담한 심정이었다. 향후 5년간 대통령으로서 그가 펼쳐 나갈 정치적, 경제적인 정책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다른 정치인들도 그깟 부패쯤이야 우리 국민들은 전혀 개의치 않더라, 라는 자유함으로 정치에 임하게 될 것이 뻔해 걱정이다. 환경도, 복지도,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이제 모두 거꾸로 가겠지. 그저 우리 모두의 걱정과 예감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10년 째 만난 이 사람들과 정치 얘기를 하며 광분한 건 처음이다. 우리로 하여금 이런 첫경험을 하게 만든 대단한 대통령 당선자를 지지한 대한민국의 그 30%의 사람들에게 이 큰 선택 뒤에 있을 일들에 대해, 내가 밥집을 고르며 느꼈던 마음만큼의, 선택에 대한 책임 정도라도 느껴달라고 하는 건, 너무 무리한 바람일까. 그들은 밥집에서도 남의 밥그릇을 살피지 않고 제 밥그릇에밖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테니, 이런 바람은 애초에 접는 것이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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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7-12-2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태그에 동감을......ㅡㅜ 물론 이렇게까지 된 데 대해서 할말은 참 많지만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참 저도 핫초코 좋아해요~~, 대학로에서 아는 이탈리아 음식점은 디00오 밖에 없는데 갑자기 거기 피자 생각나요.ㅋㅋ)

웽스북스 2007-12-20 01:59   좋아요 0 | URL
우울한데 언제 핫초코라도?
오늘 갔던 가게에 85% 다크로 만든 핫초코 맛있어요

라주미힌 2007-12-2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 중에서 노무현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 되겠죠. 지난 5년간 힘들었다면 그 책임을 느꼈을만한 시간인데 아무래도 부족했나 봅니다. 앞으로 5년간 더 고생해야죠. 그 이상이 될 것 같지만 ㅡ..ㅡ;

웽스북스 2007-12-20 02:00   좋아요 0 | URL
의외로 이명박이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야망이겠죠? ㅠㅠ
그것보다는 이게 다 꿈일 확률이 더 높겠어요 ;;

Mephistopheles 2007-12-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은 했다지만 막상 결과치로 보고나니 이건 완벽한 배부른 돼지무리들이 마구 생각나더군요. 도덕심, 양심, 다필요없다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배만 부를 수 있다면 그거로 된거다. 이거죠.

웽스북스 2007-12-20 02:0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당장 자기 앞에 있는 직접적인 이익밖에 안보이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대놓고 펴겠다니, 그저 한숨밖에 안나옵니다

다락방 2007-12-20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정말로,
제 주변엔 (그분을 지지한다는 분이)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났을까요? 녜? 대답좀 해봐욧!!

웽스북스 2007-12-20 10:12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우리 너무 바르고 착한 빈곤계층들하고만 어울린거죠
저도 주변에 별로 없었어요

땅팔아야되는 사람, 현대임원출신사장아빠를둔아들, 앞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S대생 정도밖에 없었거든요 -_- ㅋㅋ

2007-12-20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0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0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7-12-21 00:16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고맙습니다 ^^ 앞으로 종종 봬요

깐따삐야 2007-12-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웬디양님 성격 와빵 좋다!
2 맛있으면 장땡이죠. 서비스는 좋은데 맛은 없으면 신나게 우롱당한 기분임.
3 일단 대통령이 되긴 된 것 같으니 잘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노무현한테 평생을 두고 감사해야 할 듯.-_-

웽스북스 2007-12-21 00:17   좋아요 0 | URL
1. 은근 피곤해요 이렇게 사는 것도
2. 네 결국 맛있으니까 용서가 되더라고요
3. 그러게요, 정말 노무현에게 감사해야겠죠-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들다가도, 그래도 공약은 좀 안지켜줬음 좋겠다 싶어요

바람돌이 2007-12-2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합니다. 주변에 이명박 지지하는 인간들 우글 우글 넘쳐나는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집안단속조차도 못했습니다. ㅠ.ㅠ 시댁, 친정 각종 친척 직장, 모두 우글우글....

웽스북스 2007-12-21 00:19   좋아요 0 | URL
아...어쩌겠어요..... 참 쉽지않잖아요 다 각자 나름의 정치적 입장(?)이 있으니 ;;
 



1

아무래도 방문자 수가 고장난 것 같다. 원인을 찾을래도 찾기가 어렵다. 어제 밤에 미친듯 페이퍼 몇개 쓰고 잔거? 그런것 때문에 평소의 3배 가량의 방문자가 찾아올 리는 없다. 메인으로 나간 페이퍼도 제목이 그리 선정적이지 않다. 평소에 200명을 넘은 적도 없는데, 훌쩍 500명을 넘다니. 원인은 두가지 중 하나. 누가 장난쳤거나, 고장났거나.

