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참 이상하고도 재밌는 것 중 하나인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일에 조금 재주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소개팅 시켜줬던 건 성사율 0%였긴 했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서로 친구시켜주고 이런 일들을 좋아했다는 거다.

K와 J는 고등학교 시절 나와 같은 동아리에 있던 친구인데, 나는 K와 따로, J와 따로 친했다. 그리고 Y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당시 나름 친하게 지내던 오빠들과 무리지어 놀던 친구 중 한 명으로 당시 유행하던 단체 돌림일기, 뭐 이런 것들도 같이 쓰고 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 (그 때 여섯명이 함께 쓰던 돌림일기는 아직 책꽂이에 있는데 어쩐지 낯부끄러워질 것 같아 꺼내어 보지는 않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 모임도 나와 H오라버니를 중심으로 각자의 친구들로 결성이 됐던 모임이었구나 -_-)

그러다 우리는 2학년이 됐고, 나와 같은 동아리에 있던 K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Y와 내가 2학년 때 한 반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다섯, 여섯명쯤 무리지어 노는 친구들 (그러니까 함께 도시락을 먹는다는 의미 ㅋㅋ) 이 됐는데, 구성이 생각해보니 나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2명과 나와 같은 동아리였던 친구들 2명이었다. J는 여전히 다른 반이었고, 나와는 동아리 친구였고. 실은 J와 나는 서로 싫어하던 사이였는데, 싫어하다보니 정이 들고, 오해가 풀리고, 뭐 이러면서 급 친해졌던 관계.

대학에 오고, 나는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살게 됐고, K와 J와 Y와는 각각 다르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K와 J가 휴학을 하게 됐고, 둘다 각자 심심하다고 연락을 해왔기에, 그럼 둘이 놀면 좋겠다 싶어 J에게 연락을 해보라며 K에게 J의 연락처를 알려줬었다. K는 회상하기를, 오죽 심심했으면, 이라고 하긴 하지만- 암튼 K는 J에게 연락을 했고 둘이 같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둘의 사이는 급 친해지고, 나는 또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지내면서 K와 J와 Y 모두와 조금씩 소원해졌다. 그리고 3학년을 마치고, 내가 휴학을 해 다시 집으로 왔을 때는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졌으니, 그 안어울리던 K와 J가 소위 말하는 베스트프렌드가 돼있는 사건. 아, 그 때의 당혹감이란. 암튼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때는 서로 말도 섞지 않던 J와 Y까지도 친해지게 되서 결국 나를 뺀 그 셋은 함께한 그 세월에 비례하는 매우 일상적인 친구가 돼버렸다.

내가 졸업을 한 후, K와 Y는 함께 호주에서 연수를 했고, J는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느라 그들은 또 나와는 그만큼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녀들을 만난 며칠 전, 나는 공교롭게도 제일 덜 친한 친구가 되어 그들과 함께했다. 이런 아이러니함이라니. 이젠, 니들 만날 때 나도 불러, 라고 내가 말해야 되는 상황이 되버렸다.

Y는 스물 아홉을 맞이하면서, 올 가을 쯤 결혼을 생각했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 때마친 다니던 회사도 불안정해지자, 그녀는 무슨 스물 아홉이 이래, 라며 경악을 했다. 그런 그녀가 뮤지컬 싱글즈를 보러 가잔다. 80년생들에게 29%를 할인해주는 스물 아홉살 이벤트를 한다며, 스물 아홉이 되서 계속 안좋은 일만 생겼는데, 이런 좋은 일도 생겼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경악한다. 으아아아악. 그런 이벤트의 대상이 80년생이 되버린 이 현실이 너무 싫어. 나는 빈정 상해서 절대 뮤지컬 싱글즈는 보지 않겠다며 갖은 오버를 떨었고, 본다 하더라도 80년생 할인 따위 받지 않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날은 그녀를 위해 공연 한 편 예매하는 걸 아까워하던 남자친구가 새로 생긴 여자를 위해 라이어를 (심지어 2개월 할부로 -_-) 예매한 사실을 알고 Y가 경악을 한 날이었으므로, 그날은 Y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주가 됐다. 그녀가 지난 남자친구들과 헤어지면서 보여줬던 그 바닥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경악을 했다. 아, 저럴 수도 있구나. 그치만 한편으로는 한번쯤은 해봤어야 했는데, 라며 부러워하던 나와 J. 이 나이 먹어서 다시 하기는 싫고, 저런 경험을 과거로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해서 Y에게 더욱 욕을 먹었지만, 진심이었다. 어쩌면 그게 진심이어서 J와 내가 아직까지 그런 것도 못해봤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독 삶 속에서도 가오 떨어져, 라는 말을 많이 하는 J와 나. 그딴 게 뭐 중요하다고. 라고 말하지만 분명 못할 게 뻔하다 우리는. 실은 객관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떠올리면서도 가끔씩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보면.

K는 심지어 집에서 '노처녀' 라는 구박을 노골적으로 듣는단다. 집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보는 부모님께 너 혹시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구박을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듣고 있는 지경이라며. 우리는 스물 아홉은 절대 노처녀,가 아니라며, 사회적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회사에 결혼하지 않은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분들을 노처녀라는 잣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노골적으로 구박을 한 적이 없어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확~ 실감이 난다.

하긴, 그러고 보니 나는 말없이 조용히, 온 집안의 기도제목이다. 이젠 내가 직장생활을 잘 하도록,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도록, 기도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좋은 배우자를 위한 기도가 누구에게든, 1순위가 되버렸다. 어제 아침 가족 예배 때도, 아빠까지 이제 당연한 듯, 그런 기도를 하시는데 솔직히 좀 놀랐다. 결혼을 잘하는 일은 분명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걸 위해 기도해 주는 게 나에게 최고의 축복은 아닐진대, 너무 인식이 일방화돼있는 듯 해 조금 불만이다. (워워, 화내면 또 히스테리라고 할라 -_-)

그러고보니 친구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횟수가 늘어가는 게 내가 나이가 들었음을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자꾸만 나이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 역시 그렇고.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줄 때는 동안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동안이라는 말을 들을 땐 또 그리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올해엔 아마 나이에 대한 페이퍼를 스무개쯤은 거뜬히 더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ㅋㅋ 그치만 나이에 함몰되서, 혹은 쫓겨서, 혹은 그에 부응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잃지는 말아야겠다는 경계심이 더 들기도 한다. 어랄라, 친구 팔아 페이퍼 쓰다 보니, 여기는 삼천포,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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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2-0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도 명절에 멀리 안가셨나봐요. ㅎㅎ 저는 오랜만에 내리 영화보고 술 마시고 잠자고 푸~~욱 쉬고 있어요 ㅎㅎ 어제 6년째 연애중 보는데, 중간에 "너 그새끼랑 잤어 안잤어" 이 대사에 뜬금없이 "12시 8분에 거기 있었습니까?"가 매치되서 어찌나 웃기던지 ㅎㅎ

웽스북스 2008-02-08 19:15   좋아요 0 | URL
네네, 전 요즘 훌라에 맛들인 엄마 때문에 훌라 상대가 되주느라 거의 초죽음이에요 ㅋㅋ 그나저나 제이드님 놀라운 적용 능력인데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2-0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뭡니까...페이퍼는 친구팔고 뮤지컬 팔고 이것저것 다 팔았지만 결론은 소개팅..인건가요...??? 그런건가..??

