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단체회식같은 건 정말 쥐약이다. 너무 싫어. 할 말도 없는데 할 말을 짜내어 생각하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하는 상황 자체가 싫다. 누가 회식을 좋아해? 라고 누군가 물을 때, 하긴....이라고 답하긴 하지만, 아니다. 우리 회사에는 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만 같다. 다들 어찌나 신나보이는지. 나 혼자 그 안에서 홀로 타인처럼 존재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전체 회식은 1년에 한번. 오늘과 같은 전체 송년회 날이다.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함께 있을 장소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사장님도 모든 직원들에게 술 한잔씩을 주는 게 목표였는데, 술을 워낙 못드시기에, 몇번 받아 드시다가 이내 얼굴이 붉어지셨다. 결국 나중에는 한잔씩 그냥 주고 사장님은 거의 받아 드시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 외에 누군가 나갈 때마다 송별회 자리가 있는데, 나는 친하던 사람이 아니면 거의 가지 않는다. 신입 때는 그나마 좀 살아보겠다고 쫓아다니곤 했는데, 이젠 살아보겠다는 의지도 없고, 워낙 사람 많이 모인 회식 때는 내가 즐기지 못함을 알기에, 그냥 편한 쪽을 택하고 만다. 그러고보니 올 해는 송별회를 한번도 안갔나?

우리 테이블은 사람들이 와서 쉬어가는 테이블이 됐다. 결국엔. 워낙 팀원들이 다 술을 못마셔서 강요하고 이런 거 없이 조용히 먹는 분위기. 여기저기서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에 지친 사람들이 오면, 우리는 그저 물 한 잔 조용히 따라주고 ㅋㅋ 물론 여기서도 뭐야, 이테이블, 하면서 술 먹이려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내 재미없어서 가곤 한다. 다들 여기저기 다니며 움직여 가면서 먹는데, 우리 테이블은 다 자리를 보전하고 앉아있다. 이럴 때 팀성격 드러나는 거지-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여전히 난 잘 이해가 안가긴 한다.

다른 사람의 주사를 확인하는 일 역시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지저분한 주사가 있다면 알아서 컨트롤해주면 좋으련만. 술 마시고 옆자리 앉은 여직원을 쓰다듬는 최악의 주사를 보여준 S군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 느끼하고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청바지와 상의 사이로 살짝 드러난 A씨의 맨 살을 쓰다듬어대는 S군을 보며 난 그만 몸서리치고 만다. 옆자리 K군에게 쟤좀 가서 말려. 하지만 말린다고 말려지면 주사가 아니지. 모두가 그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S군 오늘 마이너스 3천 7백만점.  

그래도 올 한 해 생각해보니, 조곤조곤한 회식은 다 좋았다. 조촐히 팀원들 모여서, 술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회식. 친한 사람 서넛, 정도가 모여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사는 얘기, 살 얘기, 나누며 함께하는 회식은 다 좋았다. 지난 달까지 내가 속해있던 팀은 2년간 함께한 언니같은 과장님, 그리고 친구같은 동기와 함께였으니 같이 모여서 뭘 해도 그냥 좋았던 거다. 시간 가는 게 아까울 정도. 나는 그 시간들을 통해, 아! 나도 회식을 좋아할 수 있구나,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깨달음을 얻었다. ㅋㅋ

새 팀은 슬슬 적응이 되고 있다. 일단은 같이 수다떠는 것이 즐겁거든. 하지만 멤버가 9명이나 되다 보니, 뭘 하나 하려고 해도 역시나 쉽지 않다. 그래도 9명 모여 조곤조곤 시간을 가졌더라면 100명 규모의, 100명과 모두 함께하지도 못하면서 100명의 압박을 동시에 받는 이 회식보다는 훨씬 즐거웠겠지. 라고 생각을 하며 얼굴에는 썩소를, 손에는 술잔을, 입에는 우물우물 고기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역시 조곤조곤 좋아하는 우리 팀. 결국 1차 마치고 다들 비틀비틀 2차 장소로 갈 때 몰래 나와 파스쿠찌로 가서 팀장님을 비롯한 너댓명이 모여 조곤조곤 수다를 떨다가 12시에 딱 마치고 들어왔다. 500배는 즐겁던 시간. 역시 술보다는 커피, (10시 넘어서 케잌도 먹었다매? ㅋㅋ) 단체 회식보다는 소규모 회식이 좋구나.