2

요즘 회사 사람들과 함께 허경영에 매료돼 있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아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며 유일하게 제일 꼼꼼하게 공약집을 살펴본 후보다. 살펴만 봤나. 오타도 찾았다. 오타만 있는가. 문맥도 안맞는다. 문맥만 안맞는가. 시간의 흐름상 전혀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전쟁고아로 태어났다는 그의 출생은 50년 1월, 그러니 전쟁고아로 태어났다는 게 아니라 전쟁 고아로 자랐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이 외에도 말이 되지 않는 오탈자들은 정말 너무 많다. 얘기하다 보면 정말 구구절절한 장문의 페이퍼가 나올 듯. 업무시간이 흘러가버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게 다 허경영 때문이다' 오늘 강남역에 새마을 노래가 울려퍼졌다. 나는 E대리에게 말했다. '허경영님이 오셨어요'

혹시나 내가 그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건가 하여 -_-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누군가 수고스럽게 편집해준 대선토론 허경영 축약본도 봤다. 역시나다. 모든 공약들이 독특하고 색깔이 명확한데, 그 명확하면서도 공존할 수 없는 공약들이 짬뽕이 돼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너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터넷 세대를 겨냥하셨는데 홍보지에도, 온라인 사이트나 카페메인, 게시물 등에도 오탈자가 많은데, 그 중 최고는 이거였다.

'허경영, 라 사랑합니다' (심지어 대문짝만한 폰트였다며)

3

너무 허경영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 같아 오후 시간에 대선 토론 마지막 방송을 귀에 꼽고 일했다. 그러고보니 방송도 못챙겨봤구나. 이명박을 보며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약은 좀 안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강렬해졌으며(말을 하면 할수록 수렁이다), 정동영을 보며, 그가 앵커 출신이었음을 다시한 번 상기했고, 이인제는 역시나 별 특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실은 좀 덜 집중해서 들었고), 이회창은 첫마음 그대로인 듯했다. 결국 처음 생각대로 권영길이나 문국현 중 하나를 찍게 될 것 같은데, 어느 쪽으로 마음이 더 쏠렸는지는 비밀이다. 권영길이 토론하는 걸 보며, 아 내가 지난 선거 때도 저 토론에 매료되서 담번에 꼭 권영길을 찍겠다 다짐하고 노무현을 찍었었지 -_- 그의 마지막 호소가 매우 강렬하다. 권의 매력은 이런 호소력에 있는 듯 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이런, 비밀이래놓고 또 다말하지. 물론 내일 투표장 가기 전까지 변화의 가능성을 아직까지도 안고 있다. 확실한 건 투표는 하겠다는 거.

4

내가 좀 알라딘에 심하게 중독돼 있다고 생각했으나, 오늘 알라딘 대상(?) 암튼 여기 발표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모두 알라딘홀릭이었던 거구나. 하하. 뒤늦게 걸린 발동이긴 하지만,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던걸. 온라인 커뮤니티나 블로그 쪽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온라인 내에서의 문화마케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알라딘은 충분히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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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8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8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2-1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자면 난 연구용 마루타?
전 이번 대선판에서 자신있게 한마디 할 수 있습니다.

"난 뱀이 싫어요!" 라고요.

웽스북스 2007-12-18 22:46   좋아요 0 | URL
메피님도 연구대상 1순위지요 ^^

Hani 2007-12-18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한 번 읊어보라고 하면 허경영의 공약을 가장 정확하게 많이 댈 수 있을것 같아요. 울 회사사람들에게도 큰 웃음을 주신 분이죠ㅋㅋ 저도 낼 투표는 꼭 할 것이지만 아직 고심 중이에요. 한 후보로 마음을 굳혔건만 어제 회사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 살짝 흔들렸다가 아직 확실히 결심하지 못했어요. 후회하지 않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겠죠?

웽스북스 2007-12-18 22:51   좋아요 0 | URL
하니님도 그러시군요- 저도 그래요 심지어 대선 토론에서도 어찌나 일관성 있게 팜플렛에 있던 내용들을 순서대로 얘기하는지 말이죠 ^^ 하니님이 마음을 굳히신 후보는 누구일지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선거 전날이 되버렸으니 일단 그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투표는 할 생각이에요 ^^

마노아 2007-12-1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반기에는 알라딘 중독 아닌 것처럼 굴었는데 여지 없이 등장하는 이름들에 화들짝 놀라곤 했지요. 저녁 먹으면서 어무이를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부동의 표심이더군요. 쿨럭. 그냥 나의 소신이나 지켜야겠어요ㅠ.ㅠ

웽스북스 2007-12-19 00:5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히히 여러번 등장하시던데요 ^^

깐따삐야 2007-12-1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선정적이에요. 내가 제목 보고 얼마나 후다닥 튀어왔는데.ㅋ
2 虛 경영 아닌가.
3 나도 둘 중 하나에요.
4 내년엔 우리도 이름 한 번 올리자우.^^