웽스북스 2008-02-08 19:16   좋아요 0 | URL
뭐에요 이런 왜곡된 해석이라니, 이건 다 내가 스물 아홉이기 때문인 거죠? 그런거죠? (어긋난 히스테리 -_- 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2-08 19:35   좋아요 0 | URL
왜곡된 해석일까요 정곡을 찔렀기에 둘러대는 것일까요..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근데 아무리봐도 후자는 아닌 것 같고..=3=3=3=3

웽스북스 2008-02-08 21:0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왜곡된 해석이라는 말씀이신거죠? ^_^

Mephistopheles 2008-02-08 21:30   좋아요 0 | URL
모르죠...행여나 1%라도 웬디양님의 심리에 자리잡고 있다면야.......왜곡된 건 아닌 것 같은디요?

웽스북스 2008-02-08 21:38   좋아요 0 | URL
ㅋㅋ 후자는 아니라시길래요 ^-^
근데 저 글을 쓰면서는 맹세코 소개팅을 생각했던 건 아닌데 (실은 소개팅 해달라고 누군가한테 제 입으로 말했던 적은 한번도 없다는 ㅋㅋ) 뭐 해주시겠다면야, 거부는 안하구요,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8-02-08 21:56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웬디양님..제가 소개시켜드리면 정말이지 웬디양님께 실례를 끼치는 것일지도 몰라요..다 중늙은이 아저씨들인데..그래도 웬디양님은 20대잖아요..흑.

웽스북스 2008-02-08 22:10   좋아요 0 | URL
아...그래도 20대...ㅜㅜ

세실 2008-02-0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아홉의 다이어리?
나름 연구하며 페이퍼 읽어야 해서 살짝 머리 아팠습니다.
이니셜만 여럿 나오면 머리 아파요.
님 좋은 배필 만나시길 기도드리옵니당^*^

웽스북스 2008-02-08 21:10   좋아요 0 | URL
실은 저도 쓰면서 좀 헷갈렸어요 세실님 ㅋㅋㅋ
그렇다구 애들 실명을 쓰기도 그렇구 말이죠 ㅎㅎㅎ

순오기 2008-02-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적령기가 많이 물러난 요즘엔 스물 아홉이 꽃같은 나이 아닌가요?
배우자를 위한 기도는 필요하지요!!^^물론 본인이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웽스북스 2008-02-08 21:10   좋아요 0 | URL
주변에서 하도 많이 하셔서 저는 안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순오기님 댓글이 바로 제가 원한 댓글이에요
스물 아홉 꽃같은 나이인거죠? 그쵸? ^-^

마늘빵 2008-02-0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서른살은 30% 할인 안 해준대요?

웽스북스 2008-02-08 21:11   좋아요 0 | URL
저도 서른살을 할인해주면 좋겠어요 살짝 빗겨나가서 아쉬운 척 하는 쾌감이랄까? ㅋㅋㅋ 스물 아홉의 이야기여서 그렇겠죠 뭐- 영화로 싱글즈를 봤을 때는 저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가 까마득했었는데 말입니다

비로그인 2008-02-0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보고 나니,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하면 안되는 것도 아닌 일상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도 제가 해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단지 선택하고 난 후의 방향이 약간 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스물아홉 이벤트로 싱글즈라니, 참 그렇고 그래요. 흑.(슬퍼해야할지 좋아해야 할지 알기가 힘든 일) 이건 제가 배가 불룩하게 나와서 북카페 같은 곳에서 `싱글은 스타일이다' 이런 책을 꺼내 읽기가 뭣한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요. 아무도 뭐라하지 않지만 혼자 중얼거리는 일들이요.

웽스북스 2008-02-09 00:14   좋아요 0 | URL
참 그렇고 그래요, 에 동감이에요- y는 스물 아홉 되고 처음으로 좋았던 일이라고 하는데, 참 목소리 높여 열낼 수도 없고, 괜히 열내는 게 웃기기도 하고, 암튼 참 그렇고 그래요

결혼이란 건 어차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는 또 당위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정작 저부터도 이게 선택의 문제,라고 얘기는 하지만, 나의 10년후 모습, 같은 걸 떠올릴 때는 결혼해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깐따삐야 2008-02-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기 전까진 결혼 안 할거야, 라고 하고 싶다가도 왠지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할 것만 같은 애매모호한 기분은 뭘까요. 나이가 웬수 같어요. 고작 숫자에 불과한 것이 내 일상의 자잘한 순간들을 모두 장악해오는 듯한 느낌. 안 좋아요. 안 좋아!

Mephistopheles 2008-02-09 11:28   좋아요 0 | URL
숫자에 불과하다고 펌하하기엔 정신적 육체적으로 영향을 많이 준다죠..^^

웽스북스 2008-02-09 12: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꾸만 나이에 대해서 할 얘기가 늘어가는 게 진짜 나이 먹었다는 생각 와락 들어요 정말 ㅠㅠ
 


2005년 초였나보다.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를 보고, 살짝 아쉬움을 느끼며, 몇달 후면 온다는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캐스트 공연을 무지 보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당시 백수였던 나는 너무 비싼 티켓 값을 감당할 수 없었고, 그저 손가락만 쪽쪽 빨 뿐이었다 ㅜㅜ

옆자리 소중한 사원 혜진씨가 노트르담드파리의 공연이 설 연휴 때 할인된다며 예매하는 걸 보고 나도 알았다. 같이 볼 사람을 물색하다가 메신저에 들어온 B에게 살짝 의향을 떠봤더니 흔쾌히 오케이. 10만원짜리 좌석인 S석을 5만원에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것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사실 5만원에 싸게 본다고 해도 덥썩 예매할 정도로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작년에 못쓴 휴가비 돌려 받은 걸로 나에게 선물한 셈 치자며 눈 딱 감고 예매버튼. 당연히 기대는 컸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는데, 어라, 어라, 세곡째 듣던 순간, 나는 B에게 속삭인다. "왜이렇게 노래를 못해?" B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매우 중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음유시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음량은 풍성한데, 자꾸만 반음씩 음이 떨어진다던가, 살짝 음역이 어긋난다던가 하는 게 자꾸만 귀에 거슬린다. 문제는 중요한 노래는 그 배우가 많이 부르다는 거지. 상대가 받쳐줄 때는 풍부한 성량으로 잘 부르는데, 독창을 할 때는 여지없이 음정이 불안하다. 아놔.

에스메랄다 역할을 맡은 배우의 음색은 에스메랄다의 다른 캐스트인 바다와 비슷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는 바다의 음색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의 캐스트가 바다가 아니라며 좋아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괜히 좋아한 게 되버렸다.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기대했던 음색이 아닌지라 나는 꽤나 실망. 여리고 예쁜 음성보다는 안정적이고 풍성한 음성을 기대했었다. 심지어 콰지모도 역할을 맡은 배우까지, 2부에서는 음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한다. 워낙 방대하고 스케일이 큰 곡들이어서 소화하는 데 다들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실은 지금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을 듣고 있는데, 매우 심히 차이가 많이 나는군.