비슷한 시간에 2차를 마치고 3차를 간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100명 이상이던 인원은 30명 남짓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남자 직원 몇 명이 화장실, 출입구 앞에서 문지기를 하며 돌아가려는 사람들을 다시 안으로 들어 넣었다고 한다. 자신들은 문지기를 하느라 같이 놀지도 못하면서, 도무지 그건 무슨 오기인가 싶다. 아마 3차지나, 4차, 5차, 아침이 올 때까지 열댓명의 사람들이 남겠지. 회식이 안즐거우면 그럴 수 없을 거 아냐. 이봐. 회식이 즐거운 사람도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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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사교정방정식
    from perfect stranger 2007-12-28 03:28 
    술이 좀 과하게 들어가면 다시말해 사람이 술을 먹는 것이 아닌 술이 사람을 먹는 상황이 오게되면 전혀 예상치못한 돌발행위가 발생하곤 한다. 이름하여 "주사"라고 불리운다. 물론 얌전히 먹고 얌전히 취하는 주사도 있다. 그냥 조용히 자던가. 아님 나 간다. 한마디 하고 집으로 직행하는 사람. 더 유익한 주사는 술 좀 먹이면 사람 엄청 웃겨주는 본 투비 개그맨 주사도 있다. 허나 이처럼 모든 주사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오히려 사람들을 유쾌하게만
 
 
Mephistopheles 2007-12-28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S군에는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시작되는 작렬 10단 콤보가 필요한 듯 합니다.
저런 주사는 그냥 못고쳐요. 술 취한 자리에서 그 주사를 부렸을 때 바로 반 죽도록
늘씬하게 패줘요 합니다.

웽스북스 2007-12-28 17:4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 근데 그놈이 덩치는 또 곰만해요- 때려도 느낌도 안올듯 ;

turnleft 2007-12-28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군.. 제가 보기엔 저거 성희롱 같은데요 -_-;

웽스북스 2007-12-28 17:44   좋아요 0 | URL
그죠? -_-

마늘빵 2007-12-2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런 회식은 저도 매우 싫어라 합니다. -_-

웽스북스 2007-12-28 17:44   좋아요 0 | URL
정말 회식 문화는 바뀌어야 하는 것 같아요 ;

깐따삐야 2007-12-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회식.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바라는 로망 되시겠사와요. 나도 한껏 기분 내며 노는 데엔 자신있지만 주구장창 마셔라, 부어라, 죽어라 하는 분위기는 절레절레-
그리고 S군. 설사 훈남이라고 쳐도 용서 못해! 인디언 이름으로 흐물대는 말미잘이군요.

웽스북스 2007-12-28 17:48   좋아요 0 | URL
S군 해보니 사냥감을 찾는 퓨마 나오네
딱어울려 딱어울려

깐따삐야 2007-12-28 21:28   좋아요 0 | URL
퓨마가 기분 나빠하겠다.-_-

웽스북스 2007-12-29 02:0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퓨마격 모독을 한 것이로군요
퓨마야 미안

Mephistopheles 2007-12-29 09:42   좋아요 0 | URL
PUMA 짝퉁 IMMA가 더 어울릴껍니다.

무스탕 2007-12-2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마누라 누가 그렇게 건드린다고 생각하면 그런 몹쓸짓 못할텐데 말이에요.. --+

웽스북스 2007-12-28 17:49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이 또 자기 마누라는 그런데 안내보내죠
지가 어떤지 뻔히 아니까

비로그인 2007-12-2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그냥 참고 있는 여직원도 답답하지만... 그 옆에서 구제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또 안타깝네요. 진정한 자존심과 용기는 바로 이런데서들 나오는 것인데.(쩝)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다 아는 회사 사람들끼리 있으면서...정말 뭐라고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던가요?

웽스북스 2007-12-28 17:51   좋아요 0 | URL
전 일단 S랑 말섞기 싫어서 옆자리 K군 시켜서 말렸죠- 그치만 이미 눈이 풀려서 흐느적대고 있었던걸요 ;; 여직원도 이미 거나하게 취해서 정신 없고, K군이 말릴 때 같이 한마디 해도 들을 정신도 이미 아니고

아 진짜 변태같았어요 -_-

비로그인 2007-12-28 18:47   좋아요 0 | URL
웬디 수사관이라면 귀싸대기 한 대 날릴 것 같은데.(웃음)
다음엔, 술 취한 척 하면서 이단 옆차기를...ㅋㅋ

웽스북스 2007-12-28 23:59   좋아요 0 | URL
명심하겠습니다!!!!!