웽스북스 2007-12-19 09:10   좋아요 0 | URL
1. 음주페이퍼 말구 시사인과 소금꽃나무요 음주페이퍼는 메인으로 안빠져나가게 해놨거든요-
2. 그거 맞는듯 ㅋㅋ 아저씨 2012년 대선 때도 또 나오시려나 (아 그땐 몇살인가....그러고보니 2002년에도 2007년 나이 계산하면서 아찔해했었군)
3. 흐흐 역시 ^^
4. 그럽셰다! 흐흐흐 (우리 분야 하나 같이 파서 나란히 올릴까요? 흐흐흐 ㅋㅋ)

전호인 2007-12-19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허경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초딩인 아이들이 허경영 찍으라고 선거운동(?) 아닌 선거운동을 한다지요.
출산장려금이 탐이 나서라도 한번 생각해 볼까요?
아들 둘에 딸 셋을 낳으라고 하신 아버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련만.
아직 아들 하나, 딸 둘을 더 낳아야 하거든요. ㅋㅋ

웽스북스 2007-12-19 09:11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는 거 맞죠? ^^
허경영이 이토록 회자되는 건 참 복합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딱 초딩이 혹할만한 공약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ㅋㅋ

그나저나 아들하나 딸둘, 아..... 부인께서 너무 힘드시지 않을까요?

바람돌이 2007-12-19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안녕하세요. 인사는 했던가? 하여튼 가물가물해서리...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상가집 가는 길에 연신 따라오는 새마을 노래땜시 시끄러워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가 새마을을 제안했다는 말에 그 때쯤 나이가 얼마쯤 됐었을까 계산하면서 저게 진짤까 가짤까 논란이 있었다죠(뭐 진짜라면 진짜 진짜 아니올시다지만....)ㅎㅎ

웽스북스 2007-12-19 09:13   좋아요 0 | URL
19살 때부터 정책보좌관이었다잖아요 ㅋㅋ
상가집 가는 길 새마을노래라니 참 아이러니하네요
진짜여도 문제도 가짜여도 문제인거죠

어제 방송을 듣는데 정말 박정희스럽긴 하더라고요
노조가 파업하면 최소 무기징역에 처하겠다고 하는데,
설사 진심이라 해도 너무 당당하게 선거방송에서 할 얘기는 아니잖아요
이 사람 진짜 겁없고 무모한 사람이구나 싶던데요

순오기 2007-12-19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빛고을 광주, 대선 벽보판에 기호 2번은 아예 없거나 많이 훼손되었고, 기호4번은 '민주당을 살리자 이인제를 살리자'(아마 이쪽 지역에만 저런 걸 내걸었겠다 생각되지만)라는 현수막으로 엄청 쪽 팔리고...
어제 초딩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은지? ......
"정동영이요!" (앗, 깜딱이야!)
5년전에는 "노무현이요!' 외쳤던 아이들입니다.
여기는 빛고을 광주... ^^

웽스북스 2007-12-19 09:14   좋아요 0 | URL
빛고을 광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기적은 과연 일어날까요?

춤추는인생. 2007-12-1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대선은 정말로 x판이니. 저도 기호 8번 허거성님이나 뽑을까 그런생각마저 들더군요.
진짜로 만약에 허거성이 된다면. 이게다 허경영때문이야 는 노무현정부때보다 더 판칠것 같은 예감이 드는걸요 ?ㅎㅎ

웽스북스 2007-12-20 00:33   좋아요 0 | URL
참 속상한 하루입니다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를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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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마종기'가 가운데로만 안가면 돼,라며 등록한 태그이건만 ㅠㅠ

깐따삐야 2007-12-18 17:48   좋아요 0 | URL
오히려 그래서 다 아리송하고 좋은 걸-

웽스북스 2007-12-18 19:04   좋아요 0 | URL
ㄲㄲ 암튼 정체 불명의 태그정책이에용 ^^

깐따삐야 2007-12-18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거 나한테 주는 시 맞지요? 흐흐.

다락방 2007-12-18 17:59   좋아요 0 | URL
앗, 깐따삐야님.
이거 저한테 주는 시 같은데요. 흣 :)

=3=3=3=3=3

웽스북스 2007-12-18 19:04   좋아요 0 | URL
호호호호 비밀이에요~!

깐따삐야 2007-12-19 00:43   좋아요 0 | URL
다락님, 웁스! 복잡에 복잡을 더해가는 알라딘의 러브라인- 나 그냥 메피님한테 진짜 올인한다아아아? (다들 잠들었는데 나만 졸리지 않았다)

웽스북스 2007-12-19 09:23   좋아요 0 | URL
그래서 메피님과 둘이 불면의 사랑을 해보겠다는 거에요? 흥흥
이미 투기모드 돌입
(아, 어째서 질투라는 말보다 투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걸까)

2007-12-18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18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