세종문화회관이 공연장으로 그리 훌륭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었는데, 오늘 가보니 그 이유를 대충은 알겠더라는. 음악회를 사랑하는 E씨는 1층 가운데 라인 정도에만 앉아도 피아노 독주가 잘 안들린다며 웬만하면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피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너무 음량을 키워놔서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오래된 건물이라 시스템이 그렇게 훌륭하지는 않은 듯. 게다가 원곡을 번역해서 가사의 분절이 부자연스러운 관계로 가사의 전달도 어려운 상황에서 음향까지 엉망이니 가사의 30% 정도는 추론을 해야만 했다. 차라리 오리지널 캐스트 원어로 연기하고 자막을 보는 편이 전달은 훨씬 잘됐겠다, 싶을 정도. (또 오리지널 캐스트는 자막 보느라 장면 몰입이 어렵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치만 무대 연출은 참 괜찮았다. 연출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겠다 싶을 정도로, 조명과 막, 그림자, 댄스 등의 적절한 활용 덕에 몇 장면들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특히 에스메랄다가 춤추며 올라가던 장면은 너무 아름다워서 살짝 전율이 느껴질 정도. 그치만 연습이 부족했는지 어긋나는 몇몇 동작들과 맞지 않는 줄, 이런 게 거슬린다. 저 가운데 아저씨는 왜 왼쪽으로 치우쳐서 선 걸까, 왜 저 앞줄 두번째 댄서는 동작에 힘이 없어 보일까, 막 이런 거 -_- 그러면 안돼 얘야, 비싼 돈을 내고 왔으니 즐겁게 봐야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거슬리기 시작한 건 어쩔 수 없다. 우리의 B는 심지어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주는 생각할 점들도 분명 있지만, 그리고 그런 것들도 좋았지만, 그거야 원작 문학을 읽어도 충분히 아니 오히려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이고, 뮤지컬을 보는 건 텍스트 이외의 요소들의 풍성함을 통해 감동을 배가하기 위함이었는데 여러 가지가 눈에 거슬리다 보니, 10만원을 다 주고 봤으면 엉엉 울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공연이 돼버렸다. 나는 5만원 어치는 된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버렸다. 하지만 우리 B는 그 5만원도 영 아까운 모양이다. 미안하다 친구야. 다음에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자. 2개 ㅋㅋ

저녁에는 연극을 전공한 친구 (지난 번 대학로에서 마주쳤던) K를 만났다. 내가 이 얘기를 하니 안그래도 원곡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했었다는 말을 전한다. 괜히 또 내가 유난히 까칠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흐흐흐. 뭐 나쁘지는 않았지만, 큰맘 먹고 나한테 준 선물 치고는 실망이야. 그래서 나는 선물을 받지 않고 반품하기로 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른 선물을 준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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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7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려고 한 날짜에 바다 주연이어서 미뤘는데 그리고는 다시 예매를 못했어요. 세종문화회관은 소리를 한 번 삼켰다가 다시 뱉어내는 음향 체제라고 하더군요. 클래식 공연과 대중문화 공연을 접했었는데, 정말 못 들어주겠더라구요. 돈 주고 가는 공연이라면 세종문화회관은 가급적 피해야 할 것 같아요ㅠ.ㅠ 성남아트센터가 그렇게 소리가 럭셔리라던데... 거기서 위윌락유 뮤지컬 하는데, 크흑... 주머니가 넘흐 가벼워요.(>_<)

웽스북스 2008-02-07 02:25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안주무시고 계셨군요- 제돈 내고 보기엔 좀 아깝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계속 할인하던데, A석 이하로는 50% 할인가로 볼 수 있을듯 싶더라고요- 한번 알아보심이 좋을 듯 ^_^
어차피 배우들 얼굴은 잘 안보이니 멀리서 전체적인 무대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C석은 2만원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우면 망원경 빌리시면 될듯~ (아, 어쩐지 그게 더 좋아보인다 ㅜㅜ 너무 극빈한 티 내는 웬디 ㅋㅋㅋ) 작품 자체는 나쁘지 않구, 무대는 볼만 해요- 다른 건 모르겠구, 그랭구아르 역할은 박은태씨가 할 때 보는 게 나을 듯 해요~ 오늘 한 분은 인간적으로 음이 너무 흔들려서 흑

Mephistopheles 2008-02-07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 건물이라서 음향시설이 낙후되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지어지지 않아야 할 건물이였어요. 박통때 전시행정으로 선전용으로 지어진 건물이였죠. 고로 내부는 완젼 깡통이라고 보면 속편하답니다.

웽스북스 2008-02-07 10:00   좋아요 0 | URL
흐흐 메피님 이 설 새벽 덧글은 참 특별한 느낌인데요? 안주무신 거에요? 아님 일찍 일어나신 거에요? 아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일어났더니 너무 졸려요 ㅋㅋ 세종문화회관도 선전용이었군요- 그래도 좀 개보수를 해서 좋게 고치면 안되나? 거기서 하는 공연들은 좋은 것들이 많은데, 참, 아깝네요...

Mephistopheles 2008-02-08 01:21   좋아요 0 | URL
굉장히 고루한 건물이며 그 건물관계종사자들 역시 건물의 성격과 일치할껍니다. 아마 몇년전까지 대중예술 공연은 절대 불허했었다죠..^^

웽스북스 2008-02-08 12:38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학교 다닐 때 같이 공연기획 동아리 하던 언니 한명이 그 쪽으로 입사했어요- 저는 몸만 담그고, 공연기획은 정작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못해서 그 쪽을 잘 모르긴 하지만 말이죠 ㅋㅋ

암튼 언니랑 기회가 닿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참 경직된 집단이긴 하더라구요- 언니는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인데, 합창단 쪽만 하는걸 보니 좀 답답해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언니같은 사람이 동화되는 게 아니라 변화의 주역이 되면 한층 공연 문화가 좋아질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좋은 공연을 그 시설에서 많이 하게 되면 씁쓸할 것 같기도 하고. 흠. 뭘 바라야하나 ㅋㅋㅋ

하루(春) 2008-02-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공연 오케스트라가 직접 와서 연주했나요? 저는 뮤지컬에 취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게 오리지널이라고 오는 사람들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지 않는 것 때문인데요. 왜 뮤지컬인데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쿄쿄쿄 할인 못 받았으면 정말 따져도 될 만한 공연이었겠군요.

웽스북스 2008-02-07 10:02   좋아요 0 | URL
MR로 하더라구요- 확실히 느낌이 다르죠- 뮤지컬은 아무래도 노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배우가 노래만 잘하면 된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중요치 않게 생각하나보죠 뭐. 그래도 나름 대형 뮤지컬이라는 고가 뮤지컬이 그러면 좀 곤란하긴 하죠-

순오기 2008-02-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이런 이런~~ 무를수도 없는 선물이구만.^^
선물 물렀다고 나중에 자신에게 다시 선물하려는 웬디양은 자기를 너무 사랑해! ㅋㅋ
설 명절에 '~~~~~가라!'는 소리를 덕담으로 들으셨나요? ^^

웽스북스 2008-02-08 12:40   좋아요 0 | URL
제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는, 갖고 싶은 게 또 있어서 핑계를 만들어주는 거죠 ㅋㅋㅋ (이게 사랑하는 건가? ㅋ) ~~~가라, 이거 덕담 아니었어요? ㅋㅋ (흑)

푸하 2008-02-0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받침은 자기 사랑이었군요. 올 한해도 타인을 이해하는 수많은 감수성의 결들이 아름답게 주름지시길 바래요.