Hani 2007-12-2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술보다는 사람 중심인 회식이 좋아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조곤조곤 얘기하면서 정감을 나누는 자리요. 올해는 회사에서 술이 중심이 되는 회식은 많이 없어지고 대신에 운동이나 여러 이벤트들로 회식을 대신했는데 그 이벤트만 하고 땡이라서 왠지 허전함마져 들었어요. 생각해보면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과 하느냐가 중요한 거겠죠.

웽스북스 2007-12-29 02:01   좋아요 0 | URL
또 그런 걸로 대신했으면 그 나름대로 툴툴거렸을 거에요 제가 좀 툴툴쟁이에요 ㅋㅋㅋㅋ 정말,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가 중요해서 그런 걸 거에요 흐흐

비로그인 2007-12-2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식할 때는 꼭 있는 일들이 여기에도 있네요.

웽스북스 2007-12-30 22:03   좋아요 0 | URL
꼭 있는 일,이라고하니 참 슬프네요 ㅠ
 



1

이런 결심 좀 우습고 진부하지만, 오늘 온라인에서 주문한 옷이 도착돼 입어보면서 새해에는 다이어트를 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니까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도 진부한데 '새해부터'라니, 정말 최고로 진부해.

옷이 안맞아서가 아니다. 맞는 옷을 보면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어쩌면 더 비참할지도 몰라. 이 지경을 이해 못하는 자는 다이어트에 대해 논하지 말라.

독함,과는 거리가 멀어 다이어트는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다. 우유 다이어트를 이틀 한 적 있는데, 그 이후로 우유를 잘 안먹는다. 줄넘기는 욕심을 부려 맨날 결심은 천개다. 하루 하고 나면 다음날 온몸이 쑤신다. 7시 이후 안먹기, 뭐 이런 것들도 쉽지 않아 쉽지 않아. 오늘만 해도, 난, 옷과 함께 쇼핑몰에서 보내준 프레첼이 맛잇어서 다이어트는 새해부터라는 사실은 되뇌이며 심지어 커피까지 한잔 들고와서 같이 먹었는걸. 이런 도전과 유혹을 함께 주는 나쁜 쇼핑몰같으니 ㅠㅠ

아마 다이어트를 한다 해도 기껏 내가 하는 건 밥좀 남기고, 운동 살짝 끊어서 다니는 수준일 거다. 이거라도 꾸준히 하면 다행이지. 새해부터 다시 한두달 정도 어설픈 채식주의자로 살아볼까 생각도 하는데, 과연 할 수 있으려나.

2

오늘 정신없는 사이, 방문자수가 1만을 넘었다. 다른 분들에게는 우스운 숫자일텐데, 나한테는 참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지는 숫자다.

그러니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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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나 조금 전에 쵸코케익 한 조각 낼름. 메피님 안 오셔갖구 테트리스 받아서리.-_-
2 멋지다. 알라딘의 디바. 우리 웬디양님. 축하허요.^^

웽스북스 2007-12-27 00:13   좋아요 0 | URL
1. 맛있었겠다 초코케잌 ^^
2. 이게 다 깐따삐야님 덕분이지요- 흐흐흐

Mephistopheles 2007-12-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뭐...빼야 할 절실한 이유가 없다면야 그냥 운동만 열심히 하는 편이....
2.만명이 우습다니요..만명 운동장에 모아봐요..엄청날껄요??

전 좀 전에 퇴근했답니다 깐따삐야님아...ㅋㅋㅋ

웽스북스 2007-12-27 00:13   좋아요 0 | URL
1. 절실해요 절실해 ㅠㅠ
2. 그럼 메피님은 8만명을 운동장에, 우와~ ^^

바람돌이 2007-12-2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온라인에서 주문한 옷 받았는데 그런 결심 안했는데요. 야 옷이 딱 맞네 하면서 그냥 좋아했다는.... 제 다이어트는 저도 울 옆지기도 몽땅 다 포기한지 오래됏어요. 기냥 이래 살다 죽을래요. ㅎㅎ

웽스북스 2007-12-27 13:41   좋아요 0 | URL
실루엣이 드러나는 순간 급 좌절한 거죠 -_-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Hani 2007-12-2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다이어트보다는 건강을 위해 음식조절과 운동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저도 죽어라 다이어트할때는 안 빠지고, 아픈 바람에 살이 쭉 빠졌는데 좋지만은 않더라구요.
2. 만명이라.. 제가 아직 꿈의 숫자인데요. 앞으로도 더 좋은 글들도 만나뵙길 바래요^^