웽스북스 2008-02-08 13:39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자기사랑으로 이어지는 분위기인 거에요? 아닌데 아닌데, 어쩌다 이런 분위기가. 이게 다 순오기님 때문이에요 ㅋㅋ 저는 자학의 황제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가끔 이런 자신을 보면서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답니다. 푸하님은 아직 절 알려면 멀었어요 ㅋㅋ 아무래도 제가 가식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렸나봐요 흐~

Jade 2008-02-0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웬디양님과 비슷한 때에 노틀담의 꼽추 봤었어요 ㅎㅎ 전 2004년 12월. 그때 저도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온단 소리에 얼마나 보고싶던지 ㅎㅎ 세종문화회관이 그런줄 몰랐는데 새로운 걸 알았어요! 뭐 어차피 앞으로 뮤지컬 자주 보지도 못하겠지만...ㅎㅎ

웽스북스 2008-02-08 19:18   좋아요 0 | URL
오오오 정말요? 그 때 국립극장에서 했을 때였죠? 그건 본 사람 거의 못봤는데, 어쩐지 반가워요 ㅎㅎㅎ 나중에 오리지널 캐스트 내한하거든 그 때 보는게 좋을듯 해요 ^_^
 



1

언젠가 쓴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멋부리는 일에는 별로 소질이 없다. 옷도 잘 고를 줄 모르고, 화장도 이쁘게 할 줄 모르고 그런다. 눈썹 같은 것도 다듬을 줄 몰라서 그냥 다니고, 화장은 파우더에 입술만 바르는 수준. 옷은 내옷 비싸게 주고 사는 건 또 왜이리 아까운지, 화장품은 또 왜 그렇게 비싼 것들이 많은 것인지. 아이라인은 커녕 마스카라도 기술있게 바르지 못하니 그냥 생긴대로 살고 있는 중이다.

하여, 비슷한 논리로 미용실에도 비싼 돈을 주고 가는 걸 잘 못한다. 친구들 보면 몇십만원씩도 척척 주고 머리도 하고 하던데, 나는 덜덜덜덜, 잘 못한다. 머리를 자르는 것도 회사동네에서 겨우겨우 찾은 만원짜리 미용실을 애용해주고 있다. 오히려 만원짜리 미용실에 사람이 없고, 몇만원은 줘야 머리 자를 수 있는 미용실에 더 사람이 많은 이상한 동네지만, 나는 꿋꿋이 만원짜리 미용실에 갔다. 오늘도 퇴근 후, 나는 만원짜리, 이름도 깜찍한 샴푸미용실에 갔다.

어머, 왜 양쪽 머리 길이가 살짝 달라요? / 이거 여기서 잘랐는데요? / 아, 그래요? -_-
/(아저씨가 자른 건 아니에요 - 속으로만)
어떻게 머리 해드릴까요? / 그냥 다듬어만 주세요

코트깃에 뻗치는 머리가 지겨워 파마를 할까 생각중인데, 다들 머리길이가 어중간하다며 말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다듬기만 한다. (언젠가 파마를 한다면 삼만오천원 균일가에 파마를 해주는 샴푸미용실을 또 이용할 예정이다.) 미용사 아저씨는 남자였는데 이래저래 말이 많으신 분이다. 뭐하는 사람인지, 일하는 건 힘들지 않는지, 집은 어디인지, 설에는 뭐하는지 이런 일상적인 것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묻고 이야기한다. 심지어는 본인의 일이 왜 보람있고, 무엇이 힘든지에 대한 애환까지도! 나눴다는 거. 뭐 이런 것도 대단한 실력이라면 실력이다.

사실 멋부릴 줄 모르는 것들이 다 그렇듯, 패션에 대한 주관도 별로 없거니와, 내 머리에 대한 소신도 별로 없다. 그래서 앞머리는 얼마나 잘라드릴까요? 라는 아저씨의 물음에 한 내 소신 없는 대답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웃기다. 남들은 다, 뭐- 눈썹 약간 위로, 라던가.... 아니면 이보다 좀 더 디테일한 답을 하겠지만, 나의 대답은?

한달 버틸 정도로만 잘라주세요

하하하, 어이없어하시는 아저씨, 앞머리를 조심스레 자르더니, 이정도면 한달은 버티실 수 있을 거에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 커트를 마치고 드라이를 하려는 아저씨.

아, 드라이 안해주셔도 돼요, 어차피 감을 거니까- 그냥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로만 해주시면 돼요~ (만원짜리 미용실은 샴푸를 안해줘요, 그러고보니 샴푸미용실인데 -_-)

ㅋㅋㅋ 내가 생각해도 참 소탈한 손님이지 싶다. 한달 버틸 정도로만,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로만 이라니 ㅋㅋ


2

그러니까 회사에서 나온 시간이 8시, 미용실에서 살짝 기다리다가 머리를 자르고 나온 시간이 8시 50분 약간 넘어, 그런데 집에 온 시간은? 무려 10시 40분 두둥- ㅜㅜ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저 긴 시간동안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버스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ㅜㅜ

나는 버스를 잘 타지 않는다. 일단 버스에서 책을 보면 멀미가 나고, 버스 정류장이 회사에서 더 멀고 지하철보다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도 미덕이 있으니 그것은 '앉아갈 수 있다'는 것. 회사에서 우리집까지 가는 노선은 좌석버스이고, 회사는 그 버스의 종점 다음 다음 정거장이기 때문에, 웬만큼 사람 많은 시간만 피하면 거의 앉아갈 수 있다. 오늘은 선물세트다 뭐다 양손이 묵직해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사람 많은 2호선을 타는 것도 끔찍했고, 서서 가는 것도 끔찍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양손은 짐이 많아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볼 여유도 없다. 날은 기절하게 춥다. 손이 시려워 꽁. 핸드폰은 못꺼내고 장갑은 꼈다. 발이 시려워 꽁. 나는 이미 보온이 최고로 잘되는 부츠를 신고 있다. 발에는 해법이 없고 몸은 오돌오돌 떨린다. 30분은 지난 느낌이다. 10분쯤 지났을 거야. 지금 이 시간이 지루해서 나한테 길게 느껴지는 걸거야, 그래, 시간은 상대적인 거니까.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둥, 정말 30분이 지났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버스정류장 맨 끝으로 간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이 다 내가 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집까지 40분 서서 가는 게 싫어서 버스를 타려고 한 건데, 이미 버스를 기다린지 40분이 지났다. 심지어 기다리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운 나쁘면 서서 가게 생겼다. 나는 짱구를 굴리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의 맨 뒤쯕으로 가서 오는 버스들을 보고 그 버스가 설 위치를 계산해서 어떻게든 앉아야겠다. 그런데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버스를 타면 버스 아저씨에게, 아저씨 도대체 이거 배차 간격이 몇분이에요? 라며 짜증섞인 한마디를 남겨 줘야지. 아냐. 아냐. 책임을 아저씨에게 돌리는 건 옳지 않아. 아저씬 그냥 시키는대로 할 뿐이지. 아 이 억울함을 어디 풀어야 하나. C에게 문자라도 보내 호소하고 싶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 장갑을 뺄 용기가 나지 않는다. 흑흑. 뭐가 잘못되지 않고서야 이렇게 버스가 안올 리가 없어. 같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동병상련과 묘한 경쟁 의식을 함께 느끼며 그렇게 계속 기다리고 그렇게 5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사람이란 참 우스운 존재라, 그 시간 50분이 그냥 아까운 게 아니라, 지하철을 타서 계속 서서 가는 시간, 그 시간이 주는 고통스러움의 대체제로 선택한 것이 그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의 소모와 신체적 고통,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겨줬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너무 화가 났다. 나는 게속 씩씩거리며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어어어어.....!!!!!

잠깐 고개를 뒤로한 새, 내가 탈 버스가 중앙도로가 아니라 바깥 쪽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게 보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 짧은 순간. 아저씨가 혹시 분노한 시민들에게 테러를 당하는 게 두려워 옆 정류장으로 피해서 가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고, 나는 일단 미친듯 뛰어가 버스를 겨우 탔다. 몇몇 사람은 그 버스가 온 지를 모르고 계속 기다리겠지만, 거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저기에 9503이 왔어요~~ 라고 소리치면서 갈 수는 없는 거니까, 일단 버스를 탔다. 아, 그런데 버스 노선이 바뀐 거란다. 4일쯤 전에. 이제 더 이상 이 차는 중앙차로에 서지 않는단다.

억울해 억울해. 그러고보니 난 계속 앞만 보느라, 우리쪽으로 오는 버스 번호에 집착하느라 옆쪽으로 가는 버스는 몇번인지 보지도 않았는데, 그 시간동안 아마도 몇 대를 보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아마 거의 확실히 그랬을 거다. 잠깐 뒤를 돌아 그 버스를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지금까지도 거기에 있었을런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살면서 가끔 곁눈질도 하고 그래야 되는 건데 말이다. 너무 한군데만 미친듯이 집착하면서 기다렸구나.

버스에 탔지만, 실은 누구 잘못도 아닌 분노 때문에 마음이 잘 진정이 안된다. 그치만 난 단순하니까, 일단 버스에 탔으니까, 화낼 데도 없는 화는 내지 말고, 그냥 이 시간을 잘 보내자, 일단 앉았으니까 ^-^ 라고 생각해버린다. 일단 버스 안이 따뜻하니 한 30% 쯤은 용서가 되고 시작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음악을 듣는데, 진짜로 마음이 가라앉아버린다. 내릴 때쯤 됐을 땐 마음은 평정을 되찾고, 50분 그쯤이야 뭐, 하며 룰루거린다. 나는 이런게 음악의 힘인거지 뭐, 라며 흥얼흥얼 집으로 온다. 나는 내 방이 찜질방처럼 뜨끈뜨끈한게 늘 불만이었는데 (우리집은 열선이 내방을 통해 나간다 ㅜㅜ) 오늘은 이조차 너무 좋구나 흐흐흣!

3

실은 곧 휴일이어서 관대한 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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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5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며칠 전 2만원짜라 스트레이트 퍼머 했어요. 저두 파우더에 립글로스 바르는 것으로 땡이에요.(그 이상은 어케 하는 건지 몰라요.;;;) 저두 멀미 나서 지하철을 더 선호하지만 짐이 많으면 앉아 가기 위해서 버스를 오래 기다리죠. 우리 집은 거의 종점이라서 버스 타면 웬만하면 앉아 가거든요.
추운 날 고생했어요. 연휴라고 선물 받은 거야요? 푹 쉬고 내일은 더 기쁘게 보내요~ 연휴가 코앞이에요^^

웽스북스 2008-02-05 01:41   좋아요 0 | URL
헤헤 마노아님, 전 가끔 볼터치도 해요 (배신감 느끼죠? ㅋㅋㅋㅋ) 근데 볼터치를 하면 촌스러워져서 최대~~~~~한 흐린 놈으로다가 한답니다 ㅋㅋ 마노아님도 멀미하시는구나, 어쩐지 반가워요 촌스러운 동지! ㅋㅋ 선물세트는 안비싸고 무겁기만 한 것들이에요 ㅜㅜ

보석 2008-02-05 0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도 평소 화장을 거의 안 해서 큰마음 먹고 색조화장을 하면 남들이 어색하다고 하더군요. 상처 받았어요. 흑. 안 해서 잘 못하고, 잘 못하니까 더 안 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인듯.^^;
2. 또 머리카락에 돈 들이는 것도 이상하게 아까워서 미용실엔 1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 해요. 저 같은 손님만 있으면 미용실 다 문 닫아야겠죠?ㅎㅎ 덕분에 항상 생머리인데 미용실 가기 싫으면 계속 길렀다가 기분 나면 짧게 잘라서 다시 기르고 그래요. 현재도 어깨 길이에서 슬금슬금 기르고 있는 중이에요.(미용실 가야 되는데 결심만 몇 개월째;) 그리고 앞머리는 집에서 대충 잘라요. 이거 익숙해지면 꽤 편하니까 한번 시도해보세요.^^
3. 추운 날씨에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뒤늦게나마 아셔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웽스북스 2008-02-05 09:53   좋아요 0 | URL
1. 맞아요 안하던 사람이 색조 하면 어색하지요, 저도 그 악순환의 틈바구니에 있어요
2. 그죠 저는 머리 숱이 많고 항상 층을 내서 한달에 한번씩은 가서 다듬어줘야 되는 머리이긴 해요- 손재주가 메주라 앞머리를 자를 능력은 안되구요 ㅜㅜ
3. 그죠, 그 순간 그 차를 보지 못했더라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마늘빵 2008-02-05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한테 투자해야할 땐 확실히 해줘요. 전에 파마를 몇번 했는데 다 싸지는 않았어요. 한 7만원쯤 했던거 같은데... 흐음. 출혈은 크지만 이쁘게 잘 되면 기분 좋잖아요. 몇달간은. :) 누군가가 저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이라고.

웽스북스 2008-02-05 09:55   좋아요 0 | URL
**이 뭘까, 이것도 궁금한데요? 굳이 **로 표시한 이유는, 음...ㅋㅋㅋ

저는 대학교에 들어가서부터 딱 두번 파마를 했었는데, 대학교 3학년 마치고 했던 파마는 엄마 가는 동네 미용실에서 했었고, 작년에 했던 파마는 눈 질끈 감고 비싼 미용실에서 했는데 그나마 10만원 상품권이 있어서 내돈은 2만원인가 내고 했었어요- (근데 예쁘긴 예쁘더라고요 으흑 ㅜㅜ) 거기에 영양도 막 주라 그러구요, 코팅도 막 하라그러구요, 그런거 하면 진짜 돈 우습게 나가요, 전 꿋꿋이 안했지만 ㅋㅋ

무스탕 2008-02-05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제가 갖고 있는 '화장품' 이라는것은 스킨로션과 이것들을 살때 딸려오는 크림종류가 다입니다요.. 엄마가 불쌍해서(?) 준 립스틱이 가방안에 있기는 한데 1달에 1번도 햇볕 보기 힘들다지요.. 역시 엄마가 인심쓰고 준 콤펙트가 어디에 처박혀서 갈라지는 소리가 쩍- 하고 들립니다. (언젠가 보니까 콤펙트 오래된건 수분이 없어져서 그런지 조각조각 조각이 나 있더군요.. -_-;;)
2. 저도 미용실 잘 안가요. 머리가 긴 까닭이 여러가지 있지만 미용실 가는게 귀찮고 아까워서 이기도 하지요. (지금 꼬리뼈에 육박하도록 깁니다...) 울 동네 미용실이 앞머리를 1천원에 깍아주더니 2천원으로 올렸네요. 이제 이것도 집에서 해결해볼 심산..
3. 버스.. 창 밖 풍경을 보면서 갈수 있다는 끝내주는 장점이 있어서 사랑해 주려고 하는데 저도 가끔 컨디션 안좋을때 멀미를 해서요.. ㅡ.ㅜ 집에서 5분이면 표 내고 플렛홈까지 갈수있는 거리에 살다보니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네요.
4. 요 며칠 감기몸살이 장난아닌 이 몸뚱이도 뜨끈한 전기장판 끼고 살아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이제야 조금은 제 컨디션인 느낌..
5. 설 잘 쇠시구랴~ ^^*