웽스북스 2007-12-27 13:42   좋아요 0 | URL
1. 저도 스트레스받고 피곤해서 살은 빠져봤어도 건강하게 다이어트해서 빼본 적이 없는 게 컴플렉스에요- 스트레스로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6-7킬로까지 빠지고 막 그랬었어요-
2. 하니님두요!! ^^

마노아 2007-12-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230 방문
0.1.2.3이 모두 다 들어간 숫자가 맘에 들어요^^

웽스북스 2007-12-28 01:4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은근 독특하시네요 ㅎㅎ
 
메피님, 웬디양님 보세요.

    
    

     

     

     

     
     
     
     
     
     
                                                   
   
   

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보

꼭 세어주셔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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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7-12-2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7개네요. 앞으로 이런거 시키지 마세요. ^^

웽스북스 2007-12-26 23:15   좋아요 0 | URL
아 시비돌이님 저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엉덩이로 앉아있었더니 힘드네요 -_-

마늘빵 2007-12-2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너무 쉽잖아요. 가로 세로 곱하기 하면 끝나는데. 중간에 부, 버, 바, 뱌, 등등을 막 집어넣고 보를 세라고 해야지요오. :p

웽스북스 2007-12-26 23:16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보 뵤 브 막 이런 거 넣어서 헷갈리게 했어야 했던 거로군요 ㅋ ㅋ

깐따삐야 2007-12-26 23:31   좋아요 0 | URL
오아- 아프님 머리 좋다. 나중에 써먹어야징.ㅋㅋ

turnleft 2007-12-27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는 별개로...
저는 왜 옆에 "편파적 별다섯"에 있는 책 <밤의 피크닉>을 <밤의 테크닉>으로 읽었을까요? ㅠ_ㅠ

웽스북스 2007-12-27 13:42   좋아요 0 | URL
저기, 혹시 살청님 소개시켜드릴까요?
똑같은 현상 ㅋㅋ
 
설 선물 도서 확정 리스트


1년에 딱 두번 하는 업무가 있으니, 바로 명절에 거래처에 보내는 책 선물을 고르는 일입니다. 회사가 생긴 이래로 계속, 명절마다 다른 선물 대신 책을 선물하고 있고 작년부터는 책 선정하는 일을 제가 맡아서 하고 있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책들이다 보니 일단 대중적으로 읽기 쉬운 책들을 고려하게 되구요,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작품성, 작가 인지도, 다양한 분야의 책, 뭐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게 되고요- 가격은 대략 1만원 내외의 책들로 하고 있어요. (요즘 책값이 점점 비싸져서 힘들어요)

혹시 추천해 주시고픈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도움되는 덧글 주신 분은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뻐해드릴게요 ^^ (어떻게 이뻐해드릴까는 고민중입니다~)

참고로 지난 추석에 선정한 책들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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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6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7-12-26 11:35   좋아요 0 | URL
아이코, 비싸요 비싸 ㅠ_ㅠ
맥시멈 13000원 ㅋㅋ

푸하 2007-12-2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참 멋진 일을 하시는군요. 부러워라...

웽스북스 2007-12-26 11:36   좋아요 0 | URL
1년에 두번 하는 취미같은 일이지요- 딱 1년에 두번이에요 ㅋㅋ

라주미힌 2007-12-2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 할머니 되셨네 ㅎㅎㅎ

좀 지난 책들이지만 좋아요.. 재미있고.
'내 생애 단 한번', '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웽스북스 2007-12-26 11:36   좋아요 0 | URL
앞의 책은 지난 설에 골랐던 책이지요- ㅎㅎ 좋아하는 책 ^^
꼿가치피어 매혹케하라, 요건 찾아볼게요~

웽스북스 2007-12-26 11:37   좋아요 0 | URL
이거 받는 사람들이 거의 대행사 근무자들이라
꼿가치피어, 요거 좋을 것 같은데, 역시나 비싸요 ㅠ_ㅠ 아쉽다 아쉽다

라주미힌 2007-12-26 12:23   좋아요 0 | URL
대행사... 불특정 다수...
꼿 가치.. ㅎㅎ 정말 재미있는 책인데..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 (신화)
분홍 리본의 시절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소설)
88만원 세대 (사회과학)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 (사회과학)