웽스북스 2008-02-05 10:03   좋아요 0 | URL
1. 저는 립글로스들이 좀 공짜로 많이 생기는 편이어서, 지금 스무개도 넘는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 게. 맨날 쓰는 것만 쓰고 나머지는 묵혀두고 그래요- ㅜㅜ 2년인가 지나면 병균 많이 생겨서 안좋다고 하던데, 전 5년 된 것도 못버리고 있는 것도 있어요 (바르지는 않는거지만, 나름 그때는 큰맘먹고 산거라?)
2. 와우 꼬리뼈!!! 긴 생머리 미인이시군요 무스탕님 (아 궁금하다!) 앞에도 썼지만 전 앞머리 잘랐다가 인생 망친 적이 몇번 있어서 절대 내손으로 안잘라요
3. 맞아요, 그래서 저도 주말 낮시간 이럴 땐 버스를 타기도 해요- 저희 집에서 과천, 양재 거쳐서 나가는 버스들은 꽤 풍경이 괜찮은 편이거든요, 가끔 막 감동도 하면서 나는 앞으로 버스를 탈테야, 라고 하지만 어림도 없죠 ㅜㅜ
4. 뜨끈한 전기장판 너무너무 좋지요, 몸에 전자파가 흐를까봐 좀 걱정이긴 하지만
5. 쇠시구랴, 라고 말씀하시니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라 좋아요, 무스탕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깐따삐야 2008-02-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나름 단장하고 나갔는데도 만나는 사람마다 "넌 왜 메이크업을 안 하니?"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그냥 이젠 그러려니~ 한다는. ㅋㅋ
2. 아휴~ 정말 추웠겠어요. 어제 날씨 되게 쌀쌀했는데! -_-
3. 연휴 하루 앞둔 날. 일할 맛 나겠당.^^

웽스북스 2008-02-05 13:36   좋아요 0 | URL
1. 흐흐 투명 메이크업의 진수? 본인만 아는 차이라 해도 한것과 안한 건 그래도 분명 다르다는 거 ㅋㅋㅋㅋ (나도그래요ㅜ_ㅜ)
2. 흑 팔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무겁고 얼고 ㅜㅜ
3. 흐흐흐 회사에 있을 맛은 나지만 일할 맛은 안나요, 실제로도 안하고 있다는 (아, 근데 왜 아무도 퇴근을 안하지? ㅜ_ㅜ)

다락방 2008-02-0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저희 동네(집근처)미장원은 머리 자르는거 칠천원이구요, 파마하는건 이만오천원이예요. 더 싸지요? 게다가 저는 그 미장원에서 한 머리가 무척 맘에 들어요. 사실 뭐 비싼건 해보지도 않아서 비싼 머리를 할때 얼마만큼의 만족감이 얻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정도로도 전혀 불만이 없다는 거.
역시나 저도 화장을 잘 안하는데, 나이를 이렇게 먹도록 색조화장도 못하니 이건 뭔가 좀 거시기하지 않나, 싶어서 요즘은 거금을 들여 볼터치를 사가지구서는 매일매일 볼터치를 해주고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아이섀도나(이건 쌍커풀이 없어서 못해요)아이라인, 마스카라는 할줄을 몰라요. 으윽. 이건 좀 비극인것 같군요.

자자, 내일부터 연휴예요.
그 관대한 마음으로 푸욱 쉬도록 해요!

덧. 웬디양님은 그 미소만 있으면 색조화장따위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

웽스북스 2008-02-05 22:09   좋아요 0 | URL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이사갈까요? ㅋㅋ
사실 동네미용실 미용사 아주머니들 다 지금 헤어드자-이너들 하는 코스 마치고 나와서 개업한 거 아닌가? ㅋㅋ 괜찮은 동네미용실 발견하면 기쁠 것 같아요- 전 머리를 자를 때 계획하고 자르는 게 아니라, 아! 오늘은 못참겠어! 라고 생각되는 날 마침 시간도 있으면 잘라서요 회사 근처에서 자르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 저도 쌍커플이 없어서 아이라인은 꿈도 못꾸지요 흐흐 아이섀도도 해도 티가 안나구, 티가 나면 신경쓰이구 ㅋㅋ

Mephistopheles 2008-02-05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그래도 한두차례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변장의 수준만 아니면 말이죠..^^
2. 음...만약에 웬디양님이 정말로 절친한 후배나 동생...혹은 조카(이런비유는 정말 슬프군요..상대적으로 나이차이를 인식하는 단어이다보니ㅋㅋ)이였다면 전 분명 "우히히히 ㅂㅂ야!" 라고 했을 껍니다.
3. 음...전 어찌 쉬어도 쉬는 기분이 날 것 같진 않습니다.^^

웽스북스 2008-02-05 22:12   좋아요 0 | URL
1. 실은 일요일날 마스카라를 백만년만에 했었는데요, 제가 렌즈를 껴서 눈에 인공눈물을 종종 넣거든요- 그럼 눈에 습기가 생겨서 깜빡거릴 때마다 신경쓰이고, 어쩐지 안그래도 심각한 다크서클이 더 심해진 것 같고 그래요
2. 음, 어쩌죠? 메피님은 우리 삼촌들보다 나이가 많으신데 ^_^ (엄마의 사촌인 외삼촌들 ㅎㅎㅎ)
3. 결혼하신 분들 보니 명절을 꼭 반가워하지는 않으시더라구요, 특히 이제 막 결혼해서 시댁에서 보내야 하는 주변 분들을 보니 더더욱 그렇구요- 저는 명절 때 별로 하는 일이 없어서 정말 푹 쉴 작정입니다. 어쩐지 금방 지나가버릴 것 같아서 벌써부터 아쉽지만요 ㅎㅎ

세실 2008-02-0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머리숱이 많아서 퍼머는 거의 하지 않아요. 나름 롤스트레트 한것 같다고나 할까~~그래서 커트는 청주에서 좀 유명한 미용실에 가서 한답니다. 그래봐야 원장에게 하는 커트 12,000원. 서울이랑은 비교가 안되죠~ ㅎㅎ
버스 타본지 오래되었네요. 운전을 하다보니 조금만 기다려도 짜증이 납니다. 조급증이 점점 심해지는 듯 해요. 님 마음 다스리신거 참 잘하셨네요. 역시 긍정적인 생각이 최고.
행복한 설 명절 되세요~~~

웽스북스 2008-02-07 02:19   좋아요 0 | URL
와 퍼머하지 않고도 롤스트레이트 한 것 같은 머리라니. 부럽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머리숱은 디게 많아요. 근데 컨트롤이 어렵다는거 ㅜㅜ

세실님도 설 명절 잘 보내세요 ^_^
 



엄마의 훌라는 어느덧 딸의 스트레스 해소용에서 엄마의 협박및 회유용으로 전락했다

어제, 메피님이 보라고 하셨던 영화를 보러 간만에 TV를 켜는 나를 보더니 엄마 왈,
웬일로 TV를 다 보냐며, 한가하구나? 그럼 엄마랑 훌라나 하자 ㅜㅜ

나는 이내 TV를 끄고 도망 나와 방에 있다

엄마는 저녁을 먹고 들어왔는데, 누구와 먹었느냐는 나의 물음에 끝까지 답하지 않아
나의 궁금증을 자아내더니, 엄마와 훌라 10판을 해서 이기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겼다 ㅜㅜ
결국 엄마와 훌라를 하고, 이기고, 비밀을 들었으나
너무 심하게 별거 아니었던 사건


오늘은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동생과 훌라를 한다고 기다리고 있다
동생과 훌라를 하는 걸 본 아빠는
애가 밤새 게임도 안하고 얌전히 있는데 왜 훌라를 하냐고 묻는다
영문을 모르는 내가 아빠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엄마가 동생을 협박했다고 한다

너, 앞으로 외박하면 엄마랑 훌라 100판 해야돼






아, 즐거운 게임 훌라가 너무 벌칙으로 전락해버렸다, 어째 좀 슬프기도 하다
내 동생은 그날 이후 한번도 외박을 하지 않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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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4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요새 훌라의 재미에 폭 빠지신듯... 저거 좀 오래 갈텐데요. ㅎㅎ 하다 도저히 안되면 온라인 훌라도 재밌습니다. ^^

웽스북스 2008-02-04 11:5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온라인 훌라도 있군요-
그래도 게임은 얼굴 맞대고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게 제일 재밌긴 한데 말이죠 ^-^

Mephistopheles 2008-02-04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은근히 따짜신 겁니다....^^

웽스북스 2008-02-04 11:55   좋아요 0 | URL
흠,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타짜의 피가 흐르고 있었군요
그러기엔 실력이 너무 안늘긴 하구요 ㅋㅋ

순오기 2008-02-0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라가 그렇게 잼있나요? 난, 그런거 젬병이라......
동생을 확실히 제압한 훌라가 훌륭해요! ^^

웽스북스 2008-02-04 12:57   좋아요 0 | URL
음 엄마는 치매 방지용이라는 명분을 갖다 붙이시죠 ㅋㅋㅋ
니들이 엄마랑 이렇게 놀아주는게 미래를 위해 효도하는 거야, 라며

보석 2008-02-0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한줄에 웃었습니다.^^ 벌칙이라도 평화적이고 좋네요.ㅎㅎ

웽스북스 2008-02-04 12: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어제 나 막 이거 쓰고 있는데 엄마가 동생한테
"너 좀 즐거운 표정으로 승부욕에 불타서 하면 안되니???" 라고 얘기하시고
동생은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재미있는 척 해" 이랬다는 ㅋㅋ

깐따삐야 2008-02-0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되게 귀여우시당~ ㅎㅎㅎ

웽스북스 2008-02-04 12:58   좋아요 0 | URL
우리 엄마지만 쫌 귀엽긴 해요 ㅋㅋㅋ
거울 보면서, 사람들이 엄마한테 자꾸 이쁘다구 그러네? 막 이러고 -_-

전호인 2008-02-0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라의 효과를 보신게로군요.
꾸준해야 가능한 일일텐데 어머니의 인내가 대단하신가봐요. ㅎㅎ

웽스북스 2008-02-04 12:59   좋아요 0 | URL
인내라기보다는 집착? ㅋㅋ
암튼 동생 입장에서는 어차피 하는 훌라
외박하고 하나 안하고 하나 똑같을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Jade 2008-02-0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저 "그날 거기 있었습니까?" 보고 왔어요 ㅎㅎ 칭찬해주세요! ㅋㅋ

"12시 8분 전에 아무도 없었다면, 우리 마을에선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군요"이말이 어찌나 웃기던지....ㅎㅎ

웽스북스 2008-02-04 16:15   좋아요 0 | URL
우와우, 잘했어요 제이드님 ^_^
재밌게 봤어요?

세실 2008-02-0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 멋지신데요~~ 훌라 훌라~~
저두 한동안 훌라의 재미에 푹 빠진적이 있었답니다.

웽스북스 2008-02-05 00:13   좋아요 0 | URL
어머 세실님도 훌라에요?
어쩐지 세실님은 우아하셔서 그런 거 안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죠 ^_^

세실 2008-02-05 14:47   좋아요 0 | URL
ㅎ 저는 무늬만 우아합니다.
저얼대 우아하지 않아요.
님 행복한 설날 되세요~~~

웽스북스 2008-02-05 22:13   좋아요 0 | URL
아아 무늬만 우아하다니, 더 멋져요! ^_^
세실님도 행복한 설날 되세요
 


하는 일 없이 마음만 바쁘고 각박하다보니, 책을 보고 영화를 봐도 리뷰 한편 남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좋은 영화를 보면 한마디쯤은 더하고 싶다는 마음이 뭉글뭉글 올라오는데 역시나 생각을 정리하려니 머리가 아파와 -_-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좋은 영화 몇편 정도는 간단하게라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몇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써보려 합니다. 실은 오늘 좀 한가해서 이런 게 가능했다죠. 매일매일 한가하면 참 좋으련만 말입니다 ^_^

올해 들어서 본 영화는 꼭 5편입니다.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팀버튼 감독의 스위니토드,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코르넬리우포름보이우 감독의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그리고 오늘 본 남선우 감독의 모두들 괜찮아요?. 영화는 전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은 좋은 영화들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시간이 났을 때, 가능하면 좋은 영화들을 보려고 많이 고심하는 편이지요. 스위니토드와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은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테고 여기저기서 많은 평들을 접했을테니 굳이 제 소개까지 더하지 않을 생각이구요, 나머지 3편의 영화에 작년 말 봤던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안경까지 4편의 영화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안경 (오기가와나오코, 2006)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전작 카모메 식당을 워낙 즐겁게 봤던 터라, 이 영화도 매우 큰 기대를 갖고 봤고, 또한 재밌게 봤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카모메 식당보다는 영화적 재미가 좀 덜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또 왜 저 역시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바이나, 그래도 저는 이 영화도 꽤나 재밌게 봤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유머가 저와 코드가 맞는 것 같아요.
영화는 슬로우라이프에 대한 동경 내지는 더 나아가 예찬, 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경이나 예찬이 좀 많이 갔구나, 싶긴 하지만요 ^^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어 찾아간 한 마을의 민박집에서 '관광'할 만한 곳이 어디에 있냐고 묻는 여주인공은 그만 당황하고 맙니다. 여기는 관광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죠. 그럼 여기에 여행온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요? 라는 여주인공의 물음에 민박집 주인은 다시 이렇게 말하지요. 음...사색?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저도, 하던 일 때려치고 핀란드에서 식당을 하면서 살았음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삶. 하지만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곤 계란후라이와 라면 밖에 없어서 참았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도 저 마을로 달려가 아침에는 함께 체조를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팥빙수를 먹고, 신선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답니다.
하지만 슬로우라이프에 대한 로망은 역시나 로망일 때 가장 아름답게 여겨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니, 전 그 마을에 머무를 자격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감독이 직설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부분은 여지 없이 드러났습니다. "비법은 서두르지 않는 것입니다" 아, 우리 정말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니까요. 아무래도 감독은 관객의 이해도에 대한 신뢰가 좀 부족한가봐요. 그렇지만 전 오기가와 나오코 감독의 다른 영화가 나와도 또 보러 가게 될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스폰지하우스에서 아직 상영중이랍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지다니, 다음 것부터는 짧게)


오래된 정원 (임상수, 2007)