싸다 싸... ㅎㅎ

웽스북스 2007-12-26 14:14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 대행사는 특정 다수가 되나요? ㅎㅎ

2007-12-26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7-12-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하는 일은 뭐든지 다 재밌어 보인단 말이지요.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
'침대와 책',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황금물고기' 추천합니당. 더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욤.^^

웽스북스 2007-12-26 14:47   좋아요 0 | URL
흐흐 고마워요
뭐든지 다 재밌어보이는 게 아니라, 재밌는 일만 여기에 쓰는 거죠 ㅋㅋ
침대와 책은 넣을까 고민하다가 안넣었었어요-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재밌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 그래도 깐따삐야님이 추천해 주시니 목록에 일단 쇼쇼쇽 (고마워요~~ ^^)

fullmoon 2007-12-2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선물하는거 참 좋은 아이디어네요,,
전 나쁜사마리아인, 공중그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추천입니다...^^

웽스북스 2007-12-26 14:49   좋아요 0 | URL
아...나쁜사마리아인, 너무 넣고 싶은데 비싸서 ㅠㅠ 1천원만 더 쌌어도 흑! ㅠㅠ 오쿠다히데오 작품은 작년 설에 넣었어요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제가 입사하기 전에 누군가 선정하셨던 것 같더라고요 감사해요 풀문님 ^^

마노아 2007-12-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의 바다(김연용),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서경식),
이어달리기,
나는 기다립니다(다비드 칼리),
아버지의 가계부,
단 하루만 더 추천이에요~

웽스북스 2007-12-26 14:54   좋아요 0 | URL
우와 이렇게나 많이! 감사드립니다~! ^^
마노아님 멋쟁이에요 ㅋㅋㅋㅋ

전호인 2007-12-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을 선물하는 것만큼 더 좋은 선물은 없을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7-12-26 14:55   좋아요 0 | URL
사실 지식을 넘어선 그 무엇을 함께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이래저래 쉽지 않네요 ^^

마늘빵 2007-12-2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래처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책이라면 지식E 괜찮을거 같은데요. 좀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책이 좋을 듯.

웽스북스 2007-12-26 14:56   좋아요 0 | URL
네네 지식e는 지난 번 선택하고는 매우 뿌듯해 했더랬지요 ^^
이번에 나온 2도 선물하고 싶지만 어쩐지 좀 신선도가 떨어지잖아요 ㅋㅋ

무스탕 2007-12-2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신나서 일을 하실수 있겠어요!
이런 책은 어떠신지요..?
'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한정주)
13000원 안넘습니다 :)

웽스북스 2007-12-26 23:3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무스탕님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재밌게 생겼어요 ^-^

제가 가격에 압박받는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드렸군요
회사 망신이야- 반성중입니다 ㅋㅋ

시골사람 2007-12-2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키너의 심리상자열기'나 '조선의 여성들,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이 가격이나 내용면에서 무난한 것 같아요~ 갑자기 새해 선물로 책이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 되려 도움받고 갑니다.^^

웽스북스 2007-12-26 23:38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꼬박님 ^^
꼬박님도 좋은 분께 좋은 책 많이 선물 하시는 연말 되길 바랍니다 ^^

도넛공주 2007-12-2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의 속편도 나왔던데,연속성도 있고 좋지 않을까요?

웽스북스 2007-12-26 23:39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쫌 한 시리즈를 울궈먹는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아 일부러 배제하고 있었는데, 넣는 편이 나을까요? 흠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 - 유쾌한 인생 반전을 가져다주는 생각습관
희망메이커.박원순.전유성.박준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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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엘레베이터를 타러 갈 때면 생각한다. 엘레베이터가 12층에 멈춰 있고, 나는 1층에서 걸어가고 있을 때, 내가 걸어가고 있는 시간 동안 엘레베이터가 내려오고 있으면 좋을텐데. 혹은 엘레베이터가 막 올라오고 있고, 나는 12층에서 내려가야 할 때, 내가 버튼을 누르기 전 다른 층에서 멈춰 엘레베이터가 1층으로 다시 내려가면 한참 기다려야 할텐데. 나는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면서 요란하게 엘레베이터 앞으로 뛰어가는 데 간발의 차로 놓치게 되는 일이 많다. 100미터가 20초이니 어쩔 수 없다 -_-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엘레베이터 리모콘이 있으면 좋겠어. 혹은 이 중간쯤에 버튼이 있으면 좋겠어.