소설 오래된 정원을 워낙 좋아했던터라, 이 영화는 촬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하며 기다렸었지요. 그런데 예고편을 보는 순간 저는 약간 실망을 했었답니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한윤희가 어쩐지 책에서 제가 만났던 느낌과 달랐거든요- 그래서 실은, 실망할까봐 보지 않았었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종종 애용하는 곰티비 무료영화로 우연히 보게 됐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참 뜨겁고도 촉촉해지는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작의 내용과 감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변형을 가미하는 임상수 감독의 센스 역시 나쁘지 않았고, 그런 의미에서 염정아가 연기하던 한윤희의 모습 역시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 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지진희의 멋진 목소리도 영화의 감동을 더하지요 (편파적이다)
행복? 아닌 것 같아. 나만 행복하면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은 시대였거든. (대사는 확실치 않으나) 딸과 통화하던 장면에서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실은 그 전부터) 단언컨대, 지진희의 목소리가 한치만 울림이 덜했다면 주책맞게 울지는 않았을 거에요. (생각해보니 단언,까지는 어렵겠군요-)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코르넬리우 포름보이우, 2006)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는 루마니아 혁명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1989년 12월 19일 12시 8분에 있었던 루마니아 혁명 (영화를 보면 제가 왜 이렇게 날짜와 시간을 욀 수 밖에 없는 지를 아실 겁니다)이 과연 우리 마을에서도 있었는가, 를 조망해 본다는 한 지역 방송국 사장의 야심(?)에서 영화는 출발합니다. 그 순간 거기 있었던(혹은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불러 놓고 진행한 토크쇼는 이내 엉망이 되고, 당신이 12시 8분 이전에 거기 있었다면 우리 마을엔 혁명이 있었던 것이고, 없었다면 혁명이 없었던 것이다, 라는 이상한 논리로 치닫다가 결국엔 방송사고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그만 박장대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5명 밖에 없는 극장에서 친구와 깔깔대며 웃다가 이내 민망해지곤 했지요. 방송 중에 종이 찢는 소리가 북북 들리고 심지어 옆에서는 종이배를 접고 있다면 말 다했지요.
혁명에 대한 터치는 가볍지만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혁명의 순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생각했겠지만, 혁명은 그야말로 순간이었고, 그들의 삶은 그다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로등이 켜지면 하루가 시작되고, 가로등이 꺼지면 하루가 끝나는, 반복적 삶을 살고 있지요. 혁명, 그리고 변화라는 건 한 순간 누군가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라는 뼈있는 이야기를 제법 잘 담아놓은 감독의 내공을 느끼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30대 중반의 젊은 루마니아 감독에게, 칸의 신인감독 상인 황금 촬영상을 안겨줬다고 합니다.
영화 마지막 즈음, 혁명을 통해 아들을 잃었다는 한 여자의 전화가 결국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냅니다. "저는 혁명으로 아들을 잃었어요. 그런데, 그 얘기를 하려고 전화를 건 건 아니구요, 밖에 눈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어요. 지금 나가서 즐기세요, 어차피 내일이면 진창이 될 테니" 
꼭 가서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지만 상영관은 아쉽게도 필름포럼 한군데입니다.


모두들 괜찮아요? (남선우, 2006)

김호정이라는 배우는 참 눈이 가는 배우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김호정씨의 굵직하게 보이면서도 선이 고운, 강단 있는 외모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살짝 중성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목소리까지요. (이게 도통 무슨 말인지 ㅋㅋ) 그래서 자꾸만 그녀에게 이런 역할이 주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른 바 한량 남편 뒷바라지 하는 강한 여성 역할이죠.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에서 보여줬던 생활력 강한, 차가워보이면서 따뜻한 이미지의 여성 역할에 저 역시 어느 덧 그녀보다 더 잘 어울릴만한 누군가를 선뜻 떠올려내기가 힘듭니다.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 에서도 역시 그녀는 7년째 감독 데뷔를 준비하는 남편을 위해 무용을 그만두고 학원을 차려 뒷바라지를 하는 생활력 강한 여성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영화 한편 못찍은 영화 감독인 셈이지요. 영화 한편 못찍은 감독이 무슨 감독이냐는 반문에는 그의 아들이 대신 항변해 줍니다. "그럼 수박 장수가 수박 한통 못팔면 수박 장수가 아니냐?" 아들 하나는 정말 똑부러지게 키워놓았지요? ^^
남편 하나도 버거운데, 치매 걸린 친정 아버지는 막내딸이 제일 좋다며, 막내딸인 그녀 집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 사고뭉치들을 데리고 사는 그녀의 마음에는 바람 잘 날 없지요. 특별한 스토리도, 이렇다 할 에피소드도 없는 잔잔한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영화 내에서의 갈등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걸 없앰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이 아닌,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끌어안음으로써 해결하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군가, 결혼은 나의 문제로부터 도망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는 나의 문제들에 더해진 또 한사람의 문제들의 결합,이라는 이야기를 제게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일이긴 하지만, 저도 언젠가 그런 세상에 몸을 담그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이 오면 나 역시 끌어안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실은 자기 앞가림 잘하고 생활력 강한 사람보다는 영화 속 김유석 같은, 젊은 시절에 한껏 가오 잡았을 것 같은 저런 한량이 이상형에 더 가까운지라 앞으로의 저의 삶이 매우 걱정입니다, 하하) 2월 21일까지, 곰티비 무료 영화로 보실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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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0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녹차의 맛 이라는 영화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2. 그래도 미스코리아 출신 중 유일무일한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아무리 소극장이며 관객수가 적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는 법인디....
4. 2월 21일...음 아직 시간은 좀 남았군요..그동안 밀린 영화를 먼저 처치해야..으흑..

오늘밤 11시쯤 EBS에서 짐 자무쉬의 영화가 합니다. 다운 바이 로...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들이 참 좋습니다.^^

웽스북스 2008-02-02 22:55   좋아요 0 | URL
1. 아이쿠 녹차의 맛을 내가 못봐서 ;; ㅎㅎㅎ 녹차맛은 좀 아는데 말이죠 (죄송 꾸벅)
2. 그러게요, 뒤늦게 빛을 발하고 있죠 참.
3. 아 그니까 종이찢고 종이배 접던 건 상영중이 아니라, 영화 안에서 생방송 중에 일어난 상황 (다시 읽어보니 헷갈릴 수 있겠네요 ㅎㅎ)
4. 생각해보니 11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ㅎㅎ
5. 영화를 TV로 보는 걸 별로 안좋아라해요, 그래서 지금 고민 때리는 중 ㅋㅋ

웽스북스 2008-02-02 23:19   좋아요 0 | URL
영화보러 갔다가, 엄마가 너 시간 많구나, 엄마랑 훌라 하자- 라고 해서 도망왔어요 ㅠㅠ (우리집 TV는 안방에 있어요 흑흑)

Jade 2008-02-02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때 거기 있었습니까 보러가야겠어요 시간도 많은데 ㅎㅎ

웽스북스 2008-02-03 00:39   좋아요 0 | URL
후후후 일단 소기의 목적 달성~ ^_^

바람돌이 2008-02-0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 보고싶은데 너무 멀어요. 게다가 저거 dvd로 나올까요? 나와도 대여점에는 없을듯싶은데요. ㅠ.ㅠ

웽스북스 2008-02-03 01:04   좋아요 0 | URL
아마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DVD 대여점에는 잘 안가서 어느 정도의 작품들을 갖다놓는지 제가 잘 모르겠네요 ㅜㅜ

깐따삐야 2008-02-03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한 편도 못 봤어요! 그나저나 웬디양님의 이상형은 나도 참 걱정이 되긴 하네요. -_-

웽스북스 2008-02-03 02:14   좋아요 0 | URL
아 이건 많은 사람들이 못봤을 것 같은 것만 골라서 부러 리뷰가 아니라 소개를 한 거니까요 ㅎㅎ
이상형에 대해서는 사실 영화를 보면서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ㅋㅋ 초반 고생내가 하고 말년고생 남편이하고 이러면 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까지 막 했다는거 -_- ㅋㅋ 암튼 어째 남일 같아보이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더 감정이입이 잘됐는지도 ㅋ)

비로그인 2008-02-0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된정원빼고는 다 첨보는 영화! 웬디양님의 수비범위에 고개를 절래절래합니다.
제가 일본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니 <안경>을 먼저 보고 싶어요

웽스북스 2008-02-03 13:51   좋아요 0 | URL
흐흐, 단테님, 제가 남들 한참 영화보던 시기에 영화를 안봐서 (집에 비디오가 고장이 났는데 그 상태로 오랫동안 안고쳤었거든요) 남들 다본 거 못본 것들이 굉장히 굉장히 많아요- 수비 범위는 매우 허술, 이지요 ^_^;;