알라딘에서 택배를 받을 때마다 생각한다. 이 박스와 공기 주입된 보호 비닐쿠션, 다시 싸서 보내고 싶다. 찢고 바람을 빼서 버리긴 아까워. 고작 내 책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비닐이 낭비되고 있는데, 분명 재활용이 가능해보이는 것들도 재활용을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알라딘 택배 아저씨가 왔을 때, 그간 모은 비닐쿠션들을 다시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 어차피 아저씨가 나에게 왔을 때 보내는 것이고, 배송센터로 다시 들어갈 때 가져다 주면 되는 것이니, 크게 배송 리소스가 많이 투여되지는 않을텐데.

그 외에도, 우리가 살면서 느끼게 되는 사소하면서도 작은 필요들. 이런 것들을 망각의 샘으로 흘려 보내기가 좀 아깝다는 생각 누구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은 약하다. 혼자 힘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거쳐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센터는 이런 작은 아이디어를 모아 공공의 아이디어로 승화시키는 곳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얻은 아이디어는 정부 부처 혹은 각 기관으로 전달된다. 좀 더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자체 연구 주제로 선정되기도 한다.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올라온 아이디어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로 돼 있는 '희망메이커'가 곧 이 아이디어를 올려준 시민들을 의미한다. 공저로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인 박원순 변호사와 전유성, 박준형의 이름이 올라 있다. 전유성과 박준형을 공동 저자로 내세운 것은 이 책에 좀 더 맛깔나고 유쾌한 색깔을 더하기 위한 의도로 보여지나, 실은 책 홍보의 차원 역시 무시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유성과 박준형은 각각 별별상상, 펀펀토크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작은 아이디어들을 나눈다. 재밌는 아이디어들도 많지만 구성상 필수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특히나 좀 허황되거나 현실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보인다. 그런 것들은 조금 줄여도 좋을 뻔했다. 오히려 나는 박원순 변호사의 아이디어스크랩 쪽에 더 관심이 간다. 우리 나라 혹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은 아이디어가 주는 즐거운 변화들을 취재했는데, 인상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특히 놀이터나 독일의 훈데르트바서 학교나 놀이터를 보며 참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깝게 여겨졌고, 우리나라 농민들이 연대하여 만든 농민 주유소를 보며 어떤 대안을 보는 것만 같은 기쁨이 느껴졌다.

책으로 엮인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참 작고 소소한 것들이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나도 한번쯤은 생각해본 적이 있던 것만 같은 아이디어다. 달리 말하면, 이는 변화의 시작은 그리 대단치 않은 것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작은 것들을 모아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던가,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는 재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던가, 좀 더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던가, 작은 불편을 해소한다던가, 하는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재미있는 건 이 아이디어들 중 이미 곳곳에 반영된 아이디어들은 '우리 아이디어가 실현됐어요'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 물론 매우 적은 비율이다.

분명 희망제작소의 이런 시도들은 즐거운 것이기에, 나는 이 책에 응원을 보내지만 개인적으로는 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 있는 구성도 좋지만, 반영된 아이디어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쟁점이 어떻게 공론화되서 어떤 과정으로 반영됐는지 (물론 중요치 않다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더 궁금했다) 그래서 현재는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좀 더 소개해 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희망제작소의 사회 창안센터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해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아 생긴 필요일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다음 번에는 좀 더 체계적이고 똑부러진 결과물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평점은 살짝 야박하게 줬다. ^^ 

마지막으로, 책이 책이니만큼 여기에 더하는 나의 아이디어 하나. 이 책의 각 아이디어마다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서 이 게시물을 바로 보고 추천할 수 있는 링크 URL을 함께 소개해주면 어떨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나 역시 이런 생각 했었다고, 나도 여기에 공감한다고, 추천 혹은 공감의 의사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 단순히 추천 버튼 누르는 게 아니라 개인의 이름과 인적사항을 약간 남기는 '서명'의 형식으로.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한도 내에서) 그렇게 하면 이 의견이 전달될 때 좀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을텐데. 기왕 결과물들을 책으로 묶어서 냈다면, 이 결과물들이 좀 더 긍정적으로 붐업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했으면 좋을텐데, 몇몇 아이디어에 대해, "어 이거 정말 좋겠다" 라던가 "어 나도 이런 생각 했었는데"의 마음을 그저 마음속으로만 간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아니, 그보다 수많은 이런 공감들이 사장되는 것이 또 안타까웠다. 그건 희망메이커답지 않